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오늘 우리가 살아나면....... 시발... 그럴리는 없겠지만... 아무튼 넌 뒤졌다!
이 병신..."
"형님! 낮엔 분명 별볼일 없는 고삐리던데요..."
"니 개눈깔을 진작 부터 알아 봤지만 저런 새끼.. 아니 천생 싸움꾼을 몰라보고 그의 계집들... 아니 애인들한테 눈이 뒤집혀서 우리를 물먹인 네놈은 내 반드시 죽여버린다!"
"아 진짜..... 그게 아니라니깐요! 형님..."
"씨발! 기고 아니고 어쨌던 우린 죽었다고 봐야 된다. 저 돈파 있지? 저거 진짜 겁나는 무기거든? 씨발!! 예전에 내가 저거한테 한대 맞았다가 일년을 고생했다. 써글.
하필이면 돈파고! 딴거면 한번 덤벼 보겠는데.."
사실 조폭들은 살기어린 눈빛도 눈빛이지만 주원의 여유있는 자세에 더욱 뭔가 있는 놈이라고 머리속에 경고가 울리고 있었다.
주원은 다섯명이나 되는데다 인상이나 덩치도 우락부락한 주제에 좀처럼 덤비지 않고 자신의 살기어린 눈에 한껏 쫄아 주춤거리는 띨한 조폭들을 보며 묻는다.
"영 가망없는 조폭은 아니군.. 무슨파냐?"
"네? 저희들은 거 머시냐.. 미아리 오동파인데요.. 형님..."
"너!"
"예! 형님!"
주원이 개중에 가장 균형잡힌 몸매의 사내를 돈파로 가리키며 부르자 그 사내가 엉거주춤 앞으로 두주먹을 쥐고 있다가 냉큼 직각으로 앞으로 깊게 고개를 숙이며 조폭을 해댄다.
"가서 술받아 와라!"
"저기.. 형님. 저 돈 없는데요. 형님. 한달채 도망중이라서...."
"그래? 흠.... 어쩔수 없나... 야야! 쫄지 말고 싸울 준비 해라. 내가 오늘 특별히 너희들 봐주고 내가 도와 줄께.."
"네? 도와주다뇨? 우린 형님의 여자들이나 탐하던 나쁜놈들인데요?"
"흠... 글쎄... 그냥 변덕이라고 생각해.. 나중에 써먹을때도 있고.."
"네? 그럼 우리끼리 안 싸우는 겁니까?"
"그래그래... 그나저나 연장은 없냐?"
"네! 형님... 전에 계시던 형님이 연장 같은거 들지 말라고 해서..."
"흠.... 그건 마음에 드는데. 그래 가지고 지금 싸울수나 있겠냐?"
"네? 싸운다고요? 형님 한번만 봐주시면 안되까요?"
"저... 저기요. 제가 할말 있는데요...."
"뭐냐? 병신새꺄.. 지금 형님 하고 이야기 하고 있는거 안보여?"
"그..그게 아니라 주공파 애들이 온것 같은데요?"
"뭐? 그 쌔끼들이 벌써 우릴 찾았단 말이야?"
"네 형님... 잘아는 정보를 파는 새끼가 곧 우리가 있는 곳으로 몰려 올꺼라고 하는데요?"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게... 조금전 삐삐로 문자도 왔고 저기 뒤에 우릴 보고 아까부터 웃고들 있는데 한놈이 제가 아는 주공파 놈인데요."
"뭣! 이런 씨팔! 형님하나 사귀나 했더니.. 저기 형님.. 우리 걱정은 마시고 안에 들어가셔셔 저 쌈빡한 형수님들하고 재밌게 노시면 안될까요?"
처음에 몰려 와서 팬션 문을 따고 들어 왔던 패거리와는 다른 스무명 가량의 한여름에 흰색셔츠와 검은바지 차림의 남자들이 조금전에 조용히 우르르 몰려 와 있었다.
주원은 바깥쪽을 향해 처음에 온 조폭들을 보고 서 있었기에 눈치가 빠른 주원은 대충 짐작이 갔다. 하지만 처음에 미영을 쫒아왔던 조폭들은 주원에게 바짝 쫄아 주원만 살피고 있었기에 이제서야 뒤를 돌아 보며 놀란다.
"크크크.. 저것들 뭐하냐?
"하하하하! 쑈를 한다 쑈를 해.. 저 새끼들 지금까지 도망다니길래 꽤 똑똑한놈들인줄 알았더니 웬 고삐리 잡고 놀고 있네?"
"크크크.. 우리가 와서 저 고삐리한테 대신 싸워 달라고 하는 갑따."
주원은 나중에 몰려온 스무명들의 사내들이 놀랍지도 않은지 씨익 웃다가 바로 앞에서 등을 보이며 돌아서 또 싸울 자세를 취하고 있는 다섯명의 조폭들에게 말한다.
"야! 너희들!"
"네! 형님!"
"너희들에게 지금부터 명령을 내린다!"
"네! 형님!"
"이 형님이 싸움은 이렇게 하는것이다를 보여줄테니 문앞에 주욱 늘어서서 잘 봐둬라. 형수들 잘 지키고.."
"네! 형님!"
"하하하하하! 아 진짜 못봐주겠네 저것들 뭐하냐? 진짜?"
"단체로 미쳐 버린것 아닌까요?"
"글쎄... 꼭 그런건 아닌것 같다만... 그래도 저 고삐리가 뭔가 있어 보인다. 조심해라.."
"네! 형님!"
주원은 처음에 온 조폭들 사이로 빠져나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뒤를 돌아보며 말한다.
미영이 팬션의 문앞에 병풍처럼 서있는 사내들을 사이로 나온다.
"이제 시작해 볼까... 야! 비켜줘! 우리 마누라가 내 싸움 보고 싶다는데 막지마.
뭐 위험하면 대신 맞아주고."
"네! 형님.. 근데 형수님이 정말 예쁘십니다."
"뭐.. 그렇긴 하지... 탐내지 마라. 죽.는.다."
"네! 형님! 걱정 마십쇼!"
주원은 이제는 두렵지도 않은지 조폭들 사이에 서서 팔장까지 스스로 끼고 자신을 보고 있는 미영에게 한번 씨익 웃어 주더니 뒤돌아 서서 말을 한다.
"흠.. 시작해 볼까.... 뭐하냐? 쫄지말고 한꺼번에 덤벼라. 동생들하고 한잔 할려면 빨리 끝내야 하니까."
"크크크. 저거 뭐라노? 저거 미친거 아니가?"
"뭐.. 제법 할것 같은데..."
"아.. 진짜 돌긋네... 체면상 안 싸울수도 없고 저런 고삐리 하고 꼭 싸워야 되나...."
주원은 고개를 끄덕끄덕 대며 돈파를 나머지 한손의 손바닥에 가볍게 탁탁 치며 별일 아닌듯이 말을 한다.
"쩝.. 어쩌겠냐... 내가 원래 겁이 없는걸.. 신경쓰지 말고 덤벼!"
"아! 진짜... 저 새끼.. 잘 나가겠는데.... 야! 너 우리파에 들어 올 생각 없냐?"
"글쎄.... 너흰 좀... 아닌것 같은데?"
"뭐.. 우리가 좀 지저분하긴 하지.... 그런데 넌 뭘 믿고 그렇게 큰소리냐?"
"글쎄.. 뭘 믿어서 그럴까? 우리 마누라?"
"아! 네 뒤에 서있는 그년? 그년 참 참하게 생겼네. 딱 내 마누라 했으면 좋겠다야..."
뒤에 몰려온 흰색 반팔셔츠와 검정 마이바지차림으로 복장을 통일하고 있는 사내들중 가장 나이가 있어 보이는 사내가 미영을 위아래로 훝어 보며 말을 한다.
"그래?"
"그래... 정말 마음에 드네.. 어이! 아가씨 나한테 올래?"
미영은 팔짱을 끼고 있다가 뽀족하고 까칠한 목소리로 말을 한다.
"미쳤어욧!"
"어라? 생긴거 답지 않게 제법 성깔 있는데? 햐... 나도 한물 갔나 보다야... 옛날엔 어이 하면 다 넘어 오던데..."
"형님.. 그땐 쌍팔년도 시대때 이야기인데요?"
"야이 새꺄... 니가 날 알면 얼마나 안다고 날 무시하고 그러냐.. 나도 한땐 잘나갔어.. 진즉 저런 괜찮은 여잘 만났으면 조폭 청산하고 평범한 가정 꾸미고 살았을지..
니가 아냐? 아냐고?"
"쩝...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형님.. 죄송합니다."
"그래.. 죄송한줄 알면 됐다. 그런데 거기 형님이라는 고삐리... 아무리 봐도 평범한 놈은 아닌것 같은데 어디서 왔나? 요새 애들이 빠르긴 해도 너만한 놈은 못 본것 같은데?"
"나? 글쎄... 은거기인이라고 할까?"
"은거기인? 역시 그렇군... 웬지 제법 잘나가게 보인다 했다."
"흠... 언제쯤 덤빌래? 아까 얘기 했지? 빨리 끝내고 동생들 하고 술한잔 한다고?"
"쩝.. 알았다 임마! 새끼.. 싸움 좀 한다고 뵈는게 없나 보네.."
오동파의 구역을 빼았고 행동대장들을 잡으러 왔던 조폭들은 자신들을 맞먹는 고등학생정도의 주원이 싸움은 제법하는 오동파의 행동대장들이 괜히 형님취급 하는게 아닐꺼라 생각했기에 눈치만 보게된다.
"저기 형님... 솔직히 우리가 싸움 잘해서 지금 잘나가는게 아니지 않습니까 형님.
저런 인재가 지금 필요한 시점입니다. 형님."
"인재? 흠흠.. 그렇긴 하지 우리는 너무 싸울 사람이 없어.. 오죽하면 새끼조폭들까지 데려 왔겠나... 아.. 진짜 조폭도 못해 먹겠네... 시발.."
"저기 형님.. 진짜 싸울겁니까 형님..."
"글쎄.. 나는 생각 좀 해봤으면 좋겠는데.. 저 놈을 보니 힘들것 같고 어쩔수 없나..
싸울수 밖에... 어이 신참들 먼저 좀 나와서 저 놈 힘좀 빼라."
"네! 형님!"
"쩝... 고삐리 하나 때문에 우리가 이 무슨 꼴이고 참 한심하다 한심해.."
"저기 형님 신참들이라면 언제부터 신참인지 말씀을 해주셔야.."
"작년부터 들어온 애들이 신참이지 별거냐?"
"네! 형님!"
"쩝.. 잘해봐라..."
"네! 형님!"
"그리고.. 만약 지거든 그냥 와라. 개기지 말고.."
"네! 형님!"
"햐.. 진짜 아깝네. 저놈! 내 밑에 오면 전국 한번 흔들수도 있겠는데.."
"저기 형님?"
"왜?"
"저 고삐리가 그렇게 잘 싸웁니까?"
"그래... 진짜 잘 싸울것 같다..."
"흠... 전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
가물치파 두목은 행동대장 시절에 저렇게 상대 쪽수에 관계없이 여유만 넘치던 사내를 기억하는지라 지금 이자리를 벗어나고만 싶었다.
"니가 잘 몰라서 그렇가 아이가.. 내가 옛날에 저런놈 하나 만나서 시껍해따 아이가... 휴.. 지금 생각 해도 아찔하다 아찔해.."
"저기 형님... 애들 앞에서 그런말 하시면...."
"뭐 어쩔껀데? 신참주제에 위에서 까라면 까야지.. 뭐하냐.. 이기든 지든 일단 싸워봐라.. 우리는 쪽수도 겁나 많은데 그냥 물러가면 그게 무슨 꼴이냐.. 저 고삐리한테 지면 더 쪽팔릴지도 모르지만 혹시 모르니까 한번 붙어나 봐야지..."
"네! 형님!"
"그럼 잘해 봐라.. 난 먼저 올라가 있는다."
"저... 형님.. 결과가 안 궁금하십니까?"
"글쎄.. 웬지 우리가 질것 같다."
"그..그렇습니까?"
"그래... 그러니까 지금 내가 먼저 간다는거고.. 그때도 구경한답시고 죽치다가 그놈혼자서 다 쓰러뜨리고 내가 기분 나쁘게 비웃었다고 나만 다른놈보다 더 패서 죽었다 살아 났거든..."
"그..그렇습니까?"
"그래 아무튼 잘해 봐라.. 나는 간다."
"네! 형님.."
그렇게 뒤에 몰려온 조폭 두목은 전화를 걸더니 조금후 팬션 입구로 차가 오자 온차를 타고 뒤도 안 돌아 보고 먼저 갔다. 뒤에 몰려온 스무명정도의 조폭들은 먼저가시는.... 자신들 두목의 차를 멍하니 보더니 일제히 돌아서서 주원을 다시 보다가 한 사내가 묻는다.
"저기요... 우리가 꼭 싸울필요가 있겠십니꺼? 우리도 이만 가면 안돼까예?"
"너라면 보내 주겠냐?"
"시발... 돌긋네... 두목도 갔고 우리도 이만 가고 싶은데... 두목한테야 우리가 그냥졌다고 하면 될테고..."
"가라 가!"
"정말입니꺼?"
"그래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