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화 (23/25)

後編 

「우앙………우에엥………」

방안에 울려퍼지는 어린아이의 울음소리.

「아카……아카네……짱………」

침대에 가로놓여, 이미 움직일 수 없는 아카네의 신체에 매달려 우는, 아오이의 울음소리.

「싫엇………싫어엇…」

그런 아카네와 아오이를, 지금, 나와 케이코는 다만 우두커니 서서 내려다보고 있다.

나는 집에 도착한 후, 케이코를 집에 호출했다.

적어도, 아오이 외에, 케이코 만큼은 일의 경위를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아니, 방편(方便)¹이다

단순하게, 이 사실을 아는 인간을 늘리고 싶었던 것뿐 일지도 모른다.

나와……이 어린 아오이만으로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일이니까.

아카네의 죽음---

하핫, 나는 웃는다.

아무래도 자기자신이 망가져 있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지만……이 사태를 태연하게 흘릴 수 있을 만큼 망가지진 않은 것 같다.

결국은 나도 사람의 자식이란 건가.

……뭐 좋아, 나도 거기까지는 망가지고 싶진 않으니까

「우엥……우엥……」

내가 아카네를 데리고 돌아오고 나서, 아오이는 잠시도 아카네의 곁을 떠나려고 하지 않는다.

어차피 아오이는 당분간 이대로겠지.

마음껏 울어도 좋아, 나무랄 생각도 없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아오이의 울음소리를 회피하듯 방에서 나왔다.

「아……」

그것을 눈치챈 케이코가, 나의 뒤를 따라 나온다.

달칵하고 케이코가, 내가 빠져나온 아카네가 자는 방문을 닫았다.

멀어지는 아오이의 울음소리.

나는 그대로 뒤돌아 보지않고, 다이닝으로 걸어간다.

케이코가 뒤따라 오고 있는 것을 발소리로 알 수 있다.

나는 창가에 걸어가, 그 앞에 멈춰 서서, 밖을 내다 보면서 그 때의 일을 회상했다.

아카네가 나를 감싸, 대신해서 광사에 꿰뚫렸을 때의 일을.

그 실은 확실히 나를 노리고 있었다, 아카네가 나를 밀치기 전까지는.

아니---

꾸욱, 나는 이를 악문다.

만약, 그것이 나의 실과 같은 종류의 물건이라면, 설령 내가 밀쳐져 목표한 위치로부터 벗어났다고 해도, 그 후에 간단히 궤도를 수정해, 나를 노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녀석은………

나의 뇌리에, 연령에 어울리지 않은 칠흑의 가죽 의류로 몸을 감싼 소년의 모습이 떠오른다.

움켜 쥔 주먹에 저절로 힘이 담긴다.

전혀 관계없는 아카네를, 개미를 밟아 죽이듯 살해했다---

『쨍그랑』

투명한 파괴음이 다이닝에 울려 퍼졌다.

내가 움켜 쥔 주먹으로, 바로 옆에 있던 유리의 찬장(饌欌)을 박살낸 것이다.

와장창, 플로어링에 유리 파편이 떨어져 내린다.

그리고, 거기에 뒤따르는 것처럼 마루를 물들여 가는 핏방울---

「주, 주인님 ! ?」

그것을 본 케이코가 낯빛을 바꾸어 나에게 달려온다.

나는 그런 케이코에게, 똑똑히 보이도록 유리를 박살낸 왼손을 내밀었다.

「어?」

어안이 벙벙한 얼굴을 하는 케이코, 내밀어진 팔과 나의 얼굴을 번갈아 응시한다.

내가 내민 왼손, 그것은 분출한 선혈로 새빨갛게 물들어 있지만, 그 선혈이 분출한 유리의 열상은 이제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 나는 푸른 실의 힘을 사용해, 팔에 새겨진 그 순간, 상처를 막았던 것이다.

……그렇다, 보통 이렇게 즉사가 아니라면, 나는 순식간에 그 상처를 막을 수가 있다.

그런데 저 녀석은---

나는 다시 왼팔을 휘둘렸다.

이미 박살나, 날카롭게 이빨을 드러낸 유리 파편을 향해.

살갗을 가르는 소리가 울린다, 방금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의 상처가 나의 손목에 새겨져 선혈이 흩날렸다.

「그만! 주인님, 그만이요!」

케이코가 필사적으로 나의 팔에 매달린다.

하지만,  나는 케이코의 신체를 질질 끌면서, 그 왼팔을 2번 3번 유리 파편에 내질렸다.

뇌리에 떠오르는 아카네의 최후.

아카네의 신체는, 희미한 빛의 오오라와 같은 것에 감싸여 있었다.

그것은, 나의 능력을 모두 봉인해 버리는 그 녀석의 힘.

그런 만행을 저질러, 내가 아카네를 구할 수 없게 했던 것이다.

그 녀석---

「짝」

돌연의 사태에 나는, 깜짝 놀란다.

양쪽 뺨을, 손바닥에 얻어맞았기 때문이다.

시선을 내리자, 어느새 나의 가슴으로 파고 든 케이코가, 양손을 나의 양뺨에 대고 있는 상태로, 나를 올려보고 있었다.

새하얗던 스웨터가 핏줄기에 새빨갛게 물들어 있다.

그런 케이코가 불쑥 중얼거린다.

「저는……」

화난 것 같은 얼굴의 케이코.

「아카네상이……부럽습니다」

「뭐」

무심결에 나는 목소리를 높여 버린다.

부러워? 너는 죽음이 부럽다고 말하거냐?

그리고, 가슴이 절이게, 슬픈 미소를 머금는 케이코.

「주인님은……제가 아카네상처럼 되어도……이렇게 흐트러지실 겁니까……?」

무리하게 지은 것 같은 미소의 눈망울로부터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린다.

……네가? 아카네처럼?

무슨 그런 바보같은 소릴---

나는 그렇게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

케이코의 표정이 너무나도 진지했기 때문에, 독기(毒氣)에 중독된 것처럼, 나는 한숨을 쉬었다.

나는 양손으로 케이코의 손목을 붙잡아, 나의 뺨으로부터 손을 떼어내고,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발길을 돌려, 소파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아………」

케이코가 애달픈 신음성을 흘린다.

나는 그대로 난폭하게 소파에 걸터앉아, 온몸을 소파에 내맡기며, 한숨을 쉬었다.

「저, 저어………주인님?」

케이코의 걱정스런 목소리.

아직도 진정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런 케이코에게 대답한다.

「좋아, 케이코………조금은 냉정하게 되었다」

안심한 것 같은 케이코의 한숨이 들린다.

나는 그대로의 자세로 오른손을 얼굴에 가져가 눈을 가렸다.

그리고 크게 숨을 들이켰다.

……그렇다……냉정하게 되어라

나는 임시변통으로 만든 어둠 속에서 생각한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벌써 끝난 일을 후회해 자포자기하는 게 아니다

언제까지나 과거에 매달려, 후회하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이다.

내가 해야 할 일, 그것은---

나는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손을 뗀다, 눈앞에 빛이 열렸다.

벌떡, 소파로부터 힘차게, 일어섰다.

「에?」

돌연한 나의 행동에, 놀란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는 케이코.

하지만, 나는 그런 케이코를 무시하며, 아카네와 아오이가 있는 방으로 향한다.

……그 녀석은…자신을『통괄하는 자』라고 말했다

통괄하는 자라고 하는 것이, 특정한 입장을 나타내는 말인지 어떤지는 모른다.

하지만 내가 가진 이 능력을 모두 통일해, 자신이 흡수한다는 대전제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은 그 녀석의 목적은 나 하나, 내 안에 잠자는 실의 능력이라고 하는 사실.

아카네는……어디까지나『나를 노리는 도중에』살해당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탐지능력을 사용해, 과거에 한 번이라도 힘을 가진 적이 있던 사람들을 이 잡듯이 샅샅이 뒤져 살해한고 있다는 가정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여태까지, 내가 아카네나 아오이로부터 그런 낌새를 전혀 느끼지 못했던 것을 미루어, 그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달칵, 나는 아카네가 자는 방문을 연다.

그토록 울러퍼지던, 아오이의 울음소리는 이제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가로눕힌 아카네에게 매달린 채로, 움직이지 않는 아오이.

아무래도 울다지쳐 자는 것 같다.

나는 그런 아오이를 뒤로부터, 겨드랑이 밑에 손을 밀어넣어 들어올려, 그대로 가슴에 껴안는다.

그 뺨에는, 그치지 않고 흐른 눈물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나는 그대로 거실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그러나---

「응?」

주욱, 아오이의 신체가 뒤로 끌려갔다.

무슨 일일까, 뒤로 되돌아 보자, 어린 아오이의 손이 아카네의 스카프를 꽉 움켜쥐고 있었다.

비록 울다지쳐 자고 있어도, 아카네와 떨어지는 것은 거절한다고 말하는 것일까.

나는 그 손을 열게 하려고 했지만, 단단히 움켜잡고 있어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젖먹이도 아니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스카프만을 아카네의 제복에서 풀어내, 그것을 움켜잡은 아오이를 껴안아 방을 나왔다.

「아………」

문을 열자, 형세를 엿듣고 있던 케이코가 조금 놀란 것처럼 신체를 솟구쳤다.

나는 케이코를 내려다 보면서 중얼거린다.

「케이코, 너도 따라와라」

「네?」

당황하는 케이코를 뒤로하고, 나는 아오이를 껴안은 채로 걷기 시작한다.

그러자 뒤늦게, 케이코가 나의 뒤를 따라 왔다.

나는 그대로 소파까지 가서, 거기에 아오이를 앉게 했다.

그리고, 엄지로 눈물의 흔적을 닦아주며, 귓전에 작게 속삭인다.

「잘못했다………너의 소중한 언니………빼앗아버려」

나는 그렇게 말하며, 그 손으로 아오이가 입고 있던 원피스를 잡아, 그것을 벗겼다.

아오이를 속옷차림으로 만들고, 나는 그대로 2, 3보 뒤로 물러섰다.

그렇게 하면서 나는 생각한다.

내가 지금, 첫번째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나는 아오이를 향해, 오른손 중지를 치켜들었다.

그것은……남은 이 녀석들을, 원래대로 되돌려 주는 일.

힘을 발동시킨다, 보라색에 물드는 나의 시계(視界).

설령---

그 속에 떠오르는, 아오이의 이마에 실을 박는 포인트.

이 내가, 두번 다시 이 녀석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게 되더라도 괜찮도록!

피잉, 나부끼는 보라색의 실.

그것은 조금도 빗나가지 않고, 아오이의 이마의 포인트를 꿰뚫었다.

잠자는 와중에도 움찔 떠는 아오이, 움켜쥐고 있던 스카프가 팔랑거리며 떨어진다.

다음순간 바직이라는 소리가 아오이의 신체로부터 울렸다.

그와 동시에, 푸들푸들 떨리면서, 아오이의 신체가 커지기 시작한다.

「아!……아아………」

그 모습을 멍하니 응시하는 케이코.

과연 나의 능력을 알고 있었다고는 해도, 직접 눈앞에서 목격하게 되어 놀라울까.

빠직빠직, 괴기스런 소리를 내면서 변형하는 아오이의 신체.

짧았던 손발은 휜칠하게 성장한다.

굴곡이 없었던 동체는 볼륨을 되찾아, 가슴도 둥그스름 부풀었다.

그리고, 그 특징적인 아름다운 흑발도 신체의 변화에 맞춰 살랑살랑 성장해 간다.

이윽고 아오이는, 내가 육체를 유아화 시키기 전의 아름다운 신체를 되찾았다.

나는 계속해 아오이의 정신도 간섭한다.

모든 것을……나에게 포획되기 이전 상태로 돌리기 위해.

그래, 아카네에게 가지고 있던 컴플렉스도 포함해, 나는 아오이에게 행한 모든 정신간섭을 없애, 원래의 아오이로 되돌렸다.

다만……여기에 오고 나서의 모든 일은, 그대로 기억에 남겼다.

그것은, 나의 고집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거기까지 하자, 아오이에게서 실을 뽑아낸다.

아오이는 그대로 소파에 풀썩 쓰러졌다.

그리고 나는, 실을 수중까지 불러들이고, 이번에는 뒤를 돌아봐, 케이코를 향해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러나---

「………」

케이코는 양손으로 이마를 숨겨, 나의 실이 박히지 않게 방어하고 있었다.

케이코는……내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고 있어도, 그것을 어떻게 사용되는지는 몰랐을 것이다.

예를 들면 실을 이마에 박는 것이라든지---

흥, 나는 웃었다.

아카네에게……들었는가.

그런 나를 가만히 응시하면서, 케이코는 투덜거린다.

「싫어……요」

나는 손가락을 케이코에게 향한 채로, 미동도 않고 , 케이코를 응시한다.

「저도……주인님과 만나기 전으로 돌리실겁니까……?」

과연 3명 중에서 교제가 제일 길었던 만큼, 내가 한 일이, 지금부터 케이코에게 진행할 일이 어떤 일인지 이해한 것 같다.

케이코는 그 방어자세를 무너뜨리지 않고 , 나를 빤히 응시한다.

「싫어요……절대로 싫습니다」

나는 손가락을 케이코에게 향한 채로, 미동도 않고 케이코를 내려다 본다.

진지한 케이코의 눈.

「저는……주인님을, 주인님과 함께한 시간을, 절대 잊고 싶지 않습니다」

그것을 응시하면서, 나는 케이코에게 행한 정신간섭을 떠올려 보았다.

케이코에게 행한 정신간섭, 그것은 나와의 섹스가, 케이코에게 있어 이 세상에서 둘도 없는 쾌락이며, 그 쾌락을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케이코는 어떤 일이라도 불사한다, 라는 것이었다.

주인이나 노예등은, 그것을 위해서 케이코에게 들이댄 조건에 지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나는, 케이코를 가리키고 있던 오른손을 거둬들였다.

「엣?」

의외롭다는 얼굴을 하는 케이코.

이제 와서 그것을 지운다는 건……무의미한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케이코를 무시하듯이, 옷장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아……주인님?」

나는 옷장의 문을 열어, 그 안에 걸려 있던 제복을 손에 든다.

그것은, 아오이를 처음 여기로 데리고 들어왔을 때, 아오이가 몸에 걸치고 있던 것이다.

나는 그 제복을 가진 채로 되돌아, 그것을 케이코에게 던졌다.

「앗」

당황한 것처럼 이마로부터 손을 떼는 케이코, 자신의 몸에 달라붙은 나의 피가 제복에 묻지않게, 손을 크게 앞으로 내밀어 그것을 받았다.

받은 제복을 응시하는 케이코.

「주인님, 이건---」

그리고 나를 보려고 얼굴을 올린 케이코의 안면을 향해, 나는 또 하나의 의복을 내던졌다.

「꺄」

케이코의 머리에, 내가 던진 부드러운 옷감의 옷이 걸린다.

그것은 나의 사복, 새까만 털실의 스웨터였다.

아오이의 제복을 든 채, 머리에 걸린 스웨터를 벗기는 케이코.

「저어, 주인님……」

「우선 그것을 입어라, 그런 피투성이의 모습으로 밖을 걸을 수는 없을 테니」

「………밖?」

나는 옷장을 닫고, 그 문에 등을 기대고,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케이코를 외면한 채 말했다.

「케이코, 너에게 명령한다, 그 옷을 아오이에게 입히고, 아오이를 자택까지 배웅해라, 그리고---」

흥하고 나는 중얼거린다.

「내가 호출하지 않는 한, 이 집에는 접근하지 말아라」

「엣」

케이코의 얼굴을 보지 않고 있으므로 그 표정은 알 수 없다.

……하지만……대충, 상상은 간다

「미사코……아오이의 모친이 횡설수설하면 나의 이름을 대라, 그럼 점잖아질 것이다」

「하, 하지만……주인님, 그 때가……」

그래, 그 때가……케이코를 호출하는 시기가 언제가 될지 모른다, 혹시라도 이제 두번 다시---

비틀비틀 케이코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케이코에게 나는 버럭 외쳤다.

「케이코!」

움찔, 떨리는 케이코.

그리고 나는,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한다.

「제일 처음에 말하지 않았던가? 이 집의 문턱을 넘으면, 명령에 절대복종하는 노예가 아니면 안 된다고」

「아………」

그런 일도 있었던가, 라고 나 자신도 되새기며 계속한다.

「아니면 노예를 그만둘까? 아아, 그렇게 되면 당신과 나는, 교사와 학생이 되는군요, 꼴불견이지 않습니까? 이런 밤 늦게 혼자 사는 남학생의 집에 젊은 여교사가 방문하는 것은」

나는 돌변한 어조로 말했다.

「싫어……그만, 그런 말투는 그만둬 주세요……」

케이코의 목소리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변모한다.

……정말이지, 아카네도 아오이도 케이코도……왜 이리 자주 우는걸까

하긴 울리는 주체는 나 자신이지만.

나와 케이코의 관계를 학생과 교사로 되돌린다, 이를테면 나와 케이코의 관계를 모두 청산해 버린다는 것이다, 케이코에게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괴로운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거기까지 말하고, 천정을 올려보았다.

케이코라면, 그 이상 말하지 않아도 빈틈없이 내가 바라는 대로 행동할 것이다.

코를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이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 고작인 듯, 조그맣게 중얼거린 케이코.

플로어링의 마루에, 눈물 방울이 떨어진다.

「아아, 그래야지 나의 노예다……」

         

나는 케이코가 아오이를 업는 것을 도와주고, 선행해 케이코의 빠져나갈 문을 열어준다.

아오이는 케이코보다 신장이 약간 더 크다, 케이코에게 있어 아오이를 업는 것은 상당한 중노동으로 문을 열 여유조차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을 여는 나를 따라오는 케이코.

그러나, 아오이가 무거운 탓인지, 그렇지 않으면 아직 미련이 남았는지, 케이코의 걸음거리는 극단적으로 느렸다.

그런 케이코를 내버려두고, 나는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철커덕, 큰 소리를 내며, 문의 손잡이를 돌렸다.

그것은 최후의 문……현관의 문이다.

나는 문을 활짝 열고, 현관에 서서 케이코를 향한다.

그리고 조용히 케이코에게 말했다.

「여기서부터는 혼자서 가라」

부들부들 떠는 케이코.

고개를 숙인 채로 나와 눈을 맞추려고 하지 않는다.

「왜 그러지」

하지만, 나는 그런 케이코를 무시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자리에서 고개를 떨군 채로 얼어붙은 케이코.

하지만, 결국에는 화난 것 같은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알고……있어…요」

그리고 현관에 내려와, 놓여져 있던 하이힐을 휘청거리면서도 신어, 그대로 비틀비틀 밖으로 향해 걷기 시작한다.

그러나, 문을 빠져나가기 직전.

나의 바로 옆까지 왔을 때, 그 발걸음이 멈췄다.

「………」

그 자리에서 멈춘 채로 침묵하는 케이코.

나도 그런 케이코를 내려다 보면서, 입을 다물고 침묵했다.

그러나, 이윽고 뜻을 결정한 것처럼 케이코가 말문을 열었다.

「저, 저어---」

고개를 떨군 채로, 어조가 침울해지는 케이코.

「주, 주인님……지금부터 위험한 일에 뛰어들지요……」

「………」

「죽음을 각오할 정도로……위험한 일에 뛰어들지요……」

그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나를 올려보았다.

……죽음을 각오할 정도의 위험---인가

나는 마음 속으로 하하 웃는다.

재차 되새겨보자, 묘하게 익살스럽다.

나는 두 눈에 눈물을 가득 머금은 케이코를 내려다 보면서, 자학적인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린다.

「그렇---다」

「그, 그럼……」

거기까지 말하고, 케이코는 아오이를 짊어진 채로, 오른손을 떼어낸다.

그리고 휘청거리는 것에 상관없이, 그 손을 스커트의 주머니에 집어넣어, 무언가를 꺼냈다.

케이코는 그것을 꽉 쥐면서 그 주먹을 나의 면전에 쑥 내민다.

「주인님, 이걸……」

나는 이끌리듯, 왼손을 벌려, 케이코의 주먹 아래로 내민다.

케이코가 주먹을 벌리자, 그 안에 있던 것이 툭! 나의 손바닥 위로 떨어졌다.

손바닥 위로 떨어진 물건, 그것은, 낡아빠진 브로치.

금테의 타원, 붉은 토대(土台) 위에 백자(白磁)로 마무리한 여성의 횡면이 새겨져 있었다.

이건, 이라고 내가 묻기 전에 케이코가 설명한다.

「이건……저의 부적입니다……언제나 간직했습니다」

그에 비하면 케이코가 이 브로치를 착용한 걸 본 적이 없다.

게다가 아무리 봐도 싸구려, 기껏해야 길거리의 노점상에서 500엔이나 할까.

그러나, 케이코는 계속한다.

「저……이것은 부적으로, 제가 어머니에게서 받고……어머니는 할머니에게서 받은……그러니까, 중요한 부적으로……그래서……」

이대로 내버려두면, 언제까지나 횡설수설 할 것 같아서, 나는 케이코에게 딱 잘라 말한다.

「케이코, 빨리 결론을 말해라」

으음, 입을 다무는 케이코.

그러나, 곧 바로 말한다.

「그러니까……그러니까………」

나를 올려보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케이코.

「절대로……돌려주세요……」

「………」

「주인님이, 이 다음에 저를 불러 주실 때……절대로……」

나는 케이코의 이 말을 듣고, 마음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뭐야 케이코, 이 나에게 그런 걸 해달라고 하는건가?

케이코가 말하고 싶은 본심은 알고 있다.

요점은, 이 브로치를 케이코에게 직접 건네 줄 수 있도록 무사히 돌아와 달라는 말이다.

돌려주라는 것은 그를 위한 방편.

어리석긴, 이 나와는 가장 어울리지 않는 시추에이션이다.

이런 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오직 하나.

「그렇게 소중한 물건이라면 스스로 간직해라」

그렇게 말하며 케이코에게 이것을 돌려준다.

그러나……

손바닥 위의 브로치를 응시하면서 내가 말한 말은---

「……알았다」

그렇게 말하며 나는 브로치를 꽉 움켜쥐었다.

이런 싸구려 같은 브로치인데, 묘하게 무게감을 느낀다.

「약속…해 주는군요」

끈질기게 같은 말을 반복하는 케이코.

나는 어이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알았다 알았다, 약속해주지」

내가 그렇게 말하자, 케이코는 싱긋 웃는다.

「주인님은, 사람을 속이거나 함정에 빠트리거나, 거짓말하거나 합니다만, 약속은 지키는 사람이지요」

그런 말을 듣자 나는 무심코 벌레를 씹은 것 같은 얼굴을 했다.

……칭찬하는 거냐 헐뜯는 거냐

「약속해줄테니, 빨리 가라」

내가 그렇게 말하자, 케이코는 방긋 웃었다.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고 확실히 앞을 보며 케이코는 걷기 시작한다.

나의 약속을, 마음 깊숙히 믿는 것처럼.

그런 케이코에게 나는 말한다.

「케이코」

엣, 하고 케이코가 멈춰, 나를 향한다.

튕, 나는 엄지로 브로치를 하늘 위로 튕겨, 그 행방을 눈으로 쫓는다.

정점에서 멈춰, 자유낙하를 시작하는 브로치.

「너에게 빌려 준 그 스웨터도……확실히 돌려주라」

툭, 나는 떨어져 내린 브로치를 손으로 받았다.

어안이 벙벙한 표정의 케이코.

설마 내가 이런 말을 한다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말의 의미를 이해한 듯, 케이코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찼다.

아마, 오늘 가운데 최고의 미소---

「넷」

그 대답을 확인하자, 나는 문을 억누르고 있던 손을 떼어낸다.

키익, 소리를 내며 닫혀지는 문.

『철컥』

나와 케이코를 이어주던 공간이, 지금 차단된다---

케이코와 아오이가 없어진 집안.

생각해보면 그 유아화한 아오이가 있는 것만으로 집안의 분위기가 대단히 바뀌어 있었다.

언제나 까불며 떠드는 소리나 큰 소리로 외치는 소리 혹은 조용한 숨소리가 들려 왔었다.

그러나, 지금 귀에 들려오는 것은, 이명(耳鳴)을 수반할 정도의 정적.

실을 손에 넣기 이전의 생활로 회기했을 뿐인데, 묘하게 방의 기온이 춥게 느껴진다.

지금 여기에는 나 혼자---

……아니, 틀린가

흐흥, 나는 웃는다.

내 방에서 자는, 아카네가 있다.

저녀석에게도, 해야 할 일을 해주지 않으면.

나는 그렇게 생각하자, 짧은 복도를 지나 다이닝에 간다.

그리고 그대로, 아카네가 있는 방이 아닌, 부엌으로 향했다.

보통 가족용의, 독신 생활의 남자에게는 너무나 넓은 부엌.

나는, 거기에 들어가, 이 역시 독신 생활에 사용하기엔 지나친 크기의 냉장고의 앞까지 걸어 가, 그 문을 연다.

안에서 흘러 나온 냉기가, 나의 뺨을 어루만진다.

나는, 그 냉장고의 한쪽 구석을 잡고---

동체를 힘껏 기울여, 안에 들어있던 내용물을 모두 마루에 털어 놓았다.

서랍도 모두 열어 철저하게 알맹이를 텅 비게 한다.

그리고 콘센트를 뽑아 내고, 그 냉장고를 짊어졌다.

상당한 무게다, 한발 한발 걷는 것만으로도 절실하게 느껴진다.

실의 힘을 사용해, 육체를 강화하면 손쉬운 작업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왠지, 그런 힘을 사용하지 않고, 내 스스로의 힘만으로 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나는 냉장고를 짊어지고, 한걸음 한걸음 아카네가 자는 방으로 향한다.

부엌과 아카네의 방은, 거리로 따지자면 10미터도 안되지만, 그 만큼으로도 나의 신체는 땀투성이가 되었다.

쿵, 나는 냉장고를 문앞에 내려놓고, 가까운 전원을 찾아, 콘센트를 꽂는다.

그리고 방문을 열고, 냉장고의 문도 모두 열고, 설정을 최대로 해서 그 냉장고를 방안으로 밀어넣었다.

차가운 냉기가 방안에 흘러 들어간다.

이런 일을 해도, 아무 의미도 없는 건 알고 있다, 그것은 물리적으로도 증명되어 있다.

……그러고, 얼음이나 드라이아이스를 준비해야……

나는 냉장고에 등을 기대 한숨을 쉰다.

……미안하다 아카네, 지금은 쉽사리 소란을 피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결론을 지을 때까지 그대로 기다리고 있어줘

나는 그대로의 자세로 천정을 올려본다.

등 너머로 냉장고의 작은 진동이 전해져 왔다.

……이제, 이것으로 이 녀석들에게 해야 할 일은 모두 해줬다, 다음은---

나는, 손바닥을 나로 향해, 오른손을 실었다.

……그 놈에게 복수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다

그렇게 마음 속으로 중얼거리며, 그 오른손을 강하게 움켜쥐였다.

째각째각, 시계소리가 울린다.

그것은 내가 파괴한 찬장 꼭대기에 놓여진, 앙티크한² 가락의 탁상시계가 울리는 소리.

탁상시계를 놓아두는 장소로서는 상당히 이상한 위치지만, 저것은 얼마전, 아오이의 장난으로 시계가 망가지기 직전에, 녀석의 손이 미치지 않는 높은 장소인 저곳에 올려놓은 것이다.

그 이후로, 저기가 그 시계의 정위치(定位置)가 되어 있다.

소리의 리듬은 항상 일정하다.

설령 멈추길 바래도, 빨라지길 바래도, 그것은 영구불변(永久不變), 이 세계가 멸망하더라도 변함없을 시간의 섭리(涉理).

나는 그런 세계에 몸을 담그며, 소파에 파묻혀, 프린터로 출력한 서류를 훑어보고 있다.

1매 1매, 빛에 비추어 보듯, 읽고 끝내지 않을 것처럼, 1자 1자를 눈으로 쫓아 간다.

나는 그 서류를 끝까지 훑어보자, 마루 위로 던졌다.

파라락, 마루 위에 퍼지는, 영어와 일본어가 어지러이 뒤섞인 서류.

나는 신체를 일으켜, 마루에 퍼진 그 서류들을 내려다 보았다.

………흥

그리고 나는 그대로 시선을 옆으로 돌린다.

거기에는 신음소리와 비슷한 이음(異音)을 울리는 냉장고가 있다.

그 때부터 조금, 목적에 맞춰 손질을 가했다.

문과의 틈새는 전부, 뭉쳐넣은 의류로 막고 있다.

하지만 그런데도……이제 한계에 가까울 것이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차라리 이쪽에서---

내가 그렇게 생각해 일어서려 했을 때.

「따르르릉……」

돌연 전화가 울기 시작했다.

나는 소파에 앉아, 울리는 전화를 응시한다.

……설마---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일어나 전화로 향한다.

그리고, 계속 울리는 전화 앞까지 걸어가, 그 전화를 내려다 보았다.

확실히 그 놈은 이런 돼먹지 않은 연출을 좋아할 것 같기도 하지만, 정말로 여기까지 할지 어떨지.

그렇다면 케이코인가?

아니 케이코 역시, 그토록 다짐했다면, 연락해오진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 녀석의 연락이라면 휴대폰으로 들어올 것이다.

그리고 그 케이코의 조치로, 아무리 쉴지라도 학교로부터 연락이 올 일도 없다.

그렇다면---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수화기를 들었다.

「……미카게입니다만」

나는, 약간 경계하며 수화기에 말한다.

그러나, 그 수화기에서 들려 온 목소리는, 예상밖의 인물이었다.

『선배……입니까?』

그다지 귀에 익숙치 않은 얌전한 목소리.

하지만, 이 목소리의 주인은 알고 있다.

아아, 그리고보니 이 녀석에게는 다짐을 받아 두는 것을 잊고 있었다.

「아오이인가」

내가 그렇게 말하자, 조금 웃음진 한숨이 수화기로부터 들려 왔다.

『선배, 오래간만……정말로 오래간만인 느낌이 듭니다』

확실히 이 아오이와는 대단히 오래간만인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그 이전에, 이 제정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아오이와 이야기한 적은, 과거에 한 번뿐이지만.

「무슨 용무지?」

내가 무정하게 그렇게 말하자, 조금 당황한 것 같은 공백이 흐른다.

그러나, 익살부리는 것 같은 어조로 아오이가 계속했다.

『교활해요 선배……제겐, 마지막 대화도 없는 겁니까』

마지막---인가.

자기자신이 자학적으로 말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타인에게까지 그렇게 말해지면 어떻하지.

나는 그런 것을 생각하며, 조롱하듯이 아오이에게 말한다.

「그런가, 그럼 이걸로 만족했겠군, 끊겠어」

그리고 수화기를 귓가로부터 떼어 놓는다.

『앗, 자, 잠깐 기다……선뱃』

몹시 당황한 것 같은 아오이의 목소리.

나는 떼어 놓은 수화기를 다시 귀에 접근한다.

「점잔 빼지 말고, 빨리 용무를 말해라」

하아, 라는 한숨이 수화기 너머로 들려 왔다.

그리고, 당분간 공백이 흐른다.

그러나, 숨을 삼키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고 나서, 아오이의 조심스런 목소리가 들려 왔다.

『저의 집에……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너의 집?」

『네』

아휴, 나는 한숨을 쉰다.

「이 나에게, 대단히 제멋대로 말하잖아」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아오이의 싱글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 왔다.

『선배 몰랐습니까? 저는 쭉 제멋대로인 아이였어요』

흥, 하고 나는 웃으며, 그리고보니 그랬군, 이라고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알겠다, 지금 가주지, 그 대신 내가 갈 때까지 집에서 나오지마라」

만일의 경우도 있으니.

『알았습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나는 아오이의 그 말을 듣고, 수화기를 내렸다.

……예정외의 용건이 생겼군

나는 휙 되돌아, 옷장을 향해 걷는다.

그리고 쟈켓을 꺼내, 그것을 걸치며, 마루에 흩어져 있던 서류를 주워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뭐 좋아, 알맞은 기회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 쟈켓의 지퍼를 올려 그대로 다이닝에서 현관을 향해 나오려고 했다.

그러나 그 때.

부시럭……

희미한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응?

나는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본다.

그것은, 아카네가 자는 방향.

……기분탓인가?

혹시 냉기의 영향으로, 목재 같은 것이 삐걱거렸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 다시 현관을 향하려고 한다, 그러나.

부시럭……

다시 소리가 들린다.

아니, 그것은 확실히 들린 것 같기도 하고, 기분탓인 것 같기도 한 그런 아리송한 소리.

나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그 방향을 응시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서 있는 것 만으로는 그 소리는 들려 오지 않는다.

들려 오는 것은 시계소리와 냉장고의 웅얼거림 뿐.

나는 조금 얼굴을 숙여, 칫, 혀를 찬다.

그리고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섞어 중얼거렸다.

「알았다, 확실히 돌봐주고 올게」

나는 그렇게 말하며, 쟈켓을 나부끼며 이번에야말로 현관으로 향한다.

그 이상한 소리는, 이제 들려 오지 않았다.

온화한 피아노의 음율이 흐른다.

여기, 기묘한 출토품으로 장식된 응접실과는 어울리지 않는, 세련되고 투명한 소리.

고요하고……고요하게 울리는, 차분한 음색.

그런 피아노의 선율에 귀를 기울이며, 나는 문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다.

흐트러짐이 없는 안정된 리듬.

그런 피아노를 연주할 정도로, 아오이는 이제 아카네를 정리했다는 걸까.

「………」

……아니, 다르다

이윽고 연주가 종말을 맞이한다.

공간에 녹아내리듯 사라지는 피아노 소리.

방음처리가 되어 있는가, 피아노의 연주를 위해, 시계조차 비치하지 않은 이 응접실에, 귀가 따가울 정도의 정적이 찾아왔다.

그런 정적 속에서, 싱글거리는 작은 웃음소리.

「이번에는……박수는 없나요?」

조금 익살부리는 것 같은 그런 목소리.

나는 감고 있던 눈을 뜨며, 얼굴을 올려 아오이로 향해 대답한다.

「악보를, 흉내냈을 뿐인 곡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 투명감이 있는 것도, 차분한 것도 모두 그런 이유다.

연주자의 영혼이 담기지 않은, 다만『담백하다, 가볍다』일 뿐이다.

그것은 현재의 아오이 그 자체.

나는 가벼운 한숨을 내쉰다.

……아휴, 아무래도 아오이의 상태는, 아카네가 예상한 대로다

꼬마시절의 아오이라면 마음 내키는 대로 울면 기분이 풀리겠지만, 지금의 아오이는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원체 억압된 것을 해방하는 것이 서투른 녀석이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지.

내가 그런 걸 생각하고 있는데, 아오이가 퐁하고 건반 하나를 눌렸다.

「선배……알고 있습니까? 이 피아노는 아카네짱이 소학교 무렵에, 저에게 사 주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자, 나는 눈살을 찌푸린다.

소학교 시절이나 지금이나, 아카네에게 그만큼의 경제력이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내가 그런 얼굴을 하고 있자, 아오이가 싱긋 웃는다.

「사주었다고는 해도, 실제 아카네짱이 돈을 지불한 것은 아닙니다, 저를 대신해 아버지에게 사달라고 부탁해 주었습니다」

아오이가 2회, 3회 거듭 건반을 두드린다.

「그 무렵에는……지금처럼 큰 집이 아니고, 피아노……하물며 이런 그랜드 피아노가 들어설 장소는 없어서……그러니까 무리다라고 아버지는 거절했습니다, 그랬더니 아카네짱이 뭐라고 말했는지 아십니까?」

「………」

「자신의 방을 없애도 좋으니까……정 안된다면 자신이 집을 나가서 친척의 집에 살아도 좋으니까, 저에게 피아노를 사 주라고……」

띠리링, 아카네의 손가락이 곡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몹시 단순한 바이에르(Beyer)³, 이야기의 흐름상 틀림없이, 그 사준 피아노로 제일 최초로 연주한 곡일 것이다.

「아카네짱 답지요……선배라면 벌써 알고 있겠지요, 제가 어째서 피아노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지」

무척 슬픈 것처럼 들리는 아오이의 목소리.

그 말을 듣자, 아아, 라고 나는 긍정한다.

아오이에게 있어 피아노, 그것은 틀림없이, 아카네의 주박(呪縛)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서 선택한 것.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아카네에게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 아카네를 업신여기기 위해 선택한 길.

「하지만……아카네짱 기뻐합니다, 제가 과제곡을 연주하거나 콩쿨에서 좋은 성적으로 입상하거나 하면, 자신의 일처럼……」

아오이가 연주하는 곡이 흐트러져, 떨려 온다.

그것은, 아오이의 진정한 마음이 곡에 스며든 증거.

「쭉……함께였던 것이에요, 언제라도 곁에 있어 주었습니다」

견딜 수 없는 것처럼 곡이 멈춘다.

건반을 떠난 손이 아오이의 얼굴을 가린다.

그 손가락의 틈새로부터,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싫어……아카네짱이 없다니, 절대로 싫어……」

흐르는 눈물이 잇달아 마루로 떨어진다.

「돌려줘요…돌려주세요, 선배, 저의 아카네짱을 돌려줘요……」

피아노 소리가 사라진 방음실(防音室), 남는 소리는 아오이의 오열뿐.

그런 아오이를 보며, 나는 칫하고 혀를 찼다.

「말하고 싶은 건 그것 뿐인가?」

나의 차가운 말에, 아오이는 깜짝 놀라 얼굴을 들어올린다.

……결국…원래대로 되돌리면 이런 것인가

바뀌지 않았다, 변함없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

나에 대한 소유욕으로 터무니 없는 일을 저지른 아오이, 아카네를 돌려달라 떼를 쓰는 아오이.

나는 한번 더 한숨을 쉬고 나서, 쟈켓의 주머니에 손을 쑤셔넣고, 한층 더 문에 체중을 맡긴다.

그리고 한숨을 뒤섞어, 아오이에게 말했다.

「후, 아오이, 나를 책망한다 하더라도,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 결코 되돌릴 수 없다」

엣, 이라고 말소리를 높이는 아오이.

「하지만---」

그런 아오이를 보면서, 나는 자학적으로 웃는다.

「대가만은 치러 줄 작정이다, 확실히 각인시켜 줄테다」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그 놈의 얼굴을 떠올린다.

키득키득 웃으면서, 우리들을 농락한 그 꼬마의 면상을.

꾸욱, 나는 이를 악문다.

……그 얼굴…고통에 뒤틀리게 해 준다…

내가 그런 일을 생각하고 있는데, 일어선 아오이가 비틀비틀 나에게 다가온다.

「선배까지……나의 앞에서 사라져 버립니까……?」

마치 몽유병자와 같은 아오이의 움직임.

당장 넘어질 것 같은, 아니……

「앗」

작은 신음성을 지르며, 아오이가 소파에 무릎을 부딪쳐, 마루에 넘어졌다.

그것을 기회로, 아오이의 울음소리가 한층 더 커진다.

「싫어! 선배 가지말아, 더 이상 나를 혼자 두지마!」

마루에 깔린 융단이, 아오이의 눈물에 젖어간다.

「선배가 말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듣습니다, 어떤 일이라도 합니다, 그러니까 」

마루에 무릎을 꿇고서 애원하는 아오이.

그것은 확실히 매달린다, 라고 하는 표현이 적절한 모습이다.

「모두……나를 내버려두고 사라져버려……엄마도, 아카네짱도…선배도……」

그러나, 그런 아오이를 내려다 보면서, 나는 억제한 목소리로, 조용히 아오이에게 말했다.

「너는 아직도……혼자서 설 수 없는 건가?」

「엣?」

조금, 놀란 얼굴을 하는 아오이.

나는, 아오이를 내려다 보는 시선에 한치의 변화없이, 아오이에게 말한다.

「너는 아직도……아카네나 내가 손을 빌려주지 않으면 혼자서 설 수조차 없는 인간이냐고 묻고 있다」

「……」

융단을 뭉개듯이, 아오이는 마루에 내려놓은 양손을 움켜쥐였다.

그런 아오이의 모습을 보면서, 자학적으로 웃으며, 나는 아오이에게 말한다.

「그럼, 아오이……아카네가, 마지막에 뭐라고 말했는지 가르쳐 줄까」

「 ! 」

「숨이 곧 끊어질 듯한, 이제, 한마디 밖에 할 수 없는, 그런 상태에서 그 녀석이 선택한 말이다」

아오이가 신체를 경직시킨다.

마치, 그 자신의 심장이 멈춰버린 듯.

이것을 아오이에게 전하는 것은 아카네의 본의(本意)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나친 추태를 보여주는 아오이에게, 우스갯소리를 하듯, 말했다.

「아오이를……, 너를, 나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존재로 해주라고 부탁했다」

「―――!」

나의 그 말을 듣자, 아오이의 안색이 바뀐다.

나는, 아카네의 그 말이, 아오이에게 있어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것까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확실히 아오이의 마음의 심처를 흔든 것 같다.

나는 주머니로부터 손을 꺼내, 팔장을 낀다.

「어떻가 아오이, 너는 이렇게까지……죽은 사람이 이렇게까지 거들어 주지 않으면 일어 설 수 없는 인간인가?」

나의 눈앞에서, 엎드린 채, 얼굴을 숙여 신체를 세세하게 떨고 있는 아오이.

하지만---

「일어---섭니다」

그렇게 말하고 아오이는 한쪽 무릎을 세워 손을 댄다.

그리고 그 손에, 무릎에 손톱이 파고들 만큼 강하게 힘을 집중하며, 비틀비틀 휘청거리면서도 일어섰다.

그대로 나를 똑바로 응시하는 아오이.

「이것으로, 좋습니까?」

흐를려는 눈물을 억지로 붙잡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런 아오이를 보자, 나는 천천히 눈을 내리깐다, 그리고 한마디만 불쑥 말했다.

「………좋아」

그리고, 나는 주머니에 넣어 둔 것을 꺼낸다.

원래 이것은, 최초부터 아오이에게 건네주려고 가져온 것이다.

「포상이다, 받아라」

나는 그것을 말아 아오이를 향해 던진다.

「에?」

당황한 것처럼 손을 내미는 아오이.

하지만, 내가 던진 것은 꽤나 가벼운 것이므로 도중에 속도가 줄어 떨어진다.

그것을 쫓으려고 한 아오이는 그대로 앞으로 넘어져 마루에 무릎을 찍었다.

「아……」

그리고……그것을 움켜쥔 아오이의 눈으로부터, 다시금 눈물이 주르륵 넘쳐흐른다.

아오이가 움켜 쥔 것.

그것은, 스카프.

그 때, 어린시절의 아오이가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도 놓으려고 하지 않던, 아카네가 최후에 걸치고 있던 제복의 스카프였다.

아오이는 그것을 가슴에 꼭 껴안는다.

「네가 가져라……」

……그 쪽이, 아카네도 납득할 것이다

「네……에……」

목이 쉰 것 같은 아오이의 목소리.

……그럼

아오이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얼굴을 올린다.

「이걸로, 전부 마무리 지었군」

그리고, 그렇게 중얼거리며 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아」

나를 불러 세우는 것 같은 아오이의 목소리.

하지만, 그 목소리를 무시하듯이 나는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연다.

「기다려요, 선배 마지막으로」

그리고 문을 빠져나와, 아오이를 향해 돌아본다.

문을 닫기 위해서 문밖의 손잡이를 붙잡은 채로.

「뭐야?」

그것은, 내 스스로 놀라울 정도로, 가볍고, 경쾌한 목소리였다.

이것으로 해야 할 일은 했다, 그런 기분이 나를 채우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과는 대조적으로 비통한 아오이의 표정.

「돌아……오는거지요」

아오이는 알고 있다, 자기 자신이 실을 다뤄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나와 싸웠기 때문에.

이 내가 꼼짝도 못하고, 아카네를 지키지도 못하고, 갓난아이의 손을 비틀듯이 농락한 그 상대의 실력을.

그런 아오이에게 나는 대답한다, 이제, 무엇하나 속일 필요가 없다.

「글쎄」

그래, 결국 해 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른다, 그것이 결론이다.

부들부들, 스카프를 움켜쥐고 있는 아오이가 떨린다.

계속해 나는 말한다, 변함없이 가벼운 목소리로.

「뭐……기분 내키는 대로, 일이 끝나 여기로 돌아와도……」

흥, 나는 웃는다.

「저 세상에 가도, 어느 쪽에도 내 여자는 있다」

싸악, 아오이의 표정이 새파래진다.

「싫엇, 앞으---」

「꽝! 」

나는 아오이가 일어서기 전에, 문을 힘껏 닫는다.

꽉 움켜 쥔 손잡이로부터, 반대편에서 아오이가 절규하며 문을 두드리는 충격이 전해져 온다.

하지만, 방음처리가 되어 있는지, 그 외치는 내용을 알아 들을 수 없었다.

문이 열리지 않게, 강하게 손잡이를 움켜 쥐면서 나는 마음 속에서 중얼거린다.

……미안 아오이, 타임오버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조금 전부터……

오글오글……오글오글……

멀리서 나를 부르듯이, 머릿속을 울리는 그 놈의 힘.

이윽고, 안쪽으로부터 문을 두드리는 충격이 없어진다.

나는 천천히 문의 손잡이로부터 손을 떼었다.

……그럼, 갈까

나는 쟈켓의 주머니에 손을 쑤셔넣고, 이 집의 복도를, 밖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죽을까, 살까---

밖으로 나오자, 벌써 날은 저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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