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의 씨앗 (4)
향긋한 복숭아 향기에 나도 모르게 서서히 눈이 떠졌다.
땀에 흠뻑 젖은 채로 밤새 은비와 뒤섞여 몇 번의 아찔한 절정을 맞았는지 기억조차 아련했다.
은비는 나에게 자신의 몸의 의지한 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조금 창백하게까지 보이는 하얀 피부와 아기처럼 색색거리며 세상모르게 자고 있는 그녀를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잠에서 깨어나는 아침이면 언제나 그렇듯 나의 물건은 빳빳하게 서있었다. 은비는 그런 내 물건을 살짝 쥐고서 잠들어 있었다.
나와 하룻밤을 보낼 때면 은비는 항상 내 물건을 소중하게 만지며 잠이 들었다.
늦게나마 사내의 몸을 알아버린 어린 여자의 귀여운 습관일까? 나는 그런 은비의 행동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나는 특출 난 섹스 테크닉도 없었고, 야동에 나오는 사내들처럼 거대한 물건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은비는 나와 섹스를 할 때 마다 나의 미세한 움직임 하나까지 더 느끼려 하는 것이 나는 무척 고마웠다.
나는 문득 은비와 지금까지 몇 번의 밤을 보냈는지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지금까지 8개월을 만나면서 은비의 아버님이 다른 지역의 교육청으로 옮긴 3개월 전부터 비로써 우리는 부모님의 눈치를 보지 않고 편하게 잠자리를 할 수 있었다.
일주일에 서너번 정도?
은비의 부모님이 다른 지역으로 거처를 옮기자 우리는 섹스를 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났다. 이것은 내가 원한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 은비의 요구에 따른 결과였다.
은비가 나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을 것이라 서둘러 결론지었지만, 갑갑한 유리천장을 깨고나와 이제 여자로써 자유의 몸이 되어 버린 은비가 나를 만나 남자의 몸을 알아버렸기 때문은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으음.......오....빠..”
나른한 은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났어? 좀 괜찮아?”
“푸훗.......”
은비의 웃음이 새어나왔다.
“오빠. 얘는 또 왜이래요? 응? 내가 그렇게 좋아요?”
발기된 내 물건을 쥐고 있던 은비의 손에서 조금씩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하하...당연하지....”
은비는 미소를 지은 채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은비의 큰 눈 속에 검은 보석처럼 자리 잡고 있는 또렷한 눈동자도 좋아하지만, 지금의 조금 흐릿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는 것이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은비가 몸을 조금 일으켜 나의 가슴에 안겼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는 자신의 입술을 나에게 전해주었다.
은비의 입술과 혀는 조금 말라있었지만 나의 입속에 담겨지자 또다시 향긋한 물들로 금방 채워지고 있었다.
은비의 허벅지가 내 몸을 타고 올라왔다. 그리고는 발기된 나의 물건 위에 자신의 엉덩이를 맞추기 시작했다.
“은....은비야....콘돔은......”
나는 지난밤 은비의 뜨거운 몸속에 나의 정액을 수도 없이 쏟아낸 것이 떠올랐다. 지금까지 섹스를 하면서 피임을 하지 않은 건 어제가 처음이었다.
“으음......괜찮아요....안전한 날.......아음....”
또다시 내 물건은 은비의 달아오른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은비의 분홍색 꽃잎 같은 속살은 언제부터 이렇게 흠뻑 젖어 있었을까?
“아윽.....오빠.....너무 커.....끝까지 닿는 거 같아......아...아...”
은비가 두 손을 나의 가슴에 올려놓고 상체를 세우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의 우윳빛 가슴 이곳저곳에 내가 남겨놓은 어제의 붉은 흔적들이 고스란히 보였다.
은비는 자신의 엉덩이를 움직여 나의 물건을 뜨거운 꽃잎에 담아, 그 좁은 구멍 속에서 정성스럽게 빨아 먹기 시작했다.
갓 뽑은 향긋한 원두향이 가게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내가 가장 행복해 하는 시간이다.
오전 11시 10분....
나는 계속해서 시간을 확인하고 확인했다. 그리고 오늘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
[딸락]
가게 문이 열렸다.
“하...하....사...장님.......미...안.....”
예쁘장하게 생긴 한 여자가 급하게 가게로 들어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조 미나! 너 자꾸 이럴래? 한두 번도 아니고.....”
“하하....오빠. 아니 사장님...미안해요. 오늘은 정말....일이 있었다구요....버스에서.....모르는 남자 애가 따라왔다고요!”
“어련하겠어요? 너 한번만 이러면 정말 가만 안 둔다.”
“정말인데....진짠데....사장님은 믿지도 않구....나 정말 무서웠단 말이에요.”
무관심하게 노트북만 바라보는 나에게 그녀가 끊임없이 투덜대기 시작했다.
가게에서 알바를 하는 그녀는 이렇게 매일 지각을 하지만, 인형같이 예쁜 외모와 모든 손님들에게 항상 친절한 대응으로 가게 매출에 도움을 주는 천사 같은 알바였다.
버스에서 남학생이 따라왔다는 그녀의 말에 나는 충분히 그럴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가게에 오는 남학생들이 그녀에게 몰래 쪽지를 건내 주는 일이 자주 있었고, 그녀는 그럴 때 마다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알바인지 나에게 자랑을 해왔기 때문이다.
깔끔한 흰색 블라우스로 갈아입고 온 미나가 내 앞에 우두커니 서서 한동안 나를 바라보는 듯 했다.
“왜? 장난치지 말고, 준비해...”
“푸하하.....어떡해!”
갑자기 그녀가 깔깔대며 웃기 시작했다.
“어머....사장님....부끄러워요.”
“뭐가?”
미나가 나에게 다가와 내가 입고 있던 스웨터 목 부분을 조심스레 잡아 당겼다.
“은비 언니가 이렇게 했어요? 애들도 아니고 정말....내가 못살아......끼야악........”
아뿔사....쪼가리....
나는 그날의 흔적을 잊고 있었다. 은비와 하룻밤을 보낸 호텔 룸에서 있었던 일....
그날 은비와 나는 무척 흥분했었다. 은비가 나의 목덜미 이곳저곳에 검붉은 흔적들을 남겨 놓았던 것이다.
“이제 곧 선생님이 될 언니가.....이렇게.....나 언니 그렇게 안 봤는데.”
미나의 말에 내 얼굴이 점점 붉게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야...그...그만하고 일해......”
나는 서둘러 스웨터 목 부분을 끌어올려 그 흔적을 숨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한 무리의 손님들이 몰려왔다가 가게를 빼곡히 채우고 다시 사라지고를 반복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가게 매출은 목표를 상회할 것이 분명했다.
미나는 느긋해진 이 순간, 책을 읽으며 자기 나름대로 의미 있게 보내고 있었고, 나는 여전히 노트북 화면만 집중하고 있었다.
[딸랑]
“어...오빠! 어서 오세요.”
미나가 테이블에 책을 놓아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누군가에게 인사를 했다.
“어이. 김 사장.....뭐하누?”
문 앞에서 승호가 웃으며 나를 보고 있었다.
“이 시간에 니가 왠일이냐? 일안하고 땡땡이치는 거냐?”
“허허허....영업하는 사람한테 땡땡이치다니? 두루두루 영업을 다니는 거지 이놈아. 미나야. 마끼아또 시럽 듬뿍 달달하게 부탁해”
“호호....네!”
미나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건물주 아들내미 왔는데, 김 사장 대응이 좀 서운한데....이런 식으면...아무래도 세를 올려야겠어.”
승호의 말에 나는 웃기만 할뿐이었다.
“치우야. 안 그래도 지금 엄마 만나고 오는 길인데. 너 요즘 가게 어떤지 물어보시더라. 그래서 내가 대박 나고 있다고 말했지. 나 잘했지?”
“어이구....대박은 무슨...혼자 벌어먹기도 빡빡한 거 알면서....”
“하하핫.....엄마가 너 고생한다고 가게 자리 잡을 때 까지 월세는 안내도 된다고 하시길래. 내가 절대 그러면 안 된다고 말했지. 크하하하...”
나는 승호가 너무나 고마웠다. 그가 없었으면 나는 다니던 그 지옥 같은 회사를 그만둘 생각도 못했으며, 이런 작은 가게도 오픈할 수 없었을 것이다.
“고맙다. 승호야. 어머니한테도 고맙다고 전해줘....”
내 목소리는 사뭇 진지했다.
“어....왜 이래......샌님같이. 분위기 처지게.....하하핫...”
기분 좋은 승호의 웃음소리가 한동안 작은 가게에 울려 퍼졌다.
미나가 뽑아온 마키아토 두 잔이 테이블에 놓여 있었다. 그것을 한 모금 마신 승호는 마음에 드는지 다시 한 번 입맛을 다시는게 보였다.
“너 태국 가봤냐?”
“아니. 처음이지....이번에 처음 해외여행 가는 거야.”
“촌놈. 은비 씨는?”
“은비는 방콕만 두 번가봤다고 하던데? 가족동반 그리고 한번은 친구들하고....”
“은비 씨는 호주 어학연수도 갔다 왔으니까 알아서 잘 할 거고. 내가 걱정돼서 오늘 특별히 너를 교육시켜 주려고 왔지.”
이전에 승호가 태국에 여러 번 갔다 온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그의 교육이 시작되었다.
승호는 방콕과 파타야에 있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루프탑 바, 클럽, 마사지 숍 등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세하게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마치 내가 지금 그곳에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나는 그가 태국 여행 전문 가이드처럼 보였다. 미나도 우리 곁에 않아 승호의 말을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었다.
그는 자신만의 보물이라던 구글맵에 저장된 모든 장소들을 나에게 공유해주었다.
“내가 태국만 10번 넘게 갔었어. 그런데 말이야. 희한하게 갔다가 오면 너무 그리워, 그래서 다시 가고, 다시 가고 그랬지. 그리고 태국 애들....몸매 비율이......후아....”
승호의 말에 미나의 얼굴이 잠시 찌푸려졌다.
“태국 여자들 몸매는 정말 예술이야. 다리도 길고 슬림하면서 가슴하고 엉덩이는 글래머야. 축복받은 몸이지. 그리고 그거 할 때 테크닉이........말도 못해.....정말 완벽해.”
“미친넘....애 앞에서...”
승호를 바라보는 미나의 얼굴이 벌레 씹어 먹은 표정인 것을 확인하고는 그에게 말했다.
“내가 뭐! 21살이면 미나도 다 컸다고 그치? 우리 예쁜 미나야?”
승호의 말에 미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생하고 홀 쪽으로 가버렸다. 하지만 승호는 그런 미나의 행동이 재미있는지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겐 오늘의 이 교육이 무척 도움이 된 것 같았다.
해외여행은 처음이고 더군다나 사랑하는 여자 친구와 함께 가는 여행이기 때문에 나는 더욱 조심스럽고 부담이 되었던 것이다.
묘한 긴장감과 이런저런 걱정들로 시간은 그렇게 하루...하루....지나갔다.
커다란 통유리 밖의 광경은 나에게 너무나 생소했다. 수많은 비행기들이 승객을 태우기 위해 대기해 있었고 이따금씩 비행기들이 착륙과 이륙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사랑하는 내 약혼녀 은비는 나와 같은 곳을 보며 내 어깨에 기대에 있었다. 나에게는 너무나 완벽한 순간이었다.
“오빠. 지금 나는 믿기지 않아.”
“응? 뭐가?”
“오빠를 만나고 사랑하고, 그리고 약혼도하고.......둘만의 여행을 떠나려고 이렇게 공항에 있는 거 말이에요.”
“오빠. 나는 우리가 이번 여행을 다녀와서 더욱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럴 수 있을까?”
“지금 보다 더? 어떡하지? 그럼 나는 죽을 같은데......”
“호호호......”
기분 좋은 은비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은비의 입술이 나의 볼에 살짝 닿아 있었다.
은비의 한쪽 어깨를 감싸고 있던 나의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금방이라도 비가 올 듯 잔뜩 흐려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