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 22화 절정의 입기술
* * *
잠깐 정리해보자.
최근 들어 잦은 출장과 업무에 다소 지친 상태였다.
마나를 깨우친 몸이라 몇 시간만 자면 다시 풀릴 피로였지만, 간만에 푹 쉬고 싶었다.
에미르를 만나고 느껴지는 감정의 폭포가 자꾸만 날 괴롭혔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
아직 그녀와 만난 후유증이 남아 있었다.
두근두근.
상념을 잊기 위해 이른 침대 위에서 명상을 하는데.
갑자기 백설이 들어왔다.
“혹, 같이 누워도 되겠사옵니까?”
그녀는 베개를 꼭 껴안은 채였다.
속이 비치는 옷을 입고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
아아.
뭐라고 얘기할까.
오늘은 피곤하니, 내일 얘기하도록 하지.
돌아가라.
“잠자리가 낯설어 도무지 잠이 오지 않사옵니다.”
순간, 머나먼 타향 땅에 홀로 남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하아.”
평소라면 허락하지 않았을 방문자를.
“들어오라.”
허락했다.
에미르와 만남 이후로, 내가 이곳에서 완전히 외부인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말았다.
웃기게도 말이다.
3년 정도 살았으면 적응할 만도 한데.
여전히 강한 모리스의 에고가 내 의식 한편에 자리 잡고 있으니, 그게 쉽지 않았다.
타향에 온 백설에 대한 동정심이 생긴 건 그 때문일 거다.
종종거리며 침실로 들어온 그녀는 바로 내 옆자리에 앉았다.
“자거라. 내가 옆에 있을 테니.”
나는 명상을 위해서 눈을 감았다.
마나를 돌릴 필요도 없었다.
그저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할 뿐.
그것만으로도 상념을 잊을 수 있었다.
“모리스님, 무슨 걱정이라도 있사옵니까?”
내 팔뚝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촉감에 눈을 떴다.
백설이 두 손으로 내 팔을 껴안으며 반짝거리는 눈망울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방금 그건 그녀의 봉긋한 가슴이 내 팔에 닿는 감촉이었다.
“자지 않았나?”
“잠이 오지 않습니다.”
“아직도 낯설어서 그러느냐?”
“예.”
백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내가 해줄 것은 없네.”
“손을 잡아주시겠습니까?”
백설이 작고 고운 손을 내밀었다.
새하얀 피부가, 그녀의 이름과 참으로 어울렸다.
한 번 친절을 배풀기로 했으니.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이제 좀 나은가?”
“예.”
가볍게 쥔 백설의 손에 자꾸만 꼼지락거렸다.
부드러운 손이 움찔거릴 때마다 백설의 얼굴은 점점 더 붉어졌다.
그러던 백설이 손깍지를 꼈다.
나는 그런 그녀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봤다.
백설은 손을 잡지 않은 다른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가렸다.
부끄러워서 볼 수 없다는 듯이.
“역시 모리스 님은 상냥하시네요.”
“그렇지 않다.”
“야만족인 제게 진심으로 다정하게 대하시잖아요. 제국민은 저희 크루이 족을 늘 혐오하는데 말이에요.”
“모두가 혐오하는 건 아니다.”
“모리스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믿을게요.”
백설이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말하는 백설의 얼굴에는 진심으로 신뢰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놀랍군.’
만약 크루이 족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었다면 그녀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느낄 정도였다.
북쪽 야만족, 크루이 족의 습성은 참으로 독특했다.
딸을 가장 강한 자에게 시집보낸다.
꼭 정실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강한 자의 씨앗을 받을 수 있으면 무조건 보냈다.
그리고 그 씨앗이 결실을 맺은 뒤에는.
다시 자신의 고향을 찾아간다.
그러고는 강한 자의 자식을 데리고 온 족장의 딸을 모든 이들이 함께 키운다.
그 아이들은 차기 족장 후보가 되거나, 마을의 전사로 키워진다.
강한 자만이 인정받는다는 크루이 족의 특성다웠다.
아마 족장이 내게 자신의 딸을 보낸 것도 그런 의미일 거다.
강한 씨앗을 받고 고향으로 돌아오라.
내가 그녀의 안에 씨앗을 내지른다면, 그리고 아이를 잉태한다면 북쪽으로 돌아가리라.
제국의 적을 늘릴 수는 없지.
심지어 내가 뿌린 씨앗이라면, 최악이었다.
그녀를 돌려보낼 생각도 없지만.
‘혹시 모르는 일은 경계하는 게 좋겠지.’
백설이 완전히 내 사람이 되기 전까지는.
그녀에게 마음을 내줄 생각이 없다.
지금은 그저 변덕일 뿐.
그녀 또한 이곳에선 나처럼 외지인이라는 것에 대한 동질감 때문에 생긴 변덕.
“잠을 자도록 해라. 시간이 많이 늦었다.”
나는 백설의 손을 잡은 채로 말했다.
“모리스님.”
“아직 잠이 오지 않는가?”
“예. 혹시 안아주실 수 있을까요?”
나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런 의미로 드린 말씀이 아니옵니다. 그……. 모리스님의 듬직한 품에서 잠들고 싶어서요.”
“알겠다.”
어리광 정도는 들어주지.
그녀의 나는 명상을 마치고 그녀의 옆에 누웠다.
백설이 내 품에 말없이 안겼다.
나는 그런 그녀를 부드럽게 안았다.
“단단……하시네요.”
백설이 내 가슴팍을 손가락 끝으로 쓸었다.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손가락 끝으로 내 가슴을 쓸며 침을 꼴깍 삼키는 백설을 내려다 볼 뿐.
“역시 아버님께서 인정하신 남자답사옵니다.”
“그런가.”
“예. 남자의 품은……. 아늑하군요.”
백설이 내 가슴팍에 얼굴을 쓸며 입가에 미소를 띄었다.
어떻게 해야 남자가 좋아할지 아는 모습이었다.
“모리스님.”
백설이 얼굴을 붉히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물기가 섞였다.
완전히 흥분한 거 같은 목소리.
눈동자에 욕구가 서려 있었다.
남자에게 덮쳐지고 싶다는 욕구.
그녀는 마치 그것을 요구하듯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렇게 보시면 부끄럽사옵니다.”
말하는 내내 그녀는 입술을 달싹거렸다.
하얀 얼굴에 마치 붉은 도장을 찍은 듯 빨간 입술을 말이다.
‘이대로 해선 끝이 안 나겠군.’
가만히 백설을 내려다보던 나는 가볍게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이런 걸 원하는 것이냐.”
“아…….”
그녀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그러더니 뭔가를 다짐한 듯, 내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가벼운 입맞춤.
꽤나 용기를 냈는지, 입을 맞춘 백설의 얼굴이 새빨게졌다.
나는 터질 것 같이 달아오른 백설의 몸을 감싼 채로 더욱 깊은 키스를 나눴다.
내 혀와 백설의 혀가 서로 교차했고.
우리는 타액과 타액을 나눴다.
“하아, 하아.”
입맞춤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백설의 숨소리가 점점 더 거칠어졌다.
“흐음, 흣.”
백설의 숨소리에서 물기가 가득했다.
사라락, 사락.
백설은 키스를 하면서 천천히 내 옷을 하나하나 벗겼다. 그행동이 너무나 익숙했다.
어떻게 해야 남자가 흥분할지 알고 있는 듯한 행동이었다.
남자 경험은 하나도 없을 텐데 말이다.
타고 났거나.
아니면 누군가에게 배웠거나.
그녀가 남자를 흥분시킬 방법을 얼마나 알고 있든 상관없다.
나 또한 여자들을 흥분시킬 방법을 다양하게 알고 있으니.
내 정액을 가져갈 생각조차 못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나는 백설의 옷을 벗겼다.
한 꺼풀 벗기자, 백설의 온전한 알몸이 모습을 드러냈다.
“부끄러운가?”
가슴과 중요한 부위를 가리는 백설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예…….”
“걱정 마라. 어두워 보이지 않으니.”
거짓말이었다.
달빛이 그녀의 모습을 밝게 비추고 있었으니.
푸른 달빛에 비친 백설의 알몸은 정말 아름다웠다.
하얀 피부, 부드럽게 곡선을 이뤄진 알몸과 핑크빛 유두.
보지 위에 난 털은 새하얀 머리카락과 똑같은 색이었다.
나는 그녀의 목에 가볍게 키스했다.
그러면서 천천히 공을 들여가며 백설의 몸을 타고 내려갔다.
목덜미, 쇄골, 윗가슴과 젖꼭지 거기에 아랫가슴까지.
입술과 혀, 그리고 양손으로 그녀의 몸 이곳저곳을 더듬었다.
“하아, 하아. 모리스님…….”
백설의 목소리에서 열기가 느껴졌다.
나는 애무에 열중하는 척 백설의 얼굴을 보았다.
‘역시.’
목소리는 뜨거웠으나, 나를 내려 보는 눈동자만큼은 차가웠다.
혹시나 싶어, 백설의 보지에 손을 집어 넣었다.
그녀의 안은 말라 있었다.
목석인가.
‘재밌군.’
모리스는 얼굴에 마나를 집중했다.
정확히는 입과 혀.
앞으로 마나를 잔뜩 담은 이 입이, 그녀를 완전히 보낼 것이다.
쪽.
나는 백설의 탄탄한 11자 복근에 입을 맞췄다.
“흐읏!”
머리 위에서 신음이 들렸다.
이전과는 반응이 조금 달랐다.
입에 닿는 그녀의 피부가 짧은 시간 떨렸다.
그녀의 배에 입을 맞추며 혀로 복근의 굴곡을 쓸었다.
“하으읏, 자, 잠깐만요.”
백설이 내 머리를 붙잡았다.
처음 느끼는 감각일 것이다.
타고난 목석인지, 특별한 수술을 받아 느끼지 못하는 건지 이유는 모르겠으나.
동상 같은 여자도 단번에 보내버릴 수 있는 내 입기술이었다.
멈출 생각은 당연히 없었다.
지금은 그녀를 보내서 빨리 재울 생각 뿐.
내 입은 복근을 타고 내려가 배꼽에 닿았다.
나는 배꼽 안쪽을 혀로 쓸었다.
“흐으응.”
낯선 쾌감을 피하기 위함일까.
백설이 내게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다.
당연히.
나는 그녀를 내버려둘 생각이 없었다.
집요하게 그녀를 붙잡고 천천히 백설의 몸을 공략했다.
어디가 약한지.
어떻게 공략해야 반응이 좋은지.
나는 천천히 공을 들이며 그녀의 몸을 혀로 쓸었다.
“모리스님, 저……이런 감각 처음이에요. 자, 잠시만요.”
백설의 몸을 공략하던 내 입이, 백설의 보지에 닿았다.
그녀의 냄새는 마치 숲에 들어온 거 같이 향기로웠다.
“꺄아악!”
혀가 닿는 것만으로도 백설의 몸이 세차게 떨렸다.
“저, 큰일날 거 같아요. 모리스님!”
동시에 경련을 일으켰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처음이라 느끼는 감각이어서일까. 그녀는 어떤 처녀보다도 쉽게 느끼고 절정했다.
“하악, 하악. 모, 모리스님…….”
허공을 바라보며 손을 휘젖는 백설이 나를 찾았다.
나는 그런 백설의 손을 맞잡았다.
“안심해라. 옆에 있다.”
“이, 이런 기분은 처음이에요.”
“괜찮은가?”
“예…….”
몸을 타고 흐르던 쾌감이 잠잠해진 듯, 백설이 한숨을 돌렸다.
“그, 모리스님.”
“말하게.”
“하, 한 번만 더 해주실 수 있을까요?”
스스로 말하고도 부끄러워졌는지, 얼굴을 붉혔다.
연기로는 보이지 않았다.
“죄, 죄송해요.”
“아니, 괜찮다. 원하는 대로 해주지.”
이 여자가 돌아갈 마음을 완전히 접게 만들어야만 했다.
나는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춘 뒤, 다시 그녀의 아래에 입을 맞췄다.
백설은 기대감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내려보았다.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 같은 모습.
부끄러워하면서도 내가 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이 얼굴에 보였다.
나는 촉촉하게 젖어있는 보지를 혀로 핥았다.
“하으읏!”
힘을 받은 고무줄처럼 백설의 몸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조금 더, 조금 더 격렬하게 해주세요.”
원한다면.
나는 평생 느껴보지 못했던 쾌감을 갈구하는 백설에게 쾌감을 마음껏 선사해주기로 했다.
임신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하악, 하악. 좋아요. 모리스님, 정말 좋아해요.”
백설의 발가락 끝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그녀의 보지에서 흐른 물이 내 입과 이불보를 잔뜩 적셨다.
그녀의 애액의 맛은 달콤했다.
나 역시 성욕에 지배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흐으윽…….”
백설은 쉼 없이 몰아치는 쾌감을 이기지 못하고 몸을 부르르 떨며 그대로 기절했다.
대자로 뻗은 채로 움찔거리는 그녀의 몸을 클랜징 마법으로 깨끗이 씻긴 뒤, 나 역시 잠에 들었다.
***
다음 날 아침.
‘실패했어.’
옆에서 곤히 자는 모리스를 보던 백설은 이를 악물었다.
모리스의 씨앗을 받고 목적을 달성하려고 했던 계획이 모두 실패했다.
‘오늘을 위해서 공부한 게 다 소용이 없었어.’
유모와 종족의 어머니들에게 수많은 기술을 전수받았었다.
남자가 좋아하는 기술들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어딜 만져야 하는지.
여자가 어떻게 행동해야 좋아하는지.
그리고 잠자리에서 남자의 물건을 어떻게 건드리고 농락해야 좋아하는지.
모두 배웠지만.
소용없었다.
모리스의 혀가 백설의 몸을 애무했을 때, 그녀는 몰아치는 쾌감에 제정신을 유지하지 못했다.
성욕과 쾌감에 지배받지 않기 위해 종족의 주술사들에게 목석처럼 느끼지 못하는 시술까지 받았다.
그 기술이 대단하던 유모들이 백설의 몸을 애무해도 꼼짝하지 않았던 그녀였다.
종족의 기술자들 누구도 그녀를 발정시키지 못했는데.
모든 것이 무색하게, 그녀는 여성으로써의 즐거움을 느끼고 말았다.
그 즐거움에 빠져 종족의 대업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모리스 드미트리.’
무서운 남자였다.
크루이 족 족장의 딸로 자긍심을 갖고 사명감을 갖고있던 백설마저도 모리스 앞에서는 한 명의 여자일 뿐이었다.
절실히 느끼고 말았다.
어제의 일 때문일까.
두근두근.
모리스의 잠든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을 1초 이상 쳐다보는 것도 어려울 정도였다.
‘하, 하악. 정신 차려.’
백설은 자신의 뺨을 세게 쳤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가만히 누워서 자고 있는 모리스의 얼굴을 볼 때마다.
어제 일이 떠올라 심장이 두근거렸다.
거기다가, 이제는.
잘생겨 보이기까지 했다.
모리스도 나쁜 얼굴은 아니었다.
‘내 취향이 아니었는데.’
백설은 모리스보다 더 굳센 이미지의 남자가 취향이었다.
그런데 왜 자꾸만.
그의 얼굴에서 눈을 뗄 수가 없는 건지.
아랫배가 화끈거렸다.
설마.
그녀는 아래가 젖었다는 걸 느꼈다.
“아…….”
어젯밤에 있었던 모리스의 테크닉과 그에 가버린 자신, 거기다가 그 순간 느꼈던 짙고 깊은 쾌감까지.
얼굴이 붉어지고 보지가 젖어들었다.
젖꼭지도 빳빳하게 서는 것이 느껴졌다.
‘난, 어떡하면 좋지?’
그녀는 방황하는 마음을 품은 채 도망치듯 방을 빠져나갔다.
백설이 완전히 나간 걸 확인한 모리스는 눈을 떴다.
“어떻게든 해결은 된 거 같군.”
격의 차이를 느꼈으니, 한동안 덤비지 않겠지.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