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 5화. 체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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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는 거지?”
내가 위에서 내려보자, 세리아가 흠칫 놀랐다.
“이 정도로 일을 벌일 거면 최소한 자기 일에 대해서 당당해져야지.”
“…….”
세리아는 말없이 나를 올려다봤다.
“뭐가 불만인 거지?”
“나는, 지크프리트야.”
한 마디씩 곱씹으며 말했다.
그녀가 잃어버린 성을 내뱉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자신감을 잃은 상태였다.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지크프리트, 좋은 울림이지.”
제국의 공신.
베르무트. 제국에서 황제 다음으로 강한 권력을 가진 이가 누구냐고 물으면, 답은 하나였다.
지크프리트 가문.
초대 황제의 옆에는 항상 지크프리트가 있었다.
황제의 오른팔이자, 강력한 우군.
선대 황제는 그런 지크프리트 가문과 결혼 동맹을 맺어, 황권을 더욱 단단하게 하려고 했다.
지크프리트는 다른 생각이었고.
동상이몽.
지크프리트의 야심을 알아챈 현 황제가 먼저 칼을 뽑은 거다.
세리아는 계기였을 뿐이었다.
‘멍청한 년.’
만약 황제와 현 황후의 결혼을 인정하고 물러났다면 가문도 그녀도 무사했을 거다.
악녀는 물러나고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었겠지.
철없이 저지른 일을 뒤늦게 후회해봤자.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었다.
“지금 너는 지크프리트가 아니다.”
내 말에 세리아가 몸을 떨었다.
“나, 나는…….”
“너를 끌고 지크프리트 저택에라도 데려가야 믿겠나?”
세리아가 고개를 쳐들어 나를 보았다.
“그게 가능한 거야?”
쯧.
“멍청한 것.”
딱!
나는 손을 튕겼다.
세리아의 몸을 마나가 휘감았다.
나는 그녀의 몸을 들어 침대에 던졌다.
손님방의 소파에 놓인 줄이 날아와 세리아의 팔과 다리를 묶었다.
“설마 데려가 줄 거라고 생각했나?”
“꺄아악!”
황제의 말이 떠올랐다.
세리아가 고통스러웠으면 한다는 그 말.
황제의 마음대로 따를 생각은 없지만, 오늘은 세리아가 잘못을 했으니.
“나는 지금 매우 화가 난 상태다.”
입신양명, 성과주의 뒤에 붙은.
[완벽주의자]
모리스 드미트리가 갖고 있는 캐릭터 특성 때문이었다.
감히 내 집을 어지르다니.
집 안에서 박살나 너부러진 물건들이 떠올랐다.
이런 하찮은 일 때문에 마나를 썼다는 사실이 화가 났다.
“드미트리에서 물건을 어지르는 건 최악의 범죄다.”
“이, 이거 놔!”
세리아가 이리저리 꿈틀거리며 줄을 풀려고 노력했어도, 마법으로 묶인 줄은 단단했다.
“어제 받았던 벌이 충분하지 못한 거 같으니, 추가로 벌을 더 줘야겠군.”
“부, 분명히 말했어! 나는 지크프리트야!”
나는 반항심 가득한 세리아의 눈동자를 뚫어져라 보았다.
“네 입장을 다시금 새길 필요가 있겠다.”
나는 각 팔목과 발목에 줄이 묶인 세리아의 옷을 찢었다.
찌이익!
“흐얏!”
메이드 복을 찢자, 풍만한 가슴이 툭 하고 벌어졌다.
새하얀 피부 위에 도드라진 선홍빛 젖꼭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너 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나는 대답 대신 세리아의 가슴을 손끝으로 쓸었다.
부드러운 살결이 손끝에서 느껴졌다.
“흐읏.”
잠시 피부의 촉감을 느낀 뒤 위에서 그녀를 내려봤다.
메이드 복이 완전히 찢겨져, 알몸인 채였다.
곡선을 그리는 가슴, 매끈하면서도 탄탄한 복근, 가지런히 자른 음모와 더 깊은 은밀한 부위까지.
나는 천천히 그녀의 몸을 훑었다.
제국 최고의 꽃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몸매였다.
어느 누가 이런 여자를 마다할 수 있을까.
‘흠.’
마음 같아서는 지금 머릿속에 마나를 집어넣어서 잠재의식을 건드릴까 생각했다.
‘위험도가 높아.’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영원히 장애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황제가 불같이 화내겠지.
인식을 바꾸면 그녀가 느끼는 건 고통이 아닐 테니까.
자칫하면 내 목이 날아갈 수 있다.
세리아를 싫어하는 이유?
그녀는 황제가 내게 선사하는 신뢰의 표현이자.
독이고 폭탄이었다.
“하아, 이런 짓은 하기 싫었는데.”
나는 벽에 걸린 가죽 밴드를 자르고 엮어, 급조한 채찍을 만들었다.
가느다란 줄들이 내 손을 따라 휘날렸다.
세리아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너, 그, 그…….”
그녀는 말을 못 잇고 더듬거렸다.
“말은 필요 없겠지.”
휘릭!
가죽으로 된 채찍이 휘둘러지며 공기를 찢었다.
단순히 그녀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서 준비한 것이 아니다.
고통과 함께 그녀에게 깊은 쾌락을 줄 생각이었다.
쾌락을 왜 넣느냐고?
간단하다.
[성적 가학성]
모리스 드미트리가 가진 특성 때문이었다.
내가 제국 최고의 고문 전문가가 되었던 이유기도 했다.
발산하지 않으면 폭주했기에.
내가 가장 까다롭게 느끼는 고문이 바로 채찍 고문.
힘을 조절하지 않으면 아프기만 할 뿐이었다.
“각오하도록.”
세리아가 눈을 질끈 감았다.
나는 세리아의 가슴에 채찍을 내려쳤다.
“끄읍!”
곡선을 그리며 흘러내린 그녀의 가슴이 부드럽게 출렁거렸다.
입술을 앙 다문 세리아가 눈을 치켜떴다.
“건방지구나.”
휘익! 짝!
“끄읏!”
채찍을 맞을 때마다 세리아의 몸에 빨간 줄이 새겨졌다.
신음과 함께 그녀의 몸이 들썩거렸다.
“잠깐만, 하으읏!”
찰싹!
몸에 깊어지는 빨간 줄이 늘어날수록, 세리아의 눈에 의문이 들었다.
이해할 수 없겠지.
단순히 아프기만 한 것이 아닐 테니.
“끄흐읏.”
다문 입술 사이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고통 사이에 느껴지는 묘한 쾌감이 그녀를 찬찬히 잠식했다.
채찍은 강렬하게 살갗을 파헤침과 동시에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고통과 쾌락의 반복.
그냥 세게 휘두른다고 고문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나그네의 옷을 벗긴 건 매서운 돌풍이 아닌 뜨거운 태양이라지 않던가.
높은 파도가 일렁이는 것처럼, 그녀의 몸엔 상반된 감각이 몰아쳤다.
채찍을 휘두르는 내 몸에 땀이 송글거리며 맺힐수록, 세리아의 몸은 더욱 거세게 들썩거렸다.
“하악, 하악.”
그녀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채찍에 맞은 가슴보다 얼굴이 몇 배는 더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3년에 걸친 고문을 통해 얻은 나만의 기술이었다.
나는 채찍이 만들어낸 상처에 손가락을 올렸다.
“흐읏!”
내 손가락 끝에는 냉기 마법이 걸려 있었다.
달아오른 상처를 감싸는 시원한 기운.
지금쯤 그녀는 안도감과 더불어 묘한 쾌락을 느끼고 있을 거다.
“이제 좀 알겠나? 내가 이렇게 너를 유린해도.”
‘너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나는 세리아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나는……. 굴하지 않아.”
몸의 신경을 타고 흐르는 쾌감에 헐떡거리면서도 눈은 빛을 잃지 않았다.
고통과 쾌락을 반복하는 걸 견디지 못해 눈물이 고였음에도 패배선언을 안 하다니.
공작가의 장녀다운 대단한 정신력이었다.
이런 정신력으로 자신을 더 가꿨다면, 황제가 그녀를 황후로 삼았을지도.
“아쉽군.”
내 말에 세리아가 미소를 지었다.
“천하의 고문 전문가도 별 수 없나봐?”
이겼다, 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아쉽지만 나는 내 하인의 잘못을 그냥 두고 볼 주인이 아니라서 말이지.
“너에게 이건 다소 약했나보군.”
쉽게 무너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보다 더 심한 벌을 받고 싶다면.”
나는 채찍을 내려놓았다.
“들어드리지.”
그리고 내 손가락 끝에 마나를 집중했다.
실처럼 마나들이 뻗어나갔다.
“네 인격을 완전히 뒤집어버린다면 어떨까?”
나는 세리아의 이마에 손가락을 갔다댔다.
마나들이 춤을 추며 세리아의 몸 속에 파고들어갔다.
“너, 뭐, 뭐하는 거야?”
타인의 마나가 몸속으로 파고드는 낯선 감각을 느낀 세리아가 발버둥을 쳤다.
“영원히 불구가 되기 싫으면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걸?”
방금 말은 진심이었다.
이게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거든.
“그, 그만! 그만해!”
몸을 덜덜 떨며 울부짖던 세리아의 말을 무시하고 작업을 진행했다.
작업은 빨리 끝났다.
마법이 완전히 안착된 걸 확인한 나는 손가락을 땠다.
“설마 인격 변환같은 재미없는 짓을 할 거 같나?”
나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세리아를 내려 보았다.
“추가 제약을 걸었다.”
“뭐, 뭐?”
“네 머리에 심어둔 마법은 네년의 감정을 미리 파악해서 내게 알릴 거다. 앞으로 네가 건방진 생각을 할 때마다.”
“꺄아악!”
초커에 박힌 마나석이 빛나며 세리아가 경련을 일으켰다.
“가벼운 전류가 네 몸에 흐를 거다. 충격은 느껴봐서 알 거라 믿지.”
“자, 잠깐……. 으흠.”
다시 한 번 마나석이 빛났다.
세리아가 야릇한 신음을 내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벌써 느끼는 건가? 타고난 변태였군.”
“나는……. 하읏!”
채찍 고문으로 달아오른 숨이 한 차례 더 거칠어졌다.
찌르르!
“하으응!”
“네 주제를 알 때까지 이대로 두겠다.”
“잠깐만, 자, 잘못했어……. 하읏, 자, 잘못했어요. 제발…….”
그러나 그녀는 또다시 교성을 내며 몸을 비틀었다.
“오늘 안에 반성하긴 글렀군. 아직 완전히 정신을 못 차린 거 같으니. 오늘 하루는 묶어두겠다.”
“자, 잠깐만! 야, 야! 드미트리 이 개자……아흐읏!”
나는 손님방에서 몽롱하게 신음을 지르는 세리아를 두고 떠났다.
***
한참동안 이어진 신음소리는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잠잠해졌다.
“이제 좀 조용해졌군.”
나는 책을 닫았다.
[독서광]
모리스의 특성 때문에 하루에 책을 한 권 이상 읽지 않으면 화가 치솟았다.
눈이 피로했다.
‘언제쯤 자신의 처지를 깨달으려나.’
오늘의 체벌은 세리아를 위한 것이었다.
그녀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다는 걸 최대한 빨리 깨달아야 하니까.
물론 감히 내 물건을 망가트린 것도 화가 나는 일이었지만, 순간의 감정은 찰나였다.
고통스럽게 해달라는 황제의 명.
만약 제대로 된 고통을 주지 못한다면?
“하아.”
그때는 황제의 분노가 어디로 향할지 모르겠다.
‘나에게도 쏠릴지도 모르지.’
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상태창.”
[이름 : 모리스 드미트리]
[칭호 : 제국의 대마법사, 마법부 장관, 마탑의 허가자, 중계자, 고문 전문가]
[특성 : 입신양명, 성과주의, 완벽주의자, 독서광, 성적 가학성, 마법의 마에스트로, 분석자, 설계자…….]
칭호는 내가 3년간 이 세계에서 살면서 얻은 성과였다.
그리고 저 특성.
모리스가 가진 저 빌어먹을 특성은 내가 이 캐릭터에 귀속되게끔 만들었다.
다른 것보다 완벽주의자와 성적 가학성.
저 특성 때문에 제국의 고문 마에스터가 되었다.
‘그래서 황제가 내게 세리아를 보낸 거지.’
덕분에 이 욕구가 해소된 건 고맙게 생각한다.
원래는 가학성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내게 대적하는 놈들을 박살내곤 했다.
한동안은 그럴 필요가 없겠군.
“후우.”
마나로 감응력을 극대화시킨 뇌로 빠르게 완독한 책을 뒤집은 나는 손을 튕겼다.
내 눈앞에 세리아의 방이 비춘다.
현대의 CCTV를 참고해 만든 마법이었다.
나는 침대에 묶인 세리아를 바라보았다.
관음을 하는 건 취미가 아니지만.
‘괜히 자해하면 곤란하니.’
만약 과한 절망에 자살을 한다면?
상상하기도 싫었다.
묶인 채로 가늘게 헐떡이던 세리아는 정신을 잃은 듯,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간헐적으로 떨었다.
여전히 남은 쾌락의 잔여물이거나.
그새 불경한 생각을 한 거겠지.
“쯧.”
애초에 쉬울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다.
버리고 싶군.
버릴 수 있다면 말이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집을 때였다.
똑똑.
“주인님, 저 세바스찬입니다.”
문 밖에서 중후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생각보다 일찍 왔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