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3화 〉 162화 결혼식
* * *
“모리스니이임!”
내게 후배위로 박히던 에미르가 몸을 부르르 떨며 내 이름을 불렀다.
그녀가 손에 꽉 쥔 침대보에 깊은 주름이 생겼다.
“끄으윽!”
내가 사정하는 것에 맞춰 에미르는 경련하듯 몸을 떨며 기절했다.
“후우.”
나는 몸을 일으켰다.
주위엔 섹스를 마친 다른 영애들이 반쯤 기절한 채 누워 있었다.
그녀들 모두 쾌락에 미쳐 정신을 잡지 못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몸이 너무 무거웠다.
역시 한 번에 다섯을 상대하는 건 무리였나.
정확히는.
“섹스만으로 다섯 명을 기절시키는 거지만…….”
다리가 풀렸다.
“어이쿠!”
걸으려는데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오늘 국무 회의도 있는데.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짙은 피로감에 나는 다시 주저앉았다.
“조금 쉴까?”
아직 회의까지는 시간이 남았다.
조금 누워있어도 괜찮겠지.
“하아…….”
나는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영애들 사이에 몸을 누웠다.
그녀들의 살 냄새와 각기 다른 화장품 향기가 은은하게 코끝을 찔렀다.
내 왼쪽에는 에미르, 오른쪽에는 세리아가 누운 상태.
나도 모르게 그녀들의 부드러운 가슴을 손에 쥐었다.
그것만으로도 마음에 안정이 찾아왔다.
눈을 감고 그 촉감을 느꼈다.
마치 구름 속에 파묻힌 듯 온 몸이 둥실둥실 떴다.
이대로 계속 이 감각을 느끼고 싶다면 욕심일까?
눈을 감았다가 떴다.
“음?”
주위의 풍경이 바뀌었다.
나는 하늘 위에 둥실 떠 있었고, 주위에는 구름들이 매달려 있었다.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이.
“잠든 건가?”
두 영애의 가슴을 느끼다 나도 모르게 잠든 모양이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군.”
꿈이라는 걸 제대로 인지하고 있다라.
나는 꿈속에서 허공을 부유하며 떠다녔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나를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둥실거리며 몸을 움직이고 있을 때.
“음?”
무언가가 내 다리를 덥석 잡았다.
레밀리아였다.
그녀는 내 발을 잡은 채 나를 올려다보았다.
“레밀리아?”
내 질문에 그녀는 대답 대신 내 발가락을 빨며 천천히 위로 올라왔다.
“꿈……인 건 맞는데.”
그리고 반대편에서 백설이 반대 발을 붙잡았다.
그녀도 레밀리아처럼 발가락 끝을 핥아댔다.
“자, 잠깐…….”
낯선 감각이었다.
정성스럽게 핥는 그녀들의 애무에 발 끝이 움찔움찔 떨었다.
묘하게 자극되는 감각에 나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어차피 꿈이니까.’
나는 그녀들의 애무에 몸을 맡겼다.
그리고 그녀들의 혀가 종아리를 지나고 있을 때.
어느새 나타난 류클리드가 내 왼손가락을 물기 시작했다.
“류클리드……?”
그리고 다음으로 나타난 세리아가 반대인 오른손가락을 물었다.
“세리아?”
4명의 영애가 동시에 나를 덮치는 꿈이라.
꿈이라도 이런 꿈을 꾸다니.
‘그렇게 하고도 부족했던 건가.’
나는 꿈에서 영애들의 애무를 받으면서 팔딱거리며 선 자지를 내려보았다.
몸은 지쳤는데 자지는 그대로라.
‘무섭군.’
이러다가 저 물건에 정기 다 빨리는 거 아닌가 걱정이 됐다.
“흠…….”
그런데 에미르가 보이지 않았다.
“어디에 있는 거지?”
그와 동시에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저를 찾으셨나요?”
에미르였다.
그녀는 나를 보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녀의 무릎 위에 누워 있었고 그런 나를 다른 영애들이 애무하고 있었다.
분명 방금 전까지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어느새 나는 에미르의 부드러운 허벅지 사이에 머리를 베고 누워 있었다.
“에미르……?”
그대는 왜?
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왜냐면.
“흐읍!”
나를 보며 미소를 짓던 에미르가 내 입에 입을 맞췄기 때문이었다.
부드러운 키스.
얼굴에 에미르의 숨결이 닿았다.
“흐음, 음~.”
그녀는 달콤한 신음을 내지르며 내 입에 입을 맞췄다.
좋은 꿈이다.
달콤한 꿈이다.
다시는 깨고 싶지 않을 정도로 달콤한 꿈.
허나 일어나야만 했다.
“국무 회의가 있으니까.”
“일어나시려고요?”
에미르가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그래야지. 이 정도면 푹 잔 셈이니까.”
꿈속에서 계속 안주할 수만은 없었다.
나는 정신을 집중했다.
눈을 감고 멍한 정신을 다시 깨우기 위해서.
몽롱했던 주위의 감각이 점점 또렷해졌다.
꿈에서 깨어 다시 현실로 돌아왔음을 확실하게 느꼈다.
“후우.”
익숙한 천장이었다.
그런데…….
“뭘 하고 있는 거지?”
나는 내 몸에 달라붙은 영애들을 보며 물었다.
꿈에서처럼 세리아는 내 오른팔을 꼭 껴안은 채 자신의 몸을 비벼댔다.
팔 전체를 감싼 그녀의 가슴이 부드러웠다.
“주인님, 깨어나셨네요?”
류클리드는 왼팔을 껴안고 내 손가락을 물고 빨고 있었다.
“하아, 모리스……. 좋아해. 모리스, 좋아해.”
레밀리아는 내 불알주머니와 자지를 입에 물고 있었고.
“으으음, 으음.”
백설은 발딱 선 내 자지에 자신의 보지를 박았다.
“죄송합니다. 모리스니이임, 너무 단단하게 서 있어서…….”
그리고 에미르는 꿈에서처럼 내 머리를 자신의 허벅지에 올려둔 채였다.
“일어나셨네요.”
“설마 내가 자고 있는 동안에?”
“예, 곤히 주무시고 계셔서 옆에 눕기만 하려고 했었는데…….”
에미르가 백설을 박고 있는 내 자지를 보았다.
“주무시는 중에 너무 건강하게 서 있길래, 저희끼리 순번을 정해서 하고 있었어요.”
“너희 정말 제멋대로……크읏!”
방금 꾼 꿈은 아마 영애들이 내 몸을 제멋대로 만진 탓에?
백설의 쫄깃쫄깃한 보지가 내 자지를 압박했다.
나는 몸을 튕기며 그녀 안에 깊게 사정했다.
“후우…….”
헐떡이는 백설, 그리고 다음 차례를 기다리며 눈을 빛내는 영애들.
정말, 성욕이 강한 이들이었다.
그리고 그녀들 못지않게 나 역시.
“그대들이 피운 불이다. 책임지도록.”
강했다.
“꺄아악!”
“주인님……. 좋아요오옷!”
영애들의 술수에 말린 기분이지만 상관없다.
“장관님 이제 국무회의…….”
그 때 로널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가.
“아, 죄송합니다!”
허둥지둥 밖으로 나갔다.
“재촉할 로널드 백작님도 갔으니, 이제 2차전 해볼까요?”
영애들이 내게 매달리며 말했다.
아무래도 오늘 국무 회의는 나 없이 진행해야겠군.
***
그리고 결혼식.
황제를 비롯한 수많은 영애들의 결혼식이었기 때문에 제국의 수도는 그 어느 때보다 큰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황실의 곳간을 풀어 음식을 나누어 주었고 수많은 지방 영주들도 수도를 찾았다.
한 때나마 검을 겨누었던 황제파 귀족들도 귀족파 귀족들이 이날만큼은 검을 집어넣었다.
그도 그럴 것이.
황제파의 거두 솔라리온의 영애와.
귀족파의 거두 지크프리트의 영애가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었으니까.
“저거 봐! 엘프들이야!”
“내 살다살다 수도에 엘프가 오는 걸 보다니.”
“아무리 그래도 저 귀쟁이들은 적 아니었냐고. 이해를 할 수 없다니까.”
“근데 아름답긴 하다.”
엘프들도 수도를 찾아왔다.
그들의 등장은 수도에 있는 제국민들의 관심대상이었다.
누구는 의심을, 어떤 이는 동경을, 혹자는 분노를 표현했다.
엘프들도 그런 인간들의 시선을 알았다.
“꼭 있어야 합니까?”
“물론이지. 대장님의 결혼식이다. 그리고 영웅의 결혼식이기도 했고.”
“그 인간 때문에 숲이 불탔습니다.”
“아니었다면 엘프들은 전부 죽엇을 거다.”
부하들의 반발을 진정시킨 현 엘프 대장은 레밀리아의 결혼식이 이뤄지는 황궁으로 다가갔다.
“완전히 바뀌었군.”
“불쾌한 마나의 균열도 없어졌습니다.”
“모리스가 원래대로 돌려놨다고 들었습니다.”
“그 인간도 대단한 사람이긴 해.”
오랜 세월을 산 엘프는 한 번 균열이 난 마나를 돌려놓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걸 되돌리다니.
모리스는 신이 아닐까?
일부 엘프들은 그리 생각했다.
크루이 족들도 황궁을 찾았다. 역시 엘프들과 같은 이유였다.
백설, 그들의 왕의 결혼이었다.
“오늘은 어떤 소란도 안 된다.”
“물론임다!”
“크루이 족이 명예로운 종족이라는 걸 제국놈들에게 알려줘야지.”
황궁은 오랜만에 사람들로 가득했다.
류클리드가 모리스의 저택에서 머무는 동안 일부 사용인과 경비병들밖에 없었던 성에.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소란스럽군. 시끌벅적한 것이 황궁이 아니라 저잣거리 같단 말이야.”
지크프리트 공작이 혀를 찼다.
나는 그런 그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죽은 도시처럼 조용한 것보단 낫지.”
“그건 그렇긴 하지.”
잠시 입을 다물던 지크프리트가 말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군. 평생 적일 거라 생각했던 모리스 자네와 손을 잡아 이제는 장인과 사위의 관계라…….”
지크프리트의 눈이 내게 향했다.
“역시 세상 일은 모르는 법이야.”
“내가 사위라서 싫은 건가?”
“그건 아니지만……. 이렇게 될 줄 몰랐던 거지.”
공작이 웃었다.
“솔라리온 놈도 몰랐겠지. 자신이 모시는 황제와 자신의 딸이 같은 지아비를 섬길 거라고는 말이야.”
“나도 몰랐네.”
“자넨 대단한 남자라고 생각하네.”
“뭘 새삼스럽게.”
잠시 침묵이 돌았다.
누구더라도 그럴 것이다.
결혼식장에서 장인과 단둘이 대화를 하면 누구라도.
어색할 거다.
“어떻게 할 생각인가?”
“뭐를 말이지?”
“결혼식에서 누가 가장 먼저 입장하게 둘 거냐는 걸세.”
“다 같이 들어올 거야.”
“흠, 그렇다면 어떤 신부의 대기실에 가장 먼저 들어갈 건가?”
“…….”
나는 공작이 내미는 질문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어떤 이를 가장 사랑하고 아낄 것이냐.
그걸 돌려서 묻고 있는 거다.
“그건 말할 수 없어.”
“지금까지 못난 애비였네.”
황궁을 바라보던 공작이 내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못난 애비지만 적어도 이말 만큼은 해두고 싶어서 불렀네.”
“뭐지?”
“내 딸을 행복하게 해주게. 어떤 여자들보다도 더.”
말을 마친 공작이 내게 허리를 숙였다.
“애지중지 키운 딸이네. 그렇게 보이지 않았겠지만……. 세리아를 잃고 며칠을 문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네.”
주름진 볼에 눈물이 흘렀다.
“이건 내가 그 아이 대신 흘리는 눈물이라 생각하고, 절대로 세리아의 눈에서 눈물 흘리게 만들지 말아주게.”
아버지의 얼굴이었다.
딸을 보내는 아버지의.
“알겠……습니다. 장인어른. 절대로 세리아의 눈에서 눈물 흘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고맙네.”
공작이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나를 보는 눈빛에는 믿음이 서려 있었다.
“그럼 가보게. 내가 바쁜 신랑을 너무 오래 붙잡았군.”
“알겠습니다. 이따 식장에서 뵙지요.”
나는 고개를 숙였다.
***
황궁을 찾아온 수많은 손님들을 맞이한 뒤, 나는 신부대기실로 향했다.
다섯 개나 되는 신부 대기실.
이제야 내가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질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랑 한 명에 신부가 다섯이라…….
“미쳤군. 정말.”
나는 한숨을 내쉬며 신부 대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후우, 긴장되네.”
결혼식이 다가오니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어떻게든 진정시키려고 노력해봤지만, 소용이 없더라.
숨을 몰아쉬며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신부들도 나만큼 긴장했을 거다.
그러니 내가 진정시켜줘야겠지.
나는 신부 대기실의 문고리를 잡았다.
화려한 문을 열었고.
그 안에 있던 신부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