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5화 〉 114화 개전 D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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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하아. 기술이 좋네. 남자였어서 그런가? 기분 좋은 곳을 잘 아네?”
정액을 쏟은 근위병이 류클리드를 보며 이죽거렸다.
그 고고하고 대단했던 황제가 자신의 자지를 빨고 있던 것이 아닌가.
“그러게 말이야.”
낄낄낄.
근워병들이 자기들끼리 마주보며 웃었다.
“하아, 하아. 원하는 대로 해줬으니까 말해.”
류클리드는 입가에 묻은 침과 정액을 닦으며 말했다.
치욕스럽지만, 정보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뭘 말이지?”
근위병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까 내가 물었잖아. 밖에 병사들이 왔냐고.”
“기억이 나지 않는데……. 네년이 직접 다리를 벌리면 생각이 날지도?”
“너 이 자식!”
나를 놀려?
류클리드는 이를 악물었다.
감히 황제인 나를 능멸한 놈이다.
그녀가 황제일 때 이런 놈을 어떻게 했던가!
“감히 이 몸을 속여? 죽여버리겠어!”
그녀는 근위병에게 달려들었다.
“이 년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네놈이 아직도 황제인 줄 아네.”
“으아악!”
그러나 여자로 변한 류클리드에겐 단련된 근위병들을 이길 수 있는 힘이 없었다.
분노에 휩싸여 달려들었던 류클리드는 순식간에 근위병들에게 제압당했다.
“이거 놔! 황제의 몸을 함부로 건드리다니! 네놈들은 모두 성히 죽지 못할 거다!”
“어허, 이거 봐라?”
근위병들은 그녀의 허벅지보다 두꺼운 팔로 두 팔과 다리를 붙잡았다.
류클리드는 근위병들에게 손발이 묶인 채 바닥에 쓰러졌다.
“남자였을 때 검을 좀 잡아봤을지 몰라도 지금 너는 여자야. 알아들었어?”
“이이익! 놔라! 황제의 몸을 건든 놈은…….”
“하, 씨발. 좋게 얘기하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처음 류클리드에게 펠라를 요구했던 그 경비병이 류클리드의 낡은 죄수복을 찢었다.
부우욱!
“꺄아악!”
한 손에 잡힐 정도로 작지만 탄탄한 류클리드의 가슴이 드러났다.
“하는 꼬라지가 재밌어 보여서 놀아줬더만, 도를 모르네.”
“네놈들! 이러고도 무사할 거 같아?”
“크크크, 무사하지 못할 거란다. 이봐, 지금 본인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는 거 같은데.”
근위병이 류클리드의 턱을 확 챘다.
“끄윽.”
“너는 지금 포로로 잡힌 상태야. 그리고 네놈을 어떻게 범하든 그건 우리의 자유고.”
으르렁거리는 근위병의 기세에 류클리드는 몸이 떨리는 걸 느꼈다.
‘내가 겁을 먹었다고? 이 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제국의 황제이자, 수준급 검사였던 자신이었다.
두려울 것이 하나도 없는 자신이.
고작 근위병 하나를 이기지 못하고 벌벌 떨고 있다니.
그럴 리 없어.
류클리드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야, 이거 봐라. 이 년 덜덜 떠는데?”
“눈물도 흘리는 거 같다?”
“크크크, 이제 완전히 여자네. 누가 이런 년을 황제라고 생각할까?”
비아냥거리는 근위병들의 말이 하나하나 비수가 되어 꽂혔다.
“야. 벌려.”
“뭐, 뭐?”
“벌리라고. 언제까지 수다만 떨 거야? 오늘 하루는 길다고.”
“…….”
“아니면 강제로 벌릴까?”
류클리드는 몸을 부르르 떨며 다리를 벌렸다.
이길 수 없다.
지금 그녀의 몸으로는 이런 근위병 하나도 이길 수 없었다.
‘살아야 해.’
어떤 굴욕을 당하든 살아 있어야, 아군의 도착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 어떻게든 버틸 거다.
그래서 모리스와 내기에서 이겨 다시 황제 자리를 찾고 말리라.
“하, 이럴 거면 빨리빨리 벌리지 그랬냐.”
이죽거리는 근위병들의 치욕스러운 말에도 류클리드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근위병이 단단하게 선 자지를 류클리드의 보지에 쑤셔 넣었다.
“으읍!”
류클리드는 혼신의 힘을 다해서 입을 다물었다.
신음마저 내지 않으려는 그녀의 의지에.
“독하네.”
근위병들이 입꼬리를 올렸다.
괜찮다.
버틸만 했다.
류클리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폭력밖에 남지 않은 근위병과의 섹스를 버텼다.
“아, 맞다. 너 아까 밖에 군인이 도착했는지 물었지?”
허리를 흔들며 헐떡거리던 근위병이 말했다.
“씨발, 우리도 몰라. 우리도 너랑 같이 여기에 갇혔거든. 절대 나갈 수 없게끔 말이야.”
“뭐? 흐으읏!”
근위병도 나가지 못한다니.
“몰랐는데 나보고 그딴 짓을 시킨 거야?”
류클리드는 순간 분노를 느꼈다.
나를 속이고 기만하다니.
“네놈을 죽이겠어!”
류클리드는 근위병의 배 아래에 누운 채 팔 다리를 휘둘렀다.
“아, 진짜 귀찮게 하네. 야!”
“혼자 즐긴다면서 자꾸 왜 부르냐.”
“이년 팔다리 좀 잡아 봐. 건방진 년 교육 좀 시켜야겠어.”
다른 근위병들이 다시 달라붙어서 팔을 붙잡았다.
“놔! 이 새끼들아! 네놈들 전부 다 죽여버릴 거야!”
“하아, 자꾸 이러니까 우리가 화가 나는 거 아니냐.”
근위병이 팔을 들었다.
자꾸만 건방지게 덤비는 이 전 황제를 교육시켜야겠다.
그 마음으로 녀석의 뺨을 때렸다.
짝!
“꺄아악!”
류클리드의 왼 뺨이 빨갛게 부풀어 올랐다.
“이제 정신이 드냐? 네 처지가.”
“퉤!”
류클리드가 근위병의 얼굴에 피가 섞인 침을 뱉었다.
“하, 건방지네. 교육할 맛이 있겠어.”
짝! 짝! 짝!
“꺄아악!”
무차별적으로 이어지는 폭력.
류클리드는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무력감에 몸을 웅크렸다.
제 아무리 자존심 강한 류클리드여도.
퍽! 퍽! 퍽!
“이 썅년이!”
무차별적으로 이어지는 폭력에 자존심을 계속 세우지 못했다.
그녀로선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일방적인 폭력이었다.
“미, 미안해……. 미안해요. 죄송해요…….”
“하아, 하아.”
근위병이 어깨를 들썩이며 노려봤다.
“시발, 분이 안 풀리네.”
근위병이 얼굴을 일그린 채 손을 들었다.
“꺄악!”
한 번 무너진 류클리드의 자존심.
그녀는 마치 여자처럼 다시 한 번 몸을 웅크렸다.
오직 근위병의 주먹을 피하기 위해서.
그 모습에 황제의 위대한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거기까지.”
낮고 굵은 목소리.
모리스 드미트리였다.
“자, 장관님.”
“선을 넘지는 마라. 내가 시킨 건 그저 강간하라는 거다. 몸에 손을 대는 건 시키지 않았어.”
“죄송합니다.”
방금 전까지 그리 기세등등하던 근위대들이 모두 입을 다물었다.
류클리드는 바닥에 웅크린 채 위를 보았다.
가만히 선 채로 무표정한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모리스.
그 곳에 모리스가 있었다.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이.
이렇게 거대할 수 있을까.
그녀는 웅크렸던 몸을 일으켰다.
“괜찮나?”
모리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
류클리드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기분을 느꼈다.
“괜찮지 않은 거 같군.”
“이 새끼…….”
“이렇게 말이 험해도 되나? 내가 지금 너를 구해준 거라고 생각하는데.”
류클리드의 시선이 옆에 있던 근위병들에게 향했다.
그들은 모리스의 눈치를 보며 입을 다물었다.
모리스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짓눌린 상태였다.
류클리드는 그 모습이 낯이 익었다.
마치 황제 앞에서 움츠러드는 수많은 신하들처럼.
저들은 모리스를 황제처럼 대하고 있었다.
“황제가 다 됐네…….”
“아니, 나는 황제가 아니다. 그저 제국이 혼란스럽지 않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네가 나랑 다를 게 뭐야. 사람을 고문하고, 억압하면서 고통스럽게 만드는……. 나랑 다를 게 뭐냐고.”
모리스가 그 자리 그대로 서서 말했다.
“힘든가? 고문을 당해서, 네년을 다른 이들이 인정하지 않아서 힘든 건가?”
“쓸데없는 말로 지랄하지 말고 내 말에 대답해. 네가 나랑 다를 게 뭐냐고.”
“그래. 이게 바로 네가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에게 했던 짓이야.”
“……뭐?”
“어때? 네가 했던 대로 당하니까. 이제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겠나?”
“하……. 네가 지금 나를 가르치려고 드는 거야? 그래서 황제의 버릇을 새롭게 고치려고?”
“아니.”
모리스가 고개를 저었다.
“나는 네 성격을 고치려고 이러는 게 아니야. 성군을 만들려는 것도 아니고.”
주위의 소음을 차단한 모리스가 입을 열었다.
“네게 벌을 주는 거다.”
“벌?”
“그래. 지금까지 네가 다른 사람들에게 저질렀던 죄에 대한 벌.”
“그 벌을 네가 준다고? 무슨 권리로? 고작 제국에서 제일 강하다는 이유로? 그럼 네가 이러는 짓은 누가 벌하는데?”
“언젠가 나보다 강한 자가 나오면 벌을 내리겠지.”
“궤변이야.”
“그게 싫으면 강해져. 아니면…….”
모리스의 목소리가 더욱 낮아졌다.
“항복해. 그러면 이 고문과 감금도 모두 끝내주지.”
“하……. 내가 할 거 같아? 지금쯤 제국의 병사들이 깔렸을 거야.”
“오지 않았다.”
“거짓말! 네놈이 근위병들도 여기에 묶어놨다는 걸 알고 있어! 네가 속이고 있는지 어떻게 알아!”
“네게 직접 보여주길 원하나?”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다.”
모리스가 손가락을 튕겼다.
“세리아.”
“예, 주인님.”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세리아가 한 걸음 다가왔다.
“전 황제님을 데려가 몸소 보여줘라. 성 밖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겠습니다.”
세리아가 류클리드를 데리고 올라갔다.
류클리드를 바라보는 세리아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도 차가웠다.
“세리아…….”
간절한 목소리에도 반응하지 않을 정도로.
이제 세리아가 보여줄 것이다.
류클리드가 생각한 최악의 환상을.
그녀가 가진 매혹향으로.
그럼 류클리드도 포기하겠지.
아무리 강한 창이라도 부러지는 건 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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