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7화 (67/74)

"안들어도 그럴만해서 그래. 그래도 한때 가족이였으니.. 나라도 가끔 들러서 사정을 살펴 주겠다 싶어어야."

"훗.. 그런가.. 그래.. 아직까지도 가끔 들리긴 하는데 아빤 지금도 잘 몰라."

"언니언니! 음.. 그 언니 짜가 남동생이랑 아빠 이혼녀는 어디 살아? 재혼 안했어?"

"응. 앞으로도 재혼할 생각 없대.. 사실 그 여자 그리 나쁜 여자 아니야.. 아빠가 너무죽은 엄마에게 집착이 심한게 트러블의 원인이였으니까.."

"아항! 아빠는 아직도 죽은 엄마를 잊지 못하는구나.. 참!참! 우리 언니랑 많이 닮았다고 그랬지? 그러니까 우리 아빠가 언니만 쳐다 보는구나.. 그렇치?"

"응... 미영이는 보면 볼수록 우리 엄마랑 많이 닮았어... 모든면에서.."

"음.... 언니도 오빠 사랑하는데 문제네? 그치 언니?"

"....."

수정의 말에 눈을 다시 떳던 미영이 미애의 물음에 대답도 않고 다시 눈을 감아 버린다.

"칫.. 내숭덩어리! 우리 미영이 언니..."

"풋.. 미영이는 좋겠다.. 나는 아무리 노력하고 떼를 쓰고 해도 진정으로 여자로서 사랑받는다는 느낌은 못 받았는데.. 겨우 몇일만에 아빠한테서 진짜 사랑을 받다니.. 이건 너무 불공평한것 같아.."

"킥킥.. 언니도 예쁘고 친딸인데 아빠는 왜 그럴까?"

"친딸이라서 그렇겠지.. 자꾸 후회하고 나를 망쳤다고 생각하니까... 휴..."

"망쳐? 사랑해 주는데 망쳐? 말도 안돼... 나는 오빠가 나를 망친데두 좋기만한데?"

".....그래 미애 넌 차암~ 좋겠다."

"메롱! 부럽지롱! 앞으로 더 사랑 받을꺼다아! 언니처럼 바람 안 피울꺼다 뭐!"

미영은 미애의 말에 너무 마음이 찔려 눈을 더 질끈 감고 얼굴을 붉힌다.

'미애의 말이 맞아.. 난 정말 바람을 핀거나 다름없어.. 하지만.. 아빠가 너무 날 사랑하는것 같아서 나도 어쩔수 없이.. 휴.. 원이가 이런 날 어떻게 생각할까....'

"호호홋! 아까 해수욕할때 들었는데.. 미영이가 행복해질수 있다면 아빠한테 보내줄 수 있다던데?"

'촤악!'

"어머!"

"어? 언니?"

안그래도 복잡한 심정의 미영이 수정의 말을 듣자 가슴이 덜컥 떨어지는 느낌과 큰 죄를 지은듯한 떨림에 욕조에서 벌떡 있어나 욕실이 울리게 크게 외친다.

"뭐엇!!! 우리 원이가 그런말을 해? 왜? 나한테 실망해서?"

"미영아... 진정해.. 주원이는 네가 행복해 하니까 그냥 해본 말일꺼야."

수정의 말은 미영에게 전혀 위안이 안됐다.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지는듯한 느낌속의 미영이 한동안 멍해져 있다.

조금뒤 미영은 다리에 힘이 풀린듯 휘청이며 욕조에 맥없이 주저 앉아 얼굴을 감싸쥐고 마구 흐느낀다.

"흐흑.. 나 어떻해.. 나 정말 야한 여자가 되서.. 아무 남자 한테 안기기나 하고! 흐윽..."

"언니이..."

"미영아.. 그게 아니래도.. 그냥 너도 우리 아빠가 좋으면.... 휴...."

"언니.. 울지마.. 싫으면 안가면 되잖아.. 흐윽... 흐윽..."

미영이 울음소리가 억눌린채 어깨를 마구 흐느끼듯 떨며 절절한듯 계속 울자 미애도 동화되어 같이 눈물을 주룩 흘리며 운다.

"어머... 너희들.. 왜 갑자기.. 울지마아! 그냥 해본 소리래도.. 괜히 이야기 해가지고.."

십여분을 각자의 복잡한 심정속에서 침묵과 억눌린 울음속의 세 여자들은 그렇게 갑자기 침울해졌다.

그렇게 남자들이나 여자들이나 각자의 복잡한 사정에 의해 즐거운 휴가지의 기분을 다운시키고만 있다가 미영이 겨우 진정하고 내심 어떤 결심을 하며 욕실에서 나오자 나머지 두 여자들도 따라 나온다.

미영이 옷가방에서 브라며 팬티도 제대로 챙겨입고 원피스도 처음 출발 당일 입었던 전혀 안 비치는 걸로 입고 있자 수정과 미애도 그런 미영을 멍하니 처다만 본다. 미애와 수정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눈짓으로 의미 교환을 해볼려 하다가 답답하자 미애가 말을 한다.

"언니이.. 이제 안 벗고 있을꺼야?"

"......그래.. 이젠 아무때나 안 벗을꺼야..."

"그..그래.. 그.그럼.. 나도 입을까?"

"미애 마음대로 하렴..."

그렇게 힘없이 대답한 미영이 점심식사 준비를 하기 위해 안방에서 주방으로 가자 미애와 수정이 서로를 바라보며 똑같은 한숨을 내셔 댄다.

"이제 야한 시간은 끝났나봐.."

"그러게... 우리도 옷 제대로 입자.. 미영이만 저렇게 하고 있으면 더 어색해질것 같아."

수정은 여태 좋았는데 갑자기 이렇게 되자 너무 아쉬워지고 갑자기 짜증도 났다. 자신이 큰 실수를 한것만 같아 다른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해져서 자꾸만 한숨을 내쉬어 대며 작은방으로 가서 옷도 제대로 챙겨 입는다.

"어? 수정아. 이제 옷 다 입기로 했어? 하하하."

"쉿! 아빠 조용히! 하고 나 좀 봐.."

그새 애뜻하기만한 미영을 보고 싶어져 수영복팬티 바람으로 들어온 감회장이 이제 노출 복장이 아닌 수정을 보고 활기차게 말을 하자 수정이 후다닥 다가와 손을 붙잡고 작은 방으로 급하게 데려간다.

아빠가 그렇게 소리치고 웃어도 주방에서 뒷모습만 보이고 있는 미영의 눈치를 보며 작은방으로 들어온 수정이 문을 얼른 닫고 말을 한다.

"아빠! 이제 미영이 탐내지 마!"

"뭐? 타..탐내? 난 단지.."

"그래 알아알아! 미영이가 좋으니까 그런거 다 아니깐! 그래도 이젠 미영이 꼬시지 마!"

"헐.... 무슨 일 있었어? 그동안에?"

"응.. 내가 말을 잘못 했나봐.. 휴...."

"뭐? 무슨 말? 설마?"

감회장은 딸이 자신을 이성으로서도 좋아 한다는걸 잘 알기에 혹시나 미영에게 아빠에게 관심을 끊으라는 소리를 했나 싶어졌다.

"아니야! 그게 아니라니깐!"

"헐.. 뭐가 아니래는거냐?"

"그냥.. 아빠가 좋으면 주원이가 미영이를 아빠한테 보내줄수도 있다고 이야기한거야!"

"뭐.뭣! 주원이가 정말 그런말을 했어?"

"정신차려! 이 바보아빠얏! 좋아 할때가 아니얏!"

"큼....."

감회장은 딸이 매서운 눈초리로 마구 노려보며 힐난을 하자 할말을 잊고 시선까지 피해댄다.

"그말을 듣고 아까 욕실에서 미영이 울고 불고 난리도 아니였단 말이야!"

"뭐? 그렇다면.... 아아! 혹시나 주원이한테서 버림 받을까봐?"

"그것까지는 몰랏! 아무튼 지금 미영이 기분이 아주 복잡하고 안 좋을꺼야. 그러니 아빠도 괜히 들이대지 말라곳!"

"드.들이대다니.. 난 단지.. 미영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흥! 예쁘고 사랑스러우면 뺏어도 되는거얏!"

"빼.빼.뺏다니.. 말도 안된다.. 내가 언제..."

"흥! 나는 그렇게 아빠한테 사랑을 요구해도 마지 못한척 해주더니.. 미영인 언제 봤다고 헤벌레 해가지곤!!"

"헐... 내가 언제 헤.....벌레 했꾸나...."

감회장은 딸의 말에 마구 마음이 찔려 고개까지 자동으로 숙여진채 할말을 잊었다.

"뭐.. 서로 헤벌레 했지만.. 휴.. 우리 앞으로 어떻게 되는걸까.. 정말 걱정돼.."

"......"

감회장은 갑자기 다리에 힘까지 빠질려고 해서 터벅터벅 침대로 가서 걸터 앉았다.

'결국... 이렇게까지 되는건가.. 흠.. 주원이 이 녀석이 확실히 모든걸 이야기 안 해주니 나도 도저히 감을 못 잡겠구나.. 하긴 미영이야 이미 주원이가 애인까지 됐는데 이제와서 내가 사랑을 하기로 하기엔 무릴까...? 그래도 너무 아쉽고 가슴이 다 아프구나....'

감회장이 그렇게 답지 않은 소침한 모습을 보인채 힘없이 앉아 있자 수정이 같이 침대에 나란히 걸터 앉으며 혼잣말을 하듯이 말을 한다.

"주원이가 속 시원히 우리 사이 정리 해줬으면 좋겠다...."

"....."

"아빠.. 미영이 사랑하지? 그렇지?"

"...."

무언의 긍정에 수정이 아빠가 밉고 마구 화가 나서 소리친다.

"이 바보얏! 그러면 안되잖아! 아빠잖아! 주원이꺼잖아! 주원이 무섭잖아!!"

"......."

감회장은 그저 수정의 말에 긍정인 고개만 보일듯 말듯 끄덕이고만 있자 수정이 더 답답해져서 가슴을 퍽퍽 쳐댄다.

"아! 증말! 답답해! 오전까진 참 좋았는데! 갑자기 왜 이렇게 된거야!"

".....그러게 말이다.. 다아.. 이 아빠탓이지 암..."

"흥! 아빠가 자꾸 나를 주원이에게 보내니 마니 자지를 찔러 주라니 마니 해서 더 그렇잖아!"

"........"

감회장의 고개가 점점 더 숙여져 웅크린 자세까지 될려고 하자 그러한 전혀 아빠답지 않은 이상하기까지 한 모습에 수정이 더 속이 터진다.

'똑똑!'

"언니? 들어가도 돼?"

작은방 문을 노크하며 들리는 미애의 목소리에 감회장과 수정이 뭐라 말도 못하고 있는데 문이 빼꼼 열리며 미애의 귀여운 머리만 쏙 들어온다.

"둘이 싸워? 나도 같이 싸워도 돼?"

앙증맞은 표정의 미애의 말에 감수정은 웃음을 내 뱉고 감회장은 멍해져 버린다.

"풋... 미애야..."

미애가 냉큼 들어와 다시 방문을 닫고 뽀르르 다가와 아빠의 무릎위에 앉을려고 하자 감회장이 얼른 자세를 펴고 도와서 자신의 무릎위에 앉힌다.

"너무 걱정 하지마! 킥! 나 바깥에서 다 엳들었는데. 그렇게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돼."

"정말? 그런데 미애는 미영이 걱정도 안돼니?"

"걱정은 무슨... 우리 언니 지금은 저래도 오빠가 다 풀어 줄꺼야! 우리 오빠는 뭐든지잘해!"

"훗.. 그래? 그럼 주원이만 믿고 있으면 되겠네?"

"응응! 우리 오빤 최고의 남자야!"

오빠빠(!)인 미애의 말과 귀여운 행동에 감회장도 동화되어 말을 한다.

"헐... 그렇냐? 하긴 우리 주원이라면 어떠한 문제라도 다 해결할 것 같긴 하지."

"힛! 아빠도 그렇게 생각이 들지?"

"하하하! 그래.. 그래서.. 너희들끼리 놀아도 이 아빠는 아무 걱정도 안 들것 같구나."

"앙? 아빠 갈려구? 혼자만?"

감회장도 트러블 메이커가 된 기분에 차라리 아이들끼리 놀게 슬쩍 도망갈까 생각을 조금전부터 하고 있었는지라 엉겹결에 말이 나와 버렸다.

"큼... 뭐... 이 아빠가 워낙 바쁜 사람이 되나서 말이다."

"히잉... 난 아빠랑 더 친해지고 싶딴 말이야!"

"하하하.. 나도 그렇단다.. 우리 미애와 함께라면 무슨일이든 잘 풀려갈것 같거든?"

"응? 내가 아빠일 하나도 모르는데? 정말?"

"그렇단다. 미애는 그냥 아빠 곁에만 있어도 이 아빠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 줄것 같구나... 암..."

"아앙! 그럼 내가 아빠 곁에만 있으면 알바 하는거네? 그렇치?"

"응? 알바? 아아! 아르바이트? 하하핫! 우리 미애 용돈 필요한게로구나?"

"이히히힛! 용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잖아? 그렇지 언니?"

"어머. 얘! 쬐그만한게 돈 쓸때가 어디 있다고 벌써부터 용돈 타령이니?"

"헹! 언니도 척봐도 용돈 많이 타 쓸것 같은데?"

"..... 언니는 성인이 잖니.. 그만큼 돈 쓸때가 많잖니.. 안그래 아빠?"

"큼......"

미애의 발랄한 모습에 어느새 모두가 회복하여 엉뚱한 화제로 돌아서 있다.

"킥! 언니! 안봐도 안다니깐!"

"흥! 별꼴이야!"

수정은 웬지 찔려서 벌떡 일어나 미영이 어떻게 하고 있나 궁금해져서 혼자 방문을 열고 나간다. 문을 닫기전 미애와 아빠의 숨죽은 웃음소리가 들려 웬지 불끈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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