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화 〉 34화 선택의 갈림길
* * *
“하하, 장관님 안녕하십니까?”
“내 집에 오다니, 별일이군. 새드릭.”
“부하 직원이 상사의 집에 찾아가서 안부를 묻는 건 자주 있는 일이죠.”
새드릭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자네가 그런 성격이었던가?”
“하하, 존경하는 상사께는 못 갈 것도…….”
“쓸데없는 아부는 그만하도록.”
“옙.”
새드릭이 어색하게 웃으며 응접실의 소파에 앉았다.
나는 새드릭의 맞은편에 앉아, 그를 마주보았다.
“그래서 용건은?”
“우선, 목이 말라서 그런데 차라도 안 되겠습니까?”
새드릭이 목을 쓰다듬었다.
“곧 올 거다.”
머지않아, 세리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오, 이 자가 그 소문의…….”
새드릭이 눈을 빛내며 쟁반을 들고 들어오는 세리아의 몸을 훑어보았다.
번들거리는 눈동자에서 적나라한 성욕이 드러났다.
“가슴이나 엉덩이나 엄청나네요. 역시 제국의 꽃이었던 여자입니다. 장관님은 행복하시겠습니다. 그런데 어디까지 하셨습니까? 역시 하지 않았을 리가 없겠죠?”
“그런 얘기를 하러 온 건가?”
“그건 아닙니다.”
손사래를 치면서도 새드릭은 세리아를 힐끗거렸다.
침을 꿀꺽 삼키는 그의 얼굴엔, 당장 어떻게 해보고 싶은 욕망이 가득했다.
“인사차 방문입니다. 겸사겸사 업무보고도 하려고요.”
“그런가.”
인사차 방문이라.
나는 새드릭을 보았다.
새드릭 볼파르트.
온건파인 솔라리온 공작과는 약간 노선이 다른 황제파의 사람이었다.
귀족파를 몰살시켜야 한다는, 강경 황제파에서 가장 잘 나가는 젊은 인재.
마법부 차관까지 지내는 그가, 이렇게 저택까지 목적없이 오진 않았을 거다.
“그 말을 믿을 정도로 순수하진 않아서 말이다.”
“하하하.”
새드릭이 잠시 웃었다.
“죄송합니다. 역시 장관님이시라는 느낌이 들어서요. 집에서도 서론이 길어지는 건 싫어하시는군요.”
눈가를 훔친 새드릭이 차를 따르는 세리아의 가슴을 노골적으로 바라보았다.
“참 아름답습니다. 그렇죠?”
“아름답다라. 한 때 제국의 꽃이라 불리긴 했었지.”
“세리아 지크프리트, 아, 이젠 지크프리트가 아니군요. 뭐라고 불러야 하지? 천한 계집년?”
새드릭이 깔보는 말에 세리아가 남몰래 입술을 깨무는 것이 보였다.
“새드릭.”
“예, 장관님.”
“나는 내가 아끼는 것을 함부로 얘기하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한 번만 더 그런다면 용서하지 않겠네.”
내뱉는 말투가 한없이 차가웠다.
순간 녀석의 입을 찢어버릴까도 생각했다.
감히.
내 것을 누가 평가한단 말인가.
나를 마주 본 새드릭이 고개를 숙였다.
“아, 죄송합니다. 장관님을 욕되게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저 황제께서 이런 여자를 선사하셨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아셨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나도 알고 싶었다.
이 여자를 왜 내게 맡겼는지를.
이 여자가 하프 초월체라는 걸 알고 있는지를.
“이제 마음을 정하셔야죠. 언제까지 중립으로 애매하게 서 계실 겁니까.”
“그걸 물어보러 왔나?”
“예. 그거 때문에 왔습니다.”
새드릭은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이제 황제파에 들어오시죠. 지금 경쟁구도에 떨어진 중립파 귀족들이 장관님을 모시고 중립파의 세력을 키우려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합니다만. 굳이 뱀의 머리가 될 필요가 없죠. 적어도 용의 목은 되실 분이시지 않습니까.”
“새드릭.”
“예, 장관님.”
“내가 저번에 자네보고 시끄럽다고 하지 않았던가?”
“……예?”
새드릭이 눈을 껌뻑거렸다.
“그 입, 너무 시끄럽군. 듣는 내 귀에 염증이 날 거 같다.”
“거절, 이신 겁니까?”
“난 아직 황제파에 들어갈 생각이 없어. 귀족파에도 마찬가지.”
“중립파를 결국 세우시겠다는 겁니까?”
“필요하다면.”
쾅!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현 황제를 황좌에 앉히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우신 분이 왜! 황제파에 들어오지 않으시려는 겁니까!”
새드릭이 책상을 내려치며 외쳤다.
불마법사답게 다혈질이었다.
“자네도 알잖은가. 현 황제가 어떤 사람인지.”
나는 누구보다 그를 잘 알고 있었다.
소설에서도 그는 피를 부르는 황자라는 별칭을 가졌다.
‘이젠 피를 부르는 황제인가.’
내가 그의 세력에 들어가면 당연히 전쟁을 일으킬 거다.
귀족파에 들어가도 마찬가지.
현 황제에게 불만이 많은 귀족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되면, 제국은 다시 한 번 내전이 벌어질 거다.
내전이 끝난 지 몇 달 되지도 않았다.
‘아직은 곤란해.’
산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전까지는 내전은 금물이었다.
적어도 내가 마법부 장관에 있을 때만큼은 내전을 막을 생각이었다.
“장관님의 자리를 누가 줬다고 생각하십니까? 바로 황제 폐하이십니다! 지금 행해지는 수많은 정책들을 생각해보십시오! 백성을 위하는 자가 어느 분이신지!”
새드릭의 목에 핏대가 섰고, 눈이 벌겋게 충혈되었다.
지금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광신도의 그것이었다.
흥분한 새드릭을 가만히 돌려보내려고 했다.
그때였다.
“지금 이 저택에서 장관님의 시중을 받는 여자도!”
“꺄악!”
새드릭이 세리아의 어깨를 잡아끌었다.
거칠게 잡은 그의 힘에 떠밀려 세리아의 몸이 새드릭에게 맞닿았다.
“귀족의 지위를 전부 다 잃고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 이 여자도 황제께서 내리신 겁니다! 보십시오! 제가 이렇게 희롱해도 이 여자는 저항도 못합니다! 누가 이 여자를 이렇게 만들었습니까? 바로 황제…….”
그리고 새드릭이 세리아의 엉덩이를 만졌다.
세리아가 비명이 들렸다.
감히 내것을.
멋대로.
건드리다니.
나는 머릿속에 이성이 끊어지는 걸 느꼈다.
“내가 분명 경고했을 텐데?”
서걱!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방금까지 엉덩이를 쥐고 있던 새드릭의 손목을 베었다.
마나로 만든 예리한 칼날이 한순간에 잘라냈다.
새드릭이 한 박자 늦게 알아채고는.
“끄아아악!”
비명을 질렀다.
“내가 용서하는 건 한 번뿐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커헉, 꺽.”
새드릭이 잘린 팔목을 움켜쥐며 숨을 몰아쉬었다.
갑작스러운 통증에 쇼크가 온 거다.
우득! 우드득!
나는 방금 잘려 바닥에 너부러진 새드릭의 손을 찌부러트렸다.
힐 따위로는 재생조차 할 수 없게 잘근잘근 부셨다.
“감히 내 것을 함부로 만지려고 하지 마라. 내 허락이 있을 때까지 그 누구도 내 사람과 내 물건을 멋대로 만질 수 없다. 알겠나?”
“이렇게 저를 공격하시고 무사하실 거 같습니까?”
새드릭이 충혈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눈빛이 살아있구나.”
날이 선 살기가 느껴졌다.
마법사의 생명인 손이 사라졌으니 당연했다.
저 눈을 뽑아 지하 감옥에 장식하고 싶다는 욕구가 솟아올랐다.
맞다.
‘모리스’의 욕구였다.
“네가 데리고 다니는 그 전투 마법단을 믿는 것이냐? 아님, 네가 그렇게 찬양하는 황제를 믿는 것이냐?”
“감히 황제폐하께……! 그런 언행은 반역입니다.”
“황제가 누구의 말을 믿을 것 같나. 아, 정정하지. 누구의 가치를 더 높게 볼 거 같은가?”
볼파르트는 유서 깊은 마법가문이나, 불의 마법을 대체할 수 있는 마법가문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나는.
얘기가 달랐다.
황제는 나를 대체할 수 있는 존재를 찾기 전까지는 내 말을 믿을 것이다.
‘겉으로는 말이지.’
“볼파르트와 황제파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기대되는군. 자네들이 내게 어떤 공격과 협박을 가할지가 말이야.”
“귀족파의 도움은 기대하지 마십쇼. 저 여자가 장관님 손에 있는 한, 귀족파는 장관님의 힘이 되지 않을 겁니다.”
“이제 보니, 손이 문제가 아니었군.”
나는 손을 까딱거렸다.
휘몰아치는 마나가 놈의 입을 강제로 벌렸다.
새드릭이 다급히 마나 주문을 외웠다.
주위에 화염이 타올랐지만.
서걱!
“끄아아악!”
내가 녀석의 혀를 자르는 것은 막지 못했다.
화르륵!
불이 타올라 응접실의 물건을 태웠다.
“꺄아악!”
세리아가 몸을 웅크리는 동안.
나는 마나 구조를 재조합해 물을 만들어 타오르는 불을 전부 껐다.
“허어어엉!”
새드릭이 피가 철철 흐르는 입을 막으며 잘린 혀를 허망한 눈으로 내려 보았다.
그가 일으킨 불로 인해, 반쯤 타버린 혀.
더는 마법을 부릴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마법에 필요한 건 수식을 맺는 손과, 수식을 읊을 말이 중요했다.
손 하나와 혀를 잃었으니.
설사 마법을 다시 부릴 수 있다 한들, 이전의 경지는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귀족파가 날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했나?”
나는 눈물을 머금고 있던 새드릭에게 속삭였다.
“정녕 그럴 거라 보는가?”
녀석을 보는 내 눈빛이 어땠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와 눈이 마주친 새드릭은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꺼져라. 다시는 네놈 면상을 보고 싶지 않군.”
그는 부들거리며 잘라진 혀를 들고 도망쳤다.
‘사고를 치고 말았군.’
원래는 부드럽게 말하고 보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새드릭이 세리아에게 멋대로 손을 댄 순간.
이성을 잃고 녀석의 손을 잘라버렸다.
잘린 손을 완전히 으깨놨으니.
강경 황제파와의 관계는 완전히 박살났다고 봐야겠지.
“쯧.”
나는 저택 밖으로 도망치는 새드릭을 보았다.
말은 안 했지만, 황제의 의지가 어느 정도는 섞였을 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대뜸 약속도 없이 찾아오진 않았을 테니까.
황제파, 귀족파.
그리고 중립.
내전이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강경파는 또 검을 꺼내들려는 건가.
‘나도 결정을 내려야겠지.’
이전에는 소설의 결말을 보기 위해서 황제의 편에 섰다.
그러나 지금은 소설의 모든 이야기가 끝이 난 이후의 이야기.
새로운 이야기였고, 새롭게 주어진 삶이었다.
나는 그대로 황제의 옆에 있어야 하는가?
‘아니.’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세리아가 죽지 않은 시점부터 원작이랄 것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지 않던가.
거기다가 황제는 나를 감시하고 싶어 한다.
나를 견제하는 황제라.
‘마음 놓고 따를 수는 없지.’
그러나 그렇다고 대놓고 황제와 척을 질 수도 없었다.
귀족파와 내 관계는 최악이니까.
역시 세리아의 존재 때문.
그녀를 지크프리트에 돌려주는 방법도 있었다.
황제를 물리치고 그녀의 신분을 다시 돌리는 것.
그런데.
‘그 방법은 피하고 싶군.’
세리아가 초월체의 피를 이었다는 사실만 몰랐다면 그랬을 거다.
지크프리트가 꾸미고 있는 계획을 파악하기 전까진.
‘귀족파도 믿어선 안 돼.’
남은 건.
‘중립파인가.’
이제는 이 세상에서 살아가야만 했다.
이 소설의 완결을 본 지, 벌써 몇 달이나 지났다.
선택을 해야 하는 시기가 온 거다.
“후우.”
나는 세리아를 바라보았다.
황제가 보내는 신뢰의 상징이자, 동시에 황제가 나를 압박할 수 있는 좋은 수단.
세리아는 황제가 내게 내리는 상이자, 족쇄였다.
만약 내가 중립파와 손을 잡았을 때.
세리아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모르겠군.”
정말 모르겠다.
***
두근두근.
방으로 돌아온 세리아는 세차게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녀의 엉덩이를 만진 새드릭의 손이 모리스에 의해서 한순간에 날아갔다.
세리아가 응접실에 들어갔을 때부터 그 남자의 욕망이 느껴졌다.
익숙했다.
과거 그녀가 공녀였을 때도 받았다.
수많은 남자들에게 받았던 욕망 가득한 시선 말이다.
그 때는 지크프리트라는 광휘에 이기지 못해 몰래 표현했던 음습한 욕망이라면.
그 광휘를 받지 못한 지금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더러운 욕망이었다.
시선은 물론이고 희롱에도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세리아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지크프리트가 아니며.
이제 그녀에게 남은 것은 없다는 걸.
이름이라도 갖는 걸 감사히 여겨야 하는 존재라는 걸.
그러나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자존심 하나로 버티고 있었던 거다.
최소한 모리스는, 그런 음습한 시선으로 보진 않았으니까.
‘나를 괴롭히긴 했어도.’
마치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해결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대체 왜…….’
그 남자의 팔을 베었던 걸까.
그 때 모리스의 표정은.
세리아가 둘째 날 그의 물건을 전부 망가트렸을 때 지었던 것과 똑같았다.
아니, 그보다 더 심했다.
왜 괴롭히는 상대를 건드렸다고 그런 표정을 짓냐고.
마치 나를 아끼고 있다는 식으로 표정을 지으면.
'그건 반칙이잖아.'
어렵게 쾌감과 모리스에게 저항하고 있던 그녀였다.
자신을 인간 이하로 보는 그 남자에게서 마지막 자긍심을 지키기 위해서 저항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런 플레이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가 만약에 새드릭에게 안기라고 말한다면 그렇게까지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생각했던 것과 상황이 다르게 흘러갔다.
새드릭의 팔과 혀가 잘렸다.
나를 만졌다는 이유로.
내게 모욕스러운 말을 했다는 이유로.
당혹스러웠다.
왜 그러는 건데.
왜 갑자기 나를 아낀다는 말을 하는 건데.
방금 전까지는 나를 희롱한 건 당신이면서.
왜 지금은, 나를 지키는 거 같은 행동을 하는 건데.
소유욕인가? 아니면 정복욕?
남자들이 느낀다는 그 흔한 감정인 거야?
왜 너의 것이라면서 분노한 거냐고.
분명 싫어야 할 상황이었다.
자신을 괴롭히는 남자가 물건취급을 하는 최악의 상황임에도.
그녀는 모리스가 자신의 것이라는 말을 했을 때.
깊은 안도감을 느꼈다.
그녀를 지켜줬다는 사실 하나가 지금껏 느껴졌던 불안감을 한순간에 씻어냈다.
왜 편안하다고 생각하는 건지.
그녀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대를 누가 이곳에 보냈지?’
그 때, 모리스가 예전에 했던 말이 그녀의 귀에 맴돌았다.
‘내가 보냈나?’
‘아니, 황제가 자네를 신분 처형했고.’
‘자네 아버지가 자네를 포기했어.’
‘나는 그저 그것을 받은 것이고.’
온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녀 역시 은연중에 인정하고 있었다.
저 남자 때문에 자신이 여기에 갇혀서 괴롭힘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걸.
‘인정을 해야 하는 걸까?’
복잡한 정치얘기는 모른다.
그녀는 공녀였을 때에도 정치와는 한참 거리가 있었다.
그랬기에 지크프리트 공작이 자신을 구하러 올 것이라고 확신했었다.
정치를 모르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딱 하나.
지금 그녀가 의지할 수 있는 건, 이 저택의 주인인.
모리스밖에 없다는 걸.
세리아는 마법을 시전해서 자신을 지켰던 모리스를 떠올렸다.
그러는 동안 아랫배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내 것이라고 했어.’
마법을 시전 했을 때 보였던 모리스의 두꺼운 팔.
마법사임에도 운동을 꾸준히 해서 단련되었던 단단한 가슴.
온전히 벌거벗었을 때의 그의 몸.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상상을 했다.
모리스가 자신을 안고.
자신 역시 그를 안는 걸.
그날처럼 과격하게.
자신을 안으며 부술 듯이 대해줬으면.
어느새 그녀는 손가락으로 치마를 젖혀 팬티 너머로 자신의 보지를 만지고 있었다.
쾌감에 몸이 젖어가던 세리아는 정신이 퍼뜩 들었다.
“뭐, 뭐하는 거야.”
자신도 모르게 해버린 행위에.
그녀는 당황했다.
‘정신 차려!’
세리아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이건 내 진심이 아니야.’
자신의 상황이 힘들기 때문에 보았던 착시효과일 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배꼽 밑에 새겨진 음문이 강하게 빛나고 있다는 사실을.
음문이 빛나면 빛날수록.
그녀의 보지는 점점 더 젖어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세리아는 의식 깊은 곳에서 그녀를 유혹하는 악마의 목소리를 들었다.
‘어차피 상상하는 거잖아. 진짜 일어나는 일도 아니잖아.’
‘해 버려. 해 버려.’
‘그 남자는 너를 원하고 있어.’
‘네가 자존심을 지키려고 저항하는 모습을 즐기고 있다고.’
세리아의 손은 그녀도 모르게 점점.
아래로 향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