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9화 (29/74)

"누나는 뭐가 문제인데 오늘따라 내게 왜 이러는거야?"

"몰라서 물어?"

"그럼. 모르니까 묻지 알면 왜 물어 보겠어? 아.. 진짜 답답하네..."

미영은 흐느낌을 그치고 눈물로 볼이 젖은 얼굴로 일어나 주원을 똑바로 보며 말한다.

"넌 누구야? 누가 보내서 온건데? 주원이 어디 있어?"

"무슨말이야 그게?"

"흥! 하긴 내가 묻는다고 말할리가 없겠지?"

"왜 그래? 누나?"

"하아... 이것 보세요. 원이 탈을 쓰고 있는 변태 아저씨! 다 들켰거든요? 우리 주원이가 어디 있는지나 말해 주세요."

"변..변태 아저씨?"

"그래요. 변태 아저씨. 색한! 머리속에 야한 생각으로만 가득한!"

"허어... 누나 왜 이래 정말? 술 먹었어?"

미영이 시침을 기가 막히게 잘 떼는 동생의 탈을 쓴 변태에게 마구 째리며 말한다.

"끝까지 그런다 이거죠? 내가! 우리 원이를 끔찍하게 아낀다는 걸 알고 이렇게 원이를 숨기고 내게 와서 그러는거 다 알거든요?"

"뭐..뭐해? 소설 써?"

미영은 끝까지 시치미를 떼고 누가 봐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가증스러운 수호신장에게 가까이 다가가 힘차례 빰을 쳐 올렸다.

'짝!'

주원은 영문도 모르고 맞은 미영이 내친 뺨을 맞은 자리를 손바닥을 대며 자신을 새파란 눈으로 노려 보고 있는 미영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다.

미영은 전혀 반성(!)의 기미를 안보이고 끝까지 시치미를 떼는 수호신장이 더욱 얄미워서 한대 더 치기 위해 손을 휘두르는데 주원의 탈을 쓴 수호신장에게 팔목을 잡혀서 결국 치지 못했다.

"누나? 도대체 왜이래? 정신차려!"

"놔! 이것놔! 이것 놔주세요! 흑! 흑흑! 흐윽!"

주원은 팔목이 잡히자 또 울기 시작하는 미영을 끌어 당겨 안아 주었지만 미영이 자꾸 밀쳐내려고 하자 주원은 놓아주면 또 빰을 때릴것 같아 힘주어 꽉 껴안았다.

미영은 주원의 품안에서 한동안 몸부림치다가 거친 숨을 내쉬며 가만히 안겨 있다.

"수호신장 아저씨.... 제발... 제발..."

"누나? 왜그래? 수호신장이라니? 누나 정신 좀 차려! 제발!!"

주원은 알까.... 이게 다 자업자득이라는것을.... 미영은 지금 금기를 범한 자신을 심리적 보호본능에 따라 자신이 상상한 세계에서 자신을 정당화 하고 있는 중이라는것을.. 이런 복잡한 사람의 정신세계에 대해 전혀 모르는 주원은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고 사는 심리였다.

"누나...."

"..."

"누나.."

"..."

"이제 나랑 말도 안 하기로 한거야?"

"..."

"휴우... 즐겁게 휴가와서 왜 이렇게 된건지 모르겠다. 정말.."

"정말 몰라?"

"응... 몰라."

"끝까지 그럴거야?"

"누나는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래? 난 단지 미영이나 미애를 보호하고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그러시겠지... 수호신장이시니까."

"아까부터 수호신장 수호신장 그러는데 왜 그러는 거야?"

"흥... 하늘의 법은 그걸 밝히면 안되나 보지?"

"허... 미친다 진짜... 돌긋네..."

"좋아. 모른척 해줄테니 우리 주원이 어디 있는지만 말해줘요."

"주원이 여기 있잖아! 지금 누나를 안고 이렇게 붙어 있잖아?"

"흥! 끝까지 그렇게 나오시겠다?"

"누나? 왜그래? 설마... 미치기라도 한거야?"

"그래! 나 미쳤다! 나 미쳤다구! 어쩔래! 그 잘난 수호신장의 신통력으로 고쳐 줄래?"

"허? 그놈의 수호신장 능력도 좋네. 미친사람 되돌리기도 하고?"

"흥! 시치미 떼긴! 남자가 쪼잔하게 여자를 속이기나 하고!"

"큼큼... 누나..."

"됐거든요. 이제 놓아 주세요. 빰 안 때릴테니."

"허참... 누나.. 나 이유나 좀 알자? 도대체 왜 그러는데?"

"동생인척 하면서 내게 접근해서 나를 가지고 미애도 가질려고 하는 응큼한 당신!

이제 싫거든요. 그러니 가보세요! 보호해주지 않아도 우리끼리 잘 살아 볼테니까요."

"허.... 기가 막혀 말이 다 안나온다...."

"끝까지 시침을 떼던지 말던지 일단 놓으시죠. 이제 당신 애인 아니거든요."

주원은 매정한 말투로 냉기 흐르는 목소리의 누나가 너무 낯설었다. 뭔가 오해를하고 있는건 확실한데 정확히 무엇때문에 이러는건지 헷갈렸기 때문이다.

"누나.. 나 믿기로 했잖아. 왜 그래?"

"거짓말로 구슬려 약속시킨 약속이 유효하다고 보세요?"

"거짓말?"

"그래요. 거짓말!"

"하아... 나 정말 숨긴건 있을지라도 거짓말 한적은 별로 없는데.."

"흥... 역시 숨긴게 있긴 한가 보죠?"

"크흠.... 누나. 그것까지 다 듣고 싶어?"

"모르죠. 들어보고 이해가 되면 용서해줄지..."

"쩝.... 좋은 이야기도 아닌데... 꼭 해야 하나..."

"그럼 그냥 가시던가요."

"가긴 어딜 간다고 그래? 내가 있을곳은 누나하고 미애의 곁 뿐인데."

"흥! 끝까지 응큼한 수작이시군요. 스토커 같으니."

미영은 가랬다고 정말 갈까봐 두렵기도 했지만 눈앞의 의문의 사내의 진심과 사정을 알고 싶었기에 이 악물고 신경을 자꾸 건드리고 있었다.

"스토커? 헐..... 오늘 정말 변태에 색한에 스토커 취급까지 당해보네.."

"할건가요? 말건가요?"

"헐..... 들어 보았자... 마음만 아플텐데..."

"마음이 아프건 말건 내가 아픈거니 신경쓰지 마시죠."

"쩝..... 꼭 해야 하는건가..."

"아니면 그냥 가시던가요."

"휴우... 어쩔수 없나....."

주원은 미영을 풀어주고 손을 잡고 미애에게 갔다. 그리곤 차 트렁크에서 캔맥주 한 팩을 꺼내와서 저녁먹던 자리를 치우며 테이블에 올리고 초롱초롱 눈을 빛내고 있는 미애와 어전히 쏘아보고 있는 미영을 살폈다.

'치익...'

"누나도 한캔 할래?"

"됐거든요..."

"뭐.. 싫음 말고... 긴 이야기니 편안하게 앉아서 들어. 뭐 편안하게 들을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미애야."

"응?"

"미애도 오빠 이야기 듣다 보면 오빠가 조금전에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있을거야..

그런데 네 나이에 듣긴 좀 그런데.. 거참...."

"우리 미애도 다 컷거든요. 그리고 가족이고요. 이야기나 해 주시죠."

"어.언니. 왜 그래? 언니 말투 이상해..."

주원은 아직도 미영의 기색이 이상하자 맥주를 주욱 마시고 자신이 회귀하기 전의 예전 생애의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뭐 어렸을때부터 누나가 강간을 당하는 순간부터가 분깃점이 되겠네...."

"안 당했거든요. 아.저.씨."

"아이참. 누나! 일단 좀 듣고만 있어 봐."

"흥!"

"언니 정말 왜그래? 오빠랑 싸웠어? 나 때문에?"

주원은 까칠하고 말 안통하는 누나도 귀엽기만 했지만 답답하긴 했다.

"큼큼.. 그러니까 지금은 안 당했지만 내가 죽기전엔 그때가 누나가 그 네놈에게 강간을 당했어"

"죽었다뇨? 지금 멀쩡히 앞에 있으면서? 장난 그만 하시죠?"

"아! 진짜! 짜증나네! 일단 끝까지 들어 보라니까 그러네!"

"흥!"

"휴우... 그러니까 누나가 강간을 당하는 날로 돌아온게 내가 흠.... 서른다섯살까지 살다가 자살을 해서 죽었다가 깨어 보니 그날이였어.."

"돌아 오다뇨?"

"자...자살? 이거 혹시 공포이야기? 나 무서운 이야기 싫은데..."

주원은 두 여편네들의 설레발에 정말 지치는것을 느꼈다. 그래서 답지 않게 화를 내듯 버럭 소리를 친다.

"좀! 사정을 듣고 싶으면 조용히 좀 하고 들으란 말이야!"

"이야기를 똑바로 해야 안 물어보죠."

"....."

"내가 원래 말주변이 그런걸 어떻하라구! 개떡같이 설명해도 찰떡같이 알아 들어야지!"

"흥! 역시나 제멋대로시군요."

"언..언니.. 무슨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거야?"

주원이 점점 속이 끓어 오르자 인상이 굳어 갔고 미영도 '내가 심했나?'하여 속이 뜨끔한다.

"자.. 이제 조용히 하고 잘 들어. 이제 또 그러면 진짜 말 안한다?"

"흥!"

"응!"

"그러니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미 한번의 인생을 서른다섯살까지 살았던 내가 죽었다 깨보니 누나가 강간을 당하던 날로 정신만 되돌아와 있더란 이말이지!"

"와! 진짜? 정말 신기하다! 아! 미안해 오빠..."

"뭐 괜찮아. 믿어주면 고맙지."

"그래서요?"

"이미 한번 살아 봤었기에 그날이 누나가 동기들에게 강간을 당하는 날인걸 당연히 알게 되고 그 일을 막기 위해 누나한테 바로 달려가 구해낸거지! 서른다섯살까지 살아 왔으니 당연히 어느정도 미래에 대해서 알고 있는거고! 뭐.. 간단하게 말하면 그런거고 내가 왜 우리 누나나 미애에 대해서 과하게 보호할려고 하고 하는가는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보면 알아."

"응! 난 이해가 가는데.. 그러니까 우리 오빠가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서 왔다는거아냐?"

"큼큼! 뭐 비슷하긴 한데.. 뭐 그런 공상과학적인건 아니고 그냥 자살하고 죽었다..

깨 보니까 어릴적 시절로 돌아 와있었단 이말이지!"

"예전 생애에서 어떻게 됐는데요?"

"나도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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