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3
아침, 시업차임이 울리기 직전의 교실.
점심시간과 더블어, 하루 중에서 교실이 제일 북적거리는 시간이다.
TV프로그램이 어떻다든지, 숙제가 어떻다든지.
어제 방과후부터 오늘 이 시간까지 모인 화제로, 모든 인간이 대화를 주고 받고 있다.
나는 그런 교실 안에서, 소란을 피하듯, 혼자서 묵묵히 1교시의 준비를 한다.
기본적으로, 극단적으로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는 것 같은 태도는 취하지 않지만,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내 스스로 말을 건네지는 않는다.
하지만, 오늘은 그렇게 말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어이, 미카게」
무슨 소리가 났나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나의 책상의 앞에 클래스 메이트가 서서, 나를 내려다보았다.
「뭐야?」
나는 그 녀석을 올려본다.
비교적 누구에게도 애교가 있는 녀석으로, 이런 나에게라도 가끔 말을 건네오는 녀석이다.
「손님이다, 너에게」
그 녀석은 엄지를 교실의 밖으로 향하며 그렇게 말했다.
「손님? 이런 어중간한 시간에?」
「아아」
「누구」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 녀석은 예의 질투난 얼굴을 했다.
「여자다 여자, 너에게 고백하러 왔을까?」
그 녀석이 나의 어깨를 팡팡 두드린다.
「이런 어중간한 시간에 그러진 않겠지」
나는 질린 얼굴로 그 녀석에게 반문한다.
「아니, 사실은 좀 더 빨리오려고 했는데요, 하지만 반드시 말하려고 주저하는 사이에 이런 시간이 되어버렸어요」 ☜ 여자애 말투…
그 녀석은 자기자신을 감싸안고는「싫어싫어」라며 몸부림친다.
「기분 나쁘니 멈추지 그래」
내가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그렇게 말하자, 그 녀석은 쳇하고 중얼거리며 그 동작을 멈추었다.
내가 기가 막힌 얼굴로 그 녀석을 바라보자, 그 녀석은 침묵하며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아∼, 그나저나 고백인가∼, 나도 저런 여자아이에게 듣고 싶은데∼『선배, 당신을 좋아합니다』라고―――」
……선배?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 녀석에게 묻는다.
「하급생인가?」
응? 하며 그 녀석은 나를 내려다본다.
「아아」
그 녀석이 수긍한다, 그리고 몸부침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야∼나, 저런 사랑스런 아이가 그녀가 되어주면 죽어도 좋아, 이봐 너도 알고 있지, 1학년 아래의, 굉장히 사랑스럽고 유명한 호우죠―――」
『쿵』
나는 책상을 내리치며, 벌떡 일어섰다.
돌연한 나의 행동에, 그 녀석뿐만 아니라, 나의 주위에 있던 인간들도 무슨 일일까하고 나를 바라본다.
「머…뭐야」
조금 겁먹은 것 같은 태도로 그 녀석이 나를 보았다.
「아!……아니, 이런 시간에 하급생이 방문해오다니 도대체 무슨 일일까 기합이 들어간 것뿐」
그 녀석의 얼굴이 다시 질투로 불타오른다.
「그러니까 말했잖아, 고백이래」
그렇게 말하며 팔꿈치로 나의 가슴을 툭툭 친다.
「좀 적당히 하지 그래」
나는 그 녀석을 떨어트렸다.
「기다리게 하는건 예의가 아니니 이만 가겠어」
나는 그렇게 말하며, 제복의 먼지를 터는 시늉을 했다.
「오우, 알겠어, 그러나 너 따위에 관심을 가지다니∼, 별로 눈에 띄지도 않는 널」
나는 조금 뻔뻔한 얼굴을 꾸민다.
「미남 아닌가?」 ☜ Looks 아닌가?
우아…그 녀석이 절규한다.
「젠장! 잘도 그런 소릴하는군, 하지만 너 그런 캐릭터였던가?」
나는 웃으며 대답한다.
「지금까지 내숭이였을지도」
「쳇, 빨리 가버려」
그 녀석은 시시한 듯 말했다.
「아아, 고맙다」
나는 그 녀석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다.
「큭, 그렇게 인기있는 주제에 그녀도 없다니……호모설을 클래스에 퍼트릴까보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용서해주지 그래, 그다지 흥미가 없을뿐」
……보통 남녀의 연애에는
「그럼」
나는 닫힌 교실의 문을 바라본다.
그 저편에, 다음의 표적으로서 사냥하려던 아카네의 여동생이 있다.
설마 저쪽에서 접촉해오리라곤.
의식하자마자, 그, 찌릿찌릿한 감각이 뇌를 자극한다.
같은……실의 힘을 가진 사람을 느끼는 능력.
그러면 아침의 그 얼굴, 감상해주기로 할까.
나는 문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복도의 사람의 왕래는 격렬하다.
그도 그럴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은 시업차임이 울리기 직전에 교실로 뛰어들어오니까.
그런 곳에 나를 호출해 무엇을 하려는거지.
단순하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은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흥, 나는 마음속으로 웃었다.
서로를 손댈 수 없는 장소에서 관망이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혹시 아카네가 말한 여자아이가 아닐지도 모르겠는데.
나는 그런 걸 생각하면서, 출입문을 연다.
연 순간, 공기가 긴장되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그런 감각을 무시하듯, 그대로의 태도로 천천히 문을 닫는다.
지금까지 들리고 있던 교실내의 웅성거림이, 마치 별세계와 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복도의 한가운데로 걸어간다.
나의 목적의 인물은, 복도의 반대측에서 벽에 기대어, 어딘가……몹시 고대하는 것 같은, 그런 기색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복도를 왕래하는 남자놈들이, 지나는 와중에 반드시 그 녀석을 힐끔거리고 있다.
확실히 무심히 지나칠 수 없을만큼의 용모를 이 녀석은 가지고 있었다.
아카네의 인간미 넘치는 美와는 다른……어딘지 모르게 인간과는 동떨어진, 트집잡을 데가 없는, 신화속에 나오는 소녀와 같이 아름다움.
특히 그 투명해보이는 흑발이 남자의 눈길을 끈다.
나는, 그 녀석의 눈앞에서 멈춰선다, 그리고 그 인물, 아카네의 여동생에게 말을 건넸다.
「나에게 무슨 용무지? 호우죠상」
그 녀석은, 나를 바라보며, 희미하게 미소짓는다.
그리고, 신체를 일으키며, 가볍게 스커트를 손으로 털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미카게 선배, 호우죠……아오이라고 합니다」
어딘지 모르게 어려보이는 웃는 얼굴이다, 이 얼굴에 미소가 가득 피어난다면, 남자라면 누구나 쓰러질 것이다.
그 범주에 내가 들어간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음, 무슨 일이지? 클래스에서 네가 나에게 고백하러 왔다고 떠벌리는 녀석이 있던데」
내가 쓴웃음을 섞여 그렇게 말하자, 아오이가 일순간 아연한 얼굴을 한다.
그리고 곧바로 쿡 웃는다.
「그렇네요,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선배 조금……으응, 꽤나 저의 취향이에요」
「그런가, 고마워」
나는, 쓴웃음을 지어 대답한다.
그러나……
뭐, 조금전부터 잘도 하하호호 웃고 있지만……
나는, 쓴웃음을 그만두고, 아오이를 응시한다.
아오이는 변함없이 웃고 있다, 하지만―――
……눈이, 웃고 있지않아
나는 그대로의 시선으로 아오이를 계속 응시했다.
하지만 아오이는 그런 것에는 상관치 않다는 듯, 마이페이스로 말한다.
「그러면 본론을 말해도 좋습니까?」
「아아……」
찌릿, 긴장이 흐른다.
움켜쥐고 있는 손바닥의 틈새로 땀이 흐르는 걸 자각할 수 있다.
심장의 고동도 빨라진다.
내가 이런 여자아이에게 압도되고 있는가?
아니다……
나는 주먹을 강하게 움켜쥔다.
이런 여자이니까……
「방과후…음악실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변함없이 무너지지 않은 아오이의 미소.
하지만, 그 꾸며진 미소 저편의 눈동자는, 확실히 나를 꿰뚫어보고 있다.
「……알았다」
나는 억제된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했다.
「후후, 그럼 부탁드릴게요, 선배는 여성을 기다리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아오이는 뒤돌아선다.
팔랑, 제복의 스커트가 가볍게 춤추었다
「그러면 저는 교실로 돌아갑니다, 지각할지도 모르니까요」
그리고, 종종걸음으로 그 자리에서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 달리는 모습도 어딘지 아이 같아서, 귀엽다.
그런, 아오이의 뒷모습을 향해, 나는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이제 곧……아카네와 만나게 해줄게……」
아오이의 다리가 멈춘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나에게 등을 돌린 자세로 멈춰섰다.
나와 아오이의 사이에, 지금까지 없던 긴장감이 흐른다.
「이런, 그렇게 안달하지 않아도, 이제 곧 대면시켜주지, 아카네과 같은, 나의 노예로서」
아오이는 미동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가만히 멈춰있다.
그리고……지금까지와는 다른, 감정을 읽어낼 수 없는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그렇군요 선배……언니의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요」
나는 움찔 반응한다.
「제가 엄마를 잘 구슬려, 다소라면 집에 돌아오지 않아도 시끄럽지 않게 조치해 두었으니까요」
「………」
「당신은, 건네주지 않을테니……경찰이라든지 그렇게 말하는 멋없는 것에는……그리고―――」
스스로의 손으로 숙청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인가.
나는 마음속으로 코웃음친다.
지금의 너의 대사, 어떤 얼굴로 말하는지, 부디 감상하고 싶군.
「뭐 좋겠지, 나머진 너의 호출의 장소에서 말하도록」
나는 일부러 가벼운 어조로 말한다.
하지만, 아오이도, 방금전과 같이, 웃음소리를 섞어 나에게 돌려주었다.
「후후…감사합니다, 그럼 실례합니다」
그리고, 아오이는 그 자리를 떠났다.
나는 그 자리에 내내 서서, 점점 작아지는 아오이의 뒷모습을 응시한다.
이윽고, 복도에 사람이 적어지며, 예령(予鈴)의 차임이 울렸다.
하지만, 나는 교실로 들어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U턴하여, 아오이와 반대편으로 걷기 시작한다.
……이대로 교실에 들어갈 순 없다
전신의 긴장이 사그라지지 않는다.
……얼굴을 원래대로 되돌리지 않으면
나 자신은,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저녀석에 대한 적의로 가득찬 얼굴인가, 이 긴장감에 취해 있는 얼굴인가, 저 녀석의 가녀린 얼굴을 공포로 가득 채운다는 기대의 미소인가……
어느 쪽이라 해도 감정이 충만히 표출되고 있음이 틀림없다.
아카네의 말이 떠오른다
규중처녀? 응석부리며 자라왔다? 장난치지 말아,
쿵, 나는 복도의 벽을 후려갈겼다.
저녀석은―――
아릿한 아픔이 주먹에 퍼져간다.
―――나와 같은 종류의 인간이다
푸르고, 끝없는 하늘.
그 하늘을, 얇은 구름이 웅대하게 흘러간다.
맑은 공기를 통과한 태양광선이, 이 학원의 옥상을 비추어, 하얀 콘크리트가 그걸 반사하고 있다.
바람은 체감할 수 있을만큼 불어오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겨울의 차가움 아래에서는, 무풍아래, 아무리 풍부한 햇빛을 받아도, 몸을 떨치는 추위에는 변화가 없다.
찰칵, 출입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옥상의 문이 열려, 1명의 여자가 나타났다.
그 여자는, 문을 닫자, 그대로 시선을 내린다.
그리고, 이미 거기에 있던, 지면에 대자로 누워 있는 선객에게 이렇게 중얼거렸다.
「주인님, 이런 곳에서 뮐하고 계시지요? 감기에 걸려요」
아주 조금의, 공백의 시간이 흐른다, 그리고 작은 대답이 들렸다.
「케이코……여기에서는 나를 주인님이라고 부르도록 허가한 기억은 없다」
케이코는 슬픔에 잠긴 얼굴을 한다, 하지만 곧바로 부드러운 미소를 띄우며, 바로 옆에, 다리를 무너뜨리듯 앉았다.
「주인님께선, 저를『케이코』라고 경칭을 생략하고 계십니다」
흥, 이라고 토라지듯이, 대자로 누운 자세로부터 옆쪽으로 가로누웠다.
케이코가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만진다.
「마음대로 사람의 신체에 손대지말아」
하지만, 케이코는 그런 말에 물러나지 않고, 미소를 띄워 사랑스러운 듯이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주인님, 괜찮습니까? 수업에 들어가지 않아도」
성적이 떨어져요, 라고 케이코는 계속한다.
「그것을 논하자면, 네가 더 심각하지 않을까」
케이코는 희미하게 웃는다.
「저는 빈 시간입니다」
이 학원의, 일반과목의 교사에게 빈 시간등이 존재하는지는 수수께끼지만, 이 때를 특별히 추궁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다시 몸의 자세를, 옆쪽으로부터 대자로 바꾼다.
그러자, 케이코가 더욱 접근해, 머리를 무릎 위에 실어 일명 무릎베개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마에 가볍게 손을 얹어, 그 자리의 분위기에 잠기듯이, 시선을, 옥상으로부터 펼쳐진 경치로 옮겼다.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케이코의 안경의 연못이, 태양빛을 반사한다.
「케이코……」
케이코가 미소를 지으며 내려다본다, 그리고, 무엇입니까, 라고 중얼거렸다.
근심이 없는 웃는 얼굴, 마치 지금 이 장소에서의 대화가 최고의 행복이라고 하듯이.
「만약 나에게 무슨 일(事)이 있으면……, 너는…마음대로 해도 좋아」
케이코가 상냥하게 머리카락을 빗어준다.
이 말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지 케이코는 모른다.
하지만, 케이코는 웃으며 대답했다.
「생애……주인님은 오직 1명으로 결정해, 일생을 바쳐 봉사합니다, 라고 해도 좋습니까?」
표정이 변하지 않는 얼굴을, 살그머니 케이코의 손바닥이 어루만졌다.
완만한 바람이 흐른다.
바람은 차가워, 당연히, 봄의 내음에 취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봄의 향기에 취해, 으스스 추운 겨울바람에도, 추위를 느낄 수 없었다.
「마음대로 해라」
그렇게, 작게 중얼거리며, 남자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방과후의 음악실.
본래라면, 이 시간대는 합창부, 관주악부등이 이 교실을 점령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교실을 점거하고 있는 인원은, 단 2명.
어떠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내쫓아 버렸는지는 모른다.
저녀석의 능력과 관계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여기에 있는 진실은 하나뿐.
지금, 이 장소에 존재하고 있는 것은, 나와―――
일심불란(一心不亂)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는, 흑발의 소녀만이라고 하는 현실.
소녀의 손가락이 건반 위에서 춤춘다.
그 가냘픈 신체의 어디에, 이만큼 격렬하고 강력한 음색을 연주할 힘이 있는 것일까.
건반에 얻어맞은 피아노선이 공기를 떨리게 해, 그 진동이 다이렉트로 나의 가슴에 와닿는다.
소녀의 움직임은 격렬했다.
소녀가 신체를 움직일 때마다, 세세한 땀이 춤추어, 형광등의 빛을 난반사시키고 있다.
빛 속에서 춤추듯이 연주하는 소녀의 모습은, 이 세상의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아름다움이었다.
이윽고, 소녀의 연주가 종말을 맞이한다.
소녀의 손가락이, 최종 악장의 1절을 연주해서, 마침내 곡이 멈추었다.
소리의 여운이 천천히 사라져간다.
그리고, 자취를 감추는 소리와는 별도로, 손바닥끼리 마주치는 타격음이 음악실에 울렸다.
굉장한 것이었다, 박수를 쳐 줄만한 가치가 있다.
아오이는, 1회 크게 호흡하곤, 만족한듯 의자에서 일어선다, 그리고 나를 응시했다.
「혁명의 에츄드……였는가, 꽤나 좋은 것을 들려주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아오이는 기쁜듯이 웃는다.
「자세하네요, 선배도 이런 곡에 조예가 깊습니까?」
그 웃는 얼굴은 아이와 같이 티없다.
「아아, 민방같은 걸로 곧잘 흐르고 있다, 끓어 사라지는 거품과 같은 유행가와 비교하면 훨씬 좋아한다」
나는 야유를 담아 그렇게 말한다.
「그렇습니까? 저는 좋아해요, 거품과 같이 사라지는 허무함을」
그렇게 말한 아오이의 웃는 얼굴에, 아이라면 가질 수 없는 광기가 슬쩍 내비쳤다.
그 순간, 아카네의 신체를 푸른 오오라가 감싸안았다, 아마도 실을 박는 포인트를 숨기기 위한 힘.
일순간, 나와 아오이의 사이의 공기가 긴장된다.
나는 마음속으로 흥하고 코웃음친다.
「그런가……그러면 슬슬 시작할까」
나도, 마음의 심처로부터 끓어나오는 웃음을, 숨기지 않고, 얼굴에 드러낸다.
「어느 쪽이, 그 거품과 같이 허무하게 사라져가는 운명인가를 결정하는 싸움을」
나는 1보앞으로 나간다.
아오이의 능력은 현재로선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마음에 그린대로 일이 진행되면, 확실히 이길 수 있을만큼의 승산은 있다.
하지만, 그런 나를 보며, 아오이가 킥킥 웃는다.
「선배, 하나 정정(訂正)시켜 드릴께요」
나는, 아오이의 말을 듣자, 다리의 움직임을 멈춘다.
「『이제 시작한다』가 아니에요,『일찌감치 시작되었다』예요」
뭐? 나는 반문했다, 그리고.
아오이에게 그 말의 진의를 묻는 순간이었다.
『꽝』
돌연 굉음이 음악실에 울렸다.
그것은, 음악실의 문을 여는 소리.
나는 뒤돌아, 문을 향했다.
그 자리에는, 어느 인물이 문을 연채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것은 나에게 있어 뜻밖의 인물이었다.
어째서 저녀석이―――?
나는 이해할 수 없다.
나와 아오이와의 결전의 장소에 갑자기 나타난 인물, 그는 오늘아침, 나에게 아오이로부터의 호출을 전한 나의 학우였다.
그 녀석이, 날카롭게 나를 쏘아본다.
하지만, 그것은 터무니없게도 위화감으로 가득찬 행위로 느껴졌다.
확실히 저녀석은 나를 쏘아보고 있다, 그러나, 그 나를 쏘아보는 눈동자에는, 의식의 빛이라곤 전혀 볼 수 없다, 그것은 마치, 프랑스 인형에 파묻혀고 있는 유리세공의 눈동자 같았다.
그런 그 녀석에게 정신을 빼앗기고 있던 내게, 그 녀석이 공중을 날아 습격해왔다.
아니……비록 정신을 빼앗기지 않았어도 대비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녀석의 움직임은, 도저히 인간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 녀석과 내가 대치했던 거리, 대략 5미터, 하지만 그 녀석은 그 거리를 도움닫기도 없이 한쪽 발을 내딛는 도약만으로, 한순간에 제로로 만들어 버렸다.
뭐야―――
그 녀석이 나의 품에 뛰어든 순간, 그 풍압으로 나의 앞머리가 춤춘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나는 보았다.
나의 앞머리와 같이, 살짝 춤춘, 그 녀석의 목덜미로부터 나와 있는, 의식을 극한으로까지 집중하지 않으면 볼 수 없을, 가는, 푸른 광채를 빛내는 가느다란 실을.
나의 뺨에 땀이 흐른다.
―――설마, 아침의 그 시점에서부터 이놈은 아오이의 수중에 떨어져 있었는가!
내가 그렇게 생각할 틈도 없이, 나는 그 녀석에게 왼손으로 가슴팍을 잡혔다.
그리고 그대로, 한손만으로 나의 신체를 높게 들어올렸다.
와이셔츠의 옷깃과 넥타이가 빠듯하게 나의 목을 조인다.
「크…아……」
역시, 어떻게 생각해도 이놈의 움직임은 인간과는 동떨어져 있다, 나는 우람한 체격은 아니지만, 체중은 60킬로를 가볍게 넘어서고 있다, 어떻게 생각해도 이런 보통학생이 한손으로 들어 올릴 수 있는 무게는 아니다.
「크……」
나는 괴로운 나머지 이놈의, 나를 들어올리고 있는 팔을 양손으로 잡았다.
「―――!?」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이해한다.
이놈의 신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나는 그 녀석의 팔을 꽉 쥐고 있는 손에 힘을 집중했다.
거기에는, 우리들의 연배에서는 생각할 수 없을만큼의 근육이 존재해, 그 융기(隆起)가, 당장 터져버릴만큼 제복을 압박하고 있었다.
그 팔의 굵기는, 아마 레슬러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건가
그리고 동시에, 나는 아오이의 능력이 어떤 것인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놈의 신체가 이렇게 되어버린 이유, 그거야말로 아오이가 지닌 능력이다.
나의 능력은『정신간섭』
타인의 정신에 간섭해, 그 인간의 사고(思考)를 자유자재로 조종한다.
아카네의 능력은『감각간섭』
타인의 감각에 간섭해, 통각(痛覺), 촉각(觸覺)등을 자유자재로 조종한다.
그리고 아오이의 능력
최초, 조종되고 있는 이놈을 보았을 때, 나와 같이 타인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일까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엄밀하게는 다르다.
아오이의 능력, 그것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그것은―――
『육체간섭』
육체(肉體) 그 자체를, 변형시켜, 자유자재로 조종한다―――
붕,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 녀석이 나를 왼손으로 들어올리면서, 오른손을 크게 휘두르는 소리다.
……크윽
나는 순간 잡고 있던 그 녀석의 팔을 놓으며, 얼굴앞으로 양팔을 교차하여 가드했다.
꽝! 충격이 나의 팔에 치달렸다.
나의 신체는, 가드 위로 그 녀석이 후려갈긴 여파로, 그대로 후방에 있던 벽까지 날려갔다.
쿵! 등에 충격이 날뛰어, 일순간 숨을 쉴 수 없게 되었다.
「크흑…」
주륵, 나의 육신이 벽에서 흘러내린다.
……이런……말도 않되잖아……이 바보같은 힘은
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리고, 그런 상태로 나는 생각했다, 이 변화한 육체는 차치하고, 아오이는 어떤 원리로 이놈을 조종하고 있는가.
아오이는 육체 그 자체를 변형, 조작할 수가 있다.
그렇다는 건 문자 그대로 이놈은, 지체(肢體)의 하나 하나를 꼭두각시처럼 조정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면,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이놈으로부터 저항은 전혀 없는 것일까.
아니, 없을 리가 없다, 나의 정신을 간섭하는 능력조차 사용하면 저항되는 것이 있다, 다만, 육체 그 자체를 조종할 뿐인 아오이의 능력으로, 조종되는 측의 정신적 저항을 누를 수 있는 수단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순간, 나의 뇌리에, 방금전 눈앞에서 본, 이 녀석의, 전혀 의식의 빛이 없는 눈동자가 플래시백했다.
아아, 그런가……
끼이익, 하며 나는, 방음처리가 되어 울퉁불퉁한 벽에 손톱을 세워, 신체가 붕괴되어 가는 것을 힘껏 버티었다.
단 하나의……방법이 있었군
단 하나의, 아오이의 능력에 적절한……이런 나라도 욕지거리가 나올만큼 기분이 더러워지는 방법이!
나는 다리를 견뎌, 몸의 자세를 고쳐 세운다
그리고 타격받은 팔을, 감촉을 확인하도록 털어보았다.
맞는 그 순간, 나는 가슴팍을 잡고 있는 손이 놓아져 일순간 공중에 내던져지는 형태가 되었다.
그 때문에, 서투르게 맞대응하지 않고서 그대로 힘을 받아 넘기는 것 같은 형태로 날아가버려, 그만큼 팔에는 데미지가 없다.
나의 시야에, 아무런 근심없는 웃는 아오이의 얼굴이 비친다.
지금, 나는 이해했다, 아오이는 결코 나와 같은 종류의 인간같은 게 아니다.
아오이는 단순한 아이.
전후를 생각치 않고, 자신이 하고픈 일만을 하고나서 깔깔 웃고 있는, 성격 더러운 빌어먹을 꼬마다.
아오이가 이놈에게 한 행위, 그것은―――
나는 이놈의 주먹이 직접 맞은쪽의 팔을 누르면서, 아오이를 향한다.
아오이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 다만 즐거운 듯이 나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로보토미(ロボトミ―)인가」
아오이는 희릿하게 웃고 있다.
그 변함없는 표정만은 이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표정을 무너뜨리지 않은 채 나에게 말했다.
「로보토미라고 말합니까? 이런 것」
아오이가, 집게손가락을 세워, 오른손을 올렸다.
그 손가락 끝으로부터, 가느다란 푸른 실이 빠져 나오고 있다, 아무래도 아오이의 실은, 오른손, 집게손가락으로부터 나오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실은, 이놈의 오른쪽의 목덜미로 연결되어 있다, 거기가 아오이의 실이 박히는 포인트인가, 그렇지 않으면 아오이의 실은 어디에 박아도 효과가 있는 것인가.
「다만, 거기의 선배의 뇌(腦)를 깨뜨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만들었을 뿐입니다만」
아오이는, 그렇게 말하며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웃었다.
여유의 표출인가, 조종하고 있는 남자를 그대로 막대기처럼 세워둔다.
나는 천천히 벽에 의지하게 하고 있던 신체를 일으킨다.
「……하나만…질문해도 될까?」
뭐지요? 라며 아오이는 고개를 갸웃한다.
「만약…만일 이 장소의 모든 것이 네가 생각했던대로 끝나면…그 후 이놈을 너는 어떻게 할거지?」
응―, 이라고 아오이는 생각하는 포즈를 취한다.
「그렇네요, 골절같은 단순한 상처라면 저의 능력으로 간단하게 고칠 수 있습니다만, 과연 뇌라든지 그러한 복잡한 기관은 조금 어렵네요, 귀찮으니 그대로가 아닙니까?」
특별히 죽는 것이 아니기도 하구요, 라고 아오이는 웃으면서 계속했다.
그런가, 라고 나는 작게 한숨을 쉰다.
느끼한 놈이었지만, 그것이 비위에 거슬리는 놈은 아니었는데……
나는 천천히 자신의 힘을 발동시킨다.
세계가 보라색으로 변화했다.
아오이가 웃는다.
「아, 선배도 힘을 사용했네요, 하지만, 어떻게 합니까?」
보라색의 세계에서, 사람마다 색이 다른 장소.
아오이의 주위를, 푸른, 오오라와 같은 베일이 감싸고 있다.
그리고, 저 너머에 있는 아오이에게는 실을 박는 포인트는 그림자도, 형태도 안보인다.
하지만―――
붕, 나는 팔을 바로 옆으로 휘둘렸다, 그리고 그 손가락 끝으로부터 보라색의 실을 발출했다.
피잉, 가속하는 실, 그것은 완만한 괘적을 그리며―――
아오이가 조종하고 있던 동급생 녀석의 이마에 꽂혔다.
움찔, 그 녀석의 신체가 떨린다.
아마, 뇌가 깨져 있어도 이 반응은 변함없는 것 같다.
아오이는, 나의 이 행위를, 그다지 흥미없는 듯 응시하고 있다.
그런 아오이에게, 도발하는 것처럼 질문했다.
「어떻게하지? 나와 이 인형의 쟁탈전이라도 할까?」
하지만, 아오이는 변함없이 흥미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희미하게 웃어 이렇게 중얼거렸다.
「좋아요, 선배, 그 아이는 선배에게 줍니다, 처음부터 사람을 조정하는데 있어 선배에게 당해낸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요」
그 아이는?
아니, 그 이전에―――
「어째서 너는 나의 능력을 알고 있지」
아오이는, 선언대로, 아무런 망설임없이, 그 녀석에게서 자신의 실을 회수한다.
「보고 있었기 때문에」
보고 있었어? 설마……
「선배와 아카네짱의 싸움의 시작과 끝을, 이 눈으로 보고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아오이는 무감정한 얼굴로 웃었다.
하하, 나는 마음속으로 웃었다.
성격의 고약함도 여기까지 오면 누구에게도 견줄 수 없다.
아카네를 돕는다고 말해두고서, 결정적인 그 장면에서는, 컨디션이 나쁘기 때문이라고 자위하며, 강 건너 불구경하며 고소(苦笑)를 짓고 있었나.
뭐 확실히 이길 수 있다고 할 때까지 시기를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 하겠지만, 그 때의 상황을 유추해보면, 그 후 아카네가 어떤 꼴을 당할지 상상할 수 있었을 텐데.
나는 녀석에게 이미지를 보낸다.
모처럼 이렇게까지 미쳐있는 녀석이 상대다, 나도 그 싸움방식에 맞춰준다.
나는, 이놈에게, 아오이를 쓰러트리는 사고루틴을 이미지로서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굳이, 아오이과 같이 리얼타임으로 지시를 내려 조종하는 것 같은 상태로 이놈을 재조정했다.
내가 이미지로서 지시를 보내준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오이가 이놈의 사고기관을 파괴했던 탓에, 딜레이없이 이놈을 조종할 수 있었다.
녀석이 아오이에게 다가간다.
녀석의 체격은 나를 덮쳤을 때 그대로다, 아무래도 조종을 그만 두어도, 나의 정신간섭이 그렇듯이, 변형시킨 육체는 실이 떨어져도 그대로 남는 것 같다.
하지만, 아오이는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피아노의 의자 위로 뛰어올랐다.
가벼이 흔들리는 아오이의 머리카락과 스커트가 춤추며, 중력으로인해 팔랑거린다.
그 율동은, 우아함조차 느끼게 했다.
아오이는 그대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그대로 집게손가락을 뻗은 채로,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살짝 춤추는 아오이의 실, 그 자태는 마치―――
「―――오늘밤 한정의 특별 콘서트……오늘만 저는 피아니스트에서 마에스트로가 됩니다……」
그래, 아오이의 말처럼, 확실히 그 움직임은 마에스트로……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그 자체로 보였다.
「주역은 당신, 미카게 선배……지금부터 당신을 위한 오케스트라를 시작합니다……멋진 음악을 연주해주세요……」
그렇게 말해, 아오이는 크게 팔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 ! ! 」
나의 예상의 범주를 넘어서는 일이 발생했다.
아오이의 팔의 움직임과 함께 허공에서 춤춘,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푸른 실, 그것이―――
돌연 날카로운 소리를 울린다.
그리고 다음 순간―――그것이 분열하는 것처럼, 겹겹이 분할했다.
아오이의 실에 선이 뛰쳐나와, 그 선에 따라 실이 맥없이 흔들리는 버들나무처럼 분열한다.
그 수에 한계는 있는가, 혹시, 나의 실이 무한히 늘어날 수 있는 것처럼, 저 녀석의 실도 무한히 분열하는 건가.
이마에 땀이 흐른다.
설마……저 녀석은 이 실의 개수만큼, 여러 사람에게 동시에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건가!
그것은, 나에게도, 아카네에게도 없었던 능력.
아오이가 가볍게 손을 흔들자, 실이 U턴을 한다, 그리고 아오이의 후방, 피아노의 뒤에 있던, 조금 열려 있던 음악준비실의 문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쿵꽝쿵꽝하는, 그곳에 있는 모든 사물을 뒤집어버릴 것 같은 소리가 준비실로부터 들려온다, 1명이나 2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소리가 아니다.
이윽고, 그 소리가 그치고 당분간 정적이 흐른다.
하지만 다음 순간―――
『꽈꽝』
이라고 하는 커다란 굉음이 울리며, 준비실의 문이 발작적으로 열렸다.
무지막지한 스피드로 열린 문은, 여닫이 문이었기에 그대로 벽에 충돌해, 그 충격으로 유리창이 박살나버렸다.
그리고 그 문의 저편, 준비실측에서 팔이 불쑥 빠져나온다.
아마도 문을 냅다 밀쳤을 그 팔, 그것은 지금 내가 조종하고 있는 녀석보다 훨씬 더 굵었다.
아오이가 마에스트로 마냥 팔을 치켜든다.
그러자, 조종되고 있는, 이 학교의 학생일 남자녀석들이 준비실로부터 우르르 뛰쳐나왔다.
이놈도 저놈도 융기한 근육 탓에, 상반신의 옷이 찌지직 찢어지고 있다.
그 녀석들은 마치 좀비를 연상시키는 움직임으로 걸어, 아오이의 앞에서 진(陣)을 쳤다.
들쑥날쑥, 신장에는 차이가 있지만, 어느 놈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건장한 체구를 자랑했다.
그리고, 내가 지금 조종하고 있는 녀석과 같이, 뇌가 파괴되어 있는 걸 증명하듯, 그 눈동자는 탁했다.
나의 앞을 가로막고 서있는, 굴강(屈强)해 보이는 아오이의 인형.
그 수는, 한명, 두명――――
―――5명!
「5명인가……조금은 적지 않을까? 오케스트라보다 리사이틀이 어울린다」
나는 야유를 담아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이것이 허풍이라는 것은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나는, 아오이가 개조했던 1명에게 가볍게 다뤄졌다, 그것이 5명, 게다가 그 1명보다 훨씬 더 신체능력이 우수한 5명이다.
감당하기 힘들다, 라는 레벨이 아니다.
그것을 당연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오이는 나의 야유에 안색 하나 바꾸지않고 대답한다.
「그렇네요……명확히 선배라는 주역도 있으니……그쪽이 올바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오이는 무언가에 도취된 표정이다.
「자아…그러면 들려주세요, 그 주역인 선배의 멋진 음색을……」
아오이가 눈을 감으며 팔을 휘저었다.
그 순간, 아오이의 앞에 진을 치고 있던 5명이 일제히 나에게 달려들었다.
그 놈들은 교실의 책상, 의자를 내동댕이치며 나를 향해 돌진해온다.
「큭」
나는 오른손을 흔들어, 내가 조종하고 있는 녀석를 그 5명에게 향하게 했다.
하지만, 몰매에는 장사없다고 했던가. ☜ 다구리에는 장사가 없지
내가 조종하는 녀석는, 눈 깜짝할 사이에 잡혀버렸다.
5명 중 2명이, 각각 그 녀석의 가슴과 허리에 태클을 해, 움직임을 멈춘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방향을 90˚틀어, 나에게서 갈라놓는 것처럼, 그 모습인 채 교실의 전방을 향해 돌진해서, 그 녀석의 신체를 칠판에 밀어붙였다.
쿵! 둔한 소리가 음악실에 울리며, 칠판에 큰 균열이 생겼다, 보통인간이라면, 모든 내장이 파열해도 이상하지 않은 충격이다.
나는, 그 녀석을 그 상태로부터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굴강한 남자 2명이 억누르고 있는 그 녀석은, 마치 산 채로 박제표본된 곤충과 같이, 수족을 파닥거리는 정도밖에 할 수 없었다.
「칫」
나는 그 녀석을 조작하는 일을 깨끗이 포기했다.
하지만 그렇게해서 5명 중 나머지 3명을 보려고 한 순간, 이미 뒤늦은 선택임을 깨닫았다.
다음 순간, 나는 이미 눈앞에 치달은 3명 중 1명에게 멱살을 잡혀 문답무용으로 끌어당겨졌다.
그리고 덥석 낚아채진 기세로, 마루에 매다꽂혔다.
「크악」
방음효과를 위해 깔려있는 융단옷감이, 나의 뺨을 비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나머지 2명이 나의 양팔을 각각 붙잡아, 비틀면서 마루에 억누른다.
그리고, 결정타를 날리듯, 목덜미를 잡고 있던 녀석이 등에 무릎을 찍어 신체의 움직임을 봉하기 위해서, 전신의 체중을 걸치기 시작했다.
「크윽」
빠각! 등뼈가 삐걱거린다.
근육이 늘어나면, 그에 비례해 체중도 증가한다.
보통상태인 나의 신체는, 그만큼 비명을 질렸다.
「크…으……」
다리의 자유는 빼앗기지 않았지만, 이 자세에서 무리하게 반항하면, 역으로 내 자신을 괴롭히게 된다.
폐가 압박받아 호흡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산소가, 전신에 돌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지 않아도 괴로운 상태에서, 목을 누르고 있던 녀석이, 나머지 손으로 머리카락을 움켜잡아, 얼굴을 뒤로 끌어당겼다.
「우윽……」
한층 더 호흡하기 어려워진다.
산소결핍으로 깜박깜박거리는 시계의 중앙, 그 정면에서 미소를 띄우고 있는 아오이의 얼굴이 비쳤다.
어쩐지, 황홀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아오이―――
……언제까지……웃는거야……
그, 깜박깜박거리는 감각이, 안구를 저리게 해 그것이 뇌에 도달할 즈음에는 찌릿찌릿한 충격으로 변모하고 있다.
「아……오이……」
나는, 목을 겨우 쥐어짜 목소리를 냈다.
그러자 아오이는, 아주 기쁜 얼굴로, 중얼거렸다.
「겨우, 저의 이름을 불러주었네요」
아오이는 의자에서 걸음을 내딛어, 그대로 마루에 착지했다.
「하지만……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좀 더 저의 이름을 불러주세요……나만을 생각해주세요」
그렇게 말하면서, 열정적인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아오이.
……뭐야?
……혹시 이 녀석……
아오이가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그러자, 왼팔을 억누르고 있던 녀석이 거기에 동조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 녀석은 잡고있던 나의 손안에 손가락을 밀어넣어 억지로 손을 벌렸다.
「뭐……」
그리고, 그 녀석은 그대로 나의 새끼손가락만을 움켜쥐고, 그 손가락을 뒤로 꺽기 시작한다.
설마―――
「좀 더……들려주세요, 언제까지나 잊혀지지 않도록……영원히 마음속에 남을 사랑스런 선배의 목소리를―――」
다음 순간
『빠각』
골수까지 저리는, 둔탁한 소리가 음악실에 울려퍼졌다.
최초로 나를 덮친 것은 아픔―――
구토가 복받치는 아픔이었다.
하지만, 아픔이라면 나는 이 이상의 것을 체험한 적이 있다.
순수한 아픔이라면……분명히 말해, 아픔 그 자체를 불어넣은, 아카네가 한수위였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나를 습격한 것, 그것은.
공포감―――
연골이, 인대가 늘어지고 찢어지며, 혈관이 파열되어 분출하는 혈액이 내출혈되어, 모든 조직을 압박한다―――
그 감각이, 거짓이 아니라는 듯 나의 뇌에 직격했다.
「우…아아아아아」
제대로 호흡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목을 쥐어짜 비명을 토해냈다.
찌릿찌릿하며, 심장의 고동에 맞추어, 아픔이 전해져온다.
일순간 전신에서 비지땀이 뿜어졌다.
손가락을 꺾은 녀석은, 그 손을 떼지 않고, 새끼손가락을 움켜잡은 그대로다.
그것이 더욱 더 아픔을 증가시키고 있다.
그 상태를 보고 있던 아오이가, 아아……라고 작은 탄성을 질렸다.
그리고, 찌르르하고 솟구친 마음의 떨림을 억누르듯, 양팔로 자신의 신체를 끌어안았다.
「선배 멋집니다……좀 더 선배의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좀 더, 나만을 위해서」
아오이는, 왼손으로 자기자신의 신체를 감싸안은 채로, 오른손의 집게손가락을 세웠다.
반짝거리는 실이 푸른 광채를 토했다.
그리고, 그 빛에 동조하는 것처럼, 남자녀석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남자는, 나의 꺽인 새끼손가락을 붙잡은 채, 다른 한쪽의 팔을 움직인다.
그리고, 그 집게손가락과 엄지를 사용해, 꺾여 있는 나의 새끼손가락의 손톱을 붙잡았다.
이런―――장난이 아니잖아!
아오이가 가볍게 손가락을 까닥인다.
다음 순간, 남자는 아무런 망설임없이, 나의 생손톱을, 파악! 벗겨냈다.
「――――!」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다만, 가래가 끊는 것 같은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나의 목으로부터 흘러나왔을 뿐이다.
아픔이 2겹이 되어, 나를 덮친다.
머릿속이, 빙빙 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 나의 상태를 보며, 유감스러워 하는 아오이.
「아, 조금 심해 버렸습니다, 선배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황홀한 표정에서 차가운 미소를 띄웠다.
나는 비지땀이 방울져 떨어지는 얼굴로, 아오이를 올려본다.
……완전히……상궤(常軌)를……벗어났잖아
도취된 얼굴로,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않는 듯, 마치 장난감이라도 부수는 감각으로 나의 신체를……아니, 타인의 신체를 부숴가는 아오이.
그리고, 나는 이해했다, 아오이라고 불리는 소녀를.
사실은, 아오이는 아카네가 말한 것처럼, 자상한 부모의 애정을 받으며 언니의 보살핌 속에서 자란, 맑고 명랑한, 마음이 상냥한 소녀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이 녀석은 매혹되었다……
타인을 자유자재로 조종해서.
마음껏 유린하는 쾌감을 즐긴다.
그 푸른 실의 능력으로―――
나의 눈에 비치는 것은 광기(狂氣)의 희열에 웃는 아오이의 얼굴.
하지만, 나는 거기까지 생각하곤 사고를 멈추었다.
그리고 자기자신을 비웃었다.
……하하, 실의 능력에 매혹되었다?
……그럼 나도 똑같은 건가
나는 아오이를 올려본다.
……하지만…아오이……
……약간이지만…내가, 너보다는 어른이야
확실히 이 실은, 너 같은 꼬마가 손에 넣으면, 감당하기 힘든 능력이다.
실의 포로가 되어, 광기에 휩쓸리는 것도 자각하지 못할만큼.
그래서, 이제―――
『두근』
손가락의 아픔이 나를 자극한다, 더 이상 아오이가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것은 위험(危驗)―――하다는 건가.
어른인 내가, 어린애인 너를 오시오키(御仕置き)……해주마. ☜ 어른스런 내가, 애처럼 철없는 너를 오시오키해주마
나는, 아오이를 쏘아본다.
아오이는 나의 그 얼굴을 보자, 아쉬운 얼굴은 한다.
「이제 슬슬 끝낸다―――그런 얼굴을 하네요, 선배」
슬픈 얼굴을 하는 아오이.
「그렇네요, 저도 더 이상 선배가 상처입는 것을 볼 수 없습니다, 이제 끝내겠어요」
칫…나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철저히, 광기에 빠져있는가.
말과 행동이 완전히 따로 놀잖아.
「선배, 안심하세요, 확실하게……오늘밤의 콘서트의 막을 내릴, 스페셜 게스트를 초청했으니까요」
스페셜 게스트?
아직, 이 이상으로 인형을 준비해두었나?
아오이가 휙 팔을 치켜든다.
연주가 가경(佳境)에 들어간 마에스트로와 같이, 역동적으로.
그리고, 아오이의 손가락에서 발출되어 있는 실 가운데 1개가, 눈부신 푸른 광채를 빛냈다.
그것은, 지금 아오이가 조종하고 있는 5명과 연결되어 있는 실과는 다른 실.
그 실은 지금 이 순간에 발출된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훨씬 이전부터 발출되어 있던 것인가.
어쨌든, 능력을 사용하지 않은 아오이의 실을 시각으로 포착하는 것은 곤란하기 그지없다.
그 아오이의 실은, 음악실의 문밖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달칵, 작은 소리와 함께 출입문이 천천히 열린다.
거기에 나타난, 아오이에게 조종되고 있는 인물, 오른손에는, 아마 나를 공격하기 위한, 커터 나이프가 쥐어져 있었다.
그 인물을 본 순간―――
『두근』
나의 심장이, 크게 맥동한다.
……하……하
마른 웃음이 마음속에서 새어나온다.
……그런가…그런건가, 나와 아카네의 싸움을 보고 있었다면, 저 녀석의 일도 당연히 알고 있겠지……
『두근』
지금까지 없던 큰 동계(動悸), 심장이 맥동할 때마다, 시야가 새하얗게 물들어간다.
왼손의 아픔도 신경 쓰이지않게 되었다.
……그리고……너는 저 녀석을 사용해서 어떻게 하려고 하지?
『두근』
……그 녀석은―――
『두근』
『나의 물건』―――이다
그 자리에 나타난, 아오이가 조종하고 있는 여자.
그녀는 나의 최초의 노예.
타치바나 케이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