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화 〉 54화 릴리스가 숨긴 세리아의 비밀, 발정난 세리아와 황제의 방문
* * *
릴리스의 권좌.
서큐버스 초월체가 거주하는 거대한 지하 성.
나는 방 안에 걸린 수많은 마법진을 확인했다.
‘굉장하군.’
마법진의 규모부터 시작해 그 정교함까지.
마법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한 나조차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도 많았다.
릴리스가 가진 마법의 경지가 어디인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만약 릴리스를 제때 박살내지 못했다면, 이 여자에 의해 제국의 절반은 날아가지 않았을까.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연구를 위해서라도 몇 번 방문해야 할 공간이었다.
나는 릴리스의 권좌 뒤에 위치한 작은 문을 발견했다.
‘저긴 어디지?’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조심스럽게 방으로 접근했다.
세리아에 대한 단서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끼이익.
문이 열리고, 방 안의 정경이 드러났다.
“허.”
사람 한 명이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커다란 실험관이 있었다.
그곳에는 투명한 액체가 담겨져 있었다.
실험관을 중심으로 둘러싼 마법진을 살폈다.
‘이건?’
생명력을 극대화하는 마법 술식과 수정을 쉽게 하도록 만드는 마법 술식 말고도 잉태한 아기의 건강을 유지시키는 마법 술식 등이 적혀 있었다.
나조차도 모르는 마법진이 태반이었으나, 분석한 바로는 확실하고 건강한 임신을 하기 위한 마법진이었다.
‘그렇다면…….’
릴리스는 지크프리트의 정액을 몸에 받고 이 실험관 안에서 무려 열 달이나 지냈다는 뜻이 된다.
“놀랍군.”
릴리스는 초월체가 아이를 품을 수 있는 마법을 정말로 만들어낸 거다.
초월체의 계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 집념 하나는 대단하군.
릴리스가 어떻게 세리아를 낳았느냐는 대충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세리아가 나중에 초월체로 각성할 일이 생기는가였다.
그녀의 절반은 초월체였다.
지금이야 릴리스가 빙의할 뻔했다지만, 나중에는 그녀 스스로가 초월체로 각성할 수 있었다.
만약 세리아가 각성을 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마 제국의 안녕을 위해서는 그녀를 죽여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몰랐다.
그것만큼은 사절이었다.
나는 릴리스의 방을 뒤졌다.
그녀가 연구했던 수많은 마법 술식들이 튀어나왔다.
펄럭!
이건 아니고.
펄럭!
저것도 아니고.
펄럭!
이번에 찾은 것도 아니었다.
얼마나 찾았을까.
나는 가장 구석에 박혀 숨겨져 있는 하나의 자료를 발견했다.
세리아 지크프리트.
릴리스가 작성한 세리아에 대한 보고서였다.
지크프리트 공작이 세리아를 본처의 딸로 호적에 올림. 가문의 반발이 대단함.
나와 닮은 외모가 나쁘지 않음.
성격이 급하고 제멋대로임. 내 핏줄을 이었기 때문인 거 같음.
지크프리트가 세리아를 무척이나 아낌. 죄책감으로 사료됨.
릴리스가 적은 보고서를 계속해서 읽었다.
세리아의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하나하나 조사한 모양이었다.
신분을 잃고 모리스 드미트리 백작에게 선물받음. 계획의 대부분이 이뤄졌음.
모리스는 대륙의 어떤 남자보다 세리아와의 궁합이 좋음. 그와 관계를 맺을 시, 세리아의 마력 파동이 나와 유사해질 가능성이 높음.
심지어 세리아가 신분을 모두 잃고 내 밑에서 지내는 것까지 적혀 있었다.
나와 관계 맺는 것까지 그녀의 계획이었다라.
‘어떻게?’
밖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서큐버스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내게 보낸 것까지 의도적이었다는 건데…….”
세리아가 내게 올 거라는 건어떻게 알았던 거지?
그 때, 번뜩 머릿속에 한 줄기의 생각이 스쳤다.
‘황제.’
만약 릴리스가 황제의 성벽을 알았다면.
쾌감과 성적 취향은 그녀의 전문 분야였다.
서큐버스의 초월체이지 않은가.황제의 취향 정도야 그녀도 알고 있었으리라.
나와 세리아 그리고 황제의 관계는 모두 릴리스의 의도대로 흘러갔던 거였다.
‘릴리스가 세리아의 몸을 이용해 황제를 유혹했다면.’
황제는 릴리스에게 제국을 바쳤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대륙의 모든 것이 무너질 뻔한 거다.
릴리스가 모든 힘을 잃어서 다행이었다.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마지막 페이지를 읽었다.
내가 빙의하기엔 완벽한 몸, 그러나 세리아 스스로 각성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제로.
이게 마지막이었다.
결국 세리아는 릴리스의 도움 없이는 초월체로 각성하지 못한다는 뜻.
“다행이야.”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었다.
앞으로 세리아가 초월체로 각성하지 않는다면, 그녀에 대한 걱정은 조금 접어도 좋을 것이다.
모든 보고서를 읽은 나는 릴리스 지하 성을 살폈다.
‘높은 수준의 마법을 공부하기엔 이보다 좋은 곳이 없어.’
평소였다면 도저히 생각하지 못할 발상의 전환으로 만든 마법들이 가득했다.
어쩌면 인간의 최고라는 8서클의 벽을 깰 수 있는 단서가 여기 어디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릴리스의 방구석에 텔레포트 마법진을 그렸다.
내 저택 뒷마당과 연결된 마법진이었다.
앞으로 매일같이 이 곳에 출근할 예정이었다.
텔레포트 마법진까지 전부 새기고 나자.
“모리스!”
레밀리아가 들어왔다.
“일어났나?”
“와, 이건 뭐야?”
레밀리아가 릴리스의 성을 보며 입을 쩍 벌렸다.
“서큐버스의 은신처다.”
“우와. 도시 지하에 이런 공간이 있었다니……. 우리 아지트로도 쓸 수 있겠는데?”
“그건 그만둬라.”
“왜?”
“엘프들이 여기에 오래 있다간 미쳐버릴 테니까.”
“그 정도야?”
마나의 농도가 너무 진했다.
아마 릴리스가 지금까지 빨아들였던 마나들의 영향일 거다.
특히 마나에 민감한 존재들은 하루만 머물러도 마나 중독에 걸려서 정신이 나가겠지.
“숨 쉬기 어렵지 않나?”
“그, 글쎄?”
“맞다. 너는 엘프 중에서 마나를 잘 느끼지 못하는 둔재였지.”
“무슨 그런 말을!”
레밀리아가 발끈했다.
“아무튼 여기 올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아. 앞으로 이곳은 내가 관리할 거니까.”
“그래?”
초월체 릴리스는 죽었다.
릴리스는 평범한 인간으로 전락해 내 소유가 됐다.
즉, 원래 릴리스의 것은 전부 나의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뜻.
이 던전 역시 내 것이라는 거다.
아마 공기 중에 남아있는 릴리스의 마력이 이 성과 던전을 운영할 수 있는 원동력일 것이다.
‘그 방들은 전부 사용할 수 있겠군.’
하지 못하면 나가지 못하는 방들 말이다.
“레밀리아.”
“응?”
“이 던전의 바깥은 네가 운영해라.”
“그게 무슨 말이야?”
“사랑이 이뤄지는 던전이라고 간판 걸어서 모험가들을 유인하라는 뜻이다.”
“…….”
“이대로 이 방들을 썩히기는 아쉬워서 말이지.”
레밀리아가 잠시 입을 벌리며 나를 보았다.
“설마 바, 방금 우리가 지나온 방들 말하는 거야?”
“그렇다. 대딸, 키스, 파이즈리, 섹스까지 전부 다. 들어가는 건 걱정 마라. 각 방에 너희 창관과 연결되는 텔레포트 마법진을 걸어줄 테니까.”
“진심이야?”
“사랑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한 번 들어간 이상, 배고파 죽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하고 나오겠지. 뒷일은 그들이 알아서 책임지는 거고.”
“너 진짜.”
“수익은 7대3 당연히 내가 7이다.”
“하아……. 재주는 내가 부리고 돈은 네가 벌겠다?”
“이 던전의 소유권은 내게 있다. 나쁘지 않은 사업 아이템일 거다. 모험가는 던전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올 테니, 초월체의 던전이라고 소문을 퍼트린다면 다들 찾아올 거다.”
“너 때문에 희생될 사람들이 불쌍하다.”
“내 덕에 사랑을 이루는 거지.”
그녀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럼, 우리도 같은 방에 있었으니, 서로의 사랑이 이뤄지는 건가?”
“……. 레밀리아, 그걸 진짜 믿는 건 아니겠지?”
“머, 멍청아! 그냥 물어보는 거야.”
나는 작게 웃었다.
“섹스하면 못 나가는 방의 가격을 가장 높게 부르도록.”
“으, 응? 거, 거기까지 연결하려고?”
“그 방은 섹스를 하지 않으면 나가지 못할 테니, 높은 가격을 부르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그, 그렇긴 한데.”
레밀리아가 내 시선을 피했다.
굉장히 당혹스러워 하는 표정이었다.
“설마, 내게 거짓말을 하고 몸을 들이댄 건 아닐 테지? 긍지 높은 엘프님께서 말이야.”
“다, 당연하지! 내, 내가 무슨 거, 거짓말을 햅! 꺄악!”
당황한 나머지 자기 혀를 깨물었다.
“그렇게 얘기하니 안심이군. 나는 설마 내 오랜 벗이 내게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닐까 의심을 했거든.”
“…….”
입술을 깨물며 내 시선을 피했다.
“그럼, 나는 이만 돌아가지. 혹 더 필요한 것이 있나?”
“없어. 텔레포트 연결이나 해주면 좋겠네.”
“그건 간단하지.”
숨 쉬듯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건 보수다.”
나는 돈 주머니를 레밀리아에게 건넸다.
“고맙다. 근데 조금 더 많이 준 거 같다?”
“500골드를 더 담았다.”
“이건 우리 창관 멤버랑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돈인데……. 설마?”
“피곤해서 하룻밤 자고 가려고.”
그 말을 들은 레밀리아의 눈매가 사나워졌다.
입에 바람을 넣으며 볼이 부풀었다.
당장이라도 나를 때릴 기세였다.
“진심이야?”
질투 가득한 눈빛.
아무래도 그녀는 내게 전우 이상의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농담이다. 오늘 고생해서 준 추가금이다. 계약 이외의 일을 했으니.”
“설마 돈으로 사려는 거야?”
“그럴 리가. 비즈니스 적인 추가 사례비다. 그걸로 네가 사고 싶은 거나 사라. 너무 부하들만 챙기지 말고.”
그제야 레밀리아의 표정이 풀어졌다.
“그렇구나.”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
릴리스의 던전에서 세리아의 출생의 비밀을 모두 확인한 나는 다시 저택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저택에 돌아온 내 눈앞에는.
“주, 주인님…….”
나를 올려다보며 몸을 배배 꼬는 세리아가 서 있었다.
“저, 몸이 너무 뜨거워요.”
세리아와 마지막 섹스를 한지 얼마나 지났지?
“주인님……. 몸이 너무 이상해요. 주인님이 없어서……. 너무 외로웠어요.”
세리아의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허벅지 사이에 투명한 액체가 흐르고 있었다.
2주.
내가 새겼던 음문으로 인해 발정이 나도 한참 전에 났을 시간이었다.
에미르의 일과 릴리스의 던전 때문에 잊고 있었다.
세리아의 몸에 새겼던 음문에 내 자지와 정액을 원하게 된다는 주문을 새겼다는 것을.
그녀는 멍한 눈으로 내게 무릎을 꿇었다.
“하아, 하아.”
세리아는 혀를 내밀어 내 바지를 입에 물었다.
나는 세리아를 떨어트렸다.
가장 중요한 걸 잊고 있었다니.
실수였다.
그리고 그 때, 세바스찬이 들어왔다.
“주인님, 황제 폐하께서 방문하셨습니다.”
"뭐라?"
하필 이럴 때!
“젠장.”
나도 모르게 입에서 욕이 터져 나왔다.
내 자지를 원하는 세리아와 세리아에게 비틀어진 사랑을 가진 황제.
이런 걸 두고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했던가.
귀에서 이명이 들렸다.
어떻게 처리하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