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화 〉 53화 ○○하지 않으면 나가지 못하는 방(2)
* * *
레밀리아는 처음으로 모리스가 거대해 보였다.
원래라면 함께 전장에서 싸운 믿음직한 전우였을 뿐일 텐데.
강한 동료였을 뿐인데.
오늘의 그는 평소와 달리 훨씬 거대하고…….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마치 기대고 싶은.
높은 키와 넓은 어깨, 그녀의 허리를 두른 두꺼운 손과 기다란 손가락까지.
꿀꺽.
레밀리아는 마른침을 삼켰다.
“눈을 감아라. 그게 더 편할 거다.”
“응…….”
레밀리아는 모리스의 말대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입에 닿는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
‘읏.’
모리스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았고, 그의 입술이 천천히 벌어졌다. 마치 그녀도 벌리라고 알려주려는 듯.
레밀리아는 본능적으로 입술을 벌렸다.
입술과 입술이 만나는 감촉 사이, 불쑥 모리스의 혀가 그녀의 입 안으로 들어왔다.
놀라는 건 잠깐이었다.
눈을 감아 민감해진 그녀의 감각은 선명하게 혀의 감각을 느끼기 시작했다.
혀와 혀가 만나고.
타액과 타액을 교환하고.
입술과 입술이 더욱 긴밀하게 교차하는.
레밀리아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들어 모리스의 목을 껴안았다.
모리스의 피부와 몸 하나하나를 모두 느끼기 위해 그의 몸에 밀착했다.
그가 레밀리아의 허리를 껴안았다.
다른 한 손으로는 머리를 안았다.
마치 애인처럼 달콤한 키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적나라한 감각에 레밀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짙은 행복감과 안도감.
기나긴 엘프의 삶 동안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타고난 전투 엘프였던 레밀리아의 삶은 언제나 전쟁이었고 전투뿐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세계가 있었다는 것을 그녀는 처음 알았다.
따라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마침 옆에 있던 사람이 모리스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야말로 함께 등을 맞대고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하아, 하아.”
레밀리아의 숨이 점점 더 거칠어졌다.
아까 남아있던 아랫도리의 감각이 점점 끓어올랐다.
아랫배가 욱신거리며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이 남자에게 안기고 싶은 욕망이 솟구쳤다.
레밀리아의 손이 움찔거렸다.
옷을 벗기고 모리스의 맨살을 만지고 싶었으나, 아직 처녀인데다 경험이 없는 그녀는 감히 손을 뻗지 못했다.
애매하게 움찔거리던 레밀리아의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정신적인 쾌감.
지금 레밀리아는 그녀가 느끼는 감정과 키스를 하는 이 상황만으로 절정에 다다른 오르가즘을 느꼈다.
레밀리아가 오르가즘의 파도에서 한참 헤엄치고 나서야.
모리스는 그녀와 맞대었던 입술을 떼었다.
“아…….”
레밀리아가 부족한 듯 애타는 목소리를 내며 모리스 쪽으로 고개를 기울였으나.
“열렸군.”
모리스는 덤덤하게 열린 문을 바라보았다.
“그, 그러게.”
그녀는 단 한 번도 내지 않았던 교태로운 목소리를 냈다.
만약 부하들이 이 목소리를 들었다면, 대장이 드디어 사랑을 시작했다며 환호했으리라.
“다음으로 가지.”
“으, 응.”
레밀리아는 모리스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앞장서는 모리스의 등을 볼 때마다 안심이 되었다.
‘이게 보호받는 감정이구나.’
아까와 같은 방이 나왔다.
레밀리아는 기쁜 마음을 애써 숨겼다.
“처음 보는 단어가 많다. 해독이 필요하겠군.”
“아, 맡겨줘.”
레밀리아는 당당히 나가 고대 언어를 읽었다.
이번엔 무슨 미션을 줄까.
기대하면서 말이다.
글을 읽은 레밀리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뭐라고 적혀 있나?”
“그, 세…….”
“세?”
“여기가 마, 마지막 관문이고 섹스를 해야만 나갈 수 있데.”
“그런가?”
나는 해독을 마친 레밀리아를 바라 보았다.
그녀는 내 시선을 피하며 물었다.
“어, 어쩌면 좋지?”
“어쩔 수 없군. 방법이 없잖은가.”
“그, 그렇지? 아무래도…….”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레밀리아의 귀가 위아래로 파닥거렸다.
***
섹스라.
대딸이 나왔을 때부터 생각을 하긴 했었다.
서큐버스의 던전이니 끝까지 나오겠지.
‘레밀리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레밀리아와 섹스라.
수많은 전장에서 함께 살아 돌아온 전우였다.
내가 오크들을 죽이는 곳에 그녀가 있었고, 그녀가 다른 엘프들을 지키는 자리에 내가 있었다.
그녀와 나는 그런 사이였다.
‘이제 와서 이런 생각 한다는 것도 웃기지만.’
사실상 섹스 빼고 할 거 다 하지 않았던가.
레밀리아는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까처럼 적극적으로 거부하지는 않았다.
“첫 경험이 이런 상황이라 미안하군.”
“아니……야. 괜찮아.”
“그러고 보니 네가 몇 살이었지?”
“242살.”
“인간 나이로 환산하면 24인가?”
“맞아.”
“그리 이른 나이는 아니군.”
“뭐?”
“첫 경험을 하는 나이 말이네.”
“……. 정말 너희 인간들은 이해할 수 없어.”
“긴장은 좀 풀렸나?”
그녀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군.”
나는 레밀리아의 옷을 하나하나 벗겼다.
분명 한 번 봤던 알몸이지만, 그녀의 태도는 전혀 달랐다.
부끄러운 듯 가슴을 가리고 시선을 피했다.
“너무 부끄러워 마라. 최대한 부드럽게 할 테니.”
나는 입술로 레밀리아의 목을 핥았다.
“으읏.”
레밀리아가 움찔거렸다.
그녀는 내 입술에 가슴에 닿자, 지금까지는 보여주지 못했던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자, 잠깐만 이거 너무 기분이 좋……앗!”
“가슴이 민감하군.”
핑크빛으로 빛나는 유두를 빨며, 손으로는 레밀리아의 허리 위를 쓸어내렸다.
단단한 갈비뼈 아래 쏙 들어간 그녀의 허리.
그리고 천천히 내려가 허리와 달리 풍만한 엉덩이까지.
차근히 그리고 확실하게 그녀의 몸을 예열시켰다.
레밀리아의 허리가 떨었다. 그녀는 더 잘 느낄 수 있는 자세를 잡기 위해 엉덩이를 들어올렸다.
“좋은가?”
“……응.”
레밀리아는 정성스럽게 자신의 몸을 애무하는 모리스를 보았다.
성지식이라고는 거의 없는 자신과 달리 너무나 능숙했다.
손가락 하나하나, 입술과 혀 하나하나가 여자가 좋은 곳만을 집요하게 노렸다.
‘역시……. 다른 여자가 있는 거겠지?’
경험도 많을 거다.
인간들 사이에서도 강한 남자였으니.
많은 여자들이 그에게 안기기 위해서 몸을 들이댔겠지.
인간의 도시에 사는 만큼 그들의 사회상을 잘 알고 있는 그녀였다.
부러웠다.
그 여자들이, 지금까지 모리스에게 마음껏 교태를 부리며 유혹했을 그녀들이.
그리고 질투가 났다.
모리스의 처음이 자신이 아니라는 것에.
그녀 말고 다른 여자를 이미 안았던 몸이라는 것이…….
‘나는 처음인데.’
불공평하지 않은가.
한 쪽만 처음이라는 것이.
“내가 몇 번 째야?”
레밀리아는 자신이 던진 질문에 스스로가 놀랐다.
“뭐라고 했는가?”
“어, 어? 아, 그게…….”
“네가 몇 번 째냐고? 세보지 않아서 모르겠군.”
미쳤지. 미쳤어.
쓸데없는 걸 왜 물어서.
레밀리아는 자기도 모르게 붉어지는 얼굴을 가렸다.
“그게 중요한가? 지금은 너와 내가 이렇게 한 침대에 있다는 것이 중요한 거 아닌가?”
“……. 그, 그러네.”
레밀리아는 모리스의 눈을 차마 바라보지 못했다.
“이제 준비는 다 된 모양이군.”
레밀리아의 몸을 살핀 모리스가 말했다.
“처, 처음이니까 아프지 않게 부탁해.”
심장이 두근거렸다.
첫 경험이었다.
‘드디어.’
저게 자신의 안에 들어갈까 고민이 될 정도로 커다란 모리스의 자지가 레밀리아의 안에 들어왔다.
“으읏.”
몸을 채우는 낯선 감각에 얼굴을 찌푸렸다.
자기도 모르게 신음이 흘러 나왔다.
“괜찮나?”
“괘, 괜찮아. 처음이라서 그래…….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
허나 조금은 서두를 필요가 있었기에, 애인처럼 기다리는 건 할 수 없었다.
"그럼 조금 참아라."
"응?"
모리스는 레밀리아의 안 깊숙한 곳에 자지를 쑤셔넣기 시작했따.
"윽, 하읏, 자, 잠깐! 하으응!"
모리스가 자지를 쑤실 때마다 레밀리아는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질렀다.
어찌 이리 폭력적인 행위이란 말인가.
숨이 가빠오고, 머리가 멍해졌다.
조금씩, 그녀의 안을 헤집는 모리스의 자지가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버틸만 한가?"
“하아, 하아. 이, 이제 괜찮은, 흣! 거 같아.”
그 말에 모리스는 허리는 조금 더 빨라졌다. 마치 정액을 뽑아내기 위한 행위라고 생각하는 듯 말이다.
레밀리아는 몰아치는 쾌감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모리스가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차오르는 충만한 감각에, 신음소리가 절로 나왔다.
“하읏, 하앙.”
스스로 내뱉고도 놀랄 정도로 교태로운 신음이었다.
그러나 레밀리아는 스스로가 부끄럽다는 생각을 할 정신이 없었다.
몸에 들어차는 감각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버거웠으니.
“하아, 하앗. 좋아……. 모리스 너무 좋아.”
기분이 좋았다.
모리스와 함께 있는 이 순간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분명 처음엔 너무 깊고 강렬한 쾌감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으나, 그 쾌감에 조금씩 적응한 그녀의 몸은 모리스의 자지를 받아낼 때마다 기뻐 날뛰고 있었다.
레밀리아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덜덜 떨었고, 이 떨림을 멎게 하기 위해서 모리스를 더욱 강하게 껴안았다.
‘이게 섹스?’
왜 모르고 살았던 걸까.
왜 불결하고 더럽다고 생각했던 걸까.
그녀의 삶이 쾌락과 맞닿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
인간 세계에서 보는 섹스가 창관에서 벌어지는 추잡한 것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기분이 좋은 게 섹스라면…….’
매일 느끼고 싶었다.
매일 모리스의 품에 안기고 싶었다.
“모리스……. 모리스.”
그녀는 자신의 위에서 허리를 흔드는 모리스를 안았다.
그에게 보호받는다는 안도감에 마음이 놓였다.
행복했다.
이 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했다.
“흐읍.”
나는 레밀리아를 꼭 껴안으며 그녀의 안에 사정했다.
레밀리아의 보지가 내 정액을 안에 받아들였다.
“하아, 하아.”
격렬하면서 부드러운 섹스가 끝이 났다.
처음인 레밀리아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꽤나 많은 부분에서 신경을 쓰긴 했는데.
‘만족한 것 같군.’
나는 침대에 누워 절정의 여운을 즐기고 있는 레밀리아를 내려 보았다.
역시 마법진은 발동하지 않았다.
이 방에는 그 어떤 주문도 걸려있지 않다는 뜻이었다.
글자도 익숙한 단어는 없었다.
레밀리아가 말한 '무언가를 해야 한다.' 는 단어와 같은 것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그렇다는 건.
완전히 다른 의미의 글자라는 건데.
‘왜 그런 거짓말을 한 거지?’
나는 레밀리아가 섹스를 해야 문이 열린다는 말을 할 때 팔락거리던 그녀의 귀를 떠올렸다.
오랫동안 그녀를 보았던 나는 알았다.
귀가 세차게 흔들린다는 건. 레밀리아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걸.
앞서 지나친 방에서 흥분했던 탓일까.
아니면.
‘정말 내게 마음이 있었던 건가?’
모르겠군.
책임지지 못할 질문을 할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았다.
레밀리아의 감정까지 돌보기엔, 지금 내게 닥친 상황은 좋지 않았다.
에미르, 세리아, 황제 그리고 나 자신의 안위까지.
“나는 먼저 들어가 있겠다. 몸을 추스르면 천천히 들어오도록.”
레밀리아는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문을 열었다.
덜컹.
문은 아무런 저항도 없이 부드럽게 열렸다.
아마.
‘이 방은 그저 쉼터였을 뿐이겠군.’
이전의 방에서 솟았던 욕정을 터트리는 아주 편안한 쉼터.
릴리스는 여기서 쏟아내는 두 남녀의 욕정을 먹고 보다 더 강해졌을 거다.
방을 나가고, 다음 방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곳엔.
릴리스가 원래 앉았을 권좌가 자리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