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화 〉 129화 전쟁 사후 처리
* * *
“후우.”
몰아치는 업무량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수도에서 진행된 전쟁에 대한 보상 처리가 시작이었다.
이번 전투로 죽은 자들의 유족에게 배급되는 보상금 처리.
전투로 죽고 다친 민간인과 민간 재산에 대한 처리.
포위하는 동안 진행하지 못한 상업 활동으로 인한 보상금 이야기.
등등.
내전으로 벌어진 모든 비용처리와 관련된 사건들, 전투와 포위로 인해 혼란해진 치안까지.
황제가 자리를 비운 상태였기에 모든 업무가 내게 쏠렸다.
그렇다고 마탑의 인재들을 사용하고 싶어도.
믿음을 저버리고 정치에 끼어든 자의 말은 따르지 않겠다.
라는 마탑의 선언에 마법부 장관인 나도 그들의 힘을 빌릴 수가 없었다.
전쟁에 공을 따지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누가 얼마나 승리에 공헌했는지 그 비중에 따라 상을 나눠야 하는 것도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다.
“머리가 아프군.”
결국 나는 안경을 벗으며 미간을 쥐었다.
집중도를 높여주는 아티팩트의 도움으로도 쉽게 버틸 수 없는 양이었다.
하루 종일.
집무실에서 나가지도 못했다.
마탑의 인재들이라도 쓸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마저도 못하니.
나는 지크프리트가 보낸 수많은 서류를 보았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군.”
밀린 일을 빨리 끝내야 류클리드와 세실리아 문제도 끝낼 수 있으리라.
그때, 문이 열렸다.
“주인님, 식사하세요.”
세리아였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다는 말.
순간, 세리아가 고양이로 변신했을 때가 떠올랐다.
무, 무슨 짓이냥!
이라며 말하던 고양이 세리아 말이다.
“흠.”
나는 턱을 괴며 세리아를 보았다.
내가 유심히 바라보고 있자.
“주, 주인님?”
다르게 오해한 걸까.
나와 시선을 교차한 세리아가 몸을 배배 꼬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세리아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흐읏!”
세리아가 뒤로 물러났다.
그녀의 숨이 순간적으로 거칠어졌다.
귀족가의 영애.
악녀라고 불렸지만, 교양은 물론이고 행정에 대한 지식 또한 훌륭했다.
마법에 대한 습득력을 생각하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지크프리트의 딸이니.’
제국의 재상의 딸이었다.
“지, 지금은 조금 곤란한데……. 저, 지금 일 중이고 주인님도…….”
말로는 곤란하다고 말하던 세리아가 어깨에 걸린 끈을 슬그머니 내렸다.
입과 행동이 달랐다.
평소였다면 그대로 세리아와 함께 시간을 보냈지만, 오늘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
나는 세리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이, 이러시면 안 돼요. 주인님…….”
세리아가 눈을 감았다.
나는 그런 그녀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툭 쳤다.
“앗.”
“무슨 엉큼한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군. 받아라.”
나는 그녀에게 서류뭉치를 건넸다.
“엥?”
세리아 멍청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 이게 뭐에요?”
“결재서류다. 네가 처리를 해줬으면 좋겠는데.”
“제, 제가요?”
“어려운가?”
“어, 그건 아닌데…….”
세리아가 눈동자를 굴렸다.
그녀의 눈이 내 집무실 책상 옆에 놓인 보조 책상에 향했다.
“그, 그럼 말이에요.”
잠시 말을 더듬던 세리아가 말을 이었다.
“주인님 옆에서 같이 일하는 건가요?”
“당연하지. 네가 확인한 걸 내가 도장을 찍어야 하니까.”
“그, 그래요?”
세리아의 목소리에 화색이 돌았다.
“그럼 할게요!”
“자신있나?”
“물론이죠!”
“고맙다.”
“메이드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인걸요.”
세리아가 가슴을 펴며 우쭐거렸다.
나는 그런 그녀의 자리를 마련해줬다.
책상 위에 많은 서류들이 쌓였다.
그 양에 질색한 듯 싶었지만, 그녀는 별 불만 없이 자리에 앉았다.
“자료에 오차가 있는지 파악해서 내게 보내주면 된다. 오류가 있는 부분은 수정해주고.”
“넵!”
한 명이라도 더 있으니, 빨리 끝나리라.
얼마나 단축될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세리아를 옆에 앉히고 다시금 결재를 시작했다.
세리아가 빠른 속도로 서류를 건넸다.
확실히 지크프리트.
서류 처리하는 속도가 남달랐다.
옆에서 본 것들이 있겠지. 습득이 빨라 순식간에 일을 배웠다.
나는 그녀가 검토한 자료에 사인을 마쳤다.
혹여나 오차가 있을까 틈틈이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뭔가 속도가 느려진 거 같은데?’
느려진 속도에 세리아를 보았다.
그녀가 멍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손은 빠르게 움직이는데 눈은 서류가 아닌 나를 보고 있었다.
헤실헤실, 입을 벌리며 웃던 세리아가 눈이 마주치자마자 고개를 돌렸다.
“집중해라.”
“네, 넵!”
모리스를 보는 세리아는 머리가 멍했다.
지금까지 모리스가 일을 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지만, 이런 식으로 가까이에서 본 건 처음이었다.
‘진짜 잘생기셨다.’
눈이 절로 가는 외모, 거기에 차가운 분위기. 테가 얇은 안경까지 쓰고 있으니 지적인 매력까지 풍겼다.
‘저런 안경을 쓰신 적은 없었는데…….’
모리스가 일하는 모습을 몇 번이고 보았지만, 안경까지 쓴 채로 일 하는 건 처음 봤다.
다른 여자들은 모르는 모습을 혼자 독점할 수 있다니.
별 거 아님에도 기분이 좋았다.
낯선 모리스의 모습에 자꾸만 눈이 갔다.
한 번이라도 더 눈에 담고 싶었다.
안경을 쓴 채로 업무를 집중하던 모리스의 눈이 다시 그녀에게 향했다.
“왜 자꾸 집중을 못 하는 거지?”
모리스가 안경을 벗으며 그녀를 보았다.
“아, 죄송해요. 그게 그러니까요……. 안경을 쓰신 모습은 처음 본 거 같아서요.”
“안경? 이거 말인가?”
“예.”
“하긴, 최근엔 이 안경을 쓸 일이 거의 없었지.”
모리스가 웃으며 안경을 썼다.
“이 모습이 그리 좋은가?”
“헛!”
장난스럽게 한쪽 입 꼬리를 올리는 모리스의 모습에 세리아는 숨을 들이켰다.
“세리아 네가 나를 도와 일을 일찍 끝낸다면 시간이 조금 날 거 같은데…….”
“시, 시간이요…….”
말을 마친 세리아가 침을 삼켰다.
“시간이 남으면 우리가 따로 할 일이 있지 않겠나?”
“히, 히힛. 그렇네요.”
그 말에 담긴 의미를 이해한 세리아의 얼굴이 풀어졌다.
“그러니 조금 참도록.”
“넵!”
세리아의 얼굴이 밝아졌다.
***
“후우.”
확실히 능력이 있었다.
원래라면 밤을 꼬박 새야 끝날 업무가 여덟시간이나 단축됐다.
“이제 좀 쉴 수 있겠군.”
나는 한숨을 내쉬며 안경을 벗었…….
아니, 벗으려고 했다.
“그러시면 안 되죠.”
세리아가 안경을 벗으려는 내 손을 잡기 전까진 말이다.
“저랑 약속하셨잖아요.”
어느새 내 위에 올라탄 세리아가 눈을 빛냈다.
그녀는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얼굴이 뚫릴 정도로.
“시간이 남으면 둘이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로요.”
세리아의 눈이 빛났다.
이건.
시동 걸린 거다.
세리아가 입술을 혀로 핥으며 내 옷을 벗겼다.
“이 안경 쓴 모습 볼 때마다 제가 얼마나 흥분했는지 모르실 거예요.”
세리아가 내 얼굴을 손가락으로 쓸었다.
“그러니까 지금은 이 안경 절대로 벗으면 안 돼요.”
말을 마친 세리아가 키스를 했다.
입술과 입술이 닿을 때, 안경이 거추장스러웠지만, 그녀는 절대로 안경을 벗기지 않았다.
오히려.
“진짜 어울리네요.”
안경을 쓴 내 얼굴을 이곳저곳 살피며 감상했다.
그럴 때마다 그녀의 얼굴은 더 붉어졌다.
“진짜 주인님 때문이에요.”
“뭐가 말이지?”
“제가 이렇게 흥분한 거요.”
세리아가 내 옷을 벗겼다.
그녀는 내 옷을 벗기며 혀로 내 가슴을 핥았다.
“하아, 하아.”
세리아의 몸에서 매혹향이 풀풀 풍겼다.
사실, 결재서류에 도장 찍을 때부터 풍겼던 매혹향이었다.
“범해주세요. 주인님……. 오늘은 격하게 범해주셔도 괜찮아요. 예전처럼요.”
“예전처럼이라, 설마 조교할 때를 말하는 건가?”
“신사 같은 주인님이 저를 범하면서 흥분하는 걸 보고 싶어요.”
이래저래 많이 흥분했나보군.
본인이 이렇게까지 부탁할 정도라니.
“그렇게 원한다면, 알겠다.”
나는 세리아의 옷을 벗겼다.
그런 내 손엔.
세리아의 클리를 자극할 진동 로터가 있었다.
언젠가 각성한 세리아를 위해 한 번은 쓸 거라고 준비한 물건이었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나 역시 세리아의 옷을 벗겼다.
세리아는 별다른 저항 없이 그 손길을 받아들였다.
옷이 벗겨지며 세리아의 굴곡 있는 몸매가 드러났다.
팬티와 브라까지 전부 다 벗기자.
세리아는 기대 가득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특별함을 더하기 위해 오랜만에 해보도록 할까.”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단단한 줄이 세리아의 팔과 다리를 묶었다.
오랜만의 결박 플레이.
예전처럼 해달라는 그녀의 요청에 마법로프를 꺼냈다.
세리아가 매혹향을 깨우친 뒤부터는 결박 플레이를 하지 않았다.
이유야 간단했다.
강해진 세리아라면 쉽게 끊어낼 수 있으니까.
그래서 하지 않았다.
지금 나를 보는 표정을 보라.
당장이라도 풀 수 있다는 저 자신감이 가득한 얼굴.
절박했던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언제든 풀 수 있다는 생각이 있기에 내게 먼저 제안한 걸 거다.
허나 이왕 시작했다면.
굳이 사정을 봐주진 않으리라.
“오늘은 특별히 장치를 걸어주지.”
“장치요?”
“그래.”
세리아가 뒤늦게 로프에 새겨진 마법진을 보았다.
“아무리 애를 써도 풀지 못할 거다.”
“그런……가요?”
세리아가 버둥거리며 힘을 주었다.
그녀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로프는 점점 더 그녀의 몸을 억세게 조일 뿐, 풀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전기 자극을 줄 거다.”
로터는 그 자극을 주기 위한 장비 중 하나였다.
“저, 정말요?”
왜 그 말에 더 기대하는 표정을 짓는 건지.
“어서……. 해주세요.”
세리아의 몸이 씰룩거렸다.
그녀의 눈에 하트가 그려진 것처럼 보이는 건 내 착각만은 아닐 거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