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화 〉 91화 남쪽으로, 더 남쪽으로. (1)
* * *
백설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제국으로 전진이라니 그게 정말 가능합니까?”
“이제 곧 겨울입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조금이라도 지체된다면 겨울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전부 죽을 가능성이 큽니다!”
제국으로 남진하겠다는 말에 주위 족장들이 찾아와 만류했다.
몇 번이고 회의에서 나왔던 이야기였다.
또 똑같은 말.
크루이 족의 정치구조는 한 명의 대족장 아래에 수많은 족장들이 분포하는 구조였고.
때문에 대 부족장인 백설의 부름에 다른 모든 부족장들이 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신성한 대결에서 얻은 자리였음에도 백설 본인이 획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일까.
기존 부족장들의 텃세가 만만치 않았다.
이 반대 의견 또한 그녀를 견제하기 위한, 반대를 위한 반대밖에 되지 않았다.
“그만.”
북부의 서릿발만큼이나 차가운 그녀의 말에 방금까지 떠들던 족장들이 한 번에 입을 다물었다.
그들 역시 자신이 왜 입을 다물었는지 몰랐다.
백설이 가진 타고난 카리스마였다.
“족장들의 의견은 잘 들었어. 제국을 공격하는 걸 반대하는 사람들이 꽤 많네.”
백설은 모여 있는 족장들을 둘러보았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전쟁을 반대했다.
반대하는 이들은 대부분 전 부족장이었던 벤단크루를 직접적으로 따르던 무리들.
그녀는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이들을 어렵게 설득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나를 따르기 싫다면 남아있어.”
그녀는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
“하지만 우리가 제국의 방벽을 뚫고 내려가게 된다면, 지금 오지 않았던 놈들은 전부 후회하게 될 거야.”
“어째서 성공을 자신하는 겁니까? 겨울에 병력을 일으키는 건 우리 가족들을 모두 죽이는 작전입니다.”
백설은 코웃음을 쳤다.
“아직도 모르겠어? 나를 대 부족장으로 만들어 준 사람이 누구인지?”
“…….”
다른 족장들의 시선이 천막 밖으로 향했다.
여유롭게 마을을 내려다보는 제국 최고의 마법사.
모리스 드미트리였다.
“정말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백설의 미소에는 날카로운 칼이 담겨 있었다.
그 누구도 쉽게 반박할 수 없었다.
정말 불가능한가?
모리스가 진심으로 도와준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반대했던 족장들의 머릿속에도 가능성이 느껴졌다.
“언제 시작하실 겁니까?”
비교적 온건하던 족장 하나가 물었다.
“사흘이면 되지 않겠어?”
“예? 하지만 병력을 모으고 다른 가족들까지 전부 챙기려면 그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크루이 족의 전쟁은 늘 모든 부족을 이끌고 오는 것이다.
마을을 철거하고 전투원을 포함한 다른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남하한다.
무리 중에는 아이, 노인 그리고 여성까지 존재한다.
유목민들이었던 그들의 전투 습성 때문이었다.
전투병이 마을을 비우고 나면, 뒤를 습격하는 다른 부족들 때문에.
최대한 전투지에 가까운 위치에 마을을 옮기는 것.
이번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족들과 함께 남하한 뒤, 근처 전투지에서 병력을 움직이는 것.
그게 크루이 족의 기본적인 전술이었다.
“아니.”
백설은 고개를 저었다.
“비전투원들은 모두 마을에 두고 간다.”
“대족장님! 그건 미친 짓입니다! 가족을 버리고 가다니요!”
“끝까지 들어. 우리가 방벽을 넘으면 전령을 보낼 거고, 그때 주둔하고 있는 일부 병력이 가족을 전부 데리고 남하한다.”
“…….”
“속도가 중요해. 제국 병사들이 소문을 듣기도 전에 쳐들어가 방벽을 점령한다.”
일부가 고개를 끄덕거렸으나, 여전히 반대 의견은 차고 넘쳤다.
“가족을 버릴 수는 없소! 이런 멍청한 말을 두고 볼 수가 없군!”
나이가 지긋한 족장들이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백설 역시 막을 생각은 없다.
중요한 건 자신을 따를 사람들을 이끄는 것.
“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지?”
말하는 백설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차 있었다.
***
“준비는 다 됐나?”
“허억, 허억. 예, 다들 준비하라고 시켰사옵니다. 이제 내일이면, 하으응! 병사들이 집결할 거혜요옷!”
내 자지에 박힌 백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의 온몸의 근육이 수축되어 내 자지를 꽉 쥐었다.
나는 한 번 오르가즘을 느끼고 절정한 백설의 안을 공략하기 위해 허리를 튕겼다.
“자, 잠깐만요! 모, 모리스니임! 하아앙! 지금 민감해져서……. 끄으윽!”
“여기가 약점이었던가?”
나는 자세를 바꿔 백설의 약점을 자지로 푹, 찔렀다.
“끄으윽! 억! 거, 거기! 아, 안돼요옷!”
백설이 몸을 뒤틀며 비명을 질렀다.
입으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녀의 몸은 내 자지를 더욱 강하게 물었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데? 정말 싫다면 혼자서 자지를 빼. 막지 않겠다.”
“그, 그게…….”
백설은 이미 잔뜩 붉어진 얼굴을 돌렸다.
“짓궂으시네요.”
“이런 게 좋았던 거 아닌가?”
“……네에. 하지만, 하으응! 모리스님이라서 좋은 으읏, 거예요. 다른 남자들은 하아 하아, 감히 못 쳐다보죠.”
나는 아양을 떨며 내 몸에 찰싹 달라붙는 백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방금 전까지 부하들에게 강압적으로 요구했던 그 차가운 부족장이 내 품에서 녹아내린다는 것.
쉽게 느낄 수 없는 정복감이었다.
“잘 말했다. 오늘은 그대에게 상을 주도록 하마.”
나는 백설의 몸을 끊임없이 탐했다.
자지로 그녀 안을 쿡쿡 쑤실 때마다, 백설의 비명같은 신음이 멀리 퍼졌다.
“이러다가 부족장이 색정만 밝히는 호색한이라는 소문나면 어쩌려고 그러나?”
“하지만, 흐으읏, 참을 수가 없는 꺄아악! 걸요. 흐으윽!”
백설이 내 아래에서 헐떡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신음 크게 지르는 걸 하아앙! 좋아, 읏 하시잖아요.”
“부정하진 않겠다.”
목석같이 있는 것보단 떠나갈 듯이 비명을 지르는 것이 훨씬 욕구를 자극하는 건 맞았으니까.
“경비병들도 불쌍하군. 매일 밤마다 이런 소리를 들을 테니까.”
“들으라죠. 하악! 감히 부족장을 노리는 끄으윽, 놈들은 사형시키면 되니까요옷!”
백설의 발가락 끝에 힘이 들어갔다.
계속해서 스팟을 공략당했던 백설의 눈동자가 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곧 그녀는 경련을 일으켰고.
뷰르릇!
“끄으으윽!!”
조수를 뿜으며 성대하게 가버렸다.
그와 동시에 보지를 강하게 조였고, 나는 백설의 안 깊숙이 사정했다.
행위가 끝나고, 백설이 진정될 때까지 그녀를 품에 안고 함께 누웠다.
한참이 지날 때까지 바르르 떠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하아, 하아.”
백설의 숨결이 피부에 닿아 간지러웠다.
“아직도 여운이 남아있나?”
“예……. 너무 격렬했던 것 같사옴미다.”
혀도 살짝 풀리고 눈동자가 몽롱한 것이 아직 절정의 여운을 만끽하는 모양이었다.
내 가슴에 안기던 백설이 물었다.
“모리스님께선 처를 두지 않으실 예정이시옵니까?”
나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처라……. 결혼 말인가?”
“예.”
“그건 왜 묻는 거지?”
“크루이 족의 부족장은 그 자리에 오르고 3달 안에 반려를 구하는 것이 관례라서…….”
나와 눈을 마주친 백설이 시선을 피했다.
“만약 모리스님께서 의향이 있으시다면……. 그……. 저, 저의 반려가…….”
그녀가 내 몸에 닿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말했다.
결혼이라.
크루이 족의 관습을 대고 청혼을 할 줄이야.
“크루이 족 관습은 전부 다 때려부술 것처럼 굴더니, 이건 그렇지 않으려나보군.”
“그, 그게요…….”
백설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던 그녀가 뭔가 떠올랐다는 듯 고개를 치켜들었다.
“조, 족장들의 반발도 심할 테니까요! 아무래도 조금은 부족의 관습을 따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했사옵니다.”
“그러한가.”
“몸을 몇 번이고 섞었으니 그……. 부부의 연을 맺기엔 충분하지 않을까 싶어서.”
나는 우물거리는 백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직은 그런 말을 하기엔 이르다.”
“예?”
백설의 얼굴에 실망이 드리웠다.
“아직 제국에서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다. 모든 것이 정리되면 그 제안을 진지하게 고민하도록 하마.”
“그, 그렇죠? 아무래도 정치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완곡한 거절에 실망한 백설의 머릿속에 문득, 모리스에게 덤벼들던 다른 여자들이 떠올랐다.
“혹, 다른 여자 때문이신가요? 그 저택의 메이드라던가……. 아니면 전 약혼자…….”
세리아와 에미르를 말하는 거다.
매력적인 여자들이다.
허나 나 역시, 그녀들에게 느끼는 감정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심장이 조여 오며, 입 안이 마르곤 했다.
그녀들에게 자꾸만 시선이 갔다.
지금 백설의 제안에 대한 대답을 미루는 것도.
곧바로 두 여자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녀들 때문에 백설 네 제안을 거절한 것은 아니다.”
나는 백설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너무 실망하지는 말아라.”
일을 전부 마무리하면 그 제안에 대한 대답을 확실하게 해줄 테니.
“대답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래.”
대답을 마친 나는 백설과 입술을 맞췄다.
“아직 팔팔하시네요.”
백설이 이불 위로 텐트 친 내 물건을 만지며 말했다.
“다음 라운드, 괜찮겠나?”
“아마……. 괜찮을 거예요.”
그리고 다시 신음 소리가 퍼졌다.
***
제국의 북쪽 국경을 가르는 거대한 장벽.
제국 반란군으로 인해 한 번은 뚫린 적이 있는 방벽이었다.
허나 그건 반군이 스스로 성문을 연 결과.
전투로 인해 뚫린 적은 한 번도 없는 천혜의 요새였다.
나는 내 뒤를 따르는 야만족의 군세를 보았다.
“백설 그대를 따르지 않은 병력들은 데리고 오지 않았다고 들었다. 그들이 마을을 공격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마을은 공격받지 않을 거예요. 저와 함께하는 병력이 온전한 이상, 감히 칼을 빼어들지 못하겠죠.”
“대승을 확신하나보군.”
“당연하지 않사옵니까. 지금 제 옆에…….”
백설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모리스님이 계시니 말입니다.”
그녀는 끝없는 신뢰를 보냈다.
“그 믿음에 배신하지 않으려면 열심히 해야겠군.”
맹목적인 믿음에 보답을 해야지 않겠는가.
가면을 쓴 나는 하늘 높이 날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