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 2
황혼무렵의 통학로, 뼈속까지 얼리는 찬바람이, 길가에 떨어진 낙엽을 흩날린다.
석양을 등진 신체로부터 성장한 그림자는, 아득히 멀리 키를 늘려, 가두(街頭)¹아래를 빠져 나갈 때마다 그 모습을 흐리고 있었다.
나란한 그림자는 하나도 없다, 나는 오로지 혼자서 귀로(歸路)에 올랐다.
평상시의 풍경이다.
학교에서 집이 가까운 것을 이용해, 수업이 끝나자마자 돌아가는 생도들과 부활동으로 늦어지는 생도들의 틈새를 파고들어 돌아가고 있다.
인간이 싫다던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급적이면 타인과 어울리는 것보다는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한다.
단순하게……타인을 신경쓰는 것이 귀찮을 뿐이다, 내가 타인에게 보여주는 얼굴은, 이 그림자처럼, 나의 본성과 유리된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귀가길을 재촉했다.
그리고---
이것도 이제, 평소의 풍경이 되어버린 것.
내가 사는 맨션, 그 출입구에, 몸을 숨기면서 1명의 소녀가 서성거리고 있다.
석양에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시에나의 머리카락, 맵시있게 입은 제복, 평상시라면 야무질 그 눈을, 초조한듯 두리번두리번거리면서.
그래, 우리 학원의 생도회 부회장, 호우죠 아카네다.
나는 그때부터, 아카네에게 걸려 있는 규제를 모두 철회해, 해방해 주었다.
이미 감금하는 의미도, 필요성도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다.
아오이는 이제 해방할 수 없다, 그 용모와 정신연령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매일 즐거운 듯이, 집 안에서 천진난만하게 뛰놀고 있다.
나의 모습을 확인했는지, 아카네는, 아…하며 작은 탄성을 내며, 그 초조한 시선이 더욱 어수선해진다.
이와 같이, 아무런 귀뜸이 없어도, 나의 집 앞으로 나를 기다리는 아카네.
그것을 억지로 끌여들여, 아오이과 세트로 능욕한다, 이것이 평소의 패턴이었다.
나는 아카네에 가까워진다.
아카네가 가방의 손잡이를 꽉 쥐며, 그 신체가 긴장으로 굳어간다.
하지만---
「엣」
평상시라면, 나는 여기서 강압적으로 아카네에게 명령해, 집까지 따라오도록 지시를 했었다.
그러나 오늘은 굳이, 나는 아카네가 거기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아카네의 면전을 그냥 지나쳐, 맨션의 현관으로 향해 버렸다.
배후에서, 아카네가 허둥지둥하고 있는 기척이 읽혀진다.
나는, 오토-록의 해제코드를 입력하는 장치 앞에 선다.
그리고 자동문을 열기 위한 비밀번호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기, 기다려」
아카네가 나를 향해 달려온다.
내가 아카네를 향하자, 아카네는 그런 행동에 상당한 결심을 필요로 했는지, 마치 어깨로 호흡을 하는 듯,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런 아카네에게 나는, 감정이 없는 무감각한 목소리로 말한다.
「무슨 용무야?」
엣, 하고 아카네가 다시 소리를 질렀다.
「무슨 용무로, 여기에 왔지?」
아카네는, 자신의 예상밖의 사태에, 완전하게 당황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런 상태로부터 간신히 목소리를 낸다.
「그, 그것은……」
하지만, 거기에 이어지는 말은, 아카네의 입으로부터 나오지 않는다.
나는 다시 입력장치를 향해, 숫자패드에 비밀번호를 누른다.
「용무가 없으면 돌아가지 그래」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아카네의 신체가 파들파들 떨렸다.
「하…하지만…」
나는 여기서 아카네를 유도하는 것 같은, 그런 어드바이스를 건네 줄 생각은 없다.
이미, 그 신체가, 나 없이는 있을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을, 똑똑히 자각시키기 위해서.
키를 누르는 손가락이 빨라진다.
아카네가 당황한 것처럼 말을 계속했다.
「하, 하지만……하지만, 여기에 오지 않으면, 아오이를 만날 수 없잖아!」
겨우겨우, 쥐어 짠 듯한 대답을 말한 아카네.
나는 키를 누르는 손을 멈춘다, 그리고 아카네를 향했다.
아카네가 움찔 떨린다.
그리고 꼭 껴안듯이 가방을 가슴에 끌어안아, 나로부터 몸을 지키는 것 같은 그런 자세를 취했다.
아카네는 목을 움츠려, 무서워서 흠칫흠칫하는 작은 동물과 같은 눈으로 나를 올려본다.
나는 그런 아카네를 내려다보며, 더욱 감정없는, 마치 거기에 있는 아카네가, 낯선 타인이라는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인터폰을 누르면 되잖아?」
아…하고 아카네는 가냘프게 중얼거린다.
「확실히 나는 아오이에게, 누가 인터폰을 울려도 나오지 말라고 지시를 내렸지, 하지만 네가 모니터 너머로 모습을 보여주면, 아오이는 문을 열 것이다」
우우… 하며 아랫입술을 곱씹어, 침묵하는 아카네.
「무엇을 위해 일부러---」
나는 돌연, 아카네의 손목을 낚아채어 눈앞에 가져온다.
「앗」
「손이 이렇게 될 때까지, 여기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나?」
아카네의 손은, 장시간 찬바람에 노출되어 있던 것을 증명하듯이, 새빨갛게 되어 까칠까칠 부르트고 있었다.
「아…싫어……」
뚝뚝, 아카네의 눈망울에 눈물이 떠오른다.
나는 아카네의 손을 떼어내며, 다시 비밀번호의 입력장치를 향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순조롭게 비밀번호를 눌러, 결정키를 눌렀다.
삐, 라고 하는 소리가 울리고, 소리와 함께 유리제의 자동문이 열린다.
나는 머뭇거리지 않고 즉시 그 문을 지나쳤다.
「앗, 저기 기다려」
아카네가 나를 뒤쫓아 문을 빠져나온다.
하지만 나는, 아카네에게 일별조차 하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향했다.
아카네가,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뒤따라 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엘리베이터의 앞에 도착하자, 호출버튼을 누른다.
아카네는 변함없이 일정한 거리를 둔 채로, 그 자리에서 잠시 멈춰서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이미 이 층에서 대기하고 있었으므로, 곧바로 문이 열린다.
내가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가자, 아카네는 마치 나의 시선을 피하듯이 행동해, 엘리베이터 안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정확히, 내가 엘리베이터 안의 버튼을 누르기 위해 방향전환을 했을 때, 나의 배후를 지나쳤던 것이다.
나는 무심코 웃음을 터뜨릴 뻔 했지만 간신히 참았다.
그리고 표정을 바꾸지 않은 채, 나의 집이 있는 층의 버튼을 눌렀다.
아카네는, 나를 피하듯이, 정확히 대각선의 모퉁이에서, 가슴에 가방을 껴안아, 몸을 지키는 듯 등을 벽에 맡기고 있다.
문이 닫히자, 엘리베이터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소리만이 귀에 들려온다.
하지만 나는, 2명만이 좁은 밀실에 갇힌 것 같은 상황이 되자, 그것을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아카네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응, 아카네……」
움찔 아카네가 떨린다.
「왜…왜에?」
경계하는 것 같은, 그런데도 아주 조금 기대감이 서려 있는 것 같은 그런 아카네의 목소리.
나는, 푸훗 웃으며, 그런 아카네를 마치 조롱하듯이 말했다.
「……혹시 너도……나에게 반해 있었나?」
반해 있던, 즉 아오이와 같이, 지금의 이런 상태가 되는 전부터 나를, 이라고 하는 것이다.
'쿵'이라는 소리가 엘리베이터 안에 울린다.
아마 무심코 뒷걸음 친 아카네가, 후두부를 엘리베이터의 벽에 부딪친 소리.
나는, 아카네가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기대에 가득 차, 아카네를 바라보았다.
아카네는 눈을 둘 곳을 몰라 당황하며 땀을 흘려, 보고 있는 내가 안쓰럽게 생각할만큼 낭패한 기색이 역력했다.
분명히 말해, 지금까지 내가 실로 희롱할 때와, 아오이를 핑계삼아 능욕 했을 때조차 보이지 않았을만큼 얼굴이 창백했다.
……확률은 반반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아무래도 적중한 것 같다
「예상한 대론가」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아카네는 깜짝 놀라 그 창백했던 안면을, 이번엔 새빨갛게 붉혔다.
「무, 무슨 말을 하는거야, 당신 바보아냐? 어떤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거야!」
씩씩 숨을 헐떡일 정도의 목소리로 나의 말을 부정하는 아카네.
나는 무심코 킥킥 웃었다.
역시 아카네는 이런 느낌이 아니면.
뭐, 근거라고 하면, 지금 아카네의 당황스러움이 최대의 근거이지만, 나는 굳이 그 걸 꼬집진 않고, 아카네를 궁지에 몰아넣기로 했다.
「근거를……듣고 싶은가?」
나는 그렇게 말하며 1보 아카네에게 다가간다.
「아…」
아카네는 가방을 가슴에 꽉 껴안은 채로, 나로부터 도망치듯이 뒷걸음친다.
하지만, 원래 아카네는 벽에 등을 밀착해 있었다, 뒤로 물러서려고 해도, 아카네는 콩! 후두부를 엘리베이터의 벽에 부딪쳤을 뿐이었다.
방금전도 이런 식으로 머리를 벽에 부딪쳤었잖아.
그런 아카네에게, 나는 천천히, 궁지에 몰아넣을 올가미를 짜기 시작했다.
「우선 최초로 내가 인지한 것……」
아카네가 숨을 삼킨다.
「너, 나와 최초로 대치했을 때, 나에게 묘하게 인정을 베풀었지, 실을 돌려주면 상처없이 돌려보내준다든가」
뭐 그 후, 서로 히트 업(heat up)해서 생사결투까지 발전했지만.
「어째서 그렇게까지 나의 몸을 염려했지?」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아카네가 강하게 나를 올려본다.
「그, 그런 것 」
그리고, 다시 나로부터 시선을 회피하며, 얼굴을 붉힌 채로, 가능한 한 무정함을 가장해 중얼거렸다.
「아, 아오이가 당신을 좋아한다고 언질을 받았기 때문에……가능하다면 온전하게 보통사람으로 돌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아카네는 가방을 껴안고 있는 손에 꽈악하고 힘을 집중한다.
……뭐, 확실히 그것이 진정한 이유일 것이다
「자아 다음이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아카네는 조금 기세가 오른 얼굴을 내 쪽으로 향했다.
나는, 싱긋 웃으며 아카네에게 말했다.
「내가 처음으로 너를 범해 주었을 때……」
아카네가 깜짝 놀란 얼굴을 한다.
「너, 이상한 행동을 취하더군,『나에게 있어 처음이니까』라고 말하면서」
그 때의 일을 생각해냈는지, 아카네는 얼굴을 새빨갛게 상기시켰다.
그래, 확실히 그 때 아카네는, 어쨌거나 내가 처음의 남자이니까 같은 말을 하며, 구속을 풀어달라고 요구해, 마치 스스로 나를 요구하듯이, 끌어안아 왔다.
「지금 생각하면 불가해한 행동이다, 보통 저런 일은 잊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은가?『미친 개한테 물렸다고 생각해』같은 말도 있을 정도잖아」
우욱 하며 아카네의 말문이 막힌다.
「줄을 풀어달라고 요구했던 것도 이상하다, 결국 범해지는 것이 바뀌지 않는다면 속박된 채로 있는 편이 자기자신에게 변명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은 구속되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당했다, 라고」
아카네는 나를 보거나, 시선을 회피하거나 하며 눈을 둘 곳을 몰라 초조해한다.
뺨을 붉게 물들인 채로, 벌레를 씹어 삼킨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그 때의 너의 행동을 생각하면……아무래도 잊고 싶다고 하는 것보다는, 나를 처음의 남자로서 기억에 남기고 싶다는 것 같은 그런 의사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뭐, 그런 것을 첫번째 경험이라고 인식할지 어떨지는, 본인의 생각 나름이겠지만.
「어때? 아카네」
나는 여유의 미소를 띄우면서, 아카네를 내려다본다.
「그…그런 것……」
필사적으로 무엇인가의 변명을 하려는 아카네.
그러나 이어지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우물쭈물 의미가 없는 중얼거림을 입 안에서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말하면 확실히 그 때는, 너에게 강제되어 있던『나에게 굴복 할 수 없다』라는 규제를 풀어 주었지, 그것과 함께 무리하게 억눌려 있었던 감정 역시 폭발했었나?」
「그, 그런 일---」
그대로라면 곧 말할 듯이, 얼굴을 새빨갛게 상기시킨 채로 내가 지금 말한 말을 정색하며 부정하려는 아카네.
하지만 이어지는 말은 나오지 않고 입을 막연히 오물거리고 있다.
나는 당황하는 아카네를 보며 웃음을 숨기지 않고 말한다.
「뭐 좋아, 다음으로 넘어가지」
아직도 있는거야, 라는 표정의 아카네.
나는 '흥'이라고 중얼거리며, 계속했다.
「……결정적으로, 내가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아오이가 원인이다」
「아오이?」
아아, 라고 나는 끄덕인다.
「아오이가 필요이상으로 너를 연적으로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
아카네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조금은 난처한 얼굴을 한다.
지금, 아카네의 뇌리에는, 그 때의, 나에게 다가가지마! 라며 질투의 화신처럼 아카네를 냅다 밀친 아오이의 모습이 떠올라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면 저런 것은 참고가 될 수 없다, 저것은, 내가 일부러 아오이의 눈앞에서 키스신을 과시해서, 작위적으로 아오이를 부추겼을 뿐이다.
내가 눈치챈 것은 아오이의 진심.
그것은 아직, 내가 아오이에게 아무것도 손대지 않은 무렵의 일.
아오이와 내가, 적으로서 대치하고 있었을 때의 일.
나는 아오이에게, 도구로서라는 전제를 붙였지만, 아카네를 소중한 존재라고 선언했다.
그 당시, 나조차 공포를 느꼈을 정도의 아오이의 격앙.
아마 그 시점에서, 이미 아오이는, 아카네가 나를 향해 자신과 닮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아카네를 아낀다는 식으로 말을 하자, 아오이는 그렇게까지 격정에 휩싸였던 것이다.
아카네에게 나를 빼앗긴다고 하는 불안, 공포, 갈등.
나는 웃으면서 아카네를 내려다본다.
「아오이는 예술적인 기질 탓인지 대단히 감수성이 높은데」
뭐, 그 탓에 정신이 불안정하지만.
「그런 녀석의 감이라고 하는 것은, 상당히 정확한 것이다」
한 걸음 벗어나면 피해망상이지만, 라고 나는 덧붙인다.
이제 아카네는 나와 눈을 맞추려고 하지 않았다, 고개를 숙인 채로 가만히 있었다.
나는, 그런 아카네를 신경쓰지 않고 계속했다.
「어떻게 하지? 그 밖에도 아직『그렇게 생각해 보면』 이라고 짐작하는 것이 몇개 남았는데……전부 듣고 싶은가?」
하지만, 이것은 허풍이다, 이제 나에게 남아있는 것은 없다.
그러나, 아카네를 궁지에 몰아넣기에는 충분한 효과가 있던 것 같다.
아카네는 고개를 숙인 채로, 가방을 꼭 껴안고 흑흑 울기 시작했다.
「그런 것……그런 것」
물방울이 1개 2개 마루에 떨어진다.
「전부 전부…당신이 이런 사람이란걸 알기 전의 일이얏!」
아카네는 어깨를 세세하게 경련시키면서, 지금까지 모아 둔 울분을 모두 토해내듯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래요, 나는 당신을 좋아했어, 잘못이야? ……하지만, 당신이 이런 사람이란 걸 알았다면, 절대 그런 기분은 되지 않았을거야!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내가 울고 싶을 정도로 한심하다고 생각하고 있단 말얏 」
그렇게 말하곤, 그 말대로, 넘치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아카네, 하지만---
―――정말로, 그런가?
나는 1보, 아카네에게 가까워진다.
―――그렇다면 어째서……너는 지금의 상황을 감수(甘受)하려고 하고 있어?
아카네는 나의 행동을 눈치채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로 계속 울고 있다.
―――아오이는……나의 본성을 안 다음에도 나를 요구했다구.
스윽 오른손을 들어올려 아카네에게 접근한다.
나는 잘 알고있어, 결국, 너희 2명은……피를 나눈 자매라는 사실을.
나는 재빠르게, 손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카네의 얼굴 아래로 잠입시켰다.
그리고 손가락 끝으로 아카네의 턱을 붙잡아, 그대로 아카네의 얼굴을 들어올렸다.
「아……」
고개를 치켜든 아카네의 얼굴은, 열정을 숨긴 눈동자가 흐르는 눈물에 촉촉히 젖어, 무심코 등골이 쭈삣 절릴만큼 관능적이다.
나는 그런 아카네를 더욱 끌어당긴다.
그리고, 그 입술에 내 입술을 덮어버릴 듯 꽉 눌렀다.
「응」
아카네가 나를 거절하듯이 몸부림친다.
하지만, 나는 왼손을 아카네의 배후로 돌려, 아카네가 움직이지 못하게 끌어안았다.
아카네와의 키스는 2번째지만, 이번엔, 전처럼 아오이에게 과시할 이유로 대충 할 생각은 없다.
나는, 아카네의 턱에 대고 있던 손가락을 아래로 끌어당겨, 아카네의 입을 조금 열게 한다.
그리고, 그 열린 틈새로, 혀를 억지로 밀어넣었다.
「응응!」
바들바들 아카네의 신체가 떨린다.
그 때의 충격으로 혀를 아카네에게 물렸지만, 그 정도로 나는 끈덕없다, 그대로 혀를 벌름거리며 아카네의 입안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깊숙히 도망치는 아카네의 혀를, 내 혀로 끌어내듯 얽히게 하거나, 입술의 뒤를 핥는 등, 아카네의 입안에서 나의 혀가 닿지 않은 장소는 없을 정도로, 나는 혀로 애무를 계속한다.
「응……응……」
툭, 하는 소리가 엘리베이터내에 울린다.
아카네의 가방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그것을 뒤쫓듯, 탈진해 버린 아카네의 양팔이, 축 처졌다.
이미 아카네에게 저항하는 기색은 찾아 볼 수 없다, 하는대로 나의 행위를 받고 있다.
아카네의 난폭한 숨결이 나의 얼굴을 간질인다.
그 와중에, 파들파들 아카네의 무릎이 흔들리며, 아카네는 서있는 것조차 곤란한 상태가 된다.
나는, 등에 대고 있던 왼손을, 지탱하도록, 만지작거리듯 아카네의 허리에 두른다.
엘리베이터 안은, 나와 아카네의 혀가 얽히는 음란한 소리로 가득찼다.
이윽고---
띵! 엘리베이터가 목적의 층에 도착한 소리를 울렸다.
나는 아카네에게서 떨어진다
츄우- 나와 아카네의 타액이 실을 만들며 빛났다.
내가 허리로부터 손을 떼는 것과 동시에, 아카네는 등을 엘리베이터의 벽에 맡긴 채로, 질질 흘러내려, 마치 정좌라도 하는 것 같은 모습으로 바닥에 무너져 내렸다.
나는, 스윽 입술을 닦으며, 그 자리에서 뒤꿈치를 돌려, 엘리베이터의 밖으로 향한다.
지금까지 아카네와 농후한 키스를 하고 있던 것을 새까맣게 잊어버린 것처럼.
「……싫어, 내버려두고 가지마……」
그리고, 내가 엘리베이터의 문을 빠져 나갔을 때, 뒤로부터, 그런 목이 쉰 것 같은 아카네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엘리베이터의 문에서 1보 넘어서 다시 휙 하고 아카네를 향해, 그대로 엘리베이터의 개폐버튼을 억눌러 엘리베이터가 닫히지 않게 했다.
아카네는 이제, 허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 나를 뒤쫓으려고 바닥에 손을 붙인 모습으로 나를 올려보고 있다.
나는, 그런 아카네를 내려다 보면서 진지한 얼굴로, 천천히 선언했다.
「아카네, 양자택일이다」
에?…라고 아카네가 중얼거린다.
「나에게 복종해 이 문을 빠져 나오던가, 그렇지 않으면 이대로 문이 닫히는 것을 기다려, 두번 다시 여기에 오지 않던가」
두 번 다시 오지 마라, 라고 말했을 때 아카네의 신체가 움찔 떨렸다.
「하지만……」
「아오이의 일이라면 걱정하지마라, 확실히 이대로 순순히 돌려보내주진 않겠지만, 반드시 타협점을 찾아내, 너도 만족할만한 해결책을 내놓겠다」
「………」
나는, 오른손을 아카네에게 내민다.
「주위의 일을 생각하지마, 너만의 사정으로, 너만의 의사로 결정해라」
아카네가 열정적인 시선으로, 나의 얼굴과 내며진 오른손을 교대로 응시한다.
꿀꺽 아카네의 목이 울린다.
이미 알고 있다, 여기까지 벼랑에 몰린 아카네가 결정할 선택은 하나밖에 없다.
아카네는 떨리는 손끝을 나에게 내민다, 그리고---
단단히 나의 손을 붙잡았다.
나는 아카네의 손을 강하게 붙잡으며, 휙 끌어당겨, 일으켜 세워 끌어들인다.
그것과 동시에 엘리베이터의 개폐버튼을 억제하고 있던 손을 떼어냈다.
아카네는 비틀비틀 나에게 의지해, 그대로 껴안기는 것처럼 매달려 온다.
그 신체는 가느다랗게 떨고 있었다.
이윽고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혀, 그대로 밑으로 내려간다.
아카네의 입으로부터 뜨거운 한숨이 새었다.
이제 돌아갈 수 없는 아카네.
……이것으로…완벽하다
아카네는 완전히 함락됐다.
지금까지 대로, 기세의 강함을 보이는 것은 있겠지만, 어쨌거나 내가 말하는 것에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카네는 이제, 스스로 이런 현실을 바랬으니까.
나는, 그 육신을 완전히 나에게 맡기고 있는 아카네를 껴안으면서, 휴대폰를 꺼낸다.
그리고 그 중에서, 케이코의 전화번호를 누르고, 발신버튼을 눌렀다.
……모처럼 아카네가 완전하게 되었다, 이 때 전원을 호출해 자축파티라도 할까
휴대폰의 벨소리가 울려, 몇차례 신호음이 울리자 케이코가 나온다.
나는 케이코에게, 전원을 상대한다는 취지를 전해 여기에 오도록 명령한다.
일부러 아카네에게 들리도록.
하지만, 아카네는 그런 나와 케이코의 대화를 들어도, 조금도 겁먹는 일 없이, 나와 동행하고 있었다.
픽, 나는 휴대폰을 끊어 품에 갈무리하며, 방금전과 같이, 턱을 잡아 아카네의 얼굴을 들어올렸다.
나를 올려보는 아카네.
그 뜨거운 눈동자에서는, 이미 아무런 미혹도 찾아볼 수 없었다.
고인 물의 흐름.
비록 바람이 일으키는 잔물결이 햇빛을 난반사해 찬란히 빛나도, 그것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인간은 전무할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은 강이라고 하는 장소에는 어울리지 않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
그리고, 눈에 보일 정도의 악취.
한겨울인 이 계절에 이 정도니, 여름의 그 비참함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나는, 그런 강 위를 가로지른 콘크리트의 다리로부터, 그 탁해진 물을 내려다보고 있다.
생각해보면 여기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이 다리의 밑에서 찾아낸 보라색의 돌.
사람의 정신을 마음껏 조종할 수 있는, 신비로운 능력을 나에게 준 실.
그 후 나는, 같은 능력을 가진 녀석들을 쓰러트려, 그 능력을 취해, 문자 그대로 신(神)과 같은 힘을 손에 넣었다.
세계를 정복한다.
나에게는 그런 쓸데없는 야망같은 건 없지만, 어쨌거나 이 힘이 있으면 그것도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나는 실의 힘을 사용한다.
파랑파랑, 나의 손끝에서 보라색의 실이 춤추듯 떠오른다.
반짝반짝, 빛의 부스러기를 흩날리며 하늘거리는 보라색의 실.
그러나, 그것과 동시에---
오글오글……오글오글……하는.
나의 머릿속을 불태우는 것 같은, 간질이는 것 같은 그런 감각.
이것은, 지금까지 몇번인가 체험한 적이 있는 감각.
내가, 지금은 나의 충실한 노예인 2명과 대치했을 때의.
그래, 같은 실의 힘을 가진 사람을 감지하는 감각.
먼……아득히 멀리서 마치 나를 부르듯이---
……뭐야
크큭, 나는 웃는다.
……그것으로 마지막이 아니었나
나는, 마치 나를 부르듯이 엄습하는 그 힘의 방향을 바라본다.
어디에 있는지는 모른다.
그런데도, 아득히 멀리서, 확실히---
……아아, 좋아, 자꾸자꾸 걸려와라
나는 눈앞을 가리는 것처럼 오른손을 치켜든다.
비록, 어떤 녀석이 상대라도----
휘리릭, 보라색의 실이, 나의 전신을 감싸는 것처럼, 나의 신체를 둘러쌌다.
―――내가 반드시, 때려눕혀 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