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 10화. 베로니스
* * *
내가 찾은 곳은 제국 수도의 외진 곳에 자리한 낡은 뒷골목이었다.
수도의 외곽 중의 외곽.
부정한 것에 손을 대는 이들이 찾는 곳.
온갖 부패된 것들이 자리한 골목길.
류어스.
거리에는 썩은 음식과 오물로 가득했다.
나는 마법으로 내 몸을 띄워 허공을 걸었다.
“불쾌하군.”
손수건을 들어 입과 코를 막았다.
불결함을 참지 못하는 [완벽주의자] 특성 때문이었다.
허공을 걷는 내 모습 때문에 거리에 자리한 불량배들은 감히 내게 손을 뻗을 생각을 못했다.
현명한 선택이었다.
만약 왔으면 곤죽을 만들었을 테니까.
그만큼 나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앞으론 만나는 자리를 옮기라 말해야겠군.’
물론 그녀가 들어먹진 않겠지.
나는 류어스의 가장 깊은 뒷골목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에 자리한 작은 집.
유일하게 마나의 향기가 느껴지는 집이었다.
나는 문고리를 잡고 돌렸다.
끼이익.
코를 찌르는 단내가 나를 덮쳤다.
“여긴 언제나 적응이 안 되는군.”
맡는 것만으로도 일순간 내 감각을 어지러트리는 향기에 나는 마법을 시전했다.
후우웅.
바람이 휘몰아치며 나를 덮치는 단내를 흐트러트렸다.
사람의 정신을 좀먹는 마약.
마녀들이 사람을 홀릴 때 사용하는 약 중 하나였다.
“어머, 이게 누구야?”
웨이브 친 검은 머리를 늘어트린 여자가 곰방대를 입에 문 채로 나를 보고 있었다.
뒷골목의 마녀.
오늘 내가 이 더러운 골목까지 찾아온 이유였다.
“고고한 마법부 장관님이 이곳까지 어떻게 오셨을까?”
“베로니스, 네 도움이 필요하다.”
내 말에 베로니스가 눈웃음을 지었다.
웨이브치는 검은색 머리카락, 피처럼 붉은 눈동자. 많은 남자들을 현혹시킨 커다란 가슴과 엉덩이.
뒷골목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천하의 마법부 장관님께서 내 도움이 필요하다고?”
“그래.”
“설마 공짜로 달라는 건 아니겠지?”
“원하는 대가를 치루지.”
그 말에 베로니스가 요염하게 웃으며 다리를 꼬았다.
옆트임 된 치마가 흘러내리며 맨들맨들한 마녀의 다리가 드러났다.
“당신이 그렇게 말하는 건 처음인데. 그 말에 책임질 수 있어?”
“물론, 드미트리의 말은 세상 어느 물체보다 무거우니.”
“후훗, 알았어. 무슨 일을 도와주면 되지?”
자리에 일어난 베로니스가 또각거리며 내 옆으로 다가왔다.
진한 향수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냄새난다.”
“흐응, 여자한테 그런 말은 상처인데.”
그러면서도 내 몸에 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너도 알 거다. 얼마 전에 신분 처형을 당했던.”
“아, 그 여자? 그 여자가 왜? 무슨 짓이라도 저질렀나?”
그녀는 손가락 끝으로 내 몸을 쓸어내렸다.
“고고한 전 귀족을 다루는 건 쉽지 않군.”
“호호, 방금 불경한 말을 들은 거 같은데?”
“그래서 고발할 건가?”
“내가 최대 고객을 고발할 리가 없잖아.”
베로니스가 입을 가리며 웃었다.
그러나 눈만큼은 웃고 있지 않았다.
“거기다가, 고발을 한다고 당신이 잡힐 사람이야?”
“현명하군.”
“그래서 그 여자에게 무슨 일이 있어서 도움이 필요한 거지?”
“자신이 아직 지크프리트라는 걸 잊지 못하고 있네.”
“호오. 신분처형을 당했는데도?”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한 자의식이네. 드미트리가 부수지 못할 줄이야.”
“단순히 부수기만 하는 일이라면 간단하지.”
그러나.
“그리 단순한 일은 아니네.”
“뭔가 있구나?”
베로니스가 두 손으로 내 손을 덮었다.
그러더니, 내 손을 자신의 가슴으로 이끌었다.
“심각한 일은 내 가슴으로 잊어.”
부드럽고 따뜻한 가슴의 감촉이 오른손에서 느껴졌다.
내 손은 베로니스의 손에 이끌려 점점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하으응.”
베로니스의 촉촉하게 젖은 신음소리를 듣던 나는 손을 뺐다.
“그만하지?”
“뭐든지 할 수 있을 거라면서.”
“아직 네가 가능한지 여부도 듣지 않았다.”
“재미없긴.”
그녀가 가슴을 모으며 내게 몸을 기울였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여성을 흥분시킬 물건이 필요하다.”
“잠깐,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그렇다.”
“……. 자긍심을 무너트린다고 하지 않았어?”
“물론이다.”
“그런데 성인용품이 필요하다고?”
“그래. 이왕이면 가슴을 괴롭히는 물건이었으면 좋겠군. 혼자서 벗길 수 없는 물건이면 더 좋겠다.”
“하아. 그건 드미트리 당신도 가능하지 않아?”
“마법부 장관이라는 체면이 있으니.”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 없는 물건이 있다.
“후우, 그래서 찾아온 거였네.”
“그렇지. 가능한가?”
“날 뭐로 보는 거야? 뒷골목에서 유혹의 베로니스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어.”
그녀의 실력만큼은 믿을 수 있었다.
“그럼 가능하다는 걸로 알고 있겠다.”
“요금은 선불이야.”
베로니스가 아슬아슬하게 가슴을 가리고 있는 원피스를 슬쩍 풀었다.
그러자, 세리아와는 다른 농밀한 가슴이 곡선을 그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진심인가?”
“그럼. 차가운 얼음 같은 마법부 장관 드미트리, 여자를 멀리한다는 그런 남자와 자는 건 흔치 않은 기회지. 같이 2년이나 있었어도 못 봤던 물건인데.”
“…….”
“설마 고자는 아닌 거지?”
여자가 낯설어 멀리했던 것이 이런 환상을 만들어냈다.
차가운 미남자, 제국의 차가운 심장.
성욕이 없는 남자.
“그럴 리가.”
내 확신에 가득 찬 말에 베로니스의 붉은 입술이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하지만.”
“음?”
“오늘은 계약금의 3분의 1만 넘겨주지.”
“그게 무슨 말이야?”
나는 대답 대신 손가락을 휘저었다.
지이익!
“꺄악!”
내 마법에 베로니스의 옷이 찢어지며 팬티만 입은 꼴이 되었다.
이미지에 맞는 검은 레이스 팬티였다.
“드미트리, 너!”
“불만이 있으면 너도 마법을 쓰게.”
나는 여유롭게 걸으며, 베로니스와 눈을 마주쳤다.
“현혹의 마술을 써봤자, 소용없어.”
“쳇!”
보랏빛으로 물들던 베로니스의 눈동자가 다시 붉은색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걱정 마라. 만족할 수 있을 테니.”
나는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입술에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졌다.
굳게 닫힌 입술을 열고 그 안에 혀를 집어넣었다.
“으읍!”
내 혀와 그녀의 혀가 입 안에서 얽혀 들어갔다.
키스를 하는 와중에도 태어났을 때 그대로의 상태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베로니스의 가슴을 주물렀다.
훨씬 이전부터 건물 안에 짙게 드리웠던 미약 때문이었을까.
베로니스는 간헐적으로 몸을 떨며 내 손길을 느꼈다.
그녀의 손은 내 가슴을 쓸어내려가더니, 가장 은밀한 곳에서 멈추었다.
내 물건을 갈구하는 그녀의 손짓이 노골적이었다.
“하아, 하아.”
오래도록 이어진 진한 키스가 끝나고 나와 베로니스의 얼굴이 멀어졌다.
나와 그녀의 입술 사이에 늘어진 침이 곡선을 그리며 떨어졌다.
“대단하네. 여자는 곁에 두지 않았다면서.”
“귀족이 가져야 할 덕목이지.”
최유준은 모태솔로였으나, 모리스 드미트리는 달랐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내가 빙의하기 전에 갖췄던 여자를 상대하는 방법이 가득했다.
어디에서 배웠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후후, 당신답네.”
베로니스가 내 아랫도리를 주물렀다.
나는 그녀의 손길을 느끼며 천천히, 검은색 레이스 팬티를 벗겼다.
“하아, 하아.”
베로니스의 숨소리가 점차 거칠어졌다.
내 손은 완전히 드러나 그녀의 보지에 향했다.
균열 사이에 드러난 작은 돌기.
손가락 끝으로 부드럽게 쓸어내자.
“하앙.”
짧고 촉촉한 신음이 들렸다.
내 손가락은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물기가 가득한 보지에서 흘러나온 애액이 내 손가락을 적셨다.
내 손가락이 보지 안 쪽 질벽에 파고들었다.
“으흐응!”
나는 베로니스가 신음으로 헐떡일 때까지 그녀의 안쪽을 괴롭혔다.
‘세리아가 이렇게 쉬웠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겠지.
“하아, 하아. 대단하네.”
베로니스는 발기되어 텐트를 친 내 아랫도리를 내려다보았다.
군침을 질질 흘리는 모습이 꼭, 발정난 암캐처럼 보였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내 바지를 벗기려는 듯 무릎을 꿇었다.
“당신도 힘든 거지?”
물론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몸을 가진 여자를 보고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나.
“거기까지.”
나는 내 바지를 벗기려는 베로니스를 마법으로 강제로 일으켰다.
“어?”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으로 나를 보는 베로니스.
“말하지 않았나. 3분의 1이라고.”
나는 베로니스를 일으킨 다음, 마나로 거대한 딜도를 만들었다.
“오늘은 이게 자네를 만족시킬 거야.”
나는 그녀를 보며 방긋 웃었다.
베로니스는 나를 악마처럼 바라보았다.
***
나는 마나로 만든 딜도를 소멸시켰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하지. 오래 걸려도 좋네. 확실한 물건을 만들어오도록.”
눈깔을 까뒤집고 혀를 내민 채로 바닥에 쓰러져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베로니스에게 말했다.
“헤에에.”
그녀는 몰아치는 쾌감에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였다.
계속 몸을 떨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마녀는 태어날 때부터 마나에 민감한 존재들이었다.
작은 마나의 변화에도 사람이 변하기 마련인데.
그런 마나로 만든 딜도를 사정없이 안에 쑤셔댔으니.
제대로 된 상태일리가 없었다.
“헤에에.”
너무 심했나.
조금은 살살할 걸이라며 후회해도 늦었다.
나도 다소 흥분한 상태에서 선을 넘어버렸으니.
“후우.”
제대로 듣지 못한 상황이니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목소리에 마나를 실어 다시 한 번 말했다.
“오래 걸려도 좋네. 확실한 물건을 만들어오도록.”
마나에 감싼 언어가 그녀의 귀에 들릴 때마다.
“히기이익!”
베로니스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얼마나 격한 쾌감을 느끼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발가락 끝까지 힘이 잔뜩 들어갔다.
완전히 마나에 민감해진 몸에 마나를 다시 주입시켜 생긴 경련이었다.
내가 말을 한 마디 건넬 때마다 몸을 버둥거리던 그녀는 결국.
보지에서 오줌인지 애액인지 모를 물을 쏟아냈다.
시오후키를 하면서 기절했다.
“쯧.”
그녀가 뿜어낸 물이 내가 입고 있던 외투에 닿았다.
이 꼴로 밖으로 나가면 귀족의 품위를 헤치는 일.
“이건 네가 가지도록.”
나는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그녀의 몸을 덮었다.
“제대로 알았겠지.”
나는 [성적 가학성]과 정복감으로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느끼며 문 밖을 나섰다.
아마 한동안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할 테니.
진득하게 기다리면 되겠지.
***
류어스에서 일을 마치고 저택으로 돌아가자.
못 보던 마차 한 대가 저택 안에 주차되어 있었다.
‘왔나보군.’
내가 저택 문을 들어가자마자.
“오셨습니까. 외투는 어찌하셨습니까?”
세바스찬이 나를 맞이했다.
“버렸다. 그나저나 손님이 벌써 왔나보군?”
“그렇습니다. 현재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제대로 맞이했겠지?”
세리아를 대고 한 말이었다.
“실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무슨 일이 있었나?”
“아가씨께서 불편하신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과거의 악연이 있다보니……. 죄송합니다.”
“됐다. 내가 올라보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나는 세바스찬을 지나가 응접실로 향했다.
응접실로 올라가자.
“아, 오셨어요?”
투명한 초록색이 인상적인 드레스를 입은 금발의 영애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안절부절 못한 채로 차를 마셨다.
영애가 눈치를 보는 건 바로.
옆에서 얌전히 서 있는 세리아였다.
“아, 오셨어요.”
금발의 귀족 영애가 나를 보며 인사했다.
그녀는 한 치의 사심 없는 깨끗한 웃음을 지었다.
에미르 솔라리온.
솔라리온 가문의 영애.
그녀는 내 전 약혼녀이자,
세리아에게 죽을 위기에 처했던 영애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