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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악녀를 조교하게 되었다-136화 (136/174)

〈 136화 〉 135화 에미르와의 하룻밤

* * *

화려한 호텔이었다.

나는 호텔에 들어가면서 에미르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도록 마법을 걸었다.

모리스 드미트리가 여자와 종종 나돈다는 얘기는 큰 타격이 되지 않지만, 에미르에겐 달랐다.

“마법을 걸어뒀으니 매니저에겐 들키지 않을 거다.”

“예.”

샹들리에서 비춰진 빛이 무지개 빛으로 흩어졌다.

그야말로 화려함의 극치.

내 저택 역시 화려했지만, 호텔의 분위기는 저택과는 전혀 달랐다.

“이쪽으로 오시죠.”

호텔 매니저가 방을 안내했다.

가장 넓은 VVVIP룸을 미리 예약해뒀다.

예약 방법이야 간단했다.

모리스 드미트리.

내 이름 하나만 대면 전부 다 가능했다.

어려울 게 뭐가 있을까.

나는 매니저의 안내를 따라 이동했다.

에미르는 꽤 긴장한 모습이었다.

호텔이 처음이어서일까.

아니면 들키면 안 된다는 부담 때문일까.

나는 에미르의 어깨를 감싸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걱정하지 마라. 모를 테니까.”

만약 알아챈다면?

모르게 만들면 된다.

우리는 매니저가 소개해준 방으로 들어갔다.

거대한 침대와 밝은 조명.

“조명의 색과 밝기는 조절이 가능하니, 편한 대로 쓰시면 됩니다.”

첨단 기술이었다.

말을 마친 매니저가 밖으로 나갔다.

푹신한 침대와 화려한 쇼파.

그리고 온갖 기능을 가진 가구들이 가득했다.

방의 넓이?

우리 저택의 손님방 3개를 합쳐야 될 정도로 넓었다.

‘역시 호텔인가.’

그 중에서도 최고로 좋은 방이었다.

“와.”

에미르마저 감탄할 정도로 넓고 화려한 방.

그녀가 침대에 눕자, 부드러운 매트가 전신을 감쌌다.

그만큼 부드러웠다.

“엄청나네요. 여길 어떻게 예약하신 거예요?”

“꽤 고생했지. 어떤가? 마음에 드나?”

에미르가 고개를 끄덕 거렸다.

“다행이군.”

나는 침대에 누워있는 에미르에게 입을 맞췄다.

“같이 씻겠나?”

“아, 그럴까요?”

조금은 부끄러워하는 에미르를 데리고 욕실로 이동했다.

반짝거리는 욕실 조명.

우리는 서로의 옷을 벗겨주었다.

사라락.

에미르의 옷이 벗겨지고 그녀의 부드러운 몸매가 드러나는 순간.

그녀의 가슴이 위 아래로 흔들거리는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발기해버렸다.

“크흠.”

나는 민망해서 헛기침을 했고.

에미르는 만족스럽다는 듯 씨익 웃었다.

“들어가지.”

다섯 사람이 들어가도 넉넉할 정도로 커다란 욕조에 이미 따뜻한 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몸을 씻겨주었다.

참으로 부드러웠다.

탄탄하면서 부드러웠다.

특히 가슴이 부드러웠다.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고 입으로 손가락을 그 모습이 귀여웠다.

“으흣!”

간단하게 몸을 씻은 우리는 욕탕 안에 몸을 담갔다.

살짝 거리를 두고 앉았는데.

에미르가 나를 힐끗거리더니 조금씩 조금씩 옆으로 다가왔다.

“추, 춥지 않으신가요?”

“응?”

이미 물이 따뜻한데 뭐가 추울까.

말의 의도를 파악했지만, 모른 척 고개를 저었다.

“따뜻한데?”

“그, 그런가요? 하, 하하.”

에미르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에미르, 그대는 추운가?”

“조, 조금 싸늘하네요. 옷을 벗어서 그런가.”

춥다고 말하는 사람의 얼굴이 시뻘겠다.

뜨거운 물의 온도와 부끄러움이 더해져서 그런 걸 거다.

더 놀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저러다 진짜 쓰러질 거 같아.

“그대 말대로 날이 춥긴 하군.”

나는 에미르의 옆에 앉았다.

피부의 온도가 살결을 통해 전해졌다.

나는 그녀의 몸을 들어 내 무릎 위에 앉혔다.

“이러면 조금 나은가?”

“예, 따뜻하네요.”

에미르가 실실 웃었다.

“그, 그런데 모리스님.”

“무슨 일이지?”

“그……. 뭐가 자꾸 닿는데요.”

모르진 않으리라.

그저 부끄럽기 때문에 말을 애둘러 표현한 것일 뿐.

부끄러워 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나도 모르게 그녀를 꼭 안았다.

나는 그녀를 안은 채 에미르의 어깨에 입을 맞췄다.

쪽.

“하읏.”

갑작스러운 애무에 에미르가 당황한 듯 몸을 움찔거렸다.

“모, 모리스님 밖에 침대도 있는데. 하읏!”

내 입술은 점점 위로 올라갔다.

어깨와 목에 입을 맞추며 천천히 올라간 나는.

에미르의 부드러운 입술에 입을 갖다 대었다.

다소 놀란 듯 당황하던 에미르도 곧 눈을 감으며 지금 순간을 즐겼다.

에미르의 혀가 내 입 안을 간지럽혔다.

우리는 목욕을 하러 들어왔다는 본래 목적을 잊고 서로의 몸을 더듬고 매만지기 시작했다.

뜨거운 욕조의 물처럼 우리의 몸과 분위기는 덩달아 달아올랐다.

“하아, 하아.”

에미르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돌아앉았다.

내 무릎 위에 앉아 자를 마주보는 자세를 취한 에미르가 윗니로 아랫입술을 깨물며 웃었다.

“모리스님이 만드신 거예요. 책임……지셔야 해요.”

“물론이지.”

나는 에미르의 가슴을 입에 물었다.

“하아, 응앗!”

에미르는 신음을 뱉으면서도 손으로 내 자지를 그녀의 안에 집어넣었다.

욕조 안에서 이어지는 부드러운 섹스.

찰박찰박.

우리가 움직일 때마다 물이 출렁거렸고.

물결치는 물소리가 욕실을 울렸다.

“하아, 하아앙. 좋아요. 모리스님!”

에미르의 신음이 점점 커져가면서 분위기 역시 고조되었다.

나는 점점 더 격렬하게 허리를 흔들었고, 에미르의 신음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모리스님, 사랑해요. 좋아해요. 매일 함께하고 싶어요.”

에미르는 내 품에 안긴 채 사랑을 고백했다.

“나도 사랑한다.”

나는 에미르의 몸을 안으며 그녀의 모든 것을 느꼈다.

“모리스님의 첫 번째 여자가 되고 싶어요. 그런데 많은 경험들을 세리아에게 뺏겼잖아요.”

말을 마친 에미르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러니 저 역시 모리스님과 함께하는 순간들의 처음을 가져가고 싶어요.”

“처음?”

“예.”

무엇을 원한다는 걸까.

궁금증 때문에 섹스에 열중하던 허리마저 잠시 멈췄다.

“무슨 처음을 갖고 싶나?”

“지금껏 아무도 가지지 못했잖아요.”

자꾸만 돌려 말한다.

뭘 말하려고 이렇게까지 돌려서 말하는 건가.

“다른 건 처음으로 하지 못했으니, 제가 모리스님의 첫 아이를 가지겠어요.”

그 말을 하며 나를 보는 에미르의 눈에서 굳은 의지가 엿보였다.

“그것만큼은 양보하지 못해요.”

말을 마친 그녀는 내 자지를 쥐어짜려는 듯 허리를 흔들었다.

에미르의 허리가 튕길수록, 자지가 조이는 것이 느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크윽! 자, 잠깐…….”

나는 에미르의 허리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녀의 안에 정액을 쏟아냈다.

“잔뜩 싸셨네요.”

에미르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오늘 하루, 모리스님은 온전히 저만의 것이에요. 그러니…….”

그녀가 내게 안기며 귓가에 속삭였다.

“오늘은 편하게 주무시지 못할 거예요.”

에미르의 목소리가 달콤했다.

***

호텔의 분위기 탓이었을까. 아니면 꼭 임신하겠다는 그녀의 의지 때문이었을까.

에미르와 하룻밤은 그녀와 했던 어떤 때보다 격렬하고 끈적거렸다.

절대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 내 옆에 착 달라붙어 아양을 떨던 에미르는 그녀가 만족하고 나서야 잠에 들었다.

여자의 집념이 얼마나 무서운 지 느낀 순간이었다.

해가 다시 떠오르고.

“일어나셨어요?”

에미르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어제 있었던 그 섹스는 그녀에게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았는지, 여전히 쌩쌩했다.

이게 기사의 체력인가.

싶었다.

“제가 조금 더 일찍 일어났어야 했는데. 헤헤.”

무슨 짓을 생각했는지 알 거 같았다.

그녀의 눈이 아침 발기한 내 아랫도리에 향해 있었으니까.

강한 성욕.

이것도 매혹향에 노출된 부작용인가.

“아침밥은 언제 올까요?”

“호출하면 바로 올라올 거다.”

“그럼 지금 시키……우읍.”

말을 잇던 에미르가 헛구역질을 했다.

그냥 헛구역질인가?

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모양이다.

그녀가 눈을 번쩍 뜨며 나를 보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안 걸까.

“모, 모리스님…….”

에미르는 어제의 섹스가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는 표정이었지만.

지금 저 헛구역질은 어제 때문이 아닐 거다.

피임을 해주는, 임신을 막아주는 마법을 걸지 못하고 섹스했었던 그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그 때밖에 없었다.

“한 번 확인해보도록 하지. 바로 누워라.”

“예.”

나는 침대에 바로 누운 에미르의 배에 손을 얹었다.

내 손에서 흐른 마나가 에미르의 몸을 순환했고.

나는 느꼈다.

제대로 된 장비가 없어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분명 있었다.

새로운 생명의 태동이.

미약하지만, 에미르가 아닌 다른 생명 반응이 느껴졌다.

“있……나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있군.”

“와.”

에미르가 환희로 가득 찬 얼굴로 웃었다.

세상 행복한 모습이었다.

처음 나와 함께 밤을 보냈을 때, 딱 저런 표정을 지었다.

엄청난 일이다.

아니.

좋은 일이다.

그러나.

내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에미르는 아직 결혼을 하지 못한 영애.

그런 여인이 아이를 뱄다.

좋은 소문이 돌리가 없었다.

좋지 않은 소문이 돌기 전에 기정사실로 만들면 그만.

나는 에미르에게 말했다.

“빠른 시일에 솔라리온 저택에 가보도록 하지.”

“저, 정말인가요?”

순서가 바뀌긴 했지만.

“에미르, 그대는 내가 책임지겠다.”

에미르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저, 정말인가요?”

“아직 준비할게 많이 필요하겠지만, 일단 그렇게 알고 있어.”

“네, 기다리고 있을게요.”

에미르가 내게 안겼다.

감격 때문에 파르르 떨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품에 안으며 안심시켰다.

“앞으론 몸을 소중히 여겨야겠어. 그대의 몸은 그대만의 것이 아니니.”

“물론이에요.”

***

나는 세실리아가 머물고 있는 에밀리의 저택에 방문했다.

세실리아가 차를 마셨다.

나 역시 한 잔 마셨다.

분위기가 조용했다.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류클리드에게 한 짓도.

내가 그녀를 도와준 것도.

그에 대해선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

후릅.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 먼저 입을 연 건 세실리아였다.

“왜 그러셨어요?”

류클리드의 이야기였다.

“이유가 궁금합니까?”

“예. 그러실 분이 아니시니까요.”

“그만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게 당신 때문이다.

라는 걸 꺼내지 못했다.

그녀의 기억 속에 류클리드에게 윤간을 당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좋지 않은 기억을 굳이, 꺼내고 싶은 생각은 없었따.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임.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예.”

“황제가 되실 겁니까?”

“…….”

“아니면 그를 여황제로 두고 국서가 되실 겁니까?”

“황후가 있는데 어찌.”

“이혼 절차를 밟을 겁니다. 순식간에 끝나겠지요. 그리고 황제가 여자가 된 이상, 그리고 돌아오지 못하는 이상, 저와 다시 맺어질 수 없습니다.”

제국법이 그렇다고.

세실리아는 말했다.

“그렇죠.”

“국서는 되기 싫으십니까?”

“아마 안 될 겁니다.”

“왜죠?”

“아마 결혼을 할지도 모르니까요.”

그 말에 세실리아가 눈을 빛냈다.

“에미르 입니까? 솔라리온 영애.”

“맞습니다.”

“호, 호호. 당황스럽네요. 지금 그런 말을 들을 줄이야. 아무튼 축하드립니다. 과거 깨졌던 약혼이 다시금 이어졌네요.”

“신경써주신 덕분입니다.”

잠시 말을 멎은 세실리아가 말했다.

“류클리드가 여기서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괜찮겠습니까? 류클리드의 집착은 꽤 심하다고요?”

“…….”

“여자가 됐어도 같을 겁니다.”

세실리아가 싱긋 웃었다.

“제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겠죠. 이런 이야기를 하러 온 건 아닙니다.”

“그랬었죠.”

세리아가 다시 차를 한 입 마셨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물었다.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말하세요.”

“황제에게 버려졌던 이유를 들었습니다.”

세실리아의 몸이 움찔거렸다.

자신이 빙의자라고 고백한 황후.

그로 인해 터진 황제의 분노.

소설 속 빙의자의 금기를 저질렀던 세실리아에게 지금 이 주제는 민감할 것이다.

그녀는 나 또한 소설 속의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류클리드가 말해주던가요? 뜬소문입니다. 그러니 신경 쓰지 마세요.”

“아뇨.”

“예?”

“저는 믿습니다. 황후 폐하께서 원래 세계에서 돌아가려고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걸. 저는 그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싶다고요?”

“예, 왜 돌아가지 않았는지. 돌아갈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지 말입니다.”

“왜죠?”

나는 잠시 고민했다.

여기서 내가 빙의자라는 걸 그녀에게 말해도 되나.

말했을 때의 파급력과 몰아칠 일을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세실리아가 나를 해할 수 있는 가능성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저도 빙의를 했으니까요.”

쨍그랑!

세실리아가 들고 있던 찻잔이 떨어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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