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6화 〉 외전 2화 세리아, 서큐버스 vs 대마도사(2)
* * *
행사는 무사히(?) 끝났다.
내가 남들 몰래 세리아에게 쥐어 짜여졌다는 걸 아무도 몰랐다.
교황도 내빈도.
소드마스터급 강자들이 없었다는 것에 안도해야 하나.
“오늘 스케줄은 여기까지입니다. 고맙습니다. 모리스님께서 빛내주신 덕에 행사가 무사히 끝났네요.”
드웨인은 손을 비비며 아부하는 교황의 말에 대충 대답하고는 저택으로 돌아갔다.
화 나셨죠? 패배감이 느껴지지 않으셨나요? 막 이 건방진 부인을 어떻게 하고 싶지 않으시나요?
어떻게든 의무방어전을 치르고 싶은 세리아가 옆에서 나를 자극했다.
그녀가 원하는 건 간단했다.
섹스.
그것도 그녀를 거칠게 범하고 마구 다루는 강압적인 섹스.
그걸 원하기 때문에 이렇게 나를 도발하고 자극하는 거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도발에 응할 생각이 없었다.
다른 이가 원하는 대로 끌려 다니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내가 당겨야지.’
나는 오늘 하루 철저히 세리아를 무시할 생각이었다.
그녀가 아무리 내게 안기고 달라붙어도 거부할 거다.
남편이기 전에 전 주인님으로서 자존심이 있지.
저택으로 돌아가자, 세리아는 투명화를 풀며 내게 팔짱을 꼈다.
그녀는 노골적으로 가슴에 내 팔을 끼웠다.
“주인님, 돌아오셨어요? 헤헤.”
나는 그녀가 보이지 않은 척 무시했다.
나와 눈을 마주치려는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세바스찬을 불렀다.
“세바스찬.”
“예, 주인님.”
“세리아가 보이지 않는군.”
세바스찬이 내 옆에 팔짱을 낀 세리아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옆에…….”
“혹시 외출을 했나?”
“……그런 거 같습니다.”
“허락 없이 외출을 하다니, 별일이군.”
대충 눈치를 보던 세바스찬이 내게 호응했다.
확실히 보이고 있음에도 나를 따라 모르는 척 행동했다.
“어?”
나와 세바스찬이 동시에 무시하자, 세리아가 자신의 몸을 살폈다.
혹시 투명화 마법이 풀리지 않은 건지 확인하는 거다.
“보이는데…….”
혼자 중얼거리던 세리아가 내게 몸을 바짝 붙였다.
“주인님, 장난치지 마세요. 지금 보이시잖아요.”
“세바스찬, 우선 저녁을 먹고 싶군. 간단하게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세바스찬이 부엌으로 향했다.
얼마 후, 그가 준비한 건 간단한 저녁식사 1인분.
자유로운 휴일을 잃어버린 걸 생각하면 만족스럽지 않은 식사였다.
그러나.
“어?”
어리둥절해 하는 세리아의 모습을 보는 건 꽤나 즐거웠다.
그녀는 세바스찬이 내게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계속 내 옆에 붙어 자기를 어필했다.
내 앞에서 손을 흔든다던가.
내 몸을 건드린다던가.
무서운 표정을 지으려는지, 인상을 찌푸리거나.
일부러 웃긴 표정을 짓기까지 했다.
그녀가 보이지 않는가 확인해 볼 요양으로 보였으나, 내겐 통하지 않았다.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세리아가 세바스찬에게 조르르 달려갔다.
“세바스찬, 주인님이 제가 안 보이는 척 해요.”
마치 부모님에게 이르는 어린 아이처럼 세바스찬에게 매달렸다.
그러나 세바스찬은 그녀의 지원군이 아니었다.
“식사는 입에 맞으십니까?”
내편에 가깝지.
“괜찮군.”
“세리아님 없이 저녁을 맞이하는 건 오랜만이군요.”
“그렇지. 그녀가 들어온 이후부턴 거의 매일 저녁을 같이 했으니까.”
세바스찬도 정신력 하나만큼은 일품이었다.
앞에서 세리아가 뚱한 표정으로 삐져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쒸익, 쒸익. 진짜 둘 다 이럴 거예요?”
세리아가 입술을 비죽 내밀고 소리를 질러보지만, 소용없었다.
감히 나를 괴롭히려고 한 벌은 톡톡히 받아야지.
어지간하면 그냥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아이를 낳은 뒤부터 너무 오냐오냐 했더니 나를 휘어잡으려고 한다.
귀여워서 봐주고 있긴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세게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
“이익!”
볼을 부풀린 세리아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점점 눈가가 붉어지더니.
“그래요! 나도 혼자 놀 거예요! 누가 외로울 줄 알고요?”
홱, 방을 나가버렸다.
쿵!
세리아가 방을 나가고.
달그락 달그락.
내가 밥을 먹는 소리만이 고요하게 남았다.
“꼭 그러셔야 했습니까?”
세바스찬이 말했다.
“자네도 따라 즐겨놓고 이제 뭐라고 하는 건가?”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과하셨습니다. 아예 무시라니요. 세리아님이 주인님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않으십니까?”
“아니까 그러는 거다. 너무 과해.”
“그러다가 후회하십니다.”
“뭘 말이지?”
“만약에 이번 일로 세리아님이 주인님께 덤비지 않으면 어쩌시려고 그러십니까?”
“덤비지 않는다라.”
“갑자기 거리를 두면, 감당하실 수 있습니까?”
세바스찬의 말에 나는 세리아가 내게 내외를 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오셨어요?’
사무적인 반김.
‘밥 해놨으니 먹어요.’
내게 더는 애교를 부리지 않고 거리를 두는 세리아.
그녀의 눈은 내가 아닌, 딸에게 향해 있었다.
‘유미야, 재밌지?’
그리고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내 밤상대를 사는 세리아의 모습.
‘졸리니까 빨리 끝내요.’
상상 속에서 차가운 세리아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이제 실감나시나보군요.”
“실감이라니, 그냥 잠깐 상상해봤을 뿐이다.”
“어떠셨습니까?”
“있다가 없으니, 견디기 힘들더군.”
“솔직하지 못하시군요. 그냥 세리아님이 좋다고 말하시면 되는 것을.”
세바스찬이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가끔 자네가 가장 영악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네.”
“주인님께서 하실 말씀은 아니십니다.”
“건방지군.”
“그럼 저는 물러나보겠습니다. 보니, 세리아님은 유모가 보고 있는 아가씨에게 가신 거 같군요.”
마치 그곳에 가라는 듯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하아.”
세바스찬이 나간 뒤, 한숨을 내쉬었다.
주도권을 쥐려고 했지 울릴 생각까지는 없었다.
“사과를 해야겠지.”
괜히 우물거려서 감정의 골을 깊게 팔 생각은 없었다.
나는 유모들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아이들 방으로 향했다.
아이들이 침대에 누워 자고 있었다.
이제 첫 돌이 지난 아이들의 뽀송뽀송한 피부가 사랑스러울 정도로 빛나고 있었다.
다섯 아이를 돌보고 있는 다섯 유모.
그녀들 덕분에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들은 한 사람 때문에 난처해하고 있었다.
“잉잉, 유미야……. 네 아빠가 오늘 엄마랑 놀기 싫대……. 막 엄마 모른 척 하고 그래서 오늘 서운한 거 있지.”
새근새근 자고 있는 유미 옆에서 훌쩍이며 작은 목소리로 징징거리는 세리아 때문이었다.
“장관님…….”
유모들이 나를 보며 예를 갖췄다.
“됐다. 미안하군. 나 때문에.”
“아닙니다.”
“유미를 뺀 아이들을 데리고 잠시만 나가주겠나?”
“……알겠습니다.”
유모들의 인기척을 느낀 세리아가 훌쩍이는 걸 멈췄다.
내가 온 것을 알고 있음에도 돌아보지도 않았다.
나는 말없이 세리아에게 다가갔다.
“하아, 화난 건가?”
대답이 없다.
“삐진 건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말하기는 싫다는 거군.”
이번에는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나는 한숨을 삼키며 유미를 보았다.
“유미야, 오늘은 네 엄마가 아빠를 난처하게 했다. 중요한 자리에서 실수를 할 뻔 했지. 그래서 아빠가 화가 조금 났었다. 네 엄마가 조금 서운하겠지만, 화가 났다는 걸 어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단다.”
유미에게 말하는 척 세리아에게 말했다.
잠귀가 어두운 유미는 여전히 새근새근 잘 자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화가 났는지 너한테 하소연을 하러 왔구나. 나 역시 네 엄마를 울릴 생각까지는 없었다.”
나는 보드라운 유미의 뺨을 가볍게 쓸었다.
“우우웅.”
유미가 간지러웠는지 손을 허공에 저어대며 내 손을 떨쳐내려고 했다.
절로 웃음이 나왔다.
지 엄마랑 똑 닮았다.
세리아도 자고 있을 때 건드리면 팔을 허공에 저으며 잠꼬대를 했으니까.
“지금 사과를 하려고 하는데 네 엄마가 받아줄까?”
내가 웃으며 말하는 말의 대답은.
“아빠……가 하는 거 봐서요.”
세리아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어떻게 해주길 원하는가?”
나는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 정도로 아주 작은 소리로 물었다.
“그건……. 침실에서 얘기해줄게요.”
무시하려고 했던 계획이 모두 어그러졌다.
그래도 괜찮다.
이렇게 귀여운 아내와의 관계가 흐트러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래?”
나는 그대로 세리아를 들었다.
흔히 말하는 공주님 안기.
“어머?”
“그럼 침실로 가지. 애들은 유모에게 맡기고.”
세리아가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네에…….”
***
세리아를 안고 들어온 나는 그녀아를 침대에 던졌다.
“꺄악!”
“거칠게 범해주길 원했나?”
침대에서 누운 세리아가 나를 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기대감이 가득 차 있었다.
눈동자 속에 하트가 보이는 건, 단순 착각만은 아닐 거다.
나는 세리아를 보며 셔츠를 풀었다.
“오늘은 쉽게 잠들지 못할 거다.”
“좋아요……. 와주세요. 여보…….”
세리아가 팔을 활짝 벌렸다.
메이드복 사이로 그녀의 큰 가슴이 보였다.
지이익!
나는 그런 그녀의 옷을찢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