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3화 (33/74)

"그런데.. 술 사러 안 가세요?"

"저기... 차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차? 차는 왜?"

"근처에 상점이 없어서.. 시간이 늦어 문 연데도 없고.. 제가 아는 집에 가서 사와야 하는데 그기까지 갈려면 좀 멀어서 말입니다. 형님!"

"거참.. 사연 구구절절 하네."

"자!"

"헉! 이건!"

"뭘 그리 놀라?"

"아! 그냥 외제차구나 해서요!"

"바보 같긴.. 어서 갔다와!"

"네! 형님!"

그렇게 사내가 마당에 주차해둔 뉴비틀을 타고 나가자 미영이 주원의 곁에 와서 말을 한다.

"원아!"

"응?"

"저 사람한테 차 줘도 돼?"

"글쎄..."

"저 사람 차 타고 가버리면 우린 어떻하려고?"

"글쎄..."

"아이참.. 자꾸 글쎄 글쎄만 하지 말고!"

"글쎄..."

"진짜! 나 화낸다?"

"뭐.. 타고 가서 안 오면 별수 없지 뭐..."

"뭐어? 그럼 우린 어떻하고?"

"글쎄.."

"너 진짜!"

"글쎄..."

"자꾸 그럴래?"

"글쎄.."

"아.. 진짜 짜증나려고 해.."

"짜증내지마. 이마에 주름살 생긴다."

"왜? 내가 주름살이 생기든 말든 네가 무슨 상관이냐구!"

"허참.. 당연히 애인이니까.. 주름살 걱정도 대신 해 주고 그러는거지.."

"너어? 나 이제 애인 안할꺼야."

"왜?"

"난.. 네 누나니까."

"그래?"

"응!"

"뭐.. 그럼 별수 없지.."

"그래?"

"후회 안할꺼지?"

"응...이제 나 애인 안한다?"

"그래. 애인 하지마."

"알았어. 괜히 고민하고 있었네.."

"고민하지마."

"그래 고마워.. 이해해줘서."

"이해해주긴 뭘 이해해? 이미 다 된밥인데.. 지금에 와서 후회하고 애인하지 말고하면 그런다고 해결이 돼?"

"그럼 어쩌라구? 난 네 누난데."

"누나는 무슨 애인이라니까."

"방금 애인 안해도 된다며?"

"그건 조금전 이야기고 지금은 애인 해."

"왜?"

"우리 미애 깼으니까."

"그래?"

"응."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미애하고 내가 애인되는거 하고?"

"그거야.. 누나가 애인 안하면 미애도 애인 안할수 밖에 없고 그러면 우리 미애가 삐뚤어 지기 시작하니까.. 그럼 또 옛날처럼 되는거지..."

"...."

"그렇게 서로 비틀어지기 시작한 운명의 수레바퀴처럼 되돌아 오는거고... 뭐 그런거지..."

미영은 세상사를 달관한 표정과 말투의 동생이 자꾸만 이질감을 주고 그 속내를 이젠 조금은 알것만 같아 기분이 별로였다.

"너 이상해!"

"뭐가 이상해?"

"지금 이상하게 자꾸 말꼬리나 잡고 있잖아!"

"쩝.. 어쩔수 없지 뭐.. 누나 같으면 자신이 시간을 거슬러 왔는데 이상해지지 않는게 정상이야?"

"그럼 정상이지.."

"허... 참... 속 편하게 산다."

"그럼 어떻게 되는데..."

"아마 누나도 별수 없을껄?"

"그래? 그럼 너처럼 이상해져서 내가 널 꼬셔서 데리고 산다고?"

"응."

"어째서?"

"그거야.. 내가 불쌍하니까.."

"그런가..."

"그럼... 누나라면 백프로 나랑 같이 살게 되어 있어. 나 이외의 남자는 무서워서 멀리할테니까..."

"그래?"

"그렇다니깐..."

"음... 그럼 넌 앞으로 어떻할껀데?"

"글쎄... 그냥 같이 계속 이렇게 살면 안될까?"

"음... 안될것 같은데..."

"왜?"

"그거야.. 지금의 난.. 원이 널 남자로 생각 하지 않으니까."

"그래? 지금까지 그럼 뭔데?"

"글쎄.. 네말대로 동정심?"

"뭐? 동정심?"

"그랬던것 같아."

"헐... 내가 동정심따위에 누나를 가질수 있었다니.. 거참... 동정심 무썹네.."

"원아..."

"응?"

"나 네 애인 안 하면 안될까?"

"왜?"

"부끄럽잖아..."

"뭐가 부끄러워?"

"누나가 되어 가지고 동생하고 사랑하며 산다는게.."

"글쎄.. 난 괜찮은데.. 우리 누나만큼 예쁘고 착하며 이해심 많으면서 똑똑한 여자를 못 봐서... 그리고 앞으로 연하남이 인기야.."

"그래? 그렇다니 기분은 좋은데.. 네말대로 연하도 그렇고 동생이기도 하고 좀 그렇잖아?"

"뭐.. 좀 그렇긴 하지..."

"그럼 어쩔꺼야?"

"어쩌긴 뭘 어째.. 그냥 이렇게 사는거지.."

"이렇게 사는게 뭔데.."

"서로 아끼고 사랑하고.... 가끔.. 야한밤도 되고.. 섹스도 하고.. 데이트도 하고..

뭐 그런거지.."

"그게 뭐야."

"그게 뭐긴. 애인이지."

"흥! 내가 그렇게 해줄것 같아?"

"그럼.. 그렇게 해주고 말고."

"내가 정말? 내가 안해주면 어쩔 건데?"

"내가 무슨 힘이 있겠어... 해줄때까지 떼 쓰면 되지..."

"흥! 떼쓴다고 이제 해줄줄 알아?"

"그럼 어쩔껀데?"

"몰라! 나도 떼써서 안해주면 되지..."

"그것 참.. 말되네.."

"그렇지? 원이가 떼쓰면 나도 떼쓰고.. 그렇게 되면 안 할꺼 아냐?"

"뭘 안해?"

"섹스."

"그래? 과연 그럴까?"

"응!"

"안 그럴껄?"

"정말?"

"응!"

"그걸 어떻게 아는데?"

"그건 그냥 알수 있는거야.. 이 바보 같은 여자야.."

"뭐? 바보?"

"응.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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