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화 (22/25)

前編

밖으로 나오자, 날은 완전히 저물어 밤이 되어 있었다.

문득 멈춰 서서 위를 올려보자, 구름 한점없는 하늘에, 만천(滿天)의 별과 아주 조금 쇠퇴한 달이 떠올라 있다.

시선을 되돌려, 앞으로 걷기 시작하자, 비로소 겨울의 맑은 공기가 뺨에 느껴졌다.

바람 한점없는 고요한 밤의 귀로.

그러나, 방사냉각(放射冷却)의 탓일까, 걸을 때마다 뺨에 닿는 공기는, 마치 뼈 속까지 얼게 할 정도로 차가왔다.

그런 나를 뒤쫓아 오는 하나의 인영.

몹시 불안한 발걸음.

그래, 아카네다.

이제 용무는 없다, 라고 말했지만, 아카네는, 아오이를 만나러 간다, 라고 하며 야무지게 나를 따라왔다.

아카네가 휘청거리며 전신주에 손을 기댄다.

호흡도 마음 탓인지 난폭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아카네는 방금 전에, 격렬하게 처녀막을 찢진 직후이므로, 본래라면 서 있는 것조차 괴로울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카네와 걸음을 맞추지도, 굳이 앞서가지도 않는다, 일정한 속도로 걸어간다.

원래 아카네가 나와 함께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오이를 만나고 싶다면 마음대로 와도 좋다, 나는 되돌려 보내거나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데도 아카네는, 나와 거리가 떨어지면 걸음을 빨리하고, 가까워지면 괴로운 듯 걸음을 멈춰, 나로부터 일정한 거리 이상 떨어지지 않게, 필사적으로 따라오고 있었다.

그런 일이 끝없이 반복되는 귀로.

역시나 진저리가 났기 때문에, 나는 걸음을 멈추고 아카네를 향해 돌아섰다.

「아……」

아카네도 걸음을 멈춘다.

그런 아카네를 보면서, 나는 한숨을 섞어 아카네에게 말했다.

「그렇게 괴롭다면, 아픔만이라도 없애 주겠어」

나는 오른손을 쑥 내밀었다.

아까전엔 완고하게 힘이 사용되는 것을 거절한 아카네, 하지만 지금은 아주 조금 당황스런 얼굴을 했다.

실제 그렇게 반응할 만큼 괴롭겠지.

그러나 그런데도, 아카네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좋아요……이대로도……」

무리하게 평온을 가장하고 있는 아카네의 목소리.

그런 아카네의 모습을 보자, 나는 웃으면서 익살스럽게 말했다.

「모처럼이니까 완벽하게 치료해 줄까? 찢겨진 것도 모두 원래대로 되도록, 언제라도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말야」

아카네의 얼굴이 확 붉어진다.

「바…바보같은 말 하지말아, 그건---」

거기까지 말하곤, 아카네는 얼굴을 나로부터 외면했다.

「이…일생에……한 번 뿐인 일이니까………의미가 있는거야」

나와 눈을 맞추려고 하지 않는 아카네.

……의미--인가…

나는 그대로 아카네를 가만히 응시한다.

아카네가 그 행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든……굳이 참견하는 것은 그만두자.

내가 고려할 일이 아니다.

나는, 치켜들고 있던 오른손을 거두고, 귀가길로 방향을 되돌린다.

「그렇다면 그것으로 좋아, 마음대로 해라」

그리고, 그렇게 아카네를 떼어 버리며,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나는 방금전과 다르지 않는 속도로 걷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뒤을 따라 와야할 아카네의 발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한 번 걸음을 멈추어 버린 만큼, 다시 걸음을 내딛는 게 괴로운 걸까.

하지만, 그 자리에 우두커니 멈춰 선 아카네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저기……」

나에게 들릴까 말까한 작은 목소리.

평소라면 이대로 무시하고 걸어가 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작은 목소리 안에, 깊고 깊은 고심의 흔적을 감지해, 나는 발을 멈추었다.

「뭐야?」

상체만을 뒤 쪽으로 향해, 나는 아카네에게 묻는다.

「…………」

나를 불러 세웠으면서도, 고개를 수그린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아카네.

그러나, 그 모습은, 내가 아카네의 목소리로부터 읽어낸 감정처럼, 극심한 고민에 빠진 것이었다.

「……용무가 있다면 빨리 말해라」

나는 아카네를 재촉한다.

「………」

아카네는 당분간 침묵을 유지했다, 그러나, 천천히 나를 올려보며, 목이 쉰 것 같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부탁이 있어……」

그 말을 듣고, 나는 일부러 한숨을 쉰다.

「정말이지 이의제기(異議申立)가 많은 여자다, 너는」

나는 신체를 완전하게 아카네를 향했다.

나는 어이없다는 듯 그렇게 말했지만, 여전히 아카네의 표정은 진지했다.

「마지막이니까……이것이 정말로 마지막 부탁이니까」

그 말을 들은 순간, 나의 뇌리에 아찔한 충격이 울렸다.

그것과 동시에 떠오른 꿈 속의 아카네.

나에게 상처를 입히면서도, 이것이 최후라고 하듯이 나의 앞으로부터 사라져 간 아카네의 모습---

「……뭐야, 말해 봐라」

나의 목소리도, 자연히 진지해졌다.

그대로 당분간 나와 아카네의 사이에 침묵이 방문했다.

방금전까지는 전혀 불지 않았던 것이 확실한 차가운 바람이, 나의 목덜미를 어루만진다.

이윽고 뜻을 결정한 것처럼, 아카네가 말문을 열었다.

「나는……이제 좋아, 당신에게 어떤 대접을 받아도 좋아, 당신이 어떤 식으로 생각해도 좋아, 그러니까………」

「………」

「아…아오이를……그 아이를 당신의 1번으로 해주길 바래……」

그렇게 말하곤, 그것 뿐이라는 듯 아카네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1번…인가

나는 흥하고 웃었다.

「그렇다는 것은, 요컨대 아오이를 너 이상으로 능욕해 주라는 것인가?」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아카네는 움하는 신음성을 냈다.

하지만, 이제 멈출 수 없다는 느낌으로, 이를 악물며 말했다.

「당신이…그런 방법으로 밖에 사람과 교제할 수 없다면, 그런 형태로 밖에 사람과 진심으로 사귈 수 없다면, 그래도 좋아」

아카네는 눈을 꽉 감고, 주먹을 꽉 쥐면서, 신체를 세세하게 떨었다.

격렬한 숨소리도 들려온다.

모든 용기(勇氣)를 쥐어 짜, 의지의 결단(決斷)을 발표했다는 모습이 역력히 전해져 왔다.

……과연

나는 눈치챘다.

……지금까지의 일련의 아카네의 행동은……이것을 위한 발판이였는가

나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카네를 내려다 보면서, 아카네와 아오이, 2명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

아오이가 나에게 호의(好意)를 가지고 있던 것은, 최초부터 분명했다.

모든 것을 파괴하면서까지 나를 손에 넣으려고 한 아오이의 광기를 보면 싫어도 알게된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면, 처음에는 분명히 적의를 가지고 있었던 아카네도, 실은 나에 대해서 호의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나에게는 이 2명이, 어느 쪽이 먼저라고 하는 것까지는 모른다.

그러나, 아카네는 아오이를 위해서라면 그 몸을 헌신하는 일조차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정도의 시스터 콤플렉스다.

생각해 보면 간단한 일이다, 요점은 아카네는 나를 아오이에게 양보한다, 라고 말하고 있다.

오늘하루 아카네의 일련의 불가해한 행동들은, 어느 의미로 나와의 결별의 의식이라고 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이것은, 아카네으로서는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 행위, 그러나---

나는 천천히 아카네를 향해 걷기 시작한다.

「과연……요컨대 나는, 너와 아오이가 주고 받을『물건』이라고 말하는 건가」

엣, 하고 얼굴을 올리는 아카네.

「그렇겠지? 너와 아오이의 형편에 따라 나를 양도한다라고 하고 있잖아, 거기에 나의 의지는 없지, 즉 너는 자신이 몹시 싫어하던, 내가 너희를 물건취급하는 것을 나에게 하고 있잖아」

「그, 그런 건!」

아카네는 정색해 부정한다.

나는 그런 아카네의 소란에 반응하지 않고, 걸음속도를 줄이지 않고 아카네에게 다가간다.

……뭐, 아카네에게도 여러가지로  말하고 싶은 게 잔뜩 있겠지, 나 역시도 지금 아카네의 요구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게 잔뜩 있다, 그러나 이런 차가운 날씨아래 기나긴 정담을 나눌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나는, 나머지 한 걸음을 내디디면 아카네와 부딪칠 위치까지 아카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아카네를 내려다 보았다.

「아……」

과연 아카네도, 이만큼 가깝게 마주할 때는, 침묵밖에 할 수 없다.

「………」

사육주에게 야단맞은 강아지처럼 입을 다무는 아카네.

그런 아카네에게 천천히 말했다.

「아카네……본래 내가 여기서 해야 할 말은『그런 걸 네가 말할 권리는 없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뿐이다』이겠지만……우선 그것은 한쪽에 밀어두지」

「엣 ! ?」 

놀란 얼굴로 나를 올려보는 아카네.

지금 말한 것은, 당연히 내가 말할거라고 생각했겠지.

그러나, 그런 아카네를 내려다 보면서, 나는 더 이상 없을 정도로 억제한 목소리로, 아카네에게 고했다.

「아카네……네가 아오이에게 그렇게 배려해주는 한……아오이는 또 망가진다」

「―――!」 

그 순간, 아카네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망가진 아오이.

나와 싸웠을 때의 아오이.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손에 넣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것을 전부 이용하고, 파괴했던 병든 정신.

결과적으론, 목적인 나까지도 파괴해 손에 넣으려고 했다.

아마도 아오이가 병들어 버린 것은, 실의 힘에 매료된 것과, 내가 아오이보다 먼저 아카네에게 주목한 것에 기인(起因)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문자 그대로 계기일 뿐이다.

진정한 직접적인 원인, 그것은 틀림없이, 지금 나의 눈앞에서 보인 아카네의 행동, 어릴 적부터 아오이를 향한 필요 이상의 간섭.

그것이, 아오이를 계속 압박했던 것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알았을 것이다, 아카네는 얼굴을 숙인 채, 그 전신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때때로 가로등의 불빛을 반사시키는 물방울이, 숙인 아카네의 얼굴에서 지면으로 떨어진다.

「너도 이제야 사실을 깨달은 건가?」

나는 목소리의 톤을 바꾸지 않고 아카네에게 말했다.

그러나, 그런데도 아카네는 다부지게 우긴다.

나로서는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아카네에게 있어, 비록 어떤 사태에 직면하더라도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아오이의 일이겠지.

「뭐야……뭐야, 잘난 것처럼」

뚝뚝! 아카네의 눈물이 지면에 떨어진다.

「자신도, 자기자신도 망가져 있는 주제에, 온전한 정신이 아닌 주제에, 그런 주제에 우리들의 무엇을 알고 있다고 말해!」

흐느껴 울면서 외치는 아카네.

그런 아카네를 내려다 보면서, 나는 천천히,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생각하기 전에 나온, 꾸밈없는 말.

「망가져 있으니까……객관적으로…보고 싶지 않은 진실을 목격하는 일도 빈번하지」

깜짝 놀란 것처럼 얼굴을 올리는 아카네.

그리고 그 표정.

나의 얼굴을 보며……마치 말해선 안 되는 것을 말해, 그것을 후회하는 그런 표정.

………나는……어떤 표정으로 지금의 말을 말했지…?

아주 조금 묻어나온 나의 본심.

그대로는 안 된다, 나는 평소의 자신을 꺼내기 위해서, 힘껏 주먹을 쥐였다.

아카네도……방금전까지의 기세를 잃고,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러면……어떻게 하면 좋아, 나는 그 아이를 어떻게 대하면 좋아…」

다시 고개를 숙이는 아카네.

「어떤……약속을 하면………」

그런 아카네를 보면서 나는 말한다.

「알고 싶은가?」

「엣?」

아카네가 놀란 것처럼 얼굴을 올렸다.

「어떻게 하면……아오이와 착실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를 알고 싶냐고 물었다」

당황하는 아카네.

조금 전에 말한 것처럼, 이대로 아카네가 지금까지의 교류방식을 아오이에게 고수하는 한, 아오이는 또 다시 망가질 것이다.

모처럼 고생해 아오이의 정신를 리셋(reset)했는데, 그것을 또 다시 엉망진창으로 만들면 골치 아프다.

「알고…있어?」

놀란 것 같은, 믿을 수 없는 것 같은 얼굴을 하는 아카네.

그런 아카네를 내려다 보며, 나는 흥하고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아, 물론이다, 게다가 이런 사람의 마음을 외부에서 조작하는 도구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매우 자연스럽게」

그렇게 말하며 나는 오른손 중지를 아카네를 향해, 실을 꺼내는 포즈를 취했다.

무엇보다, 그 방법을 아카네를 실천할 수 있을지 어떨지는 별개의 문제지만.

「알고 싶은가?」

나는 한번 더 아카네에게 확인한다.

「………」

변함없는 표정으로 망설이는 아카네, 당연히 반신반의하고 있겠지.

그러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인가, 결국엔 천천히 긍정했다.

「그런가, 그럼 가르쳐주지」

나는 그렇게 말하며, 아카네를 향하고 있던 오른손을 내렸다.

본디 원인은 뚜렷하다, 당사자인 아카네는 모를지도 모르지만 해결책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머진 그것을 확실한 형태로 표현할 수 있도록 행동할 뿐이다.

「네가 아오이에게 해야 할 일, 그것은……」

그리고---

내가 그렇게 말하고 있을 때.

「 ! 」

돌연 이변이 발생했다.

아카네의 안색이 바뀐다, 무언가에 놀란 듯 나의 후방을 응시했다.

그것과 동시에---

「―― ! 」

나에게 들어닥친 감각.

머릿속이 화끈화끈 불타는 것 같은……아니.

그런 품위했는 것이 아니다, 등골로부터 골수까지, 마치 전격이 달린 것 같은, 그런 충격이 나를 관통했다.

이 감각은 절대 잊을 수 없다, 아카네나 아오이와 싸웠을 때 느낀---

「뒤에 ! !」

아카네가 외친다.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을 감지하는 감각!

나는 외침과 더블어, 후방을 휙! 돌아보았다.

그 순간, 지금까지 무풍지대였던 골목에, 돌풍이 불어닥쳤다.

방심하면, 그대로 날아가 버릴 정도로 강렬한 바람.

그리고, 눈을 뜨는 것도 괴로울 정도의 바람의 맞은편에 보인 것.

그것은, 섬광---

나의 실이 빛나는 것 같은 휘황찬란한 광채가 아닌, 모든 것을 불살라 버릴 것 같은, 에너지의 덩어리처럼, 응축된 빛.

그것이, 물결이 너울거리듯 나를 향해 덮쳐오고 있었다.

「칫 ! 」

나는 반사적으로 아카네를 감싸는 위치에 선다.

그리고, 강풍을 마주보며, 그 빛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덮쳐오는 섬광을 응시했다.

저것은---

―――실(?)!

그 빛이 너무나 강하기 때문에, 온전히 정시(正視)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그것은 틀림없다, 타오르는 광채를 발하는, 가늘고 가는 실이었다.

큭……

실 그 자체가 가지는 에네르기, 도저히 내가 가진 실과 같은 종류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빛으로부터 느껴지는 힘은, 틀림없이 내가 가진 힘과 동류의 것.

그렇다면---

나는 이를 꽈악 악물어, 신경을 집중했다.

―――이 벽으로, 튕겨주마!

그리고 나는, 아카네에게서 강탈한 능력.

붉은 실의 부가능력(付加能力).

모든 실의 능력을 튕겨내, 방어하는, 견고한 붉은 빛의 벽을 전개했다.

부웅! 나의 전면에 펼쳐지는 붉은 벽.

나와 아카네를 보호하듯 눈앞을 가로막는다.

나는 벽 너머의 섬광을 응시한다.

그 벽의 저 편으로부터 '고오오' 함성을 지르며 덥쳐 오는 섬광.

일순 섬광과 벽이 충돌한다, 그러나 그 찰나.

무---

예상외의 돌발사태가 일어난다.

섬광은……마치 나의 실이, 모든 물질을 통과하듯, 내가 전개한 붉은 벽을, 무시하며 빠져나갔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다.

그만큼 견고했던 벽이, 그 섬광이 관통한 점을 중심으로, 마치 파문이 퍼지듯이 녹아 버렸다.

벽을 관통해 뻗어 오는 섬광.

그것은 틀림없이 나의 심장을 표적으로 하고 있다.

감각적으로 알 수 있다, 이 실은 나의 실처럼, 찌르고 나서 특수능력을 발휘하는 종류가 아니다.

접촉하는 것, 그것이 치명적인 데미지로 연결되는, 그런 힘.

하지만, 나는 움직일 수 없다.

벽을 전개해 버렸기 때문에, 그 능력을 완전히 신뢰했기 때문에, 정신이, 사고 회로가 완전히 『방심』해 버렸다.

순간적으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

죽음(死)---

오로지 그 하나가 뇌리에 떠올랐다.

하지만 다음순간---

『쿵』

돌연 나의 신체가, 뒤로부터 냅다 밀쳐졌다.

뭐……

휘청! 몸의 자세가 무너진다.

나는 그대로 넘어질 듯 균형을 잃었지만, 간신히 다리를 견뎌 나를 밀친 사람을 돌아보았다.

나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나를 밀친 자세인 채, 그 자리에서 꼼짝달싹 못하는 인물.

……잠깐 기다려…

그러나, 거기는 내가 지금까지 서 있던 장소.

당연히 실의 표적은……

――칫

그 충격으로 나의 사고 회로는 완전히 움직임을 되찾는다.

……괜찮다

나는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한다.

……이 녀서의 힘은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 밀쳐졌다고 해도, 나와의 거리는 그만큼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나를 밀친 그 팔을 잡기 위해서 손을 뻗는다, 그대로 나에게 끌어 들이기 위해서.

문제는 없었다, 여유롭게 손목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왜…왜지…

나의 손은, 허공을 잡았다.

어렴풋이 손가락 끝이, 제복의 소매에 닿았다.

……알고 있는 거야? 그것에 적중되면 너는 틀림없이 죽어

스스로 손을 뿌리쳤던 것이다.

도와주려고 한 나의 손을 거절하듯.

……그런데 어째서………

나는 그 녀석을 올려본다, 몸을 날려서까지, 나를 구해준 바보같은 여자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

그런 나의 눈에 들어오는 그 미소,  언젠가……본 적이 있다……

―――어째서 그렇게, 만족스런 얼굴을 하지 ! !

 「네가 그 아이를 지켜주렴……」

  나의 머리를 쓰다듬는, 상냥한 손.

  「너는, 그 아이의, 언니니까……」

  뼈와 가죽만이 남아버린, 야윈 손.

  그런데도 따뜻한 손.

  하얗다…모든 것이 새하얗다.

  침대도, 이불도, 책상도, 커텐도.

  모든 것이 새하얀 작은 방.

  무더운 여름날.

  그것이 어머니의 마지막 말.

  그것이 어머니와의 마지막 약속.

  그러니까 나는 지켜.

  비록 어떤 일이 있어도, 그 아이는 내가 지켜.

「으응? 아오이, 뭘 보고 있어?」

황혼무렵의 자택.

아주 조금 열려있던 아오이의 방문의 틈새로 안을 보자, 갈아 입지도 않고 제복차림인 채, 의자에 앉아 당장 한숨을 내쉴 것 같은 애달픈 표정으로, 손에 쥔 무엇인가를 응시하고 있는 아오이의 모습이 있었다.

석양에 물든 방 안에서, 슬픔에 잠긴 아오이.

투명할 정도의 긴 흑발이, 반짝반짝 석양을 반사하고 있다.

나의 여동생이지만, 몽롱해질만큼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를 깨트리는 당황한 목소리.

「아, 아니……무, 뭘, 아카네짱, 왜에?」

그리고 손에 쥐고 있던 것을 책상의 서랍에 숨겨 버렸다.

후훗……덜렁이잖아요, 자연스럽게 숨기면 괜찮았을텐데, 다급하게 후다닥 숨겨 버렸기 때문에 반대로 아오이가 가지고 있었던 것이 분명히 보여버렸다.

저것은, 사진---, 게다가 남자의 사진이다.

브로마이드가 아니었다, 결국은 확실히 아오이의 눈이 닿는 범위에 존재하는 사람.

나는 장난스런 미소를 머금고 아오이의 방에 들어간다.

그리고, 살금살금 가벼운 발걸음으로 아오이에게 다가가, 뒤로부터 아오이의 목을 끌어안았다.

「야앗, 무얼 숨겼어?」

붕붕! 고개를 젓는 아오이.

「숨기지 않았어,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어」

이런 식으로 조금 익살스런 행동을 하는 아오이.

하지만, 이것은 내 앞에서만의 모습, 평상시에 보여주는 아오이의 태도와는 조금 다르다.

어렸을 적부터 용자단려(容姿端麗)¹했던 아오이.

연예계에 몇번이나 스카우트 된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것은 어릴 적부터, 항상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눈길에 노출되어 왔다는 사실.

그런 식으로 성장한 아오이는, 최근에는 가벼운 대인 공포증……특히 남자와는 원만하게 접촉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런 아오이가, 남자의 사진을 보면서 한숨……이것은 굉장한 사태다.

「언니가……협력해 줄께」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아오이가 깜짝 놀란다.

「………보였어?」

쭈삣쭈삣 나를 올려보는 아오이.

나는, 대답으로서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퐁하고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숙이는 아오이.

「이봐요, 보여주세요」

나는 아오이의 목을 끌어안은 채로, 아오이의 신체를 전후로 가볍게 흔든다.

그런 아오이가 나를 올려본다.

「…………정말로……………협력해 줄꺼야…?」

두려움과 설레임이 교차하는, 그런 표정.

나는 그런 아오이가 견딜 수 없이 귀여워서, 끌어안고 있던 팔에, 꾸욱 힘을 집중했다.

「당연하잖아, 나는 너의 언니니까」

그러자 아오이는 천천히 책상서랍을 연다.

깨끗이 정돈된 소품들이 놓여있는 책상안, 그 가운데 사진 1매가 어지러이 놓여져 있었다.

아오이는 그것을 소중한 듯이 들어, 그 사진을 살그머니 책상 위에 두었다.

나는 아오이의 얼굴 옆에서, 뚫어져라 그 사진을 본다.

그것은……문화제의 사진.

분명히, 문화제 준비로 바쁜 사람들을 몰래 찍은 사진이겠지, 거기에 비취진 모은 이들이, 카메라와는 다를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그런 몇사람이 소품을 옮기고 있는 사진의 중심에, 혼자, 조금 씁쓸한 미소를 띄운 사람이 찍혀있다.

「어머나……이 사람……」

내가 그렇게 무심결에 중얼거리자, 아오이는, 엣하는 경호성을 질렸다.

「아카네짱, 이 사람 알아?」

알고 있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그는 확실히 동학년으로, 두 클래스 너머의 학우.

다만, 왜일까 언제나, 용무도 없는데 교실에 남아 있기 때문에, 자주 보는 것뿐.

이름이……뭐라 했지, 확실히 들은 기억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식으로, 사진을 보면서 곰곰히 생각하고 있는데, 아오이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에? 왜 그래?」

내가 그렇게 반문하자, 아오이는 조금 말하기 힘든 듯, 머뭇머뭇거리며 말했다.

「응……혹시 아카네도 이 사람을……」

응?

나는 무심결에 의구심에 빠졌다.

일순간 아오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하지만, 아오이의 의심을 이해하자, 나는 그대로 아오이의 머리를 슥슥 어루만지며, 웃으면서 말했다.

「달라요, 다만 알고 있는 레벨이 미묘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생각해 내는데 시간이 걸렸을 뿐」

그대로 아오이의 머리를 통통 친다.

아오이는 조금 낯간지러운 것 같은 표정으로 웃었다.

그러나, 곧바로 조금 불안한 표정으로 바꾼다.

「아카네짱……그러면…정말로………」

그런 아오이에게, 나는 키득키득 웃으면서 말한다.

「응, 연인사이가 될 수 있도록 내가 주선해 볼께」

「정말?」

놀라울 정도로 빨리 반응하는 아오이, 이런 아오이는 분명히 드물다.

아오이에게 있어 어지간히 중요한 일이겠지.

「응, 약속할께, 하지만……」

그런 아오이를 껴안는 손에 꽈악 힘을 더하며, 나는 상냥하게 말한다.

「나만 노력해도 안되요, 아오이는 나 이상으로 노력해야 되겠지요」

고개를 숙이는 아오이.

하지만, 강한 어조로 답했다.

「………응」

………그것이, 나와 아오이의 약속.

 어머니와의 약속.

 아오이와의 약속.

그 사람과 접촉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 그 사람은 언제나 아무도 없는 교실에, 혼자 남아 있으니까.

만나기도 간단,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게 고백을 전하는 것도 간단, 이런 시추에이션에서, 이 정도로 고백하기 쉬운 사람도 없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황혼 무렵의 교내를, 그 사람이 있을 교실을 향하려고 한다.

하지만……어째서일까……다리가 움직이질 않아.

교실을 나가면 곧바로 그 사람의 교실의 문이 보일 만큼 가까운데.

……그, 그것은 그래요, 나도 이런 일을 하는 건 처음이니까

아오이에게 고백해 온 사내아이에게, 아오이 대신 내가 거절한다라는 일은 지금까지 몇번이나 있었지만 지금의 이런 패턴은 처음.

자연 다리가 움츠려든다, 실패하면 어떻게 하지.

하지만, 나는 그런 무기력한 다리를 가볍게 친다.

확실히 하지 않으면.

괜찮아, 그 아오이다, 그 사람도 반드시 아오이가 교제하고 싶다는 고백을 전하면, 뛸듯이 기뻐할 것임이 틀림없을테니까.

나는 그렇게 용기를 쥐어짜 다리를 움직인다.

그런데도 막막하게 울리는 가슴의 동계(動悸)는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그 사람의 교실에 가까워짐에 따라, 쿵쿵, 빠르고 강렬해진다.

……치, 침착해야

나는 그 사람의 교실의 앞에 도착하자, 1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열려 있는 교실의 문에 살그머니 몸을 기대며, 조심조심 교실을 들여다 보았다.

내 눈에 들어오는 교실내의 풍경.

그 사람은………역시 있다.

석양에 물드는 교실 안에서, 창가의 책상에 앉아,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교실에, 오로지 혼자서.

그리고 나는----

『두근』

그 사람의, 먼 곳을 응시하는 그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을 때.

공명한 가슴의 울림을.

일생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멀리……먼 곳을 응시하는 눈.

분명히……우리들과는 다른 세계(世界)를 보고 있는 눈.

우리들이……볼 수 없는 것을 보고 있는 눈----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이해했다.

아오이…….

어렸을 적부터 세속적인 시선에 시달려 온 아오이.

그런 그 아이가 좋아하게 되는 것은……분명히『이런 사람』이니까.

『두근…』

그리고, 또 하나 이해한 것이 있다.

그것은---

나는 쿵!쿵! 크게 울리는 가슴을 손으로 억누른다.

아오이, 너와 나는……같은 피를 나눈, 틀림없는 자매(姉妹)라는 걸.

「………응?」

그 사람이 여기를 뒤돌아 본다.

눈치챘다!

나는 반사적으로,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힘껏 복도를 달렸다.

……어째서?

나는 달리면서 생각한다.

……그 사람에게 말해야되죠?

복도에 울리는 발소리.

……아오이가 당신을 좋아하다고

하지만, 그보다 훨씬 크게 울리는 가슴의 소리.

……아오이와 교제해 주라고

나는 복도의 구석까지 다다르자, 단번에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2개 층을 내려가, 그대로 교사의 중심으로 향해 복도를 달렸다.

교사의 한가운데까지 이르려, 나는 멈추었다.

그리고 등을 벽에 기대며, 그대로 마루에 주저앉아 버렸다.

『두근…』

가슴이 크게 울린다.

『두근…』

놀랐기 때문도, 전력질주했기 때문도 아닌 그저 가슴의 고동(鼓動).

………정말로……협력해 줄꺼야…?

아오이의 말이 소생한다.

불안한 듯 매달리는 목소리.

『두근…』

나는 가슴을 움켜 쥐었다.

……멈춰죠………

『두근…』

……부탁이야!

아오이는, 그 때부터 아무런 말도 건네오지 않았다.

확실히 그 남자의 일이니까, 결과가 무서워서 나에게 물어 볼 수 없겠지요.

나는 지금, 그런 상황을 달갑게 받아들여, 자연스럽게 아오이를 피하고 있다.

하지만……이것은 절대 피할 수 없는 일.

아오이가 저만큼 고뇌하는 표정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그만큼 진지하다는 사실, 그만큼 잊을 수 없는 사랑이라는 사실.

절대로, 시간의 흐름에 지울 수 있는 감정이 아니라는 사실.

하지만, 아오이……나도 이런 기분은 처음인걸.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아니……알고 있다, 사실은 어떻게 하면 좋은지 알고 있다, 내가 포기하면 된다.

나는, 그 아이를 지켜야 하므로.

하지만………

아오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그 사람을 생각하면, 가슴이 메인다…….

비뚤어져 가는, 나의 마음.

그리고………

아마도……그런 마음의 왜곡이……

『그것』을 불렀다고 생각한다.

집안을 배회하는, 나의 공허한 시야에 어렴풋이 보인 것.

그것은……붉은 빛.

아버지의, 서재의 방문 틈새로 빠져 나오는, 환상적인 붉은 빛.

나는, 마치 거기에 이끌리듯이 아버지의 서재안으로 들어갔다.

나의 눈에 붉은 빛이 들어온다.

빛의 정체, 그것은 붉은 돌………

아버지의 책상 위에 놓여져 있던, 작은 보석상자와 같은 상자안에 놓여진, 루비처럼 빛나는 돌.

아버지가, 연구실로부터 가지고 돌아온 날, 한번 본 적이 있다.

그것이……마치 그 자체가 오라를 발하듯이, 가느다란 붉은 빛을 완만하게 휘감고 있었다.

아지랭이처럼 흔들거리는 붉은 빛, 나는 그것에 인도되는 것처럼, 아버지의 상자에 다가갔다.

깜깜한 방 안에서, 빛나는 그 돌은, 마치 그 것만이 이 방에 존재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상한데……분명히, 또 하나의 푸른 돌이 있었는데……

나는 책상의 바로 앞까지 걸어간다.

……그 이전에……언제나 열쇠로 잠겨 있던 아버지의 방문이 열려 있었다……

그리고, 나는 돌에 가까워지자, 살그머니 그것을 잡으려고 손을 가져갔다.

『당신이 나를 불렀어?』

손가락 끝이 돌에 닿는 순간---

'피잉' 이라는 소리가, 방안에 울렸다.

「! ?」

나는 그 소리와 동시에, 터무니 없는 열을 돌에서 감지해, 무심코 손을 떼었다.

하지만---

「엣?」

돌에서 손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니.

마치, 돌로부터 실이 풀린 것처럼, 가는 빛줄기가 1개, 지금, 돌에 닿은 나의 손가락에 붙어 있었다.

「무, 뭐야 이---」

다음순간 나를 덮친 것.

그것은 격통.

비명마저 지를 수 없을 정도의, 경험한 적이 없는 격통이 손가락을 덮쳤다.

나는 미처 참을 수 없어, 마루에 무릎을 꿇었다.

「……아……흑……」

게다가, 그 아픔은, 그 손가락으로부터 팔로 향해 자꾸자꾸 퍼진다, 마치 나의 팔을 침식하듯이.

「……아악……싫엇……」

나는 기절하는 것처럼 마루에서 뒹굴었다.

―――아파

―――아파

―――아파

그것 밖에 생각할 수 없는 나의 머릿속, 죽을 만큼은 아니지만 참지 못할 아픔.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 어떤 것이 떠올라 사라져 간다.

―――어째서 내가 이렇게 괴로워하지 않으면 안되지?

주르륵 눈물이 넘쳐 흐른다.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아픔이 퍼진다, 아픔은 이제 팔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그것은

두근 나의 심장이 울린다.

……그 사람이 있기 때문에……

나의 마음이, 하나의 감정에 전부 오염된다.

……그런 사람이, 나와 아오이의 앞에 나타났기 때문에……

달라!

그런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 사람은……

나는 팔을 꽈악 감싸안는다.

하지만, 그것은 멈추지 않고, 나의 팔의 침식하듯, 나의 사고를 물들여 간다.

……용서하지 않아……

아픔은 이윽고, 팔을 넘어, 머리까지 도달했다.

……나를 방황하게 만든 사람

몸이 뜨겁다, 마치 열병(熱病)에 감염된 것처럼.

……아오이에게 그런 애절한 표정을 짓게 만든 사람

통증이, 마침내 머리의 중심까지 왔다.

……나의 앞에서, 사라져 버리면 좋겠다!

그 순간, 갑자기 심신을 침식하고 있던 아픔이 없어졌다.

그것과 동시에 멀어지는 의식(意識).

내가 온전히 기억하고 있는 것은, 여기까지였다.

………

……그 이후의 일은 그다지 기억하고 싶지 않다.

마치, 꿈 속을 헤매는 느낌으로, 일상을 보냈다.

그런데도 변함없는, 그 사람에 대한 감정.

―――밉다

―――좋다

―――그러니까 사라져

가지각색인 감정이, 나의 마음 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가속시키 듯, 나의 육신를, 마음을 감싸듯이 요동치는 붉은 실.

사람의 감각을, 자유자재로 조종한다…….

이 힘이 있으면 모든 것을 생각한대로 할 수 있다.

그 사람마저……

욱신욱신 머리가 아프다.

……이 힘을 사용하는 거야? 그 사람에게?

……사용해 무엇을 하는 거야?

……그 사람을 나의 것으로 하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아오이에게 주는 거야?

사고(思考)가 혼잡하다, 다양한 감정이 떠올라 사라져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가까스로 결착된 감정.

―――그 사람이, 없어져 버리면 좋겠다

―――그러면 나는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

그 사람도………나와 같은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아오이도 나와 같이, 이 힘에 침식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알 수가 있었다.

이 힘에는, 같은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다.

그러니까 틀림없다.

어째서?

어째서 당신이 이 힘을 가지고 있는 거야?

저것은, 나의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것.

즉, 우리의 것.

되찾아야 된다, 비록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부숴서라도.

부숴?

싫다, 그런 일 하고 싶지 않다.

게다가, 그 사람이 없어지면, 아오이가 슬퍼한다.

아오이가 슬퍼하는 얼굴은 보고 싶지 않다---

그런 내가 간신히 꺼낸 말.

『당장 돌려준다면, 당신을 이대로 상처없어 보내주겠어요』

하지만, 그런 일을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강해지는 나의 마이너스 감정.

그것이 강해질 때마다, 나의 진정한 마음이 지워져 간다.

사라지는, 나의 마음.

그 때부터 단편적으로 머릿속에 명멸하는 장면들.

그가 나의 발밑에서 웅크리고 있다.

신음소리를 지르며 괴로워하고 있다.

나는 그런 그를 내려다보며, 그를 상처입히는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무서운 일을……무서운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 사람은 일순간이라도 굽히려고 하지 않는다, 그 안광(眼光)은, 비록 기어서라도 나를 쓰러트린다라고 말한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나의 말.

………죽인다……라고 말했다

………나의 눈앞에서, 그 사람을 죽인다라고 말했다

싫다!

그런 일 하고 싶지 않다.

왜냐면 나는 이 사람을………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었다.

결국 나는, 이 힘에 지배되고 있을 뿐.

그리고, 그 사람은, 이 힘을 지배하고 있다.

힘에 휘둘리는 나와, 힘을 다스리는 그 사람, 형세가 역전하는 것은 순간이었다.

그 사람의 눈앞에서 무너지는 나.

하지만……이것으로 좋아, 이것으로 나는 해방된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했던 것도 잠깐, 이번에는 하필이면, 그 사람에게서 그를 미워하는 감정을 억지로 주입받았다.

나를 희롱하기 위해서.

어째서……나도 솔직해지고 싶은데……

그리고 나는……상상도 못했던 치욕을 그에게서 받았다.

그 힘을 사용해, 생각해 내고 싶지도 않은 지독한 일을 호되게 당했다.

그가, 이런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라지지 않는 하나의 감정.

그에게 억지로 심어진 미움이라고 하는 감정의 한쪽 구석에서, 결코 침식되지 않는 강한 감정.

그래도 나는 이 사람이……

그리고, 그런 그가 나에게 한 제일 잔인한 일.

그것은……저런 아오이를 나에게 일부러 보여준 일.

소중한 아오이.

내가 지켜 온 아오이.

하지만 그것이………이렇게 그 아이를 압박해 아프게 할 줄 몰랐다.

알고 싶지 않았다, 저런 아오이는 알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진실.

내가 아오이를 망가트렸다---

그러니까………나는 이렇게 하는거야.

이제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거야.

저기요……내가 없어지면, 반드시 아오이를 소중히 여겨 주겠죠.

보통으로 안겨서 좋았다.

사실은, 이런 일을 했기 때문은 아니었지만……조금은 보답받을까나.

마지막에 나를 감싸려고 했지요.

나를 구해 주려고 했지요.

사실은 다정했다.

기뻤다.

이번엔……그것을 아오이에게 해줘요.

아오이………

미안해요, 이제 나, 당신을 곁에서 지켜줄 수 없어요.

화내지요, 이런 일 해버린 나를 울면서 꾸짖지요.

미안해요……

하지만……이것으로………언니로써의 약속을 지켰네요………

언니인가요……

마지막으로 그렇게 불린 게………언제였지…………

풀썩, 아카네의 신체가 나에게 쓰러진다.

격렬한 광채를 발하는, 섬광과 같은 실에 가슴이 꿰뚫린 아카네가.

나는 그런 아카네의 신체를 받아, 지지한다.

그러나, 그 중량감과……무엇보다도 충격에 의해, 나는 그 신체를 지탱하지 못하고, 지면에 무릎을 꿇어 버렸다.

실은 사라졌다, 아카네의 가슴을 꿰뚫음과 동시에, 또, 그것과 동시에 그토록 강하게 불고 있던 강풍 역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

일순 멍해있던 나, 그러나 곧바로 정신을 차려, 가볍게 혀를 차며 아카네의 신체를 잡아 당겼다.

「바보냐……」

아카네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아카네의 가슴을 살폈다, 실에 꿰뚫려, 구멍이 뚫린 가슴을.

아카네의 제복은 감색을 베이스로 한 것이므로 이 상태론 잘 모르겠다, 그러나 가슴에 뚫린 구멍은 그만큼 크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이 정도라면 나의 힘으로……

나는 그렇게 생각해, 손가락 끝에서 실을 뽑아냈다.

사람의 육체에 간섭해,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는 힘을 겸비한 보라색의 실을.

……시간은 충분하다, 아직 늦지 않았다!

나는 실을 발출해, 그대로 아카네의 가슴에 뚫린 구멍의 바로 옆에 찌르려고 실을 내리쳤다, 그러나---

……무슨

나의 실은, 아카네의 신체에 박히려는 그 직전에, 그 첨단으로부터 마치 녹아내리듯 사라져 버렸다.

나는 실을 되돌려 다른 장소에 실을 박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을 몇번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나의 실이 아카네의 신체에 일정한 거리 이상 다가가면, 그 곳부터 나의 실은 녹아내리듯 소멸해 버렸다.

……뭐야, 이것은

그런 까닭에 나는 깨달았다.

꿈쩍도 않는 아카네의 신체, 그 주위를 희미한 빛의 오오라 같은 것이 휘감고 있다는 사실을.

그 빛의 색깔은, 희미해지고 있지만, 틀림없이 방금전, 아카네의 가슴을 관통한 실과 같은 종류의 것.

붉은 벽을, 실의 능력을 담박에 녹여, 무력화시킨 힘.

……이 것인가? 이것이 나의 능력을 봉쇄하고 있는 거야?

사용할 수 없는 나의 능력.

나의 가슴에 뚫린 구멍과 바꾸듯이 사라져 간 아카네.

……뭐야…이래서야 마치 꿈과---

내가, 그렇게 반쯤 망연해 하고 있는데, 아카네의 뺨이 씰룩 움직여, 희미하게 눈을 떴다.

「응……」

나를 올려보는 아카네.

하지만, 나는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다만, 아카네를 내려다 볼 뿐이다.

「미카게…군……」

아카네가 가녀린 목소리로 나의 이름을 부른다.

「가르쳐줘……나는…아오이에게 어떻게 하면 좋아……?」

아까전의 질문의 계속.

이런 상태에서도, 아카네에게 있어 아오이의 일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아니……이런 상태이니까 일지도 모른다.

「……가르쳐주길 바래?」

그러니까, 나는 대답한다, 아카네가 바라는 것을.

「……응」

희미하게 미소짓는 아카네.

그런 아카네에게 나는 더 이상 없을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아오이에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그것은 빼앗는 일이다」

아카네가 이상하다는 얼굴을 한다.

「빼앗는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너는, 아오이에게 무조건 주었을 뿐이지? 한 쪽은 줄 뿐이고, 다른 한 쪽은 받을 뿐이고, 그런 일방적인 관계는 절대 어디선가 비뚤어진다, 그러니까……대등한 관계를 쌓아 올리기 위해서, 너는 빼앗고,  빼앗기기도 해야 한다」

당연히 지금의 말은, 적지 않은 비유를 포함하고 있다.

실제, 빼앗고 빼앗긴다면, 관계가 비뚤어지기 이전에 망가지는 게 다반사일 것이다.

요점은, 아카네의 경우, 그 정도의 마음가짐으로 아오이와의 관계를 쌓아 올리지 않으면 밸런스가 잡히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너도, 아오이에게서 가로채고 싶은 것이 하나, 둘쯤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아오이에게 양보하지 않고, 빼앗는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아카네는 싱긋 웃는다.

「그래……」

그리고, 떨리는 손을 나의 손 위로 올려, 나의 손을 꽈악 붙잡았다.

그 약해진 손으로는 상상도 못할 만큼 강하게.

「그럼……이것으로 좋아……」

그리고 아카네는 웃는다, 무척, 만족스레.

「――」

아카네의 손으로부터 체온이 전해져 온다.

하지만, 이 따뜻함도 이제 곧 사라진다, 아카네의 생명의 불꽃과 함께.

「하지만………그래도…역시……부탁해도……될까…………」

아카네의 이야기의 간격이 길어지고 있다.

마침내, 최후가 가깝다.

「당신의……1번을…………아오이로…………」

띄엄 띄엄 이어지는 아카네의 부탁.

하지만, 그래도 나는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나'이기 위해서.

꾹, 나는 이를 악문다.

「………그런 걸…네가 부탁할 권리는 없다……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뿐이다……」

눈을……돌리지 않고, 아카네를 응시하며 말한 나의 대답.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아카네가 싱긋 웃는다.

그 표정은, 어쩔 수 없는 남동생이나 아들을 나무라는 누나나 모친과 같다.

「잔인한 사람………」

그리고, 나의 손을 잡고 있던 손을 들어올려 그 떨리는 손가락으로 나의 뺨을 어루만진다.

나는 그 아카네의 손을 꾸욱 잡았다.

아카네의 눈으로부터 눈물이 주륵 흐른다.

아카네의 숨결이 가늘다, 아마 이것이 마지막 말---

「어째서……이런 사람에게………반해 버렸을……까………」

그리고 아카네는 천천히 눈을 감는다, 미소를 품은 채.

꾸욱 잡고 있던 아카네의 손에 무게가 걸린다.

멈춰지는 아카네의 호흡---

「………」

나는 그 팔을 아카네의 가슴에 얹었다.

그리고 천천히, 껴안고 있던 아카네를, 지면에 내려놓았다.

……바보녀석…

나는 벌떡 일어선다.

이런 상황에서 죽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온화한 얼굴을 하고 있는 아카네.

끝까지 자신보다 주위의 일을 걱정했을 뿐더러, 아오이를 나에게 떠맡기곤……

그리고 나는…그런 아카네를 일별하고---

그대로, 우리들을 덮친 섬광이 온 방향을 돌아보았다.

「………」

거기에는……지금까지, 완전히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기척이 없었던 그 장소에는, 어느새 한 명의 인물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칠흑의 어둠에 융합하는, 검은 가죽쟈켓과 바지를 입고, 붉은 모자를 시선을 가릴 정도로 푹 눌러 쓴 인물.

하지만 어리다, 그 복장이 어색하게 보일만큼 어린 소년.

현재의 아오이보다 2, 3살 정도 위일까.

그 소년이 모자의 챙을 들어 올린다.

「끝났어?」

그리고 이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은, 조롱하는 기색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밝은 목소리.

………뭐야? …이 녀석은---

나는……육체에 간섭할 수 있는 푸른 실의 힘을 신체에 두른다.

그리고, 조금…아주 조금만, 하반신, 특히 무릎 아래의 근력을 강화했다.

팍! 내가 위치했던 자리로부터 모래 먼지가 피어오른다.

「에?」

얼간이 같은 목소리가 들린다, 나의 바로 옆에서---

나는 순간, 그 녀석의 바로 옆으로 뛰어들어, 그 바로 정면에서 오른손을 돌려, 그 녀석의 목을 덥석 움켜잡았다.

휘청, 그 녀석의 신체 전체가 흔들린다.

나는 그대로 팔에 혼신이 힘을 집중했다.

빠듯이 죄여가는 그 녀석의 목.

이윽고 나의 손톱이 그 녀석의 목에 파고들어, 피가 흘러 나왔다.

그러나---

「저기말야, 모처럼 끝날 때까지 기달려 주었는데, 갑자기 이럴 필요는 없잖아?」

전혀 영향 없다는 듯, 휘파람이라도 불 것 같은, 그런 가벼운 어조.

……뭐야

이만큼의 힘으로 목을 조이고 있다, 설령 억지로 참는다 해도 보통으로 지껄일 순 없는데.

히죽, 그 소년이 웃었다.

그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위험하다---

나는 목을 조이던 손을 떼어버렸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나는 조금 전까지 있던 장소까지 단번에 몸을 날렸다.

나는 그 거리를 유지하며, 그 녀석의 목을 조이던 손을 응시한다.

외견으론, 나의 손은 아무런 외상도 없었다.

그러나, 화끈화끈 마치 화상이라도 입은 것 같은 감각이 손바닥에 남아 있다.

주륵, 이마로부터 식은 땀이 흐른다.

……달라…이 녀석의 능력은, 내가 가진 능력과는 전혀 다르다.

확실히 실을 사용하는 것도, 이 녀석으로부터 느낀 감각도, 종류로서 능력은 같은 것에 속할까.

하지만, 실제로 그 실로부터 나타나는 현상은……전혀 별개의 것.

식은 땀이 멈추지 않는다, 이 녀석의 능력의 정체를 파악할 수 없다.

그런 나를 응시하면서, 소년은, 더 이상 없을 침착한 목소리로 지껄이기 시작했다.

「머리의 회전이 빠른 데다가, 감도 날카롭다……」

나의 손톱이 파고든 목에 오른손을 살짝 댄다.

그리고, 그 손에 묻은 피를 확인하곤, 그대로 할짝 핥았다.

「게다가……감정의 고양에 의한 폭발력도 겸비하고 있다, 귀찮군」

소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의 어른스런 어조.

「하지만, 그럭저럭………」

그대로 핥은 손가락을 나에게 향한다.

위잉! 광채를 빛내는 실이, 끄트머리를 드러냈다.

아카네의 생명을 빼앗은 광사(光?).

꾸욱, 나는 이를 악문다.

나는 어떤 상황이라도 대처할 수 있을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러나.

「관계없는가」

우웅! 그 실의 첨단이 한층 더 빛난다.

그와 동시에---

「 ! 」

나의 신체가 지금까지 경험한 적이 없는 감각에 휘감겼다.

그리고 다음순간.

「뭐야」

부웅! 나의 신체가 후방으로 날려졌다.

외부로부터 힘이 가해진 느낌이 아닌, 마치 나의 신체가 자연스럽게 가속해, 그대로 뛰어오른 것 같은 그런 감각.

『쿵』

격렬한 기세로 나는, 전신주에 내동댕이쳐졌다.

「크 …」

지나치게 기세 좋게 내던져진 나머지, 나는 그대로 전주에 달라붙은 것 같은 형태가 되었다.

그러나 결국은, 나는 질질 흘러내려, 전신주에 등을 기댄 채, 지면에 널부러졌다.

「커……헉……」

온전히 호흡조차 할 수 없다.

이전에 나는, 아오이가 조종하는 얼간이에게 음악실의 벽에 내던져진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충격.

눈앞에서 불꽃이 튀긴다.

시야가 침침해진다.

그러나, 그 시야 안에 보인 것이, 나를 그대로 쉴 수 있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침침해진 시야 안에 보인 것, 그것은 나를 표적으로 광채를 휘날리는 실.

「큭」

나는 옆으로 회피하듯 몸을 구부렸다.

그러나, 이 공격은 피할 필요 없었다, 원래 나를 노리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위협하는 공격.

피잉, 소리를 내며, 머리 위를 통과하는 광사.

그것은 머리 위의 전신주를 비스듬하게 절단했다.

절단된 전신주는, 슥하고 흘러내려, 그대로 쿵하고 아스팔트에 내리꽂혔다.

와이어의 장력만을 의지해, 흔들흔들 비스듬히 기우는 전신주.

……하하…

위협, 이라고 하기엔 공격의 파괴력이 지나치다.

……아무래도, 상대가 되지 않는데…

공격력만이 아니다, 나의 공격도, 실의 능력을 소멸시켜 버리는 그 힘으로 완벽히 무효화 되겠지.

방어와 함께 맞겨룸을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전신주를 절단한 실이 휙 방향을 바꾸어, 나의 숨통 1센치 부근에 떠돌았다.

그 실의 끝에는, 실을 꺼낸 손가락 너머로 나를 응시하고 있는 소년.

절체절명.

하지만 왜일까 웃음이 복받쳐 온다.

아카네나 아오이와 대치했을 때처럼, 무언가 역전의 수단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복받쳐 오는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이런 것도 좋을지도 모르겠는데…

나는 시선만을 옆으로 향한다.

거기에는 온화한 얼굴을 한 채, 지면에 가로놓인 아카네의 모습이 있다.

……저 녀석의 적을 퇴치하기 위해서, 이대로 옥쇄(玉碎)³하다는 것

나는 실성한 듯 웃었다.

……발버둥치는 만큼, 화려하게 불살라 볼까

그렇게 생각해, 내 스스로에게 실을 폭주시키려 했다, 자폭공격을 결의한 그 순간.

「그-만」

한 없이 밝은 목소리.

그와 동시에 나의 숨통에 감돌고 있던 빛의 실이, 저 녀석의 수중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뭐……야?

망연해 하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키득키득 웃는 소년.

「정색했죠」

웃으면서도, 나의 모든 것을 간파하는 그 녀석의 눈.

「솔직히 말해 당신같은 사람은, 이런 상황일 때 상대하는 것이 제일 위험하지」

팡팡, 가죽쟈켓을 턴다.

「진다는……생각은 들지 않지만, 불안요소는 가능한 제거해야지」

이윽고, 저녀석의 수중에 빨려 들어간 실이, 빙글빙글 그 신체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정직하게 말해서……아직 각성한지 얼마 안되서, 힘을 마음대로 다룰 수 없어, 잘못하면 당신에게 불의의 일격(안고짐²)을 당할 수 있으니까」

……각성해?  무얼?

「그럭저럭, 시기가 무르익으면 여기로 호출할테니, 그 때는 도망치지 말아줘」

소년의 신체를 둘러싸는 광사가 겹겹이 겹친다.

이윽고 그 신체가 빛에 둘러싸여 모습을 감춰다.

그런 그 녀석을 보면서, 나는 일어선다.

「기다려」

그 빛의 저 편에서 반응하는 기척이 있다.

「뭐죠?」

나는 아직 온전히 숨을 쉴 수 없는 가슴을 억누르며, 앞으로 나섰다.

「재회를 약속한다면……이름 정도는 밝히는 게 예의잖아?」

내가 그렇게 말하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윽고, 소년이 불쑥 중얼거렸다.

「그렇네요……뭐……」

키득키득 웃는 목소리.

「『통괄하는 자』……정도로 말할까, 무엇을 통괄하는지는 이제 알겠죠」

……알아?

아아, 그래, 안다.

나와 같은 힘이면서도 절대적인 그 실력차.

결국은 이 능력 모든 것을---

「그럼, 다음에 만날 때까지 그 힘, 소중히 간직해 두길」

소년이 그렇게 말한 순간.

소년의 신체를 감싼 실이, 지금까지 없을 정도로 빛난다.

……우윽

나는 무심코, 팔로 눈을 가렸다.

이윽고 그 빛이 줄어든다.

그 빛이 완전히 사라지자, 나는 눈을 가리고 있던 팔을 치웠다.

나는 눈앞을 조망했다.

그러나 이제……거기에는 소년이 나타나기 전의, 바람 한점없는, 삭막한 겨울의 골목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가볍다……

움직이지 못하는 아카네.

……이 녀석의 신체……이렇게 가벼웠는가

겨울의 기온처럼 차가와진 아카네.

나는 그런 아카네를 등에 업고, 귀로를 걷고 있다.

제일 최초.

아카네를 포획했을 때도, 나는 이렇게 아카네를 업고 갔었다.

하지만, 그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느껴지는 아카네의 신체.

……나는 철저히 이 녀석을 희롱했지만……생명까지는 취할 생각은 없었는데…

아카네를 짊어진 채 나는 그런 것을 생각한다.

생명을 취할 때까지 희롱한다.

역을 말하면, 생명만은 지켜준다는 언약.

소생하는, 꿈 속에서의 아카네와의 대화.

『나는 당신 앞에선 죽을 수도 없구나』

『아아, 보증하지』

꽈악 아랫입술을 곱씹었다.

……칫…

앞으로 내딛는 발걸음이 떨린다.

……그 녀석……

아카네의 생명을, 마치 눈앞의 벌레라도 쫓아버리듯 빼앗은 녀석.

입속에 씁쓸한 맛이 퍼진다.

송곳니가 아랫입술을 찢어발겼다.

―――절대로……용서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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