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가 바보야?"
"그거야.. 누나가 바보같이.. 내가 바람을 피워도 날 끝까지 돌봐줄 사람은 누나뿐인데.. 누나는 그걸 모르니까.."
"뭐? 바람을 피워? 왜?"
"글쎄... 왜 그랬을까? 누나가 애인 안해준다고 할때 부터?"
"너 어떻게.. 벌써부터 바람을 피울려고 그래!"
"누나."
"응?"
"나 사랑해줄꺼지?"
"응.. 사랑해주는건 문제가 아닌데.. 누나로서 사랑해 줄꺼야."
"어째서?"
"그거야.. 누나니까 당연한거 아냐?"
"거참. 그러면 재미 없는데. 그런데 어쩌면 좋을까? 이미 밥이 익어 쌀이 되었는데?"
"뭐? 밥이 익어 쌀이 돼? 말도 안돼.. 밥이 어떻게 쌀이 돼?"
"그래. 이미 저질러 놓고 지금 그런다고 우리가 옛날처럼 되돌아 갈 수 있을것 같아?"
"그럼 안돼?"
"안되지."
"어떻하지... 난 자신이 없는데.."
"누나."
"응?"
"그냥 우리 사랑하고 살자.."
"으응.."
"허? 금방 마음을 바꾸네.. 방금 전까지 안된다고 해 놓구선?"
"그냥.. 나도 이제 그럴것 같다고 느껴져서.."
"쩝... 알면 됐고.. 나는 사냥하러 가 볼까..."
"이 밤에 무슨 사냥?"
"글쎄... 무슨 사냥을 할까.... 여자 사냥?"
"뭐? 여자를 왜 사냥해.."
"저기.. 여자가 달려 오는데.. 누나처럼?"
"뭐어? 저 여자는 야심한 밤에 왜 이리로 달려 오지?"
"글쎄.. 이 야밤에 불이 켜진 곳이 이곳뿐이라 그렇지 않을까?"
"그렇구나... 그런데... 뒤에 남자들도 달려 오는데?"
"그렇네.. 나쁜놈인가 보다.."
"뭐? 그걸 원이가 어떻게 알아?"
"그거야... 뭐.. 딱 보니 알겠네... 앞에 가는 여자는 강간 당하기전에 도망을 쳤고 뒤에 오는 놈들은 뭐 강간을 하려고 하다 서로 순서를 정하기 위해 가위바위보를 하다가 여자가 도망치는 것도 모르고 저렇게 놓친 여자를 쫒아 오는거지.."
"그런데.. 그런걸 어떻게 알아?"
"그거야.. 나도 해봤으니까.."
"뭐? 강간을 해봤어? 너! 어떻게 그런 일을 할수가 있어?"
"가위바위보를 해봤다고."
"그..그래?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가위바위보를 하면 정신이 집중되서 누가 도망가는지도 모르거든"
"그렇구나.. 그런데.. 우리 원이 정말 똑똑하네? 그런것도 알고?"
"그러엄.. 누구 동생인데..."
"누구 동생?"
"그거야 누나의 동생이지 누구 동생이긴..."
"아! 그렇구나!"
"그래.. 이 바보야!"
"뭐? 바보?"
미영과 말장난을 하며 놀던 주원은 바보란 말에 쌍심지가 치켜 올라가며 따지려 하자 얼른 화제를 돌린다.
"그런데.. 저 여자 잡히겠다.. 동작이 굼뜨네.. 아직 세상 무서운줄 모르고 아무나따라가서 저런 꼴을 당하는거지. 누나처럼.."
"뭐? 나처럼..."
"아마 그럴껄.. 저 여자도 누나처럼 남자가 가자고 한다고 따라가서 저런 꼴을 당하는 거지.."
"그런데.. 안구해줘?"
"내가 왜?"
"여자잖아!"
"여자가 뭐 어때서?"
"여자는 약하니까 보호해 줘야지."
"글쎄... 난 내 여자 아니면 신경 안쓰는 사람이라서..."
"그래? 우리 원이는 참.. 냉정 하네?"
"그렇지. 난 정말 냉정해.."
"그래도 구해줘."
"왜?"
"여자니까.. 불쌍하잖아."
"그럴까?"
"그런데 왜 말이 바뀌는데?"
"그거야.. 이제야 여자 얼굴을 확인 했으니까 그러지."
"그게 무슨 상관이야?"
"여자가 예쁘면 구해주고 예쁘지 않으면 안 구해주는거지.."
"뭐? 어? 온다."
머리를 산발한채 맨발로 마당으로 뛰어오는 이십대중반의 여자가 소리친다.
"살려주세요!"
"네.. 어서오세요. 뭘 도와 드릴까요?"
주원이 태연란 말투로 숨을 학학거리며 내쉬며 허리를 굽히고 있는 여자에게 말하자 한동안 숨을 고른 여자가 머리를 획 들고 한껏 노려 보며 말한다.
"지금 장난 쳐요?"
"내가 뭘요?"
"이렇게 옷 다 찢어진채 왔는데 너무 당연하게 올 사람이 온 것처럼 이야기를 하니까 그렇잖아요."
"허참.. 구해 줄려고 해도 이상하게 생각하네.. 그럼 신경쓰지 말까요?"
"그게 아니라... 일단 구해는 주고 사과는 하세요."
"사과요? 구해주는데 내가 왜 사과를 해요?"
"그거야.. 내가 당신한테.. 관심이 있으니까 그러죠."
"허참... 나를 언제 봤다고 관심이 있다고 그러십니까?"
"그거야 방금 봤죠. 그건 그렇고 빨리 구해줘요. 어? 저 사람들 아는 사람이네?"
"허참... 아는 사람들을 이제야 알아 보나.."
"그거야.. 밤이라서 안보이니까 이렇게 밝은곳에 오니까 알게 된거죠.."
"그렇군.. 그래서.. 아는 사람들한테 겁탈을 당할뻔 했군.. 그런 설정이군.."
주원은 이미 모든 사정을 유추한지 오래였다. 앞에 어설프게.. 도망치던 여자가 길이 어두어 비틀거리고 제대로 뛰지도 못하고 어영부영할때 뒤에 따라오던 양아치들도 쫒아 오다말고 어영부영하는 모습을 다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뒤따라오던 한놈이 전에 한번 신나게 패주었던 놈이기도 했다.
"그건 그렇고.. 여긴 어쩐 일이세요?"
"네?"
"아.. 그쪽 말고 이쪽."
"넌!넌!"
뛰에 쫒아온 시장표로 보이는 후줄근하고 칙칙한 회색의 체육복을 입을 사내들중 얍샵하게 생긴 남자가 주원을 보고 눈을 휘둥그래 뜨며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그래 잘 만났다! 개 새꺄! 넌 그렇게 맞고도 아직도 정신 못 차렸냐?"
"야! 모두 같이 공격해! 저놈 되게 쎈 놈이야. 조심하고."
"허참.. 미치겠네.. 쩝... 젊은 내가 참아야지.."
"원아. 이게 어떻게 된거야? 아는 사람이라니?"
"쩝... 그게 어떻게 알게 됐냐면 좀 복잡한 사정이 있는데... 꼭 말해야 하나. 야!
네가 말해봐!"
"미친새끼! 내가 말 할것 같냐! 내가 너한테 맞은 이야기를?"
"그렇지? 네가 나라도 쪽 팔려서 이야기를 못하지 그렇지?"
"그래! 씹쌔꺄! 덤벼! 덤벼! 덤비라니깐?"
얍삽한 사내는 입만 따로 놀고 움추린 자세로 주춤주춤 자꾸 물러 선다.
"아 진짜.. 오늘 날파리들이 왜 이렇게 많이 꼬이는거야.."
"원아... 누구야? 누군데 그래? 저 사람들 알아?"
"알긴 아는데.. 별로 질이 안 좋은 놈이야."
"그래? 그럼 나 들어가 있을까? 이 여자분하고?"
"하지마."
"응?"
"같이 들어가지 말라고."
"왜?"
"그거야.. 이 여자도 한패일수도 있거든."
"그래?"
"흠... 그게 어떻게 되는거냐면 이 여자가 도망친거는 서로 다 짜고 그러는거고 그러면 여자들끼리만 피하게 되니까 저 놈들이 날 상대 할 동안 이 여자가 목표가 된여자를 기절시켜 데리고 가는거지..."
"그래? 이 여자도 나쁜 여자네?"
"응. 조심해.. 가까이 가지마. 아주 위험한 여자니까.."
"그.그래? 어째서 위험한데?"
"사람을 죽여 본 여자거든.."
미영은 동생의 말에 깜짝 놀라 주원의 가까이로 바싹 붙으며 주원의 예리한 말에 멍하니 서 있는 이십대 중반의 여자를 유심히 훓터 보며 말한다.
"그래? 무섭네?"
"그래 무섭지... 저런 여자가 더 무서운거야... 전혀 모르게 당할 수 있거든.."
"그렇구나...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는데.. 정말 나쁜여자네. 어떻게 같은 여자를 기절시켜 데려 갈 수가 있는거지?"
"그거야.. 뭐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무슨짓이든 할 수 있는게 저런 여자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