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화 (25/25)

epilogue 

난폭하게 맨션의 문을 열어제끼고, 구두를 내던지며 뛰쳐 들어간다.

그리고 일직선으로 아카네를 안치해둔 방으로 향했다.

눈앞에, 크나큰 굉음을 울리는 냉장고가 가로막는다.

나는 그 냉장고를 뽑아내려고 했지만, 그 주변이 의류로 빽빽히 메워져 있었기에, 간단히 빼낼 수가 없었다.

칫, 나는 짜증에 혀를 찬다.

「방해다! 」

내가 그렇게 강렬히 의식하자, 냉장고는 슝하는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두드득, 메워졌던 의류가 떨어져 내린다.

나는 그 사이를 헤치며, 냉기가 감도는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카네가 안치된 침대 앞에 선다.

아카네의 신체는, 벌써 전신이 흙빛으로 변색되고, 아름다웠던 시에나의 머리카락은 윤기를 잃어, 생기가 전무(全無)했다.

그런 아카네를 내려다 보면서 중얼거린다.

「그럼……이것이 마지막 임무다」

그리고 오른쪽 눈으로……힘을 얻은,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눈으로, 아카네를 서치하듯 그 전신을 응시했다.

그러나 그 순간―――

「우욱」

무심코 위 안의 음식물을 모두 게워낼 것 같은 구토감이 나를 습격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다, 체내에 오한(惡寒)이 폭주하며, 전신의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크…흑……」

오른손으로 입가를 누르면서, 나는 아카네의 앞에 덜썩 무릎을 꿇는다.

나의 전신에 퍼지는, 이제까지 맛본 적이 없는 혐오감, 이것은―――

나는 격렬하게 숨을 헐떡이면서, 얼굴을 들어 아카네의 신체를 바라본다.

이것은, 이 힘에 의해『死』라는 것의 정보가, 무척 리얼하게, 정확하게, 나에게 흘러왔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 순간 이『死』그 자체에 나의 정신이 삼켜져 버릴 것 같다.

「윽……」

거기에 더블어, 정신적인 측면 이상으로 나의 신체 그 자체가 엉망진창이었다.

나는 그 후, 한밤중이라고 해도 시가지를 걷기 때문에, 신체의 모든 상처를 치료하고 의복을 수복했다.

하지만, 그것은 외형뿐.

상처를 치료해도 미처 없어지지 않는 데미지는, 확실히 나의 신체에 남아있다.

분명히 말해, 아키라에게 당한 것보다, 내 스스로 신체에 터무니 없는 짓을 한 데미지가 더 크다.

……곤란하다, 이것은……

어떻게든 침대를 의지해, 육신을 지탱하고는 있지만, 당장 쓰러질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입에 대고 있던 손을 안면에 가져가, 손톱으로 살갗을 파고들게 했다.

……여기서 멈추면, 그야말로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신체를 누더기로 만들었는지 알 수 없지 않은가

나는, 그 손의 틈새로부터 오른쪽 눈으로 아카네를 보며, 탐색을 이어간다.

의식을 집중시켜, 거기에 있는 아카네의 모든 것을 응시했다.

「큭……」

나는 찾는다, 시간조차 거슬러, 본래 거기에 있던 것을 이 눈으로 보기 위해서.

이윽고―――

흙빛의 아카네의 신체에, 아니.

그 체내에, 반짝반짝 빛나는 광채와 같은 것을 발견했다.

……이…건……가

그것은 점차 증가해, 이윽고 아카네의 신체를 가득 채웠다.

아마도 이것이 아카네의 생명이라고 영혼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

……그러면…이 것을…

나는 다음에, 창조하는 힘으로 지금 보이는 빛 그 자체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만든 것을 아카네에게 되돌릴 수가 있으면……

「욱……」

하지만 여기서, 새로운 데미지가 나를 덮친다.

그것은 방금전까지의 오한과는 전혀 다른, 탈진감을 극한까지 높인 것 같은 감각.

조금 전까지의 감각이 질질 끌리는 것 같은 감각이라면, 이것은 마치 나의 생명 그 자체가 녹아 가는 것 같은 감각.

……뭐야 이건……설마 나의 생명과 맞바꿔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하지만, 그런 것을 생각하자, 나는 과연, 이라고 생각한다.

이 힘이 아무리 강력하고, 아무리 만능이라도, 그것은 나의 신체를 매개로서 발휘되는 것.

결국 그 능력에 나의 신체가 따라주지 않으면 무리(無理)라는 것.

죽은 사람을 회생시키는 일은 분명 대단한 일이겠지.

의식이 멀어진다.

아마, 여기서 이대로 그만둬도, 내가 죽는 일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한계에 다다르기 전에 포기하는 것이므로.

한계에 이르지 않으면, 내가 망가지는 일은 없다.

하지만―――

하핫, 나는 웃는다.

『포기한다』

『포기하지 않는다』

―――인가

아카네, 아오이, 아키라와의 싸움으로 이어진 전투……그 최후의 적은 자기자신.

좋잖아? 최후의 싸움에 어울리지 않은가?

모처럼 여기까지 지지않고 왔으니까 ……

얼굴을 파고든 손가락 끝에 힘을 집중한다.

피가 배어나와, 주륵, 뺨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다.

마지막까지, 무패인 채로 가자구!

타닥타닥, 머릿속에서 불꽃이 터지는 것 같은 감각.

그러나, 이것은 결코 비유가 아니다, 실제로 뇌세포가 망가지는 걸거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지지 않고, 내가 응시하던 아카네의 생명 그 자체를 창조해 간다.

오른쪽 눈이 타는 듯 뜨거워진다.

눈으로부터 흐르는 끈적끈적한 액체, 하지만 그것은 눈물이 아니다.

……이제……조금만………

내가 창조한 광채, 그것은 이윽고, 방금전 내가 오른쪽 눈으로 본 광채와 똑같은 것이 되었다.

나는 그것을 아카네의 육신에 고정시킨다.

거기까지 끝나자, 나는 안면을 가리고 있던 손을 떼어내, 그 손가락 끝에서 실을 꺼냈다.

……다음은 이 놈으로, 헛되이 죽은, 그 육체를 원래대로 되돌린다

생명만 있으면, 이 실의 힘으로―――

나의 의사대로 움직이는 보라색의 실.

이 녀석은 완전히 되살아난다!

실이 아카네의 이마에 박혔다.

죽어 있었음이 분명한 아카네의 신체가 움찔 떨린다.

나는 육체간섭의 힘으로, 아니……

정신간섭, 감각간섭 그 모든 힘을 사용해, 아카네를 원래대로 되돌려 간다.

두근! 두근! 아카네의 심장이 맥동한다.

그와 동시에 흙빛이었던 피부가 붉은 빛을, 생기를 잃고 있던 머리카락이 윤기를 되찾아갔다.

……윽

기우뚱 나의 신체가 기운다.

드디어 나도 한계가 가깝다, 하지만―――

…조금 더다, 여기서 멈추면, 아카네의 녀석은 반생반사(半死半生)의 좀비가 된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내자신의 생각에 웃어 버렸다.

……좀비의 아카네라……그것도 볼거리일지도 모르겠는데

그런 걸 생각하는 나의 코끝에 느껴지는 따뜻한 감촉.

그것은 아카네의 숨결.

희릿한 시계(視界) 속에서, 아카네가 희미하게 눈꺼풀을 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어……돌아왔는가」

육체도 정신도, 모두 한계인 상태와는 반대로 가벼운 어조로 지껄였다.

그런 나를 향해, 아직 만족히 호흡도 할 수 없을 아카네가 가냘픈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어째서……모처럼 포기했는데……」

……아오이를 위해서―――냐

덜컥, 나의 팔꿈치가 접힌다.

이제 나에게는 신체를 지탱할 힘따윈 없다.

「몇번이나……같은 말을 하게 하지마라……」

나는 아카네를 덥치듯 쓰러진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뿐이다……」

의식이, 브레이커(breaker)라도 내린 듯 블랙아웃(black―out)한다.      ☜ 차단기라도 떨어뜨린 듯 어두워진다

……이제…괜찮겠지……?

……나는 이제……

……잘거……

………………………다

…………

………………

꿈을……꾸고 있던 것 같다.

아니, 꿈인가, 아니면 과거에 있었던 사실인가, 잘 기억나지 않아.

황혼의 교정, 나는 홀로 벤치에 앉아 크림빵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었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본다.

하늘에는 석양에 물든 점보 제트기.

부모님은 미국으로 갔다……아니 도망쳤다.

정신이 이상해진 어머니를, 아버지가 부축하면서.

크림빵을 손으로 가지고 놀면서, 나는 흥이라고 투덜거린다.

……뭐 좋아, 인간은『의·식·주』만 충분하면 죽지는 않으니까

그런 걸 생각하면서, 나는 빵의 나머지 절반을 갉아 먹으려고 한다.

그러자 발치에 느껴지는 생물의 기척.

문득 시선을 내리자, 거기에는 작고 흰 강아지가, 먹이를 달라는 초롱초롱한 시선으로 나를 올려보고 있었다.

「…………」

나는 크림빵을 갑자기 오른편으로 가지고 간다.

그러자 강아지는 거기에 이끌리듯이,  크림빵 쪽에 걸어간다.

이번에는 빵을 바꿔들어, 왼쪽으로 가지고 간다.

그전처럼 강아지는 왕왕하며 걸어 왔다.

「……이것을 원하는 거냐?」

내가 그렇게 말하자, 강아지는 히잉하며 한심한 소리를 흘리며 나를 올려보았다.

나는 빵을 한입 사이즈로 뜯어, 강아지의 머리 위로 가지고 간다.

강아지는, 꼬리를 흔들며 자세를 낮추곤, 크림빵 향해 휙 날아올랐다.

하지만 나는, 강아지가 빵에 닿기 직전, 갑자기 그 빵을 내 입속에 던져, 빵을 먹어 버린다.

히잉하며 다시 한심한 소리를 흘리는 강아지.

나는 한번 더 빵을 뜯어, 강아지의 머리 위로 가지고 가지만, 또 강아지가 빵을 물을 순간, 획하고 내 입속에 던져, 빵을 먹어버렸다.

이것을 2회 반복하자, 마침내 강아지도, 으르렁거리며 나를 향해 투정을 부리게 되었다.

「자」

그런 강아지로 향해, 나는 1/3정도 남아 있는 빵을 던져준다.

한순간 멍청한 얼굴을 하는 강아지지만, 곧바로 빵을 덥썩 물었다.

……자 그럼

탁! 나는 무릎을 두드리며, 일어선다.

「돌아갈까」

……아무도 없는 집으로―――

나는 바지의 주머니에 손을 쑤셔넣고 걷기 시작한다.

겨울의 추위가 가슴에 사무치는 것은, 이 북풍의 탓만이 아닐 것이다.

그런 걸 멍하니 생각하며 걷고 있었는데, 문득 묘하게 걷기 힘든걸 깨달았다.

발치를 살펴보자, 조금 전의 강아지가 나의 다리에 매달려 있었다.

「이제 더 이상 가지고 있지않아」

나는 주머니로부터 손을 꺼내, 빵빵 두드린다.

하지만 강아지는 그런 나의 태도에도 물러서지 않고, 꼬리를 흔들며 나의 주위를 뱅글뱅글 돌 뿐이었다.

「…………」

나는 멈춰서서, 강아지를 퍽하고 걷어찼다.

캐갱하고 소리를 지르며 강아지가 나로부터 멀어졌다.

나는 강아지를 쫓아버리고 집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그러나 조금 걷자, 또 다시 발치에 무언가가 붙어 있는 감각이 느껴졌다.

「…………」

이번은 조금 전보다 강하게 강아지를 걷어찬다.

강아지는 다시 캐갱하고 비명을 흘리며 나로부터 멀어져 갔다.

그리고 나는 다시 걷기 시작한다.

하지만, 문득 멈춰서서 그 강아지를 보자, 그 녀석은 나로부터 일정 거리로 떨어진 장소에서 멈춰, 꼬리를 흔들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로」

나는 중얼거린다.

「조금 친절하게 대우해주면, 그 후에 아무리 우롱하더라도 꼬리를 흔들며 엉겨붙는………어딘가의 누군가들 같은 녀석이다」

……………

………어딘가의 누군가들은………누구야?

내가 문득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강아지가 또 다시, 나의 발치에서 장난치기 시작했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다시 걷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강아지를 쫓아버리지 않고.

발치의 부드러운 감각을 느끼면서, 나는 주머니에 손으 쑤셔넣고, 하늘을 올려본다.

하늘에는 석양에 물든 비늘구름이 두둥실 떠있다.

그러나 그것은, 방금 전까지 보고 있던 구름과는 다른 색깔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칫」

공원의 벤치에 앉아, 나는 멍하니 하늘을 올려본다.

귓가에 넘실대는, 졸졸거리는 물소리.

나는 고개를 내려, 시선을 앞으로 향한다.

그 시선의 끝에는, 새로이 만들어진 수도가가 있다.

그래, 여기는 내가 최초로, 보라색의 실을 손아귀에 넣은 공원이다.

……손아귀에 넣었다기보다 기생한다라는 느낌이었지만

그 때는, 이라고 중얼거리며 나는, 다시 고개를 올려, 하늘을 바라본다.

하늘에는, 겨울을 상징하는 듯, 가늘고 희릿한 구름이 흐르고 있었다.

그 후 ―――나는 7일간 줄창 잠을 잤다.

눈을 떴을 때, 케이코도 아카네도 아오이도 모두 흑―흑― 울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목을 한바퀴 돌리자, 공원에 비치되어 있는 시계가 오전과 오후의 경계선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학교는―――땡땡이다.

현상태로는 도저히 학교에 갈 수 없다.

찰싹, 나는 내 자신의 뺨을 손바닥으로 때린다.

얼굴이……사고가, 진심모드로부터 돌아오질 않는다.

그대로 뺨을 꽉 꼬집는다.

뭐, 그런 사건이 있었으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그것과―――

나는 뺨에 대고 있던 손을 늘어뜨린다.

「아……나른해서 미칠 것 같다」

그리고보니 아오이에게 육신이 파괴되어, 내가 치료해 준 놈이, 똑같이 나른해 나른해라고 푸념을 늘어놓았지.

그 녀석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나는 그대로 질질 흘러내려 육신을 벤치에 아슬아슬 걸치었다.

……응……어쩐지 아직도 졸린데

뭐, 졸리다는 건 아직도 나의 육신이 휴양을 바라고 있다는 제스쳐다.

그런 걸 생각하면서, 나는 눈을 감아, 그대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런 나의 앞에 하나의 인영이 가로막고 섰다.

……응?

나는 가늘게 눈을 떠서 그 인물을 올려본다.

그 인물은, 일본인의 평균 신장보다 머리통 하나 정도 큰 신장에, 야윈 몸매로선 비교적 탄탄한 체격의, 초로에 들어선 남자였다.

턱수염을 잔뜩 기르고 있어, 좀 더 얼굴의 음영이 깊었다면, 노예해방선언을 했던 모대통령과 똑같다라는 느낌이다.

……아아…그리고보니 누군가로부터 이런 특징의 인물에 대해 들은 기억이 있는데

일단, 정리해고를 당해 거리를 배회하는 오야지들과는 분명 다르다.

「옆자리, 괜찮을까?」

그 인물은 이 일본의 추위가 대수롭지 않은 것인지, 트렌치코트의 옷깃을 세우면서, 그 체격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것 같은 상냥한 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 말에 특별히 대답하지 않고 침묵했다.

그 오야지는, 나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나의 옆에 앉는다, 그리고 가슴 주머니를 뒤적거려, 라이터와 외국산 담배를 꺼냈다.

「자네도 필건가?」

오야지가 담배갑을 나에게 내민다.

하지만 나는 휙휙 고개를 저었다.

「알콜은 소량 마시지만, 니코틴은 흡입하지 않습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오야지는 담배를 한 개피 꺼내, 라이터로 불을 붙인다.

「그런가, 착실하구나」

후우, 오야지가 담배 연기를 토했다.

둥실둥실, 담배 연기가 허공에 떠돈다.

나는 그걸 멍하니 응시했다.

…………

당분간 침묵이 흐른다.

그러나, 그 침묵을 깨고 말문을 연 것은 나였다.

「저기………」

응?  오야지가 나를 바라본다.

「여러가지, 나에게 말하고 싶은 게 많지 않습니까?」

내가 그렇게 말하자, 오야지는 크게 담배를 흡입해, 연기를 뿜어냈다.

그리고 툭, 담배의 재를 턴다.

「그래, 여러가지 입장에서, 여러가지 일을 너에게 말하지 않으면 안되겠지」

나는 벤치에 축 늘어진 다리를 꼰다.

「자아, 무엇을 말할거죠?」

내가 그렇게 말하면, 오야지는 웅하며 조금 생각하는 포즈를 취하고 나서 말했다.

「우선……역시 그 아이들에 관해서부터」

……그 아이들…이라

「그래서요?」

「응, 뭐 내 입장에서는, 자네를 2, 3대 정도 때려 주어야 할테지만―――」

「하지않을겁니까?」

후우, 오야지는, 조금 하늘을 올려보며 연기를 토해낸다.

그 조금 열린 입가에, 희미한 애수(哀愁)가 감돌고 있다.

「오랫만에 본 그 아이들이……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좋은 얼굴을 하고 있었기에……뭐, 그렇다면 좋은 것이겠지」

좋은 얼굴……인가

오야지는 계속한다.

「너는 불가사의한 사람이군, 터무니없이 극악한 녀석일꺼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렇지도 않아」

그 아이들이라고 부른 녀석들과 같은 연배의 남자를『아이』라고 부르지 않고『사람』이라 호칭한 것은, 그 나름대로 이 오야지의 나에 대한 평가겠지.

그런 오야지에게 나는 말한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한가지 묻겠는데……」

뭐지, 라고 하며 오야지가 나를 바라본다.

나는 흥하고 웃으며 말했다.

「세상에, 완전한 선인, 완전한 악인이라는 존재가 있을까요」

순간 멍청해지는 오야지.

하지만, 탁! 무릎을 때리며, 즐거운 듯 웃었다.

「아하하, 그래, 그렇구나」

오야지는 필요이상으로 납득해, 그래 그렇다, 라며 웃었다.

……정말이지, 방심할 수 없는 오야지다

내가 그런 걸 생각하고 있으데, 오야지는 손가락의 사이에 끼우고 있던 담배를 다시 입에 문다.

「그런데……이야기가 완전히 새었군……」

그리고, 그렇게 이야기를 끊었다.

「응?」

「자네는―――『현자의 돌』이라고 들은 적이 있나?」

버끔, 오야지가 연기를 고리모양으로 띄운다.

「………」

「『엘릭시르』『아르카눔』달리『신탁의 돌』등 여러가지 호칭이 있지만……그렇게 말하는 사람의 지혜를 초월한 존재의 물건이야」

나는, 이 오야지가 무엇에 대해 말하는지 곧바로 알았지만, 굳이 이 능청스런 어조에 맞춰 대답했다.

「뭐……이름 정도라면」

오야지는 담배를 손가락 끝으로 가지고 놀면서 말한다.

「응, 그리고, 나의 생각이지만……그렇게 떠들썩한 물건은, 역시 그것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이 관리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하지만……자네는 어떻게 생각하지?」

「…………」

내가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있자, 오야지가 익살스레 계속했다.

「이야―, 그걸이 발견되었을 때도, 정말로 목이 날아가지는 않을까하고 생각했어」

아하하 오야지는 웃는다.

그것이……면직된다는 말인지, 그렇지 않으면 문자 그대로의 뜻인진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나는 대답해 준다.

「뭐……그렇겠죠」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런가, 라고 하며 오야지는 손가락 끝으로 담배를 튕겼다.

대굴대굴, 공원의 지면을 구르는 담배.

「그럼 뒷일은……자네에게 전부 맡기기로 하지」

그렇게 말하며 오야지는 일어섰다.

나는 그런 오야지를 보지 않고, 엄지와 집게손가락를 딱! 튕겼다.

그러자, 담배가 사삭 사라졌다.

함부로 꽁초를 버리니 어쩌니 이러쿵 저러쿵 말할 속셈이 아닌, 단순히 이 오야지에 대한 빈정거림이다.

「욱………」

오야지가 겸연쩍은 얼굴을 한다.

그런 오야지로 향해, 나는 손바닥을 쑥 내밀었다.

어리둥절해 하는 오야지.

「뭐지?」

능청스런 얼굴의 오야지, 그런 오야지에게 대꾸한다

「전부 나에게 맡긴다고 했잖습니까」

내가 그렇게 말하자, 오야지는, 허,하고 감탄성을 터트린다.

「어떻게 알았지?」

오야지의 그 물음에, 나는, 졸음을 쫓기 위해, 몸을 뒤로 젖히며 대답했다.

「최근의 돌이, 다른 돌에 비해 묘하게 작은 것과……당신이 왜 그렇게 속사정을 자세히 알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필연적으로 알게되죠」

내가 그렇게 말하자, 오야지는 '아이구' 한숨을 내쉬며 품을 뒤적거리기 시작한다.

「정말이지……장래가 두렵군, 자네는」

아니, 지금도 충분히 무섭지, 라고 말하며 오야지는 품으로부터 빛나는 물건을 꺼냈다.

「자, 이걸로 전부야」

툭, 나의 손바닥에 떨어지는 작은 투명한 돌.

확실히 아카라에게서 강탈한 돌과 이것을 합치면, 다른 돌과 같은 질량이 될 것이다.

「응」

나는 그렇게 대답하며, 돌을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다시 손을 펴자, 거기에는 이제, 돌의 모습은 없었다.

「그럼……혹시 또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그 때도 잘 부탁하지」

그렇게 말하며 오야지는, 느슨해진 트렌치코트를 다시 여미며 돌아선다.

그리고 공원의 출입구를 향해 걷기 시작한다.

어딘지 모르게 애수에 잠긴 듯 한 오야지의 뒷모습.

그런, 오야지의 등을 향해 말했다.

「저기………」

응?  오야지가 멈춰서서, 이쪽을 향한다.

「뭐지?」

「역시, 담배를 받지요」

순간 멍해하는 오야지, 하지만 성큼성큼 나에게 걸어와, 주머니로부터 담배갑를 꺼내, 나에게 내밀었다.

내가 담배를 꺼내, 필터를 벤치에 톡톡 털고나서 내밀자, 오야지가 불을 킨 라이터를 내미었다.

「응……」

나는 그렇게 담배에 불을 붙이자, 입에 물었다.

폐까지 들여마시지 않고, 다만 니코틴을 맛볼 뿐이다.

그대로 나는 천천히 연기를 토해낸다.

나와 오야지이의 사이에, 기묘한 침묵이 흘렀다.

그 와중에 내가 불쑥 중얼거렸다.

「……당신이 연장자라서, 한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내가 그렇게 말하자 오야지는, 거기에 비하면 연장자에 대한 말투가 아니잖아, 라며 벌레를 씹은 것 같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뭐지?」

「응, 아니………」

나는, 벤치에서 널부러져, 하늘을 올려본다.

한들한들, 담배의 끄트머리로부터 연기가 피어오른다.

「저기말야,『뭐든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라는 것과……『뭐든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라는 것은……전혀 별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

잠깐동안의 침묵, 하지만 오야지는 조금 고심하는 얼굴을 하곤 말했다.

「그렇……구나, 하지만―――그렇게 말하는 것은 역시, 개인의 사고방식 나름이 아닐까」

「………」

「그리고 역시………그 대답도, 그 개인이 아니면 낼 수 없다고 생각해」

나는 멍하니, 오야지가 말한 말을 반추하고 생각한다.

……내 나름……인가

「그렇군……요, 그래요」

그리고, 그렇게 납득한 것처럼 중얼거렸다.

「그럼, 어떻게 결론을 내렸지?」

오야지가 흥미로운 듯 물어 온다.

나는 담배를 입에 떼내, 그것을 상하로 흔들면서 말했다.

「아니 그저, 다만 조금……사소한 걸 생각했을 뿐」

키득키득 웃는 오야지.

「뭐……마음대로 하면 좋아, 자네는 이제, 모든 것을 손에 넣었으니까」

모두……인가.

나는 멍하니 생각한다.

나는……무엇을 손에 넣고 싶었나.

팡팡, 오야지가 코트의 자락을 두드린다.

「그럼, 이제 됐다, 나는 자네 앞에서 자취을 감춰주지」

그리고, 그렇게 말하며 다시 공원의 출입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멀어지는 오야지의 모습.

하지만, 무언가를 떠올린 것처럼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나를 향해 휙 돌아섰다.

「아―그렇다, 한가지 말하는 것을 잊었군」

나는 시선만 오야지를 향해 다음 말을 기다린다.

「그……, 그녀만은……그녀에게만은 손을 떼 줄래, 일단 그녀는 나의 부인이니까」

그렇게 말하는 오야지의 얼굴은 지금까지 어딘지 모르게 세상사를 달관한 것 같은 유유한 태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수줍어하며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 오야지가 그녀라고 부르는 사람, 그 사람은 아마도, 그 유부녀 이외에 누구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나는, 벤치에 팔꿈치를 걸어, 오야지를 향해, 무지하게 귀찮은 얼굴로 말했다.

「저기, 내가 그런 종류의 말을 들었을 때,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대꾸하는 말이 있는데……그걸 듣고 싶습니까?」

욱, 하고 오야지의 말문이 막힌다.

그리고 그대로 손을 휙휙 흔들었다.

「아아, 이제 됐다, 알았다 알았다」

그래, 나는 말한다, 비록 누가 뭐라고 할지라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아이구, 정말 무서워요……」

오야지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코트의 주머니 손을 찔려넣고, 터벅터벅 공원을 빠져 나갔다.

그 모습을 눈으로 전송한 후, 나는 다시 벤치에 널부러져, 하늘을 올려본다.

담배로부터 연기가 천천히 하늘로 춤추듯 날아오른다.

……내……나름대로…………인가

푸우, 나는 담배를 내뱉었다.

「자 그럼……이제부터 무엇을 할까」 

점심시간―――

나는 학교의 옥상, 그 한층 더 위에서 뒹굴며,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옥상의 한층 위, 말로 하면 이상하지만, 그것은 이른바 옥상에 출입하는 문 위의 지붕이다.

다리를 꼬고, 양손을 머리뒤에 괴고 멍하니 하늘을 응시한다.

기온은 아직 차갑지만, 아침부터 햇빛에 의해 따뜻하게 데워진 콘크리트에 누우면, 충분히 버틸만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 이면에는, 벌써 겨울도 마지막에 치달았다는 의미가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식으로, 별달리 생각치 않고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문득, 철컥, 옥상의 문을 여는 소리가 귀에 와닿았다.

그와 동시에 들어 온 여자의 목소리.

「어……어머?」

조금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거기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 인간이 없어서일까.

초조하게 사람을 찾아 맴도는 발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한숨을 쉬며, 그 인물을 향해 말문을 열었다.

「케이코, 여기다」

엣, 하는 경호성이 들려온다.

그리고 토박 토박 하이힐로 콘크리트를 밟아 울리는 소리가 점차 다가온다고 생각한 순간, 탕탕 , 이곳에 오르기 위해 사다리를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인님, 이런 곳에 계셨습니까」

그런 목소리와 함께, 안경을 쓴, 나의 담임교사임과 동시에, 나의 암노예이기도 한 타치바나 케이코가 얼굴을 불쑥 내밀었다.

「글쎄……내가 어디에 있든 무슨 상관이지?」

내가 그렇게 말하자, 케이코는 우스개소리를 하듯 나에게 말했다.

「여기는, 학생은 출입금지입니다만……」

「…………」

나는 케이코의 그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이른바 무언의 압력이라고 하는 놈이다.

주륵, 케이코의 이마에 식은 땀이 흐른다.

「죄……죄송했습니다……」

흥하고 투덜거리며, 나는 케이코를 향해 말했다.

「그래, 무슨 용무지?」

「에, 아니……여기에 오면 주인님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케이코는 조금 얼굴을 붉히며 그렇게 말했다.

「요컨대, 용무는 없는 건가」

우, 라고 케이코의 말문이 막힌다.

「아, 안됩니까?」

「아니……그렇다면 나의 용무를 볼려고 생각해서 말이야」

네? 라고 놀라는 케이코에게 나는 말한다.

「케이코, 손을 내밀어라」

주저하는 케이코.

「괜찮으니까 빨리 내밀어라」

「네, 네엣」

내가 그렇게 언성을 높이자, 케이코는 당황한 것처럼 양손을 내밀었다.

「바보」

「네? ……꺄아」

누워 있는 나와는 달리, 케이코는 여기에 올라와 사다리에 매달린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양손을 떼어내면.

「앗, 앗」

밸런스를 잃은 케이코가, 물에 빠진 인간처럼 손을 휘저었다.

후우~, 나는 한숨을 쉰다.

이런 바보는 도울 필요도 없다, 떨어지고 싶다면 마음껏 떨어져라.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나이지만, 케이코는 어떻게든 버텨 다시 사다리를 붙잡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케이코.

「너무 바보같은 행동은 하지마」

내가 그렇게 말하자, 케이코는 수줍은 듯, 죄송합니다라고 웅얼거렸다.

「이봐, 빨리 손을 내밀어라」

케이코는, 밸런스를 잃지 않게, 한 손으론 사다리를 부여잡고, 반대편의 손을 나에게 내민다.

그것을 확인하자, 나는 그 손 위에, 주먹을 쥔 오른손을 가지고 간다.

그리고 손을 펴서, 손안에 쥐고 있던 물건을 케이코의 손바닥 위에 떨어뜨렸다.

「아……」

그것을 본 케이코의 감탄사를 터트린다.

나는 다시 오른손을 머리뒤로 괴며 중얼거렸다.

「확실히 돌려주었다」

케이코가 떨면서 내가 건네준 물건을 꽉 쥔다.

그것은, 내가 케이코에게서 받았던 브로치.

케이코는, 그것을 꼭 껴안듯이 가슴에 가지고 간다.

「네……에………」

똑!똑!  케이코의 눈망울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하지만, 다음순간, 케이코는 당황한 것처럼 목소리를 높인다.

「아앗, 주인님, 저 아직 주인님께 받은 스웨터를 돌려주지 못했습니다 」

나는 그런 케이코의 말에, 아아, 라고 중얼거리듯 대답하며 계속해서 말한다.

「그것은 괜찮으니까 우선 그 걸 치우고 한번 더 손을 내밀어라」

「네? 아, 네에」

케이코는 그렇게 대답하며, 스커트의 주머니에 브로치를 집어넣고, 다시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흠……」

나는 그것을 확인하자, 부스럭 부스럭, 제복의 주머니를 뒤져, 거기에 넣어둔 물건을 꺼낸다.

「이걸, 너에게 주지」

그리고, 그렇게 말하며, 꺼낸 것을 케이코의 손바닥 위에 떨어뜨렸다.

짤랑짤랑, 소리를 울리며 케이코의 손바닥 위로 떨어지는 물체.

「에, 에엣 ! ?」

그것을 본 케이코의 눈망울이 휘둥그레진다.

내가 케이코의 손바닥에 떨어뜨린 물건, 그것은, 보라와 빨강과 파랑과 투명의―――

「주, 주인님, 이것은 무엇입니까, 이렇게 큰 보석?  에엣 ! ?」

여전히 안경 너머로 눈을 둥그랗게 뜬 채로인 케이코에게 말한다.

「괜찮으니까, 너에게 준다, 그 대신 이것들은 내가 좋다고 말했을 때 이외에는 절대 반출금지다, 너의 집에 금고라도 사서 거기에 보관둬라」

하아, 라고 나의 얼굴과 손바닥 위의 광석을 교대로 응시하는 케이코.

「하지만……정말로 괜찮습니까?  몹시 비싼 것 같아요, 이것」

나는, 그런 케이코의 말을 들으면서, 하늘을 올려본다.

그리고, 자유롭게 하늘을 유영하는 구름을 응시하며 말했다.

……아아, 좋다

그것은―――

「이제, 나에게는, 필요없으니까―――」

그대로 나는 잠을 자는 것처럼 눈을 감는다.

나의 뺨을, 아주 조금, 아주 조금씩 봄의 향취를 머금은 바람이, 천천히 쓰다듬고 지나갔다.

  

< 마리오네트 완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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