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화 〉 24화 가슴조교, 그리고 내기(2)
* * *
나는 저택에 만든 집무실에서 간단히 업무를 보았다.
마법부에서 보낸 안건을 확인하면서 도장을 찍었다.
서부 사막의 강렬한 불의 마나를 이용한 북부 농경지 활성화 제안서.
블록체인 마나기술을 통한 새로운 통화 화폐 제안서.
마나 차단 원리를 이용한 온도 차단 효과.
전체적인 마법 원리를 분석하는 논문도 있었고.
진정한 불의 마법사는 볼파르트가 아닌, 비슈쳌 가문입니다. 정식으로 대결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주십시오.
크롤란 가문의 횡포를 막아주십시오.
마법 분쟁을 해결해달라는 상소문도 있었다.
업무를 처리하는 건 생각보다 흥미로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마음에 드는 건 역시.
“흐으응…….”
입술을 깨물며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세리아를 보는 것이 제일 흥미로웠다.
촉수로 가득한 옷을 입은 그녀는 움직일 때마다 몸을 흠칫흠칫 떨었다.
“하읏!”
청소를 하다가 갑자기 비틀거리며 난간에 몸을 기댔다.
그러면서도 곧 이를 꽉 깨물며 번뇌를 삼키는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도.
[성적 가학성]을 만족시키고 있었다.
‘인내심이 대단해.’
확실히 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녀가 맨살을 드러내는 검은색 가죽 옷을 입은 지 벌써 이틀이 지났다.
평범한 여자였다면 하루 만에 포기하고 몸을 맡겼을 거다.
그녀에게 옷을 입히기 전에 새긴 마법은 감도를 몇 배나 민감하게 해주는 마법이었으니까.
그러나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꿋꿋하게 자기 할 일을 마쳤다.
나는 쾌감에 몸을 떠는 세리아를 가만히 바라봤다.
“괜찮은가? 몸이 많이 안 좋아 보이는데.”
“하악, 하악.”
세리아가 살짝 멍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괘……괜찮습니다. 하악, 아직은, 흐읏! 버틸 만 해요.”
“그렇다면 다행이군.”
아마 머리가 어질어질할 거다.
잠 잘 때는 물론이고 볼일을 볼 때에도 벗을 수 없게 설정해놨으니까.
그래도 괜찮다.
원리는 모르겠지만, 저 촉수들이 그녀의 오폐물을 전부 빨아들이고 있을 테니까.
씻지 않았음에도 냄새가 나지 않는 유용한 물건이었다.
‘그래도 씻긴 했겠지만.’
참으로 보는 맛이 있었다.
“집무실은 정리가 된 거 같으니, 나가도 좋다.”
“예.”
세리아는 부르르 떨며 고개를 숙여 나갔다.
걸음걸이마다 움찔움찔 거리는 모습이 요염했다.
참으로 재미있는 광경이었다.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억지로 버틴다라.
그만큼 이번 내기에 걸린 조건에 필사적이라는 거겠지.
지크프리트 복귀.
‘정말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참으로 순수한 아이가 아닐 수 없었다.
나는 작게 웃었다.
그때였다.
똑똑.
“백설입니다. 모리스님 들어가도 되겠사옵니까?”
“들어오게.”
북쪽 크루이 족의 전통드레스를 입은 백설이 들어왔다.
“제국의 낮이 덥지 않나? 북쪽에서 살던 그대에게 적응이 되지 않을 텐데.”
“모리스님의 배려 덕분에 걱정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가. 그런데 어쩐 일이지?”
백설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다가 내 시선을 피했다.
“그, 그게……. 모리스님과 차를 한 잔 하러 왔습니다.”
“차라, 좋지. 하지만 지금은 업무 때문에 바빠서.”
나는 수북이 쌓인 서류를 가리켰다.
세리아가 촉수 옷을 입는 모습을 보기 위해 재택근무를 신청했다.
일을 하면서 세리아가 쾌락에 몸을 떠는 걸 보는 건 괜찮은 즐길 거리였다.
“아, 그렇습니까?”
“혼자 마셔도 좋다. 옆에서 보기만 하지.”
“아…… 네.”
나는 차를 가지러 올 하녀를 불렀다.
“그나저나, 잘 잤나?”
제안서들의 도장을 찍던 나는 손님 의자에 앉은 백설에게 물었다.
“아, 덕분에 잘 잤습니다.”
“잘 잤다니 다행이군. 최근에 쥐들이 많이 보여서 걱정이었거든. 혹 한밤중에 쥐를 보지 않았나?”
“쥐……, 말입니까?”
“그렇네. 영애가 잘 잤는지 모르겠군. 참으로 미안하네. 타국에서 쥐 때문에 곤란한 일이 생기면 안 되지.”
“쥐는 보지 못했습니다.”
“다행이야. 이놈들이 아주 독해졌더라고. 그저께엔 복도에 오줌을 지리고 갔지 뭔가. 조만간 처리를 해야겠어. 감히 내 저택에 영역표시라니.”
“오, 오, 오줌 말씀이신가요?”
“보지 못했겠지?”
“그, 그럼요! 저는 아는 것이 없사와요.”
백설은 차마 내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런가?”
나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싱긋 웃어주었다.
“다행이군. 그대가 보지 않아서 말이야.”
“그, 그러게요. 다행이네요.”
백설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그……. 장관님.”
“왜 그러지?”
“저번 밤에 말이옵니다. 소녀가 침실에 간 날.”
“그 밤은 서로 잊기로 하지. 부끄러운 기억이지 않은가.”
그러자 백설이 손사래를 쳤다.
“아, 아니옵니다. 저는 오히려 조,”
“조?”
“좋았사옵니다. 그날 저는 처음으로……. 흠흠, 아무튼 추태를 보인 거 같아 염려되옵니다.
“신경 쓰지 말게. 내게 몸을 맡긴 여자들은 대부분 그러했으니.”
꿀꺽.
“그, 그래서 말이온데. 혹시…….”
그 때였다.
문이 열리고 세리아가 들어왔다.
“주인님 부, 부르셨습니까?”
“아, 제 때 왔군. 필요한 게 있어서 말이야.”
“마, 말씀하시죠.”
“백설 영애가 차를 드시고 싶다고 하시니, 차를 한 잔 내오게.”
“알겠습니다.”
“영애는 무슨 차를, 아 그 전에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했지? 그것이 무엇이오?”
백설은 나와 세리아를 번갈아 보며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마치 야동을 본 것을 들킨 소녀처럼 부끄러워했다.
“괜찮은가?”
“아, 아니옵니다. 생각해보니 당장 들어야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사옵니다. 차도 괜찮습니다. 갑자기 열이 나는 거 같아서.”
나는 황급히 벗어나려는 백설의 손목을 잡았다.
그녀의 반응을 보는 순간, 깨달았다.
얼마 전에 세리아를 조교하던 걸 몰래 보던 백설.
대뜸 찾아와 그녀와 있었던 하룻밤을 얘기하는데다가.
부끄러운 듯 나와 세리아를 보는 것까지.
‘원하는 건가.’
때마침 들어온 세리아 때문에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걸 확신한 이유는.
자꾸만 내 입술을 보며 부끄러워하는 백설의 태도 때문이었다.
“어딜 그리 급히 가려 하는 거지. 우선 남아 있게. 백설 영애의 말에 흥미가 생겼으니.”
“아…….”
“세리아는 물러나게.”
“나, 나가라고요?”
그녀는 놀란 듯 눈을 깜빡거렸다.
“그래. 나가라.”
“아, 알겠습니다.”
나는 세리아를 밖으로 보내고 백설에게 말했다.
“너무 부끄러워하지 마오. 그날 그대는 참으로 아름다웠으니.”
한동안 백설을 이용해야 하니, 이 정도 립 서비스는 가능했다.
“가, 감사합니다.”
“하고픈 말이 무엇이지?”
“사실은…….”
잠시 우물거리던 백설이 입을 열었다.
“그날처럼 안아주셨으면 해서요.”
“그날이라는 건.”
“소녀가 모리스님의 방에 찾아갔을 때입니다.”
“놀랍군. 그대가 이렇게 적극적일 줄이야.”
백설이 하얀 얼굴을 붉혔다.
“조만간 날을 잡도록 하지. 그럼 나가보시오.”
“예.”
백설까지 나가고.
나는 생각에 잠겼다.
‘의외로군.’
세리아가 아니라 백설이 내게 먼저 요구를 할 줄이야.
처음 백설이 내게 안겼을 때 임팩트가 셌던 건가.
아니면.
세리아와의 행위를 백설이 조바심을 낸 것인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재밌군.'
나는 나가면서 백설에게 보이던 세리아의 눈빛을 생각했다.
미세하게 느껴지는 경계심.
‘잘 이용하면 세리아를 꺾을 수 있겠어.’
새로운 장난감을 얻은 기분이었다.
***
“하아, 하아.”
세리아는 차오르는 숨을 가다듬었다.
가만히 서 있는 것도 어려웠다.
“힘들어…….”
내기를 시작한 지 며칠이 지났지?
기억이 모호하다.
지크프리트의 신분을 되찾기 위해 시작한 내기였다.
‘일주일동안 견디기로 했는데.’
이것만 견디면 지크프리트를 되찾을 수 있는데.
‘기억이 나지 않아.’
매일같이 괴롭혀졌다.
일을 할 때에도, 쉬고 있을 때도 심지어 씻고 있을 때도 옷에 붙은 촉수들이 끊임없이 그녀의 가슴과 보지를 괴롭혔다.
매일이 수치의 나날이었다.
마치 알몸으로 저택을 걸어 다니는 기분이었다.
아니.
‘차라리 알몸으로 걸어 다니는 것이 훨씬 더 나아.’
평범하게 일을 하는 사람들 앞에서.
그녀만이 유일하게 쾌락에 몸을 떨었으니까.
수치심에 얼굴이 붉어졌다.
“흐으읏! 그, 그만…….”
세리아는 몸을 흠칫 떨었다.
옷 안에 붙어있는 미끌거리는 촉수가 시도 때도 없이 꿈틀거렸다.
피부에 짝 달라붙은 이 촉수들의 감촉에 신음을 참는 것이 고작이었다.
마음 놓고 자고 싶어도 용납하지 않았다.
촉수들은 시도 때도 없이 그녀의 온 몸을 공략했고, 그것은 마치 하나의 고문과도 같았다.
몸이 두둥실 뜨는 느낌이었다.
매일 구름 위를 걷고 물 속에서 헤엄치는 기분이었다.
내가 앞으로 걷는 것인지.
세상이 나를 앞으로 당기는 것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려웠다.
눈에 보이는 것이 반짝반짝거렸다.
마치 약에 취한 듯.
시간의 개념이 모호해졌다.
“하아, 하아.”
그러나 버티면 된다.
어떻게든 버틴다면.
‘다시 내 자리를 찾을 수 있어.’
그렇게만 된다면.
‘복수하고 말겠어.’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든 황제와, 그의 끄나풀 모리스 드미트리를 말이다.
그러나 세리아는 몰랐다.
머릿속으로는 복수를 다짐하는 그녀였지만.
그녀의 몸은 더욱 큰 쾌감을 얻기 위해 허리와 엉덩이를 씰룩거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정난 암캐처럼 엉덩이를 들썩거리던 세리아는.
“하앙!”
젖꼭지와 보지를 애무하는 촉수의 감촉에 결국 신음을 참지 못했다.
쨍그랑!
부엌에서 그릇을 닦던 손에 힘이 풀리고, 쥐고 있던 그릇이 바닥에 떨어져 깨졌다.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신음이 하나의 트리거였다는 듯.
그녀의 눈빛이 흐려졌고.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해졌다.
손과 다리가 파르르 떨렸다.
“세리아 씨, 요즘 왜 그러는 겁니까?”
세바스찬이 그녀에게 한 마디 따끔하게 혼냈지만, 그녀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숙인 채로 전신에 느껴지는 쾌감을 억누르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
“히끅, 히끅.”
몰아치는 쾌감에 몸을 떨고 신음을 억누르는 소리였다.
그러나 세바스찬에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울음소리만 들렸다.
“앞으로 실수하지 마십쇼.”
“죄, 죄송함니댜…….”
지속되는 쾌락에 혓바닥에도 힘이 풀린듯, 발음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피곤해 보이니, 오늘은 좀 쉬시죠.”
“네에.”
세바스찬의 친절에 그녀는 방으로 돌아갔다.
방으로 돌아가는 동안에도 촉수는 그녀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아아……. 이럴 거면 차라리 마음껏 보내줘.’
세리아는 촉수들에게 애원하듯 속으로 생각했다.
며칠이나 되는 고문이었지만, 세리아는 단 한 번도 갈 수 없었다.
그녀의 가슴과 보지를 간지럽히는 쾌감이 매일같이 몰아쳤지만, 끝내 절정을 맛보게 하지 않았다.
갈 것 같으면 멈추고.
또 갈 것 같으면 작동을 하지 않았다.
모리스가 계획한 것이리라.
그 사악한 남자.
자신을 모욕하고 쾌락에 빠지게 하려는 그 남자.
동정 때문인가 싶으면 아니었고.
성욕 때문인가 싶으면 또 아니었다.
모르겠어.
그 남자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어.
나는 왜 이렇게 괴로워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
이제는 세리아는 자신이 왜 이런 고통을 받는지조차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는 왜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 거지?
왜 내기를 했던 거지?
아니, 무슨 내기를 했던 거지?
이제 다 포기할래.
‘가고 싶어.’
끊임없이 성감대를 공략당한 세리아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몇 배나 민감해진 몸은 뇌와 정신을 좀먹었고.
5일이 된 오늘, 그녀는 반 쯤 정신을 잃은 상태가 되었다.
머리는 멍했고, 몸은 쾌감을 탐했다.
그녀는 방까지 돌아가지도 못했다.
복도에서 주저앉은 채.
손가락으로 보지를 문질렀다.
그러나.
아무리 손으로 비벼도 간지러움은 해소되지 않았다.
손의 감각이 클리에 닿지 않았다.
그녀가 아무리 휘젓고 싶어도, 단단한 가죽 재질의 옷은 그녀의 손가락을 완벽하게 막았다.
“하아, 하아.”
이 가려움에서 벗어나고 싶어.
가고 싶어.
자위하고 싶어.
절정하고 싶어.
있는 힘껏 신음을 지르고 싶어.
그러나 아무리 그녀가 원하고 갈망해도.
마법이 걸린 옷은 그녀에게 감질날 정도로 은밀한 자극을 줄 뿐이었다.
3일 전부터 그랬다.
세리아가 절정의 파도를 원하기 시작했을 때.
그 때부터 촉수의 강도는 약해졌고, 오히려 애간장을 태우기 시작했다.
손가락으로 어떻게든 더욱 깊은 쾌감을 찾으려던 세리아의 눈에, 모리스가 보였다.
그는 백설과 웃으며 정원을 거닐고 있었다.
‘왜?’
너는 나를 원했던 거 아니었어?
그래서 나를 계속 괴롭히려고 했던 거 아니야?
너와 나의 싸움이고, 내기인데.
너는 왜 그렇게 여유로워?
너는 왜 내가 아닌 다른 여자를 옆에 끼고 있어?
세리아는 몸 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열기가 치솟아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이유를 몰랐다.
쾌감에 파도를 이기지 못한 의지 때문인지.
모리스 옆에 있는 백설을 보며 생긴 질투 때문인지.
자신을 괴롭히는 모리스에 생긴 분노 때문인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이 열기를 어떻게든 해소하고 싶었다.
‘가고 싶어. 가서 이 열기를 식히고 싶어.’
그녀는 방법을 알았다.
아주 쉬운 방법을.
이 족쇄 같은 옷을 채운 남자에게 달려가면 되는 거다.
그가 자신을 안고.
저 두꺼운 손가락으로 그녀의 깊은 곳을 휘젓는다면.
해소할 수 있을 거다.
세리아는 확신했다.
‘가고 싶어. 가고 싶어? 가고 싶어! 가고 싶어. 가고 싶어? 가고 싶어! 가고 싶어. 가고 싶어? 가고 싶어! 가고 싶어. 가고 싶어? 가고 싶어! 가고 싶어. 가고 싶어? 가고 싶어!’
가고 싶어서 미치겠어!
처음, 모리스에게 몸을 만져졌을 때를 떠올렸다.
‘앗.’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아랫배가 뜨거워졌다.
그 때 느꼈던 것처럼 헐떡거리면서 쾌감에 빠져들고 싶다고!
마음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웅웅 울렸다.
그녀의 눈은 백설을 보며 웃어주는 모리스에게 꽂혔다.
“하악, 하악.”
더는 심해질 수 없을 정도로 숨이 가빠왔다.
세리아는 보았다.
백설이 부끄러운 듯 웃으며 모리스에게 아양을 떠는 모습을.
그리고 그 걸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즐기는 모리스를.
그 순간.
그녀의 안에서 무엇인가가 뚝 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