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4화 〉 163화 결혼식(完) 에필로그
* * *
신부 대기실에 달린 창문에서 비치는 햇살이 부서지며 반짝였다.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쪼개지는 햇볕이 대기실 화려한 의자에 앉아있던 신부를 비췄다.
눈부신 햇빛에 얼굴이 가려진 그녀는 나를 보며 웃었다.
웃는 것이 명확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분명 웃고 있었다.
“왔어요?”
귀를 간지럽히는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 아름답군.”
신부가 고개를 돌리며 그녀의 얼굴을 가렸던 역광이 사라지며, 얼굴이 드러났다.
“기다렸어요. 주인님.”
세리아였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신부화장을 한 그녀는 한 마디로 아름다웠다.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단정하게 위로 묶은 백금발 머리카락과 그녀의 몸을 타고 흘러내리는 베일은 부서진 햇빛이 마치 후광처럼 아름다움을 더 빛냈다.
반짝거리며 빛나는 그녀의 웨딩드레스까지.
나를 바라보는 연분홍빛 눈동자가 호를 그렸다.
“어떤가요?”
“…….”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어떤 단어도 지금 그녀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없을 테니까.
손으로 입을 가리며 한참을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무슨 말로 표현해야 할까.
어떻게 말해야 내가 느낀 이 감정을 그녀와 공유할 수 있을까.
“정말…….”
나도 모르게 세리아에게 다가갔다.
걸어가면서 세리아와 보냈던 많은 일들이 떠올랐다.
좋지 않았던 첫 만남.
그녀를 조교하며 느꼈던 감정.
어느 순간부터 그 감정이 더욱 커져갔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었다.
세리아가 내게 의지하기 시작하고, 나 역시 그녀를 의지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그 때 세리아와의 결혼을 확신했다.
그래, 아마 그 때일 거다.
그 기억들이 행복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었다.
세리아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그녀도 행복했었기를 바라지만…….
이기적이게도 나는 그랬었다.
그래서 좋았다.
조금은 울컥했다.
여러 기억들이 하나하나 맞춰지면서 조금은 감성적으로 변했을 지도 몰랐다.
나는 세리아의 질문에 대답 대신.
쪽.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아름답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이런 건 예상에 없던 걸까?
드레스처럼 순백색이었던 세리아의 얼굴이 갑자기 빨개졌다.
“어, 어?”
이마를 잡고는 놀라며 나를 보았다.
“이, 이건 반칙이에요.”
나는 웃으며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
“어느 때보다 아름다워. 이 말은 진심이다.”
나는 세리아의 손에 깍지를 감았다.
“사랑한다.”
“……저도요.”
사랑을 속삭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나와 세리아는 마치 세상에 단둘만이 남은 것처럼 서로를 보았다.
“아쉽지만, 가봐야겠군.”
“괜찮아요. 저만 주인님의 신부가 아니잖아요.”
“그런데 계속 주인님이라고 할 건가?”
“예?”
세리아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나를 보았다.
천진난만하게 빛나는 눈동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빛을 띄었다.
정말 모르는 건가.
“이제 다른 호칭으로도 불러줄 수 있지 않은가? 예를 들면…….”
크흠.
“여보라던가…….”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
세리아의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
“그, 그럼…….”
잠시 머뭇거리던 세리아가 작은 입술을 벌렸다.
“여, 여보…….”
“그 말이 듣고 싶었소. 부인.”
서로를 바라보던 우리는.
“하하하.”
“헤헤헤.”
부끄러움을 못 이겨 웃고 말았다.
자꾸만 올라간 입 꼬리가 내려가지 않았다.
“그럼 나는 이만.”
“네, 식장에서 뵈어요……. 여보.”
세리아의 신부실에서 나온 나는 바로 옆에 위치한 신부대기실로 들어갔다.
거기선 에미르가 토라진 채 앉아 있었다.
“에미르.”
“흥!”
그녀는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고개를 틀었다.
“왜 그리 성이 나 있는가.”
“이유를 모르시나요?”
알고 있다.
아마 가장 첫 번째로 들어가지 않은 것이 서운해서일 거다.
“미안하다.”
나는 에미르에게 다가갔다.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모습은 누구보다도 아름다웠다.
에미르 역시 세리아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하얀 웨딩드레스와 금발이 아름답게 어우러졌다.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그간의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에미르의 귀를 매만지며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긴 속눈썹 아래 촉촉하게 젖은 눈망울.
반짝이는 눈동자가 나를 보았다.
“허나 나는 모두를 사랑한다. 누구 한 명을 덜 사랑하지 않는다. 세리아의 대기실에 먼저 들어갔다고 해서 그녀를 더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에미르의 볼에 입을 맞췄다.
“그대는 내 약혼녀이지 않았던가.”
“…….”
나는 에미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잠시 나를 보던 에미르가 내 눈을 피했다.
“그, 그거 반칙이에요.”
“뭐가 말이지?”
“그렇게 웃는 거 말이에요.”
“아……. 이건 어쩔 수 없다. 오늘은 아름다운 신부를 얻는 날이라서 말이지. 웃지 않을 수가 없더군.”
“…….”
에미르가 입술을 깨물었다.
“진짜 반칙이에요.”
나는 살짝 부풀어 오른 에미르의 배를 만졌다.
“그런데 몸은 괜찮은가? 아이를 밴 상태로 결혼 준비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괜찮았어요. 아버지도 많이 도와주셨고, 황실에서도 사람을 보내줬고 무엇보다…….”
에미르가 나를 보았다.
“계속 신경 써 줬잖아요. 모리스님이…….”
다섯 영애 전부 임신한 채로 결혼식을 준비했다.
그러나 에미르는 가장 먼저 내 아이를 잉태했기 때문에 지금은 배가 살짝 부풀어 오른 상태였다.
가장 아름다워야 할 때에 아이를 임신해 배가 부풀어 오르는 것이 미안해 조금 더 챙겨주었다.
그 얘기이리라.
“남편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여자는 사소한 것으로 감동하는 법이랍니다.”
에미르가 나와 입을 맞췄다.
“그러니 제가 첫 번째가 아니어도 괜찮은 것이고요. 서방님.”
입을 맞추고 웃는 모습이 어찌 그리 귀엽던지.
나는 다시 그녀의 입을 맞췄다.
“다행이군…….”
“어서 다른 신부들도 찾아가보세요. 다들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질투하지 않는가?”
“제가 제의했던 일이에요. 제가 혼자서 독차지하지 못할 거라면 모두가 같이 갖는 것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이해해줘서 고맙네.”
다음은 백설의 신부대기실이라고 생각했는데.
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왜 짐이 제일 첫 번째가 아닌 것이냐!”
류클리드가 들어오며 빽 소리를 질렀다.
질투 가득한 눈빛.
그녀답다고 생각했다.
“짐의 국서라면 짐이 기다리고 있는 신부 대기실을 가장 먼저 찾아와야지!”
류클리드를 따라 백설과 레밀리아가 따라 들어왔다.
그녀들 역시 아쉽다는 눈치였다.
드레스를 입은 세 신부가 들어오며 대기실이 순식간에 북적거렸다.
“내가 제일 먼저 모리스한테 여보라고 부르고 싶었는데엥.”
울먹이는 목소리로 질투심을 표출하는 류클리드.
“낭군님, 소녀는 괜찮으니 천천히…….”
아무렇지 않다는 듯 내게 말했지만, 눈빛은 어떤 전사보다 활활 타오르는 백설.
“조, 조금은 섭섭하다. 그래도 전우로써 서로 공감대가 있다고 믿었는데.”
엘프답게 은근히 자신의 감정을 어필하는 레밀리아까지.
“결혼식부터 이런 모습이라니, 앞으로 많이 힘드시겠네요. 서방님.”
에미르가 나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것만 알아두세요. 오늘만 넘어가는 것이지, 저 또한 질투심이 많다는 걸요.”
그래.
이건 내가 만든 아수라장이었고.
내 업이었다.
“왜 다들 여기에 있어요?”
세리아까지.
결혼생활……. 조금 많이 힘들지도?
***
“신랑이 입장합니다. 황제의 국서이자, 진보하는 제국의 마법부 장관으로 다시 재임명된 모리스 드미트리 백작입니다!”
빵파레가 울렸고.
나는 레드카펫 위로 걸었다.
짝짝짝!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귀족들과 마법사들 거기다가 사제들에 결혼식을 구경 온 엘프와 시민들까지.
모든 이들의 시선을 받으며 식장으로 입장했다.
여러 목소리들이 들렸다.
그러나 그 무엇도 내 심기를 거스르지 않았다.
오늘은 가장 행복한 날이니까.
나는 이번 결혼식의 주례를 맡은 교황의 앞에 섰다.
다섯 신부와 동시에 진행하는 초유의 결혼식.
교황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마법과 권력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했다.
교황은 헛기침을 하며 내 눈치를 봤다.
“잘 부탁합니다.”
나는 그런 교황에게 공손하게 인사했다.
오늘 같이 좋은 날 서로 얼굴 붉히지 말자고.
“다음은 신부가 입장하겠습니다.”
사회자, 로널드 백작의 말과 함께.
다섯 명의 신부가 함께 들어왔다.
자리에 있는 모두가 말을 잃었다.
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섯을 뽑는다면 들 여인들이 한 번에 들어왔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거기에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는 누구보다 아름답지 않다던가.
나는 다섯 영애를 말없이 지켜봤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절로 났다.
이렇게 많이 웃어본 적이 있던가?
기억에는 없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나는 그녀들과 한 번 씩 눈을 마주쳤다.
세리아는 지크프리트 공작과, 에미르는 솔라리온 공작과, 백설은 야만족 전사 중 가장 강한 이와, 레밀리아는 엘프의 대장로와, 그리고 류클리드는…….
세바스찬이 함께 했다.
그녀는 친족이라고 할 수 있는 상대가 없었기에, 세바스찬에게 부탁했다.
“잘 부탁하네.”
지크프리트 공작이 내게 말을 건넸다.
“아직 인정하지 못하지만, 폐하의 뜻이라면…….”
솔라리온 공작이 노려봤다.
“전하를 행복하게 해주십쇼!”
야만족의 전사가 울림 있는 목소리로 외쳤다.
“구원자에게 행복이 있길.”
대장로는 내게 축복을 건넸으며.
“행복하십쇼. 주인님.”
세바스찬이 웃으며 말했다.
각기 다른 매력의 드레스를 입은 여인들이 내 앞에 섰다.
신랑은 한 명, 신부는 다섯.
서로를 보며 인사하는 와중에도 나는 자꾸만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냥, 행복했다.
사상 초유의 결혼식에 교황은 당황해하면서 주례사를 시작했다.
“신랑은 신부들을 매일 같이 사랑하며 영원히 함께할 거라 약속하십니까?”
“예, 약속합니다.”
나는 그녀들을 보며 외쳤다.
“그럼 신부들은 신랑을 매일 같이 사랑하고 존경하며 자신의 목숨이 다할 때까지 함께하리라 약속하십니까?”
“““““네!”””””
다섯 명의 신부가 동시에 말했다.
자신 있게 외치는 그녀들은 웃고 있었다.
아마 나도 같은 표정이리라.
“서로의 언약이 채결되었습니다. 앞으로 신께서 이들의 앞날을 축복하실 겁니다.”
나는 미리 준비한 결혼반지를 끼웠다.
이들의 미소는 어느 때보다 밝았다.
End(完)
아침 햇살이 눈이 떠졌다.
“끄으응.”
멀지 않은 곳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세리아가 알몸인 채로 앞치마만 두르고 음식을 하고 있었다.
나는 아직 잠에 덜 깬 몰골로 부엌에 나왔다.
“벌써 일어났나? 오늘 같은 휴가에는 조금 쉬어도 될 텐데.”
“습관이 돼서요. 하하.”
알몸 앞치마라…….
“당신은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고 있군.”
나는 세리아를 뒤에서 안았다.
“별장에서 자는 건 어떤가? 이제 적응이 됐나?”
“조금은요. 그래도 아직 어색하네요.”
오늘은 부인들과 함께 일상에서 벗어나 별장에 휴가를 왔다.
오늘만큼은 그녀가 이렇게 일하지 않아도 될 텐데.
“세리아 드미트리……. 내 그대에게 손에 물 묻지 않게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걸요.”
그 때였다.
“응애!”
방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깼나보군. 내가 가보겠다.”
나는 서둘러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방으로 갔다.
방문을 열자, 방금 전까지 자고 있던 부인들이 눈을 비비며 깨어났다.
“자도 좋다. 내가 돌볼 테니.”
나는 서둘러 울고 있는 아이를 품에 안았다.
“애애앵!”
어떻게든 잠재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신호탄이었다.
“빼애애앵!”
한 번 터진 울음은 도무지 멋질 않았다.
첫 아이의 울음을 시작으로 다른 아이들 역시 목청껏 울부짖었다.
아직 잠에 취한 부인들이 화들짝 놀라며 아이들을 품에 안았다.
백설도, 레밀리아도, 황제인 류클리드 마저도 우는 아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애들을 품에 안았다.
각기 다른 머리카락 색을 지닌 다섯 아이.
전부 다른 배에서 난 아이들이었다.
‘아버지는 똑같지만.’
세리아의 배에서 나온 딸은 그녀를 닮은 백금발을 갖고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마력량이 장난 아니었다. 차기 마법부 장관도 가능할 거다.
에미르는 아들을 출산했고, 아들의 머리카락은 나를 닮아 흑발이었다. 가장 조용한 아이였다.
백설도 아들을 출산했지만, 머리카락은 백설과 같은 하얀색이었다. 누구보다 강한 전사가 될 거라 믿었다.
레밀리아의 딸은 나를 닮은 흑발이었지만, 귀가 엘프를 닮아 쫑긋 솟았다. 아이들 중에 가장 어여뻤다.
류클리드의 딸은 그녀를 닮아 금발로 빛났다. 가장 목청껏 크게 우는 것이 성격은 아마 류클리드를 닮았으리라.
“다들 고생이 많네.”
“오늘은 유모도 휴가니까요.”
오랜만에 가족들끼리 별장을 찾았다.
원래라면 유모들도 함께 데려왔을 테지만, 그녀들도 쉬는 날이 있어야지.
휴가를 보낸 덕에 아이들을 맡게 되었는데…….
‘다음엔 유모들도 같이 와야겠어.’
애들 보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런게 싫은가?
그것도 아니었다.
애들이 곤히 자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자꾸만 품에 안고 함께 있고 싶었다.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다들 아직 잠에서 덜 깬 채로 아이들을 품에 안았다.
울음소리가 커지자 세리아도 황급히 들어와 아이를 안고 달랬다.
에미르만이 자리에 없었다.
어디 갔냐고?
일에 치인 그녀는 오늘 휴가를 내지 못하고 기사단장에게 불려갔다.
너무 유능해서 일감을 몰아 받았다고 했던가.
나는 누가 그랬는지 안다.
‘류클리드가 그랬겠지.’
이제 황실 근위기사 소속인 에미르가 그나마 자신이 손을 쓸 수 있는 상대라 그런 걸 것이다.
본인은 아니라고 내뺐지만 뭐…….
그럴 줄 알고 기사단장에게 미리 요청은 해뒀다.
적당히 하고 보내달라고.
‘알아서 처리해주겠지.’
나는 아이들을 능숙하게 재웠다.
방금까지 소란은 거짓말이었다는 듯 다시금 곤히 자는 아이들을 다시 요람에 뉘었다.
이제 다들 진정됐다 싶었는데.
“낭군님, 오랜만에 소녀를 안아주시겠습니까?”
“어제도 안지 않았나?”
“그래도…….”
“여보, 나도 아직 어젯밤의 기억이 잊혀지지 않아…….”
이제는 부인들이 문제였다.
어제 그리 밤을 보낸 것으로도 부족했던 걸까.
백설을 시작으로 안달나고 발정난 부인들이 내게 안겼다.
“감당할 수 있겠는가? 소리를 내면 애들이 다 깰 텐데?”
“괜찮아요. 참을 수 있을 거예요……. 아마도?”
세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못 참을 거 같은데…….
어떻게든 되겠지.
정 안 될 거 같으면 침묵 마법을 걸면 되니까.
…라고 생각하며 부인들의 옷을 벗길 때였다.
“서방님, 치사해요! 어떻게 저 빼고 자기들끼리 놀 수 있는 거예요? 폐하도 치사하십니다! 직위를 가지고 갑질이라니요!”
뒤늦게 별장에 들어온 에미르가 외쳤다.
서운함에 그녀는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채였다.
그리고 에미르의 등장으로 인해.
“응애! 응애!”
“빼애앵!”
“으아아앙!”
간신히 재웠던 아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울었다.
“에미르! 너 때문에 애들이 다 깼잖아.”
“하하하 미안해요.”
세리아의 핀잔에 에미르가 다급히 울고 있는 아이를 안았다.
다섯 부인이 모두 자신의 아이를 품에 안으며 애들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나를 보았다.
“애들 재우고 알죠?”
오늘 하루 내내 쥐어 짜일 각오를 하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