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판 악녀를 조교하게 되었다-38화 (38/174)

〈 38화 〉 37화 쾌감 신경이 제거됐더라도 가버리게 만드는 방법은 있더라.

* * *

정신을 차린 나는 테이블 위에서 들썩거리는 백설을 내려 보았다.

그녀의 꼴은 엉망이었다.

온 몸은 땀으로 범벅이었고, 몸 여기저기 가벼운 상처들이 가득했다.

아직 내 자지가 박혀있는 그녀의 보지엔, 내가 싼 정액과 피가 뒤섞여 흐르고 있었다.

백설은 내 자지에 꽂힌 채로 정신을 잃은 듯, 쌕쌕거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정신을 잃었음에도 쾌락의 잔여물이 남아있던 걸까.

드문드문 몸을 떨어댔다.

그럴 때마다 그녀의 안에 있는 내 물건이 자극이 되었다.

이러다간 한 번 더 흥분할 거 같아 자지를 뺐다.

퐁.

자지를 빼내자, 한 번 더 백설의 몸이 움찔거렸다.

나는 내 몸을 안고 있는 백설을 떼어내려고 했다.

“으으응.”

마치 나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내 몸에 안겨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던 백설을 억지로 떼어놓았다.

“결국, 저질렀군.”

나는 내가 저지른 짓의 결과물을 보았다.

집무실은 내가 집어던진 서류와 잉크로 엉망이었다.

책상엔 여인의 땀과 내 땀이 뒤섞여 더러워졌고.

처음 백설이 나를 괴롭히기 위해 들어갔던 책상 아래에는 투명한 액체가 말라붙어 있었다.

“쯧.”

항상 적당 선을 유지했다.

[성적 가학증]이 폭주하지 않게끔 조절을 해왔었다.

조절하지 못하면 정신을 잃고 개차반을 저지를 것이 뻔했으니.

그러나 이번에는 참지 못했다.

백설의 기술이 좋았기도 했으나.

내가 폭주한 건.

주도권을 잃고 당했다는 그 사실 때문이었다.

이를 참지 못하고 말았다.

처음 겪는 폭주으나, 기억은 선명했다.

처음 자지가 들어갔을 때 고통스러워하던 백설.

점점 시간이 지나며 표정이 바뀌던 백설의 모든 모습이 똑똑히 기억났다.

그녀를 품에 안았으니.

‘책임을 져야겠지.’

그 책임이란.

백설이 북쪽으로 도망가는 걸 막는 것이다.

내 씨를 가졌다며 놈들에게 가는 걸 가만히 둘 수는 없었다.

이제 내 것이다.

내 것이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는 건 용납할 수가 없었다.

‘만약 뺏어가려고 한다면.’

어떻게든 그 놈들을 박살내리라.

그게 만약 백설 본인의 선택이라고 해도.

나는 기절한 백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이제 너는 내게서 도망칠 수 없다.’

어떻게든 막을 거다.

그게 설사, 잔인한 방법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일이 하나 늘었어.’

이미 저지른 것 후회할 필요는 없었다.

앞으로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방법을 찾을 거다.

그건.

백설이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

감시라도 붙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백설보다 중요한 일이 사방에 깔려 있었다.

“일이 밀렸군.”

나는 폭주의 계기를 만들었던 루이스의 말을 떠올렸다.

‘그녀가 내가 에밀리를 만났다는 걸 알았다.’

그렇다면 중립파 귀족들과 자리를 가졌다는 것도 눈치 챘을까?

가능성이 있었다.

걱정이 되는 건, 황제에게 보고했는가.

나는 어두워진 하늘을 보았다.

달이 어둠에 몸을 감췄다.

몰래 이동하기엔 딱인 시간이었다.

‘직접 확인하러 가봐야겠군.’

생각을 정리한 나는 밖을 향해 외쳤다.

“세리아.”

대답이 없었다.

“세리아, 밖에 있는 거 다 안다.”

한참 전부터 인기척이 느껴졌으니까.

“……예, 주인님.”

세리아가 어렵사리 대답했다.

“백설을 깨워 방으로 데려가라. 이왕이면 씻겨줬으면 하는군.”

“……알겠습니다.”

한 박자 늦은 그녀의 대답을 들은 뒤.

나는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마나가 휘몰아치고, 그대로 모리스의 몸이 사라졌다.

***

루이스는 몸을 파르르 떨었다.

‘박력있었지.’

그녀는 책상을 내려치며 소리를 지르던 모리스가 떠올랐다.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를 노려보는 얼굴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았다.

그때만 생각하면 몸이 저릿거리는 걸 멈추지 못했다.

‘쾌감 신경은 모두 제거되었을 텐데.’

어째서…….

그 남자를 생각만 하는 것만으로도 이리 숨이 가빠오는 건지 모르겠다.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어.’

묘하게 달아오른 집무실과 언짢은 듯 그녀를 노려보던 모리스의 눈빛.

결국 그녀는 원하던 결과는 하나도 얻지 못했다.

본래는 모리스와 거래를 위해서 찾아갔다.

에밀리, 그리고 중립파 귀족들과 접촉한 사실을 숨기는 대신 모리스에게 받아내고 싶은 것이 있었다.

거래 조건은.

‘머리 마사지.’

전쟁영웅이 새로운 파벌을 세우기 위한 행보였다.

제국의 균형을 맞추고 있던 세력구도가 바뀔 수도 있는 사건이었다.

그런 정보가 고작 머리마사지 하나에 딜이 될 정도라니.

그만큼 그녀는 쾌감에 목이 말라 있었다.

오랜만에 맛보았던 쾌락.

그건 그녀의 정신을 조금씩 좀먹고 있었다.

아니.

이미 꽤 많은 부분을 오염시켰는지도 모르겠다.

루이스는 멍한 얼굴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집무실에 가자마나, 자신의 정체를 드러낼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그 분위기에 밀려,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내일 다시 찾아가보자.’

다시 한 번 협상을 할 생각이었다.

황제에게 보고하는 건 잠시 미루기로 했다.

그때였다.

“여기에 있었군.”

“꺄아악!”

갑작스럽게 들린 모리스의 목소리에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시끄럽다.”

“자, 장관님?”

모리스가 특유의 싸늘한 눈빛으로 루이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미 다 알고 왔다는 듯한 표정에, 루이스는 아무것도 모르는 여인의 연기를 했다.

“아까는 일이 바빠서 손님맞이를 제대로 하지 못했군.”

“괘, 괜찮습니다.”

“하나만 묻지.”

“말씀하세요.”

“왜 아직도 연기를 하고 있는가?”

“예?”

“아까 내 저택에 찾아오는 걸로 그런 어설픈 연기는 끝내려고 했던 거 아닌가? 홍련의 루이스.”

자신의 정체를 완벽히 알고 있는 모리스의 말에 그녀는 놀랐다.

“설마 몰랐다고 생각했는가? 엘리스의 정체도 까발려진 마당에, 언제까지 내가 모른 척 해줄 거라고 생각하나.”

“쳇!”

루이스가 자신의 치마를 들춰 허벅지에 숨겨둔 단검을 꺼내 휘둘렀다.

눈으로 잡을 수 없을 만큼 재빠른 행동이었으나.

“끄윽!”

루이스는 검은 모리스의 목에 닿지 않았다.

“하아, 왜 항상 너희 암살자들의 패턴은 늘 똑같은 거지?”

마치 벌레를 바라보는 듯한 눈빛에 루이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게 대체?”

“마나 장벽이다. 마스터들도 뚫지 못하는 공격이지. 그걸 자네가 뚫겠다고?”

모리스는 손가락을 튕겼다.

루이스의 손 주위에 공기가 터지며 파동이 생겼다.

“꺄악!”

단검이 맥없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너무나도 가련하다.”

모리스는 무기를 완전히 잃은 루이스를 향해 다가갔다.

“자, 잠깐만요. 아직 황제께는 보고 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그 말을 믿느냐 마느냐는, 내가 직접 보고 결정한다.”

“직접 본다니. 잠시만요.”

모리스가 루이스의 머리로 손을 뻗었다.

압박감에 옴짝달싹 못하던 루이스의 눈에 공포의 빛이 서렸다.

모리스에게 처음 당했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동시에 미지의 쾌락이 머리에 터졌다.

고작 한 번밖에 당하지 않았으나, 강렬했던 그 때 기억은 루이스의 무의식 깊숙한 곳에서 단단히 자리잡은 채였다.

모리스의 손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머리가 당겨지는 느낌이 들었고, 다리가 부들부들 떨었다.

모리스의 손이 그녀의 머리에 닿는 순간, 그녀는 힘이 쭉 빠짐을 느꼈다.

홍련의 대장에서 가녀리고 약한 여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풀썩.

눈물을 흘리며 쓰러진 그녀를 보던 모리스가 이죽거렸다.

“설마 마사지를 받았을 때가 생각난 건가? 걱정하지 마라. 이건 그렇게 상냥한 종류의 것이 아니니까.”

나는 웃으며 공포에 질린 루이스의 머리에 손을 댔다.

기억을 읽는 마법이었다.

피시전자가 가진 기억을 선택해서 읽을 수 있는 마법.

여기서 해당 기억을 조작한다면.

일종의 세뇌와 최면이 가능해졌다.

물론, 거기까지 할 생각은 없다.

홍련의 대장 정도라면, 대응 마법 정도는 머리에 새겨뒀을 테니.

괜히 멀쩡한 사람을 망가트릴 생각은 없었다.

다만.

‘내게 거짓말을 했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

그렇다면 의도적으로 그녀의 정신을 망가트릴 생각이었다.

나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초점 없는 동공을 멍하게 뜬 루이스를 내려 보았다.

“쓸데없는 짓은 말도록.”

그러고는 루이스의 기억을 읽었다.

“아, 아.”

내가 기억을 읽기 위해 루이스의 머리를 뒤적거릴 때마다, 바닥에 주저앉은 루이스가 몸을 덜덜 떨며 나지막한 신음을 내뱉었다.

과거의 기억을 검색하며, 뇌가 과부화 되어 반응하는 반사적 작용이었다.

어떤 이는 이런 과정에서 쾌감을 느낀다고 하는데.

‘이 여자는 어떨지 모르겠군.’

나는 가장 최근의 기억을 검색했다.

에밀리와 만나는 나를 보고, 지금까지의 기억을 말이다.

‘역시 중립파와 만나는 걸 보았군.’

그녀는 바로 내게 찾아와 협상을 걸려고 했었다.

그러나 집무실에서 험악한 표정을 짓는 나를 보고는 포기했다.

“아아…….”

시간을 빨리 감자, 루이스가 다시 한 번 신음을 내질렀다.

멍하게 뜬 루이스의 눈동자가 슬금슬금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지간히 느끼는 모양이었다.

나는 다음 영상을 보았다.

‘꼴불견이다.’

나는 백설의 펠라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내 모습을 보였다.

다른 이들에겐 화를 내는 것처럼 보였을 거다.

그러나 저 얼굴은.

쾌감에 저항하기 위해 저절로 지어진 표정이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통해 보는 내 모습이라니.

부끄러웠다.

나는 집무실의 장면을 빠르게 넘겼다.

계속해서 보았다.

“아, 아…….”

흠칫흠칫 떠는 루이스를 무시하며 그녀의 머릿속에 저장된 기억을 계속해서 읽었다.

주륵.

계속된 검색에, 루이스가 입을 멍청하게 벌렸고.

그녀의 입에서 침이 주륵, 흘렀다.

동시에.

바닥이 축축하게 젖었다.

무자각, 루이스는 초점을 잃은 눈동자로 허공을 바라보며 오줌을 지렸다.

과한 쾌감에 그녀의 몸에 힘이 풀린 걸 거다.

그러나 나는 멈추지 않았다.

그 정도의 친절을 베풀 필요가 없었으니.

루이스는 오늘 단 한 번도 황제와 만나지 않았다.

심지어 보고할 생각조차 갖지 않았다.

대체 왜?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내가 해준 머리 마사지를 강렬하게 원했다.

제국의 판세가 흔들릴 정보를 가지고서도 말이다.

“고작 그거 때문인가?”

그녀의 죽어있던 쾌감 스위치를 내가 켤 수 있어서?

어리석다.

그렇기에 이용가치가 충분했다.

“재미있군.”

애당초 내가 루이스의 쾌감을 깨운 것은 홍련을 손에 넣기 위해서였다.

천천히 쾌감을 알아가게 만들어서 이용해먹으려고 했는데.

이렇게 쉽게 될 줄이야.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좋군.’

최악의 상황엔 기억을 지울 생각도 하고 있었다.

강제로 폐인으로 만들어서 황제에게 혼선을 줄까도 고민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거라면.

루이스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었다.

나는 자꾸만 움찔거리며 신음을 내뱉는 루이스의 머리에서 손을 땠다.

초점을 잃고 멍한 눈으로 나를 올려보기만 했던 루이스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헛!”

“정신이 드나?”

자신의 몸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확인한 루이스가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무,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거래에 응하도록 하지.”

“예?”

“이번 정보를 숨기는 대가로 네년의 머리를 만져주겠다는 뜻이다. 정말이지 변태 같은 성욕을 지니고 있었군. 머리를 괴롭히면 가버리는 성벽이라니.”

“서, 설마?”

“그래, 이거 전부 네가 저지른 짓이다.”

나는 바닥을 적신 루이스의 오줌을 가리켰다.

기억은 없겠지만, 몸에 남아있는 쾌감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네 입장을 깨달았다면 내게 네 머리를 맡겨라. 요금은 선불로 지급하지.”

나는 루이스가 어떻게 반응할까 가만히 지켜봤다.

나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눈에는.

흥미와 기대감, 앞으로 그녀가 겪을 일에 대한 설렘이 가득했다.

“흐으응!!!!”

그날 수도의 밤엔, 한 여자의 흐느끼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고 전해졌다.

***

“장관님!”

오랜만에 마탑으로 출근이었다.

제인이 환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어젯밤에는 굉장하셨네요.”

“저택은 보지 말라고 했을 텐데.”

“어라? 전 홍련의 암살자를 얘기한 건데. 우리 장관님은 저택에서는 또 무슨 짓을 하신 걸까요오?”

제인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웃었다.

이런 친구였다.

괜히 얘기하면 나만 말리는 여자.

“하아, 됐다. 무슨 일 없었나?”

“없긴 했는데……. 있기도 해요.”

“무슨 말이지?”

“황제가 불렀거든요.”

“언제?”

“방금 전에 전령이 왔었어요.”

* *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