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화 (18/25)

전편

휘이잉

휘이이잉―――

거칠게 휘몰아쳐서, 그 바람조차 얼어붙을 북풍이, 산비탈을 미끄러져 내린다.

싸아악

싸아아악―――

울창한 삼나무 숲이, 그 바람으로부터 몸을 지키듯이, 서로의 줄기를 의탁해 요동치고 있다.

달빛에 아스라이 떠오르는 산의 나무들.

울창하게 우거진 수해(樹海) 가운데, 우뚝 솟아오른, 그 자리의 주인인양 위풍당당한 거대한 나무가 보인다.

그것은, 내리치는 바람에도 꿈쩍하지 않고 다른 나무들보다 4배, 5배나 튀어나온 그 동체를 거만하게 휘젖으며, 자신의 위풍당당함을 과시하는 듯 밤하늘에 떠오르는 보름달에 그림자를 비추고 있었다.

만월에 떠오르는 침엽수의 실루엣.

거기에 피어나는 위화감.

하나가 불쑥 떠오른다.

그것은, 인영(人影)―――

꿈틀, 그 인영이 움직인다.

정상 부근의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있는 그 정체.

소년―――아니, 소녀일까.

판별이 되지 않는다.

그 인물은, 연령에 걸맞지 않는, 달밤에 융합하는 칠흑의 가죽쟈켓과 바지를 걸치고, 유일하게 연령에 어울려 보이는 붉은 모자를, 그 시선이 가릴 정도로 푹 써, 마치 그 존재가 나뭇가지의 일부인 것처럼 머물고 있었다.

모자의 뒤로부터 한 줄기로 땋아 늘어진 머리카락이, 바람에 크게 휘날린다.

아주 조금 색이 바랜, 윤기나는 머리카락.

뒤적뒤적 소년이 한 손으로 쟈켓의 주머니를 뒤진다.

거기로부터 꺼낸 직사각형의 판 모양의 물건.

그것은 초코렛.

소년은 포장지와 은종이를 '북북' 찢고선, 조용히 그것을 입에 가져가, 바삭하고 베어물었다.

우물우물,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내려다보면서, 한동안 입을 우물거리는 소년.

이윽고 입안의 초코렛이 모두 없어지자, 그걸로 만족했는지, 소년은 초코렛을 다시 은종이로 감싸,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양손으로 턱을 괴고, 풍경을 감상하면서, 불쑥 중얼거린다.

「외딴 시골이구나 ………」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무심한 어조.

소년은 한숨을 내쉬며, 턱을 괴던 팔을 풀고, 모자를 붙잡고 그 나뭇가지로부터 뛰어내린다.

마치, 의자에서 일어서듯이, 그 20미터는 넘을 높이로부터.

소년의 신체는, 지구의 인력에 이끌려, 자유낙하를 개시한다.

때때로, 삼나무의 가지를 탁탁 부러트리면서.

그리고, 그 위치가 나무높이의 절반정도에 이르렀을 때.

부웅……

마치, 공중에 떠오르듯이, 소년의 낙하가 멈추었다.

소년은 그대로, 전방으로 신체를 90°만큼 회전시키며, 삼나무를 한쪽 발로 걷어찬다.

'통' 가벼운 소리가 울리며, 그 자리로부터 멀어지듯이 소년의 신체가 날아올랐다.

소년은, 공중제비를 넘으며, 아스팔트포장의 좁다란 산길에 내려선다.

그리고, 그대로의 기세로, 지면을 박차고, 그 도로의 가드레일 위에 올라섰다.

거기만 부자연스럽게 아주 깨끗한 가드레일 위에.

소년은, 풍압으로 어긋나버린 모자를 다시 깊게 쓰며, 거기에서 바로 밑을 들여다본다.

10미터 정도 아래에, 지금, 소년이 뛰어넘은 것과 같은 도로가, 산의 형태에 따라 꾸불꾸불 늘어서 있었다.

소년은, 다시 가드레일로부터 살짝 뛰어내려, 그 도로에 착지한다.

소년이 착지한 장소.

사고라도 있었던 걸까, 벌써 풍화되어 거의 퇴색되고 있었지만, 차의 오일과 같은 것이 아스팔트에 스며들어 있었다.

소년은, 거기로부터 2, 3보 걸어 가, 이번엔 가드레일 위에는 올라가지 않고 , 손을 대고 신체를 내밀어 그 앞을 들여다본다.

거기는, 방금전과는 달리, 단애절벽에 가까운 형태로, 이 달빛만의 암흑 속에서는, 단지 시각만으로 바닥의 형세를 살필 수 있을만한 상태는 아니었다.

그러나, 강렬한 바람소리 가운데 희미하게 들리는 물소리가, 벼랑의 바닥에 계류가 흐름을 알려주고 있다.

소년은, 무언가를 쫓듯이, 얼굴을 하류로 향한다.

그리고, 불쑥 중얼거렸다.

「저쪽인가……」

골짜기의 틈새로, 희미하게 보이는 거리의 불빛.

소년은, 가드레일에 손을 댄 채로 얼굴을 올린다, 그리고 즐거운 듯이, 싱긋 웃었다.

「그런데……어떤 녀석일까나」

소년이 올려보는 하늘에는, 겨울 만천(滿天)의 별이 영롱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어둠―――

아니, 이것을 어둠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저 아무것도 안보이는 것뿐.

비유한다면, 눈을 감고 있는 상태를, 어둠이라고 지칭하지 않는 것처럼.

아무것도 없는, 단지 그것뿐인 세계.

나는 지금, 그런 세계에 서 있다.

아니……서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른쪽이나 왼쪽도, 위나 아래도 모르며, 나의 발바닥이 지면과 닿아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세계에 있으면, 인간의 감각(感覺)이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상대적인지 알 수 있다.

이런 세계에 있으면, 걷는 일조차, 거기에 아울러 움직이는 경치가 없고, 다리로부터 전해지는 지면의 감촉이 없으면, 그 행위를 정말로 하고 있다고 인식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그러나 무엇을 해도 용서되는 세계.

그리고, 이것이―――

아마도, 내가 바라는 세계.

내가, 나로 있을 수 있기 위한―――

하지만.

그런 나 혼자만의 세계에서, 어렴풋이 떠오르는, 타인의 실루엣.

이 장소와는 몹시 부조화인 색채를 가졌다.

나는 그 실루엣에 다가간다.

그리고 얘기했다.

「아카네, 이런 곳에서 무얼하고 있지?」

그 실루엣, 호우죠 아카네가 나를 향해 천천히 돌아선다.

이 세계에 어울리는, 너무나도 무표정한 얼굴.

그러나, 그 선명한 시에나의 머리카락만이, 이 흑백만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색채를 빛내고 있었다.

그런 감정없는 표정으로, 아카네가 툭하고 중얼거린다.

「저기……어째서 당신은 나에게 그렇게 잔인한 짓을 하는 거야?」

표정과 맞춘듯, 아무런 감정이 담겨있지 않은 물음.

마치 연극의 대본이라도 읽는 것 같은.

그런 질문에 답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굳이 대답한다.

「이유는 하나다, 단지 내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다」

아무렇지 않게,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을 듣자, 아카네는 그래… 라고 중얼거리며 얼굴을 조금 숙였다.

……뭐야, 일부러 이런 곳까지 나타나서, 고작 그런 걸 듣고 싶었나?

아카네가 다시 얼굴을 들어올린다.

그리고, 방금전과 변함없는, 전혀 감정이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오이도……야?」

눈을 치켜뜬 채 나를 응시하는 아카네.

아이구, 라고 나는 탄식했다.

……이런 때까지 아오이인가, 그러니까 아오이는…

나는 아카네에게 대답해준다.

「아아, 아오이는 물론 케이코도 완전히 똑같다, 너희들의 사정에 상관없이,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있을 뿐이다」

아카네는 그 말을 듣자, 다시 얼굴을 숙여 버렸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아카네는 방금전과 다른 행동을 보인다.

아카네는, 고개를 숙인 채로, 오른손을 신체와 수직이 될 정도로 쑥 내밀었다.

그러자, 아래로 향한 손바닥을 둘러 감싸는 느낌으로, 빛이 발광한다.

둥근, 마치 아지랭이와 같이 희미한 빛.

그 빛 속에서, 서서히 그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있다.

그것은……면도(剃刀).

날카로운 광채를 빛내는 면도가, 아카네의 손안에 일렁이듯 나타났다.

아카네는 그 면도의 손잡이를 잡는다.

그리고, 조용히 그 칼날을, 자신의 왼손목에 꽉 눌렀다.

뚝뚝! 아카네의 손목으로부터, 이 세계와 닮지 않은, 선명한 주홍색이 떠오른다.

「……그것은, 무슨 뜻이지?」

그런 시추에이션에, 나는 놀라움을 일절 내비치지 않고 아카네에게 말했다.

아카네는 천천히 나를 향한다.

「도망칠 수 없으니……이렇게 할 수 밖에 없잖아요?」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은, 내가 억지로 속박하고 있기 때문인가? 그렇지 않으면, 이제 나 없이는 견딜 수 없게 된 그 육체가, 도망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인가?

나는 흥! 웃으며 아카네에게 1보, 1보 다가간다.

그리고, 그런 아카네를 비웃는 미소로, 그녀에게 말했다.

「하고 싶다면 해도 돼……하지만 잊지마, 나는 육체 그 자체를 조작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것을……」

아카네가 나를 올려본다, 변함없이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눈.

「내 앞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을 하고 싶었으면 권총 같은 걸로 머리를 날려버리는게 좋지 않았을까?」

아카네는 다시 나로부터 시선을 회피한다

「그럼……」

그리고, 그렇게 말하며 손목으로부터 면도를 떼어낸다.

똑똑! 붉은 피가 구슬이 되어 발밑으로 떨어진다.

「나는 당신의 앞에서는 죽을 수도 없구나」

나는 히죽 웃는다.

「아아, 보증해도 좋아」

그런 농담을 한다.

하지만―――

다음 순간, 나를 올려본 아카네의 눈을 보자, 등골에 한기가 흘렸다.

아카네의 눈, 변함없이 무감정하게 나를 응시하는 눈.

그러나, 그것이 으스스 차가운 것으로 변했다.

아카네가 면도을 가린다.

아니, 아카네가 움켜쥐고 있던 면도, 그것이 어느새 칼날의 길이가 길어져, 나이프로 형태를 바꾸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아카네가 지금부터 할 일이, 불길한 것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왜일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당신을 죽이면」

다음 순간, 아카네가 움켜 쥔 나이프가, 소리없이 나의 가슴에 꽂혔다.

아카네의 가냘픈 팔로 찔렸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깊숙히 가슴에 파고드는 나이프.

아픔은 없다, 충격도 없다.

오직, 찔렸다는 사실만이, 나의 육신을 채워갔다.

스르륵, 나의 신체로부터 나이프가 빠진다.

이것으로 책임을 다했다는 듯, 나이프는 안개처럼 스러졌다.

그리고, 거기에 뒤따라.

가슴에 벌어진 상처로부터 분출하는 대량의 혈액.

……찔렸어? 내가?

나는 벌어진 가슴을 손으로 억누른다.

가슴으로부터 분출하는 혈액은, 심장이 단속적으로 혈액을 밀어내는 펌프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내가 억제하려고 하는 손바닥을 밀치며, 강약의 리듬에 따라 뚝!뚝!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검은, 방금전 아카네의 손목으로부터 떨어진 진홍의 피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검붉은 피.

……침착해라

그런 상태에서 나는 내 자신에게 타이른다.

그렇다, 내 스스로 아카네에게 말했지 않은가.

나는, 육체 그 자체를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그 힘을 사용하면, 본래라면 치명상일 이 정도의 상처따윈……

나는 힘을 발동시킨다.

육체를 조작하는 힘을 가지는, 푸른 실로 하여금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그러나―――

……능력이…발동되지 않는다!

나는 몇번이나 시험해 본다.

사용법을 망각한 것은 아니다, 실의 사용법은 확실히 감각적으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마치, 실 그 자체가, 나의 신체로부터 사라져버린 것처럼, 몇번을 반복해도, 실의 능력이 나의 육신을 치료하는 일은 없었다.

……왜…이러지……

휘청, 나의 무릎이 접힌다.

피는 멈추지 않는다, 마치 전신의 힘을, 체온을 빼앗는 것처럼 흘러나오고 있다.

「아…카네…」

나는 떨리는 신체로 아카네를 올려보았다.

그러나, 나를 내려보는 아카네의 얼굴이 나의 시야에 들어왔을 때.

파괴되었음이 분명한 나의 심장이 두근 공명했다.

거기에 있는 것.

그것은―――미소.

성취했다든가, 만족했다든가, 그런 종류의 미소는 아니다.

마치, 성모(聖母)나 보살(菩薩)을 떠올리게 하는…자애로운, 보살피는 것 같은 그런 미소.

아마……나에서는 일생 보여주지 않을, 아오이 밖에 보여주지 않는 것 같은, 그런 미소―――

「아카…네?」

그리고 아카네는 중얼거린다.

그 미소에 걸맞는, 청아하고 맑은, 온화한 목소리.

「미카게군……」

스르륵 아카네의 신체가 희미해진다, 마치 어둠에 동화되는 것처럼.

정신이 들자, 나의 가슴의 구멍도, 흘러나오던 피도,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는 것처럼, 없어지고 있었다.

사라져가는 아카네의 신체.

그런 아카네가 중얼거린다.

그 미소를, 어딘지 모르게 어린애 같이 천진난만하게 바꿔, 마치 이것이 마지막인양―――

 『안녕』 

그와 동시에.

나의 신체도, 감각도 사라져 간다.

아카네의 신체와 같이, 주위에 동화되어 녹아내리듯.

그런 와중에 나는.

……그리고 보니, 아카네에게 이름을 불린 것은, 첫 대면 이래 처음인가……

그런 것을 멍하니 생각하고 있었다.

흔들흔들! 신체가 휘둘리고 있다.

그 감각이, 나를 그 세계로부터 되돌렸다.

계속해서 들려오는 것.

그것은 비통한 목소리의 외침.

어린, 여운이 길게 이어지는, 나를, 마음속 깊이 걱정하는 것 같은 애처로운 목소리.

「오빠아, 으응, 왜에 그래, 괜찮아 ! ?」

나의 신체는 움직이지 않는다, 마치 쇠줄로 결박되어 있는 것처럼 전신이 얼어붙어 있다.

「부탁해에, 오빠 눈을 떠어」

통통! 나의 가슴에 작은 주먹이 두들겨진다.

그 충격으로, 겨우 신체의 끄트머리에, 나의 의지가 전해지게 되었다.

희미하게 눈꺼풀을 뜨자, 시야에 빛이 퍼졌다.

「우……」

나는 가볍게 머리를 흔들었다, 그리고, 그 애처로운 목소리를 울리며, 당장 울 것 같은 얼굴로 나에게 매달리고 있는 인물을 내려다보았다.

「뭐야 아오이……그런 목소리로」

나는 무정하게 말한다.

그러자, 아오이는 정말로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하, 하지만…오빠, 새파란 얼굴로 괴로운 것처럼 응!응! 신음하고 있어어」

나는, 후우∼ 한숨을 쉬고, 이마에 손을 댄다.

손바닥은, 나의 땀으로 축축히 젖었다.

나는, 그 젖은 손을, 셔츠에 대충 닦으며 아오이에게 부탁했다.

「아오이 우선 땀을 닦을 만한 것을 가져와 줄래」

아오이는 염려스런 얼굴을 했지만, 후다닥 타올을 보관해 두는 선반쪽으로 달려갔다.

나는, 소파에 몸을 뉘였다.

아무래도 소파에 앉은 채로 자버린 것 같다.

나는, 편안한 자세를 취하면서 생각한다.

……그 꿈……오래간만에 보는군…

그 꿈……나 이외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공허한 세계, 그것은 얼마 전까지는 꽤나 빈번하게 꾸고 있던 꿈이다.

……실의 힘을 손에 넣고 나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는데

나는 천천히 눈을 감는다.

그러나……

본래 그 꿈은, 그 말대로, 나 이외에는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그 장소에서 잠시 방황하던 꿈이었다, 왜 거기에 아카네가?

아니, 그 이상으로 내용이 신경 쓰인다.

아카네에게 찔리는 것, 실의 능력이 금제되는 것―――

나는 눈을 뜨고, 오른손을 내밀어 그 손가락 끝에 의식을 집중한다.

스윽, 중지로부터 나오는 보라색의 실, 나의 능력은 없어지지 않았다.

그런 것을 하고 있는데, 타다닥! 소리가 나며 타올을 안은 아오이가 달려왔다.

살랑살랑, 허리까지 내려오는 흑발이 아오이의 움직임에 맞춰 흔들리고 있다.

「여기, 오빠아」

나는 타올을 받아, 그것을 머리부터 닦았다.

그리고, 숨을 크게 내쉬며, 그 틈새로 아오이를 내려다보았다.

맨발에 하얀 프릴의 원피스, 그것이 지금의 아오이의 모습이다.

어릴 적의 옷을, 아카네에게 말해 넘겨받아 입힌 것이다.

아직도, 걱정스러운 듯이 나를 올려보고 있는 아오이.

나는, 그런 아오이의 머리을 쓱쓱 가볍게 어루만진다.

거기로부터 어린아이만이 가능한 따사로운 체온이 전해져 왔다.

나는 타올로 눈을 가리면서, 그대로 소파에 널부러졌다.

……아카네에게 찔리고…실이 금제된다……라는 건가

그런 걸 중얼거리는 데, 문득 회상했다.

나는 예전에, 아오이를 보고 생각했다.

실의 힘이라고 하는 정신적 기둥을 잃어, 다만, 무서워하며 떨고 있을 뿐인 아오이를 여리다고.

나는, 아오이에게 매달리는 아카네를 보며, 마음속으로 비웃었다.

타인을 지배한다고 하는 것은, 잘못하면 그 인물에게 의존하게 될 수도 있다고.

웃는다, 웃어 버린다, 지금까지 그런 적이 없을 만큼, 몹시 자학적으로.

……이봐이봐…나는 정말 괜찮은가?

나는, 그런 우울한 기분을 불식시키듯, 머리를 감싼 타올로 얼굴을 난폭하게 휘저었다.

그리고, 한번 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 좋아, 결국은 꿈이다

그렇게, 내 자신을 타이르는 것처럼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늘어져 있던 상체를 일으켰다.

눈앞에는, 변함없이 걱정스러운 듯이 나를 응시하는 아오이가 있다.

그런 아오이를 보자, 문득 떠오른다.

……저런 꿈을 꾸었기 때문에는 아니지만, 마침 좋다, 전부터 의문스레 생각하고 있었던 걸 물어볼까

「아오이」

내가 부르자, 아오이는 나의 무릎에 손을 얹어, 몸을 내밀어, 나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왜애애?」

아아, 라고 나는 중얼거린다.

「전부터 궁금했었지……어째서 아카네는 너에게 그렇게까지 구애되지?」

확실히 사이좋은 자매는 세상에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누가봐도 아카네가 아오이를 감싸는 행동은, 그 레벨을 넘어서 있다.

「구애되에?」

아오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아, 그렇다면 과보호란 말로 바꾸어도 괜찮아」

하지만, 아오이는 변함없이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아오이 자신은…눈치채지 못한 것인가

유심히 생각해 보면, 지금의 아오이는, 아카네에 대한 컴플렉스를 완전히 제거될 때까지 정신연령을 퇴행시킨 상태다, 인식하라고 하는 편이 무리일지도 모른다.

……질문의 방식을 바꿀까

집요할 정도로, 누이동생을 감싸, 보살피는 언니……

역시, 가족내에 무언가 트러블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타당한가.

나는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아오이에게 물었다.

「아오이, 너의 부친과 모친은 어떤 분이시지?」

나는 아오이가 대답하기 쉽게, 어느 정도 질문내용을 한정해 그렇게 물었지만, 아오이는 대답하기는 커녕, 더욱 더 고개를 갸웃거리며 패닉직전이라는 느낌으로 중얼거린다.

「에? 아빠? 엄마? 에? 나의?」

나는 그런 아오이의 당황을 보자 얼마나 바보같은 질문을 했는지 눈치챘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아오이의 정신을 조작해, 아오이의 가족이란 나와 아카네뿐이라고 인식시킨 것은 다름아닌 나 자신이다.

아오이는 혼란스러워, 당장 울 것 같은, 그런 얼굴을 한다.

「괜찮아 아오이, 나의 질문이 어리석었다」

나는 스윽스윽 아오이의 머리를 어루만진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나는 다시 궁리한다.

아오이의 부모님, 아카네의 부모님……

그리고 문득 떠올랐다.

……잠깐, 이렇게 물으면 어때?

「아오이, 너는 아카네의 부모님을 알고 있어?」

아오이는 나의 질문을 듣자 어리벙벙해 한다, 그리나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고 있어어!」

좋아, 이 방식으로 묻기 시작하면 괜찮을 것 같다.

「어떤 분들이야?」

내가 그렇게 묻자, 아오이의 목소리가 활기에 차 대답한다, 역시 나의 정신간섭을 받은 상태에서도, 어딘가에선 자신의 부모님이라고 인식하는 걸까.

「저기요, 아빠는요, 수염이 가득 나 있어 어쩐지 야위어서 굉장히 큰 느낌이야아」

……다박수염(無精?)¹을 기른, 가냘픈 체격에 큰 키라는 느낌인가?

뭐 풍모는 아무래도 좋다, 그것보다…

「너는 그 분을 어떻게 생각해?」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아오이는 웃으며 대답한다.

「좋아해, 다정하고, 자주 놀아 주고」

싱글벙글 웃는 아오이, 역시 현 시점에선 몸도 마음도 어린애라는 건가.

하지만, 거기까지 말하고, 아오이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하지만……최근엔 일에 바빠 전혀 만날 수 없었어어」

과연, 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유명한 교수, 게다가 전공이 고고학으로 해외의 유적을 발굴하고 있다면, 당연히 집에는 거의 없을 것이다.

나는, 계속해서 아오이에게 묻는다.

「모친은 어떤 분이시지?」

내가 그렇게 묻자, 아오이의 표정이 다시 밝아진다.

「나는 좋아해, 예쁘고, 온화하고」

나는 그런가……라고 대답했다.

현상태의 아오이가 거짓말 할 이유는 없다, 아무래도 가정내에 무언가 불화가 있을거라는 예상은 빗나간건가.

그렇다면 그 밖에 어떤 이유가 있는건가? 그렇지 않으면 아카네가 단지 그러한 성격의 녀석이었다라고 정리해야 하는 건가?

나는 다시 생각한다.

하지만, 문득 나의 머릿속에, 아오이의 말이 스쳐갔다.

……잠깐…지금, 아오이는『나는』이라고 말하지 않았었나?

나는 아오이를 내려다본다.

어딘지 모르게, 멍한 얼굴을 하고 있는 아오이.

……혹시

나는 다시 아오이에게 묻는다.

「아오이, 너는 아카네의 모친을 좋아해?」

응, 이라고 대답하는 아오이, 그 표정에는 그늘 한점없다.

「아카네는……어때?」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아오이는 아…라고 중얼거리며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시선을 회피하며, 조금 망설이는 표정으로 소근소근 속삭였다.

「으응……아카네짱은, 엄말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어」

「이유는?」

내가 재빠르게 묻자, 아오이는, 말해도 괜찮을까, 같은 표정을 지었다.

「저기이……아카네짱과 엄마는…친모녀간이 아니야, 진정한 엄마가 아닌거야」

과연…아무래도 이점에 원인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걸로는 아직 결론을 도출할 수 없다, 나는 계속해서 아오이에게 묻는다.

「아오이, 너도 그 모친과 피가―――」

아니, 이런 질문은 안된다, 아오이가 또 다시 혼란스러워 한다.

「……아오이와 아카네는 틀림없이 피가 연결된 자매야?」

아오이의 표정이 또 다시 확 밝아진다.

「물∼론, 당연하잖아」

싱글싱글 웃는 아오이.

아카네와 아오이는 연년생이다, 이복의 피로 연결되었다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아오이가 새로운 모친의 아이라고 하는 가능성은 거의 제로다.

즉, 아카네도 그 모친과는 피가 연결되지 않았다라는 사실

……과연, 이것으로 대체적인 윤곽은 파악했다.

거의 집에 없는 부친.

피가 연결되지 않는 모친.

나는, 머리를 젖혀, 천정을 응시한다, 그리고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아카네에게 있어… 진정한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오이 뿐이었나……

아오이의 이야기를 들은 바로는, 각각의 사정을 고려한다면, 결코 부모의 자격에 미달될 만한 양친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런데도 그런 사고방식에 결착되었다는 건, 그야말로 아카네답다라고 해야할까.

그런 식으로 결론을 내리는 나, 하지만―――

「아오이……너, 아카네의 모친을, 미인이라고 말했지 않아?」

나의 흥미는, 벌써 다른 것에 옮겨가 있었다.

아오이가 웃으며 대답한다.

「응, 옛날에 미스 뭔가에 뽑힌 적이 있다고 했었어어」

아오이의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자랑스러웠다.

그런가, 라고 나는 중얼거린다.

이제 슬슬……

나는 천정을 올려보며 웃었다, 입가를 치켜 올리면서.

―――새로운 사냥감을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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