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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악녀를 조교하게 되었다-10화 (10/174)

〈 10화 〉 9화. 환각과 최면

* * *

“감히 드미트리에게 검을 들이대다니.”

나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제정신인가?”

내 손끝에서 마나가 휘몰아쳤다.

“지크프리트의 기사로써 이런 장면은 참을 수 없다! 감히! 네놈이 감히!”

머스크가 든 검이 날카롭게 빛났다.

“예상했던 일 아닌가?”

“뭐?”

“신분처형 당한 지크프리트의 영애가 잔혹하기로 유명한 마법부 장관에게 팔려갔다. 설마 아무일도 없었으리라 생각했나?”

“네놈이 최소한…….”

머스크가 이를 갈며 읊조렸다.

“최소한의 예의는 있으리라 생각했다. 전장에서 검을 나눴을 때 기본적인…….”

“시끄럽다.”

나는 머스크의 말을 끊었다.

세리아는 진액이 보여주는 환각에 다소 정신적 데미지를 얻은 듯 초점이 잃은 눈으로 우리를 보고 있었다.

리자드맨 진액의 효과는 길지 않다.

지체해봤자, 좋을 건 없었다.

“드미트리 가의 가주에게 검을 들이댄 죄는 무겁다.”

나는 손 끝에 모인 마나를 방출했다.

“크읏!”

머스크가 급히 오른팔로 검을 들었다.

무속성의 폭발 마법 ‘마나 밤’.

쾅!

내 마법이 마나를 두른 검과 부딪쳐 허공에서 터졌다.

충격파에 옷이 펄럭거렸다.

“젠장.”

뒤로 밀린 머스크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다급히 자세를 잡아보았지만.

두 팔이 멀쩡했을 때도 나를 이기지 못했던 검사였다.

과거, 제국을 빛냈던 ‘좌수검의 섬광’의 영광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콰과광!

“크아악!”

나는 머스크가 자세를 다잡기 전에 캐스팅한 매직미사일로 머스크의 몸을 사정없이 두들겼다.

전부 마나가 흐르는 주요 혈맥이었다.

아마 한동안은 마나를 쓰고 싶어도 온몸이 저려서 쓰지 못하리라.

“커헉!”

온몸을 부르르 떨던 머스크가 결국 무릎을 꿇었다.

아무리 소드 마스터라도 제국 최고의 마법사의 공격을 온전히 받아내기엔 버거웠을 거다.

나는 무릎을 꿇은 머스크에게 다가갔다.

“나는 자네가 화가 난 이유를 전혀 모르겠어.”

“뭐?”

“내가 지크프리트를 욕보이다니,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가 어렵군.”

나는 여전히 멍한 눈으로 우리를 보고 있는 세리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까 자네가 한 말처럼 지크프리트의 딸은 없지 않은가?”

세리아의 상태를 확인한 머스크의 눈이 커졌다.

“네놈 설마!”

“거기까지.”

나는 녀석의 입을 닫았다.

“읍!”

“드미트리를 능멸한 죄는 무겁지만, 오늘 자네가 도와준 걸 생각해서 넘어가도록 하지.”

따악!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바닥에 떨어진 검이 두둥실 날아, 머스크의 검집에 꽂혔다.

“이제 돌아가 주겠나?”

머스크는 입을 열려고 버둥거렸지만, 마나를 쓸 수 없는 몸으로는 덧없는 행동이었다.

“지크프리트 공작에겐 도움이 잘 되었다고 전해주고. 세바스찬, 손님을 잘 배웅해주길 바라겠네.”

“알겠습니다. 주인님.”

머스크는 몸을 버둥거리며 세바스찬에게 질질 끌려갔다.

쿵.

문이 닫혔다.

나는 바닥에 주저앉은 세리아에게 다가갔다.

“내, 내가……. 내가 지크프리트의 수치라고……?”

그녀는 리자드맨 진액이 보여준 환각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머스크는 분명 나를 보고 외친 소리였다.

그러나 환각상태에 빠진 세리아에겐, 지크프리트의 수치라는 머스크의 외침이 그녀에게 향한 것처럼 들린 거다.

지크프리트에겐 딸이 없다는 얘기도.

아들만 존재한다는 얘기도.

그녀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을 거다.

완전히 자신을 무시하기로 결정한 지크프리트의 충실한 심복.

그 모든 행동이.

지크프리트가, 그녀의 아버지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게 만들었으리라.

아무리 강인한 그녀라도.

절대적으로 가문에 충성하던 머스크가 그녀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행동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이제 알았나?”

세리아가 충격을 받은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지크프리트는 널 버렸다. 이제 너는 지크프리트가 아니다.”

“내가 지크프리트가 아니……라고?”

“그렇다.”

내키는 일은 아니다.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그녀는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을 거다.

앞으로 둘 다 곤란해 질 테니.

어느 정도는 기를 꺾어야만 했다.

내 시선을 피한 세리아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나름대로 의지를 다지는 듯 했지만, 눈동자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지크프리트를 따르던 충신마저 너를 무시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정녕 모르겠나?”

“…….”

그녀는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그녀의 옆에 앉아 귓속말로 속삭였다.

“그러니 이제 지크프리트는 잊어라. 이제 내 밑에서 복잡한 건 다 잊어도 된다는 뜻이다.”

나는 손을 뻗어 그녀의 가슴을 부드럽게 쥐었다.

“크읏…….”

세리아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얼굴을 붉혔다.

몸을 움찔거렸지만, 이전처럼 저항하지 않았다.

순종적인 태도에 가슴이 세차게 두근거렸다.

[성적 가학성] 탓만은 아니었다.

세상 모든 걸 껴안을 수 있을 정도로 풍만하고 아름다운 가슴.

그 부드러운 촉감을 느끼는 순간, 지금까지 참아왔던 최유준의 욕구가 솟아오른 거다.

‘참아야 한다.’

수많은 내적 갈등이 몰아쳤지만, 표정만큼은 평온했다.

모리스 드미트리의 완벽주의자 성격이 이럴 때는 크게 도움이 되었다.

리자드맨 진액으로 만든 팔찌의 효과는 환각 뿐이 아니었다.

약한 최면.

팔찌의 소유자가 환각에 빠졌을 때, 정신적으로 약해진 상황이라면.

가벼운 최면이 가능했다.

똑, 또독.

나는 하녀복의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세리아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나를 보는 세리아의 눈동자에는 초점이 흐릿했다.

몽롱하게 빛나는 눈은 지금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듯 보였다.

“세리아.”

나는 세리아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지크프리트는 포기하고 새로운 삶을 받아들여라. 그렇게 한다면, 나는 너에게 행복을 선사해주지.”

똑.

마지막 단추가 풀어지고, 옷에 잡혀 있던 세리아의 가슴이 중력에 의해 출렁거렸다.

숨결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위치.

내가 귓가에서 속삭일 때마다, 세리아의 몸이 흠칫 떨었다.

“행복…….”

멍한 얼굴로 되뇌었다.

“그래. 행복. 너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마.”

그 행복이 어떤 건지는.

굳이 말하지 않았다.

나는 곡선을 그리며 떨어진 가슴을 찬찬히 주물렀다.

그리고 천천히 공을 들여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조금씩 그녀의 몸을 달아오르게 만들기 위해.

“하악, 하악.”

가슴이 달싹거리며 내뱉는 숨결이 점점 더 뜨거워졌다.

“그러니 내게 몸을 맡겨라.”

나와 눈을 마주친 세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까지 기센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네가 하고 싶은 걸 얘기해라. 전부 들어주마.”

“내가 하고 싶은 것…….”

입술을 잘근거리던 세리아가 나를 보았다.

“엉……요.”

“뭐라고 했지?”

너무 작은 소리라 들리지 않았다.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주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쿵. 쿵. 쿵.

숨겨진 마조 끼가 있다고는 생각했는데.

이렇게 바로 드러내다니.

“감당 가능하겠는가?”

세리아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나 곧 뭔가에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재밌군.”

이렇게까지 사람이 한 번에 변할 줄이야.

환각과 최면으로 지금 세리아는 또렷한 정신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사정을 봐줄 만큼 여유롭지 않았다.

“원한대로 해주지.”

나는 손가락을 휘둘렀다.

알현실 테이블에 놓인 붉은색 초가 날아왔다.

“시작은 가볍게 하겠다. 움직이지 말도록.”

나는 손가락에 마나를 담으며 소파에 앉은 세리아의 살결을 천천히 쓸었다.

내 손끝에서 나오는 마나가 그녀의 피부를 감쌌다.

피부를 보호함과 동시에, 통각을 쾌락으로 바꿔 줄 마법이었다.

지금은 극도의 쾌락을 통해 그녀의 잠재의식에 새로운 암시를 심을 예정이다.

‘지크프리트는 잊어라.’

이게 자리를 잡는다면, 앞으로 그녀의 교육은 한결 나아지겠지.

그녀가 이렇게까지 저항하는 건.

자신이 지크프리트라는 고고한 자존심 때문이었다.

견고한 성벽이 무너지는 것만으로도 1차 목표는 이루는 거다.

처음 그녀에게 박았던 제약.

내게 건방진 생각을 할 때마다 전류를 일으키는 건 임시조치.

‘앞으로 쏠쏠하게 써먹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녀가 지크프리트를 벗어나는 것.

세리아의 몸을 마나로 한 차례 코팅한 나는 초에 불을 붙였다.

화륵.

불이 타오르며 붉은 촛농이 초를 타고 흘러내렸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마.”

세리아가 기대 가득한 눈망울로 내 손에 쥐어진 초를 보았다.

똑.

붉은 촛농이 떨어져, 세리아의 하얀 가슴에 닿았을 때.

“흐읏!”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신음을 삼켰다.

살이 익어가는 고통이 느껴질 거다.

이런 플레이를 위해 만들어진, 녹는점이 낮은 초가 아니었으니까.

고통이 쾌락으로 바뀌는 건 한순간이었다.

세리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나는 그저 말없이 촛농을 떨어트렸다.

새빨간 촛농이 세리아의 가슴을 수놓았다.

마치 하얀 하늘에 핀 별자리처럼.

그럴 때마다 세리아는 몸을 꿈틀거렸지만, 도망치지 않았다.

움직이지 말라는 말을 충실히 지키는 중이었다.

나는 정이 가득한 말도 내뱉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냉혈한 주인님의 역할을 수행할 뿐.

“흐읍.”

세리아가 양 쪽 입술을 꾹 깨물었다.

탄탄하면서도 부드러운 살결이 느껴지는 세리아의 배에도 촛농을 떨어트렸다.

더 많은 촛농이 떨어질수록, 꿈틀거리는 정도가 더 심해졌다.

“크읏.”

촛농이 떨어진 자리 주위에 붉게 꽃이 피었다.

마치 그녀의 몸에 수백 송이 꽃이 핀 것처럼 아름다웠다.

역시 제국의 꽃이라는 별명이 붙을만한 여자였다.

단단했던 초가 반 쯤 녹았을 때.

“하아, 하아.”

고통과 쾌감에 몸부림치던 세리아가 헐떡거렸다.

소파 위에서 축 늘어진 그녀의 눈이 내 아랫도리로 향하고 있었다.

마치 물건을 갈구한다는 것처럼.

손을 올려 붙잡고 싶지만, 잡지 못하는 것처럼.

그녀의 손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확실히 효과가 좋군.’

진액이 보여주는 최면효과.

하지만 여기가 끝이었다.

팔찌를 착용했던 머스크가 자리를 떠난 지 시간이 꽤 흘렀다.

이제 곧 최면이 풀리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거다.

‘3, 2, 1.’

지금이겠군.

가슴을 들썩이던 세리아의 눈동자에 초점이 돌아왔다.

“어?”

그녀는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깨어났나?”

“이, 이게 대체?”

그녀는 자신의 몸에 뿌려진 촛농을 보며 당황스러워 했다.

“나한테 무슨 짓을…… 꺄악!”

몸에 전류가 통했는지, 한 차례 몸을 떨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곧 입술을 깨물더니 황급히 바닥에 떨어진 하녀복을 주워 몸을 가렸다.

‘여전하군.’

최면이 풀리자마자, 이렇게 적대적인 태도라니.

뭐, 한 번에 모든 것이 다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잠재의식 안에 가문에게 버려졌다는 걸 암시했으니, 첫 번째 목적은 완수했다.’

“오늘 보았겠지? 지크프리트는 너를 버리는 걸 선택했다.”

“아니, 나는 아직 지크프리트야. 누가 뭐라고 해도.”

나를 노려보는 세리아의 눈에는 굳은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이전보다는 훨씬 힘이 떨어졌다.

앞으로 몇 번이고 의심하겠지.

지크프리트가 진정으로 그녀를 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머릿속에 맴돌 것이다.

그리고 내가 심은 씨앗이 열매를 틔운다면.

“보기 좋겠어.”

아랫도리에서 압박감이 느껴졌다.

“이제 나가라. 더는 그 얼굴을 보고 싶지 않군.”

표독하게 나를 바라보던 세리아가 다시 한 번 몸을 떨었다.

“흐으읏!”

뭔진 몰라도, 건방진 상상을 했을 거다.

세리아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인님.”

세바스찬이 알현실에 들어왔다.

“팔찌는 잘 회수했나?”

“예.”

세바스찬이 내게 팔찌를 내밀었다.

리자드맨 진액으로 만든 환각 팔찌.

효과는 톡톡히 봤다.

‘앞으로 두 번은 더 사용할 수 있겠군.’

필요할 때 리자드 진액의 환각과 최면 효과를 이용해야 할 테니.

나는 가만히 팔찌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세바스찬.”

“예, 주인님.”

“그녀의 상태는 어떤가?”

“하녀, 말씀이십니까?”

“그래.”

“생각보다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아마 주인님의 교육 덕이 아닐까 싶습니다.”

“……. 적응한다라.”

지크프리트 아가씨에겐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다.

세상에 그녀가 적응하는 것이 아닌, 세상이 그녀에게 적응하게 만든 사람이었다.

“그래도 변화는 있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그나마 마음이 놓였다.

지금까지 일이 헛짓거리는 아니라는 뜻.

“주인님, 하녀는 어떻게 할까요?”

“일단 지켜보고 지금처럼 교육시켜.”

“알겠습니다.”

세바스찬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아, 그리고.”

나는 고개를 들어 세바스찬을 바라봤다.

“조만간 손님이 올 테니 준비해도록.”

“알겠습니다.”

그 여자는 만나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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