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화 〉 82화 릴리스로 인해 깨어난 백설의 숨겨진 욕망(1)
* * *
나는 기대감 가득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는 릴리스를 내려다보았다.
서큐버스 초월체의 위엄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마냥 웃으며 올려다보는 것이.
‘이제는 진짜 개가 다 됐군.’
보는 내가 놀랄 정도였다.
“방으로 들어가지.”
“멍멍!”
그녀는 뭐가 그리 좋은지 나를 보며 계속 웃고 있었다.
만약 진짜 꼬리가 있었다면, 계속 흔들고 있지 않았을까.
나는 릴리스의 목에 걸린 목줄을 풀었다.
그러자 그녀가 네발로 기며 내 뒤를 따랐다.
두발로 걸으라 말할까 했으나 만족하는 거 같아 굳이 막지 않았다.
릴리스를 데리고 저택으로 들어가다가, 문득 확인할 것이 떠올라 백설의 방을 들렸다.
“어? 모리스님.”
방에서 쉬고 있던 백설이 놀라 몸을 일으켰다.
“이 사람은?”
그녀의 눈이 내 뒤를 따르던 릴리스에게 꽂혔다.
“저택에서 키우는 애완견이다.”
“애완견……. 아, 그 뒷마당에 키우시던 그 강……아지네요.”
“그래.”
“그런데 제게는 어쩐 일로.”
“따라오겠나? 확인할 것이 있어서.”
“확인이라면?”
“오면 알 거다.”
당황한 듯 보였지만, 군말 없이 나를 따라왔다.
나는 방으로 들어갈 때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멍멍!”
그저 저택에 들어 온 것이 기분이 좋은 듯 외치는 릴리스의 외침이 전부였다.
조교방으로 도착한 나는 릴리스를 침대 위로 눕혔다.
조교를 위한 각종 도구들이 가득한 방이었다.
그러자, 릴리스가 배를 보이며 팔과 다리를 펴는 복종의 자세를 취했다.
“그 강아지 같은 짓은 그만해도 된다.”
“하지만…….”
“아니면 개 취급이 더 좋은 거냐?”
“헤헤헤.”
릴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지간히 망가진 거 같았다.
아니, 서큐버스였으니 자신의 쾌락에 솔직한 건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저는 무엇을 하면 되옵니까?”
백설이 물었다.
“만약 셋이서 하는 플레이를 즐기시려는 거라면, 저는 기꺼이…….”
백설이 옷자락을 벗으려는 동작을 취하길래, 나는 그녀를 막았다.
“됐다.”
“예?”
“오늘은 너와 같이 하려고 부른 게 아니다.”
“그렇다면…….”
“보고 있어라.”
“진심이십니까?”
“내가 거짓을 말하던가?”
백설이 고개를 저었다.
“정말 참을 수 없을 때, 내게 의사를 물어라. 참여해도 되는지.”
“제가 정녕 그럴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데?”
“……알겠습니다.”
백설이 침대 맞은편에 자리한 의자에 앉았다.
그녀가 앉은 걸 확인한 나는 외투를 벗고 소매를 걷어붙인 뒤, 방에 걸린 채찍을 들었다.
채찍이야말로 릴리스의 쾌감을 깨우며 정기를 주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나는 채찍에 마나를 둘렀다.
“그럼 시작하지.”
나는 푸르게 빛나는 채찍을 강하게 휘둘렀다.
휘익!
짝!
“꺄아악!”
채찍을 맞은 릴리스가 비명을 질렀다.
살을 찢을 정도로 강하게 채찍을 휘둘렀음에도 릴리스의 피부는 붉게 달아오르는 것이 전부였다.
“아픈가?”
“아니요오오.”
릴리스가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그녀는 기분이 좋은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나는 다시 한 번 채찍을 휘둘렀다.
짜아악!
“꺄악!”
피부를 내리치는 요란한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이번엔 뒤에 앉아있던 백설이 내지른 비명이었다.
그만큼 전력으로 휘둘렀다는 뜻.
허나, 이번에도 그녀의 피부에는 핏방울 하나 맺히지 않았다.
나는 계속해서 채찍을 휘둘렀다.
짜아악! 짜악!
“하으응, 하앙! 히으으읏!”
채찍을 휘두를 때마다 릴리스가 몸을 부르르 떨며 신음을 내질렀다.
채찍에 담긴 마나는 릴리스의 몸에 정기를 주기 위한 수단이었다.
마나를 반응시켜 몸을 자극시킨다.
섹스 말고도 정기를 나눠줄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것도 조건이 있어야만 했는데.
“하아, 하아.”
서큐버스가 행위를 통해 쾌락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 조건이었다.
그 때문에 채찍 끝에 여러 마법을 걸었다.
충격을 쾌락으로 변화시키는 마법.
맞은 즉시 상처를 회복하는 힐.
받는 충격으로 전신으로 퍼트리는 마법 등.
그냥 자지를 세우고 쑤셔박는 게 훨씬 편하겠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번거로운 작업이었다.
그냥 섹스를 해도 정기를 얻을 수 있겠지만, 테스트 해볼 게 있었다.
채찍을 때리던 나는 힐끗거리며 뒤에 앉은 백설을 살폈다.
백설은 눈을 번쩍 뜬 채로 내게 맞는 릴리스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벌써 시작했나?’
인간으로 떨어졌다고 해도, 근본이 서큐버스였다.
아직 릴리스에겐 그 힘의 흔적이 남아 있었는데, 흥분할 때마다 매혹향을 뿜어내는 것이 대표적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매혹향은 세리아의 것과는 조금 달랐다.
세리아의 매혹향이 그냥 성욕을 들끓게 만드는 것이라면.
“하아, 하아.”
릴리스의 것은 사람이 가진 숨겨진 성벽을 그녀에게 쏟아내게 끌어올리는 것이다.
나는 그 위력이 얼마나 되는지 테스트하기 위해 백설을 데리고 온 거다.
다시 한 번 채찍을 휘둘렀다.
짜아악!
“끼야야앙!”
교성을 지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나는 채찍으로 인해 몸에 새겨진 새빨간 줄에 손가락을 댔다.
피부가 달아오르며 뜨거워진 온도가 손가락 끝에서 느껴졌다.
잔뜩 민감해진 피부를 손으로 쓸어내리자, 릴리스가 흠칫흠칫 반응했다.
“하읏.”
잠시 안정된 걸 확인한 나는 이번엔 릴리스의 눈을 가렸다.
앞이 보이지 않는 그녀의 몸에 촛농을 떨어트렸다.
보이지 않은 탓에 릴리스는 격렬하게 반응했다.
괜찮냐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릴리스의 광대가 씰룩거리며 올라가는 걸 보았으니까.
그때, 뒤에서 백설의 목소리가 들렸다.
“모리스님……. 저 참을 수 없을 거 같아요.”
백설이 몸을 배배 꼬며 말했다.
모리스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아직 아니다.”
차갑게 말하며 고개를 돌리는 모리스.
백설은 그의 모습에 당혹했다.
처음에 릴리스를 데리고 따라오라고 말했을 때는 의문이 들었다.
대체 왜?
어떤 플레이를 하려고 하는 건가?
라고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반대였다.
구경이라니.
구경하라는 말에 당혹스러운 것도 있었지만 더 컸던 건.
참여하고 싶으면 언제든 얘기하라고 했던 것이었다.
먼저 같이 하자는 거면 몰라도 의사를 물으라니.
그 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궁금했기에, 모리스를 지켜봤다.
호기심 반 질투 반.
세리아를 닮은 이 여자가 왜 이곳에서 개 취급을 받으며 있는 것일까.
그리고 세리아를 닮은 저 여자도 모리스님이 품고 계시구나, 하는 적지 않은 질투까지.
없다면 거짓말이지.
그러나 모리스가 그녀를 대하는 행동을 보고 그 마음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사람이 아닌 애완견을 대하듯 하는 행동에 그녀는 묘한 우월감을 느꼈다.
‘모리스님은 나를 더 아끼셔.’
라는 묘한 우월감.
세리아에게 밀린다고 내심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훨씬 늦게 들어온 것도 있었고, 최근에 자신을 잘 찾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세리아와 비슷하게 생긴 여자가 저리 당하는 걸 보니 묘한 희열까지 샘솟았다.
두근두근.
어느 새부턴가 그녀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저 세리아와 비슷하게 생긴 여자를 괴롭히고 싶다는 원초적인 욕구가 샘솟았다.
저 여자를 정복해서 내가 더 낫다는 걸 모리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백설도 인식하지 못한 사이, 그녀의 손이 아래로 향했다.
아무도 듣지 못하게 조용한 목소리로 신음을 질렀다.
그녀의 손가락이 끊임없이 움직였다.
“하아, 하아.”
괴롭히고 싶어.
이기고 싶어.
부끄러움을 억누르며 하고 싶다 말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안된다는 차가운 대답.
모리스는 다시금 릴리스를 괴롭히는 것에 집중했다.
백설은 몸을 일으켜 조금씩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모리스님…….”
“안 된다.”
다시 한 번 거절.
백설은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분명 끼어달라는 말도 안 되는 제안을 이렇게 애원하며 말할 줄은 몰랐다.
그녀 역시 자신이 왜 이러는지 몰랐다.
방 안에 릴리스의 매혹향이 가득 차 있다는 걸, 마나를 느끼지 못하는 백설이 알 리가 없었다.
“저도 하고 싶어요. 저도…….”
“뭘 하고 싶다는 거지?”
“그게…….”
백설은 말을 더듬었다.
“솔직해지는 게 좋을 거다.”
“…….”
잠시 머뭇거린 백설이 마른침을 삼키며 말을 이었다.
“저도 저 강아지를 괴롭히고 싶어요.”
“그게 네 욕구인가?”
“예…….”
나는 백설을 보았다.
매혹향에 홀린 백설의 눈동자에 연보랏빛 하트가 새겨져 있었다.
‘제대로 걸렸군.’
원래라면 여기서 멈춰도 되었다.
채찍질과 양초 등.
릴리스는 섹스를 하지 않았음에도 충분한 양의 정기를 얻은 상태였다.
이 정도의 정기를 주기적으로 넣어주면 릴리스도 적당한 힘을 되찾겠지만.
릴리스를 괴롭히고 싶다는 말에 호기심이 생겼다.
과연 백설은 릴리스에게 어떤 성벽을 쏟아낼지.
내게 보이지 않은 백설의 성벽이 무엇인지.
그녀는 나와 릴리스를 보며 손가락을 계속해서 흔들었다.
부르르 떠는 모습이 애처로워 보여서 나는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손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던 백설이 내 손가락을 빨았다.
끼워달라고 애절하게 애원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백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해봐라.”
“녜에.”
내 손가락을 혀로 마음껏 애무하던 백설이 다급하게 옷을 벗었다.
지이익!
급하게 벗은 탓에 실크 재질의 옷이 찢어지는 것도 신경 쓰지 못한 채 말이다.
알몸이 된 백설이 침대 위로 올라갔다.
릴리스를 내려다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끈적하고 농염한 욕망이 담겨 있었다.
백설이 침대에 앉은 채 발을 뻗어 릴리스의 입에 갖다댔다.
“빨아.”
그 목소리는 북쪽에서 몰아치는 서리만큼이나 차가웠다.
내게 보여줬던 애처롭고 나약한 목소리는 사라져 있었다.
호오?
이건 의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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