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4화 〉 83화 여왕 백설, 그러나 모리스 만큼은....
* * *
“뭐해? 빨지 않고.”
백설이 릴리스를 내려다보며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백설의 반응이 재밌어서 가만히 지켜보기로 했다.
내가 아무런 말이 없자, 잠시 내 눈치를 보던 릴리스가 천천히 혀를 내밀어 백설의 발가락을 핥았다.
“흐응, 좋네.”
“하아, 멍멍, 하아…….”
“강아지라 그런가, 혀는 잘 쓰는구나?”
백설은 자신의 발을 핥는 릴리스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녀는 릴리스가 핥지 않는 발을 뻗어 릴리스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자신의 발을 핥는 걸 보는 백설의 입꼬리가 실룩실룩거렸다.
발아래 복종하는 상대를 보며 흥분하는 듯, 몸을 움찔움찔 떨었다.
‘이런 본성을 억누르고 있던 건가?’
내게는 단 한 번도 보이지 못했던 표정이었다.
“좋아. 거기……. 잘 빠네?”
“멍멍…….”
“조금 더 올라와도 좋아.”
발로 릴리스의 볼을 쓰다듬던 백설이 다리를 벌렸다.
방금 전까지 꼭꼭 숨겨져 있던 백설의 보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보지에 맺힌 투명한 애액이 반짝거리며 빛이 났다.
“여기. 너 같은 개새끼는 감히 쳐다도 보지 못하는 주인님의 보지까지 와 봐.”
백설은 평소라면 뱉지 않았을 말을 쏟아 냈다.
완전히 변해버린 얼굴이 되었다.
마치 여왕처럼 그녀는 릴리스를 깔아보았다.
“왜 싫어?”
“끼이잉…….”
릴리스의 눈이 나를 보았다.
내게 의사를 물어보는 모습이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것을 허락의 신호로 해석했는지, 릴리스가 엉금엉금 기어가며 백설의 종아리부터 천천히 입술을 가져가댔다.
그녀의 입이 조금씩 더 백설의 은밀한 곳으로 향했다.
쪽, 츄릅, 츄르릅.
혀와 입술로 조금씩 백설의 몸을 애무하는 릴리스.
릴리스 역시 흥분했는지, 그녀의 몸이 보랏빛 마나가 넘실거렸다.
그래도 전 서큐버스였다.
서큐버스가 진심으로 애무하는 걸 버틸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었다.
“하읏, 잘……하네.”
백설은 자신의 허벅지를 핥고 있는 릴리스를 내려다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여왕의 품위를 지키겠다는 생각 때문일까.
백설은 밀려오는 쾌감을 견디기 위해 이를 꽉 깨물고 있었다.
릴리스의 혀가 사타구니 가장 깊숙한 곳까지 다다랐다.
그리고 그 혀가 백설의 보지에 닿았을 때.
“멈춰.”
“멍?”
“누가 감히 보지를 핥으라고 그랬지? 여기까지 오라고만 했던 거 같은데?”
“죄, 죄송…….”
짜아악!
백설이 릴리스의 뺨을 때렸다.
릴리스의 고개가 홱 돌아가며, 한 쪽 뺨이 붉게 달아올랐다.
“누가 사람 말을 하라고 했지? 네 주인님도 그러라는 말이 없었던 거 같은데?”
“멍…….”
백설은 울먹이는 릴리스를 보며 묘한 정복감에 들떠 있었다.
언제부턴가 가슴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던 욕망이었다.
이 여자를 괴롭히고 싶다.
이 여자를 정복하고 내 마음대로 다루고 싶다.
세리아와 닮은 얼굴 때문만은 아니었다.
자기가 모리스와 훨씬 가깝다며 우쭐대던 그 건방진 여자와 닮아서는 절대! 아니었다.
모리스를 독식할 수 없다는 질투 때문도 절대로! 아니었다.
“아팠니?”
“멍멍…….”
“앞으로 내 말을 잘 들으면 상을 줄 거야. 그러니까…….”
백설은 최대한 달콤한 목소리로 릴리스에게 말했다.
“내 말에 거역하지 마.”
“멍멍.”
“좋아. 이제 핥아도 좋아.”
릴리스가 확실히 반성하는 걸 확인한 백설이 다시 한 번 다리를 벌렸다.
“핥아.”
색기가 넘치는 그녀의 목소리에 릴리스는 홀린 듯, 보지를 향해 달려들었다.
“츄릅. 류릅.”
찔꺽 찔꺽.
“흐응, 하아아앙.”
혀로 보지를 핥는 소리와 백설의 신음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좋아. 조금만 더.”
백설이 릴리스의 머리를 잡고 자신의 보지 쪽으로 당겼다.
릴리스가 숨이 막혀 버둥거렸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힘들어? 그래도 참아. 너 같은 강아지한테 꼭 필요한 벌이니까.”
오히려 그런 릴리스의 모습에 백설은 더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그녀가 힘들어하는 반응에 빙긋 웃었다.
그 웃음은 쾌감과 동시에 자신의 승리에 도취된 미소였다.
“으읏!!”
릴리스를 내려다보며 캐감을 찾던 백설이 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녀의 보지에서 투명한 애액이 쏘아져 릴리스의 얼굴을 적셨다.
“강아지 주제에 잘하네?”
백설의 목소리가 달아올라 있었다.
그녀는 몸을 덮치는 오르가즘에 가슴을 달싹거리며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평정을 가장하지만, 릴리스가 주는 쾌락이 당황한 기색이었다.
‘아직은 어색하군.’
이제 병아리가 알을 까듯 처음 접해본 것이었으리라.
지금까지 그녀는 여자로서 남자를 만족시키는 것, 순종적인 자세에서 해오던 섹스를 배웠을 테니까.
실제로 나와 하던 섹스는 대부분 그랬었다.
남을 지배하면서 쾌락을 느끼는 행위는 모두 처음이었을 테니.
그러나 역시 왕의 딸이라는 걸까.
펨돔에 재질이 있었다.
백설은 오르가즘에 헐떡이고 있었지만, 눈만큼은 빛을 잃지 않았다.
여전히 부족해 보였다.
다른 이를 지배하고 무릎 꿇리는 것 말이다.
릴리스를 가지고 더 많은 걸 하고 싶어 하는 거 같은데.
“질투가 나는군.”
“엣?”
나는 그녀의 귀를 가볍게 깨물었다.
방금 전까지 릴리스를 내려다보며 다음 행위를 생각하던 백설이 새된 소리를 내었다.
“자, 잠깐만요. 모리스님 지금 강아지 교육 시키고 있는……, 하읏.”
“나는 안중에도 없는 거 같아 그랬다.”
여왕님 포스를 내던 얼굴이 한순간에 바뀌었다.
이전에 보았던 연약한 모습.
“이런 본성을 숨기고 있던 건가?”
“그, 그게…….”
“재밌군.”
“모리스님한테는 안 할 거예요.”
“왜지?”
“모리스님은……. 누구 밑에 지배당할 분이 아니시잖아요.”
“잘 알고 있구나.”
백설이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나는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부드럽게 달콤한 촉감이 입에 닿았다.
“하아, 하아……. 제가 새로운 취향을 찾는다고 해도, 츄릅, 제겐 모리스님밖에, 츕, 없어요.”
백설이 진하게 키스를 하며 한 마디씩 내뱉었다.
그녀의 따뜻한 숨결이 내게 닿았다.
그리고 릴리스가 그런 백설의 보지를 다시 한 번 정성스럽게 애무했다.
방금 전까지 도도하고 당당하던 여왕님은 내 품에 안기자 사라졌다.
“명령대로 기다리지 않고 덤비는 건방진 강아지를 교육해야 하지 않나?”
“괜찮, 흐읏! 아요.”
“왜지?”
“지금은 모리스님이랑 하고 있으니까요.”
“그런가?”
나는 백설의 눈동자를 보았다.
여전히 매혹향의 연보랏빛 하트가 눈동자기 깊이 새겨져 있었다.
내게는 다른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흥미로운데?’
문득, 그녀가 내게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내게 원하는 게 무엇이지?”
“모리스님께 말입니까?”
“그래.”
“모리스님은 그냥 제 옆에만 있어주시면 됩니다.”
“그게 단가?”
“……예.”
“마지막으로 묻겠다. 그게 정말 다인가?”
나는 백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녀의 눈에 깃든 연보랏빛 하트가 훨씬 더 짙어졌다.
몸을 배배꼬던 백설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안아 주세요……. 모리스님의 여자가 되고 싶어요.”
“아까 릴리스를 괴롭히던 여왕은 보이지 않는군.”
“모, 모리스님이 원하시면 언제든 보여드릴 수 있어요.”
나는 잠시 고민했다.
릴리스를 더 괴롭혀도 되겠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면 됐다.
릴리스의 힘을 일부라도 채우려는 것.
그것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전투원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힘을 다 회복한다고 해도 소드마스터를 이긴다 정도는 아니겠지만.
그에 준하는 힘은 얻을 수 있을 거다.
‘틈틈이 정기를 줘야겠지.’
오늘은 아니겠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됐다.”
“하아…….”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는 백설이 자신이 당할 것을 상상하며 신음을 냈다.
“오늘 잠은 다 잤다고 생각하는 게 좋을 거다.”
***
모리스가 애태우게 만든 세리아는 홀로 방으로 돌아왔다.
“그게 뭐야…….”
아랫배가 욱신거림을 느꼈다.
“이렇게 달아오르게 만들고 너무하는 거 아니야?”
오늘은 자위로 끝내라는 모리스의 말이 떠올랐다.
그 말이 나온 이상, 오늘 모리스와 같은 밤을 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주인님, 진짜 못됐어요.”
주위 눈치를 보던 세리아는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아래로 향했다.
“아아……. 주인님.”
그녀는 자신의 주인인 모리스를 떠올렸다.
나를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
내 곁에서 나를 바라봐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
황제에게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
세리아는 침대에 누워 모리스를 떠올리며 외로운 밤을 보냈다.
***
하룻밤 백설과 같이 보낸 나는 결론을 내렸다.
백설은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 싶어 하나, 나한테만큼은 복종의 자세를 취한다.
‘흥미롭군.’
사람에 따라 성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나는 침대에서 새근새근 잠에든 백설을 보며 생각했다.
참으로 재밌는 여자였다.
북쪽 야만족이 내게 선물로 준 여자.
내 씨를 훔치기 위해 왔던.
그러나 이제는 그 목적을 잊고 내게 안겼다.
황제에 대항하기 위한 힘이 필요할 때.
늘 제국을 괴롭히던 북쪽의 야만족을 이용할 수 있다면.
그 힘을 내가 컨트롤할 수 있다면.
‘야만족을 우리 편으로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군.’
백설은 야만족의 공주였다.
왕, 가장 강한 부족의 딸이라면 정통성도 있을 테고.
‘조만간 백설을 데리고 북쪽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그녀도 오랜만에 가족을 만날 수 있을 테니 기뻐하리라.
나는 백설의 머리를 쓸어내렸다.
“우웅……. 모리스님.”
내 손이 닿자, 백설이 잠결에 그 손에 얼굴을 비비며 잠꼬대를 했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그때, 세바스찬이 방문을 열었다.
“주인님, 로널드 백작이 찾아왔습니다.”
“금방 나가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