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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악녀를 조교하게 되었다-73화 (73/174)

〈 73화 〉 72화 세리아에게 주는 상, 제게 진짜 상을 주세요.

* * *

“죄송합니다. 실패했습니다.”

황제는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보고하는 루이스를 내려다 보며 이를 악물었다.

“실패, 했다?”

“예.”

“어떻게 됐지?”

“암살 대상이었던 신 귀족파 귀족 10명 중, 사망한 인원은 3명입니다.”

“고작 3개밖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건가?”

“예. 송구합니다. 폐하.”

“로널드는? 신 귀족파의 리더 로널드 백작 말이다.”

“…….”

루이스는 대답하지 못했다.

“실패했군. 제일 중요한 걸.”

“송구하옵니다.”

“홍련단이 이렇게 무력하게 실패했던 적이 있던가?”

이번에도 역시 루이스는 대답하지 못했다.

“실패 요인이 뭐지?”

“에밀리가 운영하는 골드 상단 쪽에서 고용한 기사들과 실력자들에 의해 막혔습니다.”

“골드 상단? 그 이미르 말이냐?”

“그렇습니다.”

“빌어먹을!”

쾅! 쾅!

황제는 주먹으로 책상을 내려쳤다.

책상에 놓인 온갖 물건들이 흔들렸다.

몇 번이고 책상을 두들겼으나, 황제의 분노는 풀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미르 이 개 같은 자식! 끝까지 나를 방해해?”

씩씩거리던 황제가 루이스를 노려보았다.

“내부에서 정보가 새어나갔다. 그게 아니고서는 납득이 되지 않아.

“그럴 리가 없습니다.”

“네년은 홍련단이 네게 충성할 거라고 믿는 건가?”

“말씀드렸다시피 홍련단의 대원들은 절대로 충성심이 변하지 않습니다.”

“글쎄…….”

황제가 비릿한 조소를 지었다.

“어떤 년이 배신자인지 내가 직접 조사하겠다.”

황제의 표정을 본 루이스는 등골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그의 눈빛에서 서린 살기와 광기 때문이었다.

***

“세리아.”

“예, 주인님.”

오늘따라 세리아의 목소리가 밝았다.

그도 그럴 것이 세리아와 이틀 전에 약속한 날이었다.

함께 밤을 보내기로 약속했던 그 날.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 보이는군.”

“그, 그래 보이나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좋은가?”

“무, 물론이죠. 주인님께서 오늘 하룻밤은 함께 보내자고 말씀하셨으니까요.”

나는 창밖을 보았다.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그녀가 원하는 밤을 함께 보내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했다.

로널드에게 가해졌던 습격을 막은지 하루.

지금쯤 황궁에서는 내부 스파이를 찾느라 혈안이 되어 있으리라.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내가 황궁을 찾아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저 엘리스와 루이스가 잘 속이길 바랄 뿐이었다.

나는 세리아를 보았다.

그동안 고생만 했던 그녀였다.

내게 당한 그 많은 조교들을 견디고, 초월체인 릴리스를 퇴치하며 황제 앞에서 연기까지 해야했던 세리아.

지금까지 고생했던 세리아에게 상을 주는 것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과거 지크프리트의 저택에 찾아갔던 그런 상이 아닌.

진짜 상을 말이다.

“세리아.”

“예, 주인님.”

“간만에 같이 밖으로 나가겠나?”

“예?”

세리아가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눈을 깜빡거렸다.

“지금까지 고생했으니, 상을 주려고 한다.”

“사, 상이요?”

상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그녀의 볼이 발그레 달아올랐다.

“사, 상을 위해서 바깥으로…….”

손톱을 잘근거리던 세리아는 뭔가를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좋아요!”

“그럼 바로 가지.”

나는 세리아를 데리고 로비로 나갔다.

“저, 저기 주인님…….”

“왜 그러지?”

“이대로 가는 건가요?”

“뭐가 더 필요한가?”

다른 걸 찾으려는 세리아의 모습이 이상했다.

“아, 아니에요. 죄송해요. 주인님은 다 계획이 있으실 테니까요.”

간만에 외출이라서일까.

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빨리 가도록 하지.”

첫 번째 목적지는 쇼핑이었다.

지금껏 메이드 복 말고는 입지 않았던 세리아였다.

그녀를 위한 상으로 새로운 옷을 선물할 생각이었다.

이전 소설에서도 옷을 사고 장신구를 사는 것을 좋아했으니.

‘나쁘지 않아.’

그녀에게 주는 상으로 괜찮을 거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황제는 세리아가 완전히 무너지길 바랐다.

신분과 자존감, 그녀가 지닌 모든 걸 말이다.

만약 세리아를 데리고 고급 옷집에서 새로운 옷을 샀다는 소문이 퍼진다면.

분명 황제의 귀에 들어갈 거다.

그런 일은 사절이었다.

나는 환각 마법을 세리아의 주위에 펼쳤다.

그러자 그 자리에 평범하게 생긴 하녀가 대신 서 있었다.

대상을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는 환각 마법.

서큐버스 릴리스의 책에서 습득한 마법 중 하나였다.

마나를 다룰 수 있는 기사라면 이 환각 마법을 그대로 꿰뚫어 볼 수 있을 거다.

그렇기에 아직 황녀에게 쓰기에는 부족한 마법이었다.

이번 외출은 세리아에게 주는 선물임과 동시에 내 환각 마법의 진행도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기사들이 다닐만한 길만 잘 피하면 되겠지.’

나는 환각 속에 보이는 세리아의 본래 얼굴을 보며 물었다.

“이, 이게 무슨?”

그녀는 갑자기 변한 자신의 모습에 다소 놀란 표정이었다.

“어떤가? 오늘 외출할 때 쓸 마법이라네.”

“이, 이게 전가요?”

“그럼 가보겠나?”

“예.”

세리아는 당황해 하면서도 곧 자신의 변화에 적응했다.

마법이 제대로 먹힌 걸 확인한 나는 세리아와 함께 제국의 거리를 걷기 위해 저택 밖을 나섰다.

제국의 거리는 시끄러웠다.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 다녔고, 시민들의 얼굴엔 활기가 넘쳤다.

“내게 꼭 붙어라.”

나는 혹여 세리아가 내게서 떨어질까 경고했다.

“예.”

옆에 선 세리아가 내 소매를 꽉 붙들었다.

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내 옆에 있는 여자가 세리아임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일반인에게 제대로 통한다는 걸 확인한 나는 여유롭게 그녀와 함께 제국 수도를 걸었다.

“그런데 주인님, 어디로 가시는 건가요?”

“네게 선물을 주려고 한다.”

“선물…….”

세리아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띄었다.

나는 세리아를 데리고 제국 수도에 위치한 옷집에 도착했다.

“여기는?”

“제국에서 제일 유명한 제단사가 있는 옷집이지.”

과거 세리아가 지크프리트였을 때 종종 찾았던 가게였다.

“여길 왜 오신 거예요?”

“고생한 하녀에게 선물을 주려고 왔지.”

“서, 설마 주신다는 상이…….”

“드레스다. 맞춤 제작을 원한다면 말하라. 원하는 사이즈로 전부 맞출 수 있도록 도와줄 테니.”

“아…….”

세리아가 작게 탄성을 뱉었다.

“서, 설마 오늘은 없는 건가요?”

“뭘 말이지?”

“그……그게…….”

세리아는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거렸다.

두 볼이 붉었다.

“사, 상이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대가 좋아했던 것이 아닌가?”

세리아는 실망한 눈치였다.

“설마 부족한 건가? 아니면 기대와 달랐던 건가?”

“그, 그게……. 예, 기대와 많이 다, 달랐어요.”

“건방지군.”

“죄송합니다.”

세리아가 고개를 숙이며 내 눈길을 피했다.

“하지만 왔으니, 골라라. 어쨌든 너를 위한 선물을 사기 위해 왔으니. 오늘은 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주겠다.”

“제가 원하는 대로……. 알았어요.”

입술을 깨문 세리아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입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고 말했으나, 가게에 들어간 세리아는 이리저리 옷을 보며 품평하기 시작했다.

“이건 디자인이 좋은데, 재질이 별로고……. 조금 색깔이 옛날 느낌이고…….”

방금 전까지 시무룩하던 세리아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옷을 고를 때 만큼은 진심이었던 세리아였다.

꽤나 한참 디자이너와 씨름하던 그녀가 고른 옷은.

세리아의 눈동자 색과 비슷한 연보라 색의 드레스였다.

가슴이 깊게 파여 세리아의 커다란 가슴이 강조되는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역시…….

이 시대 기준으로 파격적으로 짧은 치마의 길이었다.

치마는 무릎을 간신히 가릴 정도로 짧았다. 마치 그녀가 저택에서 입고 있던 메이드 복처럼 말이다.

“그게 마음에 드는가?”

“네, 마음에 들어요.”

세리아가 드레스를 입은 채로 한바퀴 크게 돌았다.

“어떠세요?”

나는 세리아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솔직한 감상평을 입에 담았다.

“예쁘군.”

“그, 그래요? 헤헤, 역시 그렇죠?”

“역시 옷이 날개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야.”

“옷걸이가 예뻐서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시나요?”

“그대는 자신이 예쁘다고 생각하나보군?”

“그, 그건…….”

세리아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굴렀다.

얼굴이 처음보다 훨씬 새빨개졌다.

“자, 자신감이 없으면 안 되니까요! 여자의 미모는 자신감에서 온단 말이에요.”

“그런가?”

황급히 말을 돌리는 세리아의 말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참으로 재밌는 여자였다.

보고 있으면 즐거워지는 그런.

“다 입었으면 가지.”

나는 그녀의 옷값을 계산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딜 가려고요?”

“세리아 네가 가장 좋아하는 걸 하려고 한다.”

“제가 좋아하는 거요?”

“그래.”

***

­말씀해주시오. 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리 잔혹하게 대하는 것이오?

세리아는 객석 가장 뒷자리에서 무대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모리스의 손에 이끌려 연극이 있는 유명 공연장에 왔다.

과거 그녀가 정말 좋아했던 배우가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번 연극은 세리아가 지크프리트였을 시절, 매번 보았던 그 연극이었다.

­사랑과 전쟁.

사랑을 이루기 위해 공주와 기사가 벌이는 슬픈 러브스토리.

옛날이라면 이걸 보며 감동하며 눈물을 훔쳤으리라.

그런데 지금의 그녀는.

‘지루해.’

지금 이 연극이 지루하기만 했다.

배우는 과거 그녀가 보았을 때보다 훨씬 발전한 연기를 선보였다.

그러나, 그들의 연기는 세리아에게 닿지 못했다.

이보다 훨씬 재밌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기 때문.

세리아는 옆에 앉은 모리스를 보았다.

분명 상이라고 했다.

‘진짜’ 상을 줄 거라고 말하셨다.

밖에서는 그녀가 부끄러워할까 봐. 직접적으로 말씀하지 않았겠지만 여기는 달랐다.

어두운 조명.

객석 중에서도 가장 뒤, 그리고 구석진 자리.

유심히 보지 않는다면 세리아와 모리스가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을 그런 자리였다.

두근두근.

세리아는 잔뜩 기대하며 모리스의 상을 기다렸다.

‘상을 언제 주실까?’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시려는 걸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모리스의 상을 기다렸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모리스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벌써 연극의 절반이 지나갔다.

세리아는 초조한 마음에 힐끔거리며 옆에 앉은 모리스를 보았다.

그러나 그는 담담한 눈으로 저걸 지켜보았다.

묵묵하게.

“재밌군.”

짧은 감상평까지 남기면서.

‘저, 정말 이게 다야? 정말로 이걸 보기만 하는 것이 다라고?’

분명 좋아하는 연극이었다.

매번 챙겨볼 정도로 재밌게 본 건데.

어째서…….

‘이렇게 마음이 허전한 거지?’

세리아는 몰랐다.

이젠 연극이 그녀에게 제일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세리아의 눈이 모리스에게 향하는 빈도가 점점 늘어났다.

“왜 그러지?”

그녀의 이상함을 눈치 챈 모리스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공기가 섞인 그의 작은 목소리에 세리아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두근두근.

“그, 그게요.”

“몸 상태가 나빠 보이는데. 괜찮은가?”

모리스의 목소리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하아, 하아.”

그녀는 모리스를 보았다.

큰 키, 깔끔한 외모, 도드라진 울대와 그녀와 달리 두꺼운 손가락.

그는 그녀를 보며 걱정하는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마치, 그녀가 정말 걱정된다는 듯이.

‘이런 적 없었잖아.’

반칙이다.

지금 상황에서.

그가 자신에게 줄 상을 기대하고 있던 지금 같은 상황에서.

결국 그녀가 원했던 진짜 상은 받지 못해 안달 난 상황에서.

이런 표정을 지어주면.

‘헤어날 수 없잖아.’

그녀는 물기 가득한 숨결을 뱉으며 모리스의 손을 잡았다.

“주인님.”

이번에 환각도 최면도 매혹향도 아니었다.

그녀가 스스로 손을 뻗어 그를 붙잡았다.

그리고 그 손을 자신의 아래로 내렸다.

“진짜 상을 주세요.”

그녀가 속삭였다.

모리스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진짜 상, 말인가?”

“예, 자꾸 애타게 만들지 말아주세요.”

모리스가 새로 사준 옷은 이미 그녀의 땀과 체액으로 젖어 있었다.

“하아, 하아.”

그녀는 보았다.

처음으로 당혹스러워 하며 그녀를 내려다보는 모리스를.

그런 모리스를 보며 묘한 승리감에 빠졌다.

***

나는 놀랐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설 줄은 몰랐으니까.

찌걱찌걱.

물소리가 우리 사이에 울렸다.

바로 옆에 앉은 남자가 눈치 채기 전에 뻗어가려는 소리를 차단했다.

그와 동시에 곧바로 주위에 사람들이 볼 수 없도록 환각 마법을 수정했다.

“정말 원하는 건가?”

“네.”

그 때 배우의 요란한 외침이 귀에 꽂혔다.

­나는 사랑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소!

연극은 어느새 하이라이트에 돌입했다.

그러나 세리아는 연극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

“하아, 하아.”

그녀는 아래를 쑤시는 것에 집중했다.

그러면서 입을 막았다.

혹시나 주위에 이 소리가 들릴까 조심스러우면서도 더 강한 쾌락을 얻기 위한 발버둥을 쳤다.

그녀는 내 손가락을 마치 자신의 손가락인 것처럼 가지고 자신의 안에 넣었다.

찌걱찌걱.

그러면서 세리아는 계속 나를 올려다보았다.

끊임없이.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뮤지컬이 재미가 없나?”

내 질문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재미있어요. 그런데....”

“그런데?”

“지금은 이게 더 좋아요.”

그녀는 최대한 소리를 낮췄다.

이미 뮤지컬은 그녀의 관심 밖이었다.

세리아는 눈을 감고 숨을 참는다.

“흐읍, 흐으읍!”

그러나 그녀는 모를 거다.

내가 소리를 차단하지 않았다면 이미 이 안에 있는 사람이 전부 들었을 거라는 걸.

찔걱거리는 소리와 낮게 흐느끼는 신음은 모두가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세리아의 보지가 내 손가락을 꽉 물었다.

그녀는 몸을 떨며 흐느꼈다.

“주인님.”

그녀가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진짜 상을 주세요. 진짜 제게 주는 상이요.”

세리아를 위해 모처럼 새로 산 옷이 그녀의 체액으로 인해 더러워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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