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듣기 좋은 이야기가 아니야... 끔찍하고 슬프면 슬펐지... 그러니까.."
그렇게 주원은 예전 생애의 기억을 하나하나 풀어내며 사건과 시간대별로 미영과 미애에게 이야기를 해주자 처음엔 놀라고 경악하던 미영과 미애는 눈물을 흘리며 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엇나가기 시작한 우리 가족들은 서로의 마음과 상황도 모르고 그냥 서로 걱정하는 마음만 앞서서 서로를 오해한채 불행을 자초했고..."
주원은 자신의 사견이 듬뿍담긴 불행했던 나날들과 덕분에 미영과 미애의 본의 아닌 따돌림으로 항상 혼자서 외톨이처럼 살아오며 나중에 모든 일의 전말을 알게된자신이 관련자들의 대부분을 죽여서 경찰의 수배를 받아 결국 자살로 끝난 예전 생애의 이야기의 끝을 말했다.
"....뭐 그렇게 됀거지...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우리 누나나 미애를 내가 잘 살펴서.. 나도 만족하고.. 행복해서! 너무 좋지! 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흑흑흑흑흑흐어어엉!"
주원이 말하다보니 회한이 몰려와서 결국 통곡을 하고 만다.
"훌쩍.. 훌쩍.. 그랬구나.. 그래서 그랬구나! 흐윽! 미안해 원아! 내가 잘못했어!
내가 정말.. 흑흑!"
"흐엉... 오빠아.. 미안해... 사랑해.. 흑흑"
그렇게 피서를 온 휴가 첫날 점점 깊어가는 여름밤의 주원이네 오누이들의 허심탄회한 피서지에서의 별나고도 특별한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주원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마시기 시작한 한팩의 맥주를 이야기를 끝내고 나서도 계속 마셔댔고 결국 12개를 다 마신 덕분에 결국 술이 쎈 주원도 심리적으로 회한을 풀어낸 탓인지 결국 인사불성이 되어 버렸다.
정자에서 술에 가득 취해 널부러져 있는 주원을 두 자매가 낑낑대며 힘겹게 팬션방으로 옮겨 눕혔다.
미애는 잠이 많은 편이라 술에 골아 떨어진 오빠옆에 딱 달라 붙어 지금껏 단잠을 자고 있었다.
미영은 동생들과 나란히 누워 자다가 도저히 잠을 이룰수가 없자 조심스럽게 일어나 제법 큰 창으로 달빛에 비쳐진 편안한 안색으로 자고 있는 동생들을 내려다 보았다.
미영은 그동안 자신의 동생이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까 하는 마음에 무척 속상해서 도저히 잠이 오질 않았다.
미영은 한동안 두 동생들을 내려다 보다 머리만 복잡해져서 가디건을 걸치고 밝은 달빛에 훤한 강가로 걸어가 달빛에 비치는 작은 강을 멍하니 서서 쳐다 보았다.
'하아..... 우리 주원이 어떻하면 좋지... 우리 때문에... 그렇게 불행하고 외롭게 살다 자살까지 했다니..... 그런 끔찍한 기억을 가진채 앞으로 살게 될텐데... 나나미애나 말로만 들어선 실감도 안나고 지금은 그렇게 괴롭지도 않치만 원이는 우리자매가 겪은 추하고 더럽던 모습을 모두 기억하며 평생 조바심에 살텐데..... 모르는게 약이라더니.... 나도 계속 참을것을 괜히 들춰내서.... 하지만 그동안 우리 주원이에 대한 의구심을 거둘수는 있었지만...'
미영은 주원이 구성력 없이 말해준 내용을 하나하나 곱씹어 보며 시원한 밤바람을 맞아 걸었다.
'내가 그 애들에게 돌림을 당하다니.. 하긴 그때 주원이가 안 구해줬으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긴 했어.. 내 성격상 원이에게 당하더라도 이야기는 커녕 오히려 그애들한테 제발 동생에겐 비밀로 해달라고 했을꺼야... 그렇게 되면 계속 그애들에게 겁탈을 또 당할수 밖에 없었겠지...'
미영은 생각해볼수록 동생이 이야기대로 행동할 자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동생에게 미안해 졌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남자들에게 난행을 당한 모습을 주원이 비디오등으로 보았다고 하니 너무 부끄럽고 속상했다.
그렇게 곱씹으며 걷고 있는데 강가에 인접한 숲속에서 인기척이 들리며 누군가 수군거리며 자신을 향해 오고 있는것을 느꼈다.
미영은 순간 동생이 머리속에서 '도망쳐!'라고 크게 울리며 말하는것처럼 느꼈다.
'후다닥!'
"어? 저년이 튄다! 잡아!!"
미영은 자신을 잡기위해 남자들이 뛰어 온다는것을 직감하고 있는 힘껏 펜션을 향해 달렸다. 다행히 팬션에서 그리 멀리 나가있지 않았고 눈치를 빠르게 채고 도망쳤기에 그리 위험하지 않게 사내들에게 잡히지 않고 오두막 안에 들어 올 수 있었다.
미영은 얼른 팬션 현관문을 잠그고 주원에게 허겁지겁 가서 마구 흔들었다.
"원아! 원아! 원아!"
"으으으음...."
[철컥! 철컥!]
"개년이 문을 잠궜는데?"
"흐흐.... 뒤쪽으로 돌아가서 창문을 깨자!"
"야이 병신아! 넌 머리를 폼으로 달고 다니냐? 이집 뒤는 절벽이야! 까딱하단 떨어져 뒈져! 병신새꺄!"
"아! 그렇지! 근데 뭐 병신 뒤질래? 새꺄!"
미영은 문고리를 마구 흔들며 밖에서 온갖 욕설과 상소리를 하며 이제는 지들끼리싸우는 사내들의 목소리에 더욱 급해져 술에 취해 아직도 잠에서 안 깨는 주원의 빰을 마구 때렸다.
술에 곯아 떨어져 자는 주원의 머리가 미영이 갈겨대는 빰에 좌우로 마구 흔들린다.
'짝!짝!짝!짝!'
"아으으으.. 아파! 그만 때려! 누나 왜 그래? 내가 또 뭐 잘못했어?"
"원아! 흐흐흑. 빨리! 빨리!"
주원은 술기운이 아직 남아 있지만 누나의 급한 목소리와 울음소리에 직감적으로 무슨 일이 있음을 느끼고 벌떡 일어 났다.
"누나? 왜그래? 밖은 왜이리 시끄러워?"
"밖에 남자들이! 밖에 남자들이!"
"누나... 진정해... 내게 다 맡기고..."
"흐윽... 나 때문에... 또 나 때문에...."
주원은 스스로 자책하며 실성한 사람처럼 주저 앉아 한탄을 하며 울고 있는 누나의 모습을 보고 피식거리더니 별로 놀라지도 않은 기색으로 어슬렁 거리며 자신의 배낭으로 걸어가 뒤적뒤적 뒤지더니 거무튀튀한 뭔가를 꺼내 조립을 한다.
'하아... 미인은 팔자가 사납더라니 이렇게 한적한 곳에서도 이 모양이니....'
주원은 예전 생애에서 자신이 특기로 다루었던 '돈파'란 무기를 조립해서 한 손에 잡고 바깥에서 사내들이 서로 싸워대며 시끄러운 문을 향해 고개를 획 돌리며 새파란 안광을 발한다.
주원이 일어나 문쪽으로 걸어 나가자 주저 앉아 있던 미영이 벌떡 일어나 주원의 다리를 콱 잡아 앉는다.
"원아! 나가지 마! 위험해! 안돼! 우리 여기 이대로 있자! 응?"
"누나."
"으응?"
"여기 있는다고 저들이 여길 못들어 올까?"
미영이 현관문과 주원을 번갈아 바라보며 불안한 얼굴로 말을 한다.
"문이 잠겼는데 못들어 오지 않을까?"
"그래?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을까?"
"절대로 그렇지 않치...."
"그..그래?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아?"
"뭐... 뻔한 이야기 아니겠어? 여기 주인집을 아는 놈이 그집에 들어가서 키를 훔쳐 온다거나...."
[야! 키 가져 왔어! 비켜봐!]
미영은 어둠속에서 고양이도 아닌데 새파란 안광을 발하며 자신을 내려다 보며 목소리는 편안하게 말하고는 있지만 웬지 눈빛이 너무도 무섭고 싸늘해 보여 동생이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너무도 지금 자신들에게 닥친 상황을 태연하게 그리고 웬지 안심이 되게 두려움이 없는 얼굴이였다.
주원의 눈빛은 무섭지만 목소리는 편안했고 자신에게 보여주는 표정만은 미소까지 지어 사랑스럽게 내려다 보기에 동생을 미영은 자신도 모르게 다리를 놓아주며 활짝웃으며 말을 한다.
"원아! 화이팅!"
"응! 화이팅! 누나는 구경만 해. 너무 다가오진 말고 내가 싸움은 진짜 이런 것임을 보여줄께!"
"응! 나 믿어! 아아! 우리 수호신장님을 믿어!"
"수호신장? 듣기 좋은데? 하하하! 하하하하하!"
'벌컥'
팬션의 바깥에는 정자로 향하는 가로등을 켜두어 마당이 환했고 키를 훔쳐 문을 딴덩치가 꽤 있어 보이는 사내 하나가 문을 열고 안을 쳐다보며 살핀다.
"어라? 웬 미친놈 하나가 서 있네? 손에 든건 뭐야?"
"어? 왔어? 언제 오나 했다."
"어이? 니 미칬나? 쪼개긴 뭘 그리 쪼개노?"
"그래 미쳤다! 이 호로 새꺄!!"
'퍼억! 아악!'
주원이 날렵하게 제자리에서 바로 힘차게 뛰며 웬간해선 도저히 남들은 따라하지도시도하기도 힘든 이단 옆차기를 문앞에 서있던 놈을 뒤로 날려 보내며 혼자서 중얼거린다.
"누나.. 무서워 할것 없어. 잘 봐둬.. 난 누나를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목숨을 건다는걸.."
미영은 동생의 덩치보다 두배는 되어 보이는 남자를 발차기 한방에 마당으로 나동그라지게 만드는 동생이 너무 멋졌다.
"으응... 알아... 나도 잘 알아.. 하지만... 조심해야해.."
"저런 양아치들은 백마리가 몰려온다고 해도 전혀 상대가 안돼지.."
다섯명의 험악하고 우락부락한 덩치의 사내중 가슴에 팔짱을 끼고 안을 보던 사내가 기가 막혀 하며 말을 한다.
"어이어이? 그만 영화찍고 나오지? 그래도 내가 이집을 지은 사람하고 친해서 말이야.. 안에서 난리치면 내가 좀 곤란하거든? 계집들을 내주고 구석에 찌그러지면 우리가 계집들만 데리고 몇일 놀다가 되돌려 줄테니까. 만약 그렇지 않으면 매우 아프게 될껄? 크크크크"
"그럼 매우 곤란하겠지 바로 네놈들이... 거의 죽게 될테니까."
"원아! 죽이진 마!"
"아! 그런가... 쩝.. 별수없나... 반만 죽일께.."
미영이 말할때마다 그 미모에 침을 흘리던 사내들이 둘의 대화에 짜증을 낸다.
"아 저 두년놈들 도대체 왜 저러냐? 겁이 없네? 씨발.. 졸라 예쁜년은 에쁘니까 괜찮은데. 고삐리 밖에 안되는 새끼가 누나뻘 동생뻘 데리고와서 노는 복받은 새끼!
부러운 새끼! 악!"
"야이 병신아! 지금 그걸 부러워하냐! 좀 있음 우리의 씨받이가 될년들인데 니가 지금 허파에 구멍새는 소릴 해대면 저 허졉한 새끼가 우릴 우습게 본단 아이가 병신!"
"뭐? 병신? 이 씹새끼! 아까도 병신이라고 카더만 니 오늘 내하고 죽어 볼래? 진짜!"
"야야야야! 아 씨발! 진짜 손발 안 맞아서 못해 먹겠네.. 야이! 똑같은 병신들아!
지금 우리끼리 싸울때냐! 빨리 저 고삐리 새끼 묻고 여자들 데리고 우리 아지트로가자!"
"아지트? 좋지.. 아지트... 너희들의 아지트는 바로.... 병원이지."
"허... 우리 보고 저거 쫄아서 휙 돌았나보다 우릴 보고서도 웃네? 경북 최고의 조폭조직의 어깨들인 우리들을 보고 말이다 참.. 기가차서 말이 안나온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냐?"
아까부터 병신취급을 당하던 개중에 가장 몸이 균형잡힌 사내가 멈칫거리듯 말을 한다.
"저기 형님... 우리 파벌 망해서 이제 잘 안나가는데요. 형님.."
"아 진짜! 이새끼 누가 안데려가나... 이 새낀 왜 이렇게 눈치가 없냐.. 진짜.. 우리가 잘나간다고 해야 저 고삐리가 아이구 형님 한번 봐 주세요 하고 빌것 아냐?
그것도 저렇게 깔쌈한 여자들을 상납 하면서 말이다."
"아! 그렇군요! 형님! 와! 우리 형님은 정말 명찰 하십니다."
"야이! 병신아! 명찰이 아니고 명철! 명철이란 말이다."
주원은 어딘가 한참 모자라 보이는 전직 조폭들을 보고 한심해져서 이것들을 어떻게 해야 잘 처리 했다고 소문이 다 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주원은 돈파를 들고 문 바깥으로 나가자 조폭들도 슬금슬금 뒤로 물러 나서 주원의 주위로 포진하며 싸울 자세를 갖춘다.
"근데 형님? 우리가 왜 이렇게 미적데고 있는거죠?"
"야이 개새꺄! 몰라서 묻냐? 저 새끼 눈깔봐라 사람 여럿 잡은 눈빛 아이가.. 니미오늘 아침에 새똥이 머리에 떨어지길래 뭔가 일이 날것 같더만.."
"아이 시팔... 존나 무썹네.. 무슨 고삐리 새끼 눈빛이 저렇게 겁나노... 빛이 난다빛이나.... 저번에 전국구 대형님 보디가드 눈빛이 딱 저랬는데.. 시발... 저기요...
고삐리님... 저희 그냥 돌아 가면 안될까요? 네?"
정말 조폭들에겐 주원의 새파란 눈빛이 호랑이 안광으로까지 보여서 싸우고 싶지가 않았다. 게다가 조금전 이단 옆차기는 싸울줄 아는 자신들이 봐도 박수라도 쳐주고 싶은 고난이도의 기술이였다.
"될것 같냐?"
"안됩니까요?"
"안되겠지?"
"아아아... 진짜 진작 조폭 생활 청산해야 하는데 오늘 인생 종치겠구나.."
"야이 미친새꺄! 니가 그런다고 저 살벌한 놈이 봐줄것 같냐? 같냐고?"
"그럼 어쩜니까요? 형님?"
"글쎄다.. 나도 답 안나온다..."
"낮에 정찰한 새끼 누구야?"
"네? 전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