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2
이미……다음 사냥감으로 목표한 여자가 있다.
그 이름은『호우죠 아카네』
나와 동급생으로 두 교실 건너 클래스의 여자아이다.
붉은 빛이 감도는 시에나(Sienna)의 쇼트헤어, 호리호리한 몸매의 날씬한 체구.
고고한 분위기에, 성적 역시 우수해, 어느 쪽이냐면 이성은 물론, 동성에게까지 인기있는, 그런 타입의 '아가씨'다.
떠도는 소문처럼, 꽤나 유명한 대학교수의 딸다웠다.
그 때문인지, 생도회 부회장(生徒會 副會長) 같은 직함도 가지고 있다.
그런 요소로, 이 학원에서는 꽤나 눈에 띄는 군계일학의 존재지만, 나는 지금까지 이 여자에게 특별히 접촉을 시도한 적은 없었다.
분명히 미소녀, 라는 명칭이 어울리는 용모(容貌)지만, 그로인해 눈에 띄는 행동을 싫어하는 나는, 굳이 그녀에게 흥미를 가지지 않았었다.
그러나…….
피식, 웃으며 손가락 끝에서 실을 꺼낸다.
실은 나선을 그리며 떠올라, 천정까지 도달했다.
이 실의 힘이 있으면…….
그 누구도 깨닫지 못하게, 그 여자애는 나의 것이 된다.
케이코와 같이, 나의 명령에 절대복종하는 노예로 만들 수 있다.
나는 실을 회수한다.
그리고, 살짝 시계를 보았다.
시각은 오전 6시를 넘어, 교실에 가득 차오르는 아침해도, 벌써 밝게 타오르고 있다.
그래, 나는 이미 학교의 교실에 도착해, 호우죠 아카네를 기다리고 있다.
호우죠도 나와 같은, 시업시간(始業時間)보다 빨리 등교하는 타입의 인간이다.
나는 책상 위에 올려두고 있던 다리를 내려, 앉아 있던 자리로부터 일어선다.
이제 호우죠가 이 교실의 앞을 지나, 자신의 교실로 향하는 시간이다.
나는 교실의 출입문에 걸어갔다, 이윽고 문의 손잡이에 손을 대었다.
그러나 거기서, 문득 나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지금부터 나는 호우죠를, 케이코처럼 충실한 노예로 추락시킬 생각이다, 하지만―――
무엇인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그것은 호우죠에 대한 나의 특수(特殊)한 감정.
지금부터 그 여자아이를 나의 노예로 할 수 있다는 일말의 고양감(高揚感)과도, 하물며 미숙한 연애감정과도 다르다…….
무엇인가……걸린다.
확실히 매혹적인 여자인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그것보단 무엇인가 이질(異質)적인 것.
그것은, 이미 전부터 미약하게 느끼고 있었지만, 이 실의 힘을 손에 넣고나서 한층 더 강해지고 있다.
그리고, 나의 감(勘)이, 이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문이 기댄 손이, 축축히 땀에 끓는다.
그러나, 나는 그런 자신을 비웃었다.
무엇에 위축되고 있나?
이 실의 힘은 충분할 만큼 이해하고 있다, 불길한 일 같은 건 없다.
이윽고 복도의 끝에 있는 계단에서, 리놀륨를, 실내화로 밟아 울리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호우죠 아카네는 변함없다, 부활동의 조회(朝練)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만큼 빨리 등교하는 유별난 인간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나는 소리없게 문을 열어 복도로 천천히 나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호우죠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계단을 다 오른 호우죠는, 오른손에 가방을 가지고 이쪽으로 향해 천천히 걸어온다, 나를 의식하는 기색은 전혀 없는 느낌이다.
새삼 느끼는거지만, 확실히 인기를 모을만한 발군의 스타일이다.
그 정연한 생김새는 투명감(透明感)에 휘감겨, 사랑스러움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뽐내고 있다.
그리고, 그 천연의 붉은 머리결이 아침해로 하여금 투영되어, 감색 베이스의 제복에서 찬란히 빛나 어딘지 모르게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지만, 그것과 함께 느껴지는, 등골을 찌릿찌릿 자극하는 긴장감(緊張感).
나는 희릿하게 웃는다.
이 내가 긴장할까.
나는 그렇게 생각해, 호우죠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 눈길을 떼면서 걷는다.
그리고, 호우죠와의 거리가 20미터정도로 줄어들었을 때.
나는 힘을 발동시켰다.
샥― 보라색에 물드는 복도.
천정, 벽, 유리창, 모든 것이 보라색의 세계로 변화한다.
나는 그 속에서 얼굴을 들어, 호우죠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래, 실을 박아야 할 포인트 확인하기 위해서.
그러나―――
「 ! 」
나는 무심코 걸음을 멈추어 버렸다.
―――보이지 않는다!
그래, 지금까지, 어떤 인간이라도 보이던, 보라색 베일 너머로 존재하던, 실의 굵기와 동등한, 그저 작은, 이마의 중심의 포인트, 하지만.
그것이, 어떤 이유인지 이 호우죠 아카네에게선 보이질 않는다.
나는 낭패감에 빠져,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호우죠는, 그런 나의 모습에 상관치 않고, 나의 측면을 통과한다.
아니, 통과하려고 했다.
―――어?
호우죠가, 나의 바로 옆에서 멈추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를 응시하는, 그 눈이 마치 모든 것을 간파한 것처럼, 나를 쏘아맞혔다.
호우죠의 입이 열린다.
「미카게…히로키군이었지」
나는 호우죠를 내려다본다.
이만큼 가까워졌는데도, 역시 호우죠의 이마에는 포인트가 나타나지 않는다.
호우죠에 대해서 굳이 침묵을 지키는 나.
그런 나에 대한 호우죠의 시선이 더욱 날카로워진다.
그리고, 나에게 이렇게 고(告)했다.
「그다지―――뜻대로 되지 않는 모양이죠」
「―――」
나는 2, 3보 물러난다.
이 여자는 나의 힘을 알고 있어?
등골에 차가운 것이 스쳐갔다.
미동(微動)도 하지 않고, 나를 계속 응시하는 호우죠.
그리고 호우죠는 계속해서 이렇게 말했다.
「이대로라면, 곧 사람들이 올테니……방과후에, 지금 이 장소에서」
그러고나서 호우죠는 다시 정면을 향해, 자신의 교실에 걸어갔다.
나는 당분간 그 자리에 내내 서 있었다.
뺨에 차가운 땀이 흐른다.
그리고 나는, 주먹을 강하게 꽉 쥐며, 꽝하고 복도의 교실측의 창샷시를 후려갈겼다.
칫……….
주먹에 아픔이 퍼진다.
그 여자…….
등골의 한기는 아직도 가시질 않는다.
그 나를 쏘아맞히는 시선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나에게 지시한다라는 건가…….
전부터 느끼던 감정이 실체를 드러낸다.
그것은, 긴장감과 공포감이 공존하는, 고양감과 닮은 감정.
또 다시, 자학적(自虐的)인 웃음이 복받쳐 나왔다.
―――훌륭하지 않은가
겨울의 일몰은 빠르다.
방과후의 교실은, 수업이 끝나 미처 1시간도 지나지 않아 황혼에 침몰한다.
창문을 열자, 그라운드에서 연호하는 부활동 생도들의 구령이 뛰어들어 왔다.
나는, 그 창을 열어둔 채로 자신의 자리에 앉는다.
자택이 이 학교로부터 그렇게 멀지 않은 나에게, 방과후 시간이 흘러도 교실에 남아 있는 것을 의뭉스레 여기는 놈은 적었다.
나는 책상에 엎드리고 생각한다.
호우죠 아카네, 그 녀석은 누구냐?
왜 그 녀석에게는 실을 박는 포인트가 나타나지 않지?
나의 이 능력은, 실을 포인트에 정확하게 박아야만 그 힘이 발휘되는, 그 대전제가 있는 이상 이대로는 호우죠에게 무엇 하나 할 수가 없다.
어떤 원리로 그것을 막고 있는지……단순한 체질인가, 그렇지 않으면 의도적으로 방어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
「『뜻대로 되지 않는 모양이죠』」
그 때의 호우죠의 태도, 그것은 분명히 나의 능력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하면, 의도적으로 막고 있다고 하는 편이 올바를 것이다.
그리고……
도대체 왜, 그 녀석은 이 능력을 알고 있지?
나는 사고(思考)에 몰두했다.
아마……
머릿속에서, 무엇인가 불꽃이 터지는 것 같은 감각이 엄습했다.
나는 그것을 감지하면서 일어선다.
확실히, 호우죠가 어떻게 막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또 하나의 의문에 대해서는, 나도 대강 예상을 하고 있었다.
왜 그 녀석은 나의 능력을 알고 있는 것인가.
지금, 내가 머릿속에서 느끼고 있는 것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머리의 심처에 울리는 희미한 자극.
이것이, 느끼고 있다.
호우죠가 가까워지고 있는 것을.
내 자신의 손을 본다.
만약, 정말로 나의 능력이 통용되지 않다면, 육탄전을 제외하고는 이길 기회는 없다.
방어구(防具)가 될까……?
나는 그렇게 생각해, 가죽제의 학생가방을 손에 들었다.
그리고 문을 향한다.
이렇게 되면 이제 정면돌파 밖에 없다, 모르는 것은 본인에게 들으면 된다.
나는 기세좋게 문을 열어제꼈다.
복도는, 교실과 변함없이, 그 전체가 석양의 주홍에 파묻혀 있었다.
나는 교실에서 나와, 그 복도의 대면측(對面側)에 가, 등을 창샷시에 맡긴다, 그리고, 가방을 발밑에 떨어뜨렸다.
눈앞에 펼쳐진, 흐릿한 유리의 저편의, 노을에 물든 교실.
나는 목을 옆으로 틀어, 이 층의, 모든 교실의 출입구를 바라보았다.
머릿속의 찌릿찌릿한 충격이 강해진다.
가깝다―――
이윽고 스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두 교실 너머 클래스의 문이 열린다.
그리고, 그 문의 저편으로부터, 호우죠 아카네가 나타났다.
문을 닫고선, 호우죠는 마치, 아침의 재현과 같이, 나 따윈 안중에 없다는 듯, 나에게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서는, 도저히 지금부터 나와 대치한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호우죠는, 그대로 천천히 걸어오며, 교실을 하나 둘 넘어 마침내―――
나의 앞에서 멈추었다.
침묵한 채, 호우죠는 나의 향해 돌아본다.
뒤돌아 본 박자에, 흔들린 시에나의 짧은 머리카락이, 교실측에서 쏟아지는 석양의 빛 틈사이로 퍼지며, 신비적 휘광을 발하고 있었다.
그런 호우죠가 나를 향해 입을 연다.
「단도직입으로 말하죠」
호우죠는 그 모든 것을 간파한 것 같은 눈으로 나를 본다.
「당신의 그 힘, 지금 돌려준다면, 이대로 상처없이 보내주겠어요」
……역시
확실히 이 호우죠는 나의 능력을 알고 있다, 그리고―――
「돌려주지 않겠다고 답하면?」
나는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때는……」
나직히 중얼거리며 호우죠가 오른손을 올린다.
……틀림없다·
그리고 나를 향해 손바닥을 가르켰다.
「억지로라도 돌려받아요」
……이놈은
휘잉, 호우죠의 손바닥이 빛난다, 그리고 그 손바닥에서 뛰쳐나온 것은, 진홍의―――
『나와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
―――붉은 실!
나는 허리를 가라앉혀 전투태세를 취한다.
호우죠는 일절 표정의 변화가 없다.
다만, 그 석양의 주홍빛을 압도하는, 붉은 휘광을 뽐내는 실을, 손바닥으로 나에게 향하고 있을 뿐이다.
곧바로 공격하지 않는 건, 여유(余裕)인가.
「한번 더 말하겠어요, 당신의 실의 힘, 지금 돌려주세요」
흥, 불쾌하다.
「돌려주라는 건, 이것이 너의 물건이라는 건가?」
호우죠는 조금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비슷한 것이에요」
나는, 대화의 빈틈을 꿰뚫어, 능력을 발동시킨다.
호우죠의 실도 모든 사물도 찬란한 보라색의 베일에 감싸인다, 그러나.
…….
아침과 같이, 호우죠의 이마에는 포인트가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알아주지 않는군요……」
스륵, 호우죠의 실이 대가리를 올린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않고 호우죠를 바라본다.
이렇게 되면……
스륵, 나 역시 오른손 중지로부터 보라색의 실을 발출했다.
나는 슬며시 미소를 띄으며, 소리없이 외쳤다.
―――적당히 가늠해 박아준다!
핏, 처져 있던 보라색의 실이, 호우죠의 이마를 노리며 날아올랐다.
호우죠에게 고속으로 치닫는 나의 실.
그러나, 호우죠는 이 사태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
나에게 실의 괘적이 보이고 있으니까, 저 여자 역시 나의 실이 보이고 있을 게다.
하지만 호우죠는 태연하게, 피하지도, 또한 그 떠도는 실로 막고자하는 기색도 없이, 단지 그 움직임을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은 아직까지도 얕잡아보고 있는 건가!
일직선으로 호우죠의 이마를 향하는 보라색의 실.
그러나, 그것은 틀어졌다.
확실히 나의 실이, 호우죠에 도달하려고 하는 그 찰나(刹那).
『피잉』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여겨지지 않는 맑은 소리가 울려퍼진다.
「 ! 」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나의 실이 튕겨져 나왔다.
그대로 지면에 추락하는 나의 실.
호우죠는 미동도 하지 않고 태연히, 나를 응시하고 있다.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났지?
호우죠가, 무엇인가를 하는 낌새는 전혀 없었다.
그래, 나의 실은, 호우죠의 앞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무엇인가』에 부딪쳐 튕겨났다.
「당신에게는 안보이나요?」
호우죠는 낭패해하는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뭐?」
「당신이라면 보일텐데, 감각을 가다듬는다면」
감각을 가다듬어?
나는 그 말에 따라, 보라색의 베일을 풀어헤치고, 신경을 집중시킨다.
무엇인가…있는건가?
포인트를 숨기고, 나의 실을 튕겨버리는 무엇인가가…….
나는 더욱 의식을 집중시켰다, 그래, 마치 나나 호우죠의 실을 응시하는 감각으로.
「―――!」
이윽고, 나의 눈에 보여온다.
나와 호우죠의 사이에 있는 것.
그것은……이 석양의 주홍을 압도하는 찬란한 광채의―――
붉은 벽!
거기에는, 이 긴 복도의 구석에서 구석까지를 모두 가릴 정도의, 거대한 붉은 벽이 존재하고 있었다.
무엇인가 이것은……나의 실은 이것에 의해 튕겨졌는가.
「알았겠지요, 당신은 절대로 나에게 이길 수 없어요」
나의 뺨에 식은땀이 흐른다.
과연……확실히 이건……실을 사용해 싸우는 방법으론 승산이 없다.
나는 그렇게 결론지어, 실을 거두었다.
그리고, 나의 뒤의 벽에 기대어 세워놓아 둔 가방의 손잡이에 뒤꿈치를 걸어 갑자기 차올려, 그 손잡이를 쥐었다.
역시 육탄전인가.
쓴웃음을 지으며, 호우죠를 바라본다.
「……아무래도 항복한다든가 포기한다는 생각은, 당신에게는 원래부터 없었군요」
나는 상체를 숙이며, 가방의 손잡이를 들어올려 어깨에 걸친다
이대로 가방을 저 녀석의 실에 두들긴 후 그대로의 기세로 벽에 어깨로 돌격한다.
그것이 나의 작전이다.
클리어 하지 않으면 안되는 문제는 2개.
실을 두들겨 떨어뜨릴 수 있을 것 같은 스피드로 내가 움직일 수 있을지, 그 벽은 내가 몸통박치기를 한다해서 과연 통과할 수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이제, 나도 사정을 봐줄 수 없으니, 각오하고 있어」
호우죠가, 희미하게 웃었다.
그것은 내가 거짓의 가면을 벗었을 때에 자주하는, 차가운 웃음을 닮았다.
흥, 나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좋은 아이인척 해도 이게 본성인가.
결국은 똑같은, 실의 힘에 매료된 동지인 것이다.
「가겠어」
나는 가방을 크게 휘둘렸다, 그리고―――
가방을 휘두름과 동시에 뒤꿈치를 빼둔 실내화를, 호우죠를 향해 날렸다.
「 ! 」
가방에 시선을 빼긴 호우죠는, 과연 깜짝 놀란 얼굴을 한다.
그러나 호우죠는 실내화를 살짝 피했다.
실내화는 그대로, 호우죠의 얼굴의 측면을 통과해, 후방에 위치한 교실의 유리창를 깨트린다.
그런건가!
나는 지금 확인했다, 이놈의 벽은 실의 능력만을 막을 뿐, 그 이외의 물건은 보통으로 통과한다!
호우죠의 붉은 실의 괘적을 확인한다, 그리고 나는 가방을 실을 향해 휘둘렸다.
이것으로 녀석의 실을 두들겨 떨어뜨리고, 그대로의 기세로 호우죠에게 돌진하는, 나의 작전대로다.
그러나―――
휘두른 가방에 위화감이 느껴졌다.
실을 두드려 떨어뜨리는 감각이 없었던 것이다.
피해버렸나!
나는 그렇게 생각해, 호우죠의 실의 위치를 확인한다.
―――어?
그러나, 실은 처음의 위치로부터, 1센치도 움직이지 않았다.
대가리를 들어올려 나를 내려다보듯 그 자리에서 감돌고 있다.
설마……이것은….
몸의 자세를 정돈한 호우죠가 손을 들어올리며 붉은 실을 조종한다.
그러자, 붉은 실은 천정까지 올라가, 더욱 높은 위치로부터 나를 내려다보는 형태가 되었다.
그리고, 붕, 호우죠가 팔을 휘두른다.
핑, 붉은 실이 나를 향해 활공(滑空)해왔다.
「칫」
나는 다시 가방을 들어올려 실을 방어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그 자세를 유지하면서, 방금전 이 가방으로 붉은 실을 두들겨 떨어뜨리려고 했을 때의 상황을 회상했다.
나는 그 때 확실히, 가방을 실이 위치한 장소에 휘둘렸으나, 부딪히는 감촉이 없고, 그리고 또한, 실이 그 자리를 이탈한 흔적도 없었다.
등골에 한기가 스멀거린다.
혹시 이 실은.
나는 가방을, 나를 습격해오는 실로 향해 내밀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붉은 실은 나의 가방을 소리도 없이 관통했다.
관통했어? 아니 달라, 이것은―――
그런 나를 향해, 호우죠가 툭하고 중얼거렸다.
「……미안해요」
호우죠는 스윽 손바닥을 옆으로 움직인다.
붉은 실이 호우죠의 손짓에 맞추어 움직인다.
「나의 실은―――」
그래, 마치 가방을 통과하듯이.
그런가, 이 실은―――
「모든 물질을 통과해요」
다음 순간, 호우죠의 실이 나의 이마에 꽂히는 감각이, 전신을 관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