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판 악녀를 조교하게 되었다-171화 (171/174)

〈 171화 〉 외전 7화 ­ 제인, 관찰의 초월자

* * *

마탑이라는 공간에 묶여 자유를 빼앗긴 초월자, 제인.

피처럼 붉은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미녀.

마치 타오르는 불꽃처럼 그녀의 머리카락은 언제나 공격적이었던 그녀를 상징했‘었’다.

그래, 상징했었다.

과거 초월자들의 전투.

세계를 거의 멸망시킬 뻔 했던 그 치열한 전투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머리카락과 닮은 수많은 화염마법을 선사했다.

“죽어! 죽어! 다 죽으라고! 꺄하하하하하하!”

광기어린 제인의 마법에 죽은 사람만 어림잡아 수만 명.

“흐으, 흐으! 네놈들을 전부 죽이겠어!”

세상 모든 것을 보는 그녀의 눈은 적들이 어디에 숨어있건 단숨에 찾아내서 응징했다.

전투의 화신, 멸망의 불꽃.

이라고 불렸던 초월자 제인은…….

“오셨습니까?”

모리스 앞에서 배시시 웃을 뿐인 마탑의 비서가 되어 있었다.

“오늘도 여전하군.”

“물론이죠. 늘 완벽한 상태로 세팅해놨습니다.”

그녀가 우쭐거리며 말했다.

마탑주이자, 장관인 모리스의 사무실은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했다. 거기에.

“오늘 올라온 안건이에요. 화염 마법사들이 자신들의 새로운 연구를 위한 연구 자금을 지원해달라고 하네요.”

“공간 마법과 시간 마법에 대한 고찰에 대한 보고서가 얼마 전에 올라왔는데 이게 원리가 조금 부족해 보이거든요.”

“이번에 중력 역전에 대한 보고서입니다.”

“계속되는 반란군과의 전쟁과 그에 대한 마법부의 대응책과 마법 발전의 방향성에 대한…….”

수없이 많은 보고서를 완벽하게 작성했다.

모리스가 할 건 도장만 찍어도 될 만큼 완벽하게 말이다.

“역시 언제나 일은 완벽하군.”

“호호, 그렇죠.”

제인이 입을 가리며 웃었다.

잠시 보고서를 읽던 모리스가 물었다.

“그런데 정말 괜찮은 건가?”

“……물론이죠.”

“지금의 나라면 자네를 마탑 밖으로 꺼내줄 수 있을 거다. 네가 그토록 원했던 자유도 선물할 수 있다.”

같은 초월자인 흡수의 초월자가 만든 마나 균열도 다시 봉합했던 모리스였다.

9클래스.

마법의 끝이라고 불리는 경지에 오른 것도 모자라, 신의 영역도 건드렸다고 했다.

그녀에게 자유를 선물할 수 있다는 그 말이 거짓은 아니리라.

자유.

제인이 늘 원했던 것이었다.

더는 이 마탑에 귀속되지 않고 세상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

그거 때문에 모리스에게 진실을 숨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녀의 대답은.

“괜찮아요.”

완곡한 거절이었다.

“왜지?”

모리스가 물었다.

그는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저는 지은 죄가 있잖아요.”

모리스에게 세리아에 대한 진실을 숨겼다.

장관을 모시는 비서에겐 절대 있어서 안 되는 배신이었다.

“분명히 말했다. 이미 다 끝난 일이고 용서했다고.”

“제가 저를 용서하지 못했어요.”

“…….”

모리스는 말을 잇지 못했다.

“알았다. 하지만 나는 늘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겠다.”

“제 생각 해줘서 고마워요.”

친절한 사람.

겉으로는 무뚝뚝하고 차가웠지만, 이 사람이 얼마나 따뜻한 정을 갖고 있는지 알았다.

매일 같이 모리스를 몰래 보았던 그녀는 알고 있었다.

모리스가 얼마나 따뜻한 남자인지.

“오늘은 아마 외부 출장 때문에 사무실에 오래 있지 못할 거다. 만약 손님이 온다면 내게 연락해다오.”

“알겠습니다.”

제인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모리스는 그 말을 끝으로 사무실을 나갔다.

외부 출장.

워낙 맡은 일이 많아 어쩔 수 없었다.

모리스를 가까이서 보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괜찮았다.

모리스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한 제인은 방에 걸린 마법을 시전했다.

그그긍.

그러자, 한쪽 벽면이 움직였고 작은 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작은 방의 벽면에는.

언제 찍었는지 모르는 모리스의 사진으로 가득했다.

“모리스님…….”

모조리 제인이 몰래 찍었던 모리스의 사진이었다.

마탑에서 전 세계를 볼 수 있는 관찰자의 눈.

그 눈에 담았던 영상을 인화해서 사진으로 만든 거다.

모리스가 거리를 걷는 모습.

길에서 마난 사람들과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

마법을 연구하고, 그 연구한 마법을 시전 하는 모습과.

눈앞의 적들을 마법으로 쓸어버리는 모습 등.

그녀가 멋있다고 생각했던 모든 사진들을 이 방에 담았다.

“하아, 모리스님…….”

제인이 관찰의 초월체를 포기하지 않고 자유를 찾지 않은 또 다른 이유.

차마 모리스에게 말하지 못한 이유였다.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관찰의 눈으로 매일같이 모리스를 관음하고 스토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리스는 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경고했지만, 참을 수 없었다.

한 시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에 그 명령을 어겼다.

아직 눈치를 못 챈 모양이다.

차단 마법진이 걸린 그의 집과 황궁에는 그녀의 시선이 닿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괜찮았다.

충분히 만족했으니까.

‘나는 자격이 없어.’

자유를 찾을 자격 말이다.

그리고 찾게 된다면 다시는 이렇게 모리스님을 보지 못하겠지.

“좋아해요.”

그녀는 모리스의 사진에 볼을 비볐다.

다가갈 수 없다는 걸 안다.

그의 옆에 얼마나 많은 여자가 있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의 옆에 자신의 자리가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그녀는 이 자리.

멀리서 모리스를 지켜보는 자리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지금은 뭘 하고 계실까?”

제인은 관찰의 눈을 켰다.

막 텔레포트를 마친 모리스가 아카데미의 정문에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오늘 아카데미 일정이 있었지.”

제인이 파악한 대로였다.

제인은 바로 옆에서 그의 스케줄을 조절하는 비서였다.

모리스의 행동이 전부 그녀의 손 안에 있다는 사실에 묘한 흥분을 느꼈다.

“언제 봐도 멋있으시네요…….”

그녀는 눈앞에 보이는 것 같은 모리스를 보며 가슴을 주물렀다.

그의 시선이 마치 그녀에게 닿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치 모리스가 자신의 자위를 보는 것 같은 느낌.

제인은 처음 모리스를 본 순간, 그가 마음에 들었다.

사랑이라는 감정보단 관심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그에게서 자신의 시선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그 감정이 사랑이라고 느낀 것도 오래됐다.

그 부끄러움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더 짓궂게 놀릴 때도 있었다.

세리아가 그의 노예가 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부러웠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제인은 차마 모리스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지 못했다.

처녀.

무려 수천 년 묵은 처녀였다.

남자에 대한 지식과 용기가 없는 건 당연했다.

옛날에도 남자는 관심이 없던 그녀였다.

마탑의 수많은 마탑주가 생겼지만, 이렇게 관음했던 적은 처음이었다.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마법과 싸움에 미쳐 있었으니까.

적을 죽일 용기는 있었으나, 고백할 용기는 없었다.

그 용이가 없어 이뤄지지 못한 사랑.

“이것도 괜찮아.”

이 또한 그녀가 표현할 수 있는 사랑의 또 하나의 방식이니까.

일방적인 짝사랑이었지만.

이게 훨씬 편했다.

만약 모리스가 자신의 이런 모습을 알게 된다면?

분명 질색하겠지.

멀리할 것이 분명했다.

비서라는 직위도 잃고 그에게 접근조차 하지 못하겠지.

그건 싫었다.

“이게 더 좋아…….”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제인이 옷을 벗기 시작했다.

찔걱 찔걱.

그녀의 손이 가장 부끄러운 곳을 매만졌다.

사타구니에서부터 시작된 쾌감은 그녀의 신경을 따라 올라가 허리를 자극했고, 뇌를 꿰뚫었다.

“하읏, 흐으응! 하아앙, 흐아앗!”

엉덩이를 쭉 빼고 손가락으로 보지를 매만졌다.

모리스를 보자마자 젖어버린 보지에서 애액이 샘솟았다.

“좋아해요. 모리스님…….”

손가락은 더 깊숙한 곳으로 향했고.

찌걱찌걱.

“하아아앙! 하으아앗!”

제인의 신음은 점점 더 커졌다.

엉덩이가 떨었다.

눈에 보이는 모리스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 태연하게 아카데미를 걸었다.

수많은 학생들에게 선망의 시선을 받는 시선을 받는 모리스.

세상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는 대마도사.

그러나 그런 그마저도 자신이 이런 감정을 품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나만의 모리스님……. 내가 사랑하는 모리스님…….”

제인은 그런 모리스를 보며 혀를 내밀었다.

마치 애인에게 키스를 하 듯.

허나 닿지 않는 짝사랑처럼.

그녀의 혀 끝이 애처롭게 떨었다.

“모리스님 좋아요…….”

그때였다.

“실례합니다.”

방 밖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누가?

이 시간에?

왜…….

모리스를 보며 자위에 열중하느라 눈치 채지 못했다.

“아, 안녕하세요. 어쩐 일이신가요?”

서둘러 옷을 입은 제인이 상기된 얼굴을 억지로 숨기며 사무실을 나왔다.

“아, 제인님이 계셨군요. 장관님을 뵈러 왔습니다. 이번 아카데미 연설에서 쓸 멘트를 전달하지 않았던 거 같아서.”

“아…….”

이걸 잊고 있었다.

아카데미 연설문을 작성하고 보내준다고 했었는데.

어째서 이걸 잊었던 걸까!

모리스를 보며 자위를 한다고 정작 중요한 일을 놓치고 말았다.

“제, 제가 전달할게요.”

제인은 서둘러 마법사에게 연설문을 받았다.

“잘 전달해주십쇼. 그럼…….”

마법사가 빠져나가고, 제인은 아카데미에서 모리스가 행할 연설문을 확인했다.

이걸 전달해야 하는데…….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제인.

그러나 연설문을 전달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녀는 모리스가 앉던 집무실 의자에 앉으며 모리스에게 통화를 걸었다.

­무슨 일이지?

모리스의 무뚝뚝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바로 제인의 귓가에 울렸다.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제인은 머리가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그녀의 손은.

찌걱찌걱.

보지로 향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보지를 문지르고 반대쪽 손으로 젖꼭지를 애무하며 모리스와 통화를 이어갔다.

남몰래 모리스의 사무실에서 자위를 하며 아무것도 모를 그와 통화를 한다는 것이.

그녀에게 진한 배덕감을 주었다.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하는 기분에 평소보다 몇 배는 더 흥분이 되었다.

“죄, 죄송합니다. 모리스님, 아카데미 연설문을 전달한다, 흐읏! 는 것이 그만 잊어버리고 누락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괜찮다. 현장에서 알아서 하면 되니까.

“아, 아닙니다. 여러 단체가 엮여있는 행사입니다. 하나라도 누락되면 안 되니,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말하는 제인의 목소리가 떨렸다.

허나 모리스는 그녀의 바뀐 기색을 모르는 듯 태연하게 대답했다.

­내가 마탑으로 돌아가지.

돌아온다니.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걸 느끼면서도 이 상황을 들키면 어떻게 될까 하는 기대감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 아뇨. 그렇지 않으셔도 됩니다. 방법이 있습니다.”

­어떻게?

“제, 제가 말씀드릴테니, 그대로 외우시면 될 거 같습니다.”

­나쁘지 않군.

오지 않는다는 말에 조금은 아쉬웠다.

“그, 그럼 연설문을 낭독하겠습니다…….”

허나 그녀는 연설문을 읽지 못했다.

“흐읏, 끄으으응!”

갑작스럽게 그녀의 머리 끝까지 치밀어오르는 오르가즘에 몸을 부들거리며 떨어댔으니까.

­제인 괜찮은가?

몸을 꿈틀거리던 그녀는 모리스의 말에 정신을 번쩍 차렸다.

“괘, 괜찮습니다. 그, 그럼 읽겠습니다…….”

제인이 연설문을 낭독했다.

낭독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도 흥분이 되어 있었다.

“여기 아카데미에느으은! 이제 수많은 학생들이 다시 오고오오옷!”

전신을 꿰뚫는 흥분감에 목소리가 자꾸만 커지고 있었다.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끝까지 보지를 괴롭히는 손가락을 떨어트리지 못했다.

“하아, 하아……. 여러 댠쳬드릐 지언으로 이번 행샤가 진행댄 거시 영광으로 생각함미댜.”

얼마나 흥분했는지, 마지막에 가서는 혀까지 풀려 발음이 줄줄 샜다.

­오늘따라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군.

“괘, 괜찮슴미댜…….”

제인은 풀린 혀로 어렵사리 대답했다.

한 마디 한 마디 입 밖으로 내는 것이 어려웠다.

허나 그녀는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극강의 쾌락을 느꼈다.

전신에 힘이 다 풀려 축 늘어진 채로 숨을 헐떡이며 허공을 바라볼 뿐.

그랬기에 그녀는 관찰의 눈 건너편에 서 있던 모리스가 또렷하게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미련하군.’

나는 의식 너머에서 보이는 제인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9클래스 마법사가 된 이후로 제인이 나를 보고 있을 때마다 나 역시 나를 보고 있는 제인을 볼 수 있었다.

맞다.

제인이 관찰의 눈으로 나를 보듯 나 역시 나를 보며 자위하는 제인의 모습을 보았다는 뜻이다.

“언제까지 모른 척 해야 하는지.”

해가 되지 않아 놔뒀더니, 행위가 점점 심해졌다.

이제는 내게 마법 통신을 걸며 자위까지 하지 않던가.

마법 통신 너머 찌걱거리는 물소리를 못 들은 척 하는 게 얼마나 고역이었는지.

부하 직원의 허물을 감싸줄 상사가 되는 건 생각보다 어렵네.

“하아…….”

어쩌면 좋을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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