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판 악녀를 조교하게 되었다-161화 (161/174)

〈 161화 〉 160화 재미를 위해서라면

* * *

[너의 승리야. 모리스. 대단하네. 그 다섯 여자가 전부 네 말을 믿어줄 줄이야. 적어도 류클리드는 망가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소년의 모습으로 변한 정령이 키득거렸다.

[솔직히 네가 망가지는 걸 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정령은 혀를 찼다.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다들 만족했으니 됐어. 이제 내가 네 앞에 나타날 일은 없을 거야.]

“이게 끝인가?”

[응, 마지막 작별인사지. 이제 이 세계에서 너의 삶을 즐기면 돼.]

“그런가…….”

나는 정령이 내 앞에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가졌던 의문을 물었다.

“이 세계는 뭐지?”

[뭐?]

“분명 너는 나를 소설 속 세계로 보내줬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세계는 결말을 보면 사라지는 건가?”

[사라진다라. 왜 그렇게 생각하지? 소설 속의 이야기일 뿐이라서?]

“그래.”

[예전엔 그랬지. 네가 이 세계에 들어오기 전엔.]

정령이 손을 들자, 허공에 자그마한 책이 생겼다.

[제대로 된 결말을 맞이하고 사라졌을 그런 세계.]

[세실리아는 류클리드와 행복하게 살고, 여자로 변한 에밀리는 혼자서 울며 지내는.]

[뭐 세리아는 복수를 다짐하며 악녀의 최후를 맞이했을.]

“에미르는?”

[죽었겠지. 네가 봤던 그 소설처럼.]

“세리아에게 말이군.”

[그게 이 소설의 결말이니까.]

정령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젠 아니야. 네가 들어온 세계는 완전히 독립적인 세계가 되었거든.]

“그런가?”

[그래. 통과했잖아. 우리들의 마지막 시험을.]

“시험이라, 말은 쉽게 하는군.”

[만약 통과하지 못했다면, 너의 죽음과 함께 이 세계는 사라졌겠지만 말이야.]

라며 낄낄거렸다.

“그런가? 좋은 정보를 줘서 고맙군.”

[이 정도쯤이야. 너 같은 인재에게 정보를 줘야지. 재밌었거든.]

“재미라……. 고작 재미를 위해 사람을 죽이고 파멸로 이끄는 건가?”

[인간들도 똑같지 않나? 재미를 위해 개미를 죽이고 동물을 죽일 때가 있잖아? 그런 거야.]

“그래? 내게 더 재밌는 이야기가 있는데 들어볼 텐가?”

[호오? 방금 네가 보여줬던 것보다 더 좋은 얘기가 있다고?]

“그래.”

나는 한 걸음 다가갔다.

정령이 기대에 찬 눈으로 나를 보았다.

[그게 뭐지?]

“네가 내 앞에 무릎을 꿇는 거지. 지금껏 나와 함께 밤을 보냈던 다른 여자들처럼 말이다. 나를 보고 주인님이라고 하는 것도 재밌겠군.”

[뭐?]

“못 들었나? 정령이라 인간의 말을 제대로 모르는 것 같군.”

[감히 인간 따위가 가능할 거라고 보는가?]

정령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물론이지. 재미만 있다면 말이야.”

[???]

녀석은 분명 ‘우리’라고 했다.

내가 아닌 우리.

지금 내 앞에 선 이 정령이 모든 것을 컨트롤하는 거 같지는 않는다는 뜻이었다.

녀석과 같은 위치에 있는 존재인지, 다 성위의 존재인지는 모르겠지만.

“너의 굴욕을 재밌어할 존재들은 충분히 있을 거라고 보는데, 아닌가?”

[너, 너 이 새끼가!]

정령이 마법을 시전했다.

거대한 전격이 녀석의 손에서 뻗어 나왔다.

시간이 정지된 세상에서 거대한 마나가 움직이며 나를 덮쳤다.

콰아앙!

그러나 정령이 야심차게 준비한 마법은 내게 닿지 않았다.

아무래도.

“흥미를 이끈 거 같군.”

[이, 이게 대체?]

갑작스럽게 생긴 이변에 정령이 놀라 외쳤다.

[이 개자식들! 이 빌어먹을 인간의 말을 정말 믿는 거냐!]

“적어도 너보단 내 말이 믿음직스럽다는 거겠지.”

나는 정령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멈춰, 당장 멈추라고 했어!]

정령의 몸이 점점 변했다.

짧았던 머리카락이 길어지고, 소년의 몸에 점점 굴곡이 생겼다.

여자로 변하는 중이었다.

마치 정령을 이렇게 대하라는 것처럼, 녀석의 몸이 바뀌고 있었다.

애당초 정령이라는 것이 성이 있었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자, 잠깐만……다시 얘기해보자고, 말로 할 수 있는 부분이잖아? 그…….”

목소리마저 변했다.

초월적 존재에게서 날 수 있는 웅장한 목소리에서 평범한 사람의 그것으로 말이다.

연두색 머리카락이 찰랑거렸다.

“말로 할 시간은 이미 지나지 않았나?”

나는 손가락을 휘저었다.

그녀의 몸을 가리고 있던 옷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꺄아악!”

정령이 두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

“부끄러움도 생겼나?”

정령이라면 가질 수 없는 부끄러움이라는 감정.

“서, 설마 그럴 리가 나는 자랑스러운 차원…….”

“시끄럽군. 조금 조용히 해줬으면 하는데?”

내가 손가락을 튕기자, 재갈이 튀어나왔다.

동그란 모양에 구멍이 송송 나 있는 재갈을 정령의 입에 물렸다.

“으으읍!”

자꾸만 풀려고 버둥거리기에.

“가만히 있어라.”

로프를 소환해 정령의 팔과 다리를 감았다.

과거 현대의 동영상에서 보았던 귀갑묶기였다.

로프에 묶인 정령의 가슴이 한결 더 도드라졌다.

“흐으읍! 으븝!”

재갈의 구멍 사이로 정령의 침이 떨어졌다.

“이제 어떻게 괴롭힐지 생각을 해야 하는데……. 우선 이름이 필요하겠군.”

“으읍!”

온몸이 묶인 정령이 버둥거리며 거부의 의사를 표현했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이들도 내 의견은 무시했으니.

“시리, 네 이름은 이제 시리다.”

“으으읍!”

녀석이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필사적으로 저항하던 녀석의 표정이 살짝 멍해졌다.

넋이 나간 눈으로 나를 보는 시리.

“시리야.”

“으읍……. 녜혜.”

녀석이 순순히 대답했다.

이것도 이놈과 같은 정령들의 힘 덕인가.

“이제 말이 좀 통하겠네.”

나는 그녀의 입을 막고 있던 재갈을 풀었다.

자꾸만 침이 흘러나와 촉촉하게 젖은 상태였다.

“제, 제발 용서해주세요. 자, 잘못했어요…….”

정령, 아니 시리가 마지막 정신을 부여잡으며 간절히 빌었다.

“용서는 나한테 하면 안 되지.”

“예?”

“나는 용서를 안 해줄 거거든.”

시리가 꿈틀거렸다.

“제, 제발……. 모리스님…….”

“주인님이라고 해야지.”

“주, 주인님……. 용서를…….”

“인간은 쾌감만으로 기절할 수 있다는 걸 오늘 알려주도록 하지.”

마나로 감싼 내 두 손이 빛났다.

“시리야, 자세 잡아라.”

“히이이익!”

***

“후우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헤으윽, 흐윽, 히끄윽…….”

내게 괴롭힘 당한 시리는 얼굴을 바닥에 처박고 엉덩이를 하늘 높이 든 채로 신음을 헐떡거렸다.

그녀는 이미 인간의 언어를 잃은 지 오래였다.

한 순간에 엄청난 쾌감에 빠져 그녀의 뇌가 일시적으로 언어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그저 쾌감에 몸을 떠는 짐승 한 마리가 되었을 뿐.

시리는 눈을 까뒤집은 채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직 본게임은 시작도 안 했는데 이렇게 쓰러져 있으면 되나?”

“헤으응……. 하아, 하으읏…….”

내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몸을 떨며 발정할 정도로 정신이 나가 있었다.

그 고귀한 차원 머시기 정령이 내 손가락에 의해서 이렇게 가버리다니.

꽤나 신선한 경험이었다.

“흐응, 하으읏…….”

나는 시리를 향해 다가갔다.

“시리야.”

“흐윽!”

시리는 거의 흐느끼듯 신음을 질렀다.

내 체취를 맡은 그녀의 눈동자가 돌아갔다.

침을 질질 흘리며 온몸을 비틀던 그녀가 조수를 내뿜었다.

푸슈웃!

“시리야, 엉덩이 내밀어라.”

그러자 시리가 파르르 떠는 다리에 힘을 주면서 엉덩이를 내밀었다.

시리의 통통한 엉덩이가 눈앞을 가득 채웠다.

“내게 덤빈 건방진 년들이 어떻게 됐는지, 직접 느끼게 해주지.”

짜아악!

“하으읏!”

시리의 고개가 꺾였다.

다시 한 번 조수를 뿜었다.

“입에선 침을 질질 흘리고 아랫 입에서는 보짓물을 이렇게 뿜다니. 칠칠맞군.”

그리고 다시 한 번 엉덩이를 때렸다.

“흐으응!”

새빨개진 엉덩이를 쓰다듬고는 단단해진 자지를 그녀의 보지에 넣었다.

부드럽고 따뜻한 감각이 자지를 감쌌다.

그래도 한 때 정령이었다고, 조이는 감각이 남달랐다.

“하아아앙!”

정령, 아니 이제 시리는 몰아치는 쾌감에 헐떡였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고귀한 차원 정령이었다.

차원의 존재들의 재미를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했었다.

나름 일을 잘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배신을 당하다니.

‘나는 차원 정령이야. 자랑스러운!’

그러나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수많은 여자들을 함락시켰던 모리스의 손기술을 버틸 수 없었다.

다른 것도 아닌, 서큐버스마저 함락시켰던 모리스였다.

성적 쾌감에 대한 지식이 없는 시리가 견딜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아, 하아…….”

모리스가 선사한 쾌감에 절여진 시리는 그녀도 모르게 엉덩이를 흔들고 있었다.

‘좋아…….’

조금씩 시리의 의식에 백탁액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조금씩 그리고 확실히 바뀌고 있었다.

그녀의 변화는 차원종들에게 재미를 주고 있었다.

그럴수록, 모리스의 힘은 점점 더 강해졌다.

‘절대 못 당해…….’

그녀는 자신의 안에 들어찬 모리스의 자지를 느끼며 생각했다.

절대 이길 수 없다고.

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잠식한 패배감과 굴욕을 가슴 속에서 끓어 올렸다.

가슴 깊이 새겨진 이 패배감을 울분으로 표출하기 위해 입을 벌렸다.

신음과 교성만을 내뱉던 그녀의 입에서 명확한 단어가 튀어나왔다.

“모리스님의 자지가 너무 좋아요오옷!”

그렇게 시리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

뷰르릇.

굳게 닫힌 시리의 보지 균열에서 새하얀 정액이 나오며 야한 소리를 내었다.

“헤으응…….”

신음과 헐떡이는 숨소리가 공기를 덥혔다.

“후우.”

눈을 까뒤집은 시리를 잠시 본 나는 옷을 갈무리했다.

그때였다.

[재밌었습니다. 그대의 연출력은 정령들 그 이상이군요.]

머리 위에서 숭고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마 정령을 시리로 만든 장본인들일 거다.

“니들도 좋게 보진 않아.”

[알고 있습니다. 모리스님에게 사죄의 의미로 약소하지만,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빛이 나를 쬐었다.

[앞으로 차원종들이 당신의 삶에 개입할 수 없을 겁니다.]

“그게 끝인가?”

[당신의 세상은 저희들에 의해 보호될 겁니다.]

그와 동시에 빛이 시리를 감쌌다.

[이 아이는 저희가 데려가겠습니다.]

“왜지?”

[재미를 위해 희생되었지만, 그녀는 차원 정령이니까요. 그녀는 아직 저희에게 남은 채무가 있습니다.]

“그럼 데려가.”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차피 데리고 있어도 둘 곳이 없었다.

릴리스랑 싸우게 될 게 분명한데 스트레스 받는 건 사절이었다.

정중한 목소리가 귀에 들렸고, 시리는 모습을 감췄다.

다시 시간이 움직였다.

***

결혼식까지 이제 며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쾅!

“주인님!”

세리아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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