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화 〉 81화 세리아의 질투. 그리고 릴리스
* * *
저택으로 들어가자, 세리아가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무슨 일이지?”
“그 여자 가르치실 건가요? 정말로요?”
세리아가 말하는 그 여자는 에미르를 말하는 것이리라.
“내가 가르치는 것까지 네게 알려줘야 하나?”
“다, 다 알려줄 필요는 없는데.... 신경 쓰여서요.”
“신경이 쓰인다고?”
“그, 그 여자는 솔라리온이잖아요. 그 가문이 고집이 얼마나 센데요. 아마 주인님을 못살게 괴롭힐 걸요?”
“솔라리온 고집이 센 건 사실이지. 허나 지크프리트만 할까?”
“저, 저는 지크프리트가 아니에요.”
내가 간신히 들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지크프리트 공작을 만난 이후부터 자신의 가문에 대해 부정하고 있는 세리아였다.
“미안하다.”
좋지 않은 기억을 꺼낸 거 같아 그녀에게 사과했다.
“괜찮아요. 그럼 정말 저 여자를 가르치실 건가요?”
“그래. 이미 약속도 다 했다.”
이미 늦었다는 걸 깨달은 그녀는 입을 꾹 다물고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왜 저 여자만…….”
“뭐라고 했나?”
입술을 내밀고 투정부리는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해 되물었는데.
“왜 저 여자만 가르쳐 주시는 건가요?”
“뭐?”
“저, 저도 배우고 싶어요.”
“검술을 말인가?”
“예.”
“됐다. 너한테는 무리다.”
세리아는 에미르와 다르게 검술에 재능이 없었다.
있다면 마법.
마법적 재능은 지금까지 내가 본 다른 마법사 중에선 최고였다.
“하, 하지만!”
“가르침을 받지 못해서 억울한 건가?”
“아, 아니요.”
“내가 세리아 너에게 부족하게 대해준 적이 있었나?”
“그, 그건 아니지만.”
“그런데 왜 이렇게 어린아이처럼 투정을 부리는 거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뭐 하나 부족함 없이 다 주었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크프리트의 공녀일 때보다야 훨씬 부족하겠지만, 나는 나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봤는데.
세리아는 뭐가 문제인지, 볼을 부풀리고 있었다.
“쟤는 되는데 왜 저는 안 되는 건가요?”
세리아는 이미 저택 밖을 나간 에미르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엔 진심이 가득 들어가 있었다.
“너는 검술에 재능이 없으니까.”
“그게 다인가요?”
“그래. 다른 이유가 필요한가?”
“……그럼 마법은요?”
“뭐?”
“저 마나에는 민감한 몸이라면서요. 그럼 저는 마법에 재능이 있는 거 아니에요?”
세리아가 눈을 빛냈다.
이제는 도망칠 구석이 없죠?
라며 나를 보는 듯 했다.
“허나 널 가르칠 수는 없다.”
“왜……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절반이 초월체인 그녀가, 릴리스의 빙의로 반 강제적으로 절반은 각성해버린 세리아가 마법을 배운다면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게 감당할 수 없는데요?”
“네 절반은 초월체의 것이다.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마법을 배우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어.”
“만약 제가 컨트롤 할 수 있다면요?”
“그래도 안 된다. 나는 위험을 감수할 생각이 없다.”
입술을 깨물던 세리아가 큰 소리로 외쳤다.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 그럼 저는 어떻게 하라는 건가요?”
“지금처럼만 지내면 된다.”
그녀에겐 갇혀 지내는 삶과 같겠지만, 멀지 않았다.
세리아가 자신의 삶을 되찾을 수 있을 시간이 말이다.
“……설마 제가 주인님께 드릴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인가요?”
“그건 아니다. 나는 이미 많은 걸 받고 있다.”
세리아를 통해 알아낸 릴리스의 던전.
그리고 그로 인한 여러 지식과 아티팩트.
실상 세리아가 내게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저도 드릴 수 있는 게 있어요.”
잠시 머뭇거리던 세리아가 나를 올려다보며 몸을 배배꼬았다.
가슴을 모으는 시늉을 하더니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가, 가슴 만질래요?”
“뭐?”
“가, 가슴 만지셔도 되, 된다고요. 주인님께서 기분 좋아지실 때까지 마음껏.”
갑작스러운 세리아의 제안에 나도 모르게 입술을 핥았다.
뭐지?
이건 무슨 상황이지?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자, 오히려 세리아가 당황한 모습이었다.
“가슴, 싫으세요? 남성분들은 화가 났을 때 이렇게 해주면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틀린 말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남자는 저 말을 좋아하니까.
나도 좋아하냐 싫어하냐 묻는다면, 단연 좋아한다고 말할 거다.
특히 세리아처럼 아름다운 가슴을 가진 여자라면.
그런데…….
“누가 그런 말을 했지?”
“세바스찬님이요. 주인님과 관계 개선이 필요할 때 써먹어 보라고. 남자들은 다 좋아할 거라고.”
나는 고개를 들어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세바스찬을 보았다.
진중한 얼굴로 나를 보던 세바스찬이 내게 윙크를 했다.
저 영감탱이.
과하게 즐기지 말라고 경고를 줄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는 세리아를 도운다라.
이러긴가?
나는 세바스찬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과하게 즐기지 말라는 뜻이지, 즐기지 말라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세리아 씨가 주인님의 정서 안정에 많이 도움을 주는 거 같아 보이기도 했고요.
그가 받아치듯 텔레파시로 대답했다.
쓸데없는 짓을 했군.
가슴을 좋아하지 않으십니까. 저는 주인님의 취향까지 전부 다 파악하고 있습니다.
세바스찬이 밝은 미소를 지었다.
저는 언제나 주인님의 행복을 바랄 뿐입니다.
말은 잘 한다.
나는 부끄러운 듯 가슴을 모으면서도 얼굴을 마주보지 못하는 세리아를 내려 보았다.
“그리 배우고 싶은가?”
“예…….”
“그럼 나랑 내기를 하지.”
“내기……요?”
“내가 제시하는 마법을 사흘 만에 해결한다면 원하는 대로 마법을 가르쳐주도록 하겠다.”
“저, 정말이죠?”
“그래. 그게 조건이다. 그러니까 그…….”
나는 세리아의 가슴을 가리켰다.
“그 가슴은 그만두도록.”
“아.”
세리아의 얼굴이 터질 듯 붉어졌다.
이제야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운 짓을 했는지 깨달은 모양이었다.
“그 말은 자주 쓰지 않는 것이 좋…….”
“만지고 싶지 않으세요?”
“뭐?”
“지금이라면 만지셔도 좋은데…….”
세리아가 몸을 배배 꼬았다.
“정말 괜찮은가?”
“무, 물론이죠.”
“후회할 텐데.”
“예?”
나는 손을 뻗어 세리아의 가슴을 만졌다. 메이드복 너머에서 푹신하고 몰캉몰캉한 감촉이 느껴졌다.
속옷을 입지 않은 걸까.
손가락 끝에서 톡 튀어나온 돌기가 느껴졌다.
“속옷은 입지 않았나보군. 노린 건가?”
“그, 그게…….”
“기대를 했던 건가.”
나는 세리아의 가슴을 만지며 목덜미에 키스를 했다.
붉은 키스마크가 세리아의 목에 새겨졌다.
“기대한 건 아닌데……. 노린 건 맞아요.”
“예전보다는 솔직해서 좋군.”
“그, 근데 여기서 계속 하시는 거예요?”
나는 손에 들어오고도 넘치는 세리아의 가슴을 정성스럽게 애무하며 목덜미와 연결된 어깨와 쇄골에 입을 맞췄다.
“부끄러운가?”
“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세바스찬은 자리를 비웠다. 그리고 다른 하녀들은.”
딱!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로비에 반투명한 막이 생기며 시야가 차단되었다.
“올 일이 없을 거다.”
“하앗.”
세리아의 숨소리가 점점 더 달아올랐다.
그녀의 몸에서 흐르는 달콤한 향기가 내 코를 찔렀다.
흥분하면서 짙어지는 농도 깊은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아랫도리가 빳빳해지는 걸 느꼈다.
“주인님 거기 좋아요…….”
잔뜩 민감해진 세리아의 몸은 가벼운 애무와 키스에도 금방 달아오를 정도였다.
“주인님, 키스……. 해주세요.”
세리아가 나를 붙잡으며 더 강하게 해주기를 원했다.
더 찐한 키스와 애무.
그녀의 눈은 그 이상을 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아, 하아.”
세리아의 숨결이 뜨거워졌을 때.
“오늘은 여기까지.”
나는 세리아의 몸을 애무하던 손짓을 멈췄다.
그와 동시에 로비를 가렸던 수많은 반투명한 창들이 사라졌다.
나는 흐트러진 세리아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는 키스를 더 하고 싶은 지, 입을 벌리며 혀를 내밀고 있었다.
“이게 끝……?”
“말하지 않았나. 후회할 거라고.”
“자, 잠깐만요. 저 지금…….”
“일 끝내고 자위로 해결하도록. 나는 분명히 말했다.”
오늘은 그녀와 밤을 지낼 생각이 없었다.
보다 급한 일이 있었으니.
나는 멍한 눈빛으로 내 뒤를 보는 세리아를 뒤로한 채 세바스찬을 찾았다.
그는 로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좋은 걸 가르쳤더군.”
“세리아가 주인님을 기쁘게 하는 방법을 물어보더라고요. 해서 주인님의 취향을 조금 알려드렸습니다.”
“앞으로는 그러지 마라.”
“알겠습니다.”
세바스찬이 고개를 숙였다.
“릴리스의 상태는 어떻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주인님의 정기를 받지 못한 것이 이유가 아닐까 사료됩니다.”
“흠…….”
서큐버스 초월체였던 릴리스.
인간으로 돌아왔다지만, 초월체의 특성이 전부 다 사라진 건 아니었다.
일반적인 인간보다 몸이 튼튼한 것은 물론이며 내 정기를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는 특성까지 남아 있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서큐버스의 막강한 힘을 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내 정기를 흡수하고 전환하는 마나를 이용할 수 있지.’
“세바스찬, 내가 릴리스의 힘이 필요하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지?”
“주인님의 강한 정기를 주입시킨다면, 일시적이지만 서큐버스의 힘을 낼 수 있습니다.”
“일시적이라면 얼마나?”
“30분 정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가?”
“혹 그녀가 필요하신 겁니까?”
“그래.”
“인간으로 전락한 초월체입니다. 이전과 같은 힘은 내지 못할 겁니다.”
“그대처럼 말이지?”
“…….”
세바스찬은 입을 다물었다.
“약하다는 건 초월체의 기준일 뿐, 인간의 기준으로 보면 위험할 정도로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건 사실이야.”
“그렇습니다.”
“릴리스를 만나야겠다.”
“따라오시죠.”
나와 세바스찬은 릴리스의 집이 있는 뒷마당으로 향했다.
마당으로 가니, 굉장히 지친 기색이 역력한 릴리스가 있었다. 그녀는 완전히 발가벗은 채로 집 안에 엎드려 누워 있었다.
그녀의 전용으로 개조된 개집.
그렇다고 해도 사람이 살기엔 여러 가지가 부족해 보였다.
“머, 멍.”
세리아의 친모인 릴리스. 세리아와 닮은 얼굴을 볼 때마다 흠칫흠칫 놀랐다.
차이점이 있다면 훨씬 더 짙은 보랏빛 눈동자.
주인의 오랜만의 방문에 기쁜 듯, 릴리스가 입꼬리를 올리며 생글생글 웃었다.
“오랜만이다.”
“멍멍.”
내 명령 때문에 짖는 것밖에 할 수 없는 릴리스가 행복하게 미소를 지었다.
“네가 필요해서 왔다. 도움을 줄 수 있겠지?”
“멍!”
릴리스가 힘차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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