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 55화 감독 모리스 주연 세리아 관객 황제. 물 한 방울로도 사람은 죽을 수 있다.
* * *
“왜 연락도 없이 오셨습니까?”
“하하, 내 친한 친우의 집에 오는데 무슨 예고가 필요하겠나.”
황제가 껄껄 웃었다.
그가 왜 찾아왔는지 아는 나로서는 마주보며 웃을 뿐이었다.
“세리아는 어디에 있지?”
역시 세리아부터 찾을 거라고 생각했다.
“현재 방에서 청소 중입니다.”
“그런가?”
황제가 미소를 유지한 채 나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말뜻을 알고 있지 않냐는 의미의 눈짓이었다.
“곧 준비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말이네.”
황제가 고개를 숙이는 내게 물었다.
“마법부 장관은 건너편이 보이지 않는 유리를 만들 수 있다고 하던데. 맞나?”
“그렇습니다.”
황제가 말하는 유리라는 건 매직미러였다.
한 쪽은 유리의 건너편이 보이나, 반대편은 보이지 않는 마법의 유리.
마법 과학의 산물이었다.
“자네가 만들었다는 그 거울을 조금 쓰고 싶네만?”
이유는 뻔했다.
자신의 추태를 보이고 싶지 않다는 뜻이겠지.
그러면서 세리아가 망가지는 걸 보고 싶다는 걸 거다.
“가능은 합니다. 하지만 설치까지 시간이 걸릴 겁니다. 괜찮으십니까?”
“물론이네.”
황제의 미소는 어느 때보다 자애로웠다.
“그럼 응접실에서 잠시만 기다려주시지요.”
“그러지.”
세바스찬이 황제를 모시고 응접실을 가는 동안, 나는 세리아가 숨어 있는 방을 찾아갔다.
“하아, 하아.”
거친 숨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이건 중증이군.”
문을 열자, 세리아가 코를 킁킁거리며 나를 보았다.
“주인님…….”
그녀의 눈동자에 하트가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네 발로 기어 오던 세리아가 내 다리를 붙잡았다.
“주인님, 저 아랫배가 뜨거워요.”
세리아의 말처럼, 그녀의 몸은 불처럼 뜨거웠다.
“제발요. 주인님…….”
그녀가 내 다리에 매달리며 애원했다.
황제가 응접실에 있는 이 시간동안 그녀를 만족시킬까 싶었다.
그러나 음문으로 쌓인 그녀의 욕구를 해소하기엔 그리 많은 시간이 아니었다.
“미안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준비해라. 황제가 왔다.”
“예?”
그녀는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는지, 되물었다.
“황제가 왔다고 했다.”
놀란 얼굴.
세리아는 입을 벌리며 나를 올려 보았다.
초점을 잃었던 눈동자가 또렷해졌다.
“저, 저는 어떻게 하면 돼요?”
“걱정 마라.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나는 세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흥분한 그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 마나를 불어넣었다.
세리아의 표정이 편해졌다.
‘방법은 있다.’
***
나는 매직미러를 설치하기 위해 손님방 두개를 개조했다.
방과 방이 연결된 벽의 일부를 무너트리고 그 사이에 매직미러를 박았다.
한 면은 거울처럼 방의 모습이 비춰졌고, 그 반대편은 투명한 유리처럼 이 방을 관찰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후우.”
마나가 빠져나가는 탈진감에 심장이 축 가라앉았다.
만일 평범한 마법사와 시공자들이 공사했다면 일주일은 걸릴 대공사였다.
그러나 1시간이면 충분했다.
“역시 굉장하군.”
황제가 설치된 매직미러를 보면서 말했다.
“내 모습이 비치는 것이 마치 거대한 거울을 설치한 거 같은데…….”
이번엔 건너편 방에서 본 광경을 본 황제가 혀를 내둘렀다.
“이리 보니 또 다르군. 완전히 투명한 유리야. 이게 장관이 발명했다는 매직미러로군.”
웃는 황제의 시선이 내 뒤에 서 있는 세리아에게 향했다.
“세리아, 오늘은 평소보다 훨씬 더 아름답군.”
황제가 세리아의 외모를 찬양했다.
“지크프리트 공작이 기운을 잃고 칩거했다지? 아마 그대의 얼굴을 본다면 기운을 차릴지도 모르겠군. 아니, 오히려 딸이 성노예가 되었다는 사실에 분노할지도?”
황제는 지크프리트 공작을 언급했다.
지크프리트 공작이 왜 칩거했는지 모르지 않을 텐데 말이다.
웃음소리가 사악했다.
“들어가시겠습니까?”
나는 매직미러가 설치된 방을 가리켰다.
세리아를 더 자극시키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물론이네. 나는 방에서 그대가 세리아를 괴롭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겠네.”
그는 미소를 지었다. 마치 아이처럼, 무척 기대가 된다는 표정이었다.
황제가 매직 미러가 설치된 방으로 들어가고.
나는 세리아와 함께 건너편 방으로 들어왔다.
“주, 주인님……. 여기 서면 되나요?”
세리아가 우물쭈물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렇다.”
오늘 나는 그녀를 최대한 괴롭힐 거다.
황제가 그녀에게 눈을 떼지 못하도록.
동시에 다른 생각을 갖지 못하도록.
그리고.
세리아 역시 내게 괜한 짓을 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지이익!
내가 세리아의 옷을 강제로 찢는 모습이 거울을 통해 비춰졌다.
오늘은 특별히 더 강하게 나갈 계획이었다.
“꺄아악!”
세리아가 새된 비명을 질렀다.
거침없이 옷을 찢는 내게 저항하지 못한 세리아. 결국 그녀의 소중한 부위까지 가리던 속옷까지 전부 찢고 나서야.
“크으윽.”
훌쩍거리며 두 손으로 가슴과 아래를 가렸다.
그녀는 힐끗거리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세리아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오, 오늘은 무슨 조교를 해주시려고요?”
가슴을 가리며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그녀가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거기까지 말해줘야 하는가?”
나는 한 걸음 다가갔다.
본능적으로 공포심을 느낀 세리아가 뒤로 물러났다.
그러면서 거울에 비친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
완전히 발가벗겨진 채로 모리스에게 제압당한 그녀의 모습을 말이다.
거울에 비친 모습 때문에 더욱 수치스러워 했다.
“설마 벗겨져 있다는 것에 흥분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세리아는 대답 대선 벌써 아랫도리가 뜨겁다는 듯 몸을 배배 꼬았다.
“이제 완전히 타락해버렸군. 허나 오늘은 네년이 흥분을 느낄 시간도 주지 않겠다.”
“자, 잠깐만요. 주인님....”
나는 허공에 손을 그렸다.
마나가 휘몰아쳐 한 뭉치의 물이 생겼다.
사람의 주먹보다 조금 큰 정도의 물.
오늘 그녀를 고문할 물건이었다.
사람을 죽이고 괴롭힐 수 있는 방법은 아주 많다. 그 중에서 소량의 물만 있어도, 가능하다.
입과 코.
숨을 쉬지 못하게 한다면.
그 숨을 내 맘대로 컨트롤할 수 있다면.
목숨을 쥐고 흔드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작은 양의 물만으로 서로간의 계급과 격차가 생기는 거다.
나는 네년의 목숨을 쥐고 있다.
내게서 벗어날 수 없다.
압도적인 지배자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저항의 의지를 꺾는다.
이게 오늘의 조교였다.
낌새를 눈치 챈 걸까?
“자, 잠깐만요. 주인님. 이건…….”
세리아가 다급하게 뒤를 돌아 도망쳐봤지만.
어림도 없었다.
방문은 진작에 잠겨 있어, 세리아가 도망칠 공간은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물이 세차게 날아가 세리아의 코와 입을 막았다.
보글보글.
“으으읍!”
코와 입이 막힌 세리아가 버둥거렸다.
입을 막은 물을 떨쳐내기 위해 손을 휘저으며 저항해 보지만, 어림도 없었다.
“으으읍!”
세리아가 팔 다라를 휘저었다.
숨을 쉬지 못해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
그녀의 눈이 거의 뒤집어지려는 그 직전.
물이 퍼지며 숨 쉴 시간을 냈다.
“흐아압!”
숨을 크게 들이쉬는 세리아.
해방감을 느낄 시간은 길지 않다.
“흐으으읍!”
보글보글.
물방울이 다시 세리아의 코와 입을 막았다.
오늘 나는 그녀의 행동에 제약을 가하지 않을 거다.
그저 물로 코와 입을 막을 뿐.
세리아가 내게 다가왔다.
내 다리를 붙잡으며 애원했다.
“으으븡븡브!”
그러나 물 때문에 무슨 소리인지 들리지 않았다.
무릎을 꿇으며 절박하게 외치지만, 그 목소리는 내게 닿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물고문은 계속되었다.
눈을 까뒤집으며 기절하기 직전에 숨을 쉬게 만들고, 다시 숨을 막는 것을 반복했다.
그녀의 몸에는 산소가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눈의 초점이 멍했고, 시선이 멀어졌다.
행동이 점점 굼떴다.
그러나 딱 하나.
살고 싶다는 생존욕구만큼은 명확했다.
보글보글.
입을 막을 때마다 그녀는 버둥거리며 내게 잘못했다고 빌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아도 입모양으로 알 수 있었다.
보글보글.
그녀가 버둥거릴 때마다 알몸이 되어버린 세리아의 몸이 매혹적으로 흔들렸다.
부드러운 곡선과 맨살의 춤사위였다.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인 그녀의 몸짓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정도면 됐으려나.’
나는 거울 너머를 보았다.
황제의 마나가 거세게 일렁거렸다. 그가 이 장면으로 엄청난 흥분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
이글거리는 눈으로 매직미러 너머에서 나와 세리아를 보고 있을 황제는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원하고 있었다.
내가 예전에 좋아했던 소설의 주인공이 맞나 싶었다.
‘정말 싫군.’
그러나 살기 위해서라면.
내 세력을 온전히 다질 때까지 버티기 위해서라면.
너를 위해 어떤 연기라도 해주마.
감히 황제라도 나를 건드릴 수 없게 된다면.
‘그 때는 이런 장난도 끝이다.’
나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다짐했다.
허나, 오늘은 달랐다.
‘네가 원하는 대로 클라이맥스를 보여주지.’
나는 세리아의 위에 올라탔다.
마법으로 만들었던 물이 사라지고, 세리아가 다급하게 숨을 들이마셨다.
“주, 주인님?”
멍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코와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으, 으읍!”
눈물이 맺힌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경악과 공포.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세리아가 팔과 다리를 거세게 움직였다.
나는 그런 그녀를 아무런 감정도 없는 눈으로 내려 보았다.
내게서 벗어나려는 세리아.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간단한 이치였다.
내 힘은 강했고, 그녀는 약했다.
그녀는 아마 자신의 입장을 완벽하게 이해했으리라.
도망치려던 세리아의 움직임이 점점 멎어 들어갔다.
힘이 빠지고 눈에 초점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더는 움직이지 못하고 의식을 잃어갈 때 즈음.
거울 너머 세차게 요동치던 황제의 기운이 가라앉았다.
그리고 나는 세리아의 입과 코를 막은 손을 떼었다.
동시에 황제 몰래 치유 마법을 그녀의 몸에 덧씌웠다.
“하아, 하아.”
세리아는 반쯤 넋이 나간 채로 누워 숨을 세차게 들이마셨다.
다시 또 숨이 막히지 않을까 하는 공포를 느끼면서 말이다.
중력에 의해 벌어진 가슴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와 함께 문이 쾅! 하고 열렸다.
“크하하하! 정말 자네는 최고야! 어떻게 물로 코와 입을 막을 생각을 했는가! 정말이지……. 황홀했네.”
황제의 얼굴은 넋이 나가 있었다.
입은 벌어져 있고,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동공은 커져 있었으며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숨이 거칠었다.
약이라도 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처참한 몰골이었다.
“역시 그대에게 맡기길 잘했어. 사실 오늘은 자네가 이 여자를 범하길 기대했지만, 이 장면 역시 나쁘지 않았네.”
범하길 기대했다고?
세리아를?
나는 황제를 보았다.
그의 말에 진심과 거짓을 판별하기 위해서였다.
나를 보며 세리아를 범하라는 황제의 말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었다.
“허나 폐하께서 하사한 물건입니다. 어찌 소신이 마음대로 범하겠습니까?”
“크크, 겸손하기까지. 이래서 장관이 마음에 들어. 이미 신분도 없는 미천한 계집년인데 주인인 자네가 마음대로 해도 되지 않겠나?”
“…….”
“허나 자네가 세리아를 처음으로 범하는 그 자리엔 내가 꼭 있었으면 좋겠군.”
황제의 눈은 진심이었다.
세리아가 내게서 처음을 뺏기는 그 순간을 눈으로 담고 싶어 했다.
‘이미 처녀가 아니라는 얘기를 들으면 어찌 반응할까.’
그 사실을 입 밖에 내밀 정도로 멍청하진 않았다.
“알겠습니다. 다음에 오실 때는 거기까지 염두해 두겠습니다.”
“기대하도록 하지.”
말을 마친 황제가 누워서 숨을 몰아쉬는 세리아를 내려보았다.
그는 누워있는 세리아를 향해 손을 뻗으려고 했다.
황제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숨이 거칠어졌다.
세리아를 보는 동공이 좁아지는 것이 보였다.
“하아, 하아.”
손을 뻗으려던 황제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나도 모르게 실수를 할 뻔 했군. 부하의 여자에게 손을 데려고 하다니. 어찌 제대로 익지도 않은 열매를 따먹을 수 있겠나?”
“그렇습니까?”
“마음 같아서는 자네가 펼치는 공연을 더 보고 싶네만, 업무가 쌓여 있어서 말이지. 참으로 아쉽군.”
황제가 나를 보며 물었다.
“황궁에서 이 다음을 보여줄 수 있겠는가? 내 업무를 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싶네만.”
“불가합니다. 신분이 없는 자는 감히 황궁에 들여보낼 수 없으니까요.”
제국에서 존재가 지워진 자는 황궁에 닿을 수 없다.
그것이 제국의 법도였다.
황제마저도 쉽게 어길 수 없는 법도.
“하아, 신분을 없앤 것이 유일하게 후회되는 날이군.”
황제가 한숨을 내쉬었다.
“내 업무를 미루고 여기서 더 진행해달라는 것도 불가능하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리아의 정신력이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정신 상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할 것입니다.”
“무너진다면, 자네가 재건할 수 있지 않은가?”
“이전의 그녀와 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건 곤란하지. 세리아 지크프리트가 변하는 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거든.”
황제가 끌끌 웃었다.
“아쉽군. 정말 아쉬워.”
잠시 나를 보았다.
“나는 이제 돌아가야겠군. 참, 2주 뒤에 추수절을 기념한 행사를 황궁에서 진행할 예정이네. 당연히 올 수 있겠지?”
“황궁에 말입니까?”
“그래. 추수절을 맞이하여 궁중 파티를 열려고 하네. 모든 귀족들을 다 초대할 생각이야. 그 자리를 빛내주게.”
이 대륙에서 가장 가기 싫은 곳을 꼽자면 역시 황궁이었다.
마나의 균열로 마법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공간.
유일하게 내가 무력해지는 것을 느끼는 자리였다.
그런 내 생각을 알 리가 없는 황제가 초대장을 내밀었다.
“꼭 오게. 기대하고 있겠네. 내 상담할 것도 있고.”
“상담이라면?”
“황후 때문에 말이야. 요즘 너무 속을 썩여.”
“그렇습니까?”
“황제의 가정사를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네만, 자네라면 해결해줄 수 있을 거 같아서 말이지.”
“알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즐거웠네. 정말 즐거웠어. 다음엔 더 격정적인 것으로 부탁하지.”
말을 마친 황제가 돌아갔다.
황제가 저택 밖을 나가는 것을 배웅한 나는 방으로 돌아와 쓰러진 세리아를 보았다.
그러고는 손을 튕겼다.
따악!
세리아에게 쓰인 인식 저해 마법이 해제되며 그녀의 모습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백금발에 연보랏빛 눈동자.
그 누구보다 세리아와 닮은 여자.
릴리스.
나는 세리아를 제운 뒤, 릴리스에게 인지 저해 마법을 걸었다. 마치 세리아처럼 보이도록.
겉모습이 비슷했기에 적은 마나로도 가능했다.
만약 아예 다른 사람이었다면, 황제에게 들켰으리라.
황제 역시 마나에 민감한 강자였으니.
“후우, 괜찮은가?”
“예……. 주인님. 그럼 이제 제게도 상을 주시는 거죠?”
릴리스가 묻는다.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쿵!
문이 열렸고.
“주인님!”
벌컥 들어온 세리아가 나를 노려보았다.
황홀하게 나를 바라보며 알몸으로 누워 있는 릴리스.
그리고 나.
사라진 황제.
“깨어났나?”
그녀는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마치 이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다.
릴리스로 황제를 속이는 동안, 들키지 않도록 수면 마법으로 재웠다.
주문이 풀려서 일어난 거 같은데.
‘아직 음문의 저주는 풀리지 않은 모양이군.’
그녀의 얼굴이 붉었다.
세리아는 방을 보며 같은 말을 반복했다.
“어떻게……. 어떻게…….”
나를 보는 눈빛에 묘한 감정이 깃들었다.
저건, 질투였다.
설마 황제를 만나게 하지 않았다고 저런 표정을 짓는 것인가.
그럴 리가.
“너도 알다시피 황제가 왔다. 너를 대신해서…….”
그러나 나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어느새 다가온 세리아가 내 셔츠자락을 잡고 끌어당겨 입을 맞췄기 때문이었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게 무슨?”
“왜 내가 아니에요?”
“뭐?”
“왜 내가 아니고 대타를 세웠냐고요.”
“네 몸 상태를 봐라.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나?”
“가능해요! 나도 알아요. 황제가 뭘 원하는지. 그런 것도 모를까봐?”
“…….”
“나는 멍청이가 아니에요. 아무리 저주가 강해도 그 정도는 참을 수 있다고요.”
세리아가 질투 가득한 눈빛으로 릴리스를 노려보았다.
“그러니까 내 대타로 저 여자를 쓰지 마요.”
그녀가 다시 한 번 입을 맞췄다.
나는 보았다.
그녀의 아랫배에 새긴 음문이 빛나고 있다는 걸.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