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화 〉 60화 아침발기는 생리적인 현상이네만?
* * *
나는 세실리아를 치료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우선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다.
잘린 혀와 마법으로 인해 안쪽까지 타버린 눈 그리고 찢어진 고막까지.
이 모든 걸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선 꽤나 시일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에밀리에게 말했듯 적어도 3달.
그리고 지금은 가장 중요한 첫 치료였다.
잘린 부위를 재생시키는 건 분명 까다롭고 어려운 치료지만,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신관들이 세실리아를 치료할 수 없다고 단언한 건, 이 세계 신관들의 치료 방법은 단순무식하기 때문이었다.
상처 부위에 신성력을 쏟는 것.
그게 전부였다.
세실리아의 상처가 단순히 신성력을 쏟아 부어서 될 일이었다면, 굳이 황제가 나를 찾지 않았으리라.
허나 이건 재생 세포를 살리고 새로 이식하는 수술.
마법사 중에서도 이렇게 세밀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자는 극히 드물었다.
나는 온 몸의 마나 그리고 이 방에 깃든 마나석의 짙은 마나까지 전부 총동원했다.
리커버리.
재생 마법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목표는 하나였다.
지금 손상된 세실리아의 상처부위에 재생 세포를 만드는 것.
마법으로 만든 인공 세포들은 짙은 마나로 가득한 회복실에서 빠르게 자라 세실리아의 새로운 장기가 되어줄 거다.
내가 마나를 일으키자, 마나석의 마나가 공명했다.
우우웅.
내 몸에서 마나가 연기처럼 피어올라, 세실리아의 몸에 닿았다.
‘흐음.’
낯선 마나의 촉감에 세실리아가 놀라 몸을 움찔거렸으나, 곧 편안함을 느끼고는 몸에 힘을 풀었다.
리커버리 주문이 세실리아의 상처 부위를 부드럽게 감쌌다.
상처가 난 자리에 재생 세포가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부터는 그 세포의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한 마법 주문을 세실리아에게 새겨야만 했다.
손바닥보다 작은 마법진을 허공에 그렸다.
마나로 구성된 마법진이 두둥실 떴다.
재생 회복을 도와주는 마법진.
세포의 성장을 도와주는 마법진.
세포가 성장하면서 생길 여러 통증들을 완화해주는 마법진까지.
나는 눈을 감은 채로 마법진을 새기는 것에 집중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지이잉.
세실리아의 주위로 마나로 이뤄진 마법진이 사방에 깔렸다.
마나에 민감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새겨진 녀석이었다.
온몸에서 땀이 흘렀다.
재생 세포가 무사히 안착한 것을 확인한 나는 머리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후우.”
가장 힘든 과정은 마쳤다.
이 세포를 안착시키고 회복을 위한 마법진을 세기는 데만 8시간을 소비했다.
‘앞으로 기다리면 된다.’
어려운 과정은 전부 넘겼다.
이제 남은 건 세실리아의 상처가 제대로 재생되는지 마법진이 지속적으로 그녀의 몸을 회복하는지 확인하면 된다.
치료하는 동안은 저 방을 나갈 수 없겠지만.
‘황궁의 감옥에 갇혀있을 때보단 훨씬 낫겠지.’
그동안 세리아를 시켜 시중을 들라고 해야겠다.
“세실리아는 괜찮은가요?”
회복실의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세리아가 물었다.
“괜찮을 거다. 위험한 고비를 무사히 넘겼으니.”
“그래요? 다행이네요.”
세리아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저 여자는 자네의 전 연적이었다. 내가 그녀를 도와주는 것이 싫은 것이 아니었나?”
“제가 왜 싫어해요?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싸우는 사이도 아닌데요.”
“그런가?”
황제에 대한 마음이 전부 떠나간 건가.
세리아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났다.
“세실리아도 불쌍하네요. 황제에게 저런 꼴을 당하고 살고 있었다니……. 만약 제가 그 남자와 결혼했다면 제가 저기에 누워있었겠죠?”
“그러지는 않았을 거다.”
세리아는 여주와는 달리 지크프리트라는 거대한 백이 있었다.
아무리 황제라도 섣불리 건드리지는 못했으리라.
물론, 세리아가 멀쩡할 수 있었을 거라고는 자신할 수 없었다.
“전 연적이 걱정되는가?”
“전 세실리아를 걱정하는 게 아니에요.”
“그럼?”
“세실리아에게 이상이 생기면, 주인님이 다치니까요. 아, 주인님이 다치면 제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서 하는 걱정은 아니에요.”
세리아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도 상냥했다.
과거 악녀의 모습은 어디로 건 건지.
이제는 어디서나 볼 수 있을 평범한 영애의 표정도 짓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였을까.
나도 모르게 세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세리아가 흠칫 놀라며 나를 올려보았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은 나도 놀라 황급히 손을 치웠다.
“크흠, 걱정 마라. 이 여자 때문에 너도 나도 다칠 일은 전혀 없으니까.”
“역시……. 그렇죠?”
“물론이다.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는 훨씬 대단한 마법사이니.”
“사, 사실 알고 있었어요.”
세리아가 내 눈빛을 피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새침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방금 내가 한 말처럼 앞으로 세실리아의 치료에 문제가 될 건 없었다.
유일하게 문제가 있다면 황제였다.
황제가 방문했을 때, 세실리아에게 무슨 짓을 하게 시키느냐는 것.
만약 세리아에게 했던 것처럼 그녀를 조교하라고 시킨다면.
그 때는 릴리스처럼 대타를 시키지도 못할 거다.
황제가 눈치챌 것이 분명할 테니.
‘걱정이군.’
방도를 생각해야만 했다.
***
에밀리는 회의장에서 자기들끼리 난리치는 놈들을 면면을 보았다.
귀족파 중에서도 한 자리 차지한 굵직한 귀족들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네놈들이 우리를 무시하는 건가? 우리는 처음부터 제국의 안녕을 위해 움직였다. 황제가 패악을 부릴 때 너희들은 그동안 뭘 했는가? 그저 겁쟁이처럼 숨어서 이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지!”
그러나 중립파 귀족들도 만만치 않았다.
“제국의 안녕? 귀족파를 따르는 놈들만을 위한 안녕이었겠지! 네놈들이 정녕 제국을 위해 움직였다는 증거가 어디 있냐? 다들 자기 몫만 챙기기 바빴던 놈들이!”
중립파 귀족들도 무시당한 세월이 있었기 때문에 귀족파들을 보는 시선이 고울 리가 없었다.
“지크프리트 공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는 놈들이.”
“뭐라? 이 어중이 떠중이들이?”
“지 배때지만 불리는 돼지새끼들이 어디서 지랄이야!”
로널드는 그 사이에서 난감해 하고 있었다.
“여러분, 다들 제 말을…….”
에밀리는 그런 로널드를 보며 혀를 찼다.
똑똑하고 사람을 모을 행동력은 있으나, 막상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이들을 휘어잡지를 못했다.
저게 귀족의 한계인가?
‘내가 나서야겠네.’
한숨을 내쉰 에밀리가 사이에 끼어든다.
“다들 조용.”
그러나 이 새끼 저 새끼, 오가는 욕설은 끊이질 않았다.
“모두 조요오옹!!”
콰앙!
에밀리가 책상을 내려치며 소리쳤다.
그 기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서로를 노려보며 목소리를 높이던 모든 귀족들이 에밀리를 바라보았다.
“…….”
그 덕에 장내가 침묵에 휩싸였다.
“다들 고마워요. 제 말에 집중해줘서.”
에밀리가 싱긋 웃었다.
“저 여자는 왜 들여보낸 거요. 아무리 제국 최고의 상단주지만, 작위 하나 없는 여자잖소!”
지크프리트가 없는 귀족파를 이끌고 있는 망그레브 후작이 외쳤다.
“허나 이 중에서 제일가는 부를 가지고 있죠.”
에밀리는 웃음을 잃지 않으며 말했다.
그녀는 제국의 물류 중 절반 가까이를 담당하는 골드상단의 주인이었다.
마법 물품, 무기, 옷 기타 등등.
취급하지 않는 것이 없기로 유명한 상단이었다.
“크흠.”
그건 귀족파의 임시 수장인 망그레브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통합을 위한 회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렇게 서로 싸우다니, 황제가 참 좋아하겠어요.”
“…….”
이들이 모인 건 흔들리는 귀족파와 아직 자리를 잡지 않은 중립파가 연합을 맺기 위해서였다.
회동을 만든 건 로널드와 에밀리.
당장이라도 황제에게 공격당할 수 있는 귀족파 입장에선 거절할 수 없는 회의 제안이었다.
그 와중에도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대립이라니.
‘앞뒤 꽉 막힌 귀족 답네.’
그나마 지크프리트 공작은 현명하게 무엇이 이득이 될 지 아는 사람이었는데 말이다.
한숨을 속으로 삼킨 에밀리가 입을 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신 귀족파를 만들 거예요. 나와 로널드 백작을 중심으로.”
서론 같은 거 필요 없다.
여기 있는 이들 중, 이곳에 모인 이유를 모르는 귀족은 없었으니까.
“그게 말이 된다고 보오? 지금 임시 수장인 망그레브 후작도 계시고 수도를 거점으로 삼으시는 라볼레 백작도 있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중립파의 인물인 로널드 백작이 대표가 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것이오?”
귀족파 귀족 하나가 물었다.
망그레브 후작이 고개를 끄덕였고, 대부분 귀족파 귀족들은 에밀리의 말을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다들 훌륭한 후보시죠. 하지만, 각자 약점이 하나씩 있습니다. 서부에선 막강한 힘을 지니셨지만, 중앙 정계의 입지는 위태로우신 망그레브 후작님, 라볼레 백작님은 중앙에서 힘은 있으시지만, 그 힘이 귀족파 라는 거대한 집단을 이끌기엔 부족하시죠.”
주요 후보들의 면면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두 분께선 솔라리온 공작을 상대로 정치적 싸움에서 우위를 잡아가실 수 있으신가요?”
“…….”
모두 입을 다물었다.
황제도 아니고 황제의 오른팔마저 이길 수 있는 자신이 없었다.
지크프리트는 최소한 솔라리온 공작이라는 거물을 혼자서도 상대할 수 있기에 귀족파의 수장이 된 것이었다.
“끄응.”
“허나 로널드 백작은 가능합니다.”
“어떻게 가능하다는 거요. 저 남자가 뭘 가지고 있다고.”
“로널드 가문은 과거 제국의 공신 가문 중 하나죠. 지금은 정계에서 밀렸지만, 그 누구보다도 정통성 하나만큼은 끝내주는 집안 아닌가요? 단 한 번도 제국을 배신하지 않은 가문.”
“……거기에 에밀리 그대가 자금을 지원하겠다?”
“당연하죠. 제국 최고의 정통성과 자금을 갖고 있다면 지크프리트와 견주어도 나쁠 건 없다고 보는데요? 솔라리온과도요.”
그 말에 부정할 수 있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 자네들이 귀족파를 이끈다고?”
“예. 물론 기존의 분들을 내칠 생각은 전혀 없어요. 그저 현재 유지하고 있는 귀족파의 세력을 그대로 가져가고 싶은 것뿐이에요.”
“지크프리트 공작의 위치를 대신하겠다는 건가?”
망글레브 후작이 물었다.
“예. 다들 귀족파가 이대로 무너지는 건 원하지 않잖아요.”
“그런가.”
이미 한 번 황제파와 크게 대립했던 귀족들이었다.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사실 귀족파들은 선택권이 없었다.
만약 지금의 황제가 즉위를 할 때 무릎을 굽히고 황제파로 전향했더라면 황제도 받아줬으리라.
나름대로 귀족파는 단단했고, 황제파를 여전히 위협할 수 있는 세력이었으니.
허나 지크프리트가 칩거한 지금은 달랐다. 너무 늦었다.
황제는 전쟁을 원하고 있었다.
실제로 그런 낌새가 조금씩 보이고 있었으니.
귀족파의 핵심들이 먼저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도 받아주지 않으리라.
여기 있는 모두가 황제의 잔혹성을 알고 있었다.
그가 얼마나 잔인한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짓도 할 수 있다는 것조차도.
“에밀리, 그대가 이렇게 나서는 건 황제가 압도적인 권력을 갖길 원하지 않아서인가?”
“비슷해요. 정확히는 황제를 견제할 사람들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만약 황제가 이보다 더 압도적인 힘을 가진다면, 제국은 엉망진창이 될 겁니다.”
“그 사실만큼은 나와 같군.”
망그레브 후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그대들이 한 가지 간과한 게 있네.”
“뭐죠?”
“지크프리트가 귀족파의 대장이 된 건 솔라리온을 견제할 수 있는 힘을 지녔다는 것 말고 다른 이유도 있었네. 그가 지니고 있는 2명의 소드마스터 때문이지. 그 힘의 공백은 어떻게 메꿀 생각이지?”
그 말을 들은 에밀리가 싱긋 웃었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그 두 명의 소드마스터보다 더 강한 사람을 데리고 올 수 있으니까요.”
“믿을 수 있나? 그 말은, 우리는 모든 것을 걸었다는 뜻이네.”
“어차피 이대로 있다간 귀족파는 망할 수밖에 없어요. 다들 알잖아요?”
“좋소. 만약 우리 귀족파가 그대들을 따라서 새롭게 모인다고 합시다. 황제를 어떻게 견제할 것이오? 그대들은 매일 열리는 대전 회의에도 나오지 않는데.”
“간단하죠. 자리가 없다면 만들면 됩니다.”
에밀리가 웃었다.
***
어제 무리하게 마나를 쓴 탓일까.
해가 높이 뜨고 나서야 일어날 수 있었다.
‘뭔가 이상한데?’
아래에서 느껴지는 낯선 감각에 고개를 내렸다.
세리아가 내 물건을 입에 물고 있었다.
“푸하, 조, 좋은 아침이에요. 주인님.”
나와 눈을 마주친 세리아가 입에 문 자지를 떼어 내며 말했다.
그녀는 많이 당황한 모습이었다.
“뭐하는 거지?”
“그, 그게요. 원래는 주인님을 깨우기 위해 방에 들어왔는데요. 물건이 서 있길래 쌓이신 거 같아 해결해드리기 위해서…….”
아침발기를 보고 오해한 건가.
내가 쌓였다고?
“그건 남자라면 누구나 생리적으로 일어나는 거지 쌓인 것이 아니다.”
“그, 그런가요? 저, 그게 저는 잘 몰랐어서…….”
조교만 당했지, 남자를 위해 봉사하고 지냈던 적이 없던 세리아였다.
모를 만도 했다.
내 물건이 서 있다는 이유로 아침 펠라를 해주다니.
‘많이 변했군.’
나는 세리아를 마주보았다.
부끄러워 하며 내 시선을 피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묘한 색기가 느껴졌다.
“죄, 죄송해요. 저, 저는 이만 가볼게요. 아, 아침부터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드렸네요.”
“잠깐.”
나는 세리아의 손목을 붙잡았다.
“네가 이렇게 만들어놓고 어딜 가는 거지?”
“예? 아, 아침 생리 현상이시라고…….”
“아까까진 그랬다. 그런데 네가 자극하고 나서는 잘 풀리지 않는군.”
세리아 때문에 가려졌던 성욕이 드러났다.
“네가 책임져 줘야 할 거 같은데?”
내 말에 세리아가 몸을 떨었다.
“아.”
환희가 섞인 탄성을 뱉었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하트가 보였다.
나는 마나를 이용해 족쇄 2개를 만들었다.
급조해 만든 족쇄를 세리아의 팔목에 채웠다. 그리고 그 족쇄를 팔과 다리에 연결했다.
왼팔과 왼다리가 연결된 족쇄.
오른팔과 오른다리가 연결된 족쇄.
“주, 주인님?”
세리아는 팔과 다리를 벌린 채 부끄러운 것까지 전부 드러낸 자세가 되었다.
“네가 나를 자극한 것이니, 네가 해결해 줘야겠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