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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악녀를 조교하게 되었다-102화 (102/174)

〈 102화 〉 101화 내전(3)

* * *

“하아.”

매혹향을 회수한 세리아는 앞에 쓰러진 병사들을 보았다.

그들은 몇 번이고 절정을 느꼈는지, 간헐적으로 몸을 떤 채로 눈을 까뒤집었다.

그들은 각자 자기 취향을 듬뿍 담은 꿈을 꾸고 있으리라.

“별거 아니네.”

무섭고 두려웠다.

강해졌다.

라고 모리스가 몇 번이고 말했지만 믿지 못했다.

그래서 병사들을 유혹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놀랐던가.

할 수 있을까?

긴가민가했는데.

정말 되더라.

“별거 아니네.”

세리아는 자기 발아래에 떨어진 채 몸을 들썩거리는 병사들을 내려다보았다.

오싹오싹.

묘한 도취감이 생겼다.

이 남자들이 전부 자기 때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는 생각에.

그녀가 가진 절반의 몸.

서큐버스의 본능이 가슴속에서 꿈틀거렸다.

물론 세리아는 몰랐다.

아주 깊은 가슴속.

남자의 정기를 뽑아내는 행위 자체에 생기는 쾌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을.

“주인님은 뭐 하고 계실까?”

귀족들이 대피하는 걸 본 세리아가 턱을 괴었다.

모리스 드미트리.

그녀의 주인이자, 몸을 섞은 남자.

모든 것을 잃어 버린 세리아에게 새로운 삶을 준 남자.

최근에는 그의 매력에 빠진 여우들이 너무 많았다.

‘솔라리온.’

최근 주인님에게 자꾸만 어필하는 암캐.

원래는 매혹향으로 넉다운 시킨 뒤에 주인님을 독차지하려고 했는데.

그녀의 바람과는 달리.

에미르는 정신을 차리고 오히려 모리스에게 달려들었다.

환각을 보이게끔 조절했는데도!

결국 암캐년도 주인님과 몸을 섞었다.

“짜증 나.”

세리아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녀가 느낀 불쾌감에 바뀐 매혹향의 기운에.

“으허억!”

“끄어어어.”

그녀에게 홀려 정신을 잃은 병사들이 바닥에서 꿈틀거렸다.

매혹향의 변화에, 그들이 보는 환각 역시 바뀐 거다.

최고의 환각이 최악으로 떨어진 것이리라.

“안 되겠어. 주인님을 찾아야지.”

***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네.”

나는 대피한 귀족들을 보며 말했다.

황제의 타겟이 되어 근위대에게 압송될 뻔했던 귀족들이 수도 교외에 마련했던 대피소에 도착했다.

그들은 이제야 한숨 돌렸다는 듯 나를 올려다보았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이래도 계속 싸우지 않을 텐가?”

나는 자리에 모인 귀족들에게 말했다.

황제와 전투를 주저하던 이들도 자신이 잡힐 상황이 되고 나니.

“저희가 어찌해야 합니다까?”

반역이라는 마지막 족쇄.

그러나 미친 황제에 의해 감옥에 갇힌다면 이도 저도 안 되는 걸 아는 거다.

“황제가 선을 넘었다. 우리 역시 귀족들의 권리를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

자리에 있는 모두가 대답이 없었다.

이번 상황에서 침묵은 긍정이나 다름이 없다.

“방법이 있습니까? 아무리 마법부 장관이라도 황제를 전복시킬 수는 없습니다.”

황제파는 총 세 명의 소드 마스터가 있다.

거기에 수천의 근위대.

황제파 귀족들의 사병까지.

아무리 내가 있다고 하더라도 혼자서 저들을 모두 상대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지.’

세리아와 에미르.

그 두 사람과 함께라면 어느 정도는 상대할 수 있었다.

지방에 위치한 제국의 군대가 오기 전에 모두 끝낼 수 있을 거다.

“최대한 정예로 황궁을 칠 거다.”

“진심이십니까? 무모합니다다!”

로널드 백작이 대표로 외쳤다.

“황후를 이용해 황제를 압박한다는 계획은 어쩌신 겁니까?”

“폐기한다.”

매일 기억을 잃어 버리는 황후를 언제까지 기다릴 수는 없었다.

그러다가 귀족들이 다 죽으면?

황제가 병사를 이끌고 우리를 친다면?

아니, 이미 그 기색은 몇 번이고 내비쳤다.

우리가 모른 척 무시했을 뿐.

“이미 먼저 검을 뽑은 건 황제다.”

“…….”

자리에 있던 모두가 입을 열지 못했다.

“가만히 죽을 생각인가?”

“그건 아닙니다.”

“그럼 따라라.”

나를 따르지 않는 이들까지 내가 지켜 줄 이유는 없었다.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방법이 있습니까? 황제는 우리를 잡으려고 했습니다! 다른 황제파 귀족들도 전부 받는 뇌물 따위로 말입니다!”

나를 따라야 한다는 자.

“허나 반역이오! 반역자들의 말로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시오?”

여전히 황제를 따라야 한다는 자.

“이, 이를 어찌해야 한단 말이오.”

여전히 결정내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자들까지.

“그 뇌물 조금 때문에 삼족이 멸할 반역을 저지른다는 것이오? 말이 되지 않는!”

“그 미친 황제가 무슨 짓을 벌일 줄 알고?”

“자기들 일이 아니라고 이러는 거요?”

“니들도 우리랑 같은 돈을 받았잖아! 대체 왜 군인이 안 왔던 건데? 니들 황제파랑 한 패 아니야?”

“뭐? 이 새끼들이 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지!”

자기들끼리 분열되고 난리다.

‘솔라리온 공작, 빌어먹을 술수를 썼군.’

귀족파 내부의 갈등을 만들기 위해 수를 쓴 거다.

같은 뇌물을 받은 이들마저도 서로 믿지 못하게끔.

검만 잘 쓸 놈일 줄 알았는데.

‘지크프리트를 상대한다고 능구렁이가 다 됐어.’

나는 반대파들을 보았다.

이 와중에 갈릴 거라고는 생각했다.

대부분은 혐의가 없는 귀족들이었다.

‘머저리들.’

자기들의 먼 미래를 보지 못하는 병신들이었다.

따악!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대피소를 비추던 빛이 모두 사라지고, 어둠이 자리했다.

방금까지 떠들던 이들이 입을 다물었다.

내 눈앞에 불꽃이 켜지며, 얼굴을 비췄다.

“내가 방금 말하지 않았나? 황궁을 칠 거라고.”

“지금 다른 의견을 들을 여유가 있을 거라고 보나?”

근위대들이 더 모이기 전에 세력을 모아야만 했다.

“이건 반역이오! 나는 이런 계획을 절대 따를 수 없소이다!”

지크프리트 공작과 함께 귀족파의 주축이었던 망그레브 후작이었다.

그는 절대 황궁을 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는 귀족이기 전에 제국의 시민이오! 어찌 황제 폐하를 공격할 수 있겠소?”

“그리 말할 줄 알았네. 내가 왜 그대들에게 내 계획을 말했는지 아나?”

따악!

다시 한번 손을 튕기자.

쾅!

다시 불이 켜졌고.

땅에서 솟은 족쇄가 망그레브 후작의 손발을 묶었다.

“그대들은 일이 끝날 때까지 여기에 있을 것이오.”

“드미트리 백작!”

망그레브 후작이 나를 노려보았다.

“하늘이 무섭지 않으시오! 천륜을 저버리는 짓이외다!”

“나는 당신들의 허락을 구하려는 것이 아니오. 전부 다 죽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그대로 주저앉아 있으시오.”

망그레브가 이를 갈았다.

더 많은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자리에 있는 귀족들의 시선이 나와 망그레브 후작에게 향했다.

“내 조력자였던 이들을 죽일 생각은 없소. 거사가 실패한다면 내 마법이 풀릴 것이고 살아남을 수 있겠지. 허나 내 계획이 성공한다면…….”

목소리를 깔았다.

“뒤는 그대들의 상상에 맡기겠소.”

***

저택으로 돌아가자.

“주인님!”

세리아가 내게 안겼다.

옆에 서 있던 에미르가 눈을 날카롭게 떴다.

“떨어지세요.”

“제가 왜요? 솔라리온 영애는 방금까지 주인님과 함께 계셨잖아요. 저는 그동안 떨어져 있었으니, 이 정도는 당연히 받아야 하죠.”

똑 쏘는 세리아의 말에 에미르가 받아쳤다.

“노예주제에 건방지네요.”

“‘전’ 약혼자보단 훨씬 더 가까운 사이 아닐까요? 저는 주인님과 몇 번이고 함께 밤을 나눈 사이인 걸요.”

세리아가 콧대를 높였다.

주먹을 쥔 에미르가 덥석 내 손을 잡았다.

“저, 저도 할 수 있어요.”

내 손을 잡은 에미르의 얼굴이 터질 듯이 달아올랐다.

“잘할 수 있다고요.”

마치 내게 애원하듯 말하는 에미르의 말에 나는 작게 미소 지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이었다.

세리아의 톡톡 튀는 매력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에미르였다.

“둘 다 그만해.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 황제의 군대가 곧 몰아칠 테니까.”

두 사람 모두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내 말에 부정하지 못했다.

황제의 근위대는 황궁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고 있었다.

저 진형이 모두 갖춰지면, 제국의 지방군과 상비군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할 것이다.

그럴 때, 상대적으로 병력 숫자가 적은 우리는 힘든 싸움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자금과 군인을 지원할 에밀리가 없으니.’

우리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만 했다.

“방법이 있나요?”

있다.

물론, 나는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할 거다.

마나 균열 속에서도 마법을 쓸 수 있는 아티팩트가 있으나, 그것으로 마스터를 이길 수는 없었다.

즉.

에미르와 세리아가 활약해 줘야 한다는 뜻.

“다른 마스터 급 지원 병력이 필요하다.”

“그게 누구죠?”

나는 뒷마당에 있는 릴리스와 그녀를 보살피고 있는 세바스찬을 보았다.

과거 초월자였던 이들이었다.

릴리스는 나 때문에, 세바스찬은 과거의 사건으로 인해 인간으로 떨어진 초월자들.

둘이서 마스터 한 명은 상대할 수 있으리라.

“그게 끝인가요?”

“한 명 더 필요하다.”

내가 합류하기 전 귀족파 최대의 비대칭 전력이었던.

지크프리트의 기사단장.

머스크.

지크프리트의 잠적 이후, 함께 전면에 나오지 않은 소드 마스터였다.

아마 지크프리트의 옆에서 그를 보좌하고 있으리라.

나는 머스크와 사이는 좋지 않지만, 그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나는 그자를 찾아갈 생각이었다.

“머스크를 만나러 지크프리트 저택으로 가겠다.”

지크프리트라는 말에 세리아가 흠칫 몸을 떨었다.

“함께 가겠는가?”

두 여자에게 말했다.

세리아 그리고 에미르까지 전부.

근위대가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최강 전력인 두 사람을 떼어 놓을 필요가 없었다.

“좋아요.”

“알, 겠어요.”

순순히 대답한 에미르와 달리, 세리아는 말을 더듬었다.

여전히 그때의 기억이 있는 거다.

지크프리트가 무너졌던.

세리아와 함께 갔던 그때의 일을 말이다.

“미안하다.”

나는 세리아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괜찮아요. 저는 오히려 좋은걸요. 그게 아니었다면 저는…….”

세리아가 나를 보며 웃었다.

“여전히 고통스러웠을 테니까요.”

어쩐지 그 미소가 슬퍼 보이는 건 왜일까.

“가지.”

마지막 아군을 데리고 오기 위해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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