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화 〉 120화 D3 류클리드 조교(2)
* * *
류클리드는 침실에 누웠다.
오늘따라 자꾸 몸이 쉽게 뜨거워졌다.
가만히 있어도 숨이 벅찼고, 온 몸의 감각이 민감해졌다.
‘뭐지?’
그녀로선 알 도리가 없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여자의 몸이 변한 뒤부터 가지는 모든 감각들이 생소해지긴 했다.
청각 후각 촉각 등이 다르게 느껴지기도 했고 냄새에 대한 반응 같은 감각들이 묘하게 바뀌긴 했는데.
이렇게까지 민감해질 정도는 아니었다.
“이 방…….”
이 방에 들어온 뒤부터 그랬다.
나약한 생각을 시작한 것도 알 수 없는 몸의 변화도 전부 다.
“이 방 때문이야.”
류클리드는 이를 악물었다.
모리스가 이 방에 무슨 짓을 한 것이 분명했다.
몸이 뜨거운 것.
자꾸만 류클리드가 생각나는 것.
전부 다 이 방 때문이었다.
“젠장.”
그녀는 아랫배가 욱신거림을 느꼈다.
‘정신 차려. 나는 남자야.’
끔찍했던 기억이 조금씩 흐려졌다.
그런데 왜 자꾸만.
모리스의 얼굴이 떠오르는 거야.
그녀는 뺨을 때렸다.
짜아악!
양 볼이 시뻘게졌다.
조금은 진정된 듯 했다.
“후우, 좋았어.”
류클리드가 진정된 심장을 쓸어내리고 있을 때였다.
끼이익.
문이 열렸고.
“잘 있었나?”
모리스가 들어왔다.
“너! 이 방에 대체 뭔 짓을 한 거야!”
류클리드가 눈을 부라리며 외쳤다.
“뭔 짓이라니?”
“시치미 떼지 마!”
침대에 앉아있던 류클리드가 벌떡 일어나 모리스의 멱살을 붙잡았다.
“네가 하지 않았으면 이럴 리가 없잖아!”
“뭐가 말이지?”
대꾸하는 모리스의 눈빛은 태연했다.
진심으로 모르겠다는 듯이.
그런 뻔뻔한 반응에.
‘정말 아닌 건가?’
하는 생각마저 잠깐 들었다.
“그, 그건…….”
류클리드는 입을 다물었다.
너를 생각하고 있었다고.
심장이 조여오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씨익 씨익.”
어깨가 들썩거렸다.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거 같군.”
“뭐?”
“그렇게 배부른 소리나 하고 있으니 말이야.”
“배, 배부른 소리?”
“너한테 당했던 사람들이 어떤 감정이었는지 아직도 모르나?”
“우, 웃기지 마!”
류클리드가 빽 소리를 질렀다.
“방식은 다르지만, 느끼게 해주지.”
모리스가 손을 펼쳤다.
그의 손에는 작은 반지가 들려 있었다.
모리스가 류클리드의 중지에 반지를 끼웠다.
“이게 네가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도와줄 거다.”
“건방진!”
그 순간.
그녀는 세상이 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의식이 저물어갔고.
눈앞에 있던 모리스가 한없이 작아졌다.
‘뭐야?’
세상이 바뀌었다.
***
나는 멍한 눈으로 허공을 보는 류클리드를 눕혔다.
그녀의 몸은 영혼이 빠진 인형처럼 힘이 없었다.
“정말 이 방법을 쓰시려고요?”
세리아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방법이 없잖은가.”
류클리드의 몸을 직접 범하는 것이 아닌, 그녀의 의식을 깊이 잠재운 뒤 마법으로 환각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이번에 류클리드를 조교시킬 방법이었다.
그녀는 내가 만들어낸 환상을 보며 수도 없이 절정할 거다.
환각으로 만들어낸 세상의 시간은 현실과는 전혀 다르게 흐르리라.
저곳의 한 시간은 그녀에게 한 달처럼 느껴질 것이다.
일명 정신과 시간의 방.
사흘 안에 그녀를 조교시키기 위한 극약 처방이었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기대되는군.
“의외네요.”
“뭐가?”
“저는 주인님께서 직접 범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가?”
“영웅은 호색이라고 하잖아요. 그리고…….”
세리아의 눈이 류클리드에게 향했다.
“아름답잖아요. 매력적인 외모를 가지기도 했고요.”
아름다운 외모라.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남자였을 때도 멋진 외모를 지녔다.
여자로 변한다고 해서 그것이 달라지지는 않을 일이었다.
“아름답긴 하지.”
“그런데 왜죠? 왜 류클리드는 범하지 않으시는 거예요? 남자였어서?”
“그것만은 아니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남자였다는 것도 문제였으나.
더 큰 건.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를 안았었는데 이자가 눈에 들어올까.”
나는 손등으로 세리아의 얼굴을 쓸며 말했다.
그 말에 세리아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 그건 반칙이에요.”
부끄러워 하는 모습에 더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
조금 더 곤란해 하는 얼굴을.
기뻐하는 얼굴을 보고 싶었다.
그래. 이거다.
류클리드도 아름다운 여자가 되었지만, 세리아나 에미르 같은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왜일까?
몇 번을 고민해봤지만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손을 대는 것은.
‘해야 하니까.’
그게 이유였다.
“준비는 다 됐나?”
내 말에 세리아가 류클리드의 몸을 여기저기 쓸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류클리드의 가장 은밀한 곳에 들어갔다.
“예, 충분히 젖었어요.”
세리아의 손가락이 축축했다.
매혹향과 마법이 제대로 들어갔다는 뜻.
“좋아.”
나는 류클리드의 이마에 손가락을 대었다.
우우웅.
푸른빛이 방 안을 비추었다.
***
“여, 여긴?”
류클리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황궁이었다.
그녀가 앉아 있는 곳은 황제였을 때 늘 앉아 있던 그 황좌였다.
‘모든 게 꿈이었다는 건…….’
아니구나.
그녀는 여자로 변한 자신의 손을 내려 보았다.
“똑같아.”
환상이다.
류클리드는 마지막에 보았던 류클리드의 마법을 떠올렸다.
멀어지는 세계.
끊어진 의식.
분명 모리스가 자신에게 무슨 마법을 건 것이다.
“이게 대체 무슨…….”
류클리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모리스 놈, 내게 뭘 보여주려는 거냐.”
그녀가 이를 갈 때였다.
우르르.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몰려왔다.
그녀에게도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너, 너희들?”
“어이, 황제 폐하. 언제까지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근위병들이었다.
그것도 그녀가 세실리아를 범하라고 했던 놈들.
그리고 류클리드에 의해 죽었던 이들이었다.
“너, 너희들이 어떻게?”
순간 이곳이 환상이라는 것도 잊을 정도로 현실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죽었던 이들의 등장이 너무나 생생했다.
“우리가 죽었을 거 같았나?”
“오, 오지 마. 겨, 근위병! 근위병은 어디 없나!”
“아직도 자기가 황제인 줄 아네. 여기 너 도와줄 놈들 없어.”
근위병들이 낄낄거렸다.
“제, 젠장.”
류클리드는 다급히 황좌 뒤로 도망쳤다.
그러나 마나를 쓸 수 없는 여자의 몸이었다.
“어딜 가냐?”
“꺄악!”
근위병들이 류클리드의 머리칼을 잡아챘다.
아무리 힘을 써도 근육으로 다져진 근위병들의 팔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여자로 변한 자신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이거 놔!”
“멍청한 년, 자기가 어떤 입장인지도 모르는 거 같은데?”
“니들은 전부 죽었어! 이미 죽은 망령들이라고!”
“크크, 이년 진짜 정신 나갔나 본데? 우리가 죽었다고? 이렇게 네년 앞에 서 있는데?”
“아니야! 당장 꺼져! 이 지옥의 망령들아!”
“여자로 변하더니 사리분별을 못하는군.”
옆에서 그걸 지켜보고 있던 다른 근위병이 끼어들었다.
“그럼 보여줘야지. 우리가 하찮은 망령 따위가 아니라고.”
지이익!
“꺄아악!”
근위병이 류클리드의 드레스를 무참히 찢어버렸다.
“어때, 이제는 실감이 나나?”
류클리드의 젖가슴이 드러났다.
그녀가 이를 악물고 근위병들을 보아도.
돌아오는 건 조소 뿐이었다.
‘이건 환상이야. 환상인데…….’
자신을 보는 저들의 눈이 왜이리 아프게 느껴질까.
“자, 그럼 시작해보실까?”
“뭐, 뭘 한다는 거야?”
“뭐긴. 황제폐하께서 내리신 명령을 수행하는 거지.”
근위병의 시선이 류클리드의 뒤에 꽂혔다.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방금 전까지 그녀가 앉아 있었던 황좌.
그곳에는.
남자였던 자신이 거만한 눈으로 내려 보고 있었다.
발가벗겨진 자신을 보며 흥분하고 있던 남자 류클리드.
“내, 내가 왜 거기……?”
류클리드는 멍한 눈으로 남자였던 자신을 보았다.
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 눈빛에는 묘한 흥분이 감돌고 있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몸을 내려 보았다.
‘세실리아.’
그녀가, 아니 그가 형벌을 내렸던 류클리드의 황후.
류클리드는 세실리아가 되어 있었다.
“자, 황후전하. 이제 시간이 다 됐습니다.”
언제 왔는지 모를 마법사가 그녀의 눈을 멀게 했다.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머지 않아.
‘아무것도 안……들려.’
사라진 시각과 청각으로 인해 다른 감각이 민감해졌다.
“으읏…….”
그녀의 몸을 가차 없이 더듬는 남자들의 손길에 더욱 민감해졌다.
“거, 거긴 안 돼…….”
“머, 멈춰.”
류클리드는 몸을 배배 꼬았다.
시력을 잃기 전에도 알몸이나 다름없던 그녀였다.
알몸이 된 그녀의 몸을 유린하는 남자들의 손.
그 감각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느껴졌다.
“아아…….”
가슴을 빨고.
자지를 무자비하게 꽂았다.
다른 근위병의 자지에 입이 가득 찼다.
쾌감과 불쾌함이 공존했다.
살이 찢어지는 고통과 간질거리는 감각이 같이 전해졌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자극적인 고통스러웠다.
“그, 그만……. 제발 그만해!”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마저 들리지 않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느껴지는 고통.
깊은 심해에 떨어진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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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이 흘렀다.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다.
눈이 보이지 않고 귀가 들리지 않아서 낮과 밤이 구분되지 않았다.
“꼴이 보기 좋군.”
들리지 않아야 할 텐데.
왜 모리스의 목소리가 들리는 거지?
의문이 사라지기도 전에 시야가 다시 밝아졌다.
앞에 선 모리스가 보였다.
“모……리스? 네가 왜 여기에?”
모리스의 등장에 그녀의 몸을 유린하던 근위병들이 모두 물러섰다.
“또……나를 비웃으러 온 거야?”
류클리드가 눈물을 흘리며 가슴을 가렸다.
여자로서 느꼈던 감각이 아직도 선명했다.
“비웃다니. 구하러 왔다.”
모리스가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류클리드는 알고 있었다.
저 모리스가 환상이라는 걸.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미소를 보는 순간.
류클리드는 안도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