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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악녀를 조교하게 되었다-40화 (40/174)

〈 40화 〉 39화 고문은 역시 채찍 고문이지.

* * *

“내가 너무 일찍 왔나?”

황제가 저택 안으로 들어오며 물었다.

“참을 수가 없을 거 같아서 말이지. 자네에게 말도 안 하고 저택을 찾아왔네. 괜찮겠지?”

나는 안으로 들어오려는 황제를 막지 못했다.

“괜찮습니다. 폐하.”

“자네가 괜찮다고 얘기해주니 안심이야. 그나저나 세리아는 어디에 있지?”

황제의 시선이 바삐 움직였다.

“저기 있었군.”

그는 저택의 로비에서 고개를 숙이는 세리아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모리스, 짐이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와서 그런지 배가 고프군. 식사를 할 수 있겠나?”

“요리사에게 준비하라 명하겠습니다.”

“좋아. 그런데 말이네. 식사시중은 저 친구가 해줬으면 좋겠네만. 그래도 되겠나?”

황제가 세리아를 가리켰다.

“자네가 얼마나 잘 가르쳤는지도 궁금하군.”

“알겠습니다. 세리아.”

나는 손을 까딱거려 세리아를 불렀다.

그녀는 말없이 내게 다가왔다.

세리아는 벌벌 떨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황제의 얼굴을 쳐다 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폐하의 식사시중을 도와라.”

“……알겠습니다.”

세리아의 고개가 더욱 아래로 꺼졌다.

“흠, 하녀의 상태가 영 별로로군.”

“죄송합니다. 한 번 교육을 시키고 갈 테니, 먼저 식당에서 기다리시는 건 어떠십니까?”

“알겠네. 식당은 어디지?”

“세바스찬, 폐하의 안내를 부탁하지.”

내 말에 세바스찬이 기품 있는 인사로 황제를 안내했다.

황제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한 나는 세리아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쌌다.

‘채찍이 강하다면, 그에 맞는 당근을 주는 것이 교육의 기본.’

나는 파르르 떠는 세리아를 보며 입을 열었다.

“세리아, 고개를 들어라.”

대답이 없었다.

패닉상태에 빠진 건가.

갑작스러운 황제의 방문.

모든 것을 잃게 만든 원흉이 찾아왔다면, 공포에 떨기 마련이었다.

나는 마나를 일어, 세리아의 몸에 불어넣었다.

미세하게 떨던 세리아의 몸이 조금씩 진정되는 것이 느껴졌다.

기본 상태이상을 회복시키는 큐어 마법이었다.

“이제 내 말이 들리느냐?”

“자, 장관님?”

“너무 걱정하지 마라. 황제는 너를 죽이려고 온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녀가 살아 있어야 기뻐할 황제였다.

“그리고, 과하다고 생각되면 내가 막도록 하겠다. 그러니 저항하되, 겁은 먹지 마라.”

“알겠습니다.”

세리아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잘 이해한 것 같구나. 그럼 가보거라.”

“……예.”

세리아는 이전보다 편한 얼굴이 되었다.

식당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꽤나 가벼워 보였다.

“교육은 끝났나?”

“예, 말을 잘 들을 겁니다.”

“기대하고 있겠네.”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나왔다.

하녀 엘리스가 내 자리에, 세리아가 황제의 자리에 각각 쟁반을 놓았다.

“쟁반을 옮기는 움직임이 부드럽군. 역시 과거에 영애의 기품이 남아있어서일까?”

황제가 시중을 드는 세리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난 그대가 메이드 복과 아주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네만, 이렇게까지 어울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과찬, 이십니다.”

“원래라면 여기서 떽떽거리며 내게 저항했을 텐데 많이 얌전해졌군. 세리아 지크프리트.”

잊었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풀네임을 들은 세리아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녀는 대답도 하지 못하고 황제를 노려봤다.

황제가 웃으며 그녀의 시선을 받아 쳤다.

나는 그런 황제의 주위를 환기시키기 위해 끼어들었다.

“농담이 심하십니다. 폐하, 세리아 지크프리트라는 여자는 폐하께서 처형시키지 않으셨습니까?”

“하하, 내가 그랬나? 맡은 정무가 너무 많아 깜빡했네.”

황제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내가 장관에게 황후와의 첫날밤에 대해 이야기를 했던가?”

“황가의 사적인 일은 불문에 붙이는 것이 국법입니다.”

“과거에도 그 이유로 내 입을 막았던 거 같은데 말이지. 내 밑에서 앙앙 울어대며 기뻐하던 그년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모를 거야. 그 모습을 내려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했다네. 잊을 수 없는 광경이었지.”

과거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황제는 사무적인 눈빛이었다.

저 표정이 과연 사랑하는 황후를 이야기하는 눈이 맞는가.

말을 마친 그는 세리아 쪽을 흘겨보았다.

질투하기를 바라는 건가?

“원래였다면 세리아 지크프리트가 가졌어야 할 첫날밤이기도 했지. 허나, 그년은 너무 건방졌어. 그래서 죽였지.”

“폐하.”

“뭐 어떤가. 저 하녀들이 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오늘 들은 건 듣지 못했다고 말해야 할 년들이지.”

황제가 고개를 돌려 세리아를 보았다.

“그렇지 않은가? 세리아 지크프리트? 네년도 있어야 할 입과 귀를 모두 잃은 신분이 아니더냐. 망할 능구렁이가 자신의 딸을 버린 탓에 말이다.”

황제가 지크프리트 가문을 모욕하는 말을 뱉었다.

나는 세리아를 보았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황제를 때리고 싶은지 주먹을 불끈 쥔 채였다.

입술을 깨물고, 눈물이 흐르는 걸 억지로 참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증오스럽다는 표정으로 황제를 노려보았다.

세리아의 눈을 올려다보는 황제의 입꼬리가 하늘 끝까지 올라가 있었다.

“아아, 세리아 지크프리트. 아름다운 외모에 자신까지 삼켜버린 안타까운 여자. 그 모습이 보고 싶었다. 자신의 처지를 알고 감히 행동하지 못해 모욕을 참아내는 모습을 말이다.”

황제가 손가락 끝으로 세리아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지켜줄 가문도 없는 네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세리아의 얼굴을 쓸어내리던 황제의 표정엔 명백한 쾌감이 존재했다.

“지금 여기서 용서해달라고 무릎 꿇고 빌어봐. 개처럼 빌며 내 발을 핥는다면, 용서해 줄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겠군.”

그러나 세리아는 그를 노려 볼 뿐, 무릎을 꿇지 않았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한 마디 한 마디 씹으며 말을 토해냈다.

그 한 마디에 얼마나 많은 분노와 증오가 담겨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크크크, 그래. 그 모습이야. 내가 너를 한 때 사랑했던 이유. 그 귀족적인 고집을 꺾지 않는 모습. 물론 무릎을 꿇는 것도 그만큼 재밌었겠지만 말이야.”

“폐하, 이제 그만하시지요. 더 하셨다간 제 하녀가 실수를 할 거 같아서 말입니다.”

나는 황제를 말렸다.

이대로 두다간, 정말로 세리아가 무너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열정적인 눈으로 세리아를 올려다보던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말이 맞아. 맛있는 음식은 아껴 먹어야겠지.”

황제가 손수건으로 입을 닦았다.

“배가 부르군. 정말 만족스러운 식사였네.”

그는 음식에 손도 대지 않았다.

물론 밥을 먹으러 이곳에 온 것이 아니란 건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모리스.”

“예, 폐하.”

“자네가 한 번 무릎을 꿇려볼 텐가?”

“제가 말입니까?”

“그래. 자네가 연주하는 세리아의 비명이 듣고 싶군. 이왕이면 고통스럽게 울부짖었으면 좋겠어. 개인적인 취향이라서 말이야.”

“그리 보기 좋은 것들은 아닙니다.”

“오히려 좋네. 자네가 어떻게 조교하는지도 몹시 궁금했거든. 드디어 직관할 수 있는 건가 싶네만.”

나는 잠시 황제를 보았다.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하아, 알겠습니다. 허나 하녀의 몸이 견디지 못할 거 같다고 생각이 들면 자체적으로 그만두겠습니다.”

“그건 전적으로 자네에게 맡기지.”

“알겠습니다. 그럼, 이쪽으로 따라오시지요.”

나는 황제를 데려가기 전에 세바스찬을 불렀다.

“세바스찬.”

“예, 주인님.”

“세리아를 깨끗이 씻겨서 고문 방으로 데려오도록.”

“알겠습니다.”

***

“채찍인가?”

“예, 여러 다발로 이뤄진 가죽 채찍입니다.”

“이 끝에 이것은 무엇인가?”

“칼날입니다. 가죽 끝에 매달린 손톱보다 작은 칼날들이 맞은 자의 피부를 갈라낼 겁니다.”

“고통을 주기 위한 물건이로군.”

“맞습니다. 가끔 이 칼날들이 옷을 찢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 말을 들은 황제가 크게 웃었다.

“크하하하! 그거 참 절묘한 물건이로다. 짐 또한 이런 물건을 갖고 싶은데 가능하겠나?”

“보시고 결정하십시오. 그 때도 원하신다면,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세리아를 괴롭힐 물건들을 소개하고 있을 때.

똑똑.

세리아가 세바스찬과 함께 들어왔다.

“호오, 세리아에게서 좋은 향기가 나는군.”

“드미트리 가문의 특제 비누입니다.”

“역시 능력 있는 마법사의 저택답군.”

세리아는 고문실의 살벌한 풍경을 보고 흠칫 놀랐다.

벽면은 거친 돌로 이뤄져 있고, 바닥 역시 비슷한 재질로 이뤄진 채였다.

방의 이곳저곳엔 말라붙은 피가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세리아가 들어오자, 황제는 방 끝에 위치한 상석에 앉았다.

대리석으로 만든 하얀 의자.

고문당하는 이들을 바라보기 위해 만든 자리였다.

평소에는 쓰일 일이 없는 의자가 이렇게 도움이 되다니.

“그럼 시작하게. 나는 신경 쓰지 말고.”

“알겠습니다.”

나는 세리아에게 말했다.

“저 벽에 서라.”

쇠사슬에 매달린 수갑을 가리켰다.

세리아는 입술을 깨물며 내가 가리킨 곳에 섰다.

눈앞에 황제가 있다는 사실이 그녀를 더욱 치욕스럽게 만들고 있으리라.

나는 수갑으로 그녀의 팔 다리를 묶었다.

절그렁.

세리아의 팔 다리가 대자로 고정되었다.

손으로 몸을 가릴 수도.

내 공격을 피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시작하도록 하지.”

오늘의 조교는 그녀에게 오로지 고통만을 주기 위한 행위였다.

과거 침실에서 했던 것과는 다르리라.

앞으로 이 행위에 어디에도 그녀를 생각하는 정 따위는 두지 않을 거다.

“각오하도록.”

나는 채찍을 휘둘렀다.

짜악!

“꺄아악!”

채찍을 맞은 부위가 붉게 달아올랐다.

끝에 달린 날카로운 칼날이 세리아의 하얀 살결을 긁었다.

붉은 피가 방울방울 맺혔다.

휘이익!

가죽이 공기를 찢는 소리가 고문방에서 살벌하게 울렸고.

짜아악!

“꺄아악!”

여자의 비명과 타격음이 합주를 이뤄냈다.

가죽 채찍은 세리아의 몸에 무수히 많은 자국들을 남겼다.

팔과 다리에 그리고 어깨와 몸에.

빨간 줄들이 여기저기 새겨졌다.

그리고.

채찍이 지나갈 때마다.

찌이익!

세리아의 옷이 찢겨져 나갔다.

하녀복의 어깨 부분이 찢겨지면서, 하녀복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세리아의 오른쪽 가슴이 그대로 드러났다.

속옷도 착용하지 않은 맨가슴이었다.

분홍빛 유두가 도드라졌다.

짜악!

내가 휘두르는 채찍이 몸에 닿을 때마다 그녀의 가슴이 출렁거렸다.

물결치듯 흔들리는 세리아의 맨 가슴이 매혹적이었다.

계속해서 휘두른 채찍에 아슬아슬하게 반대쪽 가슴을 가리던 옷이 찢어졌다.

“하악, 하악.”

고통을 참아내던 세리아가 몸을 떨며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러나 처음 가졌던 저항의 의지는 찾을 수가 없었다.

무력감.

세리아의 온몸을 짓누르는 건 무력감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처음엔 류클리드에게 원망도 가졌다.

그녀를 이렇게 만든 그의 잔혹함에 치를 떨었다.

그러나.

과거 그녀가 지녔던 사랑 비슷한 감정은 남아있지 않았다.

오히려 공포 뿐.

저택에 찾아온 류클리드와 첫 만남에서 그걸 느꼈다.

겁에 질렸다.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나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벌벌 떨고 있던 그 때.

‘걱정하지 마라.’

겁에 질린 그녀를 따뜻한 마나로 감싸며 위로하던 모리스가 떠올랐다.

그래.

나에겐 모리스가 있어.

하지만.

‘그가 끝까지 날 지켜줄 수 있을까?’

아니.

‘지킬 생각을 해줄까?’

그도 아버지처럼 나를 버리려고 하지 않을까?

가문을 위해 혈육을 버렸던 아버지.

류클리드도 다르지 않을 거라고 여겼다.

‘황제의 명령을 받고 내게 채찍을 휘두르는 지금처럼.’

자신을 때리는 그를 원망하지는 않았다.

그녀가 진심으로 원망했을 때는.

‘백설.’

그는 백설과 잤다고 했다.

자신의 몸을 때리는 고통보다 아까 집무실에서 입을 맞추려던 두 사람을 봤을 때가 더 아팠다.

고통에 몸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 아픔을 잊기 위해서일까.

그녀는 채찍에 맞을 때마다 자꾸만 다른 생각을 시작했다.

머리가 점점 멍해지는 기분마저 들었다.

‘모리스님은 백설과 결혼을 하는 걸까?’

제국의 귀족에게 하룻밤의 의미는 컸다.

같은 곳에서 잠을 자고 정을 통하는 것은.

평생을 약속한 사이라는 뜻.

‘하지만 나도 모리스님과 잠을 잤어.’

자신은 이제 귀족이 아니라서?

그래서 그런 것인가.

‘그저 즐기고 버려지는 그런, 나는…….’

정부를 두는 귀족은 차고 넘쳤다.

심지어 하녀를 겁탈하는 귀족들은 그보다도 많았다.

그들에게 하녀는 사람이 아니라고 여겨졌을 거다.

그녀도 이제 그런 하녀 중에 하나.

황제와의 만남으로 그녀는 다시 한 번 느꼈다.

이 남자가 살아있는 이상, 그녀는 지크프리트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걸.

‘남은 곳은 여기뿐.’

여기서 버려진다면 그녀의 꼴이 어떻게 될 지는 뻔했다.

철없는 귀족 영애여도 이 성 바깥, 저택의 바깥의 삶이 얼마나 험난한지 알고 있었다.

수많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 생각의 중심에는 항상 모리스가 있었다.

몸을 찢는 아픔보다.

이 남자가 자신을 버리는 것이 더 아팠다.

짜아악!

채찍이 그녀의 가슴을 때렸다.

채찍의 아픔보다.

무심한 눈으로 자신을 내려보는.

아무런 감정도 없이 임무를 수행하는 모리스의 눈빛이 더 아팠다.

세리아는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비명을 터트렸다.

“꺄아악!”

마치 자신을 봐달라는 듯이 말이다.

그 비명을 끝으로 세리아는 한계를 넘은 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다.

나는 기절한 세리아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이군.’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다.

그저 잠에 빠졌을 뿐.

‘효과가 있었다.’

나는 세리아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꽃향기를 맡으며 생각했다.

굳이 세바스찬을 시켜 목욕을 하고 오라고 명령했던 이유.

지금 나는 이 꽃향기 때문이었다.

통증을 완화시키는 약초로 만든 비누였다.

혹시 이럴 일이 있을까 미리 준비했는데 쓸만 했다.

부작용도 물론 있다.

‘잡생각이 많아지지.’

세리아가 맞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지 모르지만.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 느꼈다면 됐다.

“폐하, 어떻습니까?”

나는 상석에서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황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황제는 눈을 크게 뜨며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하아, 하아.”

손잡이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가, 새하얗게 질렸다.

눈은 감지 않았는지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고, 몸이 조금씩 들썩이고 있었다.

반 쯤 벌려진 입에서는 한숨 같은 웃음이 새어나왔다.

“최고야. 정말이지, 자네는 최고야.”

황제가 넋이 반쯤 나간 목소리로 외쳤다.

‘설마.’

나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황제의 바지가.

젖어 있었다.

‘미치겠군.’

***

아, 세리아. 세리아.

얼마나 아름다운가.

채찍에 맞을 때마다 떨리는 육체.

그럴 때마다 지르는 비명과.

점점 거칠어지는 숨소리.

그리고 원망하듯 자신과 모리스를 보는 눈빛까지.

볼 때마다 가슴이 떨려왔다.

지크프리트라는 가문의 힘을 갖고, 자신을 압박했던 건방진 여자.

내가 황제가 되기 전에는 몇 번이고 괴롭히기 위해 덤볐던 여자가 이제 자신의 가장 유능한 부하에게 맞아 괴롭힘 당하고 있었다.

모리스는 세리아를 더럽히고 있었다.

“하악, 하악.”

깨끗한 것이 부서져가는 것.

얼마나 아름답고 고귀하던가.

아름다운 다이아몬드가 부서지는 모습보다도.

새하얀 눈밭을 처음으로 밟아 망가뜨리는 것보다도.

그녀의 몸과 정신이 천천히 망가지는 것이 너무나도 보기 좋았다.

“흐흐흐.”

실없는 웃음이 새어나왔다.

처음에는 자신이 부술까도 생각했었다.

그러나 내 손으로 부수는 건 재미가 없었다.

이미 부셔봤잖은가.

‘역시 기술자에게 맡기는 것이 최고야.’

황제는 가만히 모리스를 내려 보았다.

물건을 부수는 것에 어떤 감정조차 내비치지 않는 저 무심함을 보라.

고통에 몸을 떨고 차츰차츰 더러워지는 세리아는 모리스와 대조되어 더욱 빛이 났다.

모리스가 있기에, 지금 세리아의 아름다움이 극대화되는 것이리라.

‘만약 다른 놈이었다면?’

그놈의 목을 비틀었겠지만.

모리스는 다르다.

무려, 자신이 인정한 남자였으니까.

“하아, 하아.”

가슴이 벅차오르는 흥분에 몸이 떨렸다.

손에 힘이 들어갔고 깨문 입술에서 피가 흘렀다.

한 장면도 놓치기 싫어 눈을 감지 않았으며 자세히 보고 싶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꺄아악!”

세리아가 마지막 비명을 지르고 정신을 잃는 그 순간.

그는 눈을 부릅뜬 채로.

몸을 움찔거렸다.

그 어떤 때보다 강렬하게 치솟은 쾌감이었다.

만지지도 않았음에도 그의 물건은 발딱거리며 사정했다.

“하아, 하아.”

황제는 침을 꿀꺽 삼키며 그에게 최고의 흥분감을 주었던 세리아를 보았다.

‘아름답도다. 정말로 아름답도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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