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편 - 2
날이 저물어, 이미 가로등이 밝혀진 고개를 오른다.
치솟아 오른 산을 깎아 만들어진, 구불거리는 고갯길.
여기는, 내가 사는 마을로부터 멀리 떨어진, 근처의 현으로 이어지는 산을 넘는 고갯길이다.
몇년전까지는, 이른바『峠族』이라 불리는 다운힐 드라이버 집단과 그 갤러리들로 주말 등지에 북적거렸지만, 폭주방지의 단차(段差)가 생긴 이후로는, 특별한 시설도 없는 산의 정상에 오르는 등산인 정도밖에 사용하지 않는, 교통량이 미미한 도로로 쇠퇴했다.
오글오글, 나를 끌어당기듯 머릿속을 울리는 힘.
틀림없다, 이 길의 끝에 놈이 있다.
나는 산 정상을 힐끔거리고, 고갯길을 계속 올랐다.
그리고, 나는 걸음을 재촉하며 아오이에게 말한 내 자신의 말을 생각해낸다.
대가만은 치러준다―――
하핫, 나는 웃는다.
「주제넘은……발언인가」
그리고, 나는 쟈켓의 주머니에 쑤셔넣은 손으로, 케이코에게 받은 브로치를 꽉 쥔다.
……정말로…주제넘은 발언인가
나는, 머리핀을 닮은 커브를 돌아가며 그렇게 마음 속으로 중얼거린다.
뭐 좋다, 요점은, 내가 하고 싶은 걸 할뿐이다.
그 놈에게……짜증나게 막막한, 이 답답한 응어리를 해소하기 위해서.
나는, 윗도리의 가슴부분을 꽈악 움켜쥐였다.
이대로는―――절대 끝내지 않는다.
그리고―――
그리고나서 3개 정도, 꺽어지른 커브를 돌아섰을 때.
20미터 정도 위에, 산을 빙 돌아가야 할 고갯길의 가드레일 위에, 위태로이 걸터앉아 있는 소년의 모습이 보였다.
전신을 칠흑의 가죽옷으로 감싸고, 붉은 모자를 눌러쓴 소년.
아카네를 살해하고, 자신을『통괄하는 자』라고 칭한 인간.
……아니,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무료한 듯 밤하늘을 올려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 놈을 향해 말문을 열었다.
「여―, 경치 좋은가, 피곤하니까, 여기서부터는 네놈이 와라」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 놈은, 응? 이라고 하는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본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는 기색을 하더니, 갑자기 그 가드레일에서 나를 향해 뛰어내렸다.
20미터라고 하는 높이를, 물리법칙을 완전히 무시한 속도로 천천히 내려오는 소년.
……사라지고 날아다니고……철저히 상궤에서 벗어나 있잖아……
탁, 지면에 착지하자, 그 녀석은 나를 향하지 않고, 그대로의 자세로 그 녀석이 내려온 방향의 반대측에 있는 벼랑의 아래를 응시했다.
살랑살랑, 모자 뒤로 늘어트린, 하나로 땋은 머리카락이 흔들린다.
그리고 쟈켓의 주머니에 손을 쑤셔넣은 자세인 채, 불만스레 말했다.
「지각했잖아」
그러나, 그 말투에는 별달리 초조한 느낌은 없었다.
그런 그 녀석에게 나는 대꾸한다.
「흥, 기다리는 것이 싫으면 이런 산속에서 부르지 않았으면 되잖아」
히죽 웃는 소년.
「뭐……여기를 선택한 것은 조금 개인적인 사정으로, 거기에 별달리 싫지 않았어」
한층 주머니 깊숙히 손을 쑤셔넣고, 앞으로 몸을 구부린다.
「무엇보다 모든 힘이, 가져야 할 사람에게, 있어야 할 장소로 돌아오는 것을 기다린다, 이런 즐거운 시간은 없지」
소년은 킥킥 웃는다, 무척 즐거운 듯이.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그 녀석의 그 말을 비웃었다.
「하앙, 가져야 할 사람, 있어야 할 장소, 냐」
이놈을 바보취급하는 어조.
소년이 그 말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놈은…『통괄하는 자』라고 하는 입장에서 말한건가? 그렇다면―――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품으로부터, 주머니에 쑤셔 넣었던 종이다발을 꺼내, 그것을 그 놈의 발밑에 내던졌다.
휙 떨어진 종이가, 바람에 팔랑팔랑 흔들린다.
그 놈은 흥미 없는 얼굴로 종이다발을 내려다 보았다.
하지만, 그런 그 녀석의 태도에 상관치 않고, 나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의 아버지는……S. 하이마 연구소라는 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내가 그렇게 말한 순간, 그 녀석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나는 싱긋 웃으며 계속한다.
「뭐야, 알고 있는건가, 각성한지 얼마 안된 애송이 주제에 세상에 대한 견문이 대단하잖아」 ☜ 눈 뜬지 얼마안된 고대의 인물로서는 세상에 대한 견문이…(또 다른 번역)
나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비웃듯이 말했다.
「그래, 미국에 있는……유전자, 인간게놈의 해석으로는 세계최고를 달리고 있는 연구소다」
나는 토닥토닥 목을 두드린다.
「지난번……너와 싸웠을 때, 네놈의 목에서 나온 피가 나의 손톱에 묻어있어, 그 피를 보내 조사를 부탁했다」
「………」
「시간이 없다든가 샘플의 손상이 심하다든가 여러가지 불평이 있었지만, 결과는 거기에 써 있는 대로다」
내가 던진 종이다발를 힐끔거린 후, 소년은 나를 응시한다.
「………」
변함없이 감정의 기복은 찾아 볼 수 없지만, 그 눈동자에서는, 확실히 장난끼가 없어지고 있다.
「읽지 않을 건가? 그렇다면 내가 대신 읽어주지」
나는, 그 놈에게 대항하듯이 쟈켓의 주머니에 양손을 쑤셔넣었다.
그리고, 조롱하는 것처럼 말했다.
「『검사결과, 이 혈액의 소유자는 83%의 확률로 10대~20대의 일본남자이며, 또한, 극동 아시아로 범위를 넓힌다면, 그 확률은 95%를 넘는다』라고 한다, 유감스럽지만 잠에서 깨어 각성했거나 고대유적으로부터 발굴된 것의 소유자라고 우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닌 것 같군」
내가 그렇게 말한 순간―――
휘이잉, 골짜기 아래로부터 돌풍이 분다.
그 바람이 그 놈의 발밑에 흩어져 있던 종이를 날려버렸다.
아득히 높게 날아오른 저놈의 정체가 쓰여진 서류.
바람은 그 순간 그친다.
후드득, 함께 날아오른 모래가 떨어진다.
나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어깨에 내려앉은 모래먼지를 털어냈다.
그리고 그 녀석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허세를 부릴거라면, 그것이 통할 상대인지 아닌지를 확실히 파악했어야지」
「………」
무표정하게 나를 응시하는 소년.
「그렇지 않으면……『자기자신의 힘으로, 그런 일도 자유자재로 조작할 수 있다』라고 말할건가? 아아, 그 정도의 힘이라면, 네가 그렇게 주장한다면 믿어주지」
실제, 지금의 검사결과 정도라면, 나의 육체간섭의 힘으로도 얼마든지 조작할 수가 있다, 저놈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상식 밖의 능력이라면 똑같은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놈은 재미없는 듯 나에게서 얼굴을 돌려, 그대로 뚜벅뚜벅 도로의 중앙까지 걸어간다.
그리고 멈춰 서서, 그 도로에 스며들어 있는 차의 오일과 같은 얼룩을 신발창으로 비비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금부터 약 1개월하고 보름전……어떤 유적발굴 그룹에 소속해 있던 연구원이, 그 그룹이 발견한 광석의 불가사의한 힘을 눈치채고, 그것을 자신의 물건으로 하려고 훔쳐 달아났지……」
「………」
「하지만……그릇이 아니었어, 그 연구원은, 그 힘에 매료되지도, 삼켜지지도 않았는데, 차로 도주하는 와중에, 핸들을 잘못 조작해 고갯길에서 추락……불타고, 폭발, 숯댕이가 되어 사망했다」
……아아…확실히 그런 이야기를 아카네에게서 들은 기억이 있다
「그런 바보같은 연구원의 이름은『미카미 히데아키(三上 秀晶)』」
아스팔트를 뒤꿈치로 강하게 찬다.
「나의……얼빠진 형이야」
소년은 나를 향한다, 그리고 히죽 웃었다.
그것은 틀림없이, 아카네를 벌레라도 죽이듯이 살해한 이놈의, 아이만이 가능한 광기에 사로잡힌 웃음.
등골에 한기가 스멀거렸다―――
「처음 뵙겠습니다『미카미 아키라(三上 晶)』라고 합니다」
찌릿찌릿, 나를 자극하는 긴장감.
이놈……아니, 미카미 아키라에게서 방출되는 적의(敵意)가 바늘처럼 따끔따끔 찔려온다.
그러나, 나는 그런 아키라의 압력을 뿌리치며, 쟈켓의 주머니에 손을 쑤셔넣고 냉정하게 중얼거렸다.
「요컨대……아카네의 아버지의 연구실로부터 도둑맞은 돌은, 2개라는 건가」
아키라는 오른손을 모자의 챙으로 가져가, 깊게 눌러쓴다.
나를 뚫어져라 응시하던 시선이 차단된다.
「그래……하나는 당신이 주운, 사람의 정신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능력을 지닌 보라색의 실, 그리고……」
아키라는 그대로 오른손을, 중지를 내밀어 나를 향했다.
아주 조금 치켜든 모자 아래로 엿보이는 날카로운 안광이, 재차 나를 쏘아 맞혔다.
피잉, 손가락 끝이 빛난다.
「내가 받은, 이 실이야」
스윽, 아키라의 손가락 끝에서 빛의 실이 빠져 나왔다.
나는, 한쪽 발을 뒤로 당겨 자세를 취했다.
요동치며 성장한 광사(光?)는, 뱀이 대가리를 치켜 세우듯이, 정면에서 나를 내려다본다.
그 실로부터 발해진 위압감에, 뺨에 식은 땀이 흐른다.
「자……이제 슬슬 시작인건가」
그런 긴장감이 충만한 말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아키라의 릴렉스한 표정.
나는 천천히 주머니로부터 손을 꺼내, 언제라도 뛰쳐나갈 수 있도록 자세를 낮추었다.
그러나, 한들한들, 마치 나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듯이 흔들거리는 광사 때문에, 나는 서투른 행동을 취할 수 없다.
실과 아키라, 나는 교대로 시선을 옮겨 견제한다.
뚝뚝, 땀이 턱선을 따라 아스팔트로 떨어진다.
그런 나를 보며, 아키라는 히죽 웃었다.
「그 전에―――」
마치 나를 무시하는 것처럼, 아키라는 실을 뽑아내고 있는 손가락 끝을 빙글빙글 돌렸다.
「당연히 당신은, 그대로 우두커니 서있으면 나에게 살해당할 뿐이니까 반격하지 않으면 안 될테지만……그런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맞춰볼까?」
흐흥, 콧노래라도 부를 것 같은 아키라의 표정.
「내가 생각컨대……당신에게 있어 최대의 위협은, 콘크리트의 전신주조차 절단하는 이 실의 공격력이 아냐」
꽉 쥐고 있던 나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린다.
그런 나를 비웃듯이 아키라는 계속했다.
「당신에게 있어 제일 귀찮은 것, 당신이 가진 실의 능력을 모두 봉해 버리는, 나의 방어력이야」
자랑스럽게 말하는 아키라.
나는 그 말을 듣자, 칫하고 혀를 찼다.
……아아 그래, 그대로다
저놈의 공격력이 아무리 강해도, 그것에 대항할 수 있는 무기만 있다면 얼마든지 공략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없고, 일방적으로 공격받을 뿐이라면……
꾸욱, 나는 이를 악물었다.
문자 그대로 대핀치, 일방적으로 희롱당하고, 이놈 앞에서 쓰러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힘을 빼듯이, 주먹을 풀었다.
「잠깐 기다려,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맞힌다고 했잖아」
행동에 착수하려는 나를, 아키라는 위협하듯이 광사를 조종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아키라의 행위를 무시하며 실의 힘을 사용한다.
나는, 실을 내 자신의 체내에 둘렀다.
그래, 육체간섭의 힘을 가진 푸른 실을.
내가 가진 이 실은 저녀석에 대한 직접적인 무기로서는 사용할 수 없다, 그렇다면―――
몇개인지, 미처 다 셀수 없을만큼 분열해 체내의 구석구석까지 퍼지는 푸른 실의 능력.
이 실을 사용해, 완전히 별개의 무기를 준비하면 된다!
저놈에게 통할 유일한 공격.
육체간섭의 힘을 이용해 강화한 육체를 사용해, 직접 저놈의 신체를 파괴한다.
나는 널리 퍼진 실의 힘을 사용해, 스스로의 육체를 강화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이런이런」
한심하다는 아키라의 목소리와 함께, '퍼억'이라고 하는 충격이 왼쪽 팔뚝 근처에 울렸다.
뭐야―――
나는 왼팔을 내려다본다.
나의 충격이 울린 왼팔로부터는, 푸욱하며 핏줄기가 힘차게 분출하고 있었다.
나는 왼팔을 감싸며 뒤로 물러서, 피가 분출하고 있는 부위를 오른손으로 누른다.
……뭐야? 저놈이 무슨 짓을 했지?
강하게 눌러도 피는 멈추지 않는다, 주르륵, 오른손의 손가락 사이로 선혈이 새어 나온다.
저놈에게 당한 것은 틀림없다, 왜냐하면 육체간섭의 힘을 사용해 치료하려고 해도, 상처가 전혀 아물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능력을 무효화시키는, 저놈의 능력으로 생겨난 상처―――
그렇게 동요하는 나의 귀에, 아키라의 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깜짝 놀라 아키라를 향한다.
아키라는, 스스로가 발한 빛의 실을 사랑스럽다는 듯 올려보고 있었다, 마치, 그 힘에 도취된 것처럼.
「 ! 」
그리고 다음순간, 그 아키라가 올려보고 있던 광사가 형상을 바꾼다.
핑핑핑 하는 소리를 내며, 실이 몇센치 단위의 짧은 실로 조각조각 흩어졌던 것이다.
그 수는, 수십개.
그것이 휙 둥글어지며, 작은 빛의 구슬로 모습을 바꾼다.
실을 올려보고 있던 아키라가 나를 향한다.
나에게 있어, 꺼림직한 미소를 지은 그 표정.
다음순간『퉁』이라고 하는 소리와 함께 수십개의 빛의 구슬이 나의 전신을 관통했다.
「아………」
휘청, 신체가 기운다.
겨울의 건조한 기후로, 바싹 메말라 있던 옷이, 신체로부터 분출하는 선혈을 흡입하여 눈 깜짝할 사이에 무거워졌다.
피와 함께 전신의 힘이 빠져 나간다.
……당했……다
축 처지는 팔, 그 손가락 끝으로 핏방울이 떨어져 내린다.
이 선제공격으로 인해, 나의 계획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내가 저놈의 공격으로 당한 상처, 확실히 이 상처 자체도 치명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나에 있어 치명적인 것, 그것은 저놈의, 나의 능력을 무효화 시키는 힘이 전신에 퍼졌다는 것.
저놈의 실로 공격받은 곳에는 나의 실의 힘을 사용할 수가 없다, 즉 그것은 육체를 강화시킬 수도 없다는 것이다.
만약, 이대로 무리해서라도 육체를 강화해 저놈을 공격하고자 한다면, 강화한 장소와 그렇지 않은 장소의 근육의 뒤틈림으로, 나의 신체는 갈기갈기 찢겨 버릴 것이다.
출혈에 의해 눈이 침침해진다.
안되는가?
아카라에게 있어 이런 공격은 살짝 장난하는 수준일 것이다.
그런 장난에 나는 저놈의 눈앞에서 무릎을 꿇어 버리는가?
싫다―――
쿵, 나는 그대로 지면에 무릎 꿇었다.
지금까지 내려다 보고 있었음이 분명한 아키라의 얼굴이 내 위에 위치한다.
하지만, 나는 그 자세조차도 유지하지 못하고, 손을 지면에 대어, 넙죽 엎드린 자세에 가까운 상태가 되었다.
그런 나에게 안심했는지 , 아카라가 뚜벅뚜벅 다가온다.
그리고 그야말로 여유를 과시하는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벌써 항복? 의외로 싱겁네」
고개를 숙인 나의 눈에 비치는 아키라의 다리,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다.
그것을 보면서 나는 힘겹게 중얼거렸다.
「그럴리가」
어? 라고 아키라가 경호성을 지껄이는 것보다도 빠르게, 나는 왼팔을 지면에 힘껏 때렸다.
푸른 실의 힘으로 강화되어, 통상의 2배까지 팽창한 왼팔을.
확실히 전신을 강화한다면 뒤틀림이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여기는……왼팔, 팔꿈치로부터 앞쪽만은, 최초의 공격을 받았을 때, 그 팔을 감싸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기 때문에, 두번째 공격을 피할 수가 있었다.
여기만을 강화한다면, 부분적인 뒤틀림은 일어나지 않는다!
나는 손목에 반탄된 힘으로 튀어올랐다, 그리고 그대로 그 팔을, 다가왔던 아키라에게 쑥 내밀었다.
나는 손바닥을 활짝 폈다.
이 강화한 팔의 악력으로, 이놈의 모가지를 찌부러트린다! ☜ 모가지를 꺽어버린다!
그러나―――
그 뻗은 팔은, 아키라의 모가지를 움켜잡을 수 없었다.
휙, 아키라가 쓰고 있는 모자의 챙을 스쳐, 허공을 휘저었을 뿐이다.
아키라는 당황하지도 않고, 아주 조금 상체를 젖힌 것만으로 나의 공격을 피했던 것이다.
―――읽혔다 ! ?
혼란스런 나의 시야에 들어오는, 아키라의 일그러진 웃음.
나를 바보취급하는 것 같은.
설마―――
아키라가 작게 중얼거린다.
「도주로를 마련해주고 궁지로 몰아넣은 인간은……모두 같은 행동을 취하지」
도주로……왼팔 하박부에는 상처가 없었던 걸 말하는 건가……
그런 아키라의 얼굴이 빛으로 희릿해진다.
나의 눈앞에 나타난, 방금전과 같은 수량의 빛의 구슬.
……꼴불견이군……읽혀진게 아니라 …내가, 이놈의 유도(誘導)대로 행동한 것 뿐이다……
다음순간, 방금전과 변함없는 충격이 나를 관통한다.
「―――」
나의 육신은, 스스로가 날아오른 기세와, 아키라의, 아래로부터 밀어 올리는 것 같은 공격에 의해 공중에 뜬 것 같은 형태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일순간, 그대로 중력의 속박에 의해 자유낙하를 개시한다.
그러나 이제 나의 다리에는, 체중을 지지할 정도의 힘은 없었다.
무릎을 꿇고, 그대로 앞으로 무너지듯 쓰러진다.
이제 나는…그 자세에서 손가락 하나도 까닥할 수가 없었다.
「커…헉……」
호흡을 하려고 해도, 토해지는 것은 공기는 아닌 핏덩어리.
눈이 뿌옇게 흐려지며, 의식도 희미해진다.
그런 나의 머리에, 무언가 딱딱한 것이 내리눌렸다.
아마도 아키라의 신발창.
흥이라고 하는 아키라의 웃음소리.
「모처럼 신체가 따듯해졌는데, 이것으로 끝인가」
그런 아키라의 목소리와 동시에 쟈켓의 지퍼를 내리는 소리와 그것을 벗어제껴, 던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미 나는 그 아키라의 행위를 굴욕이라고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가망이……없다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
거기에……이만큼이나 싸웠는데도 모르겠다.
이놈의……미카미 아키라가 가진, 빛나는 실의 진정한 능력을.
물건을 절단한다든가, 하늘을 난다든가, 나의 능력을 무효화한다든가, 그런 단편적인 것이 아닌, 내가 가진『정신간섭』『감각간섭』『육체간섭』처럼, 이른바 그 실의 핵(코어)이라고 부를 수 있는 능력.
있을 것이다, 설령 그 능력의 위력에 차이가 있을지언정, 같은 종류의 힘이라면 반드시.
그것만 알면―――
퍽! 이라고 하는 충격이 머리를 때렸다, 아키라가 나의 머리를 걷어 찬 것이다.
「그럼……이제 슬슬 당신이 가진 힘을 넘겨받을까, 굳이 숨통을 끊지 않아도 그 상태에서 실을 빼앗기는 충격이 더해지면, 틀림없이 절명하겠죠」
……그런데……이놈은…왜 이렇게까지, 나의 힘에 집착하지?
그 정도의 능력에 비하면, 나의 실의 능력은 장난감보다 약간 나은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아키라는 그런 나의 생각에는 상관치 않고, 그대로의 페이스로 지껄인다.
「아, 그렇다, 모처럼이니까……이른바『명토(冥土)의 선물』²은 당신에게 나의 진정한 능력을 가르쳐주는 걸로 할까」
움찔, 나의 손가락 끝이 떨린다.
……뭐…라…고?
「어쩌면 벌써, 짐작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짐작…이라고……
흐흥, 흥분한 것처럼 코를 울리는 아키라.
「내가 가진, 이 힘의 진정한 능력, 그것은『소멸시키는 힘』―――이야」
소……멸……?
「언뜻 보면, 실에 의해 물건을 절단하거나 구멍을 뚫는 것처럼 보이지만……그것과는 달라, 이 실에 접촉하는 부분을 소멸시키고 있지」
잠깐…기다려……
「당연히 당신의 능력을 무효화시키는 것도, 이 힘을 사용해 당신의 힘을 소멸시키는 거지」
네가 가진 실의 능력이『소멸시키는 힘』이라고? 그렇다면…그렇게 생각하면………
「그리고―――」
탁, 이라고 하는 소리가 엎드리고 있는 나의 귀에 와닿는다, 그것은 아키라가 지면을 박차고 뛰어오른 소리.
그러나, 그 소리는 그 한번밖에 들려오지 않았다.
즉 아키라는 지금, 공중을 부유하고 있다.
……그 현상은…혹시……
「추찰(推察)²이 좋은 당신이라면 이제 알지도 모르지만……이것은 무엇을 소멸시키고 있을까?」
킥킥, 즐거운 것 같은 아키라의 웃음소리.
「나에게 작용하는『중력』을 소멸시키는 거야」
탁, 이라고 하는 아키라가 착지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 내가 소멸시키는 것은, 실제로 눈에 보이고 있는『물건』만이 아닌, 중력이라든가, 그렇게 일컷는 물리적 에너지나 법칙, 결국은 섭리까지도 자유자재로 소멸시킬 수 있다는 거지」
하…하……
나는 자조적인 웃음을 터뜨렸다.
처음부터……당해 낼 수가 없었잖아……
그러나 입으로부터 흘러내리는 것은 붉은 선혈뿐.
마음만 먹으면……나의 능력도, 나의 신체도 순식간에 소멸시킬 수 있다는 거냐……
가지고 놀았다는……거냐……
차츰, 나의 의식과 함께 아키라의 목소리가 멀어진다.
어쩐지…졸린……다………
절망적인 역량의 차이를 목도하고, 허무하게 스러지는……이것이 최후인가……
그러나 그런 나를 뒷전으로, 아키라의 자화자찬은 끝나지 않는다.
「그런데……지난번에 내가, 당신에게 말했지, 나는 아직 이 힘을 마음대로 다룰 수 없다고, 그건 거짓말이 아냐, 이 힘은 아직, 다른 힘이 잠재되어 있지」
……이제 됐어……입닥쳐 줄래……시끄러워서, 잘 수가 없잖아……
육신이 차갑게 식어 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이 소멸시키는 힘과는 정반대인―――『창조하는 힘』」
…………
「그래, 이 힘을 전부 사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소멸시키고, 모든 것을 창조할 수 있는 신(神)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어!」
움찔!
그 말을 들은 나의 손이 움직인다.
모든 것을……창조할 수 있어?
희릿하게 눈꺼풀을 연다.
눈앞에 있는 것은 아스팔트에 방울져 떨어지는 검붉은 선혈.
벌써 오래된 것은 굳어져 있다.
…아키라……하나만 가르쳐주라……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지?
그것은………
『생명도―――――인가?』
카칵, 나의 손톱이 아스팔트를 긁었다.
주……라……
굳어진 피(血)에 의해 지면에 달라붙어 있던 얼굴을 떼어낸다.
그 힘이……나에게는 필요해……
평상시보다, 10배는 강하게 느껴지는 중력을 뿌리치며, 나는 상체를 일으킨다.
나의…이 힘을 갖고 싶다면……줄…테니까…
신체를 지탱하듯이, 손톱이 파고들만큼 강하게 무릎을 움켜쥔다.
그 힘만……그 힘만, 나에게 줘!
나는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올려보는 아키라의 얼굴.
그것은, 지금까지 자랑스레 자화자찬하고 있던 녀석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고요한……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키라는 수도(手刀)를 내찌르듯, 똑바로 팔을 치켜올린다.
그 손가락 끝에서 빠져나오는, 하늘을 목표로 하는 것처럼 솟구치는 빛의 실.
쟈켓을 벗은 그 복장도, 아키라의 옷은 흑색이었다.
암흑(暗闇) 속에서 솟구치는 빛의 실.
「아……」
솔직히……이런 상태라서 말하는데, 나는 무심결에 그 광경에 정신을 뺏겨 버렸다.
고용한 아키라의 목소리.
「고마워……」
갑자기 아키라가 웃는다, 그것은, 지금까지 내가 쭈욱 봐 왔던, 나를 바보취급하는 것 같은, 업신여기는 것 같은, 그런 웃음과는 완전히 다른 웃음이었다.
「이것으로 나는, 초월할 수 있어」
붕, 아키라가 수도를 휘둘러 내렸다.
거기에 뒤따라, 빛의 실이 나를 노리고 떨어져 내린다.
『퍽』
푸욱.
손을 뻗어도 닿지 않을 거리에 있는 아키라의 신체에, 선혈이 튀긴다.
「………」
접촉한 것, 그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빛의 실이, 나의 가슴으로부터 몸통을 엇베기³로 찢어발겼다.
뒤뚱, 아키라의 신체가 기운다.
아니, 기운 것은 나의 신체.
이제 나는, 그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면이 나를 향해 돌진해 온다.
쿵, 단단한 아스팔트에 처박는 충격이 나의 육신에 울렸다.
의식이 있는 걸까, 없는 걸까.
눈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는다.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모든 것이 전부 사라져 간다.
언제나 내가, 꿈 속에서 헤매이던 무(無)의 세계.
……하지만 이 세계가…이렇게도……추운 곳이었나……
그러나, 그런 세계에 나를 유폐시키던 고통 중 하나가 일시에 해소된다.
그것은 중력.
살짝, 나의 신체가 공중에 떠올랐다.
아키라의, 중력을 소멸시키는 힘이 나에게 작용했다.
목언저리에 느껴지는 조그마한 따뜻함.
아키라가 공중에 뜨고 있는 나의 숨통을 움켜잡은 것이다.
「최후로군」
그런 말을 했는지 안했는지.
지금의 나에게 외부로부터의 정보를 인식할 수 있는 힘은 없다.
다만, 나는 그 무의 세계에서 관망하고, 느끼고 있을 뿐.
그것은 내가 지금까지 걸어 온 길.
무의식 중에, 기억에도 없었던 나의 과거가 차례차례, 떠올라 사라지고, 떠올라 사라진다.
사람들은 이것을, 주마등(走馬燈)이라 부르던가.
그런 것을 보고 있던 나의 입술이, 가느다랗게 움직였다.
「언제부터……였지……」
언제부터였지………
아마도, 먼 옛날이라고 기억한다……
보이는 것은 새하얀 세계.
끝이 없는, 처음으로 보는 공허한 세계.
하지만 나는 이 세계를 알고 있다.
위도 아래도 없다, 내 자신이 서 있는지조차 인식할 수 없다.
그래, 여기는 내가, 언제나 꿈 속에서 보고 있던 어둠의 세계다.
다만, 흑색이 백색으로 반전되어 있을 뿐.
그 세계에 나는 혼자 존재하고 있다.
결국 내가 가까스로 도착하는 곳은, 이 아무도 없는 나 혼자만의 세계라는 건가.
하핫, 그럼 그렇지.
그렇게 자조하며, 나는 발밑을 본다.
그러나 거기에 있는 하나의 인영.
나의 허리정도의 신장에, 이 세계에 동화하는 것 같은 하얀, 무표정의 가면을 쓰고 있는 소년이 혼자, 나를 올려보는 것처럼 정지해 있었다.
「………」
가만히 나를 올려보는 소년.
가면을 쓰고 있기 때문에, 그 정체를 판별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놈은――――나다.
그래, 어린시절의 나.
나는, 이 나를 내려다보며, 내 자신의 유년기를 회상한다.
그것과 동시에.
이 새하얀 공허한 세계에, 내가 태어나고 나서 지금까지 더듬어 온 길이 영사기(映寫機)처럼 비추어졌다.
나는 그 비춰지는 것을 올려본다.
아아 그렇다……그리고보니, 나는 꼬마였을 때부터 뭐든지 할 수 있는 녀석이었다……
눈부신 것이라도 보듯이, 나의 눈이 가늘어진다.
주위의 인간들이 바라는 것, 기대하는 것, 그것들 전부를 실력의 절반도 발휘하지 않고 해낼 수가 있었다.
화면에는, 피나게 노력하는 인간과, 그것을 변변한 노력도 없이 간단히 추월해 가는 나의 모습이 비춰진다.
두뇌를 사용하는 일도, 신체를 사용하는 일도, 모든 것이 전부 그랬다.
나에게 당해내는 녀석은 한명도 없었다.
주위의 인간들은 천재라고 나를 칭송했다.
나는 영웅이었다.
하지만―――
…………
그것도, 그 능력이 그 놈들의 재량(裁量)으로 다룰 수 있을 때까지.
이윽고 나의 칭호는 천재로부터 괴물로 이름을 바꾼다.
범인은 괴물을 어떻게 취급하지? 그 녀석을 자신들의 의도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걸 알면.
게다가 그 녀석은 정면으로 상대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흥, 나는 웃는다.
간단하다, 그 녀석을……자신들에게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배제하려고 하는 것.
나를……자신들의 집단 속에서 배제하려고 하는, 자기방위능력(自己防衛能力)만 발달한 나의 발끝에도 못 미치는 느림뱅이들.
영사기에 의해 비춰지는 고립된 나, 가족에게까지 미치는 박해.
저능한 놈일수록, 그 행동은 격렬해진다.
하지만……나는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알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우수할지라도.
내 주위에 있는 인간들이 아무리 멍청이라도.
결국 인간은……홀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영사기에 의한 화상이, 노이즈라도 발생한 것처럼 흐려져 간다, 그 이후의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래서 내가 한 일.
내가 만들어 낸 것.
그것이―――
나는, 시선을 아래로 내려, '소년의 나'를 향해 손을 뻗는다.
'소년의 나'는, 가면을 양손으로 벗어, 그것을 나에게 내밀었다.
나는 가면을 받는다.
'소년의 나'는, 그걸로 역할이 끝난 것처럼, 하얀세계에 녹아내리듯 사라져 갔다.
이……
나는 가면을 착용한다.
거짓의 가면――――
자신을 제어해, 모든 것을 원활하게 진행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구속도구와 같은 이 가면.
가면에 틈새는 없다.
가면을 착용한 내 앞에 어둠(闇)이 깔린다.
그렇다……쭈욱 이런 느낌이었다.
눈에 비치는 모든 것도, 느끼는 모든 것도, 이 가면으로 차단해.
모든 것에 대해, 자신을 죽여왔다.
모든 것을 진심으로 생각하지 않고.
모두에게 진심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내가 움직이면 세계가 망가진다.
그러니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러니까 나는 아무것도 해선 안 된다.
거기에 진정한 나는 없다.
나는 존재해선 안 된다.
그런 것을 반복해, 문득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는―――
이 세상에―――
마음 속으로부터 진심으로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하나도 없게 되어 있었다―――
………
이제……괜찮겠지?
이대로 잠들어도.
이대로 끝내버려도.
그러면……
여러가지를, 생각하는 것도―――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것도―――
하지 않아도―――――――
…………
…………………
나의 몸이 녹기 시작한다, 마치 하얀 세계에 동화하듯이.
사라져 가는 나의 의식, 나의 신체―――
………저건………잠깐……기다려………
문득 머릿속에 스쳐간 기억.
……하지만, 최근………
……그것도 매우 최근, 무언가 있던 것 같은………
그 순간―――
『찌직』비명을 지르며, 가면에 균열이 생긴다.
마음의 깊숙한 곳에서 솟구치는 감정이 멈추지 않느다―――
어쩔 줄 모르며 즐거워한 일이 있던 것 같은―――
2번째의 균열이 가면에 생긴다.
그것은 가면의 눈에 해당하는 부분까지 닿아, 그것에 의해 나의 시계(視界)가 열렸다.
그리고 그 가면의 균열의 틈새로부터 보인 것.
그것은 2명의 소녀.
내가 능욕한 2명의 자매.
하지만―――
그녀들의 얼굴에 나타나는 감정은, 결코 그 때 나에게 보여준, 연모(戀慕)의 표정도 애원(哀願)의 표정도 아니다.
그것은, 나를 억지로 굴복시키려는, 나를 핍박하는 공격자(攻擊者)로서의 표정.
……아아, 그래……
나는 왜, 그 때 웃었지?
그 2명과 싸웠을 때, 나는 왜 저만큼의 고양감(高揚感)을 느꼈지?
저 애들을 쓰러뜨린 후, 저 애들을 내가 원하는대로 유린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기대 때문인가?
틀려!
그것을 분명히 자각한 순간―――
『두근』
지금까지, 움직이고 있는지 멈춰 있는지 알 수 없었던 심장이 크게 울렸다.
견딜 수 없이……즐거웠기 때문이잖아?
설령 유린당해, 육신이 너덜너덜 만신창이가 되었더라도.
그 상황에서 상대를 나락에 떨어뜨리는 것이……
자신의 신체와 두뇌를 풀(Full)로 사용해, 전력으로 그 녀석들을 굴복시키는 것이……
어쩔 줄 모르게 즐거웠으니까!
가면을 두동강 내는 균열이 단번에 가로지른다.
그렇다면………
얼굴에서 벗겨져 떨어지는 가면.
웃어라!
땅! 가면이 지면 같은 곳에 떨어지자, 그 충격으로 이 하얀세상에 균열이 퍼졌다.
최고의……시추에이션이 아닌가.
그 균열로부터 보이는 외부 세계, 거기에 있는 것은 미카미 아키라.
최고의……사냥감이 아닌가.
세계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것과 함께 나의 육신이 색채을 되찾아 간다.
미카게 히로키, 네가 너로 있어도 좋다.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도 좋다.
타인을 위해서가 아닌, 너 자신을 위해서.
세계를 구성해 있던 허무(虛無)가 파편이 되어 부서진다.
그러니까………
붕괴하는 세계.
입가를 치켜 올리면서………
나의 육신이 광휘에 둘러싸였다.
웃어라!
나는 희릿하게 눈을 뜬다.
이곳은 내가 돌아온 현실의 세계.
눈을 완전히 뜨자, 한 손으로 나의 숨통을 잡고 있는 미카미 아키라의 모습이 보였다.
……이 놈인가……
……이 놈을 나는 전력으로 부숴버려도 괜찮은 건가……
자연스레 입가가 치켜오른다.
그 순간, 나의 숨통을 움켜잡는 손이 움찔 떨렸다.
……하…하……
그래, 그 얼굴이다.
나는 그 얼굴을, 어릴 때부터 계속 봐 왔다.
그것을 상기하며, 나는 마음 속으로 중얼거린다.
너, 지금―――
나에게 기죽었냐?
큭큭큭, 나는 웃는다.
변함없다, 이 놈도 같다.
나에게 당해내지 못하자, 단지 멀찍이 둘러싸고 나에게서 발버둥치던, 나의 발끝에도 못 미치는 패거리들.
다만, 그런 녀석이……조금 강한 무기(武器)를 손에 쥐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 생각해라, 도대체 어찌 된 영문으로 이 놈은 나에게 일부러 허세 따위를 부렸는가.
여유?
아니 다르다, 이 놈은 내가 두려웠다.
허세라는 것은 입장이 불리한 녀석이 강자에게 부리는 것이니까.
그래, 생각해 보면 이 놈에 관해서는, 그 이외에도 수상한 점이 여러가지 있다.
예를 들어 이놈에게 살해당한 아카네―――
아카네는 어째서, 나를 감쌌지?
아니, 어째서 감쌀 수 있었지?
이 실은……우리들이 가진 실은……
이 실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면 안보일 것이다!
실의 능력을 나에게 빼앗긴 아카네는 이놈의 빛의 실이 안보였을 것이다, 즉 나를 감싸는 행동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째서지?
해답은 간단하다, 이 놈의 능력의 본체가, 실이 아니니까.
아마도 이 놈의 실은, 조금 전에 말한『창조하는 힘』으로 만들어낸 것이겠지.
그 더미(dummy)에『소멸시키는 힘』을 실어 아무리 봐도 실 그 자체가 힘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나에게 인식시켰다.
그렇게 되면 조금 전에 이놈이 지껄이던 것도 거짓말이 된다.
이놈은 조금 전, 자신은 소멸시키는 힘만을 구사할 수 있고 창조하는 힘은 구사할 수 없다고 지껄였던가……
제대로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말해놓고 보니 역효과의 허세잖아.
어째서 그렇게까지 나에게 엄포를 늘어놓지?
그렇게 내가 두려운가?
크크……알겠다, 알겠다고, 이놈의 속셈을 명확하게 알겠다.
내가 자신을 자책하면서, 어쩔 수 없다, 통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이놈의 엄포에 멋지게 속은 이유다.
그런 나를 올려보면서 아키라가 재미없는 듯 중얼거린다.
「왜 그래? 피가 부족해서 머리가 이상해져 버렸나?」
피?……그래, 피가 부족하게 되었지.
그렇다면 만들어 내면 된다.
조금 전부터 나는, 이놈의 공격을 받은 곳의 상처가 아물지 않고, 피가 멈추지 않는 것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었지만……
발상을 바꿔서, 피가 멈추지 않으면, 멈추지 않아도 괜찮게 만들면 된다.
나는 아키라를 내려다 보면서, 한층 미소를 띄운다.
이제 좋아? 나에 대한 우월감을 잔뜩 즐겼나?
그렇다면―――
이제 슬슬 너를―――부숴볼까? ☜ 네놈 새끼를 뽀샤주마!(로 번역하고 싶었다!)
나는 다시 전신에 실의 힘을 돌렸다.
하지만, 이번엔 상처를 막기 위함도 육체를 강화하기 위함도 아니다.
나는 전신의 뼈, 골수에 실을 에워싸게 하고 그 신진대사를 활성화 시켰다.
인간의 혈액은 주로 골수에 의해 만들어진다, 즉 거기를 평상시의 수십배로 활발화 시키는 것만으로, 잃는 혈액의 양보다, 생산되는 혈액의 양이 많아진다.
나는 한술 더 떠, 움직임이 둔해진 심장을 억지로 움직여, 만들어진 새로운 혈액을 전신에 보낸다.
「뭐야」
나를 올려보고 있던 아키라가 '흠칫' 하는 얼굴을 한다.
그도 그럴 것이다, 다량출혈로 죽어가던 남자의 신체로부터, 지금까지 이상의 선혈이 분출했으니까.
하지만 그것은, 나의 생명활동이 활발해진 증거.
「무엇을 하고 있는 거야, 네놈!」
나의 숨통을 움켜 쥔 아키라의 손에 힘이 더해진다.
나는 그 순간, 내려뜨린 팔의 손가락 끝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듯 흐르고 있는 혈액에 감춰, 실을 지면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그 실을, 지면 아래에서 그 수효를 셀 수 없을 만큼 분열시킨다.
「반격……개시다」
나는 그렇게 외치며, 아키라의 이목을 나에게 집중시켰다.
어? 라고 경호성을 내뱉는 아키라.
그 순간, 나는 지면에서 분열시킨 실 전부를, 나와 아키라를 둘러싸도록, 솟구치게 했다.
「 ! 」
나와 아키라의 신체가, 수십에서 수백의 보라색 실에 감싸인다.
하지만, 아키라는 그것을 빙 둘러보며―――
「모르는군」
웃으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와 동시에 아키라의 전신이 빛난다.
그리고 그것은, 폭발하듯이 퍼지며, 일순간에 보라색 실 전부를 말끔히 지워버렸다.
실 그 자체조차 지워버리는『소멸시키는 힘』
아키라가 득의양양한 어조로 말한다.
「하하, 몇번을 말해도 모르나? 당신이 어떤 궁리를 한다해도 헛수―――」
그러나, 아키라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
그 사람을 바보취급하는 것 같은 얼굴이 고통에 일그러졌다.
……아아, 헛수고겠지, 이 실을 사용하는 한은, 하지만―――
고통에 일그러지는 아키라의 얼굴.
확실히 이 아키라의 신체에는 나의 실은 1개도 박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 아키라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물건.
나를 들어올리고 있는, 아키라의 오른쪽 팔꿈치에 꽂혀 있는 것, 그것은―――
「크흑」
나의 숨통을 잡고 있는 아키라의 팔이 부들부들 떨린다.
그것은, 그 때, 케이코에게서 받은 브로치!
아카라가 나의 실에 정신을 빼앗긴 순간, 재빠르게 왼손으로 쟈켓의 주머니에서 꺼내, 그 바늘을 아키라의 팔을 노려 찔렀던 것이다.
나를 잡고 있는 아키라의 손이 느슨해진다.
나는 비틀거리는 아키라를 향해, 목에 고여 있던 핏덩어리를 내뿜었다.
「우악」
그 순간 나에게 작용하고 있던, 중력을 소멸시키는 힘이 사라졌다.
나의 신체는 중력에 속박되어 자유낙하를 개시한다.
나는 그 기세를 빌려, 그대로 이마를 아키라의 안면에 때려박았다.
퍼억! 이라고 하는 둔탁한 소리가 울린다.
「컥」
아키라는 그대로 비틀비틀 뒤걸음질 친다.
……하하
나는 지면에 착지하는 충격에 무릎을 꺽으며, 왼손에 가진 브로치를 강하게 움켜잡았다.
케이코, 너에게 받은 브로치가 도움이 되었다.
나는 그대로 하늘을 올려본다.
아카네, 너에게는 통하지 않던 육탄공격이, 저놈에겐 통했다.
아오이, 나는 너를, 유리에 손이 베인 것만으로 힘의 사용을 중단한 약한 녀석이라 매도했지만, 저놈은 고작 바늘 1개가 팔에 박힌 정도로 나를 풀어줬다.
약하다……
그렇다, 저놈은 틀림없이 약하다.
나는 다시 시선을 앞으로 향한다.
거기에 있는 것은, 안면을 손으로 눌러, 그 틈새로부터 격렬한 안광을 발해, 나를 쏘아보고 있는 아키라의 모습.
그 오른손에는, 중력을 조작해 끌어왔는지 아니면『창조하는 힘』으로 만들었는지, 주먹만한 크기의 짱돌이 들려 있었다.
아직, 원활하게 신체를 움직일 수 없는 나에게 아키라가 천천히 다가온다.
그리고, 나의 앞에서 멈춰 나직히 중얼거렸다.
「그런가, 알았어……」
번들거리는 안광에서는 도저히 상상도 못할, 침착한 목소리.
「당신은 아무래도, 이런 식으로 싸우고 싶겠지………」
천천히, 손에 쥐고 있던 돌을 옆으로, 수평으로 치켜든다.
「그렇다면, 철저히 함께 해주지―――」
붕, 아키라가 손을 휘두른다.
돌을 움켜 쥔 아키라의 오른쪽 주먹이, 나의 이마를 옆에서 후려갈겼다.
퍽! 이라고 하는 충격이 퍼진다.
견디지 못하고 나는 뒤로 넘어졌다.
주르륵, 나의 이마에 흐르는 피의 감촉.
그런 나의 동체에 새로운 충격이 전해진다, 그것은 아키라가 나에게 올라탄 충격.
피로 물든 풍경에 떠오르는, 광기에 홀린 아키라의 얼굴.
「하하, 어때, 당신의 의도대로 진행되어 기쁘나?」
그렇게 말하면서 아키라는, 돌을 쥔 팔을 치켜들며, 그것을 몇번이나 몇번이나 나의 이마에 내리쳤다.
「이봐, 뭐라도 말해 봐!」
두개골을 울리는 충격이, 몇번이나 나의 뇌를 흔든다.
「아하하핫, 아하하핫」
머리 중심에, 불꽃이 튀기는 것 같은 자극이 흘러든다
새빨갛게 물드는 나의 시야.
그것이, 희릿한 기억을 각성시켰다.
주마등에도 나타나지 않던, 내가 유폐시킨 기억을―――
『당신따위―――낳은 기억은 없어―――』
……이봐 이봐, 그것의 진위는 나를 낳은 당신이 제일 잘 알고 있잖아?
『악마―――당신은 악마야―――』
……그래, 어린시절부터 쭉 가까이에 있던 당신이 그렇게 말한다면, 아마 그렇겠지
주위로부터의 박해에 견디지 못하고, 나를 버리고, 도망치듯 해외로 떠난 양친.
나의 주위로부터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 없어진다.
남겨지는 나.
흥, 상관없어……
모든 인간이 나를 소외시킨다면……
내쪽에서 모두를 소외시켜 줄테니까!
「아하하핫」
「하핫……」
나를 후려갈기고 있던 아키라의 움직임이 멈춘다.
「하핫……하하하핫」
매마른 나의 웃음이 울려퍼진다.
피가 떨어지는 돌을, 아키라가 천천히 내린다.
「뭐가……우습지?」
초조해지는 감정을 억제해, 천천히 지껄이는 아키라.
우습다? 정해져 있잖은가.
그런 것―――
「네가 너무나도, 조그맣잖아」
아키라의 미간이 와락 찌푸린다.
「하하하하핫」
우습다, 우수워서 견딜 수 없다,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아키라가 비어 있는 손으로 가슴팍을 잡아, 나의 상반신을 끌어올린다.
「그러니까……뭐가 그렇게 우습냐고」
뭐야, 자기자신은 눈치채지 못한 건가, 정말이지 너는……
「모르겠다고, 그러니까 가르쳐주란 말야」
나는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아키라에게 말한다.
「너는 최초에, 나에게 뭐라고 말했지」
곤혹스런 표정을 짓는 아키라.
「네가 그야말로 자랑스럽게 말했던 말말야!」
이를 깨무는 아키라.
「여기까지 말해도 모르는 건가? 그렇다면 눈으로 보고 깨닫게 해 줄테니까, 그 눈을 똑똑히 뜨고 봐라」
그렇게 말하며, 나는 피가 달라붙은 이마를 닦아냈다.
「앗……」
아키라가 깜짝 놀란 것 같은 표정을 한다.
어카라가 쥔 돌로 난타당했던 나의 이마.
거기에서의 출혈은, 그 돌을 새빨갛게 물들여, 묻은 피가 아키라에게 쏟아질 만큼 대량(大量)이었다.
그러나, 거기에 달라붙은 피를 닦아내면, 나오는 것은……
「아하하하핫」
상처 하나 없는, 멀쩡한 나의 이마.
「너, 그야말로 자랑스럽게 말했잖아, 나에게 있어 제일 성가신 것은, 나의 능력을 무효화시켜 버리는 힘이라고」
그래, 그 말에 틀린 건 하나도 없다.
하지만, 역을 말하면 그것만 사용하지 않으면―――
실실 웃으며 나는 아키라를 올려본다.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도 바보지만……알고 있는 함정에 빠지는 녀석은 그 이상의 왕바보놈이지」
아키라가 나의 가슴팍을 놓는다.
「아하하하핫」
나는 다시 위로 향해 드러누운 상태로, 더 이상 없을 큰 목소리로 웃었다.
그런 나의 옆에 '타악'이라고 하는 소리가 울린다.
아키라가 가지고 있던 돌을 버렸던 것이다.
「이제……좋아」
고요한 아키라의 목소리.
「재미없다, 끝내기로 하지」
하지만 그것은, 초조해지는 기분을 억지로 억누르며, 일부러 아이 같은 어조로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아키라는 나를 올라탄 채로, 하늘을 크게 올려보듯 몸을 뒤로 젖혔다.
아마도 최후의 공격, 나 그 자체를 소멸시킬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 스스로가 놀라울 정도로 침착했다.
나는, 웃음을 멈추고, 멍하니 생각한다.
……알고 있는 함정에 빠지는 왕바보인가……그렇다면 나도 영락없는 왕바보인가……
뭐가, 이놈의 능력의 정체를 모른다는 거냐.
나는 이미, 훨씬 전부터 이놈의 진정한 능력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훨씬 전.
아오이와 싸웠을 때보다도……
아카네와 싸웠을 때보다도……
케이코를 노예화했을 때보다도……
그것보다 훨씬 전에, 나는 이놈의 힘의 정체를, 자기자신이 해명했었지 않은가.
내가 처음 이 실을 손에 넣었을 때……나는 이 실의 특성에 대해 뭐라고 생각했지?
지금 생각하면, 최초로 손에 넣은 힘은, 제한 투성이였다.
그것이―――아카네가 가진 붉은 실의 특성을 흡수하여, 모든 물질을 통과하는 능력을 강탈하는 것으로, 어떤 장애물이 있어도, 실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다음에―――아오이가 가진 푸른 실의 특성을 흡수하여, 무한하게 분열할 수 있는 능력을 강탈하는 것으로, 대상을 한 사람에서, 어떤 집단이라도 한번에 실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리고 또 하나 있었을 것이다.
최초로 내가 실을 손에 넣었을 때, 이 실의 약점으로서 도출한 것이.
이 힘을 사용해 모든 것을 지배하려고 가정했을 때, 부족했던 나머지 하나가.
그것이야 말로―――미카미 아키라가 지닌 힘의 진정한 능력―――
『키이이이이』
하늘을 올려보는 아키라로부터, 마치 플라스마가 발생하는 것 같은 날카로운 소리가 들린다.
나를 소멸시킬 에너지를, 단숨에 모으고 있는 것 같은 위압적인 소리.
「바이바이……」 ☜ bye bye
아키라가 나직하게 중얼거린다.
「마지막에는 조금, 재미 없었지만, 꽤 즐길 수 있었어……」
천천히 시선을 내리는 아키라.
나와 시선이 마주친다.
그러나, 그 나를 내려다보는 눈.
그 한쪽, 오른쪽 눈에는――――
검어야 할 눈동자는 없고, 투명하게 빛나는, 광(光)의 눈동자가 있었다.
그 눈동자를 가진 아키라가, 유쾌하게 웃는다.
「죽―――」
「역시――――」
번쩍! 그 눈동자가 섬광을 발했다.
「어랏!」
「거기냣!」
조금전까지 아키라가 조종하고 있던 실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의, 격렬한 광채를 빛내는 섬광이 나를 노리며 쏟아진다.
그러나, 그 공격을 읽고 있던 나는―――
상체를 일으켜, 오른쪽으로 비틀어, 회피한다.
쿠앙! 아키라의 섬광이 나의 왼쪽 어깨를 깎았다.
하지만, 나는 개이치 않고 그대로 왼손을 앞으로 내찔렀다.
그리고, 왼팔을, 섬광에 대한 카운터를 날리듯 내찔려―――
「 ! ! 」
아키라의 오른쪽 눈을―――파헤쳤다.
「우와아아아아악」
아키라가 절규한다.
동시에 손가락 끝이 타오르는 감각이 나를 덮친다.
그러나, 나는 더욱더, 손가락 끝을 깊숙히 비틀어 찌른다.
손가락 끝에, 생신(生身)이 아닌 감촉이 잡힌다.
「놔, 놔줘!」
아키라가 나의 손목을 잡고, 발버둥친다.
……하하……
나는, 한층 더 강하게, 그 아키라의 눈안에 메워져 있는 것을 붙잡는다.
……언제나 그랬지, 너는…실을 사용할 때도…나의 능력을 지울 때도, 반드시―――
히죽, 나는 웃는다.
반드시 이 눈으로『응시』했다!
그래, 지금 내가 가진 능력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
그것은……『눈』.
소멸시키는 힘도……창조하는 힘도 아닌……
설령,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녀석이라도, 실의 표적에 오도록, 만리만물(万里万物)을 바라볼 수 있는 천리안!
나는, 한쪽 발을 들어올려, 그 다리로 아키라의 배를 걷어찼다.
「크악」
아키라의 육신이 나에게서 떨어진다.
그와 동시에, 부드득, 괴음을 내며, 아키라의 오른쪽 눈이 뜯겨졌다.
즉, 산 채로 눈동자를 도려낸 것이다
「아아아아악, 아팟 , 아파아앗」
데굴데굴, 아스팔트 위에서 몸부림치는 아키라.
나는, 아키라에게서 뜯어낸 무기질 덩어리를 본다.
그것은―――의안(義眼).
조금 움직이자, 속이 텅텅 비어있는 소리가 울렸다.
……하하
나는 무심코 웃어 버린다.
……뭐야…힘을 마음대로 다룬다든가…다룰 수 없다든가 그렇게 말하기 이전에, 너는 이것을 취하지조차 못했던 거냐……
과연, 이것으로 수긍이 간다, 요점은 이놈은 이것을 마음대로 다룰 수 없으니까, 그토록 나의 능력을 바랬다.
나는, 피로 뒤범벅된 의안을 꽉 쥐면서, 천천히 일어선다.
비참하게 몸부림치고 있는 아키라를 내려다 보면서.
……자아, 지금까지 욕구불만이었겠지?
나는 천천히 움켜쥐고 있는 의안을 들어올린다.
……저런 녀석에게 붙잡혀, 힘을 만족스럽게 사용할 수 없어 안절부절했겠지?
나는, 높이, 머리 위로 의안을 치켜들었다.
「그……그만둬……」
아키라가, 오른쪽 눈을 누르면서, 나를 올려본다.
……너의 힘, 내가 십분 사용해주마, 그러니까―――
강하게, 의안을 꽉 쥔다.
「그만둬!!」
「그 힘, 나에게 줘 ! !」
나는 그렇게 외치며, 혼신의 힘을 집중해, 의안을 지면에 내동댕이쳤다.
파악! 의안이 부서진다.
그리고, 그 부서진 파편 속에서 나타난 것.
그것은―――내가 지금까지 취한 돌보다, 한층 작고, 그리고 비교도 안될 광채를 빛내는, 투명한 돌이었다.
다른 돌과는 달리, 모퉁이가 날카로운, 석영(石英)과 같은 형태를 한 돌이, 서서히, 돌아가며, 빛의 부스러기를 흘리며, 떠오른다.
「아…아……」
아키라가, 손에 넣을 수 없는 허상을 붙잡는 듯, 손을 내민다.
돌은, 나의 눈 높이까지 오자, 서서히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 깜박, 깜박, 마치 나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빛난다.
……내가, 사용해주마
그런 돌로 향해, 나는 마음 속으로 말을 건다.
……그 힘을, 십분 사용해주마, 그러니까―――
나는, 돌을 향해 손을 뻗는다.
나에게―――와라 ! !
나의 손이, 돌에 접촉하는 순간―――
「 ! 」
피이잉, 주위가 온통 새하얘지며 아무것도 안보일 정도의 광채를, 돌은 빛냈다.
「욱」
나는 무심코 손을 끌어당겨 눈을 가린다.
그러나, 다음순간―――
사방을 비추고 있던 빛이, 일순 수습되었다고 생각하자, 그것이 섬광이 되어, 나의 오른쪽 눈을 꿰뚫었다.
충격과 함께, 나는 후방으로 날아갔다.
……아……윽
일순간, 나의 신체는 공중을 가볍게 날았다.
똑바로 바라보는 밤하늘.
하지만, 곧바로 낙하해, 가드레일에 등을 격렬하게 부딪쳤다.
「………」
덜컥, 목이 뒤로 늘어진다.
솔직히 발버둥치고 싶을 만큼 격통이 나의 육체를 사방팔방 폭주한다.
그러나, 나는 몸부림칠 수 없었다,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아니, 나의 신체는, 양팔을 가드레일에 걸치고, 그대로 질질 흘려내린다.
그 탓으로, 뒤로 늘어져 있던 머리가 앞을 향했다.
그리고, 그 앞을 향한 나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오른쪽 눈을 누르면서, 비틀비틀 일어서는 아키라의 모습.
「아핫, 아핫」
아키라는 고통에 얼굴을 일그리면서도 웃는다.
「뭐가 '힘을 줘'냐, 머리를 꿰뚫리고, 죽어가잖아」
나는 그런 아키라를 보면서도, 신체를 움직일 수 없다, 아니―――
「내가 숨통을 끊어주지, 내가 너를 죽여준다」
이것은, 나의 육신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상해지고 있는 것은 나의 뇌.
이 눈으로부터, 새롭게 취한 힘으로부터, 온갖 막대한 정보가 뇌로 향해 끝임없이 들어온다.
예를 들어, 내 자신의 신체에 대해서도.
팔을 움직이려고 하면, 뇌로부터 신경을 통해 발신되는 전기신호가, 그것을 받는 몇억이라고 하는 세포가……, 라고 하는 식으로, 그것들이 어떤 과정으로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지가 모두 정보가 되어 나의 머리에 강제적으로 흘러온다.
……이것이……모든 것이 보인다라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에도 정보는 나의 머릿속에 자꾸자꾸 들어온다.
안돼……도저히 처리속도가 따라가지 못한다, 이대로는 머리가 터진다.
그 뿐만 아니라, 이대로는 그 정보량에, 나의 의사(意思)조차 먹혀버릴 것이다.
의식이, 먹혀간다―――
사라지는 나의 의식.
하지만, 그 가운데 희미하게 의식할 수 있는 정보가 들어왔다.
그것은, 나에게서 도망치듯이 멀어져 가는 아키라의 모습.
그것을 본 순간―――
……기……다………려
피잉이라고 하는 충격이, 나의 머리에 울렸다.
어디로……가지? 너는 나에게……쓰러지지 않으면 안돼……
머릿속이 클리어 되어 간다.
……아아, 그런가, 이 힘은 이렇게 사용하면 되는 건가
정보량에 의해 나의 의식이 먹혀간다.
하지만, 나의 의사가 강해지면 정보는 싹 지워진다.
요컨대 이것은, 이 힘과 나의 정신력의 정면승부.
하핫, 나는 웃었다.
그 · 런 · 승 · 부 · 라 · 면……
내 · 가 · 절 · 대 · 이 · 긴 · 다……
찌르르, 전격을 닮은 충격이 머릿속을 치달린다.
그것은, 외부로부터의 정보를 나의 의사가 박살내는 충격.
그와 함께 나의 사고가 돌아온다, 내가 나를 되찾아 온다―――
나는 팔을 올려, 의지하고 있던 가드레일을 붙잡았다.
그리고, 팔에 힘을 집중해, 그대로 육신을 일으켜 세웠다.
아직 육체는 만족할 만큼 움직이지 않는다, 양팔이 축 처진다.
그러나, 나는 그런 상태에서도, 힘을 얻은 오른쪽 눈 너머로 아키라를 응시했다.
한밤중임에도, 아키라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
……이런건가? 이 힘은 이렇게 사용하는가?
무언가 불가사의한 힘이 오른쪽 눈에 집중된다―――
『도망치지마 ! 』
내가 그렇게 마음 속으로 외친 순간.
나직한 소리가 울리며, 아키라의 발밑의 지면이, 스리슬쩍 소멸했다.
「무」
구멍의 깊이는 2미터 미만이지만, 아키라는 그 구멍에도 보기좋게 추락했다.
「무, 뭐야, 뭐야 이건!」
구멍의 바닥으로부터 아키라의 그런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아키라는 결코 구멍이 열린 것 자체에 놀라고 있는 게 아니다.
실제 이 힘을 나에게 강탈당하기 전의 아키라도, 지면에 구멍을 뚫는 정도의 곡예라면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뚫은 구멍이, 아키라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수준이었을 뿐이다.
내가 구멍을 뚫은 장소는 아스팔트의 도로.
아스팔트 아래에는 자갈, 모래가 존재한다.
그리고, 내가 뚫은 구멍은, 그런 장소에 뚫었는데―――
그 내부가, 마치 거울과 같이 매끄러웠던 것이다.
………알겠나? 아키라, 이것이 소멸시킨다라는 것이다
「어째서야, 어째서 저 놈은 이렇게 힘을 잘 다룰 수 있지!」
벽에 손톱을 세워, 아키라가 필사적으로 구멍에서 기어나온다.
……그런 것 정해져 있잖은가, 너와 나는, 문자 그대로 그릇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말을 마음 속으로 중얼거리며, 아키라에게 접근하려고 했지만, 아직 신체가 말을 듣지 않아, 가끔 휘청거리며, 망가진 2족보행 로보트처럼 걸을 수 밖에 없었다.
「하악, 하악」
아키라가 구멍의 테두리에 손을 걸어,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