욕망의 도시 (1)
나에겐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새로웠다.
공항에 도착하여 이미그레이션에서 입국심사를 받고 세관을 통과하여 캐리어를 찾아, 마침내 밖으로 나오는 일련의 과정들이 나는 몹시 복잡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은비는 이런 복잡한 과정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차분하게 하나씩 해결해 나가고 있었다.
은비는 나의 입국신고서 작성을 도와주었고, 내 앞에 앞서 입국심사를 받고서는 이미그레이션 직원에게 뒤에 있는 저 사람이 자신의 약혼자이며, 동일한 일정으로 여행을 왔다고 상냥하게 말해주었다.
나는 서른 살이 넘을 때까지 무엇을 하며 살았을까?
그 흔하디흔했던 대학시절 해외 배낭여행과 졸업 후 경제적 여건이 충족되었을 때 해외여행을 한 번도 가지 않았던 내 자신이 조금 부끄럽게 느껴졌다.
“오빠!”
“응?”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하하....아니야.”
“오빠. 지금 담배 피우고 싶죠?”
사실 5시간 남짓한 갑갑한 비행시간이 나에게는 다소 힘든 시간이었다. 내가 대답 없이 어색한 미소를 짓자 은비가 내 손을 잡고 게이트 쪽으로 향했다.
자동문이 열리고 처음 접하는 방콕의 공기는 나에게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너무나 무더웠기 때문이었다.
은비는 인근에 있는 흡연구역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그곳에는 백인 두어 명과 국적을 가늠하기 힘든 동양인들이 비슷한 사연이 있는 듯 각각의 절실한 표정으로 담배를 펴고 있었다.
은비와 내가 그 사이를 뚫고 자리를 잡자 몇몇 남자들이 흘깃 은비의 얼굴과 몸매를 훑어보고 있었다.
“오빠. 비행시간 길어서 힘들지 않았어요?”
“음.....엉덩이하 고 허리가 조금 아파....”
“호호홋.....다음에 우리 또 좋은데 가요. 자주 다니다 보면 오랜 비행시간도 힘들지 않을 거예요. 나 내년에 발령 나면 돈 많이 벌어서 오빠하고 이렇게 여행만 다녀야지!”
은비가 담배를 피우고 있는 나에게 바싹 다가와 얼굴을 들이밀고는 생글거리며 웃고 있었다. 그러자 담배를 피던 모든 남자들의 시선이 은비와 나에게 집중되었다.
한 남자의 시선이 얇은 롱스커트를 입고 있던 은비의 엉덩이와 긴 다리 사이를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었다.
출발하기 전 방콕에 대한 정보를 그렇게 많이 확인하고도 전혀 소용이 없었다. 만약 나 혼자 이곳에 여행을 왔다면 공항철도와 지하철, BTS 조차 탈수 없었을 것 같았다.
나는 어느새 28인치 캐리어를 끌고, 멈춤 없이 당당히 걸어가는 은비만을 따르고 있었다. 은비는 각양각색의 인종들이 뒤섞여 있는 인파 속에서 나를 잃어버릴까 봐 내 손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꼭 잡고 있었다.
내 손을 꼭 잡고 은비의 손길에서 나는 예전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엄마를 생각했다.
초등학교 다닐 무렵 빽빽하게 사람들이 모여 있던 동물원에서 엄마가 내 손을 그렇게 따스하게 잡아주었던 것과 같았다.
방콕 지리와 교통 체계를 잘 아는 은비 덕택에 우리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호텔에 도착했다.
“우와! 전망이 너무 좋다. 오빠.”
26층에 자리 잡은 객실에 들어오자마자 은비는 커튼을 열어젖히고 이른 오후의 방콕 시내의 모습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오빠. 호텔 너무 잘 잡았어요. 너무 마음에 들어요,”
은비는 룸이 마음에 드는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룸 상태를 확인했다. 즐거워하는 그녀의 모습에 다행히 그녀가 좋아하는 호텔을 부킹 했다는 것에 나는 안도할 수 있었다.
은비는 나를 침대로 밀쳤다. 그리고 내 몸 위에 올라와 장난스러운 키스를 여러 번 나에게 전해주었다.
“마음에 들어?”
“네. 너~무....”
“오빠. 저녁식사는 내가 아는 멋진 곳이 있어요. 그리로 가요.”
“우와.....”
샤워를 하고 나오자 은비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호텔에 오기까지 편안한 롱스커트를 입고 있던 은비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무릎 조금 위까지 오는 반짝이는 타이트한 남색 원피스에 은색 자수가 깔끔하게 놓여있었다. 가슴은 과하게 파이지 않았지만, 몸에 밀착되어 있어서인지 은비의 롤러코스터 같은 굴곡 있는 몸매를 완벽하게 드러나 보였다.
은비의 모습은 너무나 매혹적이었다.
“오빠. 어때요?”
“처음 보는 옷이네? 너무 예쁘다.”
“첫날 입으려고 미리 준비했어요. 마음에 들어요?”
“응.....안아 보고 싶다.”
은비는 조금 더 자신의 옷을 감상하라는 듯 웃으며 천천히 나에게 다가와 안겼다.
내 손은 본능적으로 은비의 등을 쓰러내려 잘록한 허리에 잠시 머문 후, 아찔한 골반 언덕을 지나 그녀의 솜사탕같이 부드러운 엉덩이에 닿아 있었다.
원피스가 얇아서인지 아니면 실크 같은 소재여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은비의 맨살이 내 손에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발기해버린 내 물건이 은비의 아랫배를 계속 자극하자 그녀도 그것이 느껴지는지 갑자기 깔깔대며 웃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가 르부아 스테이트 타워 62층에 멈췄다. 늘씬한 몸매가 드러나는 블랙 롱스커트를 입은 직원이 예의 있게 우리를 반겼다. 예약 여부를 물어보는 직원에게 은비가 유창한 영어로 말하자 그녀는 우리를 바로 위 루프 탑으로 안내했다.
오후 6시 30분....
63층에서 바라보는 방콕의 광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처럼 황홀했다. 굽이굽이 흐르는 짜오프라야 강이 내려다보이고 붉은 노을로 물든 방콕 빌딩들이 어둠을 준비하고자 건물 내부에 하나씩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은비와 나는 주문한 메인 디쉬와 와인이 나올 때까지 점점 어두워지는 방콕의 그 아름다운 모습에 빠져들었다.
“여기 대단하다. 승호도 여기에 꼭 너 데리고 가라고 하더라고....”
“그래요? 승호 오빠는 방콕 자주 왔었다고 했죠?”
“응. 승호야 뭐.....”
“은비 너는 여기 처음 와 본 거야?”
“아니요. 작년에 친구들하고 한번 왔었어요. 후훗.....그때는.......이 야경을 보면서 다음에는 사랑하는 사람하고 꼭 올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그렇게 되어 버렸네요.”
은비가 와인잔을 들고 한 모금을 머금었다. 와인잔에 희미하게 찍힌 은비의 립스틱 자국까지도 지금 분위기와 어울리듯 완벽해 보였다.
와인병에 담긴 술이 서서히 줄어들었다. 야외의 열기와 대비 대는 적당한 온도의 와인이 내 목을 타고 들어가 눈이 녹듯 땅속에 스며들어 단번에 사라지는 것 같았다.
“은비야. 너는 내가 어디가 좋아?”
“네? 무슨 그런 바보 같은 말이 어딨어요? 호호호....”
“너는 너무너무 예쁜데, 나는 그냥 평범하고, 나는 너보다 나이도 5살이나 많고, 가진 것도.....얼마 없고.....”
나는 정말이지 너무나 궁금했다.
“피이~. 오빠는 착해요...그리고.....지난주 아빠가 말했던 것처럼 오빠는 그런 사람이 아닌 걸 알아요. 아빠가 그렇게 말한 건 오빠를 잘 몰라서 그런 거예요. 나는 오빠를 알아요. 나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믿고 지켜줄 거라는걸요.”
나를 보는 은비의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은비의 말이 정확하게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테이블에 와인 한 병이 모두 비워져 있었고, 모히또와 롱아일랜드가 사이좋게 놓여 있었다. 은비의 양 볼이 발갛게 변해 있었다. 너무나 완벽한 분위기 때문인지 평소에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시지 않던 은비가 오늘은 달랐다.
“괜찮니? 너무 많이 마신 거 아니야?”
“호호홋....이 정도는 괜찮아요. 빨리 호텔에 가서 오빠한테 사랑받으면서 자고 싶다.”
“하하하.....누가 할 소리..”
여행에서의 첫날... 완벽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느낌에 너무나 행복했다.
반짝이는 작은 다이아 반지를 낀 은비의 손이 다가와 내 손에 포개어지자 그녀의 마음처럼 따스한 기운이 나에게 전해지는 것 같았다.
“오빠! 딱 한 잔만 더하고 들어가요. 네?”
호텔 로비에서 은비가 아이처럼 나에게 애원했다.
“너 더 마실 수 있겠어? 지금 10시 넘었는데. 내일 오전에 파타야로 넘어가려면 피곤할 텐데?”
“오늘은 여행 첫날이라고요! 제발요. 네? 한잔 더 안 하면 오늘 오빠하고 같은 침대에서 안 잘 거야!”
평소와 달리 조금 과하게 마신 술기운 때문인지 은비는 잘하지 않던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그럼 간단하게 맥주 마시고 룸으로 가자.”
내 말에 은비가 기뻐하며 두 팔로 나의 목을 감싸며 안겼다.
호텔 로비를 나와 나는 구글맵을 실행했다. 호텔에서 가까운 술집을 찾기 위함이었다. 호텔 건너편에 반짝이는 별이 보였다. 그곳은 진우가 나에게 가라고 알려준 술집이었다.
다행히 호텔에서 걸어서 5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였다.
거리에는 수많은 관광객과 현지인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목적지가 다가올수록 그 인파는 더욱 늘어났다.
다채로운 색상의 화려한 간판들이 빼꼭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Louis & Rose]
화려하게 반짝이는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출입구에는 정장을 입은 흑인 남자둘이 서있었다.
“저기에요? 승호 오빠가 말한 곳이?”
“응. 마음에 안 들어? 다른데 갈까?”
“아니. 아니.....들어가요.”
은비의 손을 잡고서 출입구로 다가가자 입구에 서있던 흑인 한명이 웃으며 인사를 한 후 우리를 실내로 안내했다.
실내는 너무나 화려했다. 수많은 조명들이 중앙에 집중되어 있었고, 비트감 있는 음악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잠시 후 나는 중앙에 있던 무대를 보고는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중앙의 무대에는 비키니를 입은 여자들이 웃으며 너무나 노골적인 춤을 추고 있었다.
“어....은비야. 잘못 들어왔다. 미안. 다른데 가자....”
은비는 당황하는 나를 잠시 바라보다가 시선을 중앙 무대 쪽으로 옮겨갔다. 그러자 술기운에 조금 흐릿해진 그녀의 눈이 갑자기 커졌다.
우리를 안내하던 흑인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나에게 물었고 나는 미안하다고 말하고는 뒤돌아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오빠. 여기서 마셔요.”
“응? 여기서?......괜찮겠어? 나는 이런 곳인지 몰랐어.”
은비는 웃으며 흑인에게 자리를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흑인은 하얀 이를 드러낸 채 은비를 보며 엄지손가락을 펼쳐 보였다.
우리는 무대가 잘 보이는 한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반 원 형태의 특이한 구조였다. 주문한 맥주 두병이 동그란 스펀지 케이스에 쌓인 채 테이블에 놓여 있었다.
“은비야. 정말 미안. 이런 곳인지 몰랐어. 승호 그 자식이......”
“호호호....오빠. 괜찮아요. 나도 말로만 들었는데 이런 곳에 한번 와보고 싶었어요.”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던 여자들의 손바닥만 한 비키니에는 번호가 적힌 명찰 같은 것이 달려 있었다.
간간이 여자들이 다른 손님이 있는 테이블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 높이 때문인지 무엇을 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내가 마시던 맥주가 반 정도 남았을 무렵 은비는 벌써 한 병을 모두 마시고 또다시 맥주를 주문했다.
그때 하얀 비키니를 입은 늘씬한 몸을 가진 금발의 여자가 우리 테이블로 다가왔다. 너무 작은 비키니가 가슴을 반도 가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가 우리 테이블 위로 올라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나는 놀라움과 민망함에 고개를 돌려 은비를 바라보았다. 은비는 아무 말 없이 미소를 머금은 채, 테이블에 올라가 춤을 추는 그 여자를 보고 있었다.
춤을 추는 여자의 얇은 비키니를 통해 갈라진 속살 자국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그곳은 무엇인가로 젖어있었다.
반짝이는 검은 하이힐을 신은 그녀의 발 하나가 내가 않은 소파 옆을 디뎠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가 자신의 가슴을 간신히 가리고 있던 비키니를 풀자 너무나 큰 가슴이 내 눈앞에 탄력 있게 덜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