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화 〉 16화 알몸 산책
* * *
세리아는 며칠 만에 저택에 돌아온 모리스를 보고 놀랐다.
그가 며칠이나 집을 비웠다는 것이 첫 번째고.
그의 뒤를 따라오는 왠 하얀 여자가 두 번째였다.
‘설마 새로운 여자?’
에미르가 찾아온 것이 며칠 전이었다.
전 약혼녀가 다시 재결합을 요구한 것이 며칠 전인데.
새로운 여자라니.
이 남자,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그래서 아예 새로운 결혼 상대를 데리고 온 건가 싶었다.
그런데 대체 왜?
“세바스찬이 안내해 줄 것이오.”
방은 집사를 통해 소개시켜준 걸까.
‘설마…….’
순간 세리아의 머릿속에서 하나의 가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모리스가 나를?’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자신을 몇 번이나 괴롭히는 황제의 부하였다.
황제의 명을 따라 자신을 괴롭히기 위해서 수치심이 드는 행동들을 얼마나 많이 했던가.
내 옷을 벗기고.
강제로 목욕을 시키며 날 능욕하고.
침대에 몸을 묶어 채찍질까지 했다.
심지어 측근이었던 머스크 앞에서 자신을 욕보인 남자다.
하지만.
‘내가 머물 방을 직접 소개해줬어.’
여인의 방을 가주가 직접 소개해서 찾아준다.
귀족들에게 그것이 어떤 의미던가.
결혼의 서약.
‘설마, 정말로?’
만에 하나라는 가능성이 있다.
그의 태도는 하녀를 보는 것처럼 싸늘하지만.
모리스 드미트리가 여자에게 냉대한 건 장관이 되기 전부터 유명했다.
“정신 차려!”
짝짝!
세리아는 자신의 뺨을 세게 쳤다.
말도 안 되는 가설이었다.
자신의 처지가 힘이 들기 때문에, 위로를 받기 위해서 머릿속에서 자기최면을 하고 있는 거다.
그 남자처럼 싸가지도 없고, 배려도 없는…….
“크읏!”
모리스에 대한 안 좋은 생각에 고통스러우면서도 교묘한 곳을 자극하는 전류가 전신을 괴롭혔다.
이런 저주를 몸에 새긴 남자다.
‘청신 차려야 해.’
세리아 지크프리트.
‘나는 자랑스러운 지크프리트의 공녀야.’
지금은 무너졌지만, 곧 아버지가 다시 세력을 키우시고 그녀를 구해내리라.
그 때까지만.
그 때까지만 버티면 돼.
‘그럼 다시 공녀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어.’
복수도…….
가능하리라.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세리아는 상념을 멈췄다.
“누구세요?”
“세바스찬입니다. 주인님이 찾으십니다.”
“모리스, 님이요?”
“예. 급히 볼 일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 밤중에 대체?
해가 넘어간 지 오래.
달이 선명하게 빛나는 한밤중이었다.
“……알겠어요.”
세리아는 세바스찬을 따라, 모리스의 침실로 향했다.
‘침…실?’
대체 왜?
나를 침실로 부른 이유가 뭐야?
과시라도 하려는 건가?
그 새하얀 여자랑 이러쿵저러쿵 하려는 걸?
쓰레기라고는 생각했는데, 그 정도일 줄은…….
세리아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문이 열렸고.
“들어가십시오.”
세바스찬이 그녀를 안으로 안내했다.
세리아가 침실로 들어가자.
쿵.
방문이 닫혔다.
***
세리아 지크프리트.
그녀가 자신을 여전히 지크프리트 가문의 일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녀의 굳센 자긍심 때문이었다.
오늘은 귀족으로서의 자존심을 모두 무너트릴 생각이었다.
그래서 늦은 밤에 세리아를 침실로 불렀다.
그녀의 자긍심보다 더 큰 수치를 주기 위해서.
‘제대로 될지 모르겠군.’
베로니스에게 주문한 도구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다.
반란군 토벌로 인해 그녀를 며칠이나 건드리지 못했다.
하필이면 진액을 이용해서 머리에 암시를 심은 뒤에 말이다.
나는 예전에 사용했던 도구를 준비했다.
도구가 뭐가 됐던 새로운 조교를 시작해야만 했다.
“부르……셨어요?”
세리아가 나를 힐끔거리며 물었다.
그녀는 방 이곳저곳을 살피고 있었다.
마치 안에 있는 누군가를 찾으려는 듯 말이다.
“아무도 없다. 백설을 찾는 거라면 지금쯤 자고 있겠지.”
“그런가……요?”
“그래.”
세리아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내가 뭘 할 줄 알고 저리 안심을 하는 건지.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미리 준비했던 물건을 꺼냈다.
그건 바로.
“이게 뭐…죠?”
“보고도 모르나? 목걸이다.”
“목걸인 건 아는데……. 대체 왜 개 목걸이를?”
내가 그녀에게 내민 건 개들에게 채우는 초커였다.
전문용어로 개목줄.
“굳이 말로 설명해야 하나?”
“자, 잠깐만 설마 지금 나를……?”
나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당신… 이 짐승! 귀축! 꺄아아악!”
세리아가 몸을 크게 떨었다.
머리에 심어둔 센서가 작동해 전기 신호를 보냈다.
감히 내게 욕을 한 대가였다.
짐승 귀축으로는 저 정도로 강한 전류가 들어가지 않을 텐데.
훨씬 더 심한 욕을 속으로 뱉은 모양이었다.
“꺄악! 당신은……, 끄으윽! 역시 쓰레기야. 흐읍!”
비명을 지르며 몸을 덜덜 떨었다.
“무슨 말을 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너는 하게 될 테니.”
“잠깐이나마 인, 간적인 감, 정을 기대한 내가 병신……끄으윽!”
전류에 몸을 부들거리며 떨면서도 나를 노려보았다
힘을 잔뜩 준 눈가에 눈물이 살짝 고였다.
역시 고집 하나는 대단해.
그거 하나만큼은 칭찬해주고 싶었다.
사람을 힘들게 만들고 말이지.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나. 입장을 생각하는 것이 좋을 거다. 나는 모리스 가의 가주고, 네년은 이제 이름도 없는 하녀이니까.”
편의상 세리아라고 다른 이들에게 불리고 있지만, 그녀의 이름은 사실상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았다.
신분 처형이란 그런 거니까.
“스스로 차겠나? 아니면 강제로 차야 할 텐가.”
“내 손으로 차는 일은 절대 없어!”
말하면서도 계속 몸으로 덜덜 떨었다.
“이 빌어먹……. 꺄아악!”
그녀를 조교하기 위해서 괴롭혔던 적은 많지만, 이렇게 격렬한 거부 반응은 처음이었다.
‘첫 날보다 더 심하군.’
그만큼 그녀에게 절실한 것이겠지.
귀족으로서.
아니, 인간으로서 자긍심이 말이다.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게 된다면, 정말 자신이 처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는 바라봐야 하니까.
신분 처형을 당해서 생기는 방어기재일지도 모르겠군.
뭐, 상관없다.
이렇게 격렬하게 반응해야.
‘괴롭히는 재미가 있을 테니.’
이번에도 역시 [성적 가학성]이 발동되었다.
입가가 씰룩거렸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네게 결정권이 있을 거라고 보는가?”
나는 버둥거리는 세리아의 손을 붙잡은 채로 목에 개 목줄을 채웠다.
마나석이 꽂힌 초커를 벗기고 새로운 개목걸이를 걸었다.
그녀는 그러는 동안, 고통스럽게 몸부림쳤다.
“끄으윽. 흑.”
아니,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맞나?
오히려 슬픔과 쾌감에 몸부림치는 것처럼 보이는 것 내 착각일까?
“옷은 네가 벗을 텐가?”
“꺼……져…….”
“거절이로군.”
나는 강제로 그녀의 옷을 벗겼다.
아니, 찢었다고 하는 게 맞겠다.
옷을 찢자, 파르르 떠는 그녀의 알몸이 드러났다.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몸매였다.
나는 젖꼭지를 가리고 있던 브래지어를 벗겼다.
뽀얀 피부에 선홍빛 유두가 부끄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브래지어에 이어 팬티도 모두 벗겼다.
그런데.
“젖어있군?”
벗긴 하얀색 팬티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보지에서 시작된 투명한 애액이 실처럼 늘어지며 팬티에 뚝 하고 떨어졌다.
“닥쳐. 끄으읏.”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느끼면 곤란해. 아, 설마.”
나는 그녀의 귀에 입을 갔다대며 속삭였다.
“이렇게 매도당하는 것이 좋은 건가?”
“그럴 리가 없잖아.”
“글쎄? 언제까지 그 태도가 유지되는지 보겠네.”
그녀가 내게 이렇게 저항하는 것.
더욱 무너지는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기재일 거다.
그만큼 제대로 되어가고 있다는 뜻.
멈출 생각은 전혀 없었다.
“가지.”
“어딜?”
“어디긴, 저택 산보해야지.”
“…….”
“더 큰 소리를 내면 사람들이 깰 거야. 그렇지 않아도 황제가 보낸 사람들인데, 들키면 곤란하지 않겠어? 전 지크프리트 영애.”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죽여 버릴, 크읏, 거야.”
“기대하지. 자, 이제 네 발로 엎드려 볼까? 거절해도 좋아. 하지만 그러면 강제로 옮기는 수밖에 없어. 내가 못할 거라는 생각은 버리도록.”
입술을 깨물며 버티던 세리아는 결국.
네 발로 엎드렸다.
나는 그녀를 이끌며 침실을 나섰다.
세바스찬에겐 모든 식솔들을 잠재운 뒤, 본인도 자라고 명령했다.
지금쯤이면 모두가 깊은 잠에 빠져들 시기.
산책하기엔 딱 좋은 날씨였다.
‘하지만 우선은.’
나는 스파이가 수정구를 심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택에 돌아온 뒤에 가장 먼저 황제가 심은 수정구의 위치를 확인해 뒀다.
화면은 녹화할 수 없는 단순 녹음기였다.
수정구가 있는 곳으로 온 이유.
단순했다.
“짖어라.”
“뭐, 뭐라고?”
“짖으라고 했다. 이 복도에 네 목소리가 잘 울리게끔.”
“제, 제정신이야?”
“개새끼가 정신을 못 차리고 사람 말을 하는군.”
손가락을 튕겨 최고 출력으로 전력을 먹였다.
“꺄아악!”
“너를 괴롭혔던 초커가 사라졌다고 안심한 건가? 나는 짐승을 상대로 사람대접을 해줄 생각이 없다. 그러니…….”
내 얼굴은 어느 때보다 싸늘했다.
“짖어.”
그녀도 사람이었다.
알몸으로 몸부림치던 세리아가 필사적으로 외쳤다.
“머, 멍멍. 멍!”
“더 크게 하는 게 좋겠군.”
“멍! 멍멍!”
결국 시키는 대로 착실히 해냈다.
“이제부터 너는 강아지다. 그러니 사람 말을 할 생각은 접도록.”
“…멍.”
그녀가 저택이 떠날 정도로 큰 비명을 질렀지만, 이미 그녀 주위로 소음차단 마법을 걸어둔 상태.
아무리 큰 소리를 질러도 지금 자고 있는 하인들의 귀에는 들어가지 않을 거다.
그래도, 녹음기에는 똑똑히 들어갔으리라.
강아지처럼 짖어대고 끼잉끼잉 거리던 세리아의 목소리가.
“잘했다. 조금 더 돌도록 하지.”
나는 그녀를 이끌고 저택 안을 돌았다.
세리아는 사람의 말을 한 마디도 하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내 뒤를 따라왔다.
알몸으로 강아지처럼 걷는다는 사실 때문일까.
그녀는 주위 소리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끼잉!”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가 스치는 소리에 비명을 질렀고.
“히익!”
화장실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에도 놀라 미끄러졌다.
인간의 존엄을 모두 포기하기 시작한 세리아의 눈빛에는 반항심이 점점 사그라들었다.
저택을 돌고, 사용인들이 머무는 4층에 도착했다.
계단을 올라가기가 무섭게.
끼이익.
하녀 한 명이 눈을 비비며 문을 열었다.
“하아암.”
그녀는 졸린 눈을 비비며 초를 든 채로 나오고 있었다.
“화장실…….”
그리고 세리아는 하녀를 보자마자 얼굴빛이 창백해졌다.
‘호오.’
좋은 생각이 났다.
복도에는 여러 예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잘만 활용하면 사람 한 명은 간신히 몸을 숨길 수 있을 정도는 됐다.
나는 나 자신에게 투명화 마법을 썼다.
세리아는 벌거벗은 채로, 보일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장식물 뒤에 숨은 채였다.
“자, 잠깐…….”
나는 당황해 하는 세리아에게 속삭였다.
“부끄러운가? 여기서 들켜서 다른 하녀들에게 변태라고 손가락질 당할 네 모습을 상상하니 흥분이 되는군.”
“너, 흐읏.”
세리아가 새어나오는 신음을 틀어막았다.
내가 잔뜩 젖어있는 그녀의 보지에 손을 집어넣었기 때문이었다.
“하, 하지 마…….”
“자꾸만 강아지가 사람 말을 하는군. 벌을 줘야겠어.”
찔걱 찔걱.
“흐으읍!”
갑작스럽게 들린 소리에 하녀가 나와 세리아가 숨어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게슴츠레 뜬 눈으로 세리아를 가만히 응시했다.
어둠 속.
오로지 그녀의 발밑만을 밝힐 정도로 약한 촛불.
당연히.
네 발로 앉아있는 세리아의 모습이 온전하게 보일리가 없었다.
“강아지네. 헤헤. 강아지 모양 조각상이야.”
안심한 하녀는 하품을 하며 종종걸음으로 걸어갔다.
나는 충격을 받은 듯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세리아를 보았다.
“강아지……? 내가 강아지라고?”
참으로 재밌는 반응이었다.
“좋아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알몸으로 돌아다니는 하녀로 찍히는 것보다는 낫지.”
나는 속삭이며 그녀의 촉촉하게 젖은 보지를 만졌다.
부드럽게 손가락을 껴안는 보지의 따뜻한 감촉을 가만히 즐겼다.
생각보다 효과가 좋았다.
“너는 지금 강아지다. 어느 누가 알몸으로 개목걸이를 한 사람을 귀족으로 보겠는가?”
어렵게 지키던 그녀의 자긍심에 기스가 난 모양이었다.
방금까지 표독스럽게 저항하던 세리아의 눈에 힘이 풀렸다.
“그러니 내 손길에 몸을 맡겨라.”
“자, 잠깐만.”
“사람 말은 하지 말라고 했지?”
“……멍.”
세리아가 두 손으로 보지를 괴롭히는 내 손을 껴안았다.
하지 말라고 몸으로 말하고 있지만, 들어줄 내가 아니었다.
“차라리 그 하녀가 오기 전에 여기서 가는 건 어떤가?”
그 말이 트리거가 된 걸까?
“흐으읏!”
세리아가 몸을 부르르 떨며 오줌이 섞인 애액을 뿜어댔다.
“하, 하지맛! 멍!”
나는 한 손으로는 절정을 만끽하는 그녀의 보지에 손을 넣고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등을 안았다.
격렬한 쾌감의 파도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녀는 손을 들어 내 몸을 세게 껴안았다.
그때, 물이 내려가는 소리와 함께.
“하아, 시원하다.”
하녀가 밖으로 나왔다.
나는 세리아를 한 손으로 안은 채로 투명화 마법을 사용했다.
“어? 강아지 조각상이 어디 갔지? 이 물은 또 뭐지?”
잠시 눈을 끔뻑이며 세리아가 앉아있던 곳을 보던 하녀가 다가오려고 하기에.
“후우.”
나는 바람을 일으켜 하녀의 볼을 쓸었다.
하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내가 일으킨 바람에 반응한 걸까.
“멍…….”
세리아가 나지막하게 짖었다.
그리고 그녀의 작은 행동은 재밌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귀, 귀, 귀 귀신? 가, 강아지 귀신?”
하녀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 쳤다.
그녀가 벌벌 떨며 문을 닫는 걸 보고 나서야, 나는 투명화 마법을 풀 수 있었다.
‘재밌게 됐어.’
나는 내 품 안에서 탈진한 채로 색색거리는 세리아를 내려다보았다.
참, 아름다웠다.
그 건방진 입만 다물면 말이지.
언제 조교가 끝나려는지.
한숨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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