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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악녀를 조교하게 되었다-149화 (149/174)

〈 149화 〉 148화 다섯 영애들의 추격

* * *

본능적으로 저택으로 텔레포트를 했다.

기분 탓이었을까?

5명의 여자들이 내게 달려든 것이 말이다.

단순히 환각으로 치부할 수는 없었다.

“무슨 일이지?”

대체 어떤 대화를 나눴길래 갑자기 마음을 맞추고 덤빌 수 있는 건가.

모르겠다.

갑자기 변한 상황에 머리가 쉽게 따라가지 않았다.

“후우, 설마 진짜 다섯 조각으로 나눴겠어?”

그러진 않았을 거다.

허나, 그들이 정말 그럴 생각이 있다면 나는 막지 못했으리라.

소름이 돋았다.

그녀들에게 잡혀서 아무것도 못한 채로 끌려가는 내 모습을 상상하고 말았다.

“그런데 막 도망쳤는데 어떻게 됐으려나.”

초유의 사태였다.

영애들이 싸움을 멈추고 당사자였던 내가 도망친 건 말이다.

로널드가 잘 마무리 하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저택 입구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주인님~.”

세리아였다.

그녀는 저택에 들어와서 나를 부르고 있었다.

벌써 여기까지 왔다고?

어떻게 알았지?

자신이야 텔레포트로 도망쳤다고 하지만, 영애들은 그런 마법이 없었다.

저택과 콜로세움까지 거리는 꽤 되었다.

전력으로 질주한다고 해도 20분은 더 걸릴 거다.

“주인님~, 어디 계시나요오.”

세리아가 나를 부르며 저택으로 다가왔다.

별다를 거 없는 상황이었다.

늘 있던 일상 중 하나.

그런데 왜 이리 불안한 걸까.

직감이 경고했다. 세리아에게 잡히면 절대 안 된다고.

그녀에게 잡히면 세리아를 시작으로 다른 여자들에게 쥐어 짜일 거라고.

‘영애들이 진정될 때까지 숨어있자.’

하루 정도 숨어 있다 보면 저들도 진정하고 정신을 차리리라.

그때였다.

세리아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순간, 창문으로 그녀를 보고 있던 나와 눈이 마주쳤다.

“찾았다.”

세리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녀는 폴짝 뛰어올라 창문에 섰다.

“주인님, 왜 도망가셨어요. 결과는 끝까지 보고 가셨어야죠. 우리는 주인님을 차지하기 위해서 싸웠는데 말이에요.”

“급한 일이 있어 잠시 왔다.”

나는 말을 지어내며 둘러댔다.

잠시 눈을 마주치던 세리아가 빙긋 웃었다.

“거짓말.”

“거짓말이 아니다. 진짜…….”

세리아가 창문에서 폴짝 뛰어내려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럼 보여주세요. 무슨 일 때문에 왔는지.”

나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이것 봐요. 말 못 하잖아.”

“세리아, 다른 영애들은 어디에 있지?”

“말 돌리지 마요. 설마 우리가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주인님을 쥐어짤까봐 도망쳤어요?”

나를 꿰뚫어보는 한 마디였다.

그럴 거 같아서 도망친 거 맞았다.

“우리도 지성인인데, 그렇게 야만스럽게 굴지 않죠. 후훗.”

세리아가 박수를 짝, 하고 쳤다.

“아, 물론 환각 마법으로 착각하게 둘 수는 있겠네요. 주인님이 제게 그런 것처럼.”

나를 보던 세리아의 숨이 점점 더 거칠어졌다.

하아, 하아.

어깨가 들썩거렸고 동공이 축소되었다.

“세리아, 너 설마 폭주한 건가?”

“아뇨. 저 지금 정상이에요. 다만…….”

“다만?”

“다른 여자들이 주인님을 차지하려고 구는 것 때문에 조금 흥분했을 뿐이에요.”

“뭐?”

“주인님은 나만의 것인데 내가 가져야 하는데 나만 사랑해주고 나만 사랑할 수 있는 분인데……. 자꾸만 다른 년들이 끼어드는 거 때문에 조금, 아주 조오금 흥분했어요. 헤헤.”

“많이 흥분한 상태다. 조금 진정할 필요가…….”

“원래는 결투에서 이기고 주인님을 독차지하려고 꾸욱 참았었는데 결국 마무리가 되지 않았잖아요.”

세리아가 내 몸을 안았다.

부드러운 가슴이 몸에 닿는 감각이 선명했다.

“마침 주인님이 도망친 덕에 이렇게 올 수 있었어요.”

그녀가 나를 올려다봤다.

“주인님, 그냥 우리들 도망갈까요?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사는 거예요. 오두막집 하나에 저랑 주인님이 살면서 아들 하나 딸 하나 낳고…….”

“그럴 수는 없다. 세리아.”

“예?”

“모든 걸 내려놓은 나를 귀족들이 가만히 둘 거 같은가?”

“아뇨?”

“그럼 왜?”

“제가 있잖아요. 제가 지켜줄 수 있어요.”

“세리아,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영애들의 결투가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나?”

“예.”

“그게 무슨 뜻이지?”

“협상을 했거든요.”

“협상?”

“예, 저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세리아가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주인님을 다섯 명이서 공평하게 나눠서 가지자는 이야기였어요.”

나눠서 가진다고?

순간 핏기가 싹 가셨다.

“그런 뜻 아닌 거 알잖아요.”

“하지만 다른 의미로 내가 죽어나가겠지.”

한 번에 다섯 명을 상대하는 거 말이다.

“그러니까 저랑 도망치자는 거예요.”

“미안하지만, 세리아.”

나는 그녀를 밀어냈다.

“도망가는 건 거절한다.”

나는 다시 마법을 캐스팅했다.

아까도 말했듯, 오늘은 피한다.

영애들이 진정될 때까지 어떻게든 피해서 그녀들과 새로 대화를 하겠다.

이게 내 계획이었다.

“하루만 따로 있겠다.”

“그건 안돼요.”

세리아가 매혹향을 뿌렸다.

주위를 가득 메운 매혹향이 텔레포트를 위한 마나를 차단했다.

“이러면 너와 싸울 수밖에 없어.”

“한 번 겨뤄보는 것도 재밌지 않겠어요? 그런 말이 있잖아요. 연인들은 싸우면서 더 정이 든다고.”

세리아가 히죽 웃었다.

“이러긴 싫지만.”

나는 마법을 캐스팅했다.

내 장기 마법인 매직 미사일.

수많은 미사일들이 내 옆에 떠올랐다.

“오랜만에 보내요. 그 마법.”

“진심을 다하겠다는 뜻이니, 각오해라.”

“그럼 저도 진심으로 상대해야겠네요.”

세리아의 몸에서 강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을 홀릴 서큐버스의 진짜 힘.

나는 코를 가렸다.

“더 강해졌구나.”

“주인님이 사랑해주신 덕분이죠.”

그와 동시에 거대한 두 기운이 맞부딪쳤다.

콰아아앙!

***

“허억, 허억.”

어렵게 세리아를 뚫고 도망쳤다.

수많은 마법들의 충돌로 인해 저택이 몇 번 크게 흔들렸다.

무너지지 않게끔 강화 마법을 써놨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방 몇 군데는 박살이 났으리라.

“간신히 이겼군.”

세리아가 마지막 마법을 부리려던 그 찰나의 순간을 이용해 뚫고 도망쳤다.

나를 뒤쫓으려던 세리아는 도망치면서 설치한 함정에 빠져 오지 못했다.

다시 쫓아오려면 시간이 꽤 걸리리라.

마냥 쉽게 도망을 칠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후우, 후욱.”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마나를 거의 다 쓴 모양이었다.

마나를 다 쓴 후에 느껴지는 탈진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세리아는 그만큼 강한 상대였다.

“큰일이군.”

만약 여기서 다른 영애가 나타난다면.

“모리스님!”

에미르였다.

이럴 줄 알았다.

그녀는 나를 보며 방긋 웃으며 달려왔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미안하다. 에미르.”

나는 가던 길을 방향을 바꿔 달렸다.

“모리스님! 거기 서세요! 당장요!”

에미르가 다급히 나를 쫓아왔다.

그나마 남아 있던 마나를 이용해 가속 주문을 내 몸에 걸었따.

아무리 에미르라도 속도를 높인 나를 쫓을 수는 없었다.

‘쥐어 짜이는 건 취향이 아니라서.’

차라리 내가 쥐어짜는 게 낫지.

그때였다.

“모리스님, 여기 계셨사옵니까.”

이번엔 백설이었다.

“하, 하하.”

대체 어떻게 알고 이렇게 내가 도망치는 자리에 딱딱 서 있을 수 있는 걸까.

의문은 잠깐이었다.

도망을 쳐야 하는데.

마나가 거의 남지 않았다.

뒷걸음질 치려는 나를 백설이 잡았다.

“어딜 가시렵니까? 아까 경기장에서도 도망치시더니 말입니다.”

“급한 볼일이 떠올랐다.”

“그게 사람이 없는 뒷골목에서 해결해야 할 일인가요?”

“그, 그렇다.”

“모리스님 답지 않는 거짓말이네요. 평소라면 여유롭게 대처하셨을 텐데요.”

백설이 헐떡이는 나를 보았다.

“지치신 건가요?”

“지쳤냐고?”

“예, 보니까 두 영애를 만나고 오신 거 같은데요.”

세리아와 에미르를 말하는 건가.

“어떻게 알았지?”

“모리스님을 이렇게 곤경에 처하게 만들 사람은 그 두 분밖에 없으니까요. 그리고…….”

“뭐가 더 있나?”

“아니에요. 곧 알게 되실 거니까요.”

후우, 후우.

나는 눈동자를 굴렸다.

여기서 도망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백설 또한 강한 전사였다.

이런 몸상태에서는 감히 저항을 하지 못할 정도로.

“생각을 바꾸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제가 무엇을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시기에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굳이 입으로 말해야 아는 건가?”

나는 점점 풀어지는 백설의 옷을 보며 물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사람이 오지 않을 겁니다. 그건 모리스님도 잘 아실 텐데요?”

사람이 오지 않는 뒷골목.

그걸 알기에 이곳으로 도망친 건데.

대체 어떻게 알고?

“모리스님답지 않게 표정에서 다 티가 나네요.”

“뭐가 말이지?”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지? 라는 거 말이에요.”

“귀신같군.”

“전부 세리아님 덕분이죠.”

“그게 무슨 뜻인가?”

“지금 그게 중요한가요?”

백설이 옷을 벗으며 말했다.

“아프지 않게 할게요. 오히려 기분이 좋아질 거예요.”

그녀가 내 팔을 붙잡았다.

힘이 무척이나 강했다.

“이게 무슨 짓…….”

“모리스님은 가만히 있기만 하시면 돼요. 제가 다 알아서 해드릴게요. 아프지 않게.”

아프지 않게라는 말이 제일 무섭다.

“백설 진정해라. 너희 아까부터 왜 이렇게 된 건가?”

“그건 모리스님 탓입니다.”

“내 탓이라?”

“저만 없잖아요.”

“뭐가 말이지?”

“아이요. 주인님의 아이를 배지 못했잖아요.”

“그건 다른 사람들도…….”

레밀리아나 류클리드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애초에 임신한 건 세리아와 에미르가 전부이지 않은가.

“저는 예전부터 원했어요. 주인님의 씨를 말이에요.”

백설이 우리 집에 온 건 다 그 때문이었지.

내 씨를 갖고 북부로 돌아가기 위해서.

“그러니 오늘은 가져가겠어요.”

가슴을 가린 옷을 풀어헤친 백설이 내 가슴에 손을 얹었다.

“모리스님의 씨를 말이에요.”

그녀가 나를 넘어트렸다.

차가운 골목길 바닥이 느껴졌다.

백설이 내 위에 올라타고 그나마 있던 옷을 다 풀었을 때였다.

“백설 씨, 이건 협정 위반이에요. 혼자 독차지하려고 하다니요.”

레밀리아였다.

그녀는 도끼눈을 뜬 채로 다가왔다.

그 뒤에는 류클리드도 있었다.

떨쳐낸 줄 알았던 에미르와 세리아도.

“그러니까 주인님, 제 말대로 하자니까요.”

웃는 얼굴로 나를 보는 세리아의 눈에 아쉬움이 남았다.

나는 느꼈다.

이게 지옥의 시작이라고.

“아, 아프지 않게 부탁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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