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5화 〉 104화 부끄러워 하는 에미르.
* * *
지하실에서 울려퍼지고 있을 류클리드의 비명은 완전히 차단되어서 들리지 않았다.
“후우.”
머리가 지끈거린다.
계속된 싸움에 몸이 무거웠다.
이제 첫 번째 단계가 끝났을 뿐.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은 많았다.
수도에서 남은 일은.
귀족파 내부의 갈등과 여전히 남은 황제파들의 설득.
그게 끝이 아니었다.
여전히 건재한 솔라리온과 그를 중심으로 모일 제국 정규군들.
그로 인해 생길 전쟁까지.
하지만.
‘오늘 하루는 괜찮다.’
당장 정리해야 할 일은 끝이 났다.
여러 귀족들이 수도에 올 때까지는 시간이 남았다.
모두가 방을 떠나고.
방에 나와 단 둘이 남은 에미르가 입을 열었다.
“고생 많으셨어요.”
“에미르, 그대야말로 고생 많았다.”
가장 힘든 일을 맡기지 않았던가.
그녀의 아버지인 솔라리온 공작의 맞상대.
“힘들진 않았나?”
솔라리온의 무력도 무력이지만, 가족과 싸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을 거다.
“괜찮아요. 다만 공작님을 막지 못했어요.”
에미르는 풀이 죽은 목소리로 답했다.
내가 황궁 문을 뚫고 들어가는 순간, 기사단을 이끌고 도망쳤다고 들었다.
그라면 결말을 알고 있었겠지.
어떻게든 막으려고 했으나, 내가 더 빨랐다.
“그건 상관없다. 예상 범주 안이니까.”
오히려 그가 도망쳐야만 황제파 귀족들의 세력이 황궁보다 외부에 집중될 수 있으니까.
“미안하다. 그런 일을 겪게 해서.”
“아니에요.”
“차라도 한 잔 하겠나? 좋아하지 않았나? 차 마시는 거.”
“아, 네. 좋아요.”
나는 차를 따라 에미르에게 내밀었다.
그녀는 차를 마시지 않고 잔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저, 모리스님.”
“무슨 일이지?”
“예전에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나시나요?”
처음 만났을 때라.
기억은 난다.
내가 아닌, 원래의 모리스가 그녀와 만났을 때.
모리스는 그 때 에미르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그 때 에미르는 달랐겠지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에미르가 싱긋 웃었다.
“그 때와 정말 많이 달라지셨어요. 아시나요?”
“글쎄. 잘 모르겠군.”
“처음에는 왜 이런 사람이랑 약혼해야 하나 싶었지만.”
“지금은 아닌가?”
“예.”
에미르의 얼굴이 붉어졌다.
“지금은 좋아해요. 예전에 보였던 모리스님의 모습까지도요.”
“그건 인상적이군.”
응접실엔 한동안 침묵이 내려앉았다.
“귀족가 여식이 먼저 좋아한다고 고백했는데, 그게 끝인가요?”
에미르가 아쉽다는 눈초리로 나를 쏘아보았다.
담백한 고백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것이 아쉬운 것이리라.
“예전에 말하지 않았나.”
나는 찻잔을 잡은 에미르의 손을 감쌌다.
“상황이 이렇지 않았다면, 그대를 안았을 거라고.”
나 나름대로의 애정 표현이었다.
“좋아한다는 뜻인가요?”
“그래. 그만큼 솔라리온 영애를 아끼고…….”
그 때, 에미르가 검지 손가락을 내 입에 댔다.
“성 말고 이름으로 불러줘요. 이젠 솔라리온이 아니니까요.”
“알았다.”
조금 어색하지만.
“에미르.”
나는 에미르의 이름을 불렀다.
“헤, 헤헤.”
에미르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가린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다시 한 번 불러주시겠어요?”
“에미르, 좋아한다.”
“꺄아아.”
에미르가 손을 파닥거렸다.
“그리 좋은가?”
“물론이죠. 늘 꿈꾸던 거였는데요.”
에미르가 시선을 피했다.
얼굴이 붉어지고.
공기가 뜨거워졌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꿀꺽.
나는 에미르를 보았다.
시선을 교차한 순간, 황궁으로 가던 마차 안에서처럼.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고.
그녀 역시 내게 다가왔다.
가볍고 부드러운 입맞춤.
시작은 그러했으나.
혀와 혀가 교차하는 순간.
분위기는 점점 더 무르익었다.
조용한 응접실 안에서 나와 에미르가 입을 맞추는 소리만이.
츄릅. 쪽. 쪽.
울려퍼졌다.
내 손은 자연스럽게 에미르의 몸을 더듬었다.
한 손으로 허리를 감싸안았고.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엉덩이를 보드랍게 쓰다듬었다.
동시에 에미르의 손가락이 내 가슴을 두드리는 것이 느껴졌다.
“하아, 하아.”
숨소리가 더욱 거칠어졌다.
“역시, 능숙하시네요.”
나와 에미르 사이에 투명한 선이 늘어졌다.
에미르의 얼굴이 몽롱해졌다.
이미 한 번 가 버린 듯.
초점이 흐릿했다.
“그래서 싫은가?”
에미르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그녀는 모리스가 무엇을 해도 좋았다.
그의 주위로 빛이 일어나는 착각마저 들었다.
“좋아요. 멋있어요.”
“나도 그렇다.”
나는 에미르의 머리를 쓸어내렸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스르륵.
그녀의 옷을 풀어헤쳤다.
싸움을 위해 입은 활동성 높은 셔츠와 경갑옷.
갑옷을 풀고.
툭.
그 안에 입고 있는 셔츠도 벗기려는 찰나였다.
“저, 저기 모리스님.”
에미르가 옷을 벗기려는 내 손을 붙잡았다.
“왜 그러지?”
“아, 아직 씻지 않았는데……. 땀 냄새 날 거예요.”
에미르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냄새 때문이라면 걱정 마라. 나는 에미르 너의 것이라면 다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저, 정말인가요?”
“그러나 그대가 염려하고 있으니.”
따악!
나는 손가락을 튕겼고.
그 순간 우리는 응접실이 아닌, 목욕탕으로 공간이동했다.
“무대를 바꾸도록 하지.”
이미 한 차례 열기가 오른 목욕탕의 공기는 후덥지근했다.
넓은 욕실에는 온갖 물건들이 다 있었다.
부드러운 물침대까지 있었다.
마나막으로 모양을 갖춘 진짜 물침대 말이다.
침대에 오르자
욕탕의 물이 솟구쳐 올랐다.
솟구쳐 오른 물이 비처럼 쏟아져 에미르와 나를 덮쳤다.
쏴아아!
세척 마법이 걸려 있는 물을 맞으며, 나는 세리아의 옷을 벗겼다.
물에 젖은 옷이 피부에 짝 달라붙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의 옷을 벗기자, 하얀 젖가슴과 분홍빛 유두가 드러났다.
운동하면서 생긴 11자 복근과 부드러운 피부 밑에 숨은 단단한 근육까지.
검사의 근육이었다.
“열심히 단련했군.”
“부끄러워요.”
“자랑스러워 해도 된다.”
그런 모습에 좋아했던 것이니까.
에미르를 좋아한다는 감정을 인정하기 시작한 뒤부터 그녀의 장점이 많이 보였다.
아름다운 외모 뒤에 숨겨진 그녀의 노력.
그 모습이 세리아와는 다른 매력이 아닌가.
나는 부드럽고 단단한 에미르의 피부를 천천히 쓸었다.
“하읏!”
손가락으로 쓸어내리자, 에미르가 몸을 흠칫 떨었다.
쇄골부터 마사지하는 나를 에미르가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이 온통 젖어버린 내 몸에 꽂혔다.
꿀꺽.
침을 삼키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하으읏! 잠깐만요. 모리스님. 거기는…….”
약점을 찾았다.
엉덩이를 마사지하자마자, 에미르의 몸이 팔딱 튀었다.
“하아, 하아앙.”
신음을 내지르며 온몸에 힘이 꽉 들어갔다.
근육을 마사지 하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나는 마사지하던 도중, 에미르를 보았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입술을 깨물며 차오르는 쾌감을 참고 있었다.
“그리 좋은가?”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솔직하지 못하긴.
“그럼 더 기분 좋아지게 해줘야겠군.”
“예? 자, 잠깐만요.”
히이익!
에미르의 비명과도 같은 신음 소리가 욕탕에 울렸다.
몸을 크게 떨었다.
나는 계속해서 에미르의 몸을 애무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헐떡이는 에미르의 가슴이 위아래로 세차게 움직였다.
지독한 쾌감에 몸을 떨었다.
멍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에미르.
“이제……. 제가 해드릴게효오.”
귀족가 영애가 맞나 싶을 정도로 풀어헤쳐진 모습.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미르는 내 옷을 벗기며 입으로 가슴과 유두를 애무했다.
낼름낼름.
입술과 혀로 내 젖꼭지를 핥는 모습은 마치 아기처럼 귀여웠다.
서툴지만, 천천히 배워가는 느낌으로 에미르는 내 몸을 어루만졌다.
발가벗은 채로 정성스럽게 내 몸을 애무하는 에미르.
그 모습만으로도 내 흥분도는 하늘을 찔렀다.
욱신.
아랫도리가 부풀어서 압박감이 느껴졌다.
그걸 본 에미르가 입술을 집어넣으며 침을 삼켰다.
꿀꺽.
“하아, 하아.”
점점 달뜬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에미르는 무릎을 꿇은 채로 모리스를 올려 보았다.
상냥하게 자신을 보는 모리스.
가끔 그녀에게 보여주던 그 미소였다.
그리고 그런 평범한 속에서도.
그의 물건은 부풀어 있다는 것, 모리스의 본능도 그녀를 원한다는 사실이 그녀를 더욱 흥분하게 만들었다.
숨은 점점 거칠어졌고.
입이 바짝 말랐다.
이런 건 처음이었다.
아니, 처음은 아니었지만 맨정신으로 하는 건 처음이었다.
매혹향이라는 것이 취했다고 하지만, 어찌 그랬을 수 있을까.
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리고 생각은 잠깐이었다.
지이익.
버클을 풀고 지퍼를 내렸다.
잔뜩 젖은 팬티가 드러났다.
물에 젖었겠지?
하지만 물 말고도 다른 것이 묻었음을, 에미르는 알았다.
팬티를 벗기자.
툭!
모리스의 굵은 물건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하아, 하아, 하아.”
에미르는 모리스의 물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굵고 긴 단단한 물건.
이게 앞으로 그녀의 안에 들어온다고 생각하니.
흥분감을 주체할 수 없었다.
‘역시 나로 흥분하셨구나.’
그녀는 아랫배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해줬으면 하는 게 있나?”
자꾸만 내 물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에미르에게 물었다.
“아, 그, 그게요.”
“솔직하게 얘기해줬으면 한다. 오늘은 그대의 부탁은 다 들어줄 테니까.”
“그, 그렇다면요…….”
우물쭈물.
에미르가 더듬거리며 말을 이었다.
“저를 안아주세요.”
“안아 달라? 정확히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지, 짓궂으셔요.”
“나는 솔직한 여자를 좋아한다.”
“그, 그럼 부, 불 부터 꺼주시겠어요?”
“불?”
“예, 이대로 하려니까 조금 부끄러워서요.”
원하는 대로 해주기로 했으니.
손가락을 튕겨, 목욕탕의 조명을 낮췄다.
은은한 노란 빛의 조명에 주위가 어두워졌다.
살짝 어두워진 방 안에서.
에미르가 내 자지를 두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며 말했다.
“모, 모리스님의 이 물건으로 제 안을 괴롭혀주세요.”
말을 마친 에미르는 차마 내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나는 처음으로.
에미르의 말대로 조명을 줄인 걸 후회했다.
그녀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더 자세히 보고 싶었으니까.
“그 걸 원한다면.”
해주지 못할 이유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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