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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악녀를 조교하게 되었다-98화 (98/174)

〈 98화 〉 97화 뭔가 이상한(?) 수업 (3)

* * *

이걸 어쩌면 좋을까.

에미르는 멍한 눈으로 나를 보며 안달나 있는 상태고.

세리아는 내가 안기며 대놓고 유혹을 해 온다.

여기서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좋을까.

잠시 고민했다.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이렇게 매력적인 여자가 모리스님을 유혹하는데.”

“문제가 있잖은가?”

“저 여자요?”

세리아가 에미르를 가리켰다.

“어차피 제정신도 아닌 걸요.”

이제는 매혹향을 자신의 것처럼 활용하는 세리아였다.

“이제 대놓고 사용하려는 건가?”

“모리스님이 계시잖아요.”

“너를 위해 기억이라도 지우라고?”

“아뇨.”

세리아가 고개를 저었다.

“모리스님의 마법이라고 둘러대면 되니까요.”

“많이 건방져졌군.”

“솔직해진 거죠.”

이젠 한 마디를 지려고 하지 않았다.

“하아.”

어쩐지 이럴 거 같았다.

에미르가 따라 올 때부터.

아니, 정확히는 세리아가 마법을 하루 종일 배우고 싶다고 말했을 때부터 그랬다.

“지금은 할 때가 아니다.”

“왜 아니에요? 지금이 딱 할 때인데.”

세리아가 내게 몸을 밀착했다.

빳빳하게 선 물건이 그녀의 배에 닿았다.

“여기는 이렇게 하고 싶다고 하는데요.”

나는 에미르의 눈치를 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풀린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에미르에게 꽂힌 시선이 돌아가지 않았다.

“나를 봐요.”

세리아의 목소리에 다시 그녀를 보았다.

질투 가득한 표정.

볼을 부풀린 채 나를 쏘아 보았다.

“저 여자가 그리 좋으시나요? 파혼까지 했던 저 여자에게 왜 이리 정을 주시려는 건가요?”

“지금 반응은 질투인가?”

“네. 질투하고 있어요.”

못 말리겠군.

나는 입꼬리를 쓰윽 올리며 세리아를 보았다.

조교로부터 시작된 인연이었다.

어느새 그녀는 내게 집착하고 있었고.

내가 없으면 견디지 못하겠다는 투로 덤볐다.

과거 악녀였던 모습은 어디에 있는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어쩌면 이게 본성이었을지도 모르겠군.’

가질 수 없다는 상실감과 질투에 스스로를 몰아붙인 걸지도.

“아직 수업중이다. 이런 건 하지 않는 것이 좋겠군. 아직 마법을 더 숙달할 필요가…….”

나는 그녀를 떨어트리기 위해 힘을 주었다.

그런데.

“안돼요. 아까 알려준 마법은 이미 다 깨우쳤다고요?”

세리아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마치 거대한 바위라도 된 것처럼 내 목을 움켜진 그녀의 몸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마법?’

그녀는 방금 내가 알려준 몸을 강화시키는 마법을 쓰고 있었다.

캐스팅도, 영창도 없이 말이다.

고작 몇 번 가르친 것에 불과한데?

“너, 벌써?”

다시 한 번 진한 매혹향이 그녀에게서 풍겨 나왔다.

“그러니 이젠 다른 걸 알려주세요. 선생님?”

세리아가 내 손을 잡고 가슴으로 가져다 대었다.

마법으로 해독해야 하는데.

방 안에 가득 찬 매혹향 때문에 머리가 제대로 돌지 않았다.

이 얼마나 지독한 향인가.

세리아와 몸을 밀착시킨 탓에 맡아버린 진한 농축향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이러는 거……별로 좋지 않다고 보는데?”

“왜요? 주인님도 좋아하시잖아요. 이렇게…….”

세리아의 부드러운 가슴의 촉감이 손에 전해졌다.

“가슴을 만지는 걸요.”

그때였다.

“그만……하세요.”

옆에서 에미르의 목소리가 들렸다.

에미르가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파르르 떨며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세리아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마법이 풀렸는지 알지 못한다는 눈빛이었다.

“어, 어째서?”

“그건 반칙인 거……알죠?”

걸어오는 에미르의 발걸음이 위태로웠다.

허나 똑바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모리스님한테 건 마법, 빨리 풀어요.”

에미르가 떨리는 눈으로 세리아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 이잇!”

“당신이 풀지 않으면 저도 가만히 있지 않겠어요.”

하악, 하악.

아무렇지 않은 척 서 있지만, 달싹거리는 어깨, 쌔액 쌔액 내뱉는 숨소리까지.

매혹향에 제정신을 잡고 있는 것도 기적에 가까웠다.

세리아가 에미르에게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나는 정신을 집중했다.

그녀에게 걸린 강화 마법을 풀고 이 진한 매혹향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평소와는 다르게 차분하게 마나를 끌어올렸다.

“방법이 없네요.”

세리아가 중얼거렸다.

“경쟁자가 많아지면 성가시니까……. 이럴 거라면 차라리.”

세리아가 눈을 빛냈다.

그녀의 몸에서 다시 한 번 마나가 용솟음쳤다.

마나가 꿈틀거리는 것만으로도 무슨 마법인지 알았다.

“세리아!”

나는 마법을 시전하려던 세리아에게 외쳤다.

“금방이에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과도한 마법.

이미 한계점을 넘어버린 매혹향.

세리아 역시 매혹향에 취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언제부터?’

아마 마법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배운 탓.

나는 정화 마법을 걸고 방 곳곳에 놓았던 마나석을 보았다.

이미 전부 깨진 상태.

저것들만으로 정화하기엔 이미 늦은 거다.

“빌어먹을.”

그러는 동안 세리아의 주문이 완성되었다.

그녀의 주문이 에미르에게 향했고.

나는 손을 뻗어 마법을 해제했다.

아니, 해제하려고 했다.

팡!

“꺄아악!”

해제 주문이 튕겨나갔고.

에미르의 발밑에서 솟아 오른 덩쿨들이 에미르의 발을 묶었다.

바인드.

내가 주로 쓰는 속박 기술 중 하나였다.

이걸 가르쳐 준 적이 있던가?

아니.

내가 마법을 쓰는 걸 옆에서 지켜본 것에 불과했다.

‘재능.’

말도 안 되는 재능이었다.

“그쪽은 거기서 지켜보고만 있어요.”

싱긋 웃은 세리아가 내게 시선을 돌렸다.

“이제 우리 둘만의 시간이네요?”

“세리아…….”

“괜찮아요. 주인님은 가만히 저를 느껴주시기만 하면 돼요.”

나는 마법을 쓰기 위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나.

핏!

마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이제 이 주위에 마나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전부 매혹향으로 바뀌어버린 방의 마나들.

‘설마 일부러?’

좁은 공간을 원했던 건 그 때문이었나.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주인님, 저항하지 마세요. 그냥 저한테 몸을 맡기시면 돼요.”

세리아가 천천히 내 옷을 벗겼다.

몸부림 쳐보지만, 마나가 없는 곳에서 마법사는 무기력할 뿐이었다.

“이런 주인님의 모습도 귀엽네요.”

후훗.

낮게 웃은 세리아가 내 옷을 모두 벗겼다.

이미 발딱 텐트를 친 팬티를 제외한 옷이 그녀에 의해 벗겨졌다.

“역시 멋있어요. 주인님.”

세리아가 내 얼굴을 쓰다듬었다.

“얼굴도 그렇고 마법을 자유자제로 쓰는 실력도 그렇고……. 이렇게 탄탄한 근육까지.”

세리아의 손가락이 내 몸을 이곳저곳 쓰다듬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점점 과감해졌다.

이윽고.

팬티를 벗겨 터질 듯이 팽창한 자지를 꺼냈다.

“세리아……. 이러는 건 좋지 않다.”

“왜요? 주인님이 주도권을 갖지 못해서요?”

세리아가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짓더니 내게 몸을 기울였다.

“아니면 전 약혼자가 보고 있어서요?”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에미르가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

에미르는 발목이 묶인 채 세리아에게 덮쳐지는 모리스를 보았다.

그는 세리아에게 저항도 하지 못하고 당하고만 있었다.

난처한 얼굴로 세리아를 내려보는 그.

흥분. 초조. 갈등. 난처함 등.

저렇게 얼굴에 감정이 드러나는 사람이었던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에미르에겐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표정이었다.

‘치사해.’

질투가 났다.

그녀는 하지 못했던 걸 세리아가 하고 있어서.

에미르도 얼마나 준비를 해왔던가.

수업 중에 모리스를 유혹해보겠다고 속이 비치는 셔츠에 유독 땀에 잘 젖는 재질의 옷을 구했으며.

그녀가 가지고 있는 속옷 중에서 가장 야한 것을 입고오기까지 했다.

그런데 모리스는 어떻게든 그녀를 멀리하더라.

이렇게 노력을 했는데!

오히려 지금 모리스를 품에 안고 있는 건.

‘저 지크프리트의 암캐년.’

질투심이 폭발한 에미르는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그녀는 보고 말았다.

모리스에게 기댄 채로 자신을 보며 비웃는 세리아의 얼굴을.

세리아는 마치 과시하듯 모리스의 가슴근육을 혀끝으로 살살 괴롭혔다.

그리고 손가락은.

말하기도 망측한 물건을 훑고 있었다.

“크읏!”

그 때 들리는 모리스의 신음이 에미르를 괴롭혔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모리스의 신음소리.

‘치사해. 치사해. 나한테 보여주지 않은 걸 저 여자한테만 보여주고.’

자신의 발을 묶은 이 줄기들만 아니라면.

그녀 역시 달려가 모리스를 괴롭히고 싶었다.

그녀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아니, 누가 보기는 했을까.

저 대마법사 모리스 드미트리가 저런 모습까지 보일 수 있다는 걸.

아무렇지 않은 척 어떻게든 파훼법을 찾는 모습까지도.

그녀에겐 낯설게만 느껴졌다.

그 모습이 귀여웠다.

에미르는 어떻게든 그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그녀 역시.

저렇게 약한 표정을 짓고 신음을 참으려는 모리스를 괴롭히고 싶었다.

하지만 이 덩굴 줄기는 끊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이익!”

에미르의 몸이 움찔거렸다.

보고만 있어도 질투심이 머리까지 치솟았지만, 동시에 그녀의 몸은 솔직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욱신욱신.

에미르는 아랫도리가 간지러웠다.

파르르.

떨리는 손가락이 아래로 향했다.

‘안돼!’

쾌락에 패배할 수 없다.

그녀가 아래에 손을 대는 순간, 패배를 선언하는 꼴.

이 마법을 풀 생각도 못하고 자위를 하며 패배감만 느끼겠지.

그건 사절이었다.

질투심.

그리고 애달픔.

그녀 역시도 모리스를 괴롭히고 싶다는 욕구.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감.

수많은 감정이 그녀의 안을 헤집었다.

그리고 그 때.

과도하게 밀집되어 있던.

세리아가 모리스의 마법을 막기 위해 일반적인 마나보다 몇 배는 더 농축되어 있던 방의 매혹향이.

그녀의 욕구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에미르는 자신도 모르게 매혹향을 흡수했고.

그 힘이 마나처럼 그녀의 안에서 헤엄쳤다.

그건 세리아에게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리스도.

매혹향을 뿌렸던 세리아도.

그리고 에미르 자신마저도 눈치 채지 못한 변화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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