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 2화. 세리아 지크프리트(2).
* * *
<2/>
나는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다.
세리아 지크프리트.
과거에 제국의 꽃이라고 불렸던 아름다운 여자가.
아니, 이제는 지크프리트라는 성마저 잃어버린 여자가 내 앞에 서 있었다.
‘이 여자를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분한 듯 얼굴을 붉히고 서 있는 세리아를 보았다.
겉으로 보면 얌전하게 굴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아니었다.
“죽…여버릴 거야……. 네 놈의 사지를 찢고 불태워서 길거리에 있는 들개들에게 던져버릴 거야.”
나지막이 저주의 말을 중얼거리는 그녀의 입을 마법으로 막았다.
“읍! 읍!”
“내가 말을 하라고 했던가?”
최대한 차가운 말투로 그녀에게 쏘아붙였다.
입을 봉인당한 세리아는 필사적으로 말을 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전부 헛수고였다.
대마법사의 사일런스 마법은 녹록치 않았다.
‘후우.’
다시 돌아와서.
저 여자를 어쩌면 좋은가.
3년이라는 시간동안 이 몸에 빙의되면서 살아왔지만, 여전히 최유준이라는 자각이 남아 있었다.
23살.
그 전까지는 여자의 손도 잡아보지 못했던 모쏠 아다.
모리스로 빙의한 이후에도 똑같았다.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멀리 했다.
커뮤력 제로에 가까운 생활.
그 때문에 말투는 딱딱하고 차가웠다.
마법사라는 직업과 귀족이라는 신분 덕분에 냉혈한 대마법사라는 이미지가 씌워진 게 다행일 정도였다.
오죽하면 이 넓은 저택에 사용인이라고는 집사 하나가 고작일까.
그런데 갑자기 여자를 집에 들이라고?
커뮤 난이도가 한순간에 불지옥으로 껑충 뛰었다.
나는 가만히 서 있는 세리아를 올려다보았다.
때가 탔지만, 여전히 아름다웠다.
제국에 있는 모든 여자를 뒤져도 이보다 아름다운 여자를 찾기는 어려우리라.
최유준이었다면 다가갈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운 미녀.
그런 여자가 내 소유물이라.
절벽 위의 꽃, 모든 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그녀가 내 손아귀에 올려 있었다.
내가 손을 쥐기만 하면, 저 아름다운 꽃은 짓밟히고 더럽혀지리라.
그 세리아를 무너트리는 게 나라니.
상상만 해도 차오르는 흥분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냥 해버리면 그만이 아닌가?
라는 생각은 집어넣었다.
이건 쉽게 오지 않는 기회였다.
맛있는 음식이 차려졌으니.
최고의 상태일 때 즐겨야지.
나는 자꾸만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가라앉히고 세리아를 보았다.
그녀는 알몸인 채로 여전히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앞으로 덤비지 않겠다는 약조를 하라. 그럼 입만은 열게 해주지.”
그러나 대답은 없었다.
“노예가 건방지군. 조금 더 따끔한 맛을 봐야겠는가?”
손가락을 튕기는 시늉을 하자, 세리아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한 번만 더 시끄럽게 굴면, 보다 더 지독한 형벌을 내릴 테니, 그리 알아라.”
재차 확인을 받은 나는 그녀의 입을 막았던 사일런스 마법을 해제했다.
“나, 나를 어떻게 하려는 거지?”
“궁금한가?”
대답하지 않았지만,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하던 자신은 무너지지 않을 거라는 표정이었다.
표정만 보면 지가 주인공인 줄 알겠다.
주인공을 괴롭히던 악독한 귀족이었던 주제에.
“아직은 아무 짓도 할 생각이 없다.”
“뭐, 뭣?”
나는 세리아의 지척으로 다가갔다.
그녀의 뜨거운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웠다.
“왜 설마 너를 여기서 덮칠 거 같았나? 이 집무실 책상에서 교성을 지르며 액을 질질 흐르게 만들 거라고 생각했느냔 말이다.”
나는 웃으며 그녀의 볼을 쓸었다.
‘솜사탕인가?’
부드러웠다.
구름을 잡으면 이런 기분이지 않을까.
“마, 마법부 장관이라는 자의 입에서 상스러운 말이 나올 줄을 몰랐네.”
태연한 척 말하는 세리아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적어도 너는 그렇게 생각을 한 모양이군.”
얼굴을 이렇게 붉히고 있는 걸 보면 말이지.
“미안하지만, 집무실에서 그런 짓을 하는 건 취미가 아니라서 말이야.”
나는 입술을 꽉 깨물고 있는 세리아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
‘후우, 죽겠네.’
아무렇지 않은 척 말하고 있었지만, 사실 그녀보다 더 떨고 있었다.
여자 경험이 전무한 스물셋, 아니 이제 스물여섯인 최유준.
내게 이 상황은 너무나도 난이도가 너무 높았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세리아의 주인이었다.
적어도, 그녀에게 주도권을 절대 밀려서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조금 무리하고 있는 상태였다.
‘빌어먹을.’
나는 미세하게 떨리는 손을 숨기기 위해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묘하게 건방 떠는 느낌이 되었지만.
오히려 좋다.
“얘기는 여기까지 하지. 앞으로 같이 지내야 할 테니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녀는 오히려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뭐, 대답을 원한 말은 아니었으니.
옅은 한숨을 내쉰 나는 입을 열었다.
“이제 됐으니, 씻어라. 내일부터는 너도 네 할일을 찾아야 할 테니까.”
“에?”
세리아가 벙찐 얼굴로 눈을 깜빡거렸다.
“씻으라고, 설마 진짜로 내가 어떻게 할 거라고 생각한 건가?”
그녀는 말이 없었다.
하긴.
보통 신분 처형을 당한 이들의 말로는 좋지 않았다.
귀족들의 노리개가 되거나.
노예가 되거나.
심지어 그보다 못한 취급도 받았다.
그녀도 알고 있었을 거다.
그렇기에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반항을 한 거겠지.
내 압도적인 마법을 보고는 그런 의지마저 포기하고 욕을 되뇌는 것밖에 할 수 없었을 거다.
첫 만남이 과격하긴 했어도 백 프로 진심은 아니었다.
하지만 필요한 일이었다.
앞으로 노예로 일을 잘 시키려면 말이다.
조금은 동정심이 인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내가 읽었던 소설의 조연급 인물인데.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멍청한 것.”
그렇다고 그녀에게 다정하게 대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다정하게 대하는 건 오히려 역효과다.
“내가 설마 첫날부터 내 물건을 범하는 색정광으로 보였나?”
지금은 딱 이 정도 거리가 좋았다.
세리아가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정신 차려라. 제국의 꽃이라는 건 다 옛날 말이다. 넌 그저 황제폐하가 내게 하사한 물건에 지나지 않아.”
나는 차가운 말투를 유지하며 말을 뱉었다.
“그러니 씻어라. 하사품에 먼지가 들어가는 건, 보기 싫군.”
여전히 세리아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이번엔 뭐지?”
“그, 그게…….”
“설마 혼자 씻는 법을 모르는 건 아니겠지?”
세리아가 시선을 피했다.
이런 어이없는 일이.
“하.”
고위 귀족들은 항상 수발을 받는 입장이었다는 걸 잊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혼자 목욕하는 법을 모를 줄이야.
“어이가 없군.”
씻는 법을 모른다면 씻겨주면 그만이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내 저택엔 사용인이 단 한 명도 없었다.
‘하나 뿐인 집사는 다음 주까지 자리를 비웠고.’
그녀를 씻기는 건 전적으로 내 몫이라는 뜻인데.
더러운 건 질색이었다.
그러나 저 더러운 몸이 내 저택에 있는 걸 용납할 수도 없었다.
“하아.”
관자놀이에 핏줄이 돋았다.
방도가 없군.
“따라와라.”
“어, 어딜 가는건데?”
“욕실.”
“대, 대체 왜?”
나는 더러운 걸 털어내 듯 말했다.
“내가 널 씻겨주마.”
세리아의 얼굴이 한층 더 붉어졌다.
* * *
욕조에 받은 따뜻한 물에 수증기가 올라왔다.
직접 만든 피로회복의 영약을 첨가했다.
물에서 향기로운 냄새가 올라왔다.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하자는 생각이었다.
나는 오늘 세리아에게 모리스 식 목욕을 풀코스로 선사할 거다.
“들어가라.”
세라이가 머뭇거렸다.
“독이라도 탔을까봐?”
나는 우물거리는 세리아를 마법으로 들어, 욕조에 집어넣었다.
“꺄악!”
욕조 물이 넘실거렸다.
세리아가 머뭇거렸던 이유가 드러났다.
그녀가 몸을 담그자마자, 그녀의 몸을 뒤덮었던 때와 먼지가 흘러나왔다.
꽤 오래 수감생활을 해왔던 그녀였다.
목욕은커녕 제대로 씻지도 못했겠지.
부끄러운 걸까.
세리아가 눈물을 그렁거리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부끄…러운 게 아니야.”
없애는 건 간단했다.
나는 술식을 만들어 물을 더럽힌 오물을 한 번에 정화했다.
분명 말했다.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하겠다고.
처음 그녀가 기사에 끌려 그의 집무실에 왔을 때.
그녀의 모습이 지독하게 피로해 보였던 걸 캐치했다.
감옥의 생활은 매번 화려한 삶을 살았던 그녀에겐 부담스러운 일이었을 거다.
목욕을 준비하며 세리아의 몸을 가볍게 살폈다.
머릿결이 상해있는 건 물론이고, 온몸의 근육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내가 할 건 간단했다.
그녀를 목욕시키면서, 간단한 마사지를 할 생각이었다.
앞으로 그녀는 내 물건으로 내 집에 있을 거다.
내 집에 있으면서 괜히 앓아 누우면 골치 아프다.
아까도 말했듯.
황제의 하사품이었다.
‘그 인간도 제대로 된 놈은 아니었지.’
황제를 괴롭혔던 세리아가 빠르게 죽는 건 바라지 않을 거다.
황제가 바라는 것.
뻔했다.
그녀가 최대한 고통스럽길 원하겠지.
그러기 위해선
‘오래 살아야 했다.’
나는 손에 마나를 둘렀다.
손끝에 푸른 기운이 맺혔다.
우우웅.
마나가 공기와 공명을 하며 떨었다.
“내가 도와주지.”
“괘, 괜찮아. 혼자 할 수 있어.”
“내 말을 거절하려는 건가?”
내 눈썹이 꿈틀거렸다.
“아니…….”
거절하려는 세리아를 앉히고 머리에 물을 쏟았다.
따뜻한 물이 그녀의 온 몸을 덮었다.
나는 마나를 담은 손에 비누를 묻혀 그녀의 어깨를 쓸었다.
“하읏!”
내 손이 몸에 닿기가 무섭게 몸을 움츠렸다.
“마음을 편히 가져라. 적어도 지금은 너를 해하지 않을 테니.”
“흐읏.”
그녀는 내 목소리에 몸을 늘어트렸다.
부드러운 피부가 살결에 닿았다.
뺨을 만졌을 때와는 사뭇 다른 촉감이었다.
‘흠.’
기사단장과는 다른 느낌의 감촉에 조금 놀랐다.
나는 말없이 그녀의 어깨를 마사지하듯 몸을 닦았다.
어깨에서부터 팔, 그리고 손등과 손가락 끝까지.
하얀 거품이 손을 따라 그녀의 몸을 덮었다.
양 팔을 정성스럽게 닦고 있을 때.
“하아, 하아.”
그녀의 숨이 거칠어지는 걸 들었다.
‘됐군.’
다음으로 손을 아래로 쓸어내렸다.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커다란 가슴.
가슴이라고 둘 생각이 없었다.
“거, 거긴!”
마사지를 받는 와중에도 경계심을 갖던 그녀가 저항해보지만, 힘으로 나를 이길 수는 없었다.
“아흣.”
가슴에 내 손이 닿자, 달콤한 교성이 욕실에 울렸다.
아랫가슴부터 원을 그리며 마사지를 이어갔다.
하얀 거품이 케이크의 생크림처럼 그녀의 가슴위에 자리했다.
내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세리아는 몸을 가늘게 떨었다.
마나를 담은 손은 가슴을 지나 허리를 부드럽게 쓸었다.
손이 엉덩이에 닿았을 때.
“흐으응!”
세리아의 교성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근육이 가장 큰 곳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엉덩이 부분이었다.
하체의 시발점이며 가장 커다랗고 단단한 근육이 모여 있는 곳.
피로가 쌓인다면 이곳이 가장 핵심이었다.
“자, 잠깐만!”
그녀가 다급하게 나를 막아보지만.
나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끄으으읏!”
엉덩이부터 허벅지 안 쪽, 그리고 종아리까지.
부드러운 하체를 주무를 때마다 세리아는 발버둥을 쳤다.
욕조가 파도쳤다.
“움직이지 마라.”
이미 내 말은 들리지는 않는지, 그녀는 몸을 이리저리 꿈틀거렸다.
뭐 예상은 했다.
궁정 내 최고의 기사인 기사단장도 견디지 못했던 것이 이 마사지였다.
“제, 제발 머, 멈춰, 나, 모, 못 참을 거 같!”
말을 끝맺지 못하던 그녀가 간헐적으로 몸을 꿈틀거렸다.
“후아, 흐응....”
몸을 떨며 내뱉는 그녀의 숨소리가 야릇하게 공기를 적셨다.
그럼에도 나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타구니에 손을 집어넣은 나는 그녀의 중요한 부위 옆을 차분히 문질렀다.
림프선을 자극하여 몸에 남아있는 노폐물을 빼내는 작업이었다.
성적인 의미가 아니었다.
이건 지금까지 그녀의 몸을 마사지 하는 것.
‘세리아가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다른 얘기지.’
여전히 전율을 느끼고 있던 그녀는 몸을 비틀며 내 손길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저항할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지금까지 수감생활을 하면서 쌓였던 피로가 풀리며 생긴 노곤함에 폼이 축 늘어졌다.
나는 미세하게 떨고 있는 그녀의 온몸을 구석구석 마사지했다.
‘됐군.’
온몸에 비누칠을 가장한 마사지를 마친 나는 가늘게 떨고 있는 그녀의 몸을 물로 닦았다.
촤아악.
나는 마지막으로 몸 이곳저곳을 붉게 물들였던 상처가 모두 사라진 걸 확인했다.
이러면 내가 할 일은 끝났다.
나는 달콤한 향기를 내며 달싹거리는 그녀의 젖은 몸을 수건으로 덮어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색색거리던 그녀는 몽롱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뭔가를 원하는 거 같지만.
오늘은 그 기대를 이뤄줄 생각이 없었다.
“몸을 닦는 건 혼자서도 할 수 있겠지.”
내가 할 일은 여기서 끝이다.
“내일 아침을 차려라. 못한다는 변명은 듣지 않겠다.”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욕실을 나섰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