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화 〉 33화 잘못했을 때, 엉덩이 때리기가 약이었다.
* * *
나는 저택으로 돌아갔다.
백설과 함께 미리 저택에 도착해 있던 세리아가 세바스찬의 지시를 받으며 일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제법 하녀의 일에도 익숙해 보였다.
“세리아.”
나는 그녀를 불렀다.
빗자루를 쓸던 세리아가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무슨 일이시죠?”
말투도 꽤나 공손해졌다.
나에게만이 아니라, 에미르나 백설에게도 말이다.
합격 불합격을 나누자면, 합격이었다.
‘손만 들어올리지만 않았다면.’
참 아쉽다.
화를 참아냈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랬다고 해도 세리아를 따로 불러냈을 거다.
그게 바로 이번 산책의 목적이었으니까.
굳이 세리아를 데리고 간 이유.
백설이 옆에서 에미르를 자극할 거라는 걸 알았음에도 같이 갔던 이유.
속이 아프다며 자리를 비웠던 이유.
전부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세리아를 조교할 계기.
없는 이유를 만들어내면 되지 않냐고?
그건 모리스가 용납하지 못한다.
그놈의 [완벽주의자]
그게 뭐라고.
순수하게 이번 산책을 기대했던 에미르에겐 미안한 일이다.
그래서 억지로 맛없는 그녀의 음식을 먹고 맛있다 말해준 것이고, 모두를 보내고 따로 에스코트를 해주었다.
에미르에 대한 죄책감을 견디지 못한, 모리스의 무의식이 나를 자꾸 건든 탓이었다.
나름의 미안함의 표시를 에미르가 어떻게 해석할는지.
내심 걱정이 되었으나.
이 모리스의 몸은 그러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다는 듯, 이행하고 말았다.
이미 한 짓을 후회할 생각은 없다.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문제일 뿐.
그보다.
나는 눈앞의 세리아를 내려보았다.
“감히 솔라리온 영애에게 손찌검을 하려고 했더군.”
“죄송합니다.”
세리아가 고개를 숙였다.
백금발의 머리가 아래로 축 내려갔다.
“고작 미안하다는 말을 들으려고 내가 몸소 너를 불렀다고 생각하나?”
“그 말씀은.”
“따라와라. 체벌 시간이다.”
나는 세리아를 데리고 내 침실로 향했다.
그녀의 손목을 잡아 끌거나, 마법을 써서 강제로 데려가진 않았다.
세리아는 그저 내 뒤를 따라왔다.
표정은 좋지 않았다.
내가 왜?
라는 말이 얼굴에서 드러났다.
“벗어라.”
나는 침실에 들어온 세리아를 보며 말했다.
앞으로 이 침실이 그녀를 조교하는 메인 무대가 될 거다.
뭐, 꼭 ‘이곳만’ 체벌장이 되진 않겠지.
“벗기 싫은가? 싫다면 지하감옥으로 내려가는 것도 방법이다만. 거길 내려간다면 벗기 싫어도 벗게 될 거다.”
드미트리 가문의 지하감옥.
굳이 가고 싶다면 말리지 않겠다.
과거의 내게 고문을 당했던 악질 범죄자들이 여전히 감옥에서 살고 있을 테니까.
그 모습을 보는 것도.
‘세리아에겐 썩 나쁘지 않을 테지.’
세리아는 천천히 하녀복을 벗었다.
이제는 익숙해진 그녀의 몸짓.
나는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세리아의 알몸을 보았다.
“속옷은 벗지 마라. 그게 더 아름다우니.”
나는 팬티와 브라까지 전부 벗으려는 세리아의 손을 막았다.
차라리 몸을 가리는 저 얇고 가녀린 실크가 남아있을 때가 좋은 경우도 있었다.
새하얀 팬티 위.
배꼽 조금 아래쪽에 새겨진 반투명한 음문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리고 오늘.
나는 저 음문의 잠재력을 개화시킬 셈이었다.
‘음문을 새긴지 일주일 지났던가.’
시기가 적당했다.
세리아가 속옷만 남기고 전부 벗은 걸 확인한 나는 침대 위에 앉았다.
“옷을 벗기면 됩니까?”
세리아가 내게 물었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 위에 엎드려라.”
나는 내 허벅지를 두드렸다.
“예……? 엎드리라니요?”
“두 번 말해야 알아듣겠나? 내 허벅지 위에 네년의 배를 깔고 엎드리라고 했다.”
세리아는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면서도 내 말을 따랐다.
물론 나를 적대시하는 표정은 여전했지만, 일전의 내기에서 진 덕인지, 불만을 말하지는 않았다.
오로지 속옷만 입은 여자가 내 무릎 위에 엎드려 누웠다.
세리아의 하얀 엉덩이네 내 눈에 들어왔다.
탄력있는 엉덩이는 마치 중력을 무시하듯, 엎드려 있었음에도 원을 그리며 솟아있었다.
“지금부터 너의 잘못을 말하라.”
“제 잘못 말입……니까?”
“그래. 네가 무엇을 잘못했고, 왜 여기에 와서 내게 조교를 받는지, 네 스스로 알아야 할 것 아닌가.”
“그건…….”
한참을 머뭇거린 세리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소, 솔라리온 영애를 향해 감히 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가, 감히…….”
자존심이 남아있던 걸까.
그녀는 차마 다음 말을 내뱉지 못했다.
찰싹!
나는 그런 세리아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때렸다.
“읏!”
손바닥에 마나를 가볍게 담은 뒤에 그녀의 엉덩이를 때리자, 세리아가 당황한 듯 눈을 크게 떴다.
“말해라. 네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가, 감히 물건 따위가……. 사람을 위, 위협했습니다.”
“똑똑하군.”
나는 한 대 맞고 새빨개진 세리아의 엉덩이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히익!”
마나에 민감한 그녀의 몸이 내 손에 담긴 마나를 찬찬히 흡수했다.
“그럼 다음으로 해야 될 일은 뭐지?”
“바, 반성입니다.”
“잘 알고 있군. 어떻게 할 텐가. 네년의 잘못을 어떻게 반성할 건지 말하라.”
세리아가 고개를 들어 나와 자신의 엉덩이를 힐끗거렸다.
얼추 눈치를 챈 모양이었다.
“제가, 잘못을 뉘우칠 때까지……. 주인님께서 저를 재교정 시켜 주시는 걸 기쁘게 받겠습니다.”
“좋다. 그럼 너의 잘못을 말하고, 그 뒤에 다신 그러지 않겠다, 맹세하라. 오늘의 벌은 그것으로 끝내겠다.”
“알겠습니다.”
세리아가 입술을 질끈 다물었다.
분노와 수치심.
자신은 사람이라는 자긍심이 만든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몰아치고 있는 것이리라.
“말하라.”
나는 그녀에게 명령했다.
“저는, 오늘 솔라리온 영애께…….”
짝!
“히익!”
“말하라.”
내가 엉덩이를 때리자, 탄력있는 엉덩이가 파동을 일으켰다.
“손을 들어 위협했습니다.”
찰싹!
“읏!”
마치 젤리를 때리는 기분이었다.
“잘못,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찰싹!
나는 그녀의 말의 마디가 끝날 때마다 마나를 감싼 손으로 세리아의 엉덩이를 때렸다.
엉덩이가 출렁거렸고, 세리아의 몸이 움찔거렸다.
허벅지에 닿은 그녀의 배와 가슴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뜸들이지 말고 말하라.”
찰싹!
“감히, 물건 따위가……, 사람을, 히익! 위협했습니다.”
찰싹!
“잘못했습니다.”
짝!
“죄, 죄송합니다!”
내 손에 닿는 세리아의 엉덩이 감촉이 부드러웠다.
그녀의 엉덩이가 화끈거렸다.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한 대 씩 때릴 때마다 손 안에서 가늘게 떨었다.
나는 주입식 교육처럼, 그녀의 잘못을 수 없는 반복과 반복되는 체벌로 그녀의 입장과 잘못을 외우게 했다.
새빨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엉덩이가 하얀 팬티와 대조되었다.
그 모습이 묘한 흥분을 자극했다.
그리고 나는.
세리아의 몸에 새겼던, 음문이 있는 곳이 빛나는 것을 보았다.
저것이 의미하는 건 딱 하나.
지금 세리아는 이 체벌로.
쾌감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었다.
세리아 본인은 음문이 빛나는 걸 모른다.
저건 오로지 음문을 새겼던 시술자만이 볼 수 있는 징표였으니.
저것이 더 발전하고 발전한다면.
나 말고 다른 이들도 음문을 볼 수 있게 되겠지.
그럴 때의 세리아의 표정은.
볼만할 거다.
오늘은 그 전제.
세리아가 애가 타게 만드는 것.
차오르는 흥분에 견디지 못하게 해야만 했다.
완벽하게 완성된다면.
그 흥분을 해소하기 위해 어떻게든 하려고 하겠지.
‘전부 쓸모없는 짓이겠지만.’
짜악!
“잘못, 했습니다.”
나는 세리아의 엉덩이를 다시 한 번 내려쳤다.
“하악, 하악.”
세리아가 몸을 떨며 숨을 거칠게 몰아쉴 때였다.
똑똑.
“주인님, 저 엘리스입니다.”
미리 준비했던 손님이 도착했다.
세리아의 고개가 침실 문으로 향했다.
곧 나를 보며 열지 말라는 눈빛을 보냈지만, 나는 가볍게 무시했다.
“들어오라.”
끼이익.
문이 열리고, 새빨간 머리의 하녀.
엘리스가 들어왔다.
안에서 벌어지는 체벌을 본 그녀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렸지만, 곧 평정심을 되찾았다.
방에서 풍기는 애욕의 향기에 머리가 어지러운 걸까.
아니면, 이런 상황을 그녀 역시 원했던 걸까.
약간 눈동자가 풀린 상태였다.
“머리를 묶었군.”
그녀는 붉은 머리를 양 갈래로 묶은 채였다.
“아, 네……. 주인님께서 손잡이가, 아니, 아닙니다.”
“흠, 그런가. 알았다.”
나는 세리아를 내려보았다.
세리아는 어느 때보다 붉어진 그녀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지금껏 그 누구도 이런 행위를 하고 있을 때, 들어오지 않았으니까.
일부러 데리고 왔다.
세리아에게 더 깊은 수치심을 주기 위해서.
그리고 그 감각을.
그녀가 쾌감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가지고 오란 건 가지고 왔나?”
“예.”
엘리스가 가지고 온 것은 시원한 물에 담긴 수건이었다.
“들고 와라.”
“예.”
엘리스가 내 쪽으로 걸어왔다.
여기서 실수하면 또 범해주지 않을까?
라는 얼굴이었다.
“만약 엎는다면, 네년을 저택 밖으로 쫓아낼 테니, 그럴 생각은 말도록.”
“아, 알겠습니다.”
나는 엘리스가 가지고 온 수건을 받아 세리아의 엉덩이를 덮었다.
“흐읍!”
엘리스가 가지고 온 것은 마나석을 정제해서 만든, 마나 포션이었다.
물 자체에 진한 마나가 담겨 있어, 마법사들이 애용하는 물건이었다.
만약 이 물이, 마나를 흡수하면서 흥분하는 세리아의 피부에 닿는다면 어떻게 될까.
좋아서 가만히 있지를 못할 거다.
“엘리스.”
“예.”
“옆에서 세리아의 모습을 끝까지 지켜봐라. 그리고 그녀가 발버둥을 치거든 두 손을 잡아라.”
“알겠습니다.”
나는 마나포션으로 적신 수건으로 세리아의 상처난 엉덩이를 보듬으며 말했다.
“그대가 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지크프리트가 져서?”
“아니면 황제가 자네를 신분처형해서?”
“아니다.”
“감히 보지 말아야 할 걸 노렸기 때문이다.”
“그것이 너에게 과분한 물건이고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한 마디를 할 때마다, 세리아는 이 쾌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발버둥을 쳤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는 엘리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 부단히 애를 썼다.
그러나 벗어날 수 없었다.
나와 엘리스의 속박을 벗길 정도로 힘이 좋지 않았다.
“이미 한 번 무너진 네년에겐.”
“펑범한 삶도 과분하다.”
“자유로운 의지를 갖는 것조차 과분하다.”
“건방지게 남의 것을 탐하는 것 역시 과분하다.”
“그러니, 이제는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게 어떠한가?”
“너의 모든 것을 내게 바치고 종속되면, 편해질 거다.”
나는 최면을 걸 듯, 그녀의 옆에서 소곤거렸다.
세리아는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그녀는 소설 속에서 결국 패배할 운명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패배할 거다.
그녀는 주인공이 아니니까.
그런데 말이다.
왜 아직도.
나를 보는 세리아의 눈에는 생기가 돋는 건지 모르겠다.
세리아는 내 바람과는 다르게, 쾌감으로 얼굴이 새빨게졌을 뿐.
여전히 반항적인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참으로 끈질기구나.”
그런 모습에 끌렸다. 그래서 소설을 읽으며 내심 세리아가 행복해지길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악역으로써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주인공에게 덤비는 것.
허나.
그건 소설 때 이야기.
지금은 다르다.
그녀가 오래 버티고, 끝내 복종하지 않는다면, 인내심이 적은 황제가 손을 뻗겠지.
그건 곤란하다.
‘세리아가 하프 초월체라는 걸 안 이상.’
황제에게 넘길 수는 없었다.
세리아는 엘리스의 등장에 수치스러워 했지만, 내 의도대로 마음이 꺾이지는 않았다.
‘오늘은 여기서 끝이군.’
여기서 성공했었다면, 편했을 텐데 말이다.
실패해도 괜찮다.
음문은 보기 좋게 익었고.
조만간 수확하면 그만이니까.
‘나쁘지는 않아.’
그때였다.
“주인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세바스찬의 목소리가 문 밖에서 들렸다.
“누구지?”
“새드릭입니다.”
새드릭?
황제파의 젊은 마법사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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