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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악녀를 조교하게 되었다-80화 (80/174)

〈 80화 〉 79화 모리스의 위기, 솔직한 에미르의 심정

* * *

“마법,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대가 가장 잘 하는 거 아닌가?”

황제의 눈이 나를 똑바로 보았다.

그래. 이게 내가 아는 류클리드지.

인간을 넘어선 괴물 같은 직감.

황제가 가진 수많은 강점 중 하나였다.

변태 같은 모습과 세리아의 조교를 갈망하는 모습에 잠시 잊고 있었지만.

류클리드는 이 제국의 황제였다.

내 표정과 몸짓의 변화만으로 이상을 감지한 거다.

아직 심증이기에 물증을 잡기 위해 마법을 시키는 거겠지.

­잘 속이고 있어? 지금 막 수도 성문을 지났어. 수도의 감시 시스템을 벗어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해.

에밀리의 통신이 들렸다.

시간이 필요하다라.

마나를 이끌어 마법을 쓸 수 없다는 뜻이었다.

‘곤란하군.’

정말 곤란해.

“무슨 마법을 원하십니까?”

“그대가 잘 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상관없다. 이왕이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즐거워했으면 좋겠군.”

황제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못하겠다는 말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나는 그런 말을 굉장히 싫어하거든.”

“알겠습니다.”

“호오? 그런가?”

내 자신 있는 대답에 황제가 팔짱을 꼈다.

내 대답이 의외였나.

더 의외의 장면을 보여주지.

“폐하의 말씀대로 몸이 좋지 않아, 제대로 된 마법은 어렵습니다. 대신, 공간 이동 마법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황제 폐하를 비롯한 여러분들의 눈을 현혹시킬 수 있을 겁니다.”

나는 주위를 바라보며 물었다.

“혹, 동전을 가지고 계신 분이 계십니까?”

잠시 우물거리던 귀족이 손을 들었다.

“금화도 상관없습니까?”

“예, 괜찮네.”

앞으로 나온 귀족이 내게 손가락 한 마디 정도 크기의 금화를 내밀었다.

반짝거리는 금화가 내 손 안에 들어왔다.

마나를 통한 마법을 쓰지 못하는 지금.

눈속임을 통한 마술을 선보일 생각이었다.

“앞으로 이 동전이 사라져, 다른 분의 머리에서 나올 겁니다.”

“머리에서 나온다고?”

“손에 있던 동전이?”

신비한 마법이 넘쳐나는 세상이었지만, 포탈을 이용하지 않은 공간 이동 마법만큼은 고난이도의 마법이었다.

내 선언에 놀라는 건 당연.

황제는 덤덤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소매를 걷어붙인 나는 손가락을 움직여 손 안에 있던 동전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어?”

“뭐야?”

“어디 간 거지?”

자리에 있는 모두가 놀라 내 손을 보았지만, 당연히 있을 리가 없었다.

이미 그 동전은 다른 곳에 놓여 있었다.

다들 놀라며 입을 쩍 벌리는 동안, 나는 내게 동전을 건넸던 귀족을 가리켰다.

“머리 위를 보겠나?”

“머리 위요?”

내 말에 귀족이 고개를 들었다.

짤랑.

머리 위에 얹어진 금화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어?”

“방금 뭐야?”

방금 전까지 내 손에 있던 동전이 귀족의 머리 위에 있는 모습에 자리에 있던 모두가 경악했다.

그러나 황제는 다른 의미로 놀란 모습이었다.

‘어떻게 한 거지?’

분명 마나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허나, 모리스는 다른 속임수를 쓰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아니.

‘워낙 빨라서 내가 보지 못한 건가?’

자신이 없었다.

허나 마나의 기척은 분명 느껴지지 않았다.

워낙 적은 양이라 자신이 느끼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때였다.

“다들 놀라시는 것 같으니, 마찬가지로 새로운 공간 마법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나는 최대한 시간을 끌기 위해서 입을 바삐 놀렸다.

­얼마 안 남았어요. 조금만 더!

에밀리의 다급한 목소리가 내 귀에 울렸고, 황제는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아니. 공간 마법은 됐네. 대마법사치고는 규모가 작은 마법이라 실망스럽군.”

아직 확신하지 못하는 거다.

내가 어떤 상태인지.

“규모가 큰 마법을 원하시는 거군요.”

“그래.”

“그럼 새로운 마법을 하나 더 보여드리도록 하지요.”

“새로운 마법이라?”

“뭐가 있나?”

“이 자리의 주인공인 솔라리온 영애에게 선물을 하나 드리죠.”

­아직!

“마법으로 말이지?”

“물론입니다. 대신 흙을 준비해주십쇼.”

“들었나? 병사들은 흙을 가지고 오도록 하라.”

황제의 명에 병사들이 바삐 움직였다.

“그리고 꽃의 씨앗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남는 씨앗도 가지고 오라!”

순식간에 병사들의 움직여 파티장 가운데에 화단과 흙, 그리고 씨앗까지 자리했다.

이 모든 게 준비되는데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지금 상황은 어때? 10분이면 도착할 거 같아.

10분이라.

나는 황제를 보았다.

당장 마법을 선보이지 않으면 나를 죽일 기세로 노려보고 있었다.

여기서 시간을 더 끄는 건 불가능했다.

‘이것만큼은 쓰기 싫었는데.’

나는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

그건 바로.

선천지기.

이 세계의 말로는 라이프에너지.

사람이 태어나면서 가지고 있는 선천적인 기운.

즉, 생명력을 마나로 전환하는 것이다.

“후우.”

나는 준비된 화단에 씨앗을 하나하나 심었다.

그리고 내게 주어진 라이프에너지를 화단에 뿌렸다.

여기 있는 모든 이들에겐 내가 마나를 화단에 쏟아 붓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화단에 마나가 비처럼 쏟아지길 잠시.

방금 심었던 씨앗이 새싹을 맺고 순식간에 크기를 키워가더니, 붉고 아름다운 꽃봉오리가 되었다.

“오오.”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는 그 순간을 빠른 배속으로 재생시킨 것처럼 보이는 광경.

그리고 그런 마나를 뿌리는 내 몸에서 나는 빛을 본 귀족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후우우.’

나는 끓어오르는 숨을 억눌렀다.

생명력이 빠져나가는 감각은 마나를 쓰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었다.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고, 당장이라도 주저앉고 싶은 무기력증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꽃봉오리가 활짝 펴고, 아름다운 장미꽃으로 변할 때까지 나는 생명력을 쏟아내는 걸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이다.

이번 한 번만 넘긴다면.

나 역시 중립이라는 틀에 벗어나리라.

내 생명력을 품은 장미꽃은 그 어느 꽃들보다 화사하고 아름다웠다.

­다 벗어났어. 이제 해제해도 좋아.

그와 동시에 에밀리에게서 신호가 왔다.

세실리아의 위치 정보를 숨기는 차단 마법을 제외하고 모든 마법을 해제했다.

빠르게 빠져나가던 마나가 다시 내 품으로 들어왔다.

­윈드커터.

나는 손에 바람으로 만든 칼날로 방금 자라난 꽃들을 꺾었다.

혹여나 가시에 찔릴까 마나로 실을 엮어 장미 다발을 부드럽게 감쌌다.

“받게.”

나는 만들어진 장미다발을 에미르에게 건넸다.

내가 장미를 선물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그녀의 눈이 커졌다.

그녀는 장미다발과 나를 번갈아 보았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놀라는 이 모습마저 사랑스러워 보였다.

신경이 쓰이는 사람이었다.

신전에 들어간다는 사실에 굉장히 짜증이 났다.

결혼을 못한다는 것 때문이 아니었다.

신에게 몸을 맡긴다는 것이.

짜증이 났다.

내가 아닌 다른 존재에게 몸을 맡기려고 한다는 것이.

그러나 그것이 온전히 내 감정이 맞는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거리를 두었다.

허나 에미르가 신의 품에 안긴다는 걸 생각하자, 참지 못하고 신전에 있을 그녀를 찾았던 것처럼.

지금 역시, 에미르를 신전에 보내기 싫어 꽃다발을 건넸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 곧 나는 귀족파의 수장으로 나설 거라는 거다.

에미르의 아버지 솔라리온 공작은 황제파.

그리고 그녀를 공격했던 이들은 모두 귀족파였다.

내가 귀족파라는 사실을 안 에미르는 그 때도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그녀를 내려 보았다.

“그대를 위한 선물이네. 그리고 이게 마지막 선물이 되지 않길 바라네.”

짝짝짝.

자리에 있던 모두가 박수를 쳤다.

“이럴 거면 둘이 다시 합치지 그러나?”

나를 보는 황제의 눈이 다시금 예전으로 돌아왔다.

의심을 거둔 그 눈빛.

생명력을 쏟아 부운 보람이 있었다.

“이제 신전에 들어가는 여식입니다.”

“신전의 뜻을 거부하고 돌아간 적도 많으니까.”

솔라리온 공작이 놀라 말하자, 황제가 반박했다.

“둘 생각은 어떠한가?”

에미르는 대답이 없었다.

나 역시 대답하지 않았다.

“두 남녀가 대화할 시간이 필요한가보군. 그렇지 않은가? 솔라리온 공작.”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한 때 혼약을 맺었던 사이라 고민이 되는 모양입니다.”

그 모습을 재밌게 보던 황제가 말했다.

나와 에미르를 어떻게든 엮으려는 기세였다.

솔라리온 공작도 마찬가지였다.

아.

그제야 눈치챘다.

이 자리는 귀족파의 술수를 이겨냈다는 걸 축하하는 자리임과 동시에.

나와 에미르를 어떻게든 엮으려는 자리였다.

혼약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에미르의 의지는 모르겠으나.

솔라리온은 강력한 사돈을 얻고 딸을 신전에 보내지 않기 위해서.

황제는 들어온다면 황제파의 강력한 힘이 되어줄 나를 영입하고 싶어서.

그 때문에 마련된 자리였다.

‘전혀 눈치 채지 못했어.’

나 역시 세실리아의 대피에 모든 관심이 쏠려있었기에.

나는 거절을 위해 고개를 숙이려고 했다.

그때였다.

“얘기 한 번 해봐요.”

에미르가 내 손을 덥썩 붙잡았다.

“뭐?”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

솔라리온 공작과 황제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띄었다.

“그대가 원한다면. 알겠다.”

***

우리는 솔라리온 저택의 정원을 걸었다.

넓은 정원에 존재하는 넓은 미로.

그리고 그 위에 존재하는 분수.

분수에서 솟구치는 물방울이 한 줄기 무지개를 만들고 있었다.

분수대에 걸터앉은 에미르가 꽃을 놓고 내가 앉을 자리를 톡톡 털었다.

“앉으세요.”

친절을 거절하는 건 취향이 아니라, 에미르의 옆에 앉았다.

“무슨 바람이 분 거지? 신선으로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던 것이 아닌가?”

“그랬었지요.”

“그대를 떠나보내는 자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건 무슨 제의지?”

“그것도 맞아요. 하지만.”

“하지만?”

“아버지의 부탁을 받았으니까요.”

“그래서인가? 여기로 데리고 온 것이?”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어떤 거지?”

“잠시, 손을 잡아도 되겠습니까?”

내게 묻는 에미르의 얼굴에는 어떤 결의가 단단하게 담겨 있었다.

“……그러지.”

나는 레이디를 에스코트하듯 손을 내밀었다.

에미르는 그런 내 손에 깍지를 끼며 꼬옥 잡았다.

두근두근두근.

잡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처음 손을 잡자는 그녀의 제안에 이미 내 몸은 한결 달아올라 있었다.

“여전히 뛰네요.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나 손과 맞잡은 자신의 손을 꼼지락거리며 나지막하게 말을 했다.

그 목소리에서 체념이 느껴지는 건 기분탓 때문만은 아니리라.

“저는 모리스님을 증오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에미르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왜 신전에 들어가냐고 물으셨지요? 바트람이라는 훌륭한 기사가 있으면서도.”

“그랬다.”

“모리스님을 잊으려고 그랬습니다.”

“나를 말인가?”

“예. 당신을 증오했으니까요. 당신을 사랑하는 나를 항상 멀리 두고 다가오지 않았으니까요. 오히려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것이 질투가 났으니까요.”

“…….”

“그래서 잊으려고 했습니다.”

에미르의 눈가의 눈물이 맺혔다.

“헌데 왜 자꾸 제 앞에 나타나시는 겁니까?”

아, 그거였던가.

더 좋은 스승이 있었음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신전을 가려했던 이유가.

아직 나를 잊지 못했기 때문에?

혹시나 했던 가능성 중 하나였다.

지독한 상사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은 뒤로는 막연하게 내게 감정을 잊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니.

“말해주세요. 왜 자꾸 제게 미련을 두게 만드냔 말입니다.”

눈물이 가득한 에미르의 눈이 나를 보았다.

지금껏 에미르에게 험하게 대하고 멀리 대한 이유는 간단했다.

그녀를 멀리 둔다면.

무관심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거리를 두면 그녀가 내게서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에미르가 포기한다면, 이 몸도 결국 포기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녀의, 아니 내가 지닌 애정을 떨쳐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내 생각보다 에미르가 지닌 모리스에 대한 사랑이 훨씬 크고 깊은 모양이었다.

내가 어떻게 해도 그녀가 잊지 못할 정도로.

내가 대답하지 못하자, 에미르는 초조한 듯 말을 이었다.

“말하지지 못하신다면 저를 싫어하는 이유라도 말해주세요.”

결국, 에미르가 내게 미련을 계속 가지고 있다면, 내 심장과 몸 또한 계속 에미르를 그리워하리라.

“너를 싫어하는 이유라.”

두근두근.

심장이.

내 몸이.

말하지 말라고 전력으로 말렸다.

그러지 말라.

입을 다물라고 거칠게 외치는 것 같았다.

아름다운 여인이었고,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에미르는 솔라리온의 사람인 이상, 나와는 엮일 수 없는 사이였다.

끝까지 밝히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나 역시 솔직해지기로 했다.

에미르 역시 내개 솔직했으니까.

“정치 때문이다.”

“예?”

“그 때문에 너와 나는 서로 이뤄질 수 없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제국이 2가지 파벌로 나뉘었다는 건 잘 알 테지.”

“설마, 진심이십니까?”

한 마디만으로 그녀는 내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눈치 챈 듯 보였다.

“이걸 왜 제게 말씀하신 겁니까?”

“그대가 솔직하게 말했으니, 나 역시 솔직해지기로 한 것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숨기고 말하지 않아, 배배 꼬느라 그녀의 감정만 소비되었으니.

차라리 솔직해지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에미르라면.

지금 내 옆에 있는 에미르라면 황제에게 말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거 때문입니까? 고작 파벌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대에겐 작은 일이나, 내게는 큰일이다. 그리고 알지 않은가. 그대를 습격했던 자들을 누가 보냈는지.”

내 손을 잡은 에미르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나는 그런 에미르의 깍지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알았으니 더는…….”

“가지 마세요.‘

에미르가 내 소매를 잡았다.

나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제 곁에서 떠나지 말아주세요.”

두근두근.

에미르의 눈물을 보자, 심장의 고동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거세졌다.

“내가 말하지 않았는가. 그대를 잡으려고 했던 이들을 내가 보낸 거라고, 그대가 아끼던 하녀가 죽은 것도 내 탓이며, 나는 구원자인 척 그대 앞에 나타난 거라고.”

에미르가 입술을 깨물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결국 구해준 건 맞지 않습니까. 제가 아무것도 못하고 도망가고 있을 때, 구해주셨잖아요. 진심으로 저를 죽일 생각이 없었으니 그런 거겠지요.”

“내가 네 하녀를 죽였어.”

“직접 숨통을 끊으셨습니까?”

고개를 저었다.

“아니면 죽이라 명령했습니까?”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인 틀은 내가 짰네.”

“그거면 됩니다. 직접 죽이라 명령하지 않으셨으니, 제 복수의 대상은 다른 사람이 되겠지요.”

“정말 그리 생각하는가. 정말 그대는…….”

한결같구나.

한결같이 모리스를 좋아하는구나.

그러나 끝내 그 말은 나오지 않았다.

이리 질긴 인연을,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심장이 다시금 미친 듯이 뛰었다.

“포기해.”

“예?”

“이제 솔라리온과 드미트리가 함께할 수 없는 이상, 그대가 혹은 내가 각자의 신분과 지위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이뤄질 수 없는 사이야.”

나는 어렵게 에미르의 손을 뿌리치고 정원 밖으로 나갔다.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로널드 백작에게 통신을 보냈다.

“준비하게. 이제 시작할 거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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